눈길 잡는 허경영 33개 공약 보니…

“대통령이 생일 챙기고 결혼 1억 출산 5000만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국가혁명당 허경영 명예대표는 ‘인터넷 밈’(온라인에서 유행하는 놀이나 유행어)으로 소비되는 ‘괴짜 정치인’이다. 대형 선거에서 허 대표의 출마는 이제 ‘상수’가 됐다. 이번에도 기상천외한 방식으로 대선 출마를 선언한 그를 <일요시사>가 집중 조명했다.

4·7 재보선은 여러 가지로 이야깃거리를 많이 남긴 선거다. 서울과 부산 두 핵심 지역에서 야당 후보가 여당 후보에 압승을 거뒀다. LH 사태로 악화된 부동산 민심의 위력이 여과 없이 드러난 대결이었다. 

파격 행보

또 한 가지 4·7 재보선에서 눈길을 끈 대목은 국가혁명당 허경영 명예대표의 최종 순위다. 허 대표는 당시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해 3위를 기록했다. 거대 양당을 제외하고 군소 후보 가운데 최고 순위를 기록한 것. 

그는 5만2107표를 얻어 1.07% 득표율로 오세훈·박영선 후보의 뒤를 이었다. 정의당이 ‘전임 당 대표 성추행’ 사태의 후폭풍으로 공천을 포기했고, 국민의당과 열린민주당이 각각 후보 단일화에 성공, 선거가 양자대결로 치러진 상황에서 나온 결과다. 

일각에서는 허 대표가 서울시장 선거에서 3위를 기록한 것을 두고 국민의 정치 염증이 심각한 수준에 다다랐다고 평했다. 기성 정치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기이한 언행의 괴짜 정치인을 선택하게끔 했다는 분석이다. 


허 대표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지난달 18일 경기도 고양시 행주산성에서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1997년과 2007년에 이어 세 번째 도전이다. 허 대표는 장군 옷에 백마를 타고 등장했다. 이후 빨간색 앞치마를 ‘행주치마’로 칭하고 회견문을 읽었다. 

허 대표 측은 왜구의 침략에 맞서 싸우던 선조들의 넋과 국가 개혁의 결의를 다지는 취지에서 행주산성을 출정식 장소로 정했다고 밝혔다. 실제 허 대표는 칼싸움 퍼포먼스를 펼치면서 “이 나라는 내가 지키겠노라”고 외치기도 했다.  

기상천외한 대선 출마 방식과 함께 허 대표의 공약이 관심을 받았다. 그는 여러 차례 선거에 출마할 때마다 파격적이고 엉뚱한 공약을 내세운 바 있다. 그의 공식 홈페이지 ‘허경영 허브’에는 33가지 공약을 게시돼있다. 

1997·2007년 이어 세번째
서울시장 선거서 3위 선전

‘정치혁명’ ‘결혼혁명’ ‘사법혁명’ 등 국가혁명당 33정책으로 이름 붙인 공약은 파격적인 주장이 가득하다. 허 대표는 국회의원의 수를 100명으로 줄이고 무보수 명예직으로 하자고 주장했다. 국회의원 300명과 보좌관 3000여명에게 지급되는 세비 8500억원 등 세비 1조8000억원을 국민들에게 돌려주자는 취지다. 

또 결혼부를 신설해 결혼 시 1억원을 지원하자는 주장도 펼쳤다. 출산의 경우에도 아이 1명당 5000만원의 출산수당을 지급하자고 했다. 통일부와 여성부를 없애는 대신 미혼자들에게 매월 20만원의 연애수당을 주는 ‘연애공영제’를 실시하고, 남녀 결혼을 국가가 지원하자는 파격적인 제안도 펼쳤다. 

65세 이상 노인에게는 월 70만원씩, 18세부터 1인당 코로나 긴급 생계지원금을 1억원씩 주자는 제안도 있다. 18세 이상 국민 모두에게 1인당 150만원씩 국민배당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주장도 내세웠다.


‘세금혁명’이라며 ▲1억원 미만의 소액증권 투자자 증권거래세 면제 ▲지방세 폐지 ▲상속세 폐지 ▲세금포인트제도 실시 등의 공약을 선보였다. 강력범죄를 제외한 범죄에 재산비례 벌금형도 주장했다. 전국의 교도소는 한 곳만 남기고 모두 폐쇄해 죄수 관리비와 인건비를 절감하자고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아낀 돈으로 국민배당금을 지급하겠다는 계획이다.  

지하자금 900조원을 회수하기 위해 돈의 디자인만 바꾸는 화폐 변경으로 양성화를 꾀하겠다고도 했다. 8개도로 나뉜 전국을 동서 4개도로 통폐합한다는 발상도 있다. 유엔 본부를 판문점으로 이전해 전쟁을 방지한다는 ‘유엔혁명’ 공약도 눈에 띈다. 징병제 대신 모병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대통령이 국민의 모든 관혼상제를 챙겨야 한다는 황당한 주장도 있다. 국민들의 사기진작을 위해 생일에는 축하금 10만원과 케이크, 선물을 각 가정으로 배달해주고, 가족 사망 시에는 대통령 조화와 금일봉 1000만원을 지원해 주자고 주장했다.

미세먼지 방지를 위해 공기청정기와 황사마스크를 무료로 각 가정에 공급하자는 공약도 선보였다.

허 대표의 공약은 국민에게 돈과 물품을 제공한다는 내용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여기에 필요한 예산은 정치인의 기득권을 폐지하고, 정부부처를 축소하는 등의 방법으로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허 대표는 초지일관 ‘대한민국에 돈이 없는 게 아니라 도둑놈이 많다’는 주장을 내세우고 있다.

공식 홈페이지에 게시
“세비 국민에 돌려준다”

흥미로운 점은 파격을 넘어 다소 황당하기까지 한 허 대표의 공약이 나름의 호응을 얻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뿐만 아니라 일종의 ‘인터넷 밈’처럼 소비되는 과정에서 허 대표가 제도권 안으로 스며드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반복되는 기행이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에서도 영향을 발휘하는 셈이다.

지난달 31일 국민의힘 대선후보 가운데 한 명인 안상수 전 인천시장이 허 대표를 만났다. 이들은 경기도 양주시 내 자리한 하늘궁에서 만나 “백척간두에 선 대한민국을 구하겠다”며 공동 선언문을 발표했다. 

그러면서 “정파의 사리사욕을 버리고 코로나19로 신음하고 있는 자영업자와 국민의 민생고를 혁명적으로 구제할 정책을 마련하고 함께 힘을 모으기로 했다”며 “향후에도 나라와 국민을 위해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안 전 시장은 “허 후보야말로 나라와 국민을 위해 선견으로 저출산 대책을 제시했다”며 “당시에는 비난과 조롱이 쏟아졌는데 이에 굴하지 않고 혁명 정책을 주장한 결과 오늘날 여야 주자들이 모방하는 날이 왔다”고 말했다. 이어 “가만히 들어보니까 허 후보 공약이 이재명 후보보다 훨씬 현실적인 것 같다”며 “이 후보는 맨날 돈 퍼주는 이야기만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대선후보인 장성민 전 의원도 허 대표를 언급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부동산 정책을 비판하는 과정에서 허 대표를 거론한 것.


그는 SNS에 올린 글에서 “윤 전 총장의 부동산 정책은 현실성이 전혀 없다는 점에서 허무맹랑한 허경영의 정책과 유사하고, 무책임성과 포퓰리즘의 측면에서는 이재명 지사의 대중 현혹 정책과 닮았다”고 강조했다.

정치 불신?

정치권에서는 허 대표를 바라보는 시각이 그렇게 곱지만은 않다. 허무맹랑하다고 평가받는 공약은 물론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로 징역 1년6개월 실형을 받았다는 점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그와 반비례해 대중들의 허 대표에 대한 관심은 높아지는 모양새다. 그의 세 번째 대선 행보에 귀추가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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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사면’ 군불 때는 사람들

‘조국 사면’ 군불 때는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풀어주느냐, 마느냐, 이재명 대통령이 깊은 고심에 빠졌다. 8·15 특별사면·복권 명단에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의 이름이 올라오면서다. 한때 아군이었던 조 전 대표의 정치 생명이 용산의 선택에 달렸다. 조국혁신당은 물론 문재인 전 대통령과 친문계까지 사면론에 힘을 싣고 있다. 지난 7일 이재명정부의 첫 특별사면을 준비하기 위한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가 열렸다. 이날 특별사면 명단에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치권의 관심이 급상승했다. 사면심사위원회가 사면·복권 건의 대상자를 검토하면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이를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오는 12일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설에 부채질 조 전 대표는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혐의로 지난해 12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 실형을 확정받았다. 조 전 대표의 만기 출소 예정일은 내년 12월15일이다. 이번 광복절 특별사면이 이뤄질 경우 출소 시기는 앞당겨질 수 있다. 혁신당은 조 전 대표의 기소 자체가 검찰의 무리한 시도였다고 보는 만큼 이번 정권에서 검찰개혁을 이뤄내고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보고 있다. 혁신당 신장식 의원은 지난 대선 정국서 “조 전 대표가 보고 싶지 않느냐”며 “(이재명 후보가) 그냥 이기는 게 아니라 크게 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시 이재명 후보의 당선이 곧 조 전 대표의 사면이라는 메시지를 은연중에 전달한 것이다. 조 전 대표의 부인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 또한 비슷한 시기에 ‘더1찍 다시 만날 조국’이라는 홍보물을 제작하는 등 이 후보의 당선과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동일시했다. 이렇듯 혁신당은 지난 총선과 대선 등에서 일궈낸 업적을 청구서 삼아 은근한 눈치를 보냈고, 최근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내 친문(친문재인)까지 목소리를 키우면서 이 대통령을 전방위로 둘러쌌다. 지난달 30일 친문계인 민주당 고민정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조 전 대표와의 접견 사실을 알리며 “특유의 미소가 여전하고 세상에 대한 분노와 적개심이 많을 법도 한데 오히려 긍정 에너지가 가득하다. 그래서인지 자꾸 나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고 마음의 빚을 지게 만드는 사람”이라고 적었다. 이어 “조국의 사면을 많은 이들이 바라는 이유는 검찰개혁을 요구했던 우리가 틀리지 않았음을 그의 사면을 통해 확인받고 싶은 마음 아닐까”라며 “야수의 시간과 같았던 지난 겨울 우리가 함께 외쳤던 검찰개혁이 틀리지 않았음을, 서로 생각은 달라도 통합과 연대라는 깃발 아래 모두가 함께 있었음을 확인받고 싶은 마음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국민통합 일환? 이 결정만 남아 친문계에 문까지 팔 걷어붙여 친명(친이재명)으로 분류되는 민주당 김영진 의원 역시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통합을 위한 측면에서 넓게 사면 복권에 관한 판단을 할 때가 되지 않았나란 생각이 든다”면서도 “이 문제는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 대통령께서 판단할 문제라 보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문 전 대통령이 용산 측에 조 전 대표의 사면 의견을 직접 전달한 것으로도 전해진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 5일 경남 양산 평산마을을 찾은 우상호 정무수석을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은 의견을 전달했고, 우 수석은 “뜻을 전달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김원기·임채정·정세균·문희상·박병석·김진표 등 민주당 출신인 전 국회의장도 가세했다. 이들은 입장문을 통해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책임을 수용한 이들에 대한 절제된 관용”이라며 “대통령께서 국민 통합의 뜻을 담아 조 전 대표에 대한 특별사면을 단행한다면 그것은 단순한 한 개인의 구제가 아니라 극한 대립과 갈등의 시기를 겪어내며 상처 입은 우리 사회 공동체에 건네는 ‘공정한 매듭과 위로’의 손길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방에서 사면 요청이 쇄도하자 대통령실은 막판 고심에 빠졌다. 앞서 지난 5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사면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며 “사회적 약자와 민생 관련 사면에 대해 일차적으로 검증 및 검토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정치인 사면에 관해 다양한 의견들을 수렴 중”이라며“아직 최종적인 검토 내지는 결정에는 이르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혁신당 내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조 전 대표가 수감 된 지 8개월이 지났는데 혁신당은 아직도 권한대행 체제다. 전당대회를 통해 새 대표를 뽑을 만도 한데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가 뭐겠느냐”며 “이정부가 들어서자마자 조 전 대표가 사면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기 때문이다. 조 전 대표가 돌아와서 혁신당이 이전 같은 명성을 되찾길 기다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혁신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당대표가 궐위된 때에는 최고위원 가운데 가장 많은 득표로 선출된 최고위원이 남은 임기 동안 당대표의 권한을 대행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김선민 권한대행이 내년 7월까지 조 전 대표의 임기를 대신해 자리를 지킬 의무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당초 조 전 대표가 자신의 수감 생활을 예측하고 자리를 보전하기 위해 이러한 당헌·당규를 개정한 게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8개월째 대행 체제 혁신당 “확신” 믿을 구석 있었나 내년 지방 선거를 위해서라도 혁신당은 조 전 대표의 사면이 필요하다. 구심점이 없고 ‘조국’혁신당이라는 이름만 존재하는 지금으로서는 지난 보궐선거만큼의 역량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민주당은 딜레마에 빠졌다. 국정 초기부터 자녀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으로 법의 심판을 받고 복역 중인 인사를 사면했다가는 ‘범죄자 프레임’에 함께 걸려들 수 있다. ‘조국 사태’에 거부감을 느낀 지지자들의 이탈도 고려해야 하는 지점이다. 반면 사면 요청을 거절할 경우 오히려 조 전 장관의 정치력을 키우는 등 일종의 서사를 부여할 수 있다. 조 전 대표는 본인의 사면에 대해 큰 뜻을 밝히지 않아 오히려 지지층 결집에 도움이 될 것이란 해석이다. 민주당에 있어 조 전 대표는 내년 지방선거의 ‘변수’다. 지난 총선서 호남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킨 혁신당이기에 조 전 대표가 정치권에 돌아온다면 진보진영 텃밭을 둘러싼 두 정당 간의 경쟁과 그로 인한 잡음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단정하기는 이르지만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그의 행보를 예측하고 나섰다. ‘자유의 몸’이 될 경우 이른 시일 안에 전당대회를 치러 다시 한번 당대표직을 거머쥐고 내년 지방 선거를 진두지휘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일각에서는 조 전 대표가 부산 시장 등으로 직접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도 보고 있다. 어디로 튈까 민주당은 최종 사면 명단이 공개되기 전까지 별다르 입장을 내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 7일 문 전 대통령을 예방했지만, 이날 조 전 대표의 사면 논의는 나오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제 공은 이 대통령에게 넘어왔다. 단 한 사람의 정치 인생이 걸린 문제지만 그의 복권은 정치 진영을 흔들기에 충분하다. 여러 가지 변수와 상수가 존재하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최종 선택에 이목이 쏠린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