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5.04.04 01:01
김영권의 <대통령의 뒷모습>은 실화 기반의 시사 에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임 시절을 다뤘다. 서울 해방촌 무지개 하숙집에 사는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당시의 기억이 생생히 떠오른다. 작가는 무명작가·사이비 교주·모창가수·탈북민 등 우리 사회 낯선 일원의 입을 통해 과거 정권을 비판하고, 그 안에 현 정권의 모습까지 투영한다. 사내는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며 투덜거렸다. “대한민국 수도 서울 한복판에서 그런 미친개 짖어대는 소릴 듣자니 어처구니가 없더군. 줘팰 수도 없는 노릇이고 환장하겠더라니깐! 나 원 같잖아서….” “제딴엔 한잔 걸친 기분에 옛 추억에 젖어 그랬겠지 뭐. 너무 흥분하지 마.” “추억은 무슨 개뿔 같은 추억이야! 그놈 새끼의 잠재의식 속에 똬리튼 적화 남침 야욕이 드러난 것일 뿐이야. 10여 년 동안 북괴군에서 의무복무하는 동안 적화 통일에 대해 세뇌되었을 테니 본심이 튀어나왔다고 봐야겠지.” 남침 야욕 “남한 사람들의 무의식 속에도 어릴 때 교육받은 대로 북진 통일의 야망이 숨어 있을 테니 피장파장이고 인지상정이지 뭐. 만약 내가 북한에 넘어가 평양역 앞에서 ‘무찌르자, 북한 괴뢰!’라고 술김에 노래 불렀다면 맞아 죽
김영권의 <대통령의 뒷모습>은 실화 기반의 시사 에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임 시절을 다뤘다. 서울 해방촌 무지개 하숙집에 사는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당시의 기억이 생생히 떠오른다. 작가는 무명작가·사이비 교주·모창가수·탈북민 등 우리 사회 낯선 일원의 입을 통해 과거 정권을 비판하고, 그 안에 현 정권의 모습까지 투영한다. “전쟁이 중지되어 휴전 상태로 고착된 이후 북조선 인민들은 혼을 불태워 민족의 원수들로부터 진정으로 해방된 자주적인 나라를 건설키 위해 매진했죠. 그 험난한 과정과 눈물겨운 결과에 대해 인민들은 엄청난 자부심을 갖고 있는 거예요. 남한 사람들은 인정하지 않겠지만….” 무차별 폭격 “남한에서도 이른바 한강의 기적을 이루어낸 세대들은 대단히 자랑스러워하잖아요. 북조선 인민 중에도 요즘은 한강의 기적을 많이들 부러워하지만, 아직도 사쿠라 사이비 기적이라 폄하하면서 대동강의 기적이야말로 진짜 기적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많아요. 그게 지도층의 세뇌에 의한 맹신인지 각성된 자기 신념인지 한 마디로 단정할 순 없지만….” 기록에 의하면, 미군의 화력은 북한으로 진군한 시기에 기염을 토하듯 작열했다. 1950년 가을 무렵부터 미
김영권의 <대통령의 뒷모습>은 실화 기반의 시사 에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임 시절을 다뤘다. 서울 해방촌 무지개 하숙집에 사는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당시의 기억이 생생히 떠오른다. 작가는 무명작가·사이비 교주·모창가수·탈북민 등 우리 사회 낯선 일원의 입을 통해 과거 정권을 비판하고, 그 안에 현 정권의 모습까지 투영한다. 난 안으로 들어서서 첫 계단에 발을 올려놓았다. 솔직히 조금은 무서웠다. 남의 물건을 도둑질하러 가는 건 아닐지언정 뭔지 염탐하려는 속셈은 있지 않은가. 호기심이 비록 죄는 아니라 하더라도, 만일 일반 주택 지역이라면 설령 문이 열렸다고 막 들어갈 수 있겠는가. 오라고 해도 아마 대개 사양하지 않을까 싶다. 그렇다면 무슨 호기심 때문에 굳이 불미스럽고 또 위험스러울 수도 있는 짓을…? 슬픈 고요 사실 나는 그 순간 허물어질 듯 낡은 그 건물이 풍겨내는 으스스한 분위기에 끌려들고 있었다. 과연 이곳엔 어떤 사람들이 사는 걸까? 인생의 종착지에 다다른 빈민들이 살 수도 있겠지만, 혹시 어떤 범죄를 저지른 자가 숨어 살고 있진 않을까? 이윽고 나는 한 계단 한 계단 조심스레 걸어 올랐다. 일종의 탐정 의식 또는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