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28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당내 경선 승리 직후 첫 공식 일정으로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전직 대통령 묘역을 참배했다.
정치적 갈등을 치유하고, 국민 에너지를 결집해 위기 국면을 돌파하겠다는 ‘이재명표’ 대선 전략이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이날 이 후보는 이승만·박정희·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을 고루 둘러본 뒤, 예고에 없던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전 국무총리) 묘역까지 참배했다. 박 명예회장은 자유민주연합 총재를 거쳐 김대중정부 시절인 2000년 국무총리를 지내는 등 정치 세력 간 통합을 보여준 인물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이 후보는 현충원서 갈등 완화와 통합 의지를 명확히 드러냈다. 방명록엔 ‘함께 사는 세상, 국민이 행복한 나라, 국민이 주인공인 대한민국, 국민과 함께 꼭 만들겠습니다’라고 적었다.
그는 당 지도부와 참배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경제·안보·안전 모든 문제에 있어 위기 상황이기 때문에 우리 국민의 힘을 최대한 하나로 모아야 한다”며 “소위 말하는 통합의 필요성 가치가 그 어느 때보다도 높은 시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급적이면 지나간 이야기, 이념이나 진영 이야기는 잠깐 곁으로 미뤄두면 어떨가 생각해 봤다”며 “모든 역사적 인물에겐 공과가 다 있고, 양 측면을 함께 보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고 언급했다.
박 명예회장 묘역을 찾은 데 대해선 “김민석 수석 최고위원이 ‘DJP 연합, 일종의 진보·보수 통합 정권의 일종의 옥동자다, 한번 찾아가보자’고 (제안)했고 (저도) 동의해서 일정에 없던 박 명예회장 묘소를 한번 둘러보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후보는 “망인들의 평판은 역사가와 시민사회에 맡겨도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정치는 현실이고, 민생을 개선하는 것이 우리 정치의 가장 큰 몫”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현충원 참배는 단순한 의례를 넘어 ‘진영을 넘어선 통합’과 ‘실용·경제 회복’을 동시에 강조한 행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 후보는 전날 당내 대선후보 수락연설서도 ‘통합’이라는 단어를 14차례나 쓸 만큼, 중도·보수 성향 유권자들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이 후보는 이날 오후 3시 경기도 이천 SK하이닉스 캠퍼스서 열리는 ‘AI 메모리 반도체 간담회’에 참석하는 등 경제 행보에도 나섰다.
그는 선대위 구성 과정서 중도·보수 확장에도 공을 들였다. 그 근거로 민주당은 이날 상임 선거대책위원장으로 ‘보수 책사’로 알려진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을 영입했다. 윤 전 장관은 과거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와 안철수 후보 등을 도우며 주로 중도·보수 진영의 선거 전략가로 활동했던 바 있다.
이 후보는 “윤 전 장관은 평소에도 조언을 많이 해주셔서 제가 조언을 많이 구해 왔다. 선대위를 전체적으로 맡아주십사 부탁드렸는데 다행히 받아주셨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외연을 넓히는 동시에 당내 통합을 도모하기 위해 경선 때 맞붙었던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와 출마를 저울질했던 김부겸 전 국무총리, 김두관 전 의원 등을 상임 선대위원장으로 기용하는 안도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후보는 이날 현충원 방문 후 최고위원회의에 대선후보 자격으로 참석해서도 “정치는 서로 경쟁도 해야겠지만, 같은 점·함께 지향할 공통점을 찾는 것도 매우 중요한 일”이라며 “민주당 후보기도 하지만 동시에 우리 온 국민의 후보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 후보는 지난 27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서 열린 민주당 마지막 대선 경선서 전국 누적 득표율 89.77%를 기록하며 대선후보로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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