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연재> 대통령의 뒷모습 (60)지도층 세뇌와 각성된 신념

  • 김영권 작가
  • 등록 2023.12.11 14:34:07
  • 호수 145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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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권의 <대통령의 뒷모습>은 실화 기반의 시사 에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임 시절을 다뤘다. 서울 해방촌 무지개 하숙집에 사는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당시의 기억이 생생히 떠오른다. 작가는 무명작가·사이비 교주·모창가수·탈북민 등 우리 사회 낯선 일원의 입을 통해 과거 정권을 비판하고, 그 안에 현 정권의 모습까지 투영한다.

“전쟁이 중지되어 휴전 상태로 고착된 이후 북조선 인민들은 혼을 불태워 민족의 원수들로부터 진정으로 해방된 자주적인 나라를 건설키 위해 매진했죠. 그 험난한 과정과 눈물겨운 결과에 대해 인민들은 엄청난 자부심을 갖고 있는 거예요. 남한 사람들은 인정하지 않겠지만….”

무차별 폭격

“남한에서도 이른바 한강의 기적을 이루어낸 세대들은 대단히 자랑스러워하잖아요. 북조선 인민 중에도 요즘은 한강의 기적을 많이들 부러워하지만, 아직도 사쿠라 사이비 기적이라 폄하하면서 대동강의 기적이야말로 진짜 기적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많아요. 그게 지도층의 세뇌에 의한 맹신인지 각성된 자기 신념인지 한 마디로 단정할 순 없지만….”

기록에 의하면, 미군의 화력은 북한으로 진군한 시기에 기염을 토하듯 작열했다. 1950년 가을 무렵부터 미군 전투기는 푸른 하늘을 종횡무진 날며 무차별 융단폭격을 퍼부었다.

평양, 은률, 송화, 사리원, 남포, 안악, 원산, 해주 등 북한의 전 지역이 초토화됐다.


산업시설과 집이 대부분 파괴당하고 순수 양민만 1백만 명쯤 목숨을 잃거나 중상을 입었다.

특히 황해도 신천에서 자행된 양민 학살사건은 전 세계인의 주목과 지탄을 받았다.

미군은 그곳을 점령한 후,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마구 학살하고 어린 소녀들까지 성폭행해 국제사회로부터 ‘아름다운 베일을 쓴 악마’라는 욕을 들었다.

1950년 10월 중순부터 12월 초순까지 약 50일 동안 그곳을 장악한 미군은 당시 신천군 전체 인구 15만여명 중 3분의 1에 가까운 4만여명을 살해하고 부녀자들을 마구잡이로 강간했다.

특히나 원암리 화약창고에 모두 5백여명의 어머니와 어린이들을 가둬둔 채 불로 태워 죽인 끔찍한 사건은 북한 사람뿐만 아니라 세계인의 머릿속에 자유와 평화를 외쳐대는 미국의 악마성을 각인시켜 주었다.

북한에서 민간인들의 피해가 막심했던 건 미군의 무차별 폭격 때문이었다. 북한 전역에 투하된 포탄의 수는 1평방킬로미터당 30여개였다.

뭇 생명이 살아 숨쉬는 땅에 미군은 마치 남아도는 재래식 무기를 바겐세일하듯 마구 퍼부어대 폐허로 만들어 버렸다.


“아, 왜 그래야만 했을까? 천공에서 내려다보면 작은 지구라지만…… 미국과 조선 땅은 아득한 딴 세상인데 어느 전생에 무슨 악연이 있길래 서로 이런 추악한 꼴을…… 아! 제발, 제발 그만둬…… 혹시…… 빨갱이를 때려잡는다는 위대한 터미네이터의 사명감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그것보다는 한국 사람 자체를 모기나 벼룩처럼 취급한 게 아닐까 몰라…….”

윤 여사가 중얼거렸다. 무슨 슬픈 꿈을 꾸는지 눈시울에 눈물 한 방울이 돋아 반짝이다가 뺨을 굴러 내렸다. 진정시키듯 내가 말했다.

“민중들의 힘은 남북이 똑같다고 할 수 있겠군요. 서로 비방하기보다 인정하고 축복하면 얼마나 좋을까요. 아, 이런 시기에 진정 위대한 지도자가 나온다면 통일뿐 아니라 한민족의 웅비를 볼 수 있을 텐데 말예요.”

“글쎄요.”

“얘기 들으니 윤 여사님은 대학을 다니셨다던데… 김일성 대학에 관해 좀 들려 주세요.”

미국 악마성 나타난 원암리 화약창고 사건
여성·어린 아이 수백명 가두고 태워 죽여

“특별한 곳이죠. 서울대처럼 공부만 잘한다고 들어가는 데가 아니고 핏줄이 좋아야 해요. 졸업하면 북조선의 최고급 인간으로 대우받지만, 서울대생보다 더 자부심과 아집은 심한 편이죠.”

“수업 내용은 좋은가요?”

“서울대처럼 자기들이 최고 수준이라 생각하죠. 하지만 세계의 대학과 비교하면 문제가 많을 걸요. 우물 속 개구리예요. 김일성 주체사상에 대한 내용이 수업의 30% 이상을 차지한대요. 이건 물론 북조선의 모든 학교 교과과정에 해당되는 사항이지만요.”

“서울대도 타산지석 삼아 반성을 많이 해야 돼.”

피에로 씨가 불쑥 한마디 했다. 윤 여사의 대꾸가 없자 그는 말을 이었다.

“흠, 두 쪽 다 정말이지 문제야. 한쪽에서는 주체사상으로 유아 때부터 세뇌하고 대학에 가서도 그걸 계속 골 빠지도록 공부하지 않으면 안 된다구? 도대체 어디에 필요하단 말인가! 오히려 두뇌에 해악을 끼치는 쓰잘데 없는 짓이 아닌지 묻고 싶군. 그럼 남반부의 현실은 과연 어떠한가?”


“유치원 때부터 영어 교육을 시작해 대학 졸업 후까지 싱싱한 뇌를 혹사하고 있는 상황은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영어를 쏼라쏼라 제대로 구사해 한미회담에서 이익을 잘 챙기는 것도 아니고, 주체사상으로 국제 무대에서 노벨상을 받는 것도 아니구 말야. 둘 다 한심해! 영어든 주체사상이든 필요한 사람만 열심히 공부하게 하고 다른 사람은 자유롭게 해방시켜라!”

흥분하여 침을 튀기는 피에로 씨를 진정시키며 내가 말했다.

“그럼요. 반성해야죠. 우상화 교육을 없애고 비효율적인 영어 교육을 개선해 참다운 인간 생활 교육으로 전환해야겠지요. 하지만 워낙 고질병이라 통일되기 전엔 고쳐질지 어떨지….”

“흥….”

나는 윤 여사를 향했다.

“수기 파일에서 탈북 후 한국 사회에 정착하기까지의 얘기는 많이 봤는데… 구체적으로 좀 들려 주셨으면 좋겠어요. 아무래도 소설 작업하는 데 유리하거든요.”


“아, 그래요? 그럼 잠깐 기다리세요.”

그녀는 일어나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정황을 보니 아마 자기 대신 다른 사람을 보내려는 모양이었다.

이왕이면 눈이 별빛처럼 반짝이던 그 아가씨가 오길 내심 바랐으나 좀 나이 들어 보이는 아주머니가 다가와 앉았다.

“뭬든 물어 보시라요. 성심껏 대답할 테니까네.”

“탈북 후에 남쪽으로 직접 내려오는 경우는 거의 없죠?”

“그러문요. 대부분 제3국을 통해 들어오는데 중국 쪽 루트를 가장 많이 이용합네다레.”

“입국 후엔 어떻게 되나요?”

“국정원 등등 공안 관계 기관에서 두세 달 동안 철저히 조사를 받수다레.”

“힘들겠군요?”

“비교적 잘 대해 줍네다. 본인이 솔직한 만큼 대우받는 편이랄까? 북조선 보위부 같은 데하군 천지차이지라우.”

“혹시 간첩 취급은 받지 않으셨어요?”

“호홋, 남북이 동족이면서두 적이라는 비극적인 관계상 그런 색안경으로 바라보지라우. 슬피기도 합네다. 신상명세와 인생살이에 대해 시시콜콜 몇 번씩이나 반복해서 털어놓다가 보먼, 문득 나라는 사람 자체가 하얗게 바래어 버리는 느낌이 들기도 하더라우.”

“그 다음엔 하나원으로 들어가나요?”

“잘 아수다레. 거기서 6개월 정도 교육을 받으면스리 대한민국에서 살아갈 준비를 갖추는 거야요.”

“구체적으로 어떤 교육을 받죠?”

“뭐 심리 치료 시간, 진로 지도 시간, 한국 사회에 대한 교육 등이 있쥬.”

비효율적 교육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왜 없겠슴둥. 많습메. 우선 한국 사람이 동포가 아니라 뭰 외국인이나 외계인마냥 느껴진다는 사실입네다. 왜 웃음둥? 그리 징그럽게스리 웃지 말라우요. 저 아저씬 언뜻 보면 꼭 영화에 나오는 외계인 같수다레. 좀 진실하게 살아보시라요.”

탈북민 아주머니가 피에로 씨를 향해 말했다.

“남쪽이든 북쪽이든 세상은 연극 무대가 아닐까요?”

피에로씨가 대꾸했다.
 

<다음호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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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