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연재> 대통령의 뒷모습 (60)지도층 세뇌와 각성된 신념

  • 김영권 작가
  • 등록 2023.12.11 14:34:07
  • 호수 145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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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권의 <대통령의 뒷모습>은 실화 기반의 시사 에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임 시절을 다뤘다. 서울 해방촌 무지개 하숙집에 사는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당시의 기억이 생생히 떠오른다. 작가는 무명작가·사이비 교주·모창가수·탈북민 등 우리 사회 낯선 일원의 입을 통해 과거 정권을 비판하고, 그 안에 현 정권의 모습까지 투영한다.

“전쟁이 중지되어 휴전 상태로 고착된 이후 북조선 인민들은 혼을 불태워 민족의 원수들로부터 진정으로 해방된 자주적인 나라를 건설키 위해 매진했죠. 그 험난한 과정과 눈물겨운 결과에 대해 인민들은 엄청난 자부심을 갖고 있는 거예요. 남한 사람들은 인정하지 않겠지만….”

무차별 폭격

“남한에서도 이른바 한강의 기적을 이루어낸 세대들은 대단히 자랑스러워하잖아요. 북조선 인민 중에도 요즘은 한강의 기적을 많이들 부러워하지만, 아직도 사쿠라 사이비 기적이라 폄하하면서 대동강의 기적이야말로 진짜 기적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많아요. 그게 지도층의 세뇌에 의한 맹신인지 각성된 자기 신념인지 한 마디로 단정할 순 없지만….”

기록에 의하면, 미군의 화력은 북한으로 진군한 시기에 기염을 토하듯 작열했다. 1950년 가을 무렵부터 미군 전투기는 푸른 하늘을 종횡무진 날며 무차별 융단폭격을 퍼부었다.

평양, 은률, 송화, 사리원, 남포, 안악, 원산, 해주 등 북한의 전 지역이 초토화됐다.


산업시설과 집이 대부분 파괴당하고 순수 양민만 1백만 명쯤 목숨을 잃거나 중상을 입었다.

특히 황해도 신천에서 자행된 양민 학살사건은 전 세계인의 주목과 지탄을 받았다.

미군은 그곳을 점령한 후,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마구 학살하고 어린 소녀들까지 성폭행해 국제사회로부터 ‘아름다운 베일을 쓴 악마’라는 욕을 들었다.

1950년 10월 중순부터 12월 초순까지 약 50일 동안 그곳을 장악한 미군은 당시 신천군 전체 인구 15만여명 중 3분의 1에 가까운 4만여명을 살해하고 부녀자들을 마구잡이로 강간했다.

특히나 원암리 화약창고에 모두 5백여명의 어머니와 어린이들을 가둬둔 채 불로 태워 죽인 끔찍한 사건은 북한 사람뿐만 아니라 세계인의 머릿속에 자유와 평화를 외쳐대는 미국의 악마성을 각인시켜 주었다.

북한에서 민간인들의 피해가 막심했던 건 미군의 무차별 폭격 때문이었다. 북한 전역에 투하된 포탄의 수는 1평방킬로미터당 30여개였다.

뭇 생명이 살아 숨쉬는 땅에 미군은 마치 남아도는 재래식 무기를 바겐세일하듯 마구 퍼부어대 폐허로 만들어 버렸다.


“아, 왜 그래야만 했을까? 천공에서 내려다보면 작은 지구라지만…… 미국과 조선 땅은 아득한 딴 세상인데 어느 전생에 무슨 악연이 있길래 서로 이런 추악한 꼴을…… 아! 제발, 제발 그만둬…… 혹시…… 빨갱이를 때려잡는다는 위대한 터미네이터의 사명감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그것보다는 한국 사람 자체를 모기나 벼룩처럼 취급한 게 아닐까 몰라…….”

윤 여사가 중얼거렸다. 무슨 슬픈 꿈을 꾸는지 눈시울에 눈물 한 방울이 돋아 반짝이다가 뺨을 굴러 내렸다. 진정시키듯 내가 말했다.

“민중들의 힘은 남북이 똑같다고 할 수 있겠군요. 서로 비방하기보다 인정하고 축복하면 얼마나 좋을까요. 아, 이런 시기에 진정 위대한 지도자가 나온다면 통일뿐 아니라 한민족의 웅비를 볼 수 있을 텐데 말예요.”

“글쎄요.”

“얘기 들으니 윤 여사님은 대학을 다니셨다던데… 김일성 대학에 관해 좀 들려 주세요.”

미국 악마성 나타난 원암리 화약창고 사건
여성·어린 아이 수백명 가두고 태워 죽여

“특별한 곳이죠. 서울대처럼 공부만 잘한다고 들어가는 데가 아니고 핏줄이 좋아야 해요. 졸업하면 북조선의 최고급 인간으로 대우받지만, 서울대생보다 더 자부심과 아집은 심한 편이죠.”

“수업 내용은 좋은가요?”

“서울대처럼 자기들이 최고 수준이라 생각하죠. 하지만 세계의 대학과 비교하면 문제가 많을 걸요. 우물 속 개구리예요. 김일성 주체사상에 대한 내용이 수업의 30% 이상을 차지한대요. 이건 물론 북조선의 모든 학교 교과과정에 해당되는 사항이지만요.”

“서울대도 타산지석 삼아 반성을 많이 해야 돼.”

피에로 씨가 불쑥 한마디 했다. 윤 여사의 대꾸가 없자 그는 말을 이었다.

“흠, 두 쪽 다 정말이지 문제야. 한쪽에서는 주체사상으로 유아 때부터 세뇌하고 대학에 가서도 그걸 계속 골 빠지도록 공부하지 않으면 안 된다구? 도대체 어디에 필요하단 말인가! 오히려 두뇌에 해악을 끼치는 쓰잘데 없는 짓이 아닌지 묻고 싶군. 그럼 남반부의 현실은 과연 어떠한가?”


“유치원 때부터 영어 교육을 시작해 대학 졸업 후까지 싱싱한 뇌를 혹사하고 있는 상황은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영어를 쏼라쏼라 제대로 구사해 한미회담에서 이익을 잘 챙기는 것도 아니고, 주체사상으로 국제 무대에서 노벨상을 받는 것도 아니구 말야. 둘 다 한심해! 영어든 주체사상이든 필요한 사람만 열심히 공부하게 하고 다른 사람은 자유롭게 해방시켜라!”

흥분하여 침을 튀기는 피에로 씨를 진정시키며 내가 말했다.

“그럼요. 반성해야죠. 우상화 교육을 없애고 비효율적인 영어 교육을 개선해 참다운 인간 생활 교육으로 전환해야겠지요. 하지만 워낙 고질병이라 통일되기 전엔 고쳐질지 어떨지….”

“흥….”

나는 윤 여사를 향했다.

“수기 파일에서 탈북 후 한국 사회에 정착하기까지의 얘기는 많이 봤는데… 구체적으로 좀 들려 주셨으면 좋겠어요. 아무래도 소설 작업하는 데 유리하거든요.”


“아, 그래요? 그럼 잠깐 기다리세요.”

그녀는 일어나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정황을 보니 아마 자기 대신 다른 사람을 보내려는 모양이었다.

이왕이면 눈이 별빛처럼 반짝이던 그 아가씨가 오길 내심 바랐으나 좀 나이 들어 보이는 아주머니가 다가와 앉았다.

“뭬든 물어 보시라요. 성심껏 대답할 테니까네.”

“탈북 후에 남쪽으로 직접 내려오는 경우는 거의 없죠?”

“그러문요. 대부분 제3국을 통해 들어오는데 중국 쪽 루트를 가장 많이 이용합네다레.”

“입국 후엔 어떻게 되나요?”

“국정원 등등 공안 관계 기관에서 두세 달 동안 철저히 조사를 받수다레.”

“힘들겠군요?”

“비교적 잘 대해 줍네다. 본인이 솔직한 만큼 대우받는 편이랄까? 북조선 보위부 같은 데하군 천지차이지라우.”

“혹시 간첩 취급은 받지 않으셨어요?”

“호홋, 남북이 동족이면서두 적이라는 비극적인 관계상 그런 색안경으로 바라보지라우. 슬피기도 합네다. 신상명세와 인생살이에 대해 시시콜콜 몇 번씩이나 반복해서 털어놓다가 보먼, 문득 나라는 사람 자체가 하얗게 바래어 버리는 느낌이 들기도 하더라우.”

“그 다음엔 하나원으로 들어가나요?”

“잘 아수다레. 거기서 6개월 정도 교육을 받으면스리 대한민국에서 살아갈 준비를 갖추는 거야요.”

“구체적으로 어떤 교육을 받죠?”

“뭐 심리 치료 시간, 진로 지도 시간, 한국 사회에 대한 교육 등이 있쥬.”

비효율적 교육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왜 없겠슴둥. 많습메. 우선 한국 사람이 동포가 아니라 뭰 외국인이나 외계인마냥 느껴진다는 사실입네다. 왜 웃음둥? 그리 징그럽게스리 웃지 말라우요. 저 아저씬 언뜻 보면 꼭 영화에 나오는 외계인 같수다레. 좀 진실하게 살아보시라요.”

탈북민 아주머니가 피에로 씨를 향해 말했다.

“남쪽이든 북쪽이든 세상은 연극 무대가 아닐까요?”

피에로씨가 대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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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신학원 이사의 수상한 영전

[단독] 한신학원 이사의 수상한 영전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한신학원 이사였던 A씨가 한신대학교 총장과 이사장을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했다가 취하했다. 공교롭게도 고소를 취하하기 직전에 열린 이사회에서 그는 교육인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동안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고소가 이뤄진 배경은 지난 5월22일 열린 한신대학교 이사회에서 비롯됐다. 이날 회의에는 총장을 비롯해 이사 17명이 참석했다. 당시 학교법인 한신학원의 감사가 “그동안 한신대에서 사내 공사를 한 금액이 70억원이 넘는데 모두 입찰을 피하기 위한 쪼개기 공사로, 수의계약으로 공사를 했다”고 보고하면서다. 학원 감사 내부 폭로 당시 감사의 충격적인 발언으로, 한신학원 이사 A씨는 고민 끝에 업무상 배임 및 횡령으로 한신대 총장과 이사장을 상대로 고소를 진행했다. A씨가 지적하는 부분은 세 가지다. 첫 번째로 한신학원 재산인 거제도 땅과 관련한 배임을 주장했다. 고소장에 따르면 한신학원은 거제시에 임야 약 55만평을 보유하고 있었고, 도로가 연결되지 않은 ‘맹지’로 분류된 해당 부지에 대해 논의 중이었다. 그 곳은 수익용 기본재산임에도 장기간 활용이 어려운 상태였다. 한신학원 측은 이 토지를 단순 보유할 경우 관리비만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가치 상승도 제한적이라고 판단해 활용 방안을 모색 중이었다. 당시 M 건설은 2016년부터 경남 거제시 아주동 일원에서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사업’을 추진하고 있었다. 그런데 사업 대상 부지 중 일부가 학교법인 한신학원 소유의 임야로 포함돼있었고, 한신학원 역시 해당 지역 임야를 공동개발 방식으로 참여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M 건설은 경상남도로부터 지구 지정에 대한 조건부 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사업 추진 과정에서 한신학원 이사들은 당시 이사장이 학원 소유 토지를 공공임대주택 개발에 제공하는 대가로 20억원을 받기로 했다는 사실을 용역업체 대표의 제보를 통해 알게 됐다. 이사회는 즉시 M 건설 측에 협상단을 파견해 토지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요구했지만, 협상은 결렬됐다. 이 사실을 뒤늦게 파악한 한신학원의 상급기관인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이하 기장총회)는 사업 자체를 중단시켰다. 이로 인해 M 건설은 한신학원 측의 토지 사용 승낙을 얻지 못하게 됐고, 결국 조건부 지구 지정이 취소될 위기에 놓이면서 개발사업은 사실상 좌초됐다. 이후, 한신학원 법인 산하 ‘한신영림운영위원회’는 열린 회의에서 해당 부지를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사업에 참여하는 형태로 개발하는 방안을 보고했다. 이 회의에는 삼부토건 관계자라고 주장하는 B씨와 C씨가 직접 참석해 사업 구조와 예상 수익, 한신학원의 참여 방식 등을 설명했다. 이들은 명함까지 주며 자신들을 “삼부토건 고문”과 “부사장”이라고 소개하며 접근했다. 한신대 상대로 업무상 배임·횡령 혐의 고소 불법 매각·쪼개기 공사·교비 횡령 의혹 제기 두 사람이 제안한 내용은 “삼부토건이 M 건설로부터 사업권을 인수해 시행하며, 한신학원은 부동산투자회사(REITs)에 현물출자하고 주식 지분을 배당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한다”는 계획이었다. 이때 M 건설에도 B씨와 C씨가 접근했다. 이들은 “한신학원과 협의를 주선해 사업을 재개시키겠다”고 제안했다. M 건설은 이 제안을 믿고 2023년 8월 ‘사업시행대행 용역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조건은 B씨 측이 같은 해 9월20일까지 한신학원으로부터 토지 사용 승낙서를 받아오면 용역비를 지급한다는 내용이었다. M 건설은 계약금 명목으로 1억원을 지급했다. 같은 해 이사회는 한신영림운영위원회의 보고를 바탕으로 관련 헌의안을 기장총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한신학원은 기장총회가 한신대 운영을 위해 설립한 법인으로, 모든 사업은 기장총회의 허가가 필요하다. 보고서에는 구체적인 사업 예측치도 포함됐다. “지구 단위 승인을 거쳐 2종 일반주거지역으로 변경될 경우 평당 100만~150만원의 감정가가 예상되며, 현물출자 후 10년 임대 기간이 끝나 분양 전환 시 내부수익률(IRR)은 약 6.77% 이상”이라는 계산이었다. 하지만 기장총회는 “한신학원 소유 토지는 공공개발 참여 대신 현금 매매로 전환한다”는 결의를 내렸다. 한편, 약속된 기한이 지나도 M 건설에 토지 사용 승낙서는 발급되지 않았다. M 건설이 계약 해지를 통보하자 B씨 측은 “승낙서가 곧 발급된다”며 시간을 연장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승낙서는 끝내 발급되지 않았다. M 건설은 곧바로 계약을 해지하고, 실제 B씨가 대표로 있는 S사를 상대로 계약금 1억원 반환소송을 제기했다. 이 시기 한신학원은 삼부토건에 이들의 신원을 확인했다. 삼부토건은 “B씨와 C씨는 우리 회사와 아무 관계가 없다”고 답변했다. 즉, 자신들을 삼부토건 관계자라고 밝힌 B씨와 C씨가 실제로는 삼부토건 관계자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삼부토건 본사는 “이들과 별도의 위임이나 계약관계를 맺은 사실이 없다”고 확인했다. 대형 건설사인 삼부토건의 이름을 내세워 사업을 추진하려 한 것이다. 실체 없는 부동산 리츠 이후 B씨는 자신의 배우자 명의의 P사로 이름을 바꿔 사업을 계속 추진했다. B씨 일행의 만행을 알게 된 M 건설은 지난해 3월, 한신학원에 ‘토지 매수의향서’를 보내 “거제 아주동 임야를 평당 50만원에 매수할 의사가 있다”고 전달했다. M 건설은 인근 토지를 이미 평당 44만원에 매입했다고 밝히며, 한신학원 토지는 “13% 이상 높은 가격으로 정당하게 매입하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B씨는 신뢰할 수 없는 인물”이라고 경고했다. 그럼에도 한신학원은 같은 해 5월30일, B씨의 부인이 대표로 있는 P사와 ‘부동산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A씨는 “총장과 이사장이 이 제안을 알고도 이사회나 총회에 보고하지 않았다”면서 “M 건설의 제안이 있었음에도 총장과 이사장이 P사와 불공정한 계약을 맺었다”고 주장했다. 문제로 지적한 점은 계약 내용이었다. 부동산 매매계약서에 따르면 계약금 총액은 10억5000만원으로 명시됐지만, 실제 한신학원이 받은 금액은 1억원뿐이었다. 잔금 9억5000만원은 “4년 이내 부동산투자회사(REITs)와의 매매계약 재체결 시 지급한다”는 조건이 붙어 있었고, 심지어 한신학원은 받은 계약금 1억원을 매수인에게 반환하기로 명시돼있었다. 또 특약 사항에는 ‘매도인은 계약 체결 시 토지 사용 승낙서를 발급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즉, 계약금 실수령액이 전체의 100분의 1에 불과한 상황에서 매수인이 토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한 셈이었다. 고소인은 이를 “매매계약을 가장한 사실상 사용 허가서”라고 주장했다. 한신학원 정관 시행세칙 제18조에는 “기본재산의 매도·증여·교환 또는 용도 변경 시에는 재적 이사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이사회 의결을 거쳐 관할 관청 허가를 득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그러나 고소인은 “삼부토건으로 의결된 사업을 P사로 변경하면서 이사회가 새로이 의결을 거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교육부 토지 처분 신고도 문제점으로 꼬집었다. 한신학원은 지난해 1월 교육부에 ‘수익용기본재산 처분 신고서’를 제출하면서 “감정가 이상(16억7000만원 이상)에 토지를 처분하고 대체 부동산을 구입하겠다”고 보고했다. 이후, 교육부는 이 신고를 ‘처분 허가’로 정정해 승인했으며 “1년 내 매각 완료, 대금 완납 전 소유권 이전 불가”를 조건으로 달았다. 그러나 P사와의 계약서에는 잔금 지급 시점이 명확히 적시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고소인은 “교육부에는 단기 매각으로 보고하고 실제로는 장기 임대 형태로 계약했다”며 기망 가능성을 제기했다. 계약서상 ‘잔금 수령일’이 없고, 2차 계약금도 부동산투자회사와의 별도 계약 체결 이후로 미뤄져 있다. 쪼개기 공사? 교비도 횡령? 가장 큰 문제점은 잔금을 받기로 한 부동산투자회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해당 회사는 현재 설립 예정으로 실체가 없는 곳이다. 게다가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토지 사용 허락서는 교육부의 허락을 받아야만 사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 토지 사용 허락서가 교육부에 신고되지 않은 채 발급됐다는게 A씨의 주장이다. 실제 교육부는 민원 답변을 통해" 해당 토지의 사용 승낙 신청을 접수하거나 허가한 내역이 없으며, 우리부 허가가 없는 토지 사용 승낙은 효력이 없다"고 못 박았다. 두 번째로, 한신대가 진행한 각종 시설공사와 관련해 수의계약 체결 과정의 절차 위반이 있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A씨는 “학교법인 및 산하 대학이 사립학교법과 학내 재정세칙에 따라 공개경쟁입찰을 원칙으로 해야 하는 공사계약을 다수 수의계약 형태로 처리했다”고 주장했다. 한신학원 정관과 세칙에는 ‘2000만원 이상의 공사는 공고를 해서 경쟁에 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2인 이상의 견적서와 시방서, 설계서를 징수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그러나 한신대학교는 2022년부터 2024년 사이 약 40억원 규모의 공사 57건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절차를 대부분 생략했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법인 내부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도 교내 공사 57건이 40억원에 진행됐다. 동일 공사인데도 나눠서 계약을 하고, 2억원까지 수의계약이 가능하다는 명목으로 쪼개기 공사와 공사 지정 업체의 중복이 발견되는 등 부실 흔적이 많다. 앞으로 전자입찰이 되도록 공사 입찰 규정을 반드시 만들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A씨는 “공개경쟁입찰 방식으로 진행했다면 계약단가가 낮아져 수억원의 예산을 절감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규정을 어긴 업무처리로 한신학원 및 한신대에 수억원의 재산상 손해를 입혔다”며 이를 업무상 배임 행위라고 주장했다. 세 번째로 한신대학교 교비 회계 자금이 학교 운영과 직접 관련 없는 법률 비용으로 사용됐다는 점도 지적했다. A씨는 “교비 회계는 학교 운영과 교육에 필요한 경비로만 사용할 수 있다고 명시돼있음에도, 교비 자금이 법적 분쟁 비용으로 전용됐다”고 강조했다. 문제가 된 것은 노무사 선임비용 약 6800만원이다. 고소장에 따르면, 한신대 총장은 2023년 고용노동부에 진정이 제기된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노무사 및 법률대리인 선임 비용을 교비 회계에서 지출했다. 해당 진정은 한신대 내부 인사·노무 관련 사안으로, 교직원 고용 문제 및 근로계약 분쟁에 대한 것이었다. 이사회 후 돌연 취하, 왜? 학원 교육인사위원장 임명 A씨는 이를 업무상 횡령에 해당하는 행위로 판단했다.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교비는 학생 교육에 직접 필요한 용도로만 집행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따라서 법인 소송이나 노무 분쟁처럼 학교 운영 전반과 직접 관련이 없는 항목은 교비에서 부담하면 안 된다는 것이 고소인 측의 입장이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비용 지출의 성격이다. 즉 ‘노무사 선임이 학교 교육활동에 직접 관련된 행위인가’가 판단 기준이 된다. 실제로 올해 대법원은 노무법인 자문 비용을 교비회계 자금으로 집행한 행위를 업무상 횡령으로 판단하는 판결을 내렸다. 제주의 한 대학교 총장 A씨는 소속 교수가 자신을 상대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하자, 이에 대응하기 위해 변호사를 선임하고 그 비용 330만원을 포함해 총 1880만원의 변호사 비용을 교비 회계에서 지출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1심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며 “교수 및 노조 등과 관련한 분쟁 대응을 위한 변호사 비용은 학교의 교육활동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며 업무상횡령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했다. 현재 해당 고소 건은 취하된 상태다. 지난달 <일요시사>가 이 사건을 취재하던 과정에서 한신대 비서실을 통해 A씨가 고소를 취하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후 제보자 역시 “해당 이사가 면직 압박을 받고 고소를 취하했으며, 그 직후 인사위원장 보직을 받았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기자가 한신학원 관계자에게 확인한 결과 지난달 10일 인사위원장으로 임명됐고, 같은 달 11일부터 공식 업무가 시작됐다. 추가로 확보한 녹취에서 A씨는 고소를 취하한 이유에 대해 “이사회에서 강제로 면직시키겠다고 해서 어쩔 수 없었다”고 언급했다. 한신학원 인사위원회는 내부 교직원의 인사와 징계 등을 담당하는 핵심 기구로, 교육인사위원장은 실질적인 권한이 큰 자리로 알려져 있다. 통상 이사장은 교육인사위원장 출신 가운데에서 선출되는 경우가 많아, 해당 보직이 사실상 이사장 자리로 가는 주요 루트인 셈이다. 대가성 보직? 이사장 루트 한편, 한신대는 해당 고소 건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한신대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토지 매각 문제의 경우 한신학원의 문제고 한신대와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수의계약 문제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2억원 미만이면 가능하다”고 밝혔고, 교비 횡령 의혹은 “사건 조사 관련된 비용으로 지출된 부분이라 문제는 없다”고 설명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