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연재> 대통령의 뒷모습 (69)지속된 세뇌…끝나지 않은 골육상쟁

  • 김영권 작가
  • 등록 2024.02.12 07:00:00
  • 호수 146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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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권의 <대통령의 뒷모습>은 실화 기반의 시사 에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임 시절을 다뤘다. 서울 해방촌 무지개 하숙집에 사는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당시의 기억이 생생히 떠오른다. 작가는 무명작가·사이비 교주·모창가수·탈북민 등 우리 사회 낯선 일원의 입을 통해 과거 정권을 비판하고, 그 안에 현 정권의 모습까지 투영한다.

사내는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며 투덜거렸다.

“대한민국 수도 서울 한복판에서 그런 미친개 짖어대는 소릴 듣자니 어처구니가 없더군. 줘팰 수도 없는 노릇이고 환장하겠더라니깐! 나 원 같잖아서….”

“제딴엔 한잔 걸친 기분에 옛 추억에 젖어 그랬겠지 뭐. 너무 흥분하지 마.”

“추억은 무슨 개뿔 같은 추억이야! 그놈 새끼의 잠재의식 속에 똬리튼 적화 남침 야욕이 드러난 것일 뿐이야. 10여 년 동안 북괴군에서 의무복무하는 동안 적화 통일에 대해 세뇌되었을 테니 본심이 튀어나왔다고 봐야겠지.”

남침 야욕


“남한 사람들의 무의식 속에도 어릴 때 교육받은 대로 북진 통일의 야망이 숨어 있을 테니 피장파장이고 인지상정이지 뭐. 만약 내가 북한에 넘어가 평양역 앞에서 ‘무찌르자, 북한 괴뢰!’라고 술김에 노래 불렀다면 맞아 죽어야 할까?”

“글쎄…!”

“누가 잘났네 못났네 티격태격 싸우며 서로 욕해 봤자 어차피 제 잘난 얼굴에 침뱉기야. 남들이 보면 멍청이라고 비웃는다구.”

“흐흐, 골육상쟁의 비극을 멈추지 못하는 정신지체자들.”

“자, 이제 본론으로 돌아가 보자구. 북핵 문제의 본질은 과연 무엇인가? 얼마 전에 이런 주제로 국제 심포지엄이 열렸어. 중요한 얘기가 많이 나왔는데 특히 미국 학자의 발표 내용이 주의를 끌더군. 그에 따르면, 미국의 대북 정책은 비이성적이라서 계속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거야. 왜냐? 완전한 비핵화는 사실상 불가능한 비현실적인 꿈이라는 얘기야. 즉, 현대식 핵무기는 작아서 어디든 숨길 수 있고, 한번 개발한 기술은 다음에 언제든 재사용할 수 있으니만큼, 이른바 검증 가능하고 불가역적인 비핵화란 허구에 가까운 요구 사항이란 말이지.”

“그럼 어떡해? 그 사람 혹시 좌파 아니야?”

“좌파도 우파도 아닌 중도파로 분류되는 학자라던걸. 실용주의자라고나 할까. 어쨌든 그런 상황이니만큼 현실을 인정하고, 극단적으로 제재하기보다 유연하고 실리적인 방법으로 국제 사회 광장에 끌어내어 밝게 성장시켜 주는 게 훨씬 이롭다는 전망이지.”


“지금도 그러려고 하잖아?”

“이 지점이 중요해. 미국이 과연 정말 진심으로 북한과 협상해서 평화의 마당으로 끌어낼 뜻이 있는가, 혹은 겉으론 그런 척하면서 실상은 계속 더 어두운 악마굴 속의 불량 국가(라기보다 사이비 집단) 꼴로 추락시키려 기획하고 있지 않은가?”

“별소릴…. 미국이 왜 그러겠어?”

“흠, 그래야만 한반도를 계속 분단시켜 놓은 채 자기네 입맛대로 요리할 수 있거든. 긴장 상황을 조성해 계속 쭉 무기도 팔아먹어야 하구 말야. 특히 북한 당국은 미국이 남북한 통일을 방해하기 위한 속셈으로 여깃장을 놓는다고 생각하고 있으니 협상이 진전되긴커녕 쳇바퀴나 돌다가 숫제 뒷걸음치기도 하는 거지.”

“그렇다구 북한의 요구를 다 들어 줄 순 없잖아?”

불가역적 비핵화 허구 사실상 자기 최면 
인구 주는 중국, 공산 아닌 신제국주의

“그렇긴 해. 북한은 적화통일이 아니라 자위 방책으로 핵을 개발한다고 강변하지만, 남한 사람들은 믿지 못하니까 말야. 미국으로서도 언젠가 한반도가 통일된 후 핵무기를 보유한 강대국이 되는 걸 결코 원치 않을 테고….”

“아무튼 핵 자체는 관리해야 되니깐.”

“자기네는 가져도 좋고 남은 나쁘다고 하니 그것도 웃기는 광대 짓이야. 옳지 않은 것이라면 스스로 폐기하라! 하하, 하늘의 목소리를 들어야지. 핵보다 더 나쁜 자연환경 오염을 가장 많이 저지르고도 모르쇠 하는 것들…. 난 이따금 이런 공상을 할 때가 있어.”

“뭔데?”

“내가 만일 신이라면… 이런 시도를 한번 해보겠어. 우선 중국의 인구를 반으로 줄인다. 인간수가 워낙 많다 보니 예나 지금이나 인명을 경시해서 인해전술을 쓰거나 무리한 짓을 막 저지르잖아. 벌건 대낮에 사람이 차바퀴 밑에 깔려 비명을 내질러도 한번 슬쩍 보곤 그냥 지나가더군. 유튜브에서 봤는데 개중엔 키득키득 웃어대는 자도 있었어. 너무 포화상태이다 보니 그들 자신도 인간이 지겨운 건지….”

“인간 공해라고나 할까, 그럼 어떤 방법으로 감축하느냐? 일단 시범 케이스로 모든 핵무기와 핵발전소가 위치한 지역을 완전히 자연화시켜 버리는 거야. 그리고 미세먼지 등등 공해를 일으키는 중화학 공장지대 역시 싸그리 자연화한다. 기존 무기류와 신무기 생산 기지도…. 자연화가 뭐냐구? 내가 어떤 지역을 골라 손가락질하는 순간 모든 시설이 단 1초만에 감쪽같이 사라지고 그곳엔 파란 잔디와 나무가 울창해지는 거야” 


“그 다음엔 사람 장기를 밀매하거나 불량식품을 제조해서 떼돈을 모은 범죄집단과 나쁜 부자들을 색출해 나무숲으로 변화시켜 버린다. 좀 아깝지만 베이징이나 상하이 등 거대 도시에서 악인들이 주로 모여 사는 지역도 선별해 자연화시켜야지. 아무런 고통 없이 순식간에 초목으로 변신하니 별 아쉬움 느끼지 않고 천지 자연 속에서 살 거야. 그동안 중국인의 악행으로 인해 괴로움을 겪은 티벳과 소수 민족들이 행복해졌으면 좋겠어. 만약 과오를 뉘우치지 않고 또 같은 악행을 계속한다면 그땐 아예 중국 전체를 대자연에 돌려주고 싶군.”

“허 참, 꿈도 좋군. 혹시 독침 맞지 않도록 조심해.”

“응? 누구에게?”

“중국 스파이지 누구야. 그렇잖아도 중국은 한국을 갉아 먹지 못해 호시탐탐인걸. 요즘 설치는 관광객이나 토지 투기꾼들 중에도 그런 야욕자 세포가 많이 스며 있을 거야.”

“현대식 인해전술… 지겨움을 넘어 두려워. 그런데도 중국 공산당 지도부는 요즘 인구가 줄어든다면서 세 자녀 갖기 운동을 독려 혹은 강압하고 있다더군.”

“그래야 계속 인해전술을 써 먹을 테니까.”


“그곳은 현재 공산주의가 아니라 신제국주의가 지배하는 나라야. 생각 같아서는 모조리 싹….”

“너무 흥분하지 마. 혹시 중국 여자 사귀다가 차인 적 있어?”

“없어. 화교학교 앞을 지나다가 예쁜 여학생을 본 적은 있지만….”

“그 고운 이국 소녀가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나라를 꿈꾸다가 이런 어처구니없는 공상을 해본 모양이군.”

“아냐, 어디까지나 세계 평화를 위한 기획일 뿐…. 흠, 그렇게 해놓은 다음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구경하는 것도 재미있겠지. 아마 난리가 나겠지? 어떨까 한번 상상해 봐.”

인해전술

“글쎄, 무슨 천지괴변인지 천지개벽인지 하고 깜짝 놀라기도 하고 신비스러워서 떨기도 할걸. 그 와중에도 현실적인 부류들은 부동산 투기나 건설업 따윌 구상하며 이익을 위해 버릴 굴리고 말야.”

“난 미국을 비롯한 강대국들과 주변의 중소 국가들이 어떻게 대응할지 궁금해.” 

“하긴 미증유의 사건이니 미국이나 러시아도 중국 땅을 선제 점령하려 진군하기보다 좀 관망하며 회의를 소집하겠지.” 

“거기서 좋은 안이 채택돼 평화를 위해 노력한다면 모르되 만일 이전투구한다면….”

“아마도 그러지 않을까?”


<다음호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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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