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4.11.22 17:47
근대 이전까지만 해도 전 세계는 공간을 점유하기 위한 경쟁에 목숨을 걸었다. 그러나 지금은 속도를 둘러싼 경쟁에 올인하는 시대가 됐다. 특히 IT기기의 발달로 인류가 만들어 낸 엄청난 속도가 공간 자체를 아예 무(無)로 전락시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류도 10년 전까진 넓은 평수의 물류센터를 확보해야 원활한 수·배송 속도를 낼 수 있었으나 지금은 AGV(무인 운반 차량) 시스템만 도입하면 좁은 공간서도 시간당 수천개의 물량을 분류할 수 있어 수·배송 속도가 무척 빨라졌다. 산업의 모든 과정이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유통이나 물류의 밸류는 공간 개념서 속도 개념으로 빠르게 진행돼 왔다. 정부와 물류기업이 원자재를 어디서 어떻게 조달할지를 따지는 공급망 전략을 뛰어 넘어 제품을 누가 어떻게 소비자에게 빠른 속도로 전달할 지에 대한 치밀한 전략을 세워야 하는 이유다. 세계적인 물류회사 UPS는 이미 시작된 국제물류 속도전을 선점하기 위해 수·배송 시스템 특허만 1000개 이상 보유하고 있을 정도다. 얼마 전 ‘권투인의 밤’에 초청돼 참석한 적이 있다. 당시 한국권투협회 신재명 회장은 “육상이나 수영 같은 기록경기가 단순한 스피드 경기라면 권투는 눈빛과 손과 발과
총선 60일 전인 지난 10일부터 공직선거법 108조에 의해 정당과 후보자 명의의 선거 여론조사가 금지됐다. 또 후보 단일화를 위해 실시한 선거 여론조사도 지지율 수치를 공표해선 안 되고 내부 자료로만 활용할 수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는 선거 여론조사 홍수 피해로 이를 불신해 온 우리 국민은 좋아하는 분위기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 들어가 최근 선거 여론조사 상황을 보니, 지난달 220건, 지난 1일부터 9일까지 92건이었다. 40일 동안 하루 평균 7.5건의 선거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된 셈이다. 그런데 발표된 결과는 일관되지 않았다. 하루 만에 뒤집히고, 같은 기간 조사했는데도 여론조사기관마다 다르게 나왔다. 선거여론조사 불신 사태로까지 번진 주요 원인이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이하 중앙여심위)에 등록된 여론조사기관은 지난해 말까지 총 89곳이었다. 그러나 지난 1월 초 중앙여심위가 최소 요건을 갖추지 못한 부실 여론조사기관 30곳을 등록 취소하면서 현재 등록된 여론조사기관은 59곳이다. 올해 신규 등록은 리서치인 1곳이다. 중앙여심위가 연초에 의욕적으로 여론조사기관을 정리했지만, 최근 신뢰성과 객관성이 떨어진 선거 여론조사로
한 시대의 일반적인 사상의 흐름을 사조(思潮)라고 부른다. 그래서 세계사의 흐름을 정리할 때 분야별로 정치 사조, 경제 사조, 사회 사조, 문화사조, 문예사조 등으로 구분한다. 그런데 유독 문예사조는 명확하게 정리돼 전 세계가 공유하고 있지만, 다른 사조는 그 분야의 전문가만 공유하고 있다. 문예사조는 문학과 예술이 지닌 공통적인 사상의 시대적·정신적 흐름을 일컫는 의미로, 문학과 예술이 한 시대의 가장 보편적인 사상의 가치를 표현하는 수단이 되기 때문이다. 사상 면에서 더 깊이 있는 철학 사조도 있지만, 대중의 사상을 대변할 순 없다. 17세기 말 서유럽 사회를 기점으로 시작된 문예사조는 고전주의, 계몽주의, 낭만주의, 사실주의, 자연주의, 상징주의, 현대주의, 실존주의, 포스트모더니즘 순으로 지난 370년 동안 이어왔다. 세계사는 현재 진행형인 포스트모더니즘을 제외한 문예사조를 크게 고전주의, 낭만주의, 사실주의, 자연주의, 실존주의 5단계로 구분하고 있다. 문예사조 5단계서 빠진 계몽주의는 종교개혁으로 신에 대한 체계가 무너지고 이성주의가 등장했으나 여전히 절대왕정으로 유지되고 있던 고전주의에 대한 반동으로, 주관적이고 개성적이며 미래지향적인 특성을 지
우리나라 기업문화는 10년 전만 해도 꽤 안정적이었다. 공채로 입사해 대리, 과장, 부장으로 승진하고, 능력이 인정되면 임원을 거쳐 대표이사까지 되는 틀에서 형성된 문화였다. 그래서 기업마다 오랜 기간 동안 전사적으로 쌓아온 독특하고 전통적인 문화를 가지고 있었다. 기업뿐만 아니라 정치도 한 정당서 초선, 재선을 거쳐 다선 의원이 되고 나중엔 국회의장이나 대통령까지 되는 안정적인 문화였다. 그런데 올해 대기업의 대표이사 선임과 정당의 인재 영입의 면면을 보니, 기업은 글로벌을 내세우며 한 번도 근무한 적이 없는 외부 인사를 대거 영입했고, 정당은 총선 승리를 구실로 정치와 전혀 무관한 비정치인을 영입했다. 이는 우리나라 기업과 정치가 목표를 추구하고 있지만, 안정적이지 못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며칠 전 만난 대기업 팀장은 “우리는 타 기업에 비해 공채 순혈주의가 강해 내부 승진만 고집해왔던 문화인데, IPO(기업공개) 추진과 글로벌 역량 강화를 위해 대표이사를 외부서 영입한다는 소문이 나자, 임원과 간부급 직원들이 흔들리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도 대표이사를 목표로 열심히 일해 왔는데 이제 포기해야겠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지난주 만났던 중견기
지난 주말 날씨가 좋아 베란다 문을 열고 다육이 화분을 정리했다. 그런데 지난여름에 산 독일철화가 심겨진 8호 플라스틱 화분(이하 플분)이 며칠 전에 샀던 아메스트로가 심겨진 8호 플분보다 더 크게 보였다.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 자로 재봤는데, 두 화분 사이즈는 같았다. 자세히 관찰해보니, 지난여름에 산 8호 플분은 여름 내내 강한 햇빛을 받아 색이 바래 화분 테두리가 희미했고, 며칠 전 샀던 8호 플분은 색이 바래지 않아 테두리가 선명했다. 필자는 아내에게 테두리가 선명한 화분은 작게 보이고, 테두리가 희미한 화분은 크게 보인다고 말했다. 아내도 비교적 옅은 색의 독일철화가 심어져 있는 화분이 더 크게 보이고, 진한 색의 아메스트로가 심어져 있는 화분이 더 작게 보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화분이 더 크게 보인다는 건 그만큼 시각적으로 확장성이 있다는 것을, 화분이 작게 보인다는 건 시각적으로 확장성보단 응집력이 더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연장선상서 화분 안에 옅은 색의 식물이 심어 있으면 확장성이 크다는 의미고, 진한 색의 식물이 심어 있으면 응집력이 강하다는 의미다. 국가도 이웃 국가와 교류를 확대하려면 국경의 문턱을 낮추고 비자 발급 같은 규제를 완화
22대 총선을 앞두고 2000년대 이전에 정계에 입문해 다선 의원을 지내고 정치권서 물러나 있던 올드보이들이 “무너진 정치를 바로 세우겠다”며 속속 총선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6선의 이인제 전 국민의힘 상임고문과 김무성 전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대표, 그리고 4선의 박지원 전 국정원장, 5선의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이 22대 총선에 도전장을 낸 올드보이 귀환의 대표주자다. 그 외 천정배(6선), 이종걸(5선), 심재철(5선), 추미애(5선), 최경환(4선), 유성엽(3선) 전 의원 등 다수가 있다. 지난 21대 총선까지만 해도 현역 의원 중 다선 의원을 컷오프하는 세대교체가 주요 이슈였다. 그런데 22대 총선은 왜 올드보이 귀환이 핫이슈로 뜨고 있는 걸까? 일각에선 올드보이 귀환이 ‘구태 정치로의 역행’이라는 비난의 목소리도 있지만, 여야 소통도 없고 정치 위상도 무너져 있는 우리나라 정치 현실을 바로잡기 위한 필연적인 귀환으로 보는 유권자도 적지 않다. 세계 정치사를 보면, 국가는 대부분 정치가 경제, 사회, 문화 위에 군림해왔고, 특히 경제와 함께 정치가 국가의 운명을 책임지는 형태로 발전해왔다. 우리나라도 건국 100여년의 역사 속에서 일본에 항거했
지난해 4월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 방문을 앞둔 시점에 <뉴욕타임스>는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 등을 담은 미국 정부의 기밀문서가 대량 유출됐다고 보도했다. 유출된 문서 중엔 우리나라 국가안보실장과 외교비서관이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건에 대해 나눈 대화 내용도 포함돼있었다. 당시 대통령실은 전파장비나 통신망을 활용한 시긴트 방식이 아닌 사람의 접촉을 활용한 휴민트 방식으로 정보가 유출됐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11월 국회 운영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모 의원이 도청 논란과 관련해 시민단체가 미국 측 당국자들을 고발한 사건에 대한 경찰의 각하 결정문을 <서울신문>에 공개하면서 시긴트가 아닌 휴민트에 의해 유출됐다는 게 밝혀졌다. 현대는 수많은 새로운 정보가 쏟아지고 그중 핵심 정보가 성패를 가르는 정보시대인 만큼, 특히 국가는 국가의 안위를 위해 은밀하게 정보를 수집해야 한다. 국가가 은밀하게 정보를 수집하는 방법에는 휴민트(Humint), 시긴트(Sigint), 이민트(Imint) 3가지가 있다. 휴민트는 인간 정보수집(Human Intelligence)의 약어로, 인맥을 활용해 정보를 수집하는 활동을 의미한다. 주로 국정원, 경찰 등에서 활용
지난 연말 종무식을 마치고 회사 전 직원과 함께 오찬을 했다. 당시 종무식에 참석했던 C 교수가 “연휴 때 선악과에 대해 고민해보는 시간을 갖겠다”고 말했다. 도시개발사업 기획 및 전략수립의 전문가인 C 교수가 에덴동산서 선악과가 주는 의미가 도시개발사업 기획에 어떤 시사점을 줄 수 있는지 고민하는 모습이 돋보였다. 에덴동산은 인류가 죄를 범하기 이전 최초의 인류 아담과 하와가 거했던 기쁨의 동산이자 침묵의 동산이고, 생명나무와 선악과나무가 있던 곳이다. 그러나 하나님의 명령을 어기고 선악과를 따먹은 아담과 하와가 쫓겨난 곳이기도 하다. 공학박사이자 프로젝트경영학석사이면서 개발투자전문가인 그는 ‘선악과를 만든 하나님의 의도가 무엇일까?’ 라는 질문에 “선입견을 버리고 한 번 하얀 종이 위에 그려보겠다”고 했다. 아무리 아름다운 기업혁신파크 같은 도시를 만들어도 거주하는 사람이 원하는 게 무엇인가에 대한 기획 의도가 잘못 이해됐을 때 그 시행착오로 인한 사회적 손실은 클 수밖에 없다. 그래서 그가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들 때 선악과나무 대신 무슨 나무를 심으면 좋을까?’를 고민했던 것 같다. 필자는 그에게 에덴동산이 만들어질 당시 침묵의 상황으로 들어가야 진짜
정부가 지난여름에 적정 실내온도를 26℃, 이번 겨울엔 20℃를 유지하라고 발표했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가장 쾌적한 실내온도는 23℃인데, 왜 정부가 여름엔 26℃로, 겨울은 20℃로 정했을까? 궁금해서 알아봤더니, 겨울에 20℃ 이상의 온도를 유지하거나 여름에 26℃ 이하의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선 많은 비용이 들기 때문이라는 게 정부 관계자의 설명이었다. 그러나 기후 전문가의 얘기는 달랐다. 겨울에 실내온도가 20℃ 이상이 되면 실외온도와 차가 많이 나 감기에 걸리기 쉽고, 여름에 실내온도가 26℃ 이하가 되면 역시 실외온도와 차가 많이 나 냉방병에 걸리기 쉽기 때문이라고 했다. 비용 문제도 틀린 건 아니지만 실내온도와 실외온도 차로 발생하는 건강 문제가 훨씬 설득력이 있어 보였다. 사람이 느끼는 감각이 겨울엔 추위에 대해 여름엔 더위에 대해 민감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쾌적한 실내온도 20℃~26℃ 중에서 겨울엔 20℃가 여름엔 26℃가 적정 실내온도가 되는 것 같다. 겨울의 적정 실내온도 20℃와 여름의 적정 실내온도 26℃를 통해 사계절의 적정 실내온도를 계산해 보니, 겨울은 20℃, 가을은 22℃, 봄은 24℃, 여름은 26℃가 맞을 것 같다. ‘봄
2년 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경선후보를 대선후보로 만든 1차 핵심 그룹은 대선 승리를 위한 대선캠프서도 2차 핵심 그룹으로 활동했고, 지난해 대선 패배 이후 지금까지도 이재명 대표를 돕는 3차 핵심 그룹으로 남아 있다. 2027년 대선까지 같이 갈 기세다. 21대 대선서 이재명 대표를 당선시켜야 한다는 명분이 유효하기 때문이다. 반면, 2년 전 국민의힘 윤석열 경선후보를 대선후보로 만든 1차 핵심 그룹은 대선 승리를 위한 대선캠프서 2차 핵심 그룹으로부터 윤핵관이라는 공격을 받고 떠나야만 했다. 2차 핵심 그룹도 지난해 대선 승리 이후 대통령 지지율 하락과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로 내년 총선을 이끌 3차 핵심 그룹에 공을 넘기고 말았다. 최근 1차 핵심 그룹 대표격인 장제원 의원은 내년 총선 불출마 선언을 했고, 2차 핵심 그룹 대표격인 김기현 전 대표는 당 대표직을 내려놨다. 장 의원은 2차 핵심 그룹이 아닌데도 내년 총선 불출마 선언으로 3차 핵심 그룹에 들어가지 않겠다고 선언한 반면, 김 전 대표는 등 떠밀려 2차 핵심 그룹서 나왔지만 내년 총선서 살아남아 3차 핵심 그룹 역할을 하겠다는 여지를 남겼다. 현재 윤 대통령의 3차 핵심 그룹 대표는 한동훈
필자는 고향이 전라도여서 전라도 한정식을 무척 좋아한다. 그래서 고향 친구들의 모임은 주로 한식당서 갖고, 지방 출장을 가도 그 지역서 소문난 한식당을 찾곤 한다. 최근 필자가 자주 찾는 한식당은 서울 서초동 교대역 입구의 A 전주한정식과 수원 이목동의 B 한식당, 그리고 연천 왕징면에 있는 C 식당 3곳이다. 모두 음식 맛이 일품일 뿐만 아니라, 사장이 종업원과 함께 직접 서빙하는 식당으로 소문 나 코로나 때도 항상 손님이 북적댔던 곳이다. 서울 서초동 A 전주한정식은 고급식당으로 변호사, 정치인, 대기업 임원 등 주로 상류층이 찾는 곳이며, 수원 이목동 B 한식당은 주변에 거주하는 중산층이 많이 찾는 곳이고, 연천 왕징면 C 식당은 공사 현장서 일하는 노무자 등 서민층이 주로 이용하는 곳이다. 필자는 우리 주변에 전라도 한식당이 많지만, 유독 위 3곳이 잘 되는 이유를 관찰해봤다. 서울 서초동의 상류층 손님은 직접 서빙하는 사장의 수준이 자신보다 높아야 제대로 대접받는다고 생각하고, 수원 이목동의 중산층 손님은 종업원과 함께 서빙하는 사장이 자신보다 낮은 수준여야 서비스가 좋다고 생각하고, 연천 왕징면의 서민층 손님은 사장이 자신과 같은 수준이어야 편하다
우리나라는 1996년 선진국 진입 관문격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했지만, 그 후 세 정부는 경제 간판을 걸지 않고 정치 간판만 걸었다. 김영삼정부의 ‘문민정부’, 김대중정부의 ‘국민의 정부’, 노무현정부의 ‘참여정부’가 각 정부를 대표하는 정치 간판이었다. 군사정권의 ‘3·4·5·6공화국’ 간판보단 민주주의를 상징하는 간판이어서 다행이지만, OECD 가입국 위상엔 맞지 않는 간판이었다. 정치 간판은 노태우정부를 상징하는 ‘6공화국’ 간판을 내리면서 끝냈어야 했다. 국민도 군사정권의 억압에 찌들어 있다 보니 민주주의 가치를 담고 있는 정치 간판을 반길 줄만 알았지, 경제 간판을 걸지 않고 정치 간판을 건 정부에 무감각했다. OECD 가입 이후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을 향해 달려야 할 우리나라 정부가 간판을 잘못 택한 것이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가 닥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당시 이명박정부는 정치 간판 대신 ‘녹색성장’이라는 경제 간판을 걸어야 했다. 그리고 그 후로도 박근혜정부는 ‘창조경제’, 문재인정부는 ‘소득주도성장’이라는 경제 간판을 걸고 경제정책을 정부의 브랜드로 사용해왔다. 언론들은 이 세 경제 간판을 ‘MB노믹스’, ‘박근혜
12·12 군사반란 직후 우리나라는 1980년 8차 개헌으로 7년 단임제 5공화국(전두환 대통령)이 됐다. 그러나 1987년 9차 개헌으로 7년 단임제는 사라지고 1988년 5년 단임제 6공화국(노태우 대통령)이 탄생했다. 그 후 아직까지 10차 개헌 없이 5년짜리 정부(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윤석열)로 이어져왔다. 결국 6공화국은 지난 35년 동안 5년마다 대통령선거를 치르면서 8명의 대통령을 배출했다. 6공화국 각 정부는 5년 집권 기간 중 4년마다 치러지는 국회의원 선거와 지방선거를 통해 중간평가를 받았다. 두 선거는 2년 간격으로 치러졌다. 그런데, 김영삼정부(문민정부), 노무현정부(참여정부), 박근혜정부, 문재인정부는 국회의원 선거와 지방선거가 각각 1회, 총 2회의 선거가 있어 두 번의 평가를 받았던 반면, 김대중정부(국민의정부)는 국회의원 선거 1회, 지방선거 2회, 총 3회의 선거가 있었고, 이명박정부(실용정부)도 국회의원 선거 2회, 지방선거 1회, 총 3회의 선거가 있어, 세 번의 평가를 받아야 했다. 윤석열정부도 국회의원 선거 1회, 지방선거 2회, 총 3회의 선거가 있어, 세 번의 평가를 받아야 한다. 묘하
국민의힘이 내년 총선을 5개월 앞두고 혁신병원을 만든 후 지난달 23일, 인요한 원장을 내정했다. 그리고 병들어 있는 당을 12월31일까지 치료해달라고 부탁했다. 인 원장은 가정의학과 의사로서 2012년 국민대통합병원 원장 자격으로 국민의힘의 가족인 새누리당의 체질을 개선했던 경험이 있어 흔쾌히 받아들였다. 인 원장은 1차 진단 후 국민의힘과 관계가 좋지 않은 자들을 먼저 용서하라고 처방했다. 국민의힘도 인 원장의 처방대로 그들을 용서했다. 그러나 인 원장이 2차 진단 후 “소식으로 체중을 줄이고, 썩은 치아는 뽑아내고, 치석은 제거하고, 딱딱한 음식은 튼튼한 치아로 씹어야 한다”고 권했고, 3차 진단 후 “썩은 치아를 뽑은 그 자리에 임플란트 시술을 해 청년의 치아를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지만, 혁신병원 대주주인 국민의힘은 아직까지 머뭇거리고만 있다. 인 원장이 국민의힘을 맡은 지 2주 만에 1·2·3차 진단에 따른 치료 방안을 잇달아 내놓았지만, 1차 처방만 수용했을 뿐 2, 3차안은 “전적으로 공감한다”면서도 답을 주지 않고 있다. 이에 인 원장은 국민의힘이 혁신병원의 처방대로 따르지 않으면 국민의힘 치료를 포기하고 원장직도 내려놓겠다는 심정을 흘리기
현재 국민의힘은 윤석열 대통령을 탄생시킨 보수정당으로서 윤석열정부의 국정운영에 협조적이나,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진보정당으로서 보수성향의 국정운영에 비협조적이다. 일본도 기시다 후미오 총리를 탄생시킨 보수정당인 자민당은 기시다 내각에 협조적이나, 진보정당인 민주당(국민민주당, 입헌민주당)은 보수성향의 국정운영에 비협조적이다. 미국도 조 바이든 대통령을 탄생시킨 진보정당인 민주당은 바이든 행정부의 국정운영에 협조적이나, 보수정당인 공화당은 진보성향의 국정운영에 비협조적이다. 즉 한국과 일본은 보수정당(국민의힘, 자민당)이 여당이고, 미국은 진보정당(민주당)이 여당이다. 반대로 한국과 일본은 진보정당(더불어민주당, 민주당)이 야당이고, 미국은 보수정당(공화당)이 야당이다. 그래서 한국 정부가 미국, 일본과의 외교 및 경제정책을 추진할 때, 국민의힘은 미국 바이든 행정부에 협조적인 민주당과 일본 기시다 내각에 협조적인 자민당의 의견을 인용해 정부정책을 지지하고, 민주당은 미국 바이든 행정부에 비협조적인 공화당과 일본 기시다 내각에 비협조적인 민주당의 의견을 인용해 정부정책을 비판한다. 그런데 일본은 한국과 같이 보수정당이 집권당이고 진보정당이 야당이라 인용
문민정부(1993년2월~1998년2월)는 집권 초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을 위해 시장개방을 해야 했다. 그래서 김영삼 대통령은 먼저 국내시장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각종 규제를 풀고 개혁을 단행했다. 이때부터 국내 전문직 증원이 대대적으로 시작됐다. OECD 국가 평균에 맞는 인력을 확보하고 경쟁력도 키워 우리나라 전문직 수준을 높이기 위함이었다. 당시 청와대 모 수석은 문민정부의 OECD 가입(1996년 12월) 준비 상황을 설명하는 조찬모임서 “전문직 종사자가 자격증만 따면 편하게 사는 시대는 지났다”며 “이젠 전문직도 80%가 상위 20%를 향해 열심히 뛰어야 한다”고 말했다. 즉 정부가 전문직 정원을 늘려 경쟁구도의 정책을 펴겠다는 시그널이었다. 필자는 “80%의 실적을 20% VIP 고객이 내고, 80%의 매출을 20% 우수 직원이 낸다”는 불평등한 파레토법칙(80:20법칙)을 생각하며 “80%가 상위 20%를 향해 열심히 뛰어야 한다”는 문민정부의 정책기조가 긍정적인 경쟁을 유발하는 ‘뉴파레토법칙(80 for 20법칙)’이라고 임의로 명명해봤다. 문민정부는 시장 개방으로 인해 발생할 지적재산권 문제 등 소송 증가를 염두에 두고 사법시험 합
대학 3학년 여름방학 때 감명 깊게 읽은 2권의 책이 있다. 루마니아 작가 게오르규의 <25시(25th Hour) (1849년 출간)>와 우리나라 작가 노석현의 <오계(五季) (1982년 출간)>다. 책 제목인 <25시>와 <오계>는 존재하지 않는 시제여서 내용도 시간과 계절을 뛰어넘는 미래에 대한 도전정신을 담고 있을 것으로 생각돼 여름방학 필독서로 택했다. 그러나 읽어 보니 두 책 모두 저자가 절망으로 가득한 시간을 묘사한 자서전적 소설이었다. <25시>는 루마니아인 주인공이 유대인으로 오인돼 헝가리로 탈출했으나, 거기서도 ‘적성 루마니아인’으로 체포돼 강제노동 및 수용소 생활을 하게 되고, 연합군 지역으로 탈주한 후에도 적국 병사로 잡혀 수용소 생활을 하면서 겪은 절망의 시간들을 묘사하고 있다. 미·소 패권싸움의 틈바구니에 낀 약소민족의 고난과 운명을 보여준 작품이다. 저자는 책 제목인 25시를 두고 “25시는 인류의 모든 구원이 무효화된 시간이며, 25시는 최초의 시간이 아니라 최후의 시간서도 1시간이나 더 지난 시간이며, 24시 다음의 1시간은 아침이 오지 않고 절망의 시간이 계속되는 시간”이라고
2023 항저우아시안게임 축구와 야구 결승전서 우리나라가 일본과 중국을 이기고 금메달을 땄다. 우리나라가 종합성적 3위였지만 운동장 전체를 쓰는 축구와 야구 경기서 각각 아시안게임 3연패와 4연패를 달성해 우리 국민을 열광시켰다. 그런데 한일전과 한중전의 우승 열기가 채 가시기도 전에 정치권서 한일전 프레임 선거전략을 내세우면서 과거 한중전과 남북전 프레임까지 소환돼 우리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4년 전인 2019년 1월 아랍에미리트서 개최된 2019 아시안컵 예선전서 우리나라 축구팀이 중국을 2:0으로 이겼다. 당시 야당인 미래통합당은 2020 총선 승리를 위해 “코로나 바이러스 진원지인 중국에 우호적인 문재인정권을 심판해야 한다”며 ‘미래통합당 VS 중국(더불어민주당)’이라는 한중전 프레임을 내세웠다. 우리나라가 2019 아시안컵서 중국을 이겼듯이 2020 총선서 더불어민주당을 이기겠다는 선거전략이었다. 같은 해 12월엔 2019 동아시안컵 결승전서 우리나라 축구팀이 일본을 1:0으로 이기고 3연패를 달성했다. 당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2020 총선을 위해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에 강경 대응해야 한다”며 ‘더불어민주당 VS 일본(미래통합당
조선은 1392년부터 1910년까지 518년 동안 한반도를 지배했던 국가다. 같은 시기 명나라와(1368~1644년) 청나라(1616~1912년)는 544년 동안 중국 대륙을 지배했다. 그런데 중국 대륙은 신해혁명(1912년)이 성공한 후 같은 해 중화민국 정부가 수립된 반면, 한반도는 신해혁명보다 16년 빨랐던 동학혁명(1894년)이 일어났지만 실패했고, 일제강점기와 6·25 동란을 거쳐 54년이 지난 1948년 남쪽엔 대한민국, 북쪽엔 북한 정부가 수립됐다. 혁명은 실패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동학혁명 사례를 통해 자국 내 공권력이나 사회적 공감대가 아닌 외세의 도움을 받아 진압하면 향후 엄청난 국가적 데미지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원래 조선은 초기 200년 동안 크고 작은 국내 혼란이 있었지만 국가다운 면모를 갖춰가면서 꾸준히 발전했고, 개국 당시 500만명이던 인구도 1000만명으로 늘어나면서 태평성대를 누렸다. 그러나 군사력을 키우지 못한 탓에 후기 300년 동안 일본, 중국, 서양으로부터 수차례 침략을 당했다. 일본과 치른 왜란(1592년 임진왜란, 1597년 정유왜란), 중국과 다툰 호란(1627년 정묘호란, 1636년 병자호란)
아세안(ASEAN) 정상회의는 매년 동남아시아 10개 회원국이 돌아가면서 개최하는 정상회담으로 한·아세안 정상회의, 아세안+3 정상회의, 그리고 동아시아 정상회의(EAS)를 동반한다. 그런데 최근 2년은 아세안 정상회의가 G20 정상회의로 이어지면서 G20 정상회의까지 동반했다. 지난해 아세안 정상회의는 11월11일 캄보디아 프놈펜서 개최됐고, 이어 G20 정상회의는 11월15~16일 인도네시아 발리서 개최됐다. 그래서 아세안 관련 정상회의에 참가했던 G20 회원국 정상들이 아세안 관련 정상회의가 끝나자마자 가까운 거리에 있는 G20 정상회의 무대로 이동해 아시아 이슈에 이어 세계 이슈까지 연이어 다룰 수 있었다.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해 아세안 정상회의가 열리는 캄보디아 프놈펜서 열린 한·아세안 정상회의(11월11일), 아세안+3 정상회의(11월12일), 동아시아 정상회의(11월13일) 등을 마치고 인도네시아 발리로 곧장 가, 11월15일부터 개최된 G20 정상회의에 참가해 아시아와 세계의 현안 문제 및 미래 비전을 회원국 정상들과 공유했다. 올해도 지난달 6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서 아세안 정상회의가 개최됐고, 이어 G20 정상회의가 같은 달 9일~1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