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당정대협의회 부활돼야

원래 당정협의회는 정부와 대통령이 속한 여당의 2자간 협의체다. 그런데 최근 2년 동안 당정협의회는 여당(국민의힘)과 정부, 그리고 대통령실까지 참여하는 3자간 협의체를 의미했다. 

윤석열정부의 첫 번째 국민의힘, 정부, 대통령실 3자간 협의회를 앞두고 국민의힘과 국무총리실이 언론에 ‘당정대’라는 명칭 대신 ‘당정’이라는 표현을 써달라고 알리면서부터 3자간 협의회가 당정협의회로 불리게 됐다. 

이는 “대통령이 행정부 수반인 만큼 정부와 대통령실을 나누는 것은 맞지 않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의사와 “정부 위에 군림하면서 권력을 독점하는 기존 청와대서 탈피하겠다”는 대선후보 시절 윤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기 때문이다.

당시 필자가 알고 지내는 한 야당 의원은 “국민의힘, 정부, 대통령실 3자간 협의체를 대통령실이 빠진 것처럼 2자간 협의체로 표현한다는 건 대통령실이 책임을 회피하기 위함”이라고 주장했다. 

시사 매체 모 기자도 “협의체 명칭보다 실제 구성원이 중요하지만, 그래도 국민을 혼란스럽게 하는 건 좋지 않다”며 “당정대협의회 명칭이 당정협의회로 바뀌면 대통령의 위치가 대통령실이 아닌 정부 쪽에 치우쳐 국무총리의 힘이 약해지고, 결국 당정협의회가 실제 당대협의회로 둔갑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필자는 당시 윤정부가 당정대협의회 명칭을 당정협의회로 바꾼 게 대통령실은 대통령의 비서실이기 때문에 정부에 속해 있는 대통령의 조직일 뿐이라는 인식으로, 대통령실이 3자간 협의회를 주도하지 않고 대통령과 정부 각 부처를 뒷받침하겠다는 의지로 보여 당정협의회의 성공을 기대하며 박수를 보냈다. 


3자간 당정협의회서 당은 정부에 정책을 반영하고 정부는 당에 입법 협조를 받고 대통령실은 컨트롤타워 역할만 하면 된다. 그래서 당정협의회라는 명칭이 맞을 수 있다.

그러나 대통령실이 컨트롤타워의 선을 넘어 대통령의 입맛에만 맞게 당과 정부를 마음대로 쥐락펴락하면 모 기자의 지적처럼 상황에 따라 당정협의회나 당대협의회가 되고 만다.

필자가 보기에 지난 2년 동안 윤정부의 3자간 당정협의회는 당대협의회나 마찬가지였다. 필자의 기대가 빗나간 것이다. 대통령실의 힘이 막강해 정부의 모든 정책을 좌지우지했고, 역대 정부처럼 국민의힘과 정부는 대통령의 의중을 파악하고 그 의중을 위해서만 입법과 정책 반영에 급급했다. 

정당이 대통령을 배출하고 대통령실이 새 정부를 꾸렸다면 여당, 정부, 대통령실이 하나가 돼야 한다. 그리고 3자 각각이 역할을 잘 수행하고 협력하는 분위기가 돼야 한다.

특히 대통령실은 대통령을 잘 보좌하면서 임기 내 국정과제 수행을 위해 당과 정부를 잘 조율하면 된다. 이게 청와대를 대통령실로 바꾼 윤 대통령의 의도일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되지 않았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초기엔 대통령을 배출한 정당이 3자간 협의체서 힘을 갖지만 새 정부가 꾸려지고 나면 행정부의 수장인 대통령을 보좌하는 대통령실이 3자간 협의체서 막강한 힘을 발휘한다. 

그리고 중반 이후엔 대통령 레임덕에 의해 대통령실은 힘이 빠지고 대선을 준비하는 당도 3자간 협의체서 힘이 약해진다. 이때 정부가 정신만 차리면 3자간 협의체서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


그런데 역대 정부를 보면 3자간 협의체서 정부가 힘을 가진 적이 없어 나라가 안정적이지 못했다.    

정부가 중반 이후 성공적인 국정운영을 하려면 국민의힘, 정부, 대통령실 3자가 각각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정상적인 3자간 협의체를 구축해야 한다. 당정대협의회가 당정협의회나 당대협의회나 정대협의회가 돼선 안 된다.

과거 당정청협의회가 대통령 중심의 권위주의적 협의체인 게 싫어 현 정부가 초기에 당정협의회로 명칭을 바꾼 건 잘 한 것이다. 그러나 명칭 문제가 아니라 실제 3자간의 독립성이 보장되는 협의체가 됐다면 굳이 당정대협의회 명칭을 사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특히 한동훈 체제 이후엔 3자간 당정협의회가 제대로 열리지도 않고 있다. 한 대표가 대통령실과 정부와 부딪히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1일 윤 대통령과 한 대표가 국정 현안 문제를 풀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그러나 필자가 보기엔 이 회동이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독대도 아니고, 정진석 비서실장은 참석했으나 국민의힘은 한 대표 혼자 참석해 2자간 당대협의회도 아니었다.

결국 아무런 성과도, 합의도 도출하지 못했다.

김건희 여사 문제만 놓고 만났다면 이해가 된다. 그러나 애초 의제에 대해 제한을 두지 않기로 한 회동이었으니 문제가 되는 것이다. 국정 현안 문제는 독대나 당대협의회나 당정협의회로 해결하기보다 차라리 당정대협의회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당정대협의회의 명칭을 숨길 필요가 없다.

매주 대통령실에선 비서실장, 정책실장, 당에선 당 대표, 원내대표, 정책위의장, 그리고 정부에선 총리, 부총리, 국무조정실장 등이 참석해 명실상부한 당정대협의회를 갖고 이를 토대로 한 주를 시작하는 정부가 돼야 한다. 그래야 우리 국민이 안심할 수 있다.

국민의힘 한 대표가 지난 23일 “특별감찰관의 실질적인 추천과 임명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히자, 추경호 원내대표는 특별감찰관은 원내 사안이라며 용산과 당내서 해결할 문제라고 반박했다. 이날 한 대표를 계속 공격하고 있는 홍준표 대구시장은 윤 대통령과 독대했다.

이런 상황서 한 대표는 오늘(24일) “원내대표가 원내·외 당 업무를 총괄 수행한다”고 밝혔다. 한 대표가 한발 물러선 스탠스를 취한 셈이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원내를 아우르는 한 대표의 전략이나 목표는 당 대표가 아닌 대선후보에 있다는 걸 보여준 사례로도 해석된다.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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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국방부 문건이 대규모로 파쇄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조치는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의 지시로 이뤄졌다. 오 전 기획관은 검찰 특수본과 재판서 정보사와 수사2단 인사안의 문제점을 증언했던 인물이다. 자신이 비상계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수사에 협조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올해 초 신년맞이 대청소라면서 문서를 대량으로 파쇄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국방부 직원들의 말이다. 파쇄된 문건들은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자료라고 한다. 지시자는 오영대 전 국방부 인사기획관이다. 검찰 수사에 협조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으나 실상은 다르다는 게 군 내부자들의 주장이다. 뭘 숨기나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말 취임하면서 시작한 첫 번째 군 개혁은 인사다. 신임 인사기획관에 일반 공무원 출신인 이인구 군사시설기획관을 임용한 건 안 장관이 강조해 왔던 ‘군 문민통제’와도 맞닿아 있다. 인사기획관은 본래 예비역 장성이 맡아왔다. 이 신임 기획관의 전임자였던 오 전 기획관도 예비역 준장 출신이다. 군 내부에서는 국방부에 여전히 12·3 내란 사태에 협조한 군인들이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핵심으로 인사기획관실의 총괄과이자 인사기획관의 일정, 예산 등을 모두 관리하는 인사기획관리과가 언급된다. 다수의 국방부 관계자들은 “오 전 기획관은 물러났지만 책임져야 할 다수의 인물이 아직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부서의 간부들은 전부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다. 과장 김모 대령은 오 전 기획관이 대령이었을 때 소령으로 근무했고, 총괄 이모 중령은 오 전 기획관이 특전사 여단장을 역임했던 1공수여단서 중대장과 707중대장을 거쳤다. 장군인사팀장 김모 대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수도방위사령관으로 근무했던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김 전 장관과 가깝거나 육사 출신인 이들이 국방부 인사의 핵심부서인 인사기획관리과에 포진하면서 계엄 실행을 위한 보직 이동이 이뤄진 셈이다. 김 전 장관은 실제 대통령경호처장일 때부터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과 군 인사에 대해 논의했다. 직무에서 배제되지 않은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장관이 모든 책임을 오 전 기획관에게 묻는 형식으로 퇴직을 시켰으니 우리는 지시를 받아 어쩔 수 없이 한 것처럼 조용히 지내면서 정부초기 개혁의 소나기만 피하면 진급 가능’이라며 서로서로 쉬쉬하고 있다고 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내란 이후인 지난해 12월 중순 오 전 기획관의 지시에 따라 문건 파쇄를 계획했다. 김 전 장관이 물러난 이후 인사기획관리과장 김 대령 및 총괄인 이 중령 외에는 계획되지 않은 대면보고는 금지했고 내부 보안에 심혈을 기울였다. 인사과 간부들 계엄 실패 후 12월 계획···1월 파쇄 “지시자는 검찰 수사 응했던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 한 달여 뒤 이 중령은 모든 과에 ‘신년맞이 대청소’를 하라고 전파했다. TF 자리 배치와 오래된 문건을 정리한다며 유독 인사기획관리과만 복도로 책상을 빼고, 대량 세절이 가능한 세절실을 예약해 엄청난 양의 문서들을 파쇄했다. 여기엔 내란 핵심 파일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안 장관은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 오 전 기획관에게 여러 차례 질문한 바 있다. 당시 오 전 기획관이 당황해하며 우물쭈물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퍼지기도 했다. 이 중령은 동영상을 보며 웃는 직원들의 명단과 안 장관에게 제보한 인물을 색출하기 위해 탐문 활동을 벌여 오 전 기획관에게 추정해 보고했다. 이들은 모두 오 전 기획관으로부터 승진추천, 성과상여금, 각종 포상 등 인사상 불이익을 본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이 문건을 파쇄한 이유는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내란 당일 오후 10시가 넘은 시각임에도 퇴근하지 않고 사무실에 있던 오 전 기획관의 지시를 받은 이 중령은 각 과의 총괄 담당자들을 소집해 ‘계엄 선포가 됐는데 선제적으로 인사 관련 조치를 왜 안 하냐’ ‘합참에는 계엄사령부가, 지작사령부에는 지역계엄사령부가 곧 창설될 텐데 각 군 본부 및 지작사와 인사 지침을 협의해 계엄령 취지에 맞게 배포하라’고 강조했다. 특히 오 전 기획관은 계엄 해제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 테이블을 통과했음에도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서 이 중령에게 “(계엄이) 해제되긴 했는데 다시 시행될 수도 있으니 빨리 계엄사 창설 지원을 위한 인사 조치를 완성하고 지작사 병력에 대한 휴가 지침 및 통제 등 건의 사항을 받아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기획관은 내란 직전까지 김 전 장관의 의중에 따라 군 인사를 반영했다. 최근 내란 특검팀이 군 장성급 인사 자료 확보에 나선 것도 이에 관해 들여다보기 위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최근 국방부 장군인사팀과 육군본부 장군인사실 등을 압수수색해 해당 부서 내 인사 관련 파일 등을 확보했다. 정치권에선 지난 2023년 11월과 지난해 4월 이례적인 인사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진급에 절박한 군 인사들을 계엄 실행 세력으로 활용했단 의혹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윤석열정부 장군 인사는 특이하고, 이례적인 경우가 유독 많았다”며 “인사를 통해 군을 장악하고, 내란을 준비했다는 의혹 관련 특검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3차 계엄 대비 문건 없애” 증거 인멸 국회서 해제 불구 지작사와 인사 논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2023년 11월 인사에서 소장에서 중장으로 진급했다.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은 ‘75주년 국군의 날 행사기획단장 겸 제병지휘관’ 등 한직에서 2023년 10월 육군참모총장에 발탁됐다. 지난해 4월엔 지휘부에 이어 작전본부 인사가 이어졌다. 원천희 당시 육군 소장이 4차 진급으로 합참 정보본부장으로 승진했고, 이승오 소장은 군단장을 거치지 않고 합참 작전본부장으로 진급했다. 안찬명 당시 육군22사단장은 임명 5개월 만에 합참 작전부장으로 보직을 옮겼다. 통상 사단장은 1년 반~2년가량 보직을 맡는다. 군 안팎에서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던 이유다. 경질 위기이던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은 유임됐다. 그는 지난해 6월 정보사 군무원의 블랙요원 명단 국외 유출 사건 및 박민우 전 정보사 100여단장과의 갈등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신원식 전 안보실장은 지난해 8월 국회에서 “후속 조치를 강하게 할 생각”이라고 언급했지만, 다음 달 본인이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군 관계자에게서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이 장군들 인사에 대해 논의했고 오 전 기획관에게 전달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위기감을 느낀 오 전 기획관은 특수본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 시작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오 전 기획관의 특수본 진술조서를 보면 그는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 저와 원천희 국방부 정보본부장에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보직해임·정보사령관 교체 검토를 지시했으나 지난해 9월6일, 김 전 장관이 취임하면서 문 전 사령관에 대한 ‘현 보직 유지’를 지시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였다”고 했다. 앞뒤 달랐다 오 전 기획관은 “(문 전 사령관이 박 준장으로부터 고소당한 혐의가)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지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인사 조치는 없었다”며 “공론화된 문제고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는데도 이렇게 유야무야 넘어가는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