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교수들이 뿔났다

윤석열정부가 반환점을 돌면서 실정에 대한 반성 의지를 보이지 않고 설상가상 명태균 게이트까지 터지자 대학 교수들이 뿔나 시국선언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시국선언은 지난 10월28일 최초로 가천대에 이어 최근까지 80여개 대학이 잇따라 동참했고, 시국선언에 서명한 교수·연구자도 4000여명에 달하고 있다.

수위도 매우 높다. 선언문 내용은 윤정부의 실정과 불통에 대한 지적이지만 핵심은 윤석열 대통령 퇴진과 김건희 여사 특검 수용이다.

왜 이렇게 대학 교수들이 뿔났을까? 정부의 전반기 실정을 지적하면서 반성 후 후반기 국정운영을 잘하라고 주문해도 되는데, 왜 대통령 퇴진 카드까지 꺼내 들었을까?

현대는 한 국가의 대통령이 민생이나 국내 현안 문제를 잘 풀어가는 것보다 국가 안위와 국제외교를 잘 챙기는 게 더 중요한 시대다. 지구촌이 글로벌 국제사회가 됐기 때문이다.

필자는 교수들이 표면적으론 국내 현안 문제로 뿔난 것처럼 보이지만 진짜 이유는 바로 윤 대통령의 외교력 부재에 있다고 본다. 국내 문제는 책임을 다하지 못한 장관들을 질책하면 되나 외교 문제, 특히 안보 문제는 그 책임이 대통령에게 있을 수밖에 없다.


지난 6월 북·러 조약이 체결될 당시 우리 정부는 북한을 압박하기 위해 우크라이나에 “우리도 살상무기를 제공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이에 러시아는 즉각 반발했고 국내서도 여야가 한목소리로 우려했다.

그 후 가천대 교수들의 시국선언이 발표되기 10일 전인 지난 10월18일, 국정원은 북한군 1만2000명이 러시아에 파병됐다고 발표했다.

그러자 윤 대통령은 다음날 19일 긴급안보회의를 소집해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북한의 만행에 대응하겠다”고 선언했다. 사실상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를 지원할 수 있다는 선언이었다.

당시 필자도 우리나라가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는 것 같아 윤 대통령이 “섣부른 판단을 한 거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다.

종전 후 우크라이나 복원사업을 염두에 두고 한 제스처라고 하기엔 제3차 세계대전 얘기까지 나오는 전쟁터에 우리나라를 끼워 넣는 건 너무 위험한 판단이 아닐 수 없다.

필자는 이에 교수들이 국내 살림을 못하는 건 참을 수 있으나, 나라를 위험에 빠뜨리는 건 도저히 참을 수 없어 시국선언 카드를 꺼내들었다고 생각한다.

역대 시국선언을 보면, 1960년 4월25일 대학 교수들이 시국선언을 하면서 이틀 뒤인 4월27일 이승만 대통령이 사임했고, 1986년 3월부터 5월까지 29개 대학서 785명의 교수들이 대학별로 시국선언을 이어가며 ‘민주주의’에 대한 국민의 열망을 대변해 6월항쟁을 이끄는 데 큰 힘이 됐다.


특히 윤 대통령은 역대 시국선언 중 최순실 게이트가 발생했을 때 시국선언을 눈여겨봐야 한다.

최순실 게이트가 JTBC 보도를 통해 알려지자, 대학 교수들이 뿔나 2016년 10월26일 이화여자대학교, 부산대학교, 건국대학교, 한성대학교의 시국선언 이후 매일 수십개 대학이 동참해 12월6일까지 160여개 대학 수천명이 동참했다.

이를 계기로 2016년 12월9일 국회 재적 300명 중 234명이 찬성해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의결됐고, 결국 박 대통령은 2017년 3월10일 탄핵됐다.

필자가 윤 대통령이 최순실 게이트 때 시국선언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말한 이유가 명태균 게이트를 계기로 윤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최근 대학 교수들의 시국선언과 최순실 게이트를 계기로 박 대통령 탄핵을 요구하는 8년 전 시국선언이 그 시기(10월-12월), 규모(수천명), 내용(대통령 탄핵) 그리고 동기(국정 농단, 게이트)까지 공교롭게도 비슷하기 때문이다.

이 점을 윤 대통령이 절대 간과해선 안 된다.

만약 8년 전 12월9일, 박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의결됐듯이 오는 10일 김건희 특검법이 국회 재표결서 찬성 200표를 넘겨 통과된다면, 윤 대통령은 거부권 행사와 관련해 역풍을 의식해 고민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문제는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경우 특검이 출범해 총선을 앞두고 ‘특검 정국’에 돌입하면 걷잡을 수 없는 레임덕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이다.

윤 대통령이 최근 교수들의 시국선언을 정확히 분석하고 잘 대처해야 하는 이유다.

다만 시국선언이 사회적 문제에 대한 집단적인 의사 표명으로 국민의 목소리를 정부나 정치권에 전달하는 기능이란 점을 생각해, 교수들이 윤정부 실정과 불통, 그리고 외교 감각 부재에 대한 심각성을 환기시키고 변화를 요구하고 경각심을 주는 선에서 멈춰야지 사회적 분열과 갈등을 초래해선 안 된다.

윤 대통령 퇴진 요구가 현안 문제를 반성하고 해결하라는 강한 메시지여야지, 실제 윤 대통령을 퇴진시키겠다는 정치적 의도가 있는 구호여선 안 된다.

더불어민주당도 연일 이어지는 전국 대학 교수들의 시국선언을 정권교체 기회로 삼고 윤 대통령 탄핵을 운운하며 교수들을 부추기는 행동은 삼가야 한다.

평소 잘 나서지 않던 엄마가 뿔나면 온 가족이 긴장하듯, 지금 우리나라도 정부와 정치권, 그리고 모든 분야서 긴장해야 하지 않을까?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국방부 문건이 대규모로 파쇄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조치는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의 지시로 이뤄졌다. 오 전 기획관은 검찰 특수본과 재판서 정보사와 수사2단 인사안의 문제점을 증언했던 인물이다. 자신이 비상계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수사에 협조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올해 초 신년맞이 대청소라면서 문서를 대량으로 파쇄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국방부 직원들의 말이다. 파쇄된 문건들은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자료라고 한다. 지시자는 오영대 전 국방부 인사기획관이다. 검찰 수사에 협조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으나 실상은 다르다는 게 군 내부자들의 주장이다. 뭘 숨기나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말 취임하면서 시작한 첫 번째 군 개혁은 인사다. 신임 인사기획관에 일반 공무원 출신인 이인구 군사시설기획관을 임용한 건 안 장관이 강조해 왔던 ‘군 문민통제’와도 맞닿아 있다. 인사기획관은 본래 예비역 장성이 맡아왔다. 이 신임 기획관의 전임자였던 오 전 기획관도 예비역 준장 출신이다. 군 내부에서는 국방부에 여전히 12·3 내란 사태에 협조한 군인들이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핵심으로 인사기획관실의 총괄과이자 인사기획관의 일정, 예산 등을 모두 관리하는 인사기획관리과가 언급된다. 다수의 국방부 관계자들은 “오 전 기획관은 물러났지만 책임져야 할 다수의 인물이 아직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부서의 간부들은 전부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다. 과장 김모 대령은 오 전 기획관이 대령이었을 때 소령으로 근무했고, 총괄 이모 중령은 오 전 기획관이 특전사 여단장을 역임했던 1공수여단서 중대장과 707중대장을 거쳤다. 장군인사팀장 김모 대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수도방위사령관으로 근무했던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김 전 장관과 가깝거나 육사 출신인 이들이 국방부 인사의 핵심부서인 인사기획관리과에 포진하면서 계엄 실행을 위한 보직 이동이 이뤄진 셈이다. 김 전 장관은 실제 대통령경호처장일 때부터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과 군 인사에 대해 논의했다. 직무에서 배제되지 않은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장관이 모든 책임을 오 전 기획관에게 묻는 형식으로 퇴직을 시켰으니 우리는 지시를 받아 어쩔 수 없이 한 것처럼 조용히 지내면서 정부초기 개혁의 소나기만 피하면 진급 가능’이라며 서로서로 쉬쉬하고 있다고 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내란 이후인 지난해 12월 중순 오 전 기획관의 지시에 따라 문건 파쇄를 계획했다. 김 전 장관이 물러난 이후 인사기획관리과장 김 대령 및 총괄인 이 중령 외에는 계획되지 않은 대면보고는 금지했고 내부 보안에 심혈을 기울였다. 인사과 간부들 계엄 실패 후 12월 계획···1월 파쇄 “지시자는 검찰 수사 응했던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 한 달여 뒤 이 중령은 모든 과에 ‘신년맞이 대청소’를 하라고 전파했다. TF 자리 배치와 오래된 문건을 정리한다며 유독 인사기획관리과만 복도로 책상을 빼고, 대량 세절이 가능한 세절실을 예약해 엄청난 양의 문서들을 파쇄했다. 여기엔 내란 핵심 파일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안 장관은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 오 전 기획관에게 여러 차례 질문한 바 있다. 당시 오 전 기획관이 당황해하며 우물쭈물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퍼지기도 했다. 이 중령은 동영상을 보며 웃는 직원들의 명단과 안 장관에게 제보한 인물을 색출하기 위해 탐문 활동을 벌여 오 전 기획관에게 추정해 보고했다. 이들은 모두 오 전 기획관으로부터 승진추천, 성과상여금, 각종 포상 등 인사상 불이익을 본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이 문건을 파쇄한 이유는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내란 당일 오후 10시가 넘은 시각임에도 퇴근하지 않고 사무실에 있던 오 전 기획관의 지시를 받은 이 중령은 각 과의 총괄 담당자들을 소집해 ‘계엄 선포가 됐는데 선제적으로 인사 관련 조치를 왜 안 하냐’ ‘합참에는 계엄사령부가, 지작사령부에는 지역계엄사령부가 곧 창설될 텐데 각 군 본부 및 지작사와 인사 지침을 협의해 계엄령 취지에 맞게 배포하라’고 강조했다. 특히 오 전 기획관은 계엄 해제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 테이블을 통과했음에도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서 이 중령에게 “(계엄이) 해제되긴 했는데 다시 시행될 수도 있으니 빨리 계엄사 창설 지원을 위한 인사 조치를 완성하고 지작사 병력에 대한 휴가 지침 및 통제 등 건의 사항을 받아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기획관은 내란 직전까지 김 전 장관의 의중에 따라 군 인사를 반영했다. 최근 내란 특검팀이 군 장성급 인사 자료 확보에 나선 것도 이에 관해 들여다보기 위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최근 국방부 장군인사팀과 육군본부 장군인사실 등을 압수수색해 해당 부서 내 인사 관련 파일 등을 확보했다. 정치권에선 지난 2023년 11월과 지난해 4월 이례적인 인사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진급에 절박한 군 인사들을 계엄 실행 세력으로 활용했단 의혹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윤석열정부 장군 인사는 특이하고, 이례적인 경우가 유독 많았다”며 “인사를 통해 군을 장악하고, 내란을 준비했다는 의혹 관련 특검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3차 계엄 대비 문건 없애” 증거 인멸 국회서 해제 불구 지작사와 인사 논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2023년 11월 인사에서 소장에서 중장으로 진급했다.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은 ‘75주년 국군의 날 행사기획단장 겸 제병지휘관’ 등 한직에서 2023년 10월 육군참모총장에 발탁됐다. 지난해 4월엔 지휘부에 이어 작전본부 인사가 이어졌다. 원천희 당시 육군 소장이 4차 진급으로 합참 정보본부장으로 승진했고, 이승오 소장은 군단장을 거치지 않고 합참 작전본부장으로 진급했다. 안찬명 당시 육군22사단장은 임명 5개월 만에 합참 작전부장으로 보직을 옮겼다. 통상 사단장은 1년 반~2년가량 보직을 맡는다. 군 안팎에서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던 이유다. 경질 위기이던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은 유임됐다. 그는 지난해 6월 정보사 군무원의 블랙요원 명단 국외 유출 사건 및 박민우 전 정보사 100여단장과의 갈등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신원식 전 안보실장은 지난해 8월 국회에서 “후속 조치를 강하게 할 생각”이라고 언급했지만, 다음 달 본인이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군 관계자에게서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이 장군들 인사에 대해 논의했고 오 전 기획관에게 전달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위기감을 느낀 오 전 기획관은 특수본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 시작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오 전 기획관의 특수본 진술조서를 보면 그는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 저와 원천희 국방부 정보본부장에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보직해임·정보사령관 교체 검토를 지시했으나 지난해 9월6일, 김 전 장관이 취임하면서 문 전 사령관에 대한 ‘현 보직 유지’를 지시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였다”고 했다. 앞뒤 달랐다 오 전 기획관은 “(문 전 사령관이 박 준장으로부터 고소당한 혐의가)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지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인사 조치는 없었다”며 “공론화된 문제고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는데도 이렇게 유야무야 넘어가는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