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위기는 기회가 아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로 다가왔지만, 25일 위증교사 사건 1심 선고서 무죄 선고를 받아 회생의 길이 열렸다. 그렇다고 위기 상황서 기회를 잡았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검찰이 항소할 것이고 그러면 앞으로 2심 재판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지난 15일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1심 선고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형을 선고받았다.

공직선거법 규정에 따르면 2심(항소심)과 3심(상고심)은 각각 전심 판결이 선고된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마쳐야 한다. 규정대로면 앞으로 6개월 안에 대법원 판단이 나온다는 얘기다.

위 두 사건 1심 선고는 ‘기소 후 6개월 이내 1심 판결‘이라는 공직선거법 규정을 지키지 못하고 각각 기소 후 1년과 2년을 넘겼지만, 2심과 3심은 1심서 조사한 내용과 자료를 근거로 판단하기 때문에 내년 상반기면 판결이 날걸로 예상된다.

만약 이 대표가 3심까지 가서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100만원 이상 벌금형을 받거나 위증교사 혐의로 금고형 이상을 받으면 의원직을 잃고, 10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돼 2027년 대선에 출마할 수 없게 된다.

현재 이 대표는 위 두 사건보다 훨씬 위중하고 복잡한 재판 2개를 더 받고 있다. 여러 개 사건이 병합된 대장동·백현동·위례신도시·성남FC 배임·뇌물 혐의 사건과 경기도와 쌍방울의 대북사업에 연루된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이다.


여러 개 사건이 병합된 배임·뇌물 혐의 사건의 경우 심리 기간이 오래 걸려 2027년 대선 전에 대법원의 최종 결론이 나오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재판 과정이 대권가도를 달리는 이 대표에겐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지난 19일에도 검찰은 도지사 재임 기간 법인카드 등 예산을 사적으로 유용한 혐의로 이 대표를 불구속 기소했다. 이에 법원은 속도를 내기 위해 이 사건을 곧장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을 맡은 재판부에 넘겼다.

과연 이 대표는 아직 진행 중인 사법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위기는 위험한 고비나 시기를 의미하지만, 위험과 기회라는 두 개의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위기가 기회’라며 위기에 처했을 때 위기를 극복하기보단 새로운 기회를 잡기 위해 더 큰 비전을 품고 도전과 결단을 한다.

그러나 위기는 위기일 뿐 기회가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운동선수가 훈련 중 크게 다쳤다면 다친 부위를 치료해야 기회가 생긴다. 치료하지 않으면 기회가 없다.

다친 부위의 치료가 전제되고 다친 이유를 분석해 자세를 바로 잡아야 운동선수로서 기회가 주어진다. 회사도 부도 위기에 직면하면 먼저 부도를 정리하고, 왜 부도났는지 그 이유를 분석해야 회생할 기회가 생긴다.

사실 22대 국회 제1정당인 민주당은 기회를 잡은 정당이지, 여소야대 상황서 힘이 없는 국민의힘처럼 위기의 정당이 아니다. 그런데 민주당 대표이자 대선후보 0순위인 이 대표가 위기에 처해 있고, 이를 극복하느라 기회의 정당이 위기의 정당이 되고 말았다.


민주당이 잘못하고 있다는 게 아니라 위기 국면에 처해 있다는 점을 말하는 것이다.

IMF도 극복했던 민주당인 만큼 현재의 위기를 기회로 삼으려면 왜 위기가 왔는지, 그리고 그 위기의 원인을 냉철하게 찾아내 정리해야 국민으로부터 인정받고 새로운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자성의 목소리 없인 절대 기회가 오지 않는다. 위기의 원인을 대통령실이나 국민의힘에 두고 대규모 장외 집회만 해선 안 된다. 위증교사 선고서 무죄를 받았다고 해서 다른 재판서도 무죄를 받은 건 아니다.

James Watt가 “위험은 집중하게 만들고, 생각을 예리하게 다듬는다”고 했듯이, 지금 민주당은 제1정당으로써 정체성을 갖는 데 집중해야 하고, 대책을 세우는 데 예리해야 한다. 이 대표를 지키기 위해 허위사실공표죄를 삭제하고 피선거권 박탈 기준을 1000만원 이상으로 상향한 개정안 발의 같은 카드를 사용해선 절대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

국민의힘도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기회로 삼고 공격만 해선 안 된다. 위기는 위험과 기회가 내포돼있어 기회가 왔을 때 위험도 도사리고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국민의힘이 사법부에 제1야당 대표 재판인데도 “정치적 잣대를 배제하고 사법적 잣대만 대야 한다”는 주장만 했다간 사법부가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에게도 사법적 고려 잣대만 댈 수 있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국민의힘이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1심 유죄 판결을 기회로 생각하고 자충수를 두면 안 되는 이유다.

특히 민주당은 등산객이 버린 담배꽁초가 거대한 산 전체를 태웠을 때 그 산에 나무를 심어 울창한 산을 만들 생각만 하지 말고, 당장 등산객 관리를 못한 실수를 반성하고 다시는 산불이 나지 않도록 대책을 세운 후 나무를 심어야 한다는 교훈을 되새겨봐야 한다.

윤 대통령도 임기 반환점을 돌면서 지지율 20% 초반, 명태균 국정 농단 의혹, 김건희 여사 특검, 대통령 퇴진운동 등 각종 위기에 직면해 있다. 그런데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후반기 정책만 내세워선 안 된다. 전반기에 대한 철저한 반성과 실정에 대한 대가를 치르고 나야 기회가 생긴다.

우리 정치가 Antonio Gramsci의 ‘옥중수고’에 나오는 "위기는 낡은 것이 다 죽어가는데 새것이 오지 않을 때 생겨난다"는 의미도 곱씹어봐야 한다.

위기는 기회가 아니다. 위기는 위기일 뿐이다.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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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만장일치로 윤석열 파면⋯헌정사상 두 번째

헌재, 만장일치로 윤석열 파면⋯헌정사상 두 번째

[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헌법재판소가 4일,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 심판 사건을 인용하면서 대한민국은 또다시 정치적 격변기를 맞게 됐다. 헌법재판소는 이날 오전 11시22분께 서울 종로구 대심판정서 재판관 만장일치 의견으로 윤 전 대통령의 파면을 결정했다. 이는 탄핵소추안 가결 111일 만이자, 탄핵 심판 변론 종결 38일 만에 내려진 결정이다. 이번 탄핵 심판은 지난해 12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따른 것이었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행위가 헌법과 법률에 위배된다고 명시했다. 이날 차분한 목소리로 주문을 낭독한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피청구인은 국회 권한 행사가 다수의 횡포라 판단했어도 헌법이 예정한 자구책을 통해 견제와 균형이 실현될 수 있게 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청구인이 취임한지 2년 후 이뤄진 총선서 국정을 주도하도록 국민을 설득할 기회가 있었다”며 “결과가 피청구인 의도에 부합하지 않아도 야당을 지지한 국민들의 의사를 배제하려는 시도를 했으면 안 됐다”고 판단했다. 문 권한대행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은 헌법과 법률을 위반하고 계엄을 선포해 국가긴급권을 남용하는 역사를 재현해 국민들을 충격에 빠트리고, 사회·정치·경제 전반에 혼란을 야기했다”며 “국민 모두의 대통령으로 자신을 지지하는 국민들을 초월해 사회 공동체를 통합시켜야 할 책무를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이날 헌재의 탄핵 인용 결정에 따라 윤 전 대통령은 대통령직을 상실하고 일반인 신분이 됐다. 이에 따라 윤 전 대통령은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에서도 퇴거해야 한다. 다만, 사저 경호 문제 등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므로 즉시 관저를 비우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에도 헌재 파면 결정 이틀 뒤에 청와대 관저를 나와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저로 거처를 옮긴 바 있다. 이번 파면 결정으로 윤 전 대통령은 경호와 경비를 제외한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예우도 대부분 박탈당했다. 대통령 등 경호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통상 최대 15년(10년+5년 연장)까지 경호를 받을 수 있으나, 임기만료 전 퇴임한 경우에는 최대 10년(5년+5년 연장)으로 줄어든다. 전직 대통령 예우 모두 박탈 정치권 ‘장미 대선’ 현실화 정상적으로 임기를 마쳤다면 받았을 대통령 연금 수령 자격도 상실됐다. 정상적으로 임기를 마친 전직 대통령은 대통령 보수연액(월급여의 8.85배)의 95%를 12개월로 나눠 받는다. 올해 윤 전 대통령 연봉은 약 2억6258만원(세전)이고, 이 기준에 따른 매월 연금액은 약 1533만원(연 기준 1억8397만원)이다. 이 밖에 기념사업 지원과 개인 사무실 및 보좌진 지원도 중단됐으며, 사후 국립묘지 안장 대상서도 제외된다. 공직 취임의 기회도 제한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4조 2항은 ‘탄핵 결정에 의해 파면된 사람은 결정 선고가 있은 날부터 5년이 지나지 아니하면 공무원이 될 수 없다’고 규정한다. 따라서 윤 전 대통령은 파면 결정이 선고된 날로부터 5년간 공무원으로 임용될 수 없다. 윤 전 대통령에게 남은 건 형사재판 절차 뿐이다. 형사재판은 탄핵 심판 결과와 별개로 그대로 진행되는데,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윤 전 대통령은 오는 14일 첫 정식 공판을 받는다. 윤 전 대통령이 대통령직을 상실함에 따라 대한민국은 ‘장미 대선’ 국면으로 접어들게 됐다. 헌법 제68조는 대통령 궐위 시 60일 이내에 후임자를 선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4일을 기준으로 하면 60일째 되는 날은 오는 6월3일이므로 이날까지 대선을 치러야 한다. 이에 따라 ‘오말육초’(5월 말에서 6월 초) 사이에 새로운 대통령을 선출하기 위한 조기 대선이 치러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실제로 박 전 대통령은 2017년 3월10일 탄핵 결정으로 파면됐고, 정확히 60일째인 5월9일에 조기 대선이 실시된 바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 같은 선례에 따라, 윤 전 대통령의 파면으로 치러질 조기 대선도 60일째 되는 날인 6월3일에 치러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대선 시점이 6월3일보다 앞당겨질 가능성도 있다. 일각에선 60일째 되는 날에서 가장 가까운 수요일인 5월28일이 조기 대선일로 유력하다는 예상도 나왔다. 어느 날짜에 선거가 치러지든, 정치권에서는 당분간 극심한 혼란이 예상된다. 헌재의 파면 결정으로 탄핵 정국이 조기 대선 정국으로 급변했고, 이제 차기 권력을 향한 대권 경쟁이 본격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미 여야 잠룡들은 탄핵 정국 속에서도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두고 물밑 경쟁을 벌여왔다. 여권에서는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오세훈 서울시장, 홍준표 대구시장,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 등이 정권 재장출의 목표를 두고 출사표를 던질 것으로 보인다. 야권에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공직선거법 위반 항소심서 무죄를 선고받으며 사법 리스크를 덜어내며 독주 체제를 굳힌 바 있다. 이 외에도 김동연 경기도지사,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등도 잠재적 대권주자로 꼽힌다. 조기 대선으로 선출되는 차기 대통령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구성없이 당선 즉시 임기를 시작하게 된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는 이날 “국가 안보와 외교에 공백이 없도록 굳건한 안보 태세를 유지하겠다”며 “주권자인 국민 여러분들의 뜻을 받들어 헌법과 법률에 따라 다음 정부가 차질없이 출범할 수 있도록 차기 대통령 선거 관리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jungwon933@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