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주자를 만나다> ‘성과로 말하는’ 최은석 대구시장 예비후보

  • 박형준 기자 ctzxp@ilyosisa.co.kr
  • 등록 2026.04.14 17:37:05
  • 호수 158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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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해서 돈 벌어본 시장 필요하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최은석 대구시장 예비후보는 “대구를 청년 스타트업의 메카로 만들고, 양질의 일자리를 통해 청년이 모이는 도시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어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대구시장 후보에 대해선 “떠밀리듯이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겠다고 나섰다”며 “진정성 측면에서 대구시민의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대구시장 예비후보는 CJ제일제당 대표이사를 지내면서 비비고·올리브영을 유명 브랜드로 일군 경험이 있다. 그는 “정당보다 인물이고, 말보다 실행”이라면서 “대구를 살려 다시 일으키고 싶다”는 각오를 밝혔다. 다음은 최 예비후보와의 일문일답.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출마한 계기는?

▲저는 실물경제 전문가로서 대구 경제를 반드시 살리겠다는 일념으로 국회에 들어왔다. 그런데 지난 2년 동안 직접 확인한 대구의 경제 현실은 예상보다 훨씬 더 엄중했다. 많은 분들이 대구의 문제를 경제라고 말한다. 하지만 경제를 말로 하는 것과 실제로 돈을 벌어본 것은 전혀 다르다. 예산을 좀 더 확보한다고 도시 경제가 살아나진 않는다. 지금 대구에 필요한 것은 외부 의존이 아니라, 스스로 성장하는 경제 구조로의 전환이다.

저는 시장에서 직접 성과를 만들어봤다. 임직원 3만5000명을 둔 조직을 이끈 CEO였고, 비비고·올리브영을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시킨 경험이 있다. 이제 그 경영 DNA를 대구 시정에 과감히 이식해서 멈춰 있는 대구 경제를 다시 움직이게 하려고 시장 출마를 결심했다.

-기업 경영과 2년 동안 경험한 정치의 차이는?

▲가장 큰 차이는 속도와 책임의 구조라고 느꼈다. 기업은 결과로 평가받는다. 의사결정이 늦어지면 바로 시장에서 도태된다. 성과가 나지 않으면 책임이 명확하게 돌아온다. 그런데 정치는 각기 다른 이해관계·철학을 가진 사람이 있어서 의사결정이 지연되고, 책임이 분산된다.

행정도 정치와 비슷한 부분이 있다. 저는 이 지점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 행정도 기업처럼 빠르게 판단하고, 성과로 평가받는 구조로 바꿔야 한다. 이제 기업가 정신·도전과 혁신의 문화·성과로 증명된 경영 시스템을 공공 영역에 접목해야 한다. 이는 더 이상 구호가 아니라, 시대적 필연이라고 생각한다.

-대구의 침체와 국민의힘의 혼란상이 맞물려 대구 지역 민심도 국민의힘에 비판적이라고 알려졌다. 지역구 대구 동구·군위군 갑 주민의 의견은?

▲지역에서 당내 여러 혼란을 나무라면서 혼내시는 분들이 많다. 겸허히 받아들이고 있다. 최근 당 지지율이 낮은 여러 여론조사 결과는 우리 당에 대한 실망이 많이 반영된 결과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동시에 그래도 대구를 바꿀 수 있는 후보가 누구냐는 질문도 함께 던지신다. 결국 민심의 핵심은 하나다. 정당보다 인물이고, 말보다 실행이다.

-더불어민주당은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했다. 이어 당 차원에서 공격적으로 대구를 공략하고 있는데….

▲각종 여론조사로 확인되는 김 후보의 지지율은 지금이 가장 높을 때라고 생각한다. 우리 당의 대구시장 후보 경선이 모두 마무리되면 지지층은 자연스럽게 한 명의 후보로 결집할 것이다. 그때가 되면, 누가 우리 당 후보가 되더라도 김 후보보다 높은 경쟁력을 확보할 것이다.

“시정에 경영 DNA 이식해 대구 경제 움직일 것”
“김부겸 지지율? 지금이 가장 높을 때일 것”

김 후보는 정계는 물론이고, 대구도 떠나셨던 분이다. 그러다가 떠밀리듯이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겠다고 나섰다. 이 자체로서도 이미 진정성 측면에서 대구 시민의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김 후보의 이미지는 경제보다는 오랜 정치 이력이 먼저 떠오른다. 지금도 뚜렷한 공약보다는 중앙 정부의 지원 가능성을 타진하는 모습이 더 부각된다.

김 후보는 총리로 재임했던 지난 2021년엔 ‘이 주머니, 저 주머니 뒤진다고 돈이 나오는 상황은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런데 지금은 당위성을 가지고 정부를 설득하겠다면서 땡깡을 부려서도 받겠다고 한다. 여러모로 앞뒤가 안 맞는다.

-대구의 청년 인구 급갑에 대한 대책이 있다면?

▲청년이 대구를 떠나고 싶은 이유로는 일자리 부족·문화 생활·주거 환경을 지목했다. 3가지 문제를 한 묶음으로 설계해야 기업이 몰리고, 청년이 모이는 도시를 만들 수 있다. 일자리는 단순한 지원금 정책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핵심은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다.

저는 803 대구 마스터플랜에서 대구의 미래 먹거리로 섬유·안광학·기계·바이오·헬스·물·지능형 로봇·미래모빌리티·콘텐츠 IP 등 8대 전략 산업을 선정해 산업 구조를 혁신하고 산업 생태계를 재설계·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구를 청년 스타트업의 메카로 만들어나갈 것이다. 산업 구조 고도화·기업의 혁신·스타트업을 통해 청년이 일할 수 있는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 것이다.

또 주거 환경을 개선할 것이다. 미분양 주택을 기업 근로자 사택으로 연계해 부동산·고용·기업 유치를 하나의 선순환 구조로 묶을 것이다. 문화 수준은 동대구벤처밸리 콘텐츠 메가시티, 자연·도심·로컬을 잇는 관광 벨트, 월드 클래스 ‘대구 아레나’로 향상시키겠다.

쇠락한 공단은 혁신의 심장으로 되살리고, 청년의 아이디어는 곧 투자와 일자리로 연결하겠다. 이를 통해 청년이 떠나는 도시가 아니라, 도전이 자산이 되고, 기회가 축적되는 도시로 바꾸겠다. 의료와 관련해선 어디서든 10분 안에 응급의료가 작동되는 도시를 만들겠다. 24시간 달빛 어린이병원 통합진료체계를 구축해 의료 사각지대를 없애겠다.

“대구·경북 지역 통합, 핵심은 경제 묶는 것”
“대구경북통합신공항, 돈 벌어오도록 만들어야”

교육과 관련해선 MEEM(마이맥·EBS·이투스·메가스터디) 패키지를 만들 것이다. 전국 최고 수준의 온라인 강의를 공공 인프라로 연결해 사교육 부담은 줄이고, 지역 격차는 없애겠다. 이를 통해 대구를 청년이 ‘남고 싶은 도시’로 만들 것이다.

-대구·경북 지역 통합에 대한 의견은? 반대하는 경북을 설득할 방법이 있다면?

▲대구·경북 통합은 반드시 필요하다. 경북이 우려하는 것은 결국 재정·균형 문제다. 이에 대한 설계 없이 통합을 밀어붙이면, 갈등만 커진다. 저는 함께 돈을 벌 수 있는 구조를 먼저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구·경북이 서로의 강점을 살려 하나의 산업 생태계로 움직이고, 투자·일자리가 동시에 만들어져야 자연스럽게 통합된다. 통합의 본질은 행정을 합치는 게 아니라 경제를 하나로 묶는 것이다.

-K2 군공항 이전 및 대구경북통합신공항을 성공시킬 해법은?

▲경북에서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일각의 지적엔 충분히 공감한다. 그래서 간선도로·고속도로·신공항을 연결하는 광역철도 사업까지 함께 추진되고 있다. 신공항 연계 주요 도로와 철도 인프라 사업이 차질없이 진행되면 어디서든 1시간 이내 접근 가능한 공항이 돼 지역간 교통 불균형 문제도 크게 해소될 것이다.

문제는 돈이다. 기존의 기부 대 양여 방식은 대구 예산으로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지방자치단체가 빚을 내 군 공항을 짓는 구조는 기업 논리로도 말이 안 된다. 국가 안보 시설은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 선 착공 추진도 재정적으로든, 행정적으로든 너무 위험하다.

군 공항 이전은 정부 주도로 비용과 재원 조달 방안을 정하는 게 적절하다. 다만 저는 기업인 출신이다. 그래서 돈이 들어가는 공항보다 물류·산업·배후 도시 개발을 결합해 돈을 벌어오는 공항을 만들려고 한다.

-남은 경선 기간 동안 어떤 각오로 임할 것인가?

▲저는 정치인이 되기 위해 살아온 사람이 아니다. 현장에서 기업·사람을 키우고, 결과로 책임져 왔다. 그런 제가 정치를 하는 이유는 단 하나다. 대구를 살려야겠단 절박함이었다. “이대론 안 된다”는 시민의 목소리를 수없이 들었고, 제 가슴에 남았다.

저는 그동안 출마했던 국민의힘 후보들과 다르다. 정치로 큰 사람이 아니다. 말이 아닌, 결과로 증명하는 경제를 해왔다. 지금 대구에 필요한 사람은 경험 많은 정치인이 아니라, 돈을 벌어보고, 일을 해본 사람이다. 저는 준비돼 있다. 대구를 살려 다시 일으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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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 이후 꺼낼 국민의힘 개헌 꽃놀이패

지방선거 이후 꺼낼 국민의힘 개헌 꽃놀이패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여야 6당이 참여한 개헌 시도는 국민의힘의 투표 불참으로 인해 결국 무산됐다. 입법적 전격전을 선호하는 민주당은 지방선거 이후 내년 재보궐선거까지 약 10개월 동안의 공백기를 노릴 가능성이 있다. 국민의힘의 청야전술은 이를 막아낼 수 있을까? 국민의힘을 제외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여야 6당이 발의한 헌법 개정안이 지난 7일 의결정족수 미달로 투표 불성립 처리됐다. 국민의힘은 이날 표결 불참을 당론으로 정한 후 의원 전원이 불참했다. 이튿날인 8일,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예고하자, 우원식 국회의장은 개헌안 처리를 중단했다. 정족수 미달 투표 불성립 현행 헌법에 따르면, 개헌안은 국회 재적 의원 과반이나 대통령이 발의할 수 있다. 대통령은 이를 20일 이상 공고해야 하고, 국회는 공고일로부터 60일 이내에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해야 한다. 이어 30일 이내에 국민투표를 거쳐 유권자 과반이 투표하고, 투표자 과반이 찬성해야 확정된다. 지난 7~8일 기준, 국회 재적 의원은 286명이라서 개헌안 가결에는 191명의 찬성이 필요하다. 국민의힘 의원은 모두 106명이다. 여야 6당 의원 전원이 개헌안 투표에 참여해 찬성한다면, 국민의힘에서 최소 11명 이상의 이탈자가 나와야 한다. 개헌안에는 ▲헌법 전문에 5·18 광주 민주화 운동과 부마 민주항쟁 명시 ▲계엄 선포 시 48시간 이내 국회 승인을 받아야 유효하도록 변경 ▲국회가 계엄 해제를 능동적으로 주도할 수 있도록 대통령 권한 축소 등의 내용이 담겼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지난 7일 청와대 앞에서 진행된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재명은 연임 불가 선언 요구를 끝내 거부했다”며 “개헌을 하겠다면, 먼저 이재명이 연임 불가를 선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지난 8일 기자들을 만나 “부마 민주항쟁과 5·18 광주 민주화 운동 등을 헌법 전문에 담는 데 대해 근본적으로 반대하지 않는다”며 “헌법 전문은 특정 사건에 대한 게 아니라, 통합적 역사 인식 아래 균형 잡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건국·새마을운동·근대화도 다 헌법 전문에 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1987년 개헌은 오로지 제왕적 대통령 견제에만 집중해서, 국회에 예산·입법 등 막강한 권한을 몰아주는 기형적 구조를 탄생시켰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회가 권력남용을 이유로 언제든 대통령과 국무위원들을 탄핵의 심판대에 세울 수 있다면, 헌정 질서를 무너뜨리면서 폭주하는 국회도 해산의 심판대에 설 수 있어야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완성된다”며 “의회해산권 도입을 본격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 의원은 지난해에도 민주당을 비판할 때마다 의회해산권 도입을 주장했다. 국민의힘 주요 관계자들의 발언에 대해서는 “개헌안 속 숨겨진 덫을 잘 파악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개헌은 통치 구조 개헌의 전초전일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의 주장에 대해서는 “헌법적 상식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헌법 제128조 제2항은 “대통령의 임기 연장 또는 중임 변경을 위한 헌법 개정은 그 헌법 개정 제안 당시의 대통령에 대해서는 효력이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과거 대통령들이 개헌을 통해 정권을 연장했던 과오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반성적 고려 차원에서 삽입된 조항이다. 대통령이 해당 조항의 효력을 무시하면서 임기 연장·중임 변경을 추진하려면 하야한 후 재선을 노려야 한다. 건국·새마을운동·의회 해산 쏟아내…과연? 이재명 독재 연장? 헌법 구조상 불가능한데… 하지만 이런 상황에선 대통령이 감당해야 할 정치적 책임이 매우 클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상식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송 원내대표가 헌법 전문에 추가할 것을 요구한 건국·새마을운동·근대화도 실제로 시도할 경우, 엄청난 논쟁이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 헌법 전문은 실제 헌법재판에서 보충적 규범으로 활용되는 등 단순한 선언이 아니라 법 규범으로서의 효력을 가지고 있으며, 국가의 정체성과 헌법의 취지를 선언하는 문장이다. 따라서 국민 대다수가 동의하는 가치를 담아야 한다. 이를 위해선 역사적 평가가 끝난 불가역적 가치를 담는 게 원칙이다. 그래서 현행 헌법 전문에는 ▲3·1 운동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 ▲4·19 민주 이념 등이 담겨있다. 여야 6당이 전문 추가를 시도했던 ▲5·18 광주 민주화 운동 ▲부마 민주항쟁 등도 역사적 평가가 끝났다. 특히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의 재평가를 주도했던 정권은 국민의힘의 전신 신한국당 소속 김영삼 전 대통령의 문민정부였다. 송 원내대표가 주장한 건국 이념 반영은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과 곧바로 충돌한다. 임시정부 법통 논란은 해방 직후에도 치열하게 진행됐던 논쟁이었다. 임시정부의 법통을 인정했던 진영은 이승만 전 대통령·한국민주당 등 우익 진영이었다. 제헌의회도 임시정부 시절 임시의정원의 정통성을 승계하는 방향으로 정통성을 확보했다. 이는 김 전 대통령·김대중 전 대통령도 인정한 후 역사적 상식으로 굳어졌다가 뉴라이트 진영이 건국절 논란을 일으키면서 송 원내대표의 주장으로까지 흘러간 것이다. 건국 이념 반영은 임시정부 법통과 충돌할 수밖에 없다. 나 의원이 주장한 의회해산권에 대해서는 “대통령제와 맞지 않는다”는 반박이 나온다. 의회해산권은 의원내각제 국가에서 총리가 보유하는 권한이다. 의회가 갖는 내각불신임권과 함께 상호 견제를 위한 짝패를 이룬다. 국무총리가 있고, 현역 의원이 내각에 참여하는 우리 통치 체제는 일정 부분 의원내각제 속성을 반영하고 있다. 하지만 대통령은 직선제로 선출된다. 대통령은 의회가 아닌 국민을 향한 정치적 책임을 진다. 아울러 국회는 대통령에 대해 탄핵소추권을 가질 뿐 대통령과 내각을 불신임할 수 없다. 대통령은 구조적으로 의회해산권을 가질 수 없다. 대통령이 의회해산권을 가졌던 것은 유신 헌법과 제5공화국 헌법이었다. 이 헌법은 대통령에게 강력한 권한을 부여했던 프랑스 드골 헌법을 참고했다. 역사적 평가 불가역 가치 국민의힘이 개헌안 표결에 불참하거나 필리버스터를 시도하는 것에 대해선 “나름대로 이유는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06석을 보유한 국민의힘으로서는 할 수 있는 일이 그것밖에 없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아울러 개헌안의 주요 내용인 ▲5·18 광주 민주화 운동 ▲부마 민주항쟁 등은 모두 전신 민주공화당·민주정의당을 포함한 국민의힘의 약점이다. 국민의힘으로서는 4·19 혁명에 이어 역사적 약점이 헌법 전문에 추가되는 굴욕을 감당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은 자가당착에 빠질 수 있는 부분까지 감수하면서 개헌안 표결에 불참했다. 부마 민주항쟁의 무대 부산·마산은 오랫동안 국민의힘을 탄탄하게 받쳐주던 주된 지지 기반이었다. 부산·경남은 노무현 전 대통령 등장 이후 경합 지역이 됐다. 국민의힘은 개헌 투표에 불참하면서 부산·마산의 위업을 헌법 전문에 담는 것을 걷어차는 외통수에 갇혔다. 비상계엄 관련 개헌안은 근본적으로 대통령의 권한을 약화시키면서 국회의 권한을 강화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국민의힘으로서는 개헌을 반대할 수밖에 없었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서는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 내부에서조차 평가가 일단락된 사안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국민의힘이 배출한 전직 대통령의 업보가 헌법에 명백하게 못 박히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위헌 정당”이라는 암시가 새 개헌안에 담기는 것을 배제하기 어렵다. 여야 6당 중 민주당에 대해선 “국민의힘의 구조적 약점을 날카롭게 찌르면서 기습적인 총력전을 시도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각 정당은 이미 6·3 지방선거라는 총력전을 앞두고 있다. 국민의힘이 개헌안 표결에 불참한 이유에 대해선 “개헌 시도가 지방선거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인식을 한 것 같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이 ‘총력전 속 총력전’을 시도한 것과 비슷하다. 개헌 시도와 6·3 지방선거를 묶는 연환계를 구사하면서 전쟁을 양면 전쟁으로 바꾸는 것이다. 당세가 줄어들어 물량 동원에 한계를 보이는 국민의힘을 상대로 심리적·물리적 과부하를 유도한 것이다. 이는 장 대표의 지도력 논란까지 파고들어 결정적 지점에 화력을 집중하고, 국민의힘의 정치적 명분까지 꺾으려 했던 난도 높은 승부수였다. 개헌안 표결은 진행하지 못했지만, 국민의힘의 궁색한 현실을 전방위적으로 폭로했기 때문에 “졌지만 지지 않은 승부”라는 평가가 나올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그 궁색한 현실 때문에 투표 불참·필리버스터라는 고전적인 청야전술을 동원할 수밖에 없었다. 총력 공격 총력 방어 이는 명장들이나 강대국이 자주 구사하던 전법이었던 사실을 전쟁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당 태종은 제1차 고당(고구려-당나라) 전쟁에서 패배한 이후 전략을 바꿔 수시로 소규모 부대로 고구려를 침공해 변방을 교란하는 등 소모전을 병행했다. 태종의 뒤를 이은 당 고종은 2회에 걸쳐 대규모 침공을 감행했다. 고구려의 연개소문은 제2차 고당 전쟁 당시 사수에서 당나라 대군을 격파했지만, 방어선이 한반도 내부로 점점 밀리고 있는 양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어 제3차 고당 전쟁에서는 내부 배반까지 겹쳐 고구려가 끝내 멸망하고 말았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소련군도 독일군이 서부전선 노르망디 상륙작전이라는 기습을 당해 방어에 모든 신경을 쏟고 있을 때, 바그라티온 작전이라는 총력전을 진행해 동부전선 내 독일군을 완전히 전멸시켰다. 민주당이 노린 전세는 이 같은 구도였다. 민주당은 이재명 대통령이 대표로 재임할 당시부터 윤석열정부를 상대로 30건이 넘는 탄핵소추를 발의하거나 법안 물량 공세를 펼치는 등 총력전 양상의 입법전을 주도했다. 170석이라는 압도적 의석수를 확보한 데서 비롯됐다. 원래 민주당은 압도적 지방선거 승리를 기대했다. 그러다가 이 대통령 공소 취소를 강하게 추진하는 상황에 대한 일부 유권자의 반감을 사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보수층이 결집하는 등 선거 구도가 백중세로 바뀌고 있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이 대통령 공소 취소에 대한 의지를 꺾지 않고 있고, 개헌까지 시도했다. 지방선거 종료 이후엔 내년 4월 재보궐선거 전까지는 선거가 없는 만큼, 오는 6월부터 내년 4월까지 약 10개월 동안 여야가 전면전을 치를 가능성은 높지 않다. 이는 실제 정치학·정책학 이론으로도 입증된다. 존 W. 킹던 미국 미시간대 명예교수는 ‘정책의 창’ 이론을 주장했다. ▲사람들이 문제의식을 느끼고 ▲준비된 해결책이 있으며 ▲정치권이 움직일 수 있는 분위기 등 3박자가 맞물리면 ‘정책의 창’이 열린다는 것이다. 민주당의 관점에서는 선거 종료 이후 유권자로부터 직접 심판받지 않는 그 10개월이 정책의 창이 열리는 시기라고 할 수 있다. 개헌 및 이 대통령 공소 취소 등 물량 공세를 밀고 나갈 수 있는 전략적 시간대라고도 볼 수 있다. 업보·약점 헌법 전문 실리면 위헌 정당? 투표 불참·필리버스터…청야전술 한계 전술적으로 보더라도, 국민의힘이 동원할 수 있는 수단은 투표 불참·필리버스터라는 청야전술격 수동적 방어밖에 없다. 법안을 반복적으로 밀어붙이면, 국민의힘은 투표 불참·필리버스터로 대응하게 된다. 그럴수록 국민 피로도가 높아지고, 중도층의 의심을 받게 된다. 진영이 확고하게 나뉜 상황에서는 중도층이 캐스팅 보트를 행사한다. 필리버스터는 말 그대로 마지막 방법이어야 하지만, 국민의힘이 거듭 사용하면서 식상해져 그만큼 비장함의 강도도 낮아졌다. 민주당의 입법적 전격전과 국민의힘의 투표 불참·필리버스터는 일종의 경로가 됐다. 양당 모두 경로 의존성이 생긴 것이다. 물론 국민의힘은 송 원내대표와 나 의원을 통해 ▲건국 담론 ▲새마을운동 ▲근대화 ▲대통령의 의회해산권 등 반격 카드를 제시했다. 하지만 모든 국민의 지지를 얻기 어려운 담론이기 때문에 기존 경로를 고칠 만큼 파급력이 강한 승부수가 되긴 어렵다. 아울러 민주당은 압도적 의석을 가진 집권여당이라는 위치를 이용해 선거 기간이 아닌 10개월 동안에도 지지층을 결집하면서 중도층의 설득을 얻을 영구적 선거운동을 할 준비를 마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이 대통령 공소 취소에 대해선 중도층의 의견이 아직 명확하게 확인되지 않아 민주당으로서도 도박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개헌안의 경우는 다르다. ▲5·18 광주 민주화 운동 ▲부마 민주항쟁 ▲비상계엄 선포 및 해제 요건 변화 등은 국민 대다수가 이미 평가를 마친 사안이다. 이 대통령 공소 취소에 대한 중도층·보수층의 비판을 상쇄할 수도 있다. 민주당은 이 같은 영구적 선거운동을 통해 내년 재보궐선거에까지 대비하는 입법적 공세를 치르려고 한다. 청야전술은 자신의 경제 기반을 모두 허물면서 진행하는 극단적 처방이다. 국민의힘이 투표와 토론을 포기하거나 체력을 소비하는 등 극단적 처방을 할수록 대중·언론의 관심을 얻지 못하는 딜레마에 빠졌다. 이어 지지 기반인 부산·경남의 자랑스러운 역사를 헌법 전문에 담는 것까지 포기해야 하는 악순환의 고리에 접어들었다. 2200년 역사를 자랑하던 동로마 제국이 몰락을 이기지 못했던 사례가 있다. 콘스탄티노폴리스에 세운 테오도시우스 3중 성벽은 오스만 술탄국이 준비한 대형 ‘우르반 대포’를 이겨내지 못했다. 또 예니체리 등 최정예 병력을 앞세운 오스만 술탄국의 물량 공세도 이겨내지 못했다. 여기에 방어전을 실질적으로 주도했던 용병 대장 조반니 주스티니아니가 부상 때문에 전장을 이탈하는 불운까지 겹쳤다. 궁색한 현실 자충수 되나 물론 청야전술에도 한계는 있다. 국민의힘에는 연개소문이나 조반니 주스티니아니조차도 없다. 지방선거가 끝나면 민주당에는 정책의 창이 열릴 것이다. 지도력 공백을 회복하지 못한 국민의힘은 이제 청야전술을 넘어선 새 전술을 고안해야 한다. 국민의힘은 과연 정책의 창을 막을 수 있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