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한국 정치는 사칙연산 중

6·3 지선, 2028 총선, 그리고 개헌 향한 숫자 전쟁

정치는 말의 싸움처럼 보이지만, 실은 숫자와의 전쟁이다. 표, 의석, 연합, 거부권, 개헌선까지 모든 것은 계산으로 움직인다. 지금 한국 정치가 극단적으로 격렬해 보이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 싸움은 윤리도, 명분도, 이념도 아니라 사칙연산의 충돌이다. 더하느냐, 빼느냐, 곱하느냐, 나누느냐가 곧 권력의 방향을 결정한다.

지금 한국 정치는 162석 여당과 107석 야당이 서로 다른 계산기를 들고 마주 선 상태다. 더불어민주당은 덧셈으로 세력을 모으고 있고, 국민의힘은 뺄셈으로 내부를 깎아내고 있다. 그리고 이 두 수식은 6·3 지방선거를 거쳐 2028년 총선에서 곱셈과 나눗셈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

이 전환이 일어나는 순간, 한국 정치의 헌법 지형까지 뒤집힌다.

지금은 덧셈·뺄셈의 정치

지금 민주당의 정치 방식은 분명한 덧셈이다. 의석을 더하고, 세력을 더하고, 이슈를 더하고, 중도를 더 끌어안는다. 162석이라는 숫자는 이미 단순한 과반이 아니라 구조적 주도권을 의미한다. 여기에 무소속과 군소 정당, 일부 중도 세력까지 더하면 180선을 넘볼 수 있다. 이것이 민주당의 계산이다.

반면 국민의힘의 정치는 뺄셈이다. 내부 인사를 제거하고, 계파를 정리하고, 과거를 지우고, 책임을 서로에게 넘긴다. 윤석열에서 한동훈으로, 한동훈에서 장동혁으로 이어지는 연쇄 배신은 개인 문제가 아니다. 이것은 정치적 자기 소거의 과정이다. 보수는 스스로의 숫자를 깎아 먹고 있다.

덧셈과 뺄셈은 정치의 기본 연산이다. 그러나 이 둘은 결코 같은 결과를 낳지 않는다. 덧셈은 혼란을 만들지만 총합을 키우고, 뺄셈은 질서를 만들지만 총량을 줄인다. 지금 민주당은 소란 속에서 커지고 있고, 국민의힘은 정리 속에서 작아지고 있다. 이것이 현재 국회의 실제 모습이다.

민주당은 덧셈 중

민주당의 전략은 단순하다. 더 많은 사람을 자기 편으로 만드는 것이다. 강성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동시에 중도층을 흡수하려 한다. 때로는 과격해 보이고, 때로는 무리해 보이지만 그 모든 행동은 숫자를 늘리는 방향으로 움직인다. 여기에 조국혁신당과의 전략적 연대나 합당까지 더해지면 덧셈의 폭은 더욱 커진다. 선거는 논쟁이 아니라 합산이기 때문이다.

162석은 출발점일 뿐이다. 민주당은 이 숫자를 최대한 확장해 개헌선 근처까지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래서 모든 갈등과 모든 법안, 모든 정치적 충돌이 이 방향을 향해 배치된다. 조국혁신당을 흡수하거나 블록화하는 시나리오 역시 이 계산의 일부다.

지금의 혼란은 전략 없는 난투가 아니라 계산된 소음이다. 덧셈은 언제나 시끄럽다.

지금 민주당이 여론의 비판을 감수하면서도 밀어붙이는 이유는 단기 지지율이 아니라 장기 수식 때문이다. 지금 1을 더하는 것이 2년 뒤에는 2가 아니라 4, 5, 6으로 불어나기 때문이다. 조국혁신당의 고정 지지층이 민주당의 곱셈 안으로 들어오면, 6·3 지방선거에 이어 2028년 총선 방정식까지 더욱 가파르게 기울어진다.

이것이 곱셈을 준비하는 덧셈 정치다. 민주당은 이미 다음 단계를 보고 있다.

국민의힘은 뺄셈

국민의힘은 지금 사람을 빼고 있다. 자신을 키운 지도자를 버리고, 함께했던 동료를 끊고, 정치적 기억을 삭제한다. 한동훈 제명 사태는 그 상징적 장면이다. 이것은 쇄신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표를 깎아내는 과정이다. 정치는 도덕이 아니라 조직이다. 조직을 해체하면서 승리할 수는 없다. 표는 충성에서 나오지 않는다.

뺄셈 정치는 단기적으로는 결속을 만드는 것처럼 보인다. 반대자를 제거하면 내부는 조용해진다. 한동훈을 밀어내면 당은 잠시 조용해질 수 있지만, 그만큼 지지층의 한 축도 함께 사라진다. 그러나 조용해진 조직은 커지지 않는다.

남는 것은 더 작은 집단이다. 이 작은 집단으로 6·3 지방선거를 치르면 승부는 이미 정해진다. 정치는 소수가 아니라 다수를 만드는 게임이기 때문이다.

지금 국민의힘이 민주당보다 더 급하게 움직이는 이유는 불안 때문이다. 숫자가 줄고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세게 공격하고, 더 과격해지고, 더 배타적으로 변한다. 한동훈 제명 이후의 과잉 공격성은 이 불안이 조직 전체로 번졌다는 신호다.

그러나 이것은 뺄셈의 가속일 뿐이다. 불안은 조직을 단단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더 빨리 깎아내린다.

6·3 지방선거가 계산기 바꾼다

6·3 지방선거는 단순한 지방 권력 경쟁이 아니다. 이것은 정치 수식이 바뀌는 시점이다. 지방선거에서는 덧셈과 뺄셈이 직접적으로 작동한다. 어느 당이 단체장과 의회를 얼마나 더 얻고, 얼마나 잃느냐가 지도 위에 찍힌다. 이 숫자가 각 당의 체력을 증명한다. 그래서 이 선거는 여론조사보다 더 정확한 정치 체력 검사다.

민주당이 여기서 승리하면 덧셈이 성공했다는 신호가 된다. 그러면 정치의 단계는 곱셈으로 이동한다. 세력을 결집하고, 연합을 확대하고, 총선 프레임을 장악한다. 반대로 국민의힘이 패배하면 뺄셈이 구조적임이 확인된다. 그 순간부터 보수는 나눗셈의 길로 들어선다. 지방선거는 그 방향을 공식화하는 첫 시험대다.

지방선거는 총선과 대선을 향한 예선이지만, 이 예선에서 이긴 쪽이 수식을 결정한다. 이기면 곱셈, 지면 나눗셈이다. 그래서 6·3 지방선거는 단순한 지방의 날이 아니라 정치 계산기의 전환점이다. 여기서 한국 정치의 방향이 갈린다. 그날의 숫자가 이후 2년의 권력 지도를 미리 그려 놓는다. 이 하루가 다음 2년을 규정한다.

2028년은 곱셈의 해?

총선은 정치의 곱셈 무대다. 세력이 모이면 배로 커지고, 연합이 형성되면 폭발한다. 민주당은 지금까지 모아온 숫자를 이 무대에서 증폭시키려 할 것이다. 162석에 중도와 제3지대를 곱하면 개헌선은 현실이 된다. 이것이 민주당의 궁극적 목표다. 지금의 모든 정치적 소음은 이 한 줄의 방정식을 향해 정렬되고 있다.

곱셈 정치의 핵심은 분열을 막는 것이다. 그래서 민주당은 내부 갈등을 관리하면서도 큰 틀의 결속을 유지하려 한다. 작은 차이는 감수하고 큰 숫자를 지키는 전략이다. 지금의 갈등은 곱셈을 위한 마찰이다. 충돌은 있지만 분해는 허용하지 않는 계산이 작동하고 있다.

곱셈이 성공하면 정치의 규칙이 바뀐다. 법률이 아니라 헌법이 바뀐다. 이것이 2028년 총선의 진짜 의미다. 단순한 정권 경쟁이 아니라 체제의 재설계가 걸려 있다. 이 선거는 정부 하나를 바꾸는 투표가 아니라 국가의 운영 공식을 바꾸는 투표가 된다.

누가 집권하느냐가 아니라, 어떤 헌법 위에서 권력이 작동하느냐를 결정하는 순간이 바로 2028년이다.

나눗셈에 노출된 국민의힘

나눗셈은 정치에서 가장 위험한 연산이다. 한 집단이 둘로 쪼개지고, 둘이 넷으로 갈라진다. 표는 나뉘고, 의석은 조각난다. 지금 국민의힘은 뺄셈 정치에 이어 이 위험에 노출돼있다. 나눗셈 정치는 계파, 노선, 인물이 동시에 분해된다. 이 분해는 논쟁이 아니라 세력의 붕괴 과정이다. 정치적 체중이 빠져나가는 것이다.

만약 6·3 지방선거 이후 총선을 앞두고 보수가 통합하지 못하면 이 나눗셈은 현실이 될 가능성이 크다. 보수가 여러 갈래로 갈라지면 민주당은 적은 표로도 승리한다. 이것이 선거의 잔인한 수학이다. 나눗셈은 항상 패배로 끝난다. 분열된 보수는 싸우기도 전에 이미 결과를 내준 상태가 된다. 이것이 반복되어온 보수 패배의 공식이다.

지금 국민의힘이 해야 할 것은 더하기지만 실제로는 빼기만 하고 있다. 이 상태로 2028년을 맞으면 결과는 명확하다. 나눗셈 정치는 곧 붕괴 정치다. 당은 남아 있어도 세력은 남지 않는다. 그리고 정치에서 세력이 없는 당은 이미 패배한 조직이다. 이 계산은 누구의 희망과도 무관하게 작동한다.

국민의힘, 대연합만이 뺄셈·나눗셈 막는다

국민의힘이 지금의 뺄셈을 멈출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하나다. 친윤, 비윤, 탈윤, 중도보수, 개혁보수를 모두 묶는 대연합이다. 이것은 노선 타협이 아니라 생존 계산이다. 계파를 지워서 살아남는 길은 없고, 계파를 더해서만 총선의 문을 통과할 수 있다. 지금 보수에게 필요한 것은 정리가 아니라 합산이다.

대연합이 필요한 이유는 단순하다. 민주당이 덧셈을 끝내고 곱셈으로 가는 순간, 분열된 보수는 나눗셈의 함정에 빠지기 때문이다. 후보가 둘이면 표는 반으로 갈리고, 셋이면 조각난다. 이 구조에서는 아무리 좋은 이슈도, 아무리 센 공격도 의미가 없다. 선거는 명분이 아니라 합계로 이기기 때문이다.

만약 국민의힘이 대연합에 실패한다면, 개헌 저지선은 총선 전에 무너진다. 민주당의 곱셈을 막을 숫자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그 순간 국민의힘은 반대당이 아니라 방관자가 된다. 그래서 대연합은 선택이 아니라 마지막 기회다. 이것이 보수가 나눗셈을 멈출 수 있는 유일한 계산식이다.

개헌선이 열리나

민주당이 곱셈에 성공하면 개헌선은 더 이상 꿈이 아니다. 200석 안팎의 의석은 헌법을 바꿀 수 있는 힘이다. 그 순간부터 한국의 권력구조는 민주당의 시간표 위에서 움직인다. 대통령제, 권력 분산, 선거제도까지 모두 재설계 대상이 된다. 국가의 운영 규칙이 한 정당의 전략에 의해 다시 짜이게 된다.

이때 국민의힘은 저지선이 아니라 관객이 된다. 숫자가 없는 반대는 정치가 아니라 의견일 뿐이다. 개헌은 합의가 아니라 수의 결과다. 이것이 정치의 냉정한 현실이다. 헌법은 토론으로 바뀌는 것이 아니라 의석으로 바뀐다. 권력은 언제나 숫자가 가진 쪽의 언어로 말한다.

그래서 지금의 사칙연산 전쟁은 단순한 당파 싸움이 아니다. 이것은 헌법의 주인을 가르는 싸움이다. 민주당의 덧셈과 곱셈, 국민의힘의 뺄셈과 나눗셈이 어디로 향하느냐에 따라 한국의 국가 구조가 결정된다. 정치는 결국 숫자다. 그리고 숫자는 이미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skkim596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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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의 눈’ 오세훈 차기 대선 로드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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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이 5선에 성공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참패했다. 국민의힘의 수도권 참패 기류 속에서 홀로 승리한 오 시장은 국민의힘에 불어올 태풍의 눈이 될 것이다. 과연 오 시장은 성공적인 시정과 국민의힘 체질 개선이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을까? 국민의힘은 6·3 지방선거에서 참패했다. 지난 4일 오전 개표 결과, 국민의힘은 광역자치단체장 기준 서울·대구·경북·경남 등 4곳 수성에 그쳤다. 전반적으로 전통적인 지지자들의 지원에 힘입어 최소한의 수성을 한 것으로 보인다. ‘졌잘싸’ 최소 수성 이로써 오세훈 서울시장은 사상 첫 5선에 성공했다. 오 시장은 48.94%를 득표해 48.34%를 득표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원오 후보를 가까스로 물리쳤다. 방송사들의 출구조사에서는 정 후보가 오 시장을 약 5% 앞설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지만, 개표 후 13시간이 지난 시각부터 정 후보를 역전해 신승을 거뒀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3월 이후 역동적으로 중앙정치에 개입했다. 공천 과정에서는 후보 등록을 거부하면서 ‘윤 어게인’에 기반한 강경 보수 노선을 유지하려는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에 반기를 들었다. 이어 당에 절윤(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선언을 요구했고, 국민의힘은 의원총회를 개최해 “윤석열 전 대통령의 정치적 복귀에 반대한다”는 등 절윤 결의문을 채택했다. 이후에도 오 시장은 당과 거리두기를 멈추지 않았다. 오 시장이 후보 등록을 거부하면서 요구했던 것 중 하나는 혁신 선거대책위원회 설치였으나 실현되지 않았다. 그러자 오 시장은 한동안 당의 상징색인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 차림으로 현장을 누볐다. 그는 장 대표의 지원 유세를 거절하기도 했다. 지난 4월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당 필승결의대회와 지난달 12일 진행된 서울시당 선대위 발대식 모두에 장 대표를 초청하지 않았다. 오 시장이 장 대표의 지원 유세를 거절한 취지는 “마음은 고맙지만 필요 없다”는 것이었다. 오 시장은 지난 3월2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저도 장 대표를 모시고 싶다. 변신한 모습으로 지원 와 주시길 촉구한다”며 “국민의힘 자체가 중도 확장성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후 오 시장은 서울시당을 배경으로 서울 내 자치구를 둔 의원들과 함께 선대위를 구성해 독자적으로 선거를 치렀다. 그리고 5선에 성공했다. 오 시장의 승리는 정치학적으로 정치의 개인화 현상이라고 평가할 만하다. 정치의 개인화는 정당 등 집단적 배경이 아닌 정치인 개인의 리더십 등 이미지가 정치 과정의 핵심이 되는 현상을 말한다. 전통적인 지지 세력 외엔 국민의힘이라는 브랜드가 호감을 얻지 못하는 상황에서 유권자는 국민의힘과 오 시장을 분리해서 평가한 후 오 시장을 지지했다. 국민의힘이라는 정당 브랜드가 오 시장에게 도움이 되기보다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었다. 따라서 오 시장은 당과 거리를 두면서 개인 지지 기반이 잠식되는 것을 최대한 막은 셈이다. 지방선거와 함께 진행된 경기 평택을 보궐선거에서는 국민의힘 유의동 후보가 승리했다. 유 후보는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의 지지 선언 외에는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언론이 주목한 핵심은 더불어민주당 김용남 후보와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의 갈등·상호 폭로였다. 유 후보의 승리는 범여권의 내분 속에서 어부지리 효과를 거둔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뒤베르제 법칙에 따르면, 단순다수대표제와 소선거구제는 양당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김 후보와 조 대표가 단일화에 성공했다면, 유 후보를 상대로 여유 있게 승리했을 가능성이 있었다. 참패 속 홀로 선 오…당과 거리 두고 5선 신승 유 어부지리·한 자력 생존…장동혁 책임론 불씨 하지만 두 후보가 화합하지 못하면서 평택을 선거구도는 다당제로 전개됐다. 김 후보와 조 대표가 각각 일정한 경쟁력을 가진 채 분열했기 때문에 범여권 지지자의 표심은 사실상 양분됐다. 반면 자유와혁신 황교안 후보는 김 후보와 조 후보만 한 경쟁력을 갖지 못해 유 후보의 표를 결정적으로 잠식하지는 못했다. 김 후보·조 후보·진보당 김재연 상임대표 등 진보 성향 범여권 후보들은 각각 28.77%·27.44%·2.95%를 득표했다. 반면 유 후보는 34.83%를, 황 후보는 6.19%를 득표했다. 이 때문에 유 후보는 다수 대결 구도 속 승자가 될 수 있었다. 평택을 결과는 뒤베르제 법칙의 기계적 효과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보여줬다. 단순다수대표제에서는 1표라도 더 얻은 후보가 의석을 차지한다. 유 후보는 34.83%를 득표하는 데 그쳤지만, 범여권 후보들이 분열하면서 의석을 차지할 수 있었다. 범여권 후보의 분열은 뒤베르제 법칙이 기대하는 심리적 효과인 사표 방지를 위한 유력 후보 결집 효과 실현을 방해했다. 따라서 유 후보의 승리는 국민의힘의 조직적 승리라기보다, 범여권 분열과 단순다수대표제의 기계적 효과가 맞물린 결과에 가까웠다. 부산 북구갑 재보궐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했던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도 민주당 하정우 후보를 물리치고 신승했다. 이로써 한 전 대표는 오 시장과 함께 자력으로 정치적 승리를 거뒀다. 지난 2월 한 전 대표 제명을 주도했던 장 대표 등 당권파는 매우 치명적인 내상을 입은 것이다. 통상적인 정치적 관례대로라면 선거에서 대패한 당 대표 등 지도부는 일괄 사퇴의 길을 걷는다. 이후엔 비상대책위원회가 설치돼 당의 혼란을 수습한 후 전당대회를 개최한다. 하지만 일각에선 선거 이전부터 “장 대표는 선거에서 패배하더라도 물러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 3일 SBS 선거 방송에 출연한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나는 자유한국당 대표였던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자유한국당 패배를 예고하는 출구조사 발표를 듣는 즉시 사퇴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장 대표는 억울하다고 생각하면서 사퇴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가 장 대표가 억울해할 것이라고 예상한 이유로는 “상당수 후보들이 장 대표에게 지원을 요청하지 않았으므로 장 대표로서는 할 말이 있다”고 설명했다. 장 대표는 지난 4일에도 사퇴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장 대표를 강제로 사퇴시킬 수단은 사실상 없다. 국민의힘 당헌·당규에 따르면, 청년 최고위원을 포함한 선출직 최고위원 5명 중 4명 이상이 사퇴하거나 궐위되면 지도부가 무너진 것으로 간주돼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된다. 치열한 혈투 치명적 내상 국민의힘 선출직 최고위원은 신동욱·김민수·양향자·김재원·우재준 최고위원이다. 이들 중 신동욱·김민수·김재원 최고위원은 전반적으로 장 대표와 뜻을 함께하고 있다. 물론 구 친윤(친 윤석열)계가 장 대표의 거취를 어떻게 결정할지에 따라서 신 최고위원과 김재원 최고위원은 유동적인 결정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구 친윤계로서는 장 대표를 섣불리 사퇴시켰다가 오 시장이 당권 장악까지 시도하는 더 큰 강풍을 맞이할 수도 있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한동안 “구 친윤계가 장 대표를 사퇴시킨 후 신 최고위원을 얼굴로 내세울 수도 있다”는 설이 돌아다녔지만, 말 그대로 설로 끝났다. 장 대표와 구 친윤계가 충돌했던 지난 1~2월에도 충돌했던 핵심 요소는 절윤 등 노선 변경 여부였을 뿐, 장 대표의 거취는 아니었다. 인위적인 지도부 붕괴는 사실상 어렵다. 최고위 자체가 장 대표에겐 벙커로 작용하기 때문에 장 대표가 버티면 끌어낼 수 있는 정상적인 방법을 찾기 어렵다. 하지만 대구·경북·경남을 수성했기 때문에, 대체로 이 지역을 기반으로 삼는 구 친윤계는 참패 속에서도 당내 발언권이 사라지지 않았음을 확인했다. 반대로 대구에서 민주당 김부겸 후보가 45.05%를 득표하는 등 핵심 지역 기반 대구에서도 예전과 다른 정치적 정서가 확인됐다. 따라서 구 친윤계로서는 “지역 기반 수성을 위해 당에 변화를 줘야 할 시점”이라는 판단과 “장 대표가 관례대로 사퇴해야 한다”는 판단이 교차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하마평에 올랐던 신 최고위원 등 대안 인물을 찾아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옹립하려 할 가능성이 있다. 현재의 국민의힘은 ‘윤 어게인’ 정서를 등에 업은 강경 보수 세력과 영남권에 기반을 둔 구 친윤계가 양대 축을 형성한 과두적 구조에 가깝다. 이탈리아의 사회학자 로베르트 미헬스는 ‘과두제의 철칙’이라는 개념을 주장했다. 과두제의 철칙은 “조직이 커질수록 민주성을 유지하기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미헬스가 지적했던 근거는 ▲관료화와 분업 ▲대중의 무관심과 무능력 ▲지도부의 권력 독점 등이었다. 이 중 국민의힘에 작용하는 것은 관료화와 권력 독점이라고 할 수 있다. 관료화로 인해 지도부에 권력이 집중되고, 지도부는 권위 유지를 위해 정보·자원을 통제한다. 구 친윤계 대안 옹립? 그간 구 친윤계는 “당의 이익보다 자신의 권력 자산을 보존하려고 한다”는 비판적 평가를 받아왔다. 장 대표가 구 친윤계의 사퇴 공세에 맞설 수단은 당헌·당규가 벙커로 만든 지도부의 견고함밖에 없다. 영남을 수성했기 때문에 국민의힘에서는 역설적으로 큰 혼란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기반이 영남에 과도하게 집중돼있기 때문에 연이은 선거 패배라는 외부적 충격이 발생할수록 당내 권력구조 강화로 회귀하려는 관성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구 친윤계에 대해서는 “당을 파벌·지역의 이익을 지키기 위한 도구로 활용한다”는 비판이 오랫동안 제기돼왔다. 서울시장 5선에 성공한 오 시장은 지금까지 구 친윤계와 장 대표 모두를 상대해 왔던 한 전 대표와는 다르다. 한 전 대표는 구 친윤계와 강경 보수 성향 지지자들로부터 배신자라는 낙인이 찍혀 있었다. 그가 국민의힘 복당 이후 당권 장악을 거쳐 대권에 도전할 것이란 예상은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다. 하지만 한 전 대표의 복당은 역설적으로 더욱 어려워질 수도 있다. 복당하더라도 국민의힘 내 소수 계파인 친한(친 한동훈)계 수장에 불과하다. 목표로 삼을 당권·대권 도전을 위해선 당내 구 친윤계의 거부감을 누그러트릴 수 있는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 따라서 한 전 대표는 당선돼 자력 생존했다고 하더라도 아직은 태풍 속의 찻잔으로 남을 공산이 크다. 사상 최초로 서울시장 5선에 사실상 자력으로 성공한 오 시장이야말로 태풍의 눈이 될 가능성이 높다. 장 대표는 당 대표직 유지와 생존이 급박하기 때문에 수성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자신이 당 대표이기 때문에 자신의 노선을 변혁하려는 모순을 저지를 수도 없다. 따라서 국민의힘의 차기 권력구도는 오 시장과 구 친윤계가 여러 쟁점을 놓고 충돌하는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몇 달 안으로 결정해야 할 논점만 해도 ▲장 대표 등 지도부의 거취 ▲비상대책위원회 설치 여부 및 위원장 임명 ▲새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 개최 시점 등이며, 이것들이 연쇄적으로 이어진다. 최고위는 장 벙커…영남 기반 구 친윤도 셈법 복잡 복당 벽 마주할 한…‘오세훈계’ 편성 당 흔드나 국민의힘 내 수도권 거점은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무너졌다고 봐도 무방한 수준이다. 따라서 오 시장이 잔존한 수도권 내 비친한계 성향 중도보수계열 인사들을 규합해 오세훈계를 구성할 수도 있다. 다만 현실적으로 광역자치단체장이 직접 정당 대표를 맡기는 어렵다. 오 시장으로서는 오세훈계를 구성해 참신한 개혁 이미지를 표방할 수 있는 대리인을 내세울 가능성이 있다. 일각에서는 그 대리인으로, 친한계로 알려졌지만 서울시당위원장으로서 당권파와 겨뤄가면서 오 시장과 호흡을 맞춘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과 서울 내 험지인 도봉갑에서 당선돼 서울시장 선거전에서도 민주당 정 후보 저격 활동에 집중했던 김재섭 의원 등을 거론한다. 이에 맞서 구 친윤계는 전통적인 논리를 동원해 맞설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016년 이후 영남권 중심 구 친윤계의 논리는 “수도권이야말로 늘 국민의힘 선거 패배의 원흉”이라는 것이었다. 만약 오세훈계가 새롭게 편성된다면, 사안에 따라 오세훈계와 친한계가 구 친윤계의 공세에 공동 대응할 가능성도 있다. 물론 장 대표의 정치적 수명이 이 사태에 아예 참전할 수 없을 정도로 끝난 것은 아니다. 그의 정치적 수명을 연장시킬 수 있는 변수는 이번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투표용지 관리 논란에서 나올 수도 있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서울 송파구에서 발생한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일각에선 재투표까지 주장하고 있다. 당장 직면한 참패의 여파를 수습하고 당을 뭉치게 하는 데 있어서는 도움이 될 수 있다. 위기를 통제 가능한 외부의 독립된 실체로 분리해 내부적 결집을 추구하는 것이다. 하지만 강경 보수 집단이 영향력을 행사하는 국민의힘에선 오히려 내부를 겨냥한 칼이 될 수도 있다. 섬세하게 다루지 못하면 부정선거론의 영향력이 당 안에서 강해질 수 있고, 역설적으로 장 대표의 영향력이 강해지도록 돕는 생명줄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시선은 대권에? 부정선거론과 장 대표의 영향력 유지가 겹쳐지면, 오 시장과 구 친윤계가 일시적으로 연합해 대응할 수도 있다. 따라서 국민의힘에선 네 갈래 권력 투쟁인 ‘사국지’가 펼쳐질 가능성이 있다. 크게는 영남·강경 노선과 수도권·확장 노선으로 분류된다. 그런데 이를 세부적으로 파고들면, ▲대구·경북 중심 구 친윤계 ▲지도부란 벙커에 있는 친 장동혁계(당권파) ▲친 한동훈계 ▲무계파·수도권 중심 친 오세훈계 등으로 편성될 수도 있다. 계파의 세분화 가능성 중심에는 오 시장이 있다. 태풍의 눈이 된 오 시장은 과연 성공적인 서울시정 수행과 국민의힘 체질 개선에 성공할 수 있을까? 오 시장이 대권에 시선을 두고 있다면, 두 마리의 토끼는 반드시 잡아야 한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