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를 만나다> 개혁신당 이주영 의원

  • 박형준 기자 ctzxp@ilyosisa.co.kr
  • 등록 2026.04.13 16:01:27
  • 호수 157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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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만원 선거비 충분히 가능”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개혁신당 이주영 의원은 “AI 사무장 등 여러 기술이 활용되므로 99만원대 선거비용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혁신당은 여성이라는 걸 일부러 소모하지 않는다”며 “개혁신당에 오는 여성 정치인은 자유 의지를 가진 자연인으로서의 정치인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장담했다.

개혁신당 이주영 의원은 인재영입위원장으로서 지방선거 출마 인재 영입을 총괄하고 있다. <일요시사>는 이 의원을 만나 개혁신당의 인재 영입 방향과 의사 출신으로서 개혁신당의 지방선거 관련 보건복지 정책 및 개혁신당의 취약점으로 거론되는 여성·노인의 저조한 지지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다음은 이 의원과의 일문일답.

-지난 2월 개혁신당 인재영입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개혁신당이 영입하려는 인재상은?

▲개혁신당은 이미 나온 말을 반복하는 사람이 아니라, 앞으로 해야 할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을 인재라고 생각한다. 현장을 잘 알면서, 전문성·포용성을 가미해 실제로 대한민국의 문제를 해결하고, 미래 방향을 얘기할 수 있어야 한다. 어떨 때는 쓴소리도 해야 한다. 그래서 다방면에서 영리하면서도 굉장히 긴 안목을 가진 사람을 뽑고 있다.

-개혁신당은 지난해 8월 연찬회에서 ‘300만원대 지방선거 비용’을 주장했다. 올해 1월부터는 99만원으로 줄었다. 왜 99만원인가?

▲AI 사무장·정책 공약 검증 프로그램과 쇼츠 완성 프로그램 등 여러 기술이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는 처음엔 익숙하지 않은 누군가가 도전한다. 그런데 정치·선거에는 필요한 도구들이 너무 많다. 불필요한 비용 때문에 에너지가 소모되는 걸 막고 싶었다. 등록 등 기본적인 부분만 고려하면, 99만원까지 줄일 수 있다는 결론이 나왔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의 지난해 대선 출마 당시 출구조사 득표율에 따르면, 여성보단 중·장·노년층 득표율이 더 낮다.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낮아진다. 이들을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

▲저는 청년 정책을 생애 주기별 정책이라고 한다. 청년이 자발적으로 원가정을 걱정하지 않고 잘 헤쳐나가려면, 부모님의 노후가 튼튼해야 한다. 그런데 부모님의 노후가 튼튼해지려면, 청년 일자리가 풍성해야 한다. 모든 것은 연결돼있다. 노인·청년·일자리·주거 등 정책을 따로 분리하는 건 각각의 정책을 분절화·파편화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청년의 일자리를 보살펴주는 게 중·장년의 노후 대비에 가장 좋은 방법이다.

-의사 출신 보건복지 전문가로서 개혁신당이 중·장·노년층 유권자를 설득하기 위해 제시할 수 있는 보건복지 관련 거시적 지방선거 공약 설계 방향이 있다면?

▲지금까지의 모든 정책은 치매 국가 보호와 같은 단편적 질병 단위에 대처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그런데 국민의 건강은 모두 연결돼있다. 단일 질병 정책으로 나오는 이유는 정책이 곧 표가 되기 때문이다.

“깨알 같은 선거 팁 핸드북…동지 되자는 것”
“단일 질병 정책은 표 때문, 방향성 제시할 것”

치매 환자를 책임지기 때문에 관련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대상은 가정·병원이다. 그전 단계까지의 사회적 인프라·전체적인 파악·의료 제도 구축 등 역할은 국가가 맡아야 한다. 하지만 국가 정책은 모든 일이 발생한 후 현금 지원·소수 대상자 지원 등 형식으로 나타난다. 건강하게 수명이 길어질 수 있도록 국가적 방향성을 제안하려고 한다.

-중증 환자와 가족은 간병비 문제로 현실적인 어려움을 겪기 마련인데….

▲정부의 기조는 간병비를 지원해 주겠다는 것이다. 모든 환자에겐 간병이 필요하다. 나아가 모든 장애인·어르신·영아 등에겐 간병에 준하는 돌봄이 필요하다. 간병비 지급이란 형태로 도대체 몇 명의 국민이 직접 혜택을 받을 수 있겠는가?

입원·요양 과정 전반에 걸쳐 누구나 간병 서비스를 통합적으로 받을 수 있게 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현재 의료 시스템은 치료비는 정말 최소한도로 들어가지만, 간병은 알아서 해결해야 한다. 간병 문제가 선거 공약으로 소모되지 않는 선거가 필요하다.

-여성주의 성향이 강한 2030세대 여성일수록 개혁신당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을 많이 밝힌다. 여성 정치인으로서 제시할 수 있는 해법이 있다면?

▲여성이 개혁신당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개념은 과거의 정치가 갈라놓은 성별의 역할 때문에 발생하는 결과라고 생각한다. 저희도 그 구도대로 공약을 답습하면 내지 못할 공약이 없다. 저희는 여성 정책이 여성만을 위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여성이 좋아할 만한 남성 정책이 있을 수 있고, 남성이 더 큰 이득을 볼 수 있는 여성 정책도 있을 것이다.

-여성주의 성향이 강한 여성일수록 개혁신당과 이준석 대표에게 비판적인데….

▲의정 활동을 하는 2년 내내 고민했다. 그런데 저는 그분들이 전체를 대표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과거의 여성주의가 잘못됐다는 게 아니다. 새로운 개념이 들어올 땐 사회 전체가 필연적으로 출렁일 수밖에 없다. 높은 파도와 낮은 골을 왕래하다가 정반합을 거쳐 안정을 찾는 것이다.

개혁신당은 여성이라는 걸 일부러 갖다 쓰거나 소모하지 않는다. 여성 관련 예민한 이슈가 제기됐을 때, 개혁신당도 저를 내보내면 편리할 것이다. 하지만 개혁신당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개혁신당에 오시는 여성 정치인도 저와 똑같은 경험을 하실 것이다. 자유 의지를 가진 자연인으로서의 정치인으로 성장하실 수 있을 것이다.

굉장한 거물급도 같이 하기 어려운 이유는…
“대선 후 성장했다면 지지율 10% 이상도 가능”

-개혁신당의 전략 선거구 지정·지방선거 후보자 핸드북을 보면, 기초·광역의원 당선자 배출에 더 많은 집중을 하는 것 같다.

▲개혁신당의 방향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거라고 생각한다. 과거 정치 문법대로 책을 만들면, 그럴듯하게 보이도록 서울시장 관련 내용부터 쓸 것이다. 그런데 그 정도 선거에 나가시는 분들은 어느 정도 정치를 아신다. 필요한 지원의 종류가 다르다.

기초·광역의원 출마자는 처음으로 정치에 투신하시고, 밑바닥 민심부터 끌어모아야 한다. 하지만 후원회조차 꾸려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는 분들도 많다. 그런 분들에게 저희가 알려드릴 수 있는 모든 걸 알려드리고 싶은 것이다. 깨알 같이 다 알려주는 건 동지가 되자는 건데 내가 고생한 만큼 당신은 고생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을 담은 것이다.

-개혁신당이 기존 보수 진영 활동 경력자도 적극적으로 수용할 거라는 이야기가 있다.

▲잘못 알려진 이야기다. 과거의 정치인이더라도 개혁신당의 가치관에 동의하신다면 함께할 수 있단 이야기였다. 국민의힘에서 공천을 못 받아 떨어진 사람도 보수 정치인·경력자라고 받아준다는 이야기와는 결이 다르다. 개인의 영달을 위해 오시는 분은 반갑지 않다.

굉장한 거물급이 오신다고 하더라도, 입지·행복을 위해 개혁신당을 이용하는 거라면 같이 하기 어렵다. 그분도 못 버티실 것이다. 과거에 진보 진영에서 열심히 활동하셨어도 진보 진영의 문제를 잘 아시고, 개혁신당의 방향에 동의하실 수도 있다. 그런 분은 저희도 환영한다.

-개혁신당과 이주영 의원의 지방선거를 앞둔 개혁신당과 이주영 의원의 목표와 다짐은?

▲개인적 다짐은 눈앞에 보이는 이득 때문에 방향성을 잃지 말자는 것이다. 개혁신당의 다짐도 선거 공학적인 승패·지지율 때문에 개혁신당이 가야 할 방향을 비틀지 말자는 것인데, 저희는 기본적으로 성장을 지향한다. 지난해 대선보다 우리가 더 나아졌단 걸 보여드려야 한다.

그때 이상의 성과를 얻는다면 10% 이상 지지율을 얻을 것이다. 아울러 우리 기초·광역의원 후보자들이 최대한 많이 당선되고, 당락을 떠나 앞으로 개혁신당에서 계속 함께 꾸준히 일하는 동지로 같이 성장했으면 좋겠다. 그분들이 점점 더 많이 당선돼 지역에서 입지를 공고히 하신 후 더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길 바란다.

아울러 개혁신당의 방향성이 유권자의 귀에 더 많이 들어가는 게 목표라고 할 수 있다. 광역자치단체장 당선자도 나오면 좋겠다.

<ctzx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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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 이후 꺼낼 국민의힘 개헌 꽃놀이패

지방선거 이후 꺼낼 국민의힘 개헌 꽃놀이패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여야 6당이 참여한 개헌 시도는 국민의힘의 투표 불참으로 인해 결국 무산됐다. 입법적 전격전을 선호하는 민주당은 지방선거 이후 내년 재보궐선거까지 약 10개월 동안의 공백기를 노릴 가능성이 있다. 국민의힘의 청야전술은 이를 막아낼 수 있을까? 국민의힘을 제외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여야 6당이 발의한 헌법 개정안이 지난 7일 의결정족수 미달로 투표 불성립 처리됐다. 국민의힘은 이날 표결 불참을 당론으로 정한 후 의원 전원이 불참했다. 이튿날인 8일,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예고하자, 우원식 국회의장은 개헌안 처리를 중단했다. 정족수 미달 투표 불성립 현행 헌법에 따르면, 개헌안은 국회 재적 의원 과반이나 대통령이 발의할 수 있다. 대통령은 이를 20일 이상 공고해야 하고, 국회는 공고일로부터 60일 이내에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해야 한다. 이어 30일 이내에 국민투표를 거쳐 유권자 과반이 투표하고, 투표자 과반이 찬성해야 확정된다. 지난 7~8일 기준, 국회 재적 의원은 286명이라서 개헌안 가결에는 191명의 찬성이 필요하다. 국민의힘 의원은 모두 106명이다. 여야 6당 의원 전원이 개헌안 투표에 참여해 찬성한다면, 국민의힘에서 최소 11명 이상의 이탈자가 나와야 한다. 개헌안에는 ▲헌법 전문에 5·18 광주 민주화 운동과 부마 민주항쟁 명시 ▲계엄 선포 시 48시간 이내 국회 승인을 받아야 유효하도록 변경 ▲국회가 계엄 해제를 능동적으로 주도할 수 있도록 대통령 권한 축소 등의 내용이 담겼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지난 7일 청와대 앞에서 진행된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재명은 연임 불가 선언 요구를 끝내 거부했다”며 “개헌을 하겠다면, 먼저 이재명이 연임 불가를 선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지난 8일 기자들을 만나 “부마 민주항쟁과 5·18 광주 민주화 운동 등을 헌법 전문에 담는 데 대해 근본적으로 반대하지 않는다”며 “헌법 전문은 특정 사건에 대한 게 아니라, 통합적 역사 인식 아래 균형 잡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건국·새마을운동·근대화도 다 헌법 전문에 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1987년 개헌은 오로지 제왕적 대통령 견제에만 집중해서, 국회에 예산·입법 등 막강한 권한을 몰아주는 기형적 구조를 탄생시켰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회가 권력남용을 이유로 언제든 대통령과 국무위원들을 탄핵의 심판대에 세울 수 있다면, 헌정 질서를 무너뜨리면서 폭주하는 국회도 해산의 심판대에 설 수 있어야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완성된다”며 “의회해산권 도입을 본격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 의원은 지난해에도 민주당을 비판할 때마다 의회해산권 도입을 주장했다. 국민의힘 주요 관계자들의 발언에 대해서는 “개헌안 속 숨겨진 덫을 잘 파악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개헌은 통치 구조 개헌의 전초전일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의 주장에 대해서는 “헌법적 상식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헌법 제128조 제2항은 “대통령의 임기 연장 또는 중임 변경을 위한 헌법 개정은 그 헌법 개정 제안 당시의 대통령에 대해서는 효력이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과거 대통령들이 개헌을 통해 정권을 연장했던 과오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반성적 고려 차원에서 삽입된 조항이다. 대통령이 해당 조항의 효력을 무시하면서 임기 연장·중임 변경을 추진하려면 하야한 후 재선을 노려야 한다. 건국·새마을운동·의회 해산 쏟아내…과연? 이재명 독재 연장? 헌법 구조상 불가능한데… 하지만 이런 상황에선 대통령이 감당해야 할 정치적 책임이 매우 클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상식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송 원내대표가 헌법 전문에 추가할 것을 요구한 건국·새마을운동·근대화도 실제로 시도할 경우, 엄청난 논쟁이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 헌법 전문은 실제 헌법재판에서 보충적 규범으로 활용되는 등 단순한 선언이 아니라 법 규범으로서의 효력을 가지고 있으며, 국가의 정체성과 헌법의 취지를 선언하는 문장이다. 따라서 국민 대다수가 동의하는 가치를 담아야 한다. 이를 위해선 역사적 평가가 끝난 불가역적 가치를 담는 게 원칙이다. 그래서 현행 헌법 전문에는 ▲3·1 운동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 ▲4·19 민주 이념 등이 담겨있다. 여야 6당이 전문 추가를 시도했던 ▲5·18 광주 민주화 운동 ▲부마 민주항쟁 등도 역사적 평가가 끝났다. 특히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의 재평가를 주도했던 정권은 국민의힘의 전신 신한국당 소속 김영삼 전 대통령의 문민정부였다. 송 원내대표가 주장한 건국 이념 반영은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과 곧바로 충돌한다. 임시정부 법통 논란은 해방 직후에도 치열하게 진행됐던 논쟁이었다. 임시정부의 법통을 인정했던 진영은 이승만 전 대통령·한국민주당 등 우익 진영이었다. 제헌의회도 임시정부 시절 임시의정원의 정통성을 승계하는 방향으로 정통성을 확보했다. 이는 김 전 대통령·김대중 전 대통령도 인정한 후 역사적 상식으로 굳어졌다가 뉴라이트 진영이 건국절 논란을 일으키면서 송 원내대표의 주장으로까지 흘러간 것이다. 건국 이념 반영은 임시정부 법통과 충돌할 수밖에 없다. 나 의원이 주장한 의회해산권에 대해서는 “대통령제와 맞지 않는다”는 반박이 나온다. 의회해산권은 의원내각제 국가에서 총리가 보유하는 권한이다. 의회가 갖는 내각불신임권과 함께 상호 견제를 위한 짝패를 이룬다. 국무총리가 있고, 현역 의원이 내각에 참여하는 우리 통치 체제는 일정 부분 의원내각제 속성을 반영하고 있다. 하지만 대통령은 직선제로 선출된다. 대통령은 의회가 아닌 국민을 향한 정치적 책임을 진다. 아울러 국회는 대통령에 대해 탄핵소추권을 가질 뿐 대통령과 내각을 불신임할 수 없다. 대통령은 구조적으로 의회해산권을 가질 수 없다. 대통령이 의회해산권을 가졌던 것은 유신 헌법과 제5공화국 헌법이었다. 이 헌법은 대통령에게 강력한 권한을 부여했던 프랑스 드골 헌법을 참고했다. 역사적 평가 불가역 가치 국민의힘이 개헌안 표결에 불참하거나 필리버스터를 시도하는 것에 대해선 “나름대로 이유는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06석을 보유한 국민의힘으로서는 할 수 있는 일이 그것밖에 없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아울러 개헌안의 주요 내용인 ▲5·18 광주 민주화 운동 ▲부마 민주항쟁 등은 모두 전신 민주공화당·민주정의당을 포함한 국민의힘의 약점이다. 국민의힘으로서는 4·19 혁명에 이어 역사적 약점이 헌법 전문에 추가되는 굴욕을 감당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은 자가당착에 빠질 수 있는 부분까지 감수하면서 개헌안 표결에 불참했다. 부마 민주항쟁의 무대 부산·마산은 오랫동안 국민의힘을 탄탄하게 받쳐주던 주된 지지 기반이었다. 부산·경남은 노무현 전 대통령 등장 이후 경합 지역이 됐다. 국민의힘은 개헌 투표에 불참하면서 부산·마산의 위업을 헌법 전문에 담는 것을 걷어차는 외통수에 갇혔다. 비상계엄 관련 개헌안은 근본적으로 대통령의 권한을 약화시키면서 국회의 권한을 강화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국민의힘으로서는 개헌을 반대할 수밖에 없었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서는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 내부에서조차 평가가 일단락된 사안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국민의힘이 배출한 전직 대통령의 업보가 헌법에 명백하게 못 박히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위헌 정당”이라는 암시가 새 개헌안에 담기는 것을 배제하기 어렵다. 여야 6당 중 민주당에 대해선 “국민의힘의 구조적 약점을 날카롭게 찌르면서 기습적인 총력전을 시도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각 정당은 이미 6·3 지방선거라는 총력전을 앞두고 있다. 국민의힘이 개헌안 표결에 불참한 이유에 대해선 “개헌 시도가 지방선거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인식을 한 것 같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이 ‘총력전 속 총력전’을 시도한 것과 비슷하다. 개헌 시도와 6·3 지방선거를 묶는 연환계를 구사하면서 전쟁을 양면 전쟁으로 바꾸는 것이다. 당세가 줄어들어 물량 동원에 한계를 보이는 국민의힘을 상대로 심리적·물리적 과부하를 유도한 것이다. 이는 장 대표의 지도력 논란까지 파고들어 결정적 지점에 화력을 집중하고, 국민의힘의 정치적 명분까지 꺾으려 했던 난도 높은 승부수였다. 개헌안 표결은 진행하지 못했지만, 국민의힘의 궁색한 현실을 전방위적으로 폭로했기 때문에 “졌지만 지지 않은 승부”라는 평가가 나올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그 궁색한 현실 때문에 투표 불참·필리버스터라는 고전적인 청야전술을 동원할 수밖에 없었다. 총력 공격 총력 방어 이는 명장들이나 강대국이 자주 구사하던 전법이었던 사실을 전쟁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당 태종은 제1차 고당(고구려-당나라) 전쟁에서 패배한 이후 전략을 바꿔 수시로 소규모 부대로 고구려를 침공해 변방을 교란하는 등 소모전을 병행했다. 태종의 뒤를 이은 당 고종은 2회에 걸쳐 대규모 침공을 감행했다. 고구려의 연개소문은 제2차 고당 전쟁 당시 사수에서 당나라 대군을 격파했지만, 방어선이 한반도 내부로 점점 밀리고 있는 양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어 제3차 고당 전쟁에서는 내부 배반까지 겹쳐 고구려가 끝내 멸망하고 말았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소련군도 독일군이 서부전선 노르망디 상륙작전이라는 기습을 당해 방어에 모든 신경을 쏟고 있을 때, 바그라티온 작전이라는 총력전을 진행해 동부전선 내 독일군을 완전히 전멸시켰다. 민주당이 노린 전세는 이 같은 구도였다. 민주당은 이재명 대통령이 대표로 재임할 당시부터 윤석열정부를 상대로 30건이 넘는 탄핵소추를 발의하거나 법안 물량 공세를 펼치는 등 총력전 양상의 입법전을 주도했다. 170석이라는 압도적 의석수를 확보한 데서 비롯됐다. 원래 민주당은 압도적 지방선거 승리를 기대했다. 그러다가 이 대통령 공소 취소를 강하게 추진하는 상황에 대한 일부 유권자의 반감을 사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보수층이 결집하는 등 선거 구도가 백중세로 바뀌고 있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이 대통령 공소 취소에 대한 의지를 꺾지 않고 있고, 개헌까지 시도했다. 지방선거 종료 이후엔 내년 4월 재보궐선거 전까지는 선거가 없는 만큼, 오는 6월부터 내년 4월까지 약 10개월 동안 여야가 전면전을 치를 가능성은 높지 않다. 이는 실제 정치학·정책학 이론으로도 입증된다. 존 W. 킹던 미국 미시간대 명예교수는 ‘정책의 창’ 이론을 주장했다. ▲사람들이 문제의식을 느끼고 ▲준비된 해결책이 있으며 ▲정치권이 움직일 수 있는 분위기 등 3박자가 맞물리면 ‘정책의 창’이 열린다는 것이다. 민주당의 관점에서는 선거 종료 이후 유권자로부터 직접 심판받지 않는 그 10개월이 정책의 창이 열리는 시기라고 할 수 있다. 개헌 및 이 대통령 공소 취소 등 물량 공세를 밀고 나갈 수 있는 전략적 시간대라고도 볼 수 있다. 업보·약점 헌법 전문 실리면 위헌 정당? 투표 불참·필리버스터…청야전술 한계 전술적으로 보더라도, 국민의힘이 동원할 수 있는 수단은 투표 불참·필리버스터라는 청야전술격 수동적 방어밖에 없다. 법안을 반복적으로 밀어붙이면, 국민의힘은 투표 불참·필리버스터로 대응하게 된다. 그럴수록 국민 피로도가 높아지고, 중도층의 의심을 받게 된다. 진영이 확고하게 나뉜 상황에서는 중도층이 캐스팅 보트를 행사한다. 필리버스터는 말 그대로 마지막 방법이어야 하지만, 국민의힘이 거듭 사용하면서 식상해져 그만큼 비장함의 강도도 낮아졌다. 민주당의 입법적 전격전과 국민의힘의 투표 불참·필리버스터는 일종의 경로가 됐다. 양당 모두 경로 의존성이 생긴 것이다. 물론 국민의힘은 송 원내대표와 나 의원을 통해 ▲건국 담론 ▲새마을운동 ▲근대화 ▲대통령의 의회해산권 등 반격 카드를 제시했다. 하지만 모든 국민의 지지를 얻기 어려운 담론이기 때문에 기존 경로를 고칠 만큼 파급력이 강한 승부수가 되긴 어렵다. 아울러 민주당은 압도적 의석을 가진 집권여당이라는 위치를 이용해 선거 기간이 아닌 10개월 동안에도 지지층을 결집하면서 중도층의 설득을 얻을 영구적 선거운동을 할 준비를 마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이 대통령 공소 취소에 대해선 중도층의 의견이 아직 명확하게 확인되지 않아 민주당으로서도 도박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개헌안의 경우는 다르다. ▲5·18 광주 민주화 운동 ▲부마 민주항쟁 ▲비상계엄 선포 및 해제 요건 변화 등은 국민 대다수가 이미 평가를 마친 사안이다. 이 대통령 공소 취소에 대한 중도층·보수층의 비판을 상쇄할 수도 있다. 민주당은 이 같은 영구적 선거운동을 통해 내년 재보궐선거에까지 대비하는 입법적 공세를 치르려고 한다. 청야전술은 자신의 경제 기반을 모두 허물면서 진행하는 극단적 처방이다. 국민의힘이 투표와 토론을 포기하거나 체력을 소비하는 등 극단적 처방을 할수록 대중·언론의 관심을 얻지 못하는 딜레마에 빠졌다. 이어 지지 기반인 부산·경남의 자랑스러운 역사를 헌법 전문에 담는 것까지 포기해야 하는 악순환의 고리에 접어들었다. 2200년 역사를 자랑하던 동로마 제국이 몰락을 이기지 못했던 사례가 있다. 콘스탄티노폴리스에 세운 테오도시우스 3중 성벽은 오스만 술탄국이 준비한 대형 ‘우르반 대포’를 이겨내지 못했다. 또 예니체리 등 최정예 병력을 앞세운 오스만 술탄국의 물량 공세도 이겨내지 못했다. 여기에 방어전을 실질적으로 주도했던 용병 대장 조반니 주스티니아니가 부상 때문에 전장을 이탈하는 불운까지 겹쳤다. 궁색한 현실 자충수 되나 물론 청야전술에도 한계는 있다. 국민의힘에는 연개소문이나 조반니 주스티니아니조차도 없다. 지방선거가 끝나면 민주당에는 정책의 창이 열릴 것이다. 지도력 공백을 회복하지 못한 국민의힘은 이제 청야전술을 넘어선 새 전술을 고안해야 한다. 국민의힘은 과연 정책의 창을 막을 수 있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