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2팀] 김준혁 기자 = 한강버스 운항이 재개된 지 보름여 만에 또다시 사고가 발생하면서 논란이 정치권으로 번지고 있다. 여권의 ‘오세훈 때리기’ 공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17일, 운영사 측이 해명에 나섰다.
김선직 (주)한강버스 대표는 이날 서울시청에서 브리핑을 열고 “먼저 한강버스 사고로 시민께 불편과 불안감을 드린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고개 숙였다.
김 대표는 “선장은 ‘저수심 구간의 우측 항로 표시등이 보이지 않아 좌측 녹색 항로 표시등을 보면서 접안하게 됐으나, (선박 바닥이) 수심이 낮은 간조 상태여서 강바닥에 얹히게 됐다’고 진술했다”며 “수심이 낮아진 탓인지 아니면 밧줄, 통나무 등 이물질이 있었는지 정확하게 확인하려고 조치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강버스 운영사에 따르면 지난 2월부터 현재까지 한강버스의 정상 운항 도중 바닥 걸림 보고는 총 15건이다. 크고 작은 문제로 그간 무승객 시범 운항을 하다가, 운항을 재개한 이달에만 13건의 보고가 있었다.
사전 대비가 부실했던 게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선 “여름에 시민 체험 탑승도 진행했고, 8개월 이상 운항 훈련을 해왔기 때문에 충분한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보지는 않는다”면서도 “지금이 갈수기다 보니 연중 수심이 가장 낮은 상태다. 한남대교 상류 수심이 낮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낮아질 것이라고는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전면 운항 중단 가능성’을 묻는 질문엔 “생각하고 있지 않다”며 “일단 한남대교 하류 구간(마곡, 망원, 여의도)이라도 시민들이 편리하게 이용하게 하는 게 저희가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전 구간 운항 재개 시점에 대해선 “특정해서 정확한 시기를 말씀드리긴 어려울 것 같다”면서 “한남대교 상류에 잠수사를 투입해 탐사하고, 방해되는 부유물과 이물질을 제거하는 등 운항 안전성을 확보하겠다”고 약속했다.
서울시는 한남대교 상류 항로에 대한 점검과 조치가 완료될 때까지 압구정·옥수·뚝섬·잠실 구간은 운항하지 않으며, 당분간 한남대교 남단 마곡∼망원∼여의도 구간만 부분 운항할 예정이다.
사고가 발생한 한강버스 102호는 오는 19일, 한강 만조 시점에 인양할 방침이다. 수심이 높아져 한강버스가 뜨면 자력으로 이동시키고, 그렇지 않을 경우 예인선을 수배해 인양 작업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지난 15일 오후 8시25분께 잠실선착장 인근에서 한강버스가 수심이 얕은 곳을 지나다 강바닥에 걸려 멈추는 사고가 발생했다. 승객 총 82명에 대한 인명피해는 없었다.
기다렸다는 듯 더불어민주당에선 공세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민주당 서울시당 소속 새서울준비특별위원회와 ‘오세훈 시정실패 정상화 TF’는 지난 16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그간 발생한 모든 한강버스 안전사고의 원인과 대응 과정에 대한 공식 조사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라”며 “사업의 지속 가능성과 공공교통으로서의 실효성을 평가해 시민 앞에 명확히 설명하라”고 촉구했다.
새서울준비특위 위원장인 박주민 의원은 “지금까지 총 16번 사고가 있었고 사고 직전에도 이미 유사한 문제가 있었다는 게 알려지고 있다”며 “그럼에도 오 시장은 이에 대한 전면 검토 등이 없이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운항하고 있다. 정말 끔찍하게도 시민 한 명 또는 몇 명이 다치거나 죽어야 멈출 것이냐”고 맹폭했다.
김영배 의원도 “어제만 해도 시민 수십명이, 물 위에서 안전 확보가 안 된 상황에서 담요 쓰고 덩그러니 놓여있는 상황이 발생했다”며 “적어도 아침에 일어나셨으면 사과부터 하셨어야 한다. 시민 안전보다 중요한 가치는 없다”고 강조했다.
TF 단장인 천준호 의원은 “지금의 상황을 매우 우려스럽게 생각하는 이유는 서울시가 사고 관련 내용을 투명하게 실시간으로 공개하고 대응 방안을 찾고 있지 않다는 것”이라며 “은폐는 곧 범죄”라고 일갈했다.
이날 국무총리실도 여당 공세에 힘을 보탰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보도자료를 통해 “한강버스 운항 안전성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며 서울시와 행정안전부 등에 안전성을 전반적으로 재점검하라고 지시했다.
비판이 일자 오 시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한강버스 멈춤 사고로 승객 여러분께 불안과 불편을 끼쳐드려 송구하다”며 “관리·감독 기관으로서, 원인을 철저히 파악해 부족한 부분은 신속하게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다만 안전 문제를 정치 공세의 도구로 삼는 행태는 바람직하지 않다. 필요한 것은 냉정한 점검과 실질적인 개선”이라며 “한강버스가 시행착오들을 개선해 시민의 일상에 온전하게 정착할 때까지 철저히 관리하겠다. 서울시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에 두겠다”고 약속했다.
정가에선 여당의 ‘오세훈 때리기’를 두고, 한강버스 논란을 내년 지방선거에서 주도권을 쥐기 위한 정치 공세의 도구로 활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국내 최초로 시도하는 사업인 만큼 일정 수준의 시행착오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초기 혼선을 ‘정책 실패’ ‘무능’으로 단정하는 것은 정치적 셈법에 가깝다는 것이다.
또 서울시장 자리가 이재명정부 중간평가의 핵심 무대로 꼽히는 데다, 앞장서서 비판 목소리를 낸 의원들 다수가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이라는 점도 이 같은 해석에 무게를 더한다.
다만 일각에선 오 시장이 한강버스를 ‘서울 대표 브랜드’로 내세워 온 만큼, 사고가 잇따를 경우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지 않겠느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강버스는 서울시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의 핵심 사업으로, 기후위기 대응과 지속 가능한 도시교통 실현을 위해 도입한 친환경 수상 대중교통이다.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는 하이브리드·전기 선박으로 제작됐으며, 한강을 따라 마곡부터 잠실까지 7개 선착장을 연결해 서울의 이동 방식을 확장한다는 취지로 기획됐다.
지난 9월 첫 운행을 시작했으나, 물샘·멈춤 등 크고 작은 사고가 잇따르면서 개통 열흘 만에 탑승 운항을 중단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고, 사업비 급증과 안전 검증 부실, 예산 낭비 논란이 뒤따르며 시민단체 등의 비판을 받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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