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시장 오세훈)가 야심차게 준비했던 ‘한강버스 프로젝트’가 사실상 휴식기에 들어갔다. 앞저 지난달 29일, 서울시는 한 달 동안 한강버스 운항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시는 이날부터 이달 말까지 승객들의 탑승을 임시 중단하고 성능 고도화 및 안정화를 위해 ‘무승객 시범 운항’을 하기로 했다.
한강버스는 기존의 도로와 지하철 중심의 교통망에 수상교통을 정규화함으로써 교통 혼잡 완화와 관광 활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기획됐다. 그러나 아직 실험 단계에 머물러 있으며, 교통수단으로서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이 많다.
단순한 이벤트성 사업을 넘어 서울 시민의 삶 속에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들 또한 적지 않다.
무엇이 문제인가?
무엇보다 한강버스가 ‘대중교통’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기능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남는다. 수상버스는 도로 교통과 달리 항로 제약을 받기 때문에 노선 확장성이 떨어진다. 한강이라는 단일 축을 따라 이동할 수밖에 없어 실제 생활 교통에서 갖는 활용도는 낮을 수밖에 없다.
출·퇴근 시간에 지하철이나 버스를 대체하기에는 접근성과 환승 편의가 부족한 것도 걸림돌로 지적되고 있다.
현재 정해진 승강장은 강변 일부에 국한돼있고, 강까지 접근하기 위해서는 추가로 도보나 버스를 이용해야 한다. 서울의 교통 체계가 이미 복잡하게 얽혀 있는 상황에서, 한강버스가 실질적인 통근 수단으로 자리 잡기에는 제약이 너무 크다. 결과적으로 ‘시민 교통’보다는 ‘관광 교통’의 성격이 더 강하게 남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운영 비용 대비 수익성도 난제다. 수상버스는 선박 유지·관리, 항로 정비, 안전 인력 투입 등에서 지상 교통보다 훨씬 많은 소요 비용이 들어가야 한다. 반면 승객 수요는 제한적이어서 요금만으로는 유지가 어려워, 막대한 세금 지원이 불가피하다. 문제는 이런 재정 투입이 시민 편익 대비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실제로 해외 주요 도시에서도 수상교통은 대부분 관광 상품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런던의 템즈 강, 파리의 세느 강에서도 수상버스는 존재하지만, 통근보다는 관광객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한강버스가 서울 시민의 교통 수단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누구를 위한 서비스인가’라는 질문에 명확히 답해야 한다.
단순한 ‘멋진 그림’만으로는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수상교통은 육상교통과 달리 기후와 수위, 유속 변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집중호우나 태풍, 겨울철 결빙 등 기상 상황이 악화되면 곧바로 운항이 중단될 수밖에 없다. 이는 대중 교통수단으로서의 신뢰성을 크게 떨어뜨린다. 출근길 시민 입장에서 언제 운행이 중단될지 모르는 수단을 선택하기란 쉽지 않다.
선박 안전 관리 역시 중요한 과제다. 세월호 참사 이후 국민의 해상 안전에 대한 경각심은 크게 높아졌다. 만약 한강버스에서 작은 사고라도 발생한다면 시민 신뢰는 순식간에 무너질 수 있다. 따라서 서울시는 한강버스의 안전 관리 체계를 일반 대중교통 이상으로 철저히 갖춰야 하며, 이를 시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
세금 투입으로 인한 정당성 확보돼야
생활 교통과 관광 사이의 균형도 필요
한강은 서울 도심을 가로지르는 자연 자원이라는 점에서 매력적이지만, 정작 강변과 도심 생활권 사이의 연계는 원활하지 못하다. 강변 승강장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다시 버스나 자전거, 도보를 이용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결국 환승 체계가 불편한 것이다.
지하철 역세권이나 주요 버스 환승센터와 직접 연결되지 않는 이상, 시민들이 대중교통으로 이용하기는 쉽지 않다. 한강버스가 관광용에 머무르지 않고 실질적 교통수단으로 기능하려면, 강변 접근성 개선과 환승 시스템 혁신이 반드시 동반돼야 한다.
물론 한강버스가 반드시 실패한 정책이라고 단정하기는 아직 이르다. 서울이라는 도시의 매력을 한층 끌어올릴 수 있는 관광 자원으로서의 잠재력은 분명하다. 야경과 스카이라인을 강 위에서 감상할 수 있는 경험은 지상 교통으로는 제공할 수 없는 차별적 가치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특히 K-컬처와 함께 서울의 도시 브랜드가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시점에서, 한강버스는 외국인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매력적 상품이 될 수 있다. 단, 이 경우에도 단순히 이동 수단으로만 접근할 것이 아니라, 문화 공연, 야경 투어, 역사 해설 등 다양한 부가가치를 결합해야 한다.
결국 한강버스의 미래는 ‘생활 교통’과 ‘관광 상품’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잡느냐에 달려 있다. 서울시는 이 사업을 단순히 교통 혼잡 대책으로 포장하기보다는, 관광과 도시 브랜드 제고라는 전략적 목적을 명확히 설정해야 한다. 동시에 시민 세금이 투입되는 만큼, 최소한의 생활 교통 기능을 보장해 시민들의 공감대를 확보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접근성과 환승 편의성을 높여 시민이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해야 하며, 안정적인 재정 구조를 마련해 장기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기반 확보가 필수다. 또 안전 관리와 기상 변수 대응 체계를 정교하게 갖추어 ‘신뢰할 수 있는 교통’이라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
아울러 관광적 가치와 문화적 요소를 적극 결합해 ‘한강에서만 누릴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제공해줘야 한다.
매력적인 실험과 숙제
한강버스는 단순한 교통수단을 넘어, 서울이라는 도시의 상징과 비전을 담아낼 수 있는 나름 매력적인 실험이다. 그러나 실험적 매력 뒤에는 교통 효율성, 경제성, 안전성 등 풀어야 할 숙제가 여전히 쌓여 있다. 시민의 일상과 도시의 미래를 함께 담아내려는 치밀한 전략이 없다면, 한강버스는 금세 잊혀지는 이벤트에 불과할 것이다.
이제는 보여주기식 사업을 넘어 한강의 가치를 시민 생활 속으로 끌어들이는 진정성 있는 접근이 필요한데, 이 부분이야말로 한강버스가 풀어야 할 가장 큰 숙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