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3월 운항’ 서울 한강버스, 대중교통 적절성 논란

지난 25일, 사천서 진수식
제2의 수상택시사업 되나?

[일요시사 정치팀] 박 일 기자 = 서울시(시장 오세훈) 기대작으로 불리는 ‘한강버스’가 지난 25일 전격 공개되며 한강 수상교통 시대를 알렸다. 하지만, 한강버스가 대중교통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의문부호가 붙는다.

이날, 경남 사천에선 ‘한강버스 안전 기원 진수식’서 오세훈 서울시장은 “한강 수상교통의 시대가 드디어 개막된다. 한강버스를 통해 시민들께는 새로운 대중교통을 제공하고, 대한민국 수도 서울을 찾는 관광객들에게는 여유 있게 즐길 수 있는 서울만의 독특한 정취를 선물해 드릴 수 있게 돼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서울의 한강을 세계서 가장 즐기기 좋은 강으로, 한강버스는 서울 시민이 매일매일 쾌적하게, 편리하게, 편안하게, 행복하게 이용할 수 있는 수상 교통수단으로 반드시 거듭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오 시장의 ‘수상 교통수단’ 비전에도 불구하고 “속도 면에서 경쟁력이 있을까?” “대중교통 수단? 괜히 세금 낭비하는 거 아니냐?” “과연 실효성이 있겠느냐?” “지하철 타는 것만큼 쉽지는 않을 듯” “한강 물 꽁꽁 어는 겨울에는 운행 안 하고?” 등 우려 목소리도 감지된다.

실제로 오 시장 역시 한강버스의 운행 속도와 관련해 인정했다. 앞서 지난 10월15일, 국회 서울시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했던 그는 ‘출퇴근 대중교통 수단으로 이용이 가능하느냐’는 질문에 “한강버스가 속도는 다소 떨어지더라도 다른 장점들이 있기 때문에 경쟁력 있는 대중교통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답변했다.

강서구 마곡동과 송파구 잠실동 사이의 거리는 28km, 선착장은 7곳, 한강버스의 평균속력은 17노트(31.5km/h), 최대속력은 20노트(37km/h)다. 이론상 평균속력으로만 달리더라도 1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데, 이 수치라면 대중교통으로서 운행상의 문제는 없다.


서울시민의 발이라고도 평가받는 서울 지하철(1호선~8호선)의 평균 운행속도는 어떨까? 호선마다 편차가 있긴 하지만 대략 32.5km/h(2호선)~44.6km/h(1호선) 안팎으로 확인된다. 급행 지하철의 경우는 42km/h(경인선), 51.2km/h(경부선)으로 10km/h 정도 더 빠르다.

물론, 단순히 평균 운행속도 숫자로만 대중교통 수단의 적절성을 논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하지만, 시간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서울 출근길의 경우는 사정이 달라진다.

서울시에 따르면, 한강버스 이용 시 잠실서 여의도까지 단 30분으로 이동이 가능하며 마곡까지는 54분이 걸린다. 이에 대해 JTBC는 “서울시가 다음달 도입하겠다고 한 한강 수상버스가 마곡서 잠실까지 54분밖에 걸리지 않는다고 홍보했는데, 이 속도로 가면 1시간15분이 소요된다”고 단독 보도했다.

매체는 입수 보고서를 근거로 한강버스가 최대 20노트로는 54분이라는 시간이 가능하지만, 실제 평균속력은 15.6노트였으며 잠실서 마곡까지 이동하는 데 1시간15분이 소요된다고 주장했다. 이는 단순히 해당 구간의 소요 시간일 뿐, 인근 지하철역이나 버스 정거장으로의 이동 시간은 포함되지도 않았다.

동일 구간의 지하철 이용 시엔 50분이 걸리는 것으로 확인된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운항 내내 최대속력으로 달릴 수도 없거니와 밤섬 인근의 습지 호보 구역은 8노트로, 17개의 한강 다리들을 지날 때도 속도를 줄여야 하는 탓이다. 매체는 “어떻게 해도 지하철 등 대중교통보다 20여분 느리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해명자료를 내고 “마곡~여의도~잠실 급행 구간 소요시간 54분은 17노트(31.5km/h) 속도로 운항하고 선착장마다 접근 시간 1분 및 승객의 승·하선 시간 3분 등을 고려해 산정한 것으로, 최대속도가 20노트가 나와야 가능하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초기 도입하는 선박 8척 중 4척의 속도는 15.6노트지만, 나머지 4척은 모터 용량을 늘려 17.8노트까지 속도를 향상시켰고, 추가로 도입될 선박 4척은 19.4노트”라며 “초기 도입 4척과 추가 도입 4척의 모터 증량으로 당초 계획한 마곡~여의도~잠실 구간 급행 노선의 54분보다 늦어지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해명했다.

지하철역과의 연계 부족 등 접근성 문제에 대해선 “▲마곡 ▲망원 ▲잠원 ▲잠실 4개 선착장은 나들목 등 주변 도로 여건을 고려해 버스 노선을 신설하거나 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얼마나 많은 시민들이 바쁜 아침 출근길에 한강 선착장까지 이동해서 한강버스를 이용할지도 미지수다. 1~2분이 아쉬워서 뛰는 승객들이 지하철이나 버스를 두고 굳이 한강으로까지 이동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또 모든 선착장 주변에 따릉이(서울시에서 운영 중인 자전거 무인대여 서비스) 15~30대를 배치해 이동 편의성을 높이겠다고 밝혔지만 회사원들의 출퇴근 복장을 고려하지 않은 탁상행정으로, 전혀 현실적이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선착장 접근 시간 및 승객의 승·하선 시간도 너무 촉박하게 잡은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선박업계 관계자는 “선박은 수중이라는 환경적 특성상 자유자재로 수월하게 출발, 정차할 수 있는 자동차와는 달리 운행에 제약이 많은 게 사실”이라며 “자체중량 100톤이 넘는 중형 선박의 경우는 선착장에 정착하는 데만 해도 최소한 2배 이상의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오 시장의 한강버스는 유럽 도시 곳곳의 수상버스를 벤치마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유럽의 강들은 한강과는 달리 강폭이 좁고 시내와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만큼 버스나 택시 등 대중교통과의 연계성이 좋은 편이다. 반면, 서울의 한강 상황은 그렇지 않다.

이 같은 지정학적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한강버스 사업을 밀어부쳤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199명이라는 최대 탑승 인원도 대중교통 대체제로 적합하지 않기는 매한가지다. 서울 지하철의 경우 전동차 1대당 정원은 1600명에 달하는 탓이다. 시내버스의 경우는 통상 40~50명으로 1/5 수준이지만, 도심 구석구석을 운행하는 데다 배차 간격도 한강버스보다 2배 이상 더 촘촘하기 때문이다.

오 시장의 이번 한강버스 사업은 “서울을 베네치아로 만들겠다”는 야침찬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지난 2007년부터 시작된 수상 택시 사업의 2탄 격이다. 1가구 2자동차, 3자동차 시대에 따른 교통지옥의 굴레서 벗어나보겠다는 취지서 시작됐으나, 결국 이용객 부족으로 인한 누적 적자 등의 이유로 문을 닫았던 바 있다.

앞서 서울시는 하루 이용객 2만명을 예상했지만, 2011년 하루 평균 이용객은 1% 수준에도 미치지 않는 113명에 불과했다.

한강버스는 운항 속도와 교각 높이를 고려해 건조됐다. 


한강버스 제작사 은성공업사 관계자는 “한강버스는 쌍동선 형태의 모습으로 한강서 속도감 있게 운항하면서도 항주파 영향은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잠수교도 통과할 수 있도록 선체의 높이를 낮게 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색상은 한강의 일출, 낙조 등 다양하고 아름다운 한강의 색과 빛을 투영할 수 있는 흰색 기본 바탕에 청량감 있는 파란색을 그라데이션과 함께 표현, 한강의 반짝이는 윤슬과 시원한 물살을 떠올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제작사에 따르면, 친환경으로 건조된 한강버스는 엔진 동력원이 내연기관이 아닌 전기 배터리를 이용한다. 이에 따라 추진체는 배터리 화재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다양한 안전장치를 마련했다.

적용된 기술로 ▲배터리 시스템 내부에 가스센서를 설치해 화재 징후를 미리 감지 ▲배터리 과충전 방지 ▲열폭주 시 가스 분사로 소화 ▲유사시 배터리 함체 침수 등 화재 발생 방지에 만전을 기했다.

하이브리드 추진체 제작 관계자는 “추진체의 핵심 기술인 배터리 및 전력변환장치 등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추진체 시스템의 95% 이상을 국산화했다”며 “기존 외국산 제품의 문제 발생 시 부품 수급 지연 및 과도한 A/S 비용 발생 등의 문제점도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공개된 2척의 선박들은 은성중공업 인근 앞바다서 해상시험 및 시운전 등을 통해 선박의 기능과 안전성에 대한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KOMSA)의 검증을 거쳐 12월까지 한강으로 인도될 예정”이라며 “나머지 선박 6척과 예비 선박 등의 추가 선박 4척도 정상적으로 건조해 순차적으로 한강에 인도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울시 한강버스는 한 번에 탑승 가능한 인원은 199명으로, 마곡~망원~여의도~잠원~옥수~뚝섬~잠실 선착장을 출퇴근 시간 15분 간격으로 주중 하루 68회, 주말 하루 48회씩 상·하행 편도로 운항할 예정이다. 편도요금은 3000원이며 기후동행카드(6만8000원)로는 무제한 탑승이 가능하다.

요금은 버스·지하철처럼 단말기에 교통카드를 태그하는 방식이며, 환승할인을 위해서는 하차 시 무조건 교통카드를 단말기에 태그해야 한다. 교통카드가 없을 경우 선착장에 설치될 발권기에서 승차권을 구입 후 탑승할 수 있으나, 타 대중교통과 환승할인은 적용되지 않는다.

선착장은 ▲마곡 ▲망원 ▲여의도 ▲잠원 ▲옥수 ▲뚝섬 ▲잠실 7곳에 조성된다. 시는 주거·업무·상업·관광 등 배후 지역별 특성과 수요, 지하철 등 대중교통 연계, 나들목 및 주차장 접근성, 수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최종 선정했다고 밝혔다.

또 선착장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버스노선 신설, 진입 도로 정비, 인근 주차장 설치 등에 김포시 예산과 시간이 추가로 소요되는 점을 고려해 내년 이후 선박 추가 도입 및 선착장 추가 조성 등의 단계적 추진을 검토 중이다.

서울시는 지난 3월, 새로운 수상교통 시대를 열겠다며 은성중공업에 제작을 의뢰했던 바 있다.

<par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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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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