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3월 운항’ 서울 한강버스, 대중교통 적절성 논란

지난 25일, 사천서 진수식
제2의 수상택시사업 되나?

[일요시사 정치팀] 박 일 기자 = 서울시(시장 오세훈) 기대작으로 불리는 ‘한강버스’가 지난 25일 전격 공개되며 한강 수상교통 시대를 알렸다. 하지만, 한강버스가 대중교통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의문부호가 붙는다.

이날, 경남 사천에선 ‘한강버스 안전 기원 진수식’서 오세훈 서울시장은 “한강 수상교통의 시대가 드디어 개막된다. 한강버스를 통해 시민들께는 새로운 대중교통을 제공하고, 대한민국 수도 서울을 찾는 관광객들에게는 여유 있게 즐길 수 있는 서울만의 독특한 정취를 선물해 드릴 수 있게 돼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서울의 한강을 세계서 가장 즐기기 좋은 강으로, 한강버스는 서울 시민이 매일매일 쾌적하게, 편리하게, 편안하게, 행복하게 이용할 수 있는 수상 교통수단으로 반드시 거듭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오 시장의 ‘수상 교통수단’ 비전에도 불구하고 “속도 면에서 경쟁력이 있을까?” “대중교통 수단? 괜히 세금 낭비하는 거 아니냐?” “과연 실효성이 있겠느냐?” “지하철 타는 것만큼 쉽지는 않을 듯” “한강 물 꽁꽁 어는 겨울에는 운행 안 하고?” 등 우려 목소리도 감지된다.

실제로 오 시장 역시 한강버스의 운행 속도와 관련해 인정했다. 앞서 지난 10월15일, 국회 서울시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했던 그는 ‘출퇴근 대중교통 수단으로 이용이 가능하느냐’는 질문에 “한강버스가 속도는 다소 떨어지더라도 다른 장점들이 있기 때문에 경쟁력 있는 대중교통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답변했다.

강서구 마곡동과 송파구 잠실동 사이의 거리는 28km, 선착장은 7곳, 한강버스의 평균속력은 17노트(31.5km/h), 최대속력은 20노트(37km/h)다. 이론상 평균속력으로만 달리더라도 1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데, 이 수치라면 대중교통으로서 운행상의 문제는 없다.


서울시민의 발이라고도 평가받는 서울 지하철(1호선~8호선)의 평균 운행속도는 어떨까? 호선마다 편차가 있긴 하지만 대략 32.5km/h(2호선)~44.6km/h(1호선) 안팎으로 확인된다. 급행 지하철의 경우는 42km/h(경인선), 51.2km/h(경부선)으로 10km/h 정도 더 빠르다.

물론, 단순히 평균 운행속도 숫자로만 대중교통 수단의 적절성을 논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하지만, 시간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서울 출근길의 경우는 사정이 달라진다.

서울시에 따르면, 한강버스 이용 시 잠실서 여의도까지 단 30분으로 이동이 가능하며 마곡까지는 54분이 걸린다. 이에 대해 JTBC는 “서울시가 다음달 도입하겠다고 한 한강 수상버스가 마곡서 잠실까지 54분밖에 걸리지 않는다고 홍보했는데, 이 속도로 가면 1시간15분이 소요된다”고 단독 보도했다.

매체는 입수 보고서를 근거로 한강버스가 최대 20노트로는 54분이라는 시간이 가능하지만, 실제 평균속력은 15.6노트였으며 잠실서 마곡까지 이동하는 데 1시간15분이 소요된다고 주장했다. 이는 단순히 해당 구간의 소요 시간일 뿐, 인근 지하철역이나 버스 정거장으로의 이동 시간은 포함되지도 않았다.

동일 구간의 지하철 이용 시엔 50분이 걸리는 것으로 확인된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운항 내내 최대속력으로 달릴 수도 없거니와 밤섬 인근의 습지 호보 구역은 8노트로, 17개의 한강 다리들을 지날 때도 속도를 줄여야 하는 탓이다. 매체는 “어떻게 해도 지하철 등 대중교통보다 20여분 느리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해명자료를 내고 “마곡~여의도~잠실 급행 구간 소요시간 54분은 17노트(31.5km/h) 속도로 운항하고 선착장마다 접근 시간 1분 및 승객의 승·하선 시간 3분 등을 고려해 산정한 것으로, 최대속도가 20노트가 나와야 가능하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초기 도입하는 선박 8척 중 4척의 속도는 15.6노트지만, 나머지 4척은 모터 용량을 늘려 17.8노트까지 속도를 향상시켰고, 추가로 도입될 선박 4척은 19.4노트”라며 “초기 도입 4척과 추가 도입 4척의 모터 증량으로 당초 계획한 마곡~여의도~잠실 구간 급행 노선의 54분보다 늦어지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해명했다.

지하철역과의 연계 부족 등 접근성 문제에 대해선 “▲마곡 ▲망원 ▲잠원 ▲잠실 4개 선착장은 나들목 등 주변 도로 여건을 고려해 버스 노선을 신설하거나 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얼마나 많은 시민들이 바쁜 아침 출근길에 한강 선착장까지 이동해서 한강버스를 이용할지도 미지수다. 1~2분이 아쉬워서 뛰는 승객들이 지하철이나 버스를 두고 굳이 한강으로까지 이동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또 모든 선착장 주변에 따릉이(서울시에서 운영 중인 자전거 무인대여 서비스) 15~30대를 배치해 이동 편의성을 높이겠다고 밝혔지만 회사원들의 출퇴근 복장을 고려하지 않은 탁상행정으로, 전혀 현실적이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선착장 접근 시간 및 승객의 승·하선 시간도 너무 촉박하게 잡은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선박업계 관계자는 “선박은 수중이라는 환경적 특성상 자유자재로 수월하게 출발, 정차할 수 있는 자동차와는 달리 운행에 제약이 많은 게 사실”이라며 “자체중량 100톤이 넘는 중형 선박의 경우는 선착장에 정착하는 데만 해도 최소한 2배 이상의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오 시장의 한강버스는 유럽 도시 곳곳의 수상버스를 벤치마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유럽의 강들은 한강과는 달리 강폭이 좁고 시내와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만큼 버스나 택시 등 대중교통과의 연계성이 좋은 편이다. 반면, 서울의 한강 상황은 그렇지 않다.

이 같은 지정학적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한강버스 사업을 밀어부쳤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199명이라는 최대 탑승 인원도 대중교통 대체제로 적합하지 않기는 매한가지다. 서울 지하철의 경우 전동차 1대당 정원은 1600명에 달하는 탓이다. 시내버스의 경우는 통상 40~50명으로 1/5 수준이지만, 도심 구석구석을 운행하는 데다 배차 간격도 한강버스보다 2배 이상 더 촘촘하기 때문이다.

오 시장의 이번 한강버스 사업은 “서울을 베네치아로 만들겠다”는 야침찬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지난 2007년부터 시작된 수상 택시 사업의 2탄 격이다. 1가구 2자동차, 3자동차 시대에 따른 교통지옥의 굴레서 벗어나보겠다는 취지서 시작됐으나, 결국 이용객 부족으로 인한 누적 적자 등의 이유로 문을 닫았던 바 있다.

앞서 서울시는 하루 이용객 2만명을 예상했지만, 2011년 하루 평균 이용객은 1% 수준에도 미치지 않는 113명에 불과했다.

한강버스는 운항 속도와 교각 높이를 고려해 건조됐다. 


한강버스 제작사 은성공업사 관계자는 “한강버스는 쌍동선 형태의 모습으로 한강서 속도감 있게 운항하면서도 항주파 영향은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잠수교도 통과할 수 있도록 선체의 높이를 낮게 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색상은 한강의 일출, 낙조 등 다양하고 아름다운 한강의 색과 빛을 투영할 수 있는 흰색 기본 바탕에 청량감 있는 파란색을 그라데이션과 함께 표현, 한강의 반짝이는 윤슬과 시원한 물살을 떠올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제작사에 따르면, 친환경으로 건조된 한강버스는 엔진 동력원이 내연기관이 아닌 전기 배터리를 이용한다. 이에 따라 추진체는 배터리 화재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다양한 안전장치를 마련했다.

적용된 기술로 ▲배터리 시스템 내부에 가스센서를 설치해 화재 징후를 미리 감지 ▲배터리 과충전 방지 ▲열폭주 시 가스 분사로 소화 ▲유사시 배터리 함체 침수 등 화재 발생 방지에 만전을 기했다.

하이브리드 추진체 제작 관계자는 “추진체의 핵심 기술인 배터리 및 전력변환장치 등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추진체 시스템의 95% 이상을 국산화했다”며 “기존 외국산 제품의 문제 발생 시 부품 수급 지연 및 과도한 A/S 비용 발생 등의 문제점도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공개된 2척의 선박들은 은성중공업 인근 앞바다서 해상시험 및 시운전 등을 통해 선박의 기능과 안전성에 대한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KOMSA)의 검증을 거쳐 12월까지 한강으로 인도될 예정”이라며 “나머지 선박 6척과 예비 선박 등의 추가 선박 4척도 정상적으로 건조해 순차적으로 한강에 인도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울시 한강버스는 한 번에 탑승 가능한 인원은 199명으로, 마곡~망원~여의도~잠원~옥수~뚝섬~잠실 선착장을 출퇴근 시간 15분 간격으로 주중 하루 68회, 주말 하루 48회씩 상·하행 편도로 운항할 예정이다. 편도요금은 3000원이며 기후동행카드(6만8000원)로는 무제한 탑승이 가능하다.

요금은 버스·지하철처럼 단말기에 교통카드를 태그하는 방식이며, 환승할인을 위해서는 하차 시 무조건 교통카드를 단말기에 태그해야 한다. 교통카드가 없을 경우 선착장에 설치될 발권기에서 승차권을 구입 후 탑승할 수 있으나, 타 대중교통과 환승할인은 적용되지 않는다.

선착장은 ▲마곡 ▲망원 ▲여의도 ▲잠원 ▲옥수 ▲뚝섬 ▲잠실 7곳에 조성된다. 시는 주거·업무·상업·관광 등 배후 지역별 특성과 수요, 지하철 등 대중교통 연계, 나들목 및 주차장 접근성, 수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최종 선정했다고 밝혔다.

또 선착장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버스노선 신설, 진입 도로 정비, 인근 주차장 설치 등에 김포시 예산과 시간이 추가로 소요되는 점을 고려해 내년 이후 선박 추가 도입 및 선착장 추가 조성 등의 단계적 추진을 검토 중이다.

서울시는 지난 3월, 새로운 수상교통 시대를 열겠다며 은성중공업에 제작을 의뢰했던 바 있다.

<par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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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스스로 리더십 도마 위에 올라섰다. 1인1표제 재추진과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이라는 두 개의 승부수를 동시에 던지면서다. 양쪽에서 후폭풍이 몰아치는 형국이다. ‘자기 정치’ VS ‘당원의 뜻’이라는 명분과 명분이 거칠게 붙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의 합당 논의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지난달 22일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혁신당을 향해 “지방선거를 따로 치를 이유가 없다”며 손을 내밀었지만, 민주당의 반발과 ‘흡수 합당은 싫다’는 혁신당의 주장이 부딪히면서 합당 테이블조차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중구난방 가쁜 숨만 합당 논의 초반부터 혁신당 측의 반발이 이어졌다. 혁신당 서왕진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서 “본격적인 통합 논의가 시작되기 전에 오해가 형성되는 것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 통합은 뻔한 몸집 불리기가 아니라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는 가치 연합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이 합당과 관련해 “민주당이라는 큰 생명체 내에서 혁신당의 DNA도 잘 섞이게 될 것”이라고 밝히자 이를 ‘흡수 합당’이라고 받아들인 것에 대한 유감 표명으로 풀이된다. 혁신당이 합당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전했다. 서 원내대표는 MBC 라디오를 통해 “이미 민주당은 162명 거대 정당이고 (여기에) 혁신당 12명이 합쳐지는 것은 단순한 몸집 불리기”라며 “그 이상 의미는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합당 논의 자체를 본격적으로 할 필요가 없다. 제안 방식이나 준비된 내용 자체가 없고, 오히려 지금 준비하고 있는 지방선거에 상당히 악영향이 있으니 당장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합당 논의라는 것 자체가 불가피한데 우리 원칙과 기준에 맞게, 질서 있게 논의는 진행할 필요는 있다는 긍정적 입장도 상당히 있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에서도 합당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지도부에서 친명(친 이재명)계로 불리는 이언주·황명선·강득구 최고위원은 합당 발표 다음 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대로 된 통합을 위해서라도 정청래식 독단은 이제 끝나야 한다”며 정 대표를 겨냥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번 합당 제안에 앞서 정 대표와 이재명 대통령 간 교감이 있었던 것처럼 언론 보도가 됐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어 “당무는 당의 책임이고, 당이 결정해야 한다. 마치 대통령이 관여하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방식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합당 논의에 이 대통령을 끌어들인 것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말미에 ▲정 대표의 공식 사과 ▲독선적 당 운영에 대한 재발 방지 대책 마련 ▲합당 제안을 언제, 누구와, 어디까지, 어떻게 논의하였는지 등을 밝힐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합당·1인1표제, 쏟아지는 안건 “뭐부터 해결해야…” 여당도 혼란 이런 상황서 정 대표의 대표 공약인 ‘1인1표제’가 최종 관문인 당 중앙위원회(이하 중앙위) 표결에 다시 부쳐지면서 논란이 재점화할 전망이다.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행사 가치 비율을 현행 20대 1 이하에서 1대 1로 변경하는 것을 골자로 지난해 중앙위원회에서 재적위원 과반수를 채우지 못해 부결됐다. 정 대표가 압도적 당심으로 당선된 만큼 정치권 일각에서는 1인1표제 통과로 인한 권력 재편을 견제해왔으나 두 달 만에 또다시 날 선 공방이 예고된 것이다. 지난달 19일 당무위원회는 해당 안건 상정을 중앙위서 결정한 뒤 같은 달 22~24일 권리당원 투표 절차를 마무리했다. 1인1표제 안건에 대한 투표 결과 ▲찬성 85.3%(31만5827명) ▲반대 14.7%(5만4295명)로 집계됐다. 당은 이달 2일 중앙위원회를 개최해 당헌·당규 개정에 대한 안건을 투표로 부칠 예정이며 중앙위원 온라인 투표는 3일까지 진행된다. 권리당원 투표 결과가 발표되자 정 대표는 “당원들의 압도적 다수의 뜻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1인1표제 굳히기에 나섰다. 정 대표는 “당원들의 뜻을 받들어 민주당을 더 좋은 민주주의 정당으로 만들겠다”며 “당의 모든 의사와 진로는 당원들이 가라는 대로 가고 당원들이 하라는 대로 하겠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도 페이스북에 “참여율은 지난번 16.81%에 비해 15% 가까이 높아졌고, 찬성률은 비슷하다. 압도적인 찬성 여론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힘을 실었다. 1인1표제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질 때마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을 방패처럼 소환했다. 정 대표는 “1인1표제는 당원이 주인 되는 정당, 당원주권정당, 당원주권시대 등 여러 가지 표현으로 이재명 당 대표 시절부터 3년여간 꾸준히 요구되고 논의했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리 튀고 저리 튀고 이어 “당원과 대의원 1대 20 미만을 결정할 때도 많은 반대와 저항이 있었다. 그 당시에도 많은 논의가 있었다”며 “1인1표제는 논의할 만큼 논의했고 영남권 등 전략 지역 원외위원장들께서도 그 당시 어느 정도 이해하고 양해했던 사안으로 저는 기억하고 있다”고 밝혔다. 1인1표제는 이 대통령이 추진했던 사안인 만큼 민주당이 이를 반대할 명분이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민주당과 당원들은 정 대표가 충분한 논의 없이 중요한 사안을 본인 페이스대로 밀어붙인다는 것에 불만을 제기했다. 지난해 27표 차이로 1인1표제가 처음 부결됐을 당시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과반에 가까운 상당수 최고위원이 우려를 표하고 숙의를 원했음에도 강행, 졸속 혹은 즉흥적으로 추진된 부분에 대해 유감”이라며 정 대표를 공개 지적하기도 했다. ‘자기 세력 강화’를 위해 합당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의심이 가라앉기도 전 1인1표제로 또다시 당을 흔들면서 반청(반 정청래) 정서가 퍼졌다.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여당이 흔들리자 정 대표의 진퇴를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합당 발표 이튿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 앞에선 당원들이 주도하는 합당 반대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정청래 사퇴’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합당 반대”를 외쳤다. 민주당 일각에도 정 대표의 ‘졸속 추진’ 행보가 이어진다면 사퇴 요구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이들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 대표의 모든 행동이 ‘자기 정치’ 프레임으로 귀결되면서 승부수가 자충수가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정 대표는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라는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 전문을 자신의 SNS에 공유했다. 자신의 선택을 두고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우회적으로 심경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겨냥한 듯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자신의 SNS에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당원의 뜻은 독단으로 결코 꺾을 수 없나니, 흔들리는 것은 뿌리 없는 꽃뿐”이라며 저격 글을 게시했다. O? X? △도 필요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혁신당과의 합당과 1인1표제 추진에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사전 논의 없이 진행된 점 등 정 대표의 독단적인 행동이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민주당 김지호 대변인 역시 “당내 문제 제기는 합당 자체보다는 의견수렴 절차가 급작스럽게 진행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가 당권을 쥐었을 당시 잡음은 예상됐으나, 일단 지르고 수습하는 예측 불허한 행동이 반복되면서 신뢰를 잃은 게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 대표 취임 이후 ‘명청 갈등’ ‘당정 불협화음’ 등으로 민주당은 계속해서 흔들렸다. 최고위원들의 반발 역시 당에서도 정청래 체제에 대한 위험성에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근거로 해석된다. 당 대표 임기 종료까지 반년이 남았지만 정 대표의 연임 의혹은 여전한 만큼 갈등 역시 쉽게 봉합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당원주권시대를 거듭 강조했지만 막상 중요한 사안은 독단으로 결정하면서 당 안팎으로 불만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진다. “1인1표제로 당원 중심 원칙을 강화하자”면서 합당 등 중요한 사안을 대표 혼자 결정하는 건 모순이라는 설명이다. 혁신당과의 합당 제안에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당원들이 이 문제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박 수석대변인은 “(합당이라는) 당 대표의 제안은 정무적 판단과 그에 따른 정치적 결단의 영역”이라며 “그렇기에 앞으로 이런 문제에 대해 전 당원 토론, 투표 등 정해진 절차를 거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활발하게 당원의 의견을 묻는 그런 토론의 장을 마련하겠다”며 “당원주권시대에 걸맞게 당원의 뜻을 최종적으로 묻고,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당원이 합당하라면 하는 것이고 하지 말라고 하면 못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정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당원에게 ‘예’ ‘아니오’로만 의견을 묻는 행위가 당원주권정당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말로만 당원 주권 시대? “이제는 숙의 민주주의로” 이에 한 정치권 관계자는 “1인1표제의 경우 정 대표는 당원들의 찬성률이 압도적이었다고 말하지만 투표율은 저조했다. 이것이 무엇을 시사하는지 들여다 보지 못하고 숫자에만 매몰됐다”며 “이것을 당원주권정당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현재 소수의 당원이 당의 여론을 이끌고 있다. 일반 국민의 시선에서 ‘나머지 당원들은 무책임하게 방관하느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과정을 보면 당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자, 여기에 O, X로만 투표해!’ 하는 식이니 당과 당원 간의 간극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인1표제와 혁신당과의 합당 모두 찬성 여론이 높다. 그럼에도 정 대표를 향한 반발은 거칠다. 결국 민주당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아니라 배의 키를 쥔 선장을 향한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합당 방식에 반발한 민주당 최고위원들 역시 “정 대표의 선택적 당원주권”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대통합을 가로막는 정 대표의 독선과 비민주성을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한다”며 “선출된 최고위원들이 의견조차 낼 수 없는 구조, 대표 결정에 동의만 강요하는 구조는 민주적 당 운영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가고자 하는 방향은 같지만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서 파열음이 나는 만큼 결국 정 대표의 리더십이 관건이다. 3대 개혁의 빠른 추진, 혁신당과의 합당을 통한 지방선거 승리, 이정부의 성공 등 각종 요구가 쏟아지면서 이를 한데 어우르는 ‘통합형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 대표의 자기 정치 프레임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그동안 자기 정치 의혹이 숱하게 제기된 만큼 조 사무총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당내 가장 큰 경쟁자인 한동훈 전 대표를 내치려고 하는 것은 당권을 계속 강화하거나 유지하기 위한 그야말로 자기 정치 아닌가”라며 “반면 정 대표는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조국 대표와 함께하자고 하는 것인데 이걸 자기 정치라고 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엄호에 나섰다. 민주당의 민주주의 체제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자이크 민주주의 평화 그룹 백왕순 대표는 <일요시사>를 통해 “숙의 민주주의의 부재”를 꼬집었다. 민주주의 제자리걸음 백 대표는 “1인 1표제가 맞냐 틀리냐 갑론을박이 이어지는데 당원주권시대에는 이 방법이 옳다. 다만 이득을 놓고 계파 간의 힘겨루기만 이어지니 문제가 풀리지 않는 것”이라며 “혁신당과의 합당도 마찬가지다. 통합하면 이기고 분열하면 진다. 그런데 이를 차기 당권 문제와 연결해 해석하니 복잡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대한민국은 숙의 민주주의가 아닌 절차 민주주의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찬반이 극명한 사안에 대해 쉽게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당원이 직접 토론하고 의견을 내는 오프라인 공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불안한 민주당 혁신당도 ‘흔들’ 합당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놓고 조국혁신당이 자당 의원들 입단속에 나섰다. 혁신당 황운하 의원이 “민주당과 합당할 경우 혁신당 조국 대표가 통합한 당의 공동대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경고한 것과 더불어 입조심을 당부한 것이다. 혁신당은 조국 대표가 즉각 황 의원의 이날 발언에 경고했다고 밝혔다. 혁신당 대변인실은 입장문을 통해 “혁신당 최고위는 이 문제(황 의원 발언)에 대해 논의하고, 이 같은 논의를 전혀 한 바가 없으며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며 “조 대표 역시 강한 경고를 했음을 알린다”고 밝혔다. 이어 “혁신당은 공식적 기구를 통해 합당과 관련된 논의를 해왔으며 위와 같은 논의는 전혀 언급된 바가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 조 대표를 비롯한 혁신당 구성원 누구도, 민주당과 합당과 관련된 실무 논의를 진행한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