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3월 운항’ 서울 한강버스, 대중교통 적절성 논란

지난 25일, 사천서 진수식
제2의 수상택시사업 되나?

[일요시사 정치팀] 박 일 기자 = 서울시(시장 오세훈) 기대작으로 불리는 ‘한강버스’가 지난 25일 전격 공개되며 한강 수상교통 시대를 알렸다. 하지만, 한강버스가 대중교통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의문부호가 붙는다.

이날, 경남 사천에선 ‘한강버스 안전 기원 진수식’서 오세훈 서울시장은 “한강 수상교통의 시대가 드디어 개막된다. 한강버스를 통해 시민들께는 새로운 대중교통을 제공하고, 대한민국 수도 서울을 찾는 관광객들에게는 여유 있게 즐길 수 있는 서울만의 독특한 정취를 선물해 드릴 수 있게 돼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서울의 한강을 세계서 가장 즐기기 좋은 강으로, 한강버스는 서울 시민이 매일매일 쾌적하게, 편리하게, 편안하게, 행복하게 이용할 수 있는 수상 교통수단으로 반드시 거듭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오 시장의 ‘수상 교통수단’ 비전에도 불구하고 “속도 면에서 경쟁력이 있을까?” “대중교통 수단? 괜히 세금 낭비하는 거 아니냐?” “과연 실효성이 있겠느냐?” “지하철 타는 것만큼 쉽지는 않을 듯” “한강 물 꽁꽁 어는 겨울에는 운행 안 하고?” 등 우려 목소리도 감지된다.

실제로 오 시장 역시 한강버스의 운행 속도와 관련해 인정했다. 앞서 지난 10월15일, 국회 서울시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했던 그는 ‘출퇴근 대중교통 수단으로 이용이 가능하느냐’는 질문에 “한강버스가 속도는 다소 떨어지더라도 다른 장점들이 있기 때문에 경쟁력 있는 대중교통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답변했다.

강서구 마곡동과 송파구 잠실동 사이의 거리는 28km, 선착장은 7곳, 한강버스의 평균속력은 17노트(31.5km/h), 최대속력은 20노트(37km/h)다. 이론상 평균속력으로만 달리더라도 1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데, 이 수치라면 대중교통으로서 운행상의 문제는 없다.


서울시민의 발이라고도 평가받는 서울 지하철(1호선~8호선)의 평균 운행속도는 어떨까? 호선마다 편차가 있긴 하지만 대략 32.5km/h(2호선)~44.6km/h(1호선) 안팎으로 확인된다. 급행 지하철의 경우는 42km/h(경인선), 51.2km/h(경부선)으로 10km/h 정도 더 빠르다.

물론, 단순히 평균 운행속도 숫자로만 대중교통 수단의 적절성을 논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하지만, 시간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서울 출근길의 경우는 사정이 달라진다.

서울시에 따르면, 한강버스 이용 시 잠실서 여의도까지 단 30분으로 이동이 가능하며 마곡까지는 54분이 걸린다. 이에 대해 JTBC는 “서울시가 다음달 도입하겠다고 한 한강 수상버스가 마곡서 잠실까지 54분밖에 걸리지 않는다고 홍보했는데, 이 속도로 가면 1시간15분이 소요된다”고 단독 보도했다.

매체는 입수 보고서를 근거로 한강버스가 최대 20노트로는 54분이라는 시간이 가능하지만, 실제 평균속력은 15.6노트였으며 잠실서 마곡까지 이동하는 데 1시간15분이 소요된다고 주장했다. 이는 단순히 해당 구간의 소요 시간일 뿐, 인근 지하철역이나 버스 정거장으로의 이동 시간은 포함되지도 않았다.

동일 구간의 지하철 이용 시엔 50분이 걸리는 것으로 확인된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운항 내내 최대속력으로 달릴 수도 없거니와 밤섬 인근의 습지 호보 구역은 8노트로, 17개의 한강 다리들을 지날 때도 속도를 줄여야 하는 탓이다. 매체는 “어떻게 해도 지하철 등 대중교통보다 20여분 느리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해명자료를 내고 “마곡~여의도~잠실 급행 구간 소요시간 54분은 17노트(31.5km/h) 속도로 운항하고 선착장마다 접근 시간 1분 및 승객의 승·하선 시간 3분 등을 고려해 산정한 것으로, 최대속도가 20노트가 나와야 가능하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초기 도입하는 선박 8척 중 4척의 속도는 15.6노트지만, 나머지 4척은 모터 용량을 늘려 17.8노트까지 속도를 향상시켰고, 추가로 도입될 선박 4척은 19.4노트”라며 “초기 도입 4척과 추가 도입 4척의 모터 증량으로 당초 계획한 마곡~여의도~잠실 구간 급행 노선의 54분보다 늦어지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해명했다.

지하철역과의 연계 부족 등 접근성 문제에 대해선 “▲마곡 ▲망원 ▲잠원 ▲잠실 4개 선착장은 나들목 등 주변 도로 여건을 고려해 버스 노선을 신설하거나 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얼마나 많은 시민들이 바쁜 아침 출근길에 한강 선착장까지 이동해서 한강버스를 이용할지도 미지수다. 1~2분이 아쉬워서 뛰는 승객들이 지하철이나 버스를 두고 굳이 한강으로까지 이동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또 모든 선착장 주변에 따릉이(서울시에서 운영 중인 자전거 무인대여 서비스) 15~30대를 배치해 이동 편의성을 높이겠다고 밝혔지만 회사원들의 출퇴근 복장을 고려하지 않은 탁상행정으로, 전혀 현실적이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선착장 접근 시간 및 승객의 승·하선 시간도 너무 촉박하게 잡은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선박업계 관계자는 “선박은 수중이라는 환경적 특성상 자유자재로 수월하게 출발, 정차할 수 있는 자동차와는 달리 운행에 제약이 많은 게 사실”이라며 “자체중량 100톤이 넘는 중형 선박의 경우는 선착장에 정착하는 데만 해도 최소한 2배 이상의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오 시장의 한강버스는 유럽 도시 곳곳의 수상버스를 벤치마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유럽의 강들은 한강과는 달리 강폭이 좁고 시내와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만큼 버스나 택시 등 대중교통과의 연계성이 좋은 편이다. 반면, 서울의 한강 상황은 그렇지 않다.

이 같은 지정학적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한강버스 사업을 밀어부쳤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199명이라는 최대 탑승 인원도 대중교통 대체제로 적합하지 않기는 매한가지다. 서울 지하철의 경우 전동차 1대당 정원은 1600명에 달하는 탓이다. 시내버스의 경우는 통상 40~50명으로 1/5 수준이지만, 도심 구석구석을 운행하는 데다 배차 간격도 한강버스보다 2배 이상 더 촘촘하기 때문이다.

오 시장의 이번 한강버스 사업은 “서울을 베네치아로 만들겠다”는 야침찬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지난 2007년부터 시작된 수상 택시 사업의 2탄 격이다. 1가구 2자동차, 3자동차 시대에 따른 교통지옥의 굴레서 벗어나보겠다는 취지서 시작됐으나, 결국 이용객 부족으로 인한 누적 적자 등의 이유로 문을 닫았던 바 있다.

앞서 서울시는 하루 이용객 2만명을 예상했지만, 2011년 하루 평균 이용객은 1% 수준에도 미치지 않는 113명에 불과했다.

한강버스는 운항 속도와 교각 높이를 고려해 건조됐다. 


한강버스 제작사 은성공업사 관계자는 “한강버스는 쌍동선 형태의 모습으로 한강서 속도감 있게 운항하면서도 항주파 영향은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잠수교도 통과할 수 있도록 선체의 높이를 낮게 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색상은 한강의 일출, 낙조 등 다양하고 아름다운 한강의 색과 빛을 투영할 수 있는 흰색 기본 바탕에 청량감 있는 파란색을 그라데이션과 함께 표현, 한강의 반짝이는 윤슬과 시원한 물살을 떠올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제작사에 따르면, 친환경으로 건조된 한강버스는 엔진 동력원이 내연기관이 아닌 전기 배터리를 이용한다. 이에 따라 추진체는 배터리 화재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다양한 안전장치를 마련했다.

적용된 기술로 ▲배터리 시스템 내부에 가스센서를 설치해 화재 징후를 미리 감지 ▲배터리 과충전 방지 ▲열폭주 시 가스 분사로 소화 ▲유사시 배터리 함체 침수 등 화재 발생 방지에 만전을 기했다.

하이브리드 추진체 제작 관계자는 “추진체의 핵심 기술인 배터리 및 전력변환장치 등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추진체 시스템의 95% 이상을 국산화했다”며 “기존 외국산 제품의 문제 발생 시 부품 수급 지연 및 과도한 A/S 비용 발생 등의 문제점도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공개된 2척의 선박들은 은성중공업 인근 앞바다서 해상시험 및 시운전 등을 통해 선박의 기능과 안전성에 대한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KOMSA)의 검증을 거쳐 12월까지 한강으로 인도될 예정”이라며 “나머지 선박 6척과 예비 선박 등의 추가 선박 4척도 정상적으로 건조해 순차적으로 한강에 인도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울시 한강버스는 한 번에 탑승 가능한 인원은 199명으로, 마곡~망원~여의도~잠원~옥수~뚝섬~잠실 선착장을 출퇴근 시간 15분 간격으로 주중 하루 68회, 주말 하루 48회씩 상·하행 편도로 운항할 예정이다. 편도요금은 3000원이며 기후동행카드(6만8000원)로는 무제한 탑승이 가능하다.

요금은 버스·지하철처럼 단말기에 교통카드를 태그하는 방식이며, 환승할인을 위해서는 하차 시 무조건 교통카드를 단말기에 태그해야 한다. 교통카드가 없을 경우 선착장에 설치될 발권기에서 승차권을 구입 후 탑승할 수 있으나, 타 대중교통과 환승할인은 적용되지 않는다.

선착장은 ▲마곡 ▲망원 ▲여의도 ▲잠원 ▲옥수 ▲뚝섬 ▲잠실 7곳에 조성된다. 시는 주거·업무·상업·관광 등 배후 지역별 특성과 수요, 지하철 등 대중교통 연계, 나들목 및 주차장 접근성, 수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최종 선정했다고 밝혔다.

또 선착장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버스노선 신설, 진입 도로 정비, 인근 주차장 설치 등에 김포시 예산과 시간이 추가로 소요되는 점을 고려해 내년 이후 선박 추가 도입 및 선착장 추가 조성 등의 단계적 추진을 검토 중이다.

서울시는 지난 3월, 새로운 수상교통 시대를 열겠다며 은성중공업에 제작을 의뢰했던 바 있다.

<par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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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의문 해소 첫 단추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