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세권’ 계절이 왔다

해마다 무덥고 긴 여름이 지속되자 주택시장에서 ‘숲세권’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숲세권은 ‘숲+(역)세권’의 합성어다. 요즘처럼 길어진 여름철에 숲세권 아파트는 역세권 못지않은 프리미엄을 누리고 있다. 한마디로 ‘숲=돈’인 시대다.

공원이나 녹지와 인접한 아파트 단지, 이른바 숲세권이라 불리는 주거지가 더위와 미세먼지, 건강까지 한번에 잡을 수 있어 여름철에 가장 이상적인 주거지로 떠오르고 있다.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이 지난 5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도시 숲은 여름철 기온을 3~7℃ 낮추고 습도는 9~23% 높이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일상 속 자연 그늘 효과는 물론, 도심 열섬 현상을 완화해 실질적인 체감온도 저감 효과를 만들어낸다.

열섬 현상
저감 효과

숲세권이 주는 높은 가치는 숲이 주는 실질적인 혜택에 근거한다. 주변에 숲이 우거진 곳은 나무가 내뿜는 산소와 음이온, 피톤치드 등이 풍부해 건강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 탁 트인 녹색 조망권도 만족을 주는 프리미엄 요소다.

국립산림과학원이 2006년부터 2023년까지 경기도 시흥시에 조성된 ‘곰솔 누리숲’을 분석한 결과 도시 숲 조성 후 미세먼지 농도는 평균 49.5% 감소, 호흡기질환으로 인한 진료 건수도 43.4%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도시 숲이 미세먼지를 차단하고 공기 질을 개선해 지역주민의 건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이다.


숲세권의 장점은 주거 선호도에도 그대로 반영된다. 주택산업연구원의 ‘2025 미래 주거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의 33%가 주거 선택 시 ‘쾌적한 녹지 환경’을 최우선 요소로 꼽았다. 이는 교통(24%), 생활 편의시설(19%)보다 높은 수치다.

KB경영연구소의 ‘KB 골든 라이프보고서’에서도 은퇴 전 가장 살고 싶은 곳으로 ‘공원 및 자연환경이 우수한 지역’이 50% 이상을 차지했다.

도심 속 녹지와 공원은 이제 단순한 힐링 요소를 넘어 건강과 환경, 자산 가치까지 좌우하는 중요한 주거 조건으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여름철이 다가올수록 숲세권 단지에 대한 실수요자 선호가 더욱 높아지는 추세다.

최근 실수요자 위주로 재편되고 있는 아파트 분양시장에서 쾌적한 환경을 갖춘 단지들이 주목받고 있다. 이전에는 집이 단순히 머무는 공간이었다면, 최근에는 라이프스타일을 완성하는 공간으로 개념이 변화하면서 쾌적성이 내 집 마련 시 핵심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상반기 분양시장에서 쾌적성을 갖춘 단지가 우수한 성적을 거두기도 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서 지난 2월 분양에 나선 ‘래미안 원페를라’의 경우 268가구(특별공급 제외)모집에 4만635명이 청약에 나서며 151.62대 1의 상반기 최고경쟁률을 기록하고 완판됐다. 단지 인근에 서리풀공원이 위치한 공세권 단지다.

경기도 화성시 산척동에서 지난 5월 공급에 나선 ‘동탄포레파크자연앤푸르지오’도 634가구(특별공급 제외) 모집에 4만35 47명이 청약통장을 사용하며 68.69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이 단지는 주변에 동탄호수공원을 비롯한 공원과 녹지를 갖춰 인기를 누렸다.

길어지는 여름 다시 주목
더위 먼지 건강 ‘한번에’


쾌적한 환경을 갖춘 아파트 집값은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경기 수원시 원천동에 위치한 ‘광교아이파크’ 전용 84㎡의 경우 올해 6월 13억7000만원에 매매됐다. 이는 1년 전 매매가인 12억3500만원에 비해 1억3500만원이 오른 것이다. 단지는 광교호수공원 남쪽에 인접해 있어 일부 가구에서 호수 조망이 가능하고 집과 가까운 곳에서 산책 및 여가 생활을 즐길 수 있다.

업계는 숲세권 아파트의 인기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삶의 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주거 공간 가까이에서 힐링을 추구하는 수요자들이 늘면서 녹지를 품고 있는 쾌적한 주거 환경에 대한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며 “지방에 비해 녹지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수도권의 경우 숲세권 아파트의 가치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다음은 분양(예정) 중인 숲세권 단지.

▲안양자이 헤리티온= GS건설이 경기도 안양시 만안구 안양동 398-32번지에 건설하는 ‘안양자이 헤리티온’을 분양한다. 지하 5층~지상 최고 29층 17동, 1716가구 규모다. 이 중 조합원과 임대 물량 등을 제외한 일반 분양 물량은 전용면적 49~101㎡ 639가구다. 49㎡ 164가구, 59㎡ 404가구, 76㎡ 39가구, 84㎡ 25가구, 101㎡ 7가구 등 최근 수요가 많은 중소형 평형 위주로 구성된다.

남향 중심으로 단지를 배치하고 힐링가든, 웰컴가든, 엘리시안가든 등이 계획돼있다. 수리산을 바라보며 요가나 명상을 할 수 있는 힐링라운지와 스카이홀 등도 마련된다. 커뮤니티센터에는 골프연습장을 비롯해 스크린골프, 피트니스클럽, GX룸, 탁구장, 북카페, 남녀 사우나, 남녀 독서실, 키즈카페 등이 들어선다. 단지를 방문하는 손님들이 숙박할 수 있는 게스트하우스도 별도로 조성된다.

쾌적성
따진다

도보 약 11분 거리에 지하철 1호선 명학역이 있어 가산디지털단지역을 비롯해 용산역, 서울역, 종각역 등 서울 중심 업무 지역으로 환승 없이 한번에 갈 수 있다. 명학역에서 서울 방향으로 한 정거장이면 갈 수 있는 안양역에는 시흥 월곶에서 성남 판교를 연결하는 월곶판교선이 2029년 개통될 예정이어서 교통 여건은 더욱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또 명학역에서 수원 방향으로 한 정거장 거리인 지하철 1·4호선 금정역에는 경기도 양주에서 수원까지 이어지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C 노선도 뚫릴 예정이다.

단지 남측으로 수리산을 끼고 있는 ‘숲세권’ 아파트다. 인근에 안양천 수변 산책로와 명학공원 등 공원 시설이 있다. 안양시립만안도서관이 가깝고 단지 바로 옆에 성결대학교가 있어 대학교 상권을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단지 내부에도 주민들이 쉴 수 있는 여러 공원을 조성한다.

▲해링턴 스퀘어 리버파크= 효성중공업은 경기도 광주시 역동에 ‘해링턴 스퀘어 리버파크’를 분양한다. 지하 5층~지상 최고 39층, 4개동, 전용면적 59~161㎡ 아파트 818가구(일반분양 817가구)와 전용면적 84㎡ 오피스텔 72실을 더해 총 890가구 규모로 조성된다. 단지 바로 앞에는 청석공원과 경안천이 위치해 아름다운 자연을 영구 조망(일부 세대)할 수 있다.

단지 외관에 커튼월룩과 입면 디자인을 적용해 고급스러움을 높였다. 내부 전 가구에 드레스룸을 적용하고, 타입에 따라 집안 곳곳에 펜트리를 추가로 구성해 수납력을 확보했다. 커뮤니티는 건강 관리를 위한 피트니스 센터부터 GX룸, 골프연습장, 사우나, 독서실, 작은도서관, 영상제작실, 다함께돌봄센터 등이 다채롭게 마련된다. 게스트하우스도 2개 소 조성돼 외부 손님을 맞이할 때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녹지서
힐링을

스마트홈 시스템도 도입된다. 홈 IoT 기술이 적용돼 스마트폰 앱으로 어디서나 전등, 난방, 가스, 환기 등을 손쉽게 제어할 수 있고, 방문자 조회도 가능하다. 또 비대면 무인 택배 시스템과 어린이놀이터, 지하주차장, 엘리베이터, 공동현관 등 단지 곳곳 범죄 예방 CCTV 설치를 통해 안전에도 신경 썼다.

단지 인근 경강선 경기광주역 이용 시 판교역까지는 14분대, 강남역까지는 30분 내 이동이 가능하다. 경기광주역에는 GTX-D 노선(계획)과 수서~광주 복선전철(예정)이 추진되고 있어 향후 개통 시 GTX-A 노선을 이용하면 지하철 2호선 삼성역 접근성이 획기적으로 좋아질 예정이기 때문이다.

▲힐스테이트 회룡역파크뷰= 현대건설은 서울과 맞닿아 있는 경기도 의정부시 호원동에 ‘힐스테이트 회룡역파크뷰’를 분양 중이다. 전용 39~84㎡, 총 1816가구 규모다. 이 중 전용 59·84㎡, 674가구가 일반분양된다.

단지 곳곳에 어린이놀이터가 있고 소셜커뮤니티가든, 힐링가든, 패밀리가든, 힐링숲, 피크닉가든, 그래스가든, 잔디광장, 중앙광장 등 다양한 조경시설이 마련됐다. 피트니스 센터, 골프연습장, 스크린골프장, GX룸, 사우나, 키즈플레이룸(실내 놀이공간), 남녀 구분 독서실, 작은도서관, 다함께돌봄센터, 워크 라운지, 힐스 라운지, 게스트하우스 등 대규모 커뮤니티가 있다.

현대건설의 층간소음 저감 기술 ‘H 사일런트 홈 시스템 Ⅰ’와 지하 주차장 건식 세차 공간 ‘H 오토존’, 반려동물 맞춤 공간 ‘H 위드펫’ 등 현대건설만의 특화 설계 ‘H 시리즈’가 적용됐다.


도봉산, 사패산, 수락산, 중랑천 수변공원, 북한산 둘레길 등 주변으로 자연환경이 갖춰져 쾌적한 주거 환경이다. 지하철 1호선과 의정부경전철이 지나는 회룡역을 도보로 이용 가능한 역세권 입지로 시청역, 강남구청역 등 서울 주요 업무지구까지 40분대로 도달 가능하다. 수도권 제1순환고속도로와 동부간선도로 등 주요 도로망과 가깝다.

▲엘리프 검단 포레듀= 계룡건설은 인천 검단신도시에서 ‘엘리프 검단 포레듀’를 분양 중이다. 지하 3층~지상 15층, 11개동, 총 669가구로 조성된다. 전용 64㎡부터 110㎡까지 다양한 평면을 구성해 폭넓은 선택이 가능하다.

단지는 토당산, 역사공원, 다수의 근린공원 등으로 둘러싸여 있는 자연 친화적 입지를 자랑하는 4단계 구간 내 위치한다. 지난 6월 개통한 인천지하철 1호선 검단호수공원역을 통해 공항철도와 서울지하철 7호선 연계로 서울 및 인천 도심 접근성이 크게 향상됐다.

쾌적한 녹지 환경이 최우선
공원·자연 우수한 지역 선호

인근 인천지하철 2호선 마전역 이용이 가능하며, 향후 GTX-D 노선 검단역, 서울지하철 5호선 연장 등 대형 교통 호재가 예정돼있다. 도계~마전 간 도로 신설 등 도로망 확충 계획도 추진 중이다. 단지 옆에는 초등학교 신설이 예정돼 있고, 인근에 검단초·능내초·검단중·검단고·마전고 등이 밀집해 있어 원스톱 학세권을 형성한다.

생활 인프라로는 롯데마트·홈플러스 등 대형 유통시설과 검단 탑병원 등 구도심 편의시설이 가깝다. 주변에는 커낼콤플렉스, 휴먼에너지타운, 워라밸빌리지 등 5개의 특별계획구역이 있다. 이 중 단지는 에너지 자족 시범단지로 개발되는 휴먼에너지타운과 수변형 상업특화거리인 커낼콤플렉스와 인접한 이점이 있다. 커낼콤플렉스는 향후 상업·문화 복합단지로 조성될 예정이어서 생활 편의성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더파크 비스타동원= 동원개발은 부산광역시 사상구에 사상공원 민간공원 특례사업을 통해 ‘더파크 비스타동원’을 분양한다. 지하 5층~지상 25층, 10개동, 전용면적 84㎡ 단일 면적으로 총 852가구 규모의 대단지로 조성된다.

타입별 가구수는 ▲84㎡A 55 2가구 ▲84㎡B 143가구 ▲84㎡C 135가구 ▲ 84㎡T 22가구다. 특히 84㎡T는 오픈형 테라스 특화 설계가 적용돼 탁 트인 조망과 사상공원의 자연을 가까이에서 누릴 수 있다. 단지 바로 옆에 위치한 사상공원은 부지 면적이 62만3118㎡(약 18만7000평)에 달한다. 이는 축구장 약 90개에 해당하는 규모다. 자연과 교감하는 ‘풍경누리’, 자연 재생 공간 ‘활력누리’, 자연 문화 공간 ‘무지개누리’ 등 세 가지 테마로 구성된다.

사상공원에는 숲체험교육관, 반려동물 놀이터와 산책로 등도 조성된다. 부산시와 민간이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면서 조성 계획이 본격 추진되고 있다. 단순 녹지 공간을 넘어 문화와 휴식, 체험이 어우러진 복합 공간으로 만들어진다. 백양산을 등지고 낙동강을 바라보는 배산임수형 입지를 갖췄다.

실질적
혜택은?

도보 거리에 부산 2호선 감전역이 위치하며, 2호선·부산김해경전철·경부선 이용이 가능한 사상역과 부산서부버스터미널, 김해국제공항과도 인접하다. 단지 주변으로 부전~마산 복선전철(예정), 사상~해운대 지하고속도로(예정), 사상~하단 도시철도(예정), 북부산 세무서~백양로간 도로(예정), 엄궁대교(예정), 대저대교(예정) 등 광역 교통망 개발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webmast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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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