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보궐로 점쳐보는 황태자 운명

  • 박형준 기자 ctzxp@ilyosisa.co.kr
  • 등록 2025.09.08 14:51:32
  • 호수 154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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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면초가’ 한동훈이 사는 법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당선 이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최대 패배자로 인식됐다. 그의 최대 약점은 선출직 선거에 나서본 적이 없단 것이다. 내년 재보궐선거가 돌파구가 될 수 있지만, 이 역시 첩첩산중이다. 한 전 대표는 과연 사면초가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달 26일 당선되자, 세간의 관심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에게로 집중됐다. 장 대표는 한 전 대표가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던 지난 2023년 12월 사무총장으로 임명됐던 친한(친 한동훈)계 핵심이었다가 결별했기 때문이다.

전대 출마
친한계 이견

한 전 대표와 장 대표는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소추가 진행되던 지난해 12월 결별했다. 장 대표가 입을 꾹 다문 채 국회 본관 소재 당 대표 비서실을 나가고, 한 전 대표가 웃으면서 문을 잡은 사진 한 장은 큰 화제가 됐다.

친한계 내부에선 한 전 대표의 대표 출마 여부를 놓고, 의견이 엇갈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친한계 일원인 정성국 의원은 지난 6월 <일요시사>와 만나 한 전 대표의 당 대표 출마 가능성을 두고 “한 전 대표가 나서야 한다고 보는 사람들도 있고, 아직은 나설 시기가 아니라고 보는 사람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한 전 대표는 출마하지 않았다. ‘중도층 공략’을 강조한 당 대표 후보로는 조경태·안철수 의원이 있었다. 조 의원은 안 의원에게 단일화를 제안했지만, 안 의원은 답변하지 않았다. 당시 한 전 대표는 둘 중 누구도 지지하지 않았고, 단일화 조율에도 나서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전 대표가 목소리를 냈던 시기는 장 대표와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의 결선이 진행됐던 시기였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적극적으로 투표해서 국민의힘이 최악을 피하게 해달라”며 “민주주의는 최악을 피하기 위한 최선의 제도”라고 주장했다.

이는 김 전 장관에 대한 지지 호소로 해석됐다. 한 전 대표와 장 대표의 악연은 이미 세상이 다 알 정도로 널리 알려져 있고, 장 대표는 강경 보수 민심을 향해 지지를 호소했다. 한 전 대표와 강경 보수의 관계도 험악한 것으로 유명하다.

장 대표는 지난달 19일, 후보 토론회에서 “한 전 대표와 전한길씨 중 누구를 공천하겠느냐”는 질문을 받고, “전씨”라고 답변했다. 이어 “전씨는 탄핵 국면부터 국민의힘을 위해 열심히 싸운 분이고, 지금도 더불어민주당·이재명정권과 열심히 싸우고 있다”며 “열심히 싸운 분에게 공천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지난달 30일 공개된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도 “당심을 어기고 반대로 간 사람과 열심히 당과 함께 싸운 사람 중 후자를 택한 것”이라고 답변했다.

이는 한 전 대표의 최대 정치적 약점을 찌르고 들어간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한 전 대표는 선출직 선거에 아직 출마한 적이 없다. 선거 당선 경험이 없단 것은 결국 “정치적 역량을 검증받은 적이 없다”는 뜻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크다.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으로서 지난해 4월 총선을 지휘한 경험이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지난해 총선에서 불과 108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했다. 이어 지난해 7월엔 당 대표로 당선됐지만, 윤 전 대통령과의 갈등 관계를 해소하지 못했다.

‘마지막 카드’ 선출직도 어렵다?
재보선 지역구 모두 민주당 텃밭


이는 지난해 비상계엄 사태 당시 한 전 대표가 체포 대상 중 1명으로 지정되는 계기가 됐다.

현재 국민의힘의 권력구도는 한 전 대표에게 대단히 불리하다. 친한계 의원은 10명 안팎에 불과하다. ▲윤 전 대통령 파면·구속 ▲특검 3개(내란·김건희·채 상병) 등은 국민의힘에 큰 위기감을 불어넣고 있다. 위기감을 공유하는 집단에선 강경파가 득세한다. 이 같은 경향은 조 의원과 안 의원이 당 대표 선거 결선 컷오프를 통해 확인됐다.

그렇다고 국민의힘을 탈당하기도 어렵다. 6선의 조 의원과 3선 송석준 의원 등 일부를 제외하면, 친한계 의원 대부분은 초선 의원 및 비례대표다. 특히 비례대표 의원은 탈당 즉시 의원직을 잃는다. 당이 제명하면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지만, 국민의힘이 그렇게 해줄 가능성은 매우 낮다.

탈당 후 신당을 창당한다고 하더라도,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또 제3당 창당 실험은 이회창 전 총리도 이미 실패했던 사례가 있다. 물론 안 의원이 국민의당을 창당해 돌풍을 일으켰고,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이 바른정당을 창당한 적도 있다.

두 사람은 합당해 바른미래당을 창당했지만, 끝내 실패로 끝났다. 개혁신당이 독자적인 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아직은 매우 미약하다. 한 전 대표가 감당하기엔 쉽지 않은 실험이다. 한 전 대표도 양당제가 굳건한 우리 정치 현실을 모를 리가 없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한 전 대표는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나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등 보수 성향 정치 원로들의 지지를 얻었다. 이들은 한 전 대표가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반대하고, 해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것을 높이 평가했다.

하지만 한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 한덕수 당시 총리와 ‘당정 협력’ 체제를 발표한 후 순식간에 추락했다. 두 사람이 발표했던 체제의 골격은 ▲사실상 윤 전 대통령 직무 배제 ▲윤 전 대통령의 질서 있는 퇴진 ▲여당 대표와 총리의 주 1회 회동 ▲긴밀한 협의로 국정 공백 차단 등이었다.

이는 아직 대통령이 탄핵소추되지 않은 상황에서 총리를 국정 운영 주체로 내세우고, 여당 대표가 사실상 실권을 행사하는 체제로 해석됐다. 이는 곧 엄청난 논란으로 이어졌다. 여당 대표가 국정에 개입할 수 있는 근거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입꾹닫’
8개월 후…

헌법상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대통령을 국정에서 배제하는 방안 자체도 매우 어색하게 다가왔다. 홍준표 당시 대구시장은 한 전 대표를 ‘너’라고 호칭하면서 “네게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을 직무 배제할 권한이 있느냐”고 정면 비판했다.

한 전 대표는 훗날 저서 <국민이 먼저입니다>를 통해 “당시 선언은 대통령의 2선 후퇴로 국정을 맡은 총리의 국정 수행을 당이 철저히 지원한다는 정도의 상징적 의미가 있었다”며 “집중포화를 받을 거란 생각은 못했다”는 소회를 남겼다.

사실 당시 한 전 대표가 어떤 생각을 했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장 대표는 친한계를 이탈했다. 당시 지도부였던 친한계 소속 장동혁·진종오 의원을 포함한 지도부 전원도 탄핵소추안 가결을 이유로 직에서 물러나면서 한 전 대표 체제는 한순간에 무너졌다.


그는 사퇴 후 대선후보 경선에도 출마했지만, 김 전 장관에게 밀려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되지 못했다. 이후엔 줄곧 야인으로 지내고 있다.

현 상황에선 한 전 대표가 돌파구를 찾기 어려워 보인다. 국민의힘을 이탈해 독자적인 세를 구축한 개혁신당이 있지만, 한 전 대표 측과 개혁신당은 대단한 앙숙으로 유명하다. 따라서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와 연대할 가능성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한 전 대표의 상황은 주변 모두가 적인 사면초가와 다름없다.

한 전 대표가 계속 정치를 하려면, 결국 선출직 선거에 출마해야 한다. 광역자치단체장은 중앙 정계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힘들다. 따라서 내년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재보궐선거(이하 재보선)에 출마하는 게 가장 현실적이다. 장 대표는 “전씨에게 공천을 주겠다”면서 “한 전 대표에게 공천을 주지 않을 것”이란 취지로 발언했다.

하지만 당선 가능성이 극히 낮은 험지라면 사정이 달라진다.

현시점에서 재보선 진행이 확정된 지역구로는 이재명 대통령의 지역구였던 인천 계양을과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의 의원직 사퇴로 공석이 된 충남 아산을이 있다. 이어 민주당 박주민·장철민 의원의 지방선거 출마 가능성이 있는 서울 은평갑과 대전 동구가 공석이 될 수도 있다.

불가능한
3당 실험


또 의원이 형사재판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은 후 상급심을 진행하는 ▲인천 동구·미추홀구 갑 ▲경기 안산갑 ▲경기 평택을 ▲전북 군산·김제·부안 갑 등이 있다. 이 지역구는 전원 민주당 의원들의 지역구다.

이 중 인천 계양을은 민주당 대표를 지냈던 소나무당 송영길 대표가 5선을 지냈던 지역이다. 인천 계양갑에선 송 대표의 오랜 친구이기도 한 유동수 의원이 3선 고지에 올랐다. 즉, 인천 계양 지역은 민주당의 영향력이 매우 강하다. 송 대표 개인의 영향력도 매우 강했다고 볼 수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2022년 6월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하면서 의원직에서 물러난 송 대표를 대신해 재보선에 출마했다. 당시 국민의힘에선 1997년 지역구 내에서 개원해 20여년 동안 병원을 운영한 윤형선 속편한내과 대표원장을 후보로 출마시켰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었다.

당시 윤 원장은 이 대통령을 상대로 상당한 선전을 했다. 당시 이 대통령은 55.24%를 득표해 44.75%를 득표한 윤 원장을 상대로 승리했다. 하지만 윤 원장의 선전은 이 대통령과 민주당을 긴장시켰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윤 원장의 선전을 염두에 두고 출마를 준비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당시의 상황을 깊이 살펴봐야 한다.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지역 밀착 후보를 공천하겠다”면서 윤 원장을 공천했다. 실제로 계양을 유권자들도 20여년 동안 지역에서 병원을 운영하면서 다양한 활동을 한 윤 원장을 주목했다.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텃밭도 아닌 곳에서 당시의 이 대통령과 같은 취급을 당해 저조한 득표를 할 가능성이 있다.

충남 아산을은 30~40대 유권자들이 밀집해 거주하는 신도시 지역이다. 즉, 민주당을 주로 지지하는 계층이 다수 거주하는 지역이다. 강 실장은 지난 20대 총선 당시 47.61%를 득표해 국회에 입성했고, 선거를 치르면서 ▲제21대 총선 59.71% ▲제22대 총선 60.35% 등 득표율이 높아지는 흐름을 보이고 있었다.

장·노년 여성 중심으로 개인 지지층을 형성한 한 전 대표에겐 최악의 지역구가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전 대표는 주로 민주당을 지지하는 4050 세대와 2030 세대 여성을 상대로도 열세지만, 보수 성향이 강한 2030 남성 사이에서도 큰 지지세를 형성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의 정치 성향은 강경 보수·개혁신당 지지·민주당 지지 등으로 3등분 돼있다. 한 전 대표가 비집고 들어가기란 쉽지 않은 셈이다.

“전한길 줘도 한은 못 준다”
장동혁에게 공천장 받으려면…

인천 동구·미추홀구 갑은 지난 21대 총선 당시 신설된 지역구고, 민주당 허종식 의원은 이곳에서 2번 모두 승리한 재선 의원이다. 지난 총선 당시 득표율은 53.73%였다. 인천 동구엔 공단이 밀집해 있어서 노조 등 진보 진영에 속한 단체의 활동이 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보수 정당 후보로선 힘겨운 선거를 치러야 한다.

경기 안산갑은 선거구 획정 흐름 때문에 제15대·제16대·제22대 총선만 진행됐다. 3번 진행된 총선에선 모두 민주당계 후보가 당선됐다. 김영환 충북지사가 이곳에서 제15대·제16대 의원을 지냈고, 양문석 의원은 지난 총선에서 55.62%를 득표해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세월호 참사 당시 많은 희생자가 발생했던 단원고가 이곳에 있다. 국민의힘 후보에겐 험지가 될 수밖에 없다.

경기 평택을은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 이병진 의원이 54.23%를 득표해 당선됐던 지역이다. 이 지역에선 자유민주연합·민주당계 정당·보수 정당 후보들이 교차로 당선됐다. 보수 정당에선 미래통합당 유의동 전 의원이 3선을 지내다가 이 의원에게 져서 낙선했다.

유 전 의원은 유승민계로 알려졌다가 한 전 대표의 당 대표 당선을 도왔다. 유 전 의원의 낙선은 한 전 대표가 이 지역에서의 당선 가능성을 가늠해볼 수 있는 잣대가 될 수 있다.

전북 군산·김제·부안 갑은 호남 지역 특성상 13대 총선부터 내리 민주당계 정당에서만 당선자를 배출했다. 지난 총선에선 오지성 군산 오직예수교회 담임목사가 국민의힘 후보로 출마해 13.26%를 득표한 후 낙선했다. 재보선이 확정되면, 당협위원장을 맡은 오 목사가 다시 출마할 가능성이 크다.

한 전 대표가 재보선에 출마하려면 눈앞과 등 뒤에 모두 적을 두고 싸워야 한다. 등 뒤에 있는 적이 한 전 대표에게 당선 가능성이 있는 지역구 공천을 줄 가능성이 크지 않다. 하지만 현재 국민의힘의 주인은 장 대표와 그를 대표로 당선시킨 언더 찐윤이다.

현실적으로 공천을 좌우하는 사람들은 이들이다. 결국 이들과의 타협이 우선이다.

따라서 한 전 대표로선 정치적 존재감을 확인하려면 ‘국민의힘에서 아무도 나서지 않을 가능성이 큰’ 지역구 선택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것이 공천을 받을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다. 이런 지역구에서 살아 나온다면, 김부겸 전 총리가 지난 2016년 제20대 총선 대구 수성갑에서 승리해 정치적 무게를 키운 것처럼 한 전 대표의 위상이 매우 높아질 것이다.

국민의힘 내 한 전 대표 거부 정서는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내부에 적을 많이 만들었다”는 인상을 준다. 장 대표가 친한계에서 이탈하고, 진종오 의원이 최고위원직을 사퇴해 한동훈 체제 붕괴에 일조한 상황은 “포용력이 부족하다”는 인상을 준다.

앞으로도
첩첩산중

윤 전 대통령과의 갈등은 “정치력을 검증받지 못했다”는 인상을, 당 대표 선거 불출마 과정은 “제때 결단하지 못했다”는 인상을 준다. 한 전 대표의 현 상황은 여러 인상이 모인 결과물이다.

세간에선 이런 상황을 두고 ‘사면초가’라고 한다. 이 사자성어의 주인공 항우는 최후의 전투였던 해하의 싸움에서 여러 차례 포위망을 돌파했다. 하지만 그도 끝내 패배해 사망했다. ‘사면초가’ 상황을 만든 사람은 싸움은 잘하되 정치엔 무지했던 항우 자신이었다. 한 전 대표가 사면초가를 돌파할 방법은 무엇일까?

<ctzx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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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