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보궐로 점쳐보는 황태자 운명

  • 박형준 기자 ctzxp@ilyosisa.co.kr
  • 등록 2025.09.08 14:51:32
  • 호수 154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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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면초가’ 한동훈이 사는 법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당선 이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최대 패배자로 인식됐다. 그의 최대 약점은 선출직 선거에 나서본 적이 없단 것이다. 내년 재보궐선거가 돌파구가 될 수 있지만, 이 역시 첩첩산중이다. 한 전 대표는 과연 사면초가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달 26일 당선되자, 세간의 관심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에게로 집중됐다. 장 대표는 한 전 대표가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던 지난 2023년 12월 사무총장으로 임명됐던 친한(친 한동훈)계 핵심이었다가 결별했기 때문이다.

전대 출마
친한계 이견

한 전 대표와 장 대표는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소추가 진행되던 지난해 12월 결별했다. 장 대표가 입을 꾹 다문 채 국회 본관 소재 당 대표 비서실을 나가고, 한 전 대표가 웃으면서 문을 잡은 사진 한 장은 큰 화제가 됐다.

친한계 내부에선 한 전 대표의 대표 출마 여부를 놓고, 의견이 엇갈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친한계 일원인 정성국 의원은 지난 6월 <일요시사>와 만나 한 전 대표의 당 대표 출마 가능성을 두고 “한 전 대표가 나서야 한다고 보는 사람들도 있고, 아직은 나설 시기가 아니라고 보는 사람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한 전 대표는 출마하지 않았다. ‘중도층 공략’을 강조한 당 대표 후보로는 조경태·안철수 의원이 있었다. 조 의원은 안 의원에게 단일화를 제안했지만, 안 의원은 답변하지 않았다. 당시 한 전 대표는 둘 중 누구도 지지하지 않았고, 단일화 조율에도 나서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전 대표가 목소리를 냈던 시기는 장 대표와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의 결선이 진행됐던 시기였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적극적으로 투표해서 국민의힘이 최악을 피하게 해달라”며 “민주주의는 최악을 피하기 위한 최선의 제도”라고 주장했다.

이는 김 전 장관에 대한 지지 호소로 해석됐다. 한 전 대표와 장 대표의 악연은 이미 세상이 다 알 정도로 널리 알려져 있고, 장 대표는 강경 보수 민심을 향해 지지를 호소했다. 한 전 대표와 강경 보수의 관계도 험악한 것으로 유명하다.

장 대표는 지난달 19일, 후보 토론회에서 “한 전 대표와 전한길씨 중 누구를 공천하겠느냐”는 질문을 받고, “전씨”라고 답변했다. 이어 “전씨는 탄핵 국면부터 국민의힘을 위해 열심히 싸운 분이고, 지금도 더불어민주당·이재명정권과 열심히 싸우고 있다”며 “열심히 싸운 분에게 공천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지난달 30일 공개된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도 “당심을 어기고 반대로 간 사람과 열심히 당과 함께 싸운 사람 중 후자를 택한 것”이라고 답변했다.

이는 한 전 대표의 최대 정치적 약점을 찌르고 들어간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한 전 대표는 선출직 선거에 아직 출마한 적이 없다. 선거 당선 경험이 없단 것은 결국 “정치적 역량을 검증받은 적이 없다”는 뜻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크다.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으로서 지난해 4월 총선을 지휘한 경험이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지난해 총선에서 불과 108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했다. 이어 지난해 7월엔 당 대표로 당선됐지만, 윤 전 대통령과의 갈등 관계를 해소하지 못했다.

‘마지막 카드’ 선출직도 어렵다?
재보선 지역구 모두 민주당 텃밭

이는 지난해 비상계엄 사태 당시 한 전 대표가 체포 대상 중 1명으로 지정되는 계기가 됐다.

현재 국민의힘의 권력구도는 한 전 대표에게 대단히 불리하다. 친한계 의원은 10명 안팎에 불과하다. ▲윤 전 대통령 파면·구속 ▲특검 3개(내란·김건희·채 상병) 등은 국민의힘에 큰 위기감을 불어넣고 있다. 위기감을 공유하는 집단에선 강경파가 득세한다. 이 같은 경향은 조 의원과 안 의원이 당 대표 선거 결선 컷오프를 통해 확인됐다.

그렇다고 국민의힘을 탈당하기도 어렵다. 6선의 조 의원과 3선 송석준 의원 등 일부를 제외하면, 친한계 의원 대부분은 초선 의원 및 비례대표다. 특히 비례대표 의원은 탈당 즉시 의원직을 잃는다. 당이 제명하면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지만, 국민의힘이 그렇게 해줄 가능성은 매우 낮다.

탈당 후 신당을 창당한다고 하더라도,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또 제3당 창당 실험은 이회창 전 총리도 이미 실패했던 사례가 있다. 물론 안 의원이 국민의당을 창당해 돌풍을 일으켰고,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이 바른정당을 창당한 적도 있다.

두 사람은 합당해 바른미래당을 창당했지만, 끝내 실패로 끝났다. 개혁신당이 독자적인 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아직은 매우 미약하다. 한 전 대표가 감당하기엔 쉽지 않은 실험이다. 한 전 대표도 양당제가 굳건한 우리 정치 현실을 모를 리가 없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한 전 대표는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나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등 보수 성향 정치 원로들의 지지를 얻었다. 이들은 한 전 대표가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반대하고, 해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것을 높이 평가했다.

하지만 한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 한덕수 당시 총리와 ‘당정 협력’ 체제를 발표한 후 순식간에 추락했다. 두 사람이 발표했던 체제의 골격은 ▲사실상 윤 전 대통령 직무 배제 ▲윤 전 대통령의 질서 있는 퇴진 ▲여당 대표와 총리의 주 1회 회동 ▲긴밀한 협의로 국정 공백 차단 등이었다.

이는 아직 대통령이 탄핵소추되지 않은 상황에서 총리를 국정 운영 주체로 내세우고, 여당 대표가 사실상 실권을 행사하는 체제로 해석됐다. 이는 곧 엄청난 논란으로 이어졌다. 여당 대표가 국정에 개입할 수 있는 근거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입꾹닫’
8개월 후…

헌법상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대통령을 국정에서 배제하는 방안 자체도 매우 어색하게 다가왔다. 홍준표 당시 대구시장은 한 전 대표를 ‘너’라고 호칭하면서 “네게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을 직무 배제할 권한이 있느냐”고 정면 비판했다.

한 전 대표는 훗날 저서 <국민이 먼저입니다>를 통해 “당시 선언은 대통령의 2선 후퇴로 국정을 맡은 총리의 국정 수행을 당이 철저히 지원한다는 정도의 상징적 의미가 있었다”며 “집중포화를 받을 거란 생각은 못했다”는 소회를 남겼다.

사실 당시 한 전 대표가 어떤 생각을 했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장 대표는 친한계를 이탈했다. 당시 지도부였던 친한계 소속 장동혁·진종오 의원을 포함한 지도부 전원도 탄핵소추안 가결을 이유로 직에서 물러나면서 한 전 대표 체제는 한순간에 무너졌다.

그는 사퇴 후 대선후보 경선에도 출마했지만, 김 전 장관에게 밀려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되지 못했다. 이후엔 줄곧 야인으로 지내고 있다.

현 상황에선 한 전 대표가 돌파구를 찾기 어려워 보인다. 국민의힘을 이탈해 독자적인 세를 구축한 개혁신당이 있지만, 한 전 대표 측과 개혁신당은 대단한 앙숙으로 유명하다. 따라서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와 연대할 가능성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한 전 대표의 상황은 주변 모두가 적인 사면초가와 다름없다.

한 전 대표가 계속 정치를 하려면, 결국 선출직 선거에 출마해야 한다. 광역자치단체장은 중앙 정계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힘들다. 따라서 내년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재보궐선거(이하 재보선)에 출마하는 게 가장 현실적이다. 장 대표는 “전씨에게 공천을 주겠다”면서 “한 전 대표에게 공천을 주지 않을 것”이란 취지로 발언했다.

하지만 당선 가능성이 극히 낮은 험지라면 사정이 달라진다.

현시점에서 재보선 진행이 확정된 지역구로는 이재명 대통령의 지역구였던 인천 계양을과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의 의원직 사퇴로 공석이 된 충남 아산을이 있다. 이어 민주당 박주민·장철민 의원의 지방선거 출마 가능성이 있는 서울 은평갑과 대전 동구가 공석이 될 수도 있다.

불가능한
3당 실험

또 의원이 형사재판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은 후 상급심을 진행하는 ▲인천 동구·미추홀구 갑 ▲경기 안산갑 ▲경기 평택을 ▲전북 군산·김제·부안 갑 등이 있다. 이 지역구는 전원 민주당 의원들의 지역구다.

이 중 인천 계양을은 민주당 대표를 지냈던 소나무당 송영길 대표가 5선을 지냈던 지역이다. 인천 계양갑에선 송 대표의 오랜 친구이기도 한 유동수 의원이 3선 고지에 올랐다. 즉, 인천 계양 지역은 민주당의 영향력이 매우 강하다. 송 대표 개인의 영향력도 매우 강했다고 볼 수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2022년 6월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하면서 의원직에서 물러난 송 대표를 대신해 재보선에 출마했다. 당시 국민의힘에선 1997년 지역구 내에서 개원해 20여년 동안 병원을 운영한 윤형선 속편한내과 대표원장을 후보로 출마시켰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었다.

당시 윤 원장은 이 대통령을 상대로 상당한 선전을 했다. 당시 이 대통령은 55.24%를 득표해 44.75%를 득표한 윤 원장을 상대로 승리했다. 하지만 윤 원장의 선전은 이 대통령과 민주당을 긴장시켰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윤 원장의 선전을 염두에 두고 출마를 준비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당시의 상황을 깊이 살펴봐야 한다.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지역 밀착 후보를 공천하겠다”면서 윤 원장을 공천했다. 실제로 계양을 유권자들도 20여년 동안 지역에서 병원을 운영하면서 다양한 활동을 한 윤 원장을 주목했다.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텃밭도 아닌 곳에서 당시의 이 대통령과 같은 취급을 당해 저조한 득표를 할 가능성이 있다.

충남 아산을은 30~40대 유권자들이 밀집해 거주하는 신도시 지역이다. 즉, 민주당을 주로 지지하는 계층이 다수 거주하는 지역이다. 강 실장은 지난 20대 총선 당시 47.61%를 득표해 국회에 입성했고, 선거를 치르면서 ▲제21대 총선 59.71% ▲제22대 총선 60.35% 등 득표율이 높아지는 흐름을 보이고 있었다.

장·노년 여성 중심으로 개인 지지층을 형성한 한 전 대표에겐 최악의 지역구가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전 대표는 주로 민주당을 지지하는 4050 세대와 2030 세대 여성을 상대로도 열세지만, 보수 성향이 강한 2030 남성 사이에서도 큰 지지세를 형성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의 정치 성향은 강경 보수·개혁신당 지지·민주당 지지 등으로 3등분 돼있다. 한 전 대표가 비집고 들어가기란 쉽지 않은 셈이다.

“전한길 줘도 한은 못 준다”
장동혁에게 공천장 받으려면…

인천 동구·미추홀구 갑은 지난 21대 총선 당시 신설된 지역구고, 민주당 허종식 의원은 이곳에서 2번 모두 승리한 재선 의원이다. 지난 총선 당시 득표율은 53.73%였다. 인천 동구엔 공단이 밀집해 있어서 노조 등 진보 진영에 속한 단체의 활동이 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보수 정당 후보로선 힘겨운 선거를 치러야 한다.

경기 안산갑은 선거구 획정 흐름 때문에 제15대·제16대·제22대 총선만 진행됐다. 3번 진행된 총선에선 모두 민주당계 후보가 당선됐다. 김영환 충북지사가 이곳에서 제15대·제16대 의원을 지냈고, 양문석 의원은 지난 총선에서 55.62%를 득표해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세월호 참사 당시 많은 희생자가 발생했던 단원고가 이곳에 있다. 국민의힘 후보에겐 험지가 될 수밖에 없다.

경기 평택을은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 이병진 의원이 54.23%를 득표해 당선됐던 지역이다. 이 지역에선 자유민주연합·민주당계 정당·보수 정당 후보들이 교차로 당선됐다. 보수 정당에선 미래통합당 유의동 전 의원이 3선을 지내다가 이 의원에게 져서 낙선했다.

유 전 의원은 유승민계로 알려졌다가 한 전 대표의 당 대표 당선을 도왔다. 유 전 의원의 낙선은 한 전 대표가 이 지역에서의 당선 가능성을 가늠해볼 수 있는 잣대가 될 수 있다.

전북 군산·김제·부안 갑은 호남 지역 특성상 13대 총선부터 내리 민주당계 정당에서만 당선자를 배출했다. 지난 총선에선 오지성 군산 오직예수교회 담임목사가 국민의힘 후보로 출마해 13.26%를 득표한 후 낙선했다. 재보선이 확정되면, 당협위원장을 맡은 오 목사가 다시 출마할 가능성이 크다.

한 전 대표가 재보선에 출마하려면 눈앞과 등 뒤에 모두 적을 두고 싸워야 한다. 등 뒤에 있는 적이 한 전 대표에게 당선 가능성이 있는 지역구 공천을 줄 가능성이 크지 않다. 하지만 현재 국민의힘의 주인은 장 대표와 그를 대표로 당선시킨 언더 찐윤이다.

현실적으로 공천을 좌우하는 사람들은 이들이다. 결국 이들과의 타협이 우선이다.

따라서 한 전 대표로선 정치적 존재감을 확인하려면 ‘국민의힘에서 아무도 나서지 않을 가능성이 큰’ 지역구 선택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것이 공천을 받을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다. 이런 지역구에서 살아 나온다면, 김부겸 전 총리가 지난 2016년 제20대 총선 대구 수성갑에서 승리해 정치적 무게를 키운 것처럼 한 전 대표의 위상이 매우 높아질 것이다.

국민의힘 내 한 전 대표 거부 정서는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내부에 적을 많이 만들었다”는 인상을 준다. 장 대표가 친한계에서 이탈하고, 진종오 의원이 최고위원직을 사퇴해 한동훈 체제 붕괴에 일조한 상황은 “포용력이 부족하다”는 인상을 준다.

앞으로도
첩첩산중

윤 전 대통령과의 갈등은 “정치력을 검증받지 못했다”는 인상을, 당 대표 선거 불출마 과정은 “제때 결단하지 못했다”는 인상을 준다. 한 전 대표의 현 상황은 여러 인상이 모인 결과물이다.

세간에선 이런 상황을 두고 ‘사면초가’라고 한다. 이 사자성어의 주인공 항우는 최후의 전투였던 해하의 싸움에서 여러 차례 포위망을 돌파했다. 하지만 그도 끝내 패배해 사망했다. ‘사면초가’ 상황을 만든 사람은 싸움은 잘하되 정치엔 무지했던 항우 자신이었다. 한 전 대표가 사면초가를 돌파할 방법은 무엇일까?

<ctzx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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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수·공소청, 제 기능 못하는 내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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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이 출범했다. 개문발차 상태다. 수장 공백과 법령 미비, 수사 인프라 모두 정리되지 않았다. 중수청의 경우 본청 사무실 공사 마무리까지 두 달여가 소요될 전망이다. 검사·수사관 대부분은 출근지를 알지 못하고 있다. 검찰이 담당했던 사건이 처리되는 데 수개월이 밀리는 결과가 초래된 것이다. 7대 중대범죄 수사를 맡을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과 공소 기능을 담당할 공소청 모두 수장과 인력, 하위 법령, 사무 공간 등 총체적 부실 상태로 개청했다. 채용이 확정된 이들은 어디로 출근해야 하는지 통보조차 받지 못했다. 완성도 안 됐다 중수청은 지난달 7일 김지용 후보자가 초대 청장으로 제청됐으나 여권 내 반발로 인해 추가 검증을 거치느라 청문회조차 열지 못했다. 중수청법상 중수청 간부급인 1∼5급 수사관은 청장의 추천을 거치게끔 돼있지만, 청장 없이 문을 여는 바람에 첫 인사부터 원칙이 깨졌다. 인력 문제도 심각하다. 정원은 수사관 2567명과 일반직 307명 등 총 2874명인데, 1·2차 특례 임용에 지원한 이들이 총 1962명에 그쳤고 5급 이상은 정원 629명에 지원자 212명으로 3분의 1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청을 하루 앞둔 지난 1일 오전까지도 인사가 발표되지 않았다. 당사자들은 어느 지역의 중수청에 출근해야 할지 통보받지 못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상태였다. 중수청은 청사를 임대했으나 수사 인프라와 사무 공간도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 본청과 서울청이 쓰게 될 서울 중구 르네스퀘어빌딩은 2∼17층을 임대했으나 당장 사용할 준비가 된 것은 여섯층뿐이다. 수사기관의 필수 시설인 조사실과 피의자 신병을 확보할 만한 시설을 갖추지 못해 당분간 타 기관의 공간을 빌릴 수밖에 없게 됐다. 중수청 개청준비단은 서울 3곳, 나머지 5개 지역 1곳 등 총 8곳의 경찰서 유치장을 사용하기로 경찰청과 협의했다. 법무부 교정본부에도 6개 지방중수청 인근 교정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협조를 요청했다.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킥스)도 아직 마련되지 않아 완성 전까진 경찰과 논의하며 사용하기로 했는데, 개청 직후에도 완벽하게 구현되지 않았다. 공소청은 기존 검찰청의 청사와 시스템을 활용하고, 인력도 상당 부분 이어받아 중수청보다 준비가 순조로웠다. 지난달 22일에 직제안을 확정한 데 이어 29일에는 공소청 개청 날짜에 맞춰 검사 192명의 인사를 단행하는 등 진용을 갖추고 내부 분위기를 다잡는 중이다. 다만 공소청 수장인 검찰총장은 추천위원회를 구성할 법무부 장관마저 공석이어서 후보자가 있는 중수청장보다도 임명에 먹구름이 꼈다. 중수청, 수사관 충원 부족한데 5급 이상 간부 1/3 수준 사무실 공사 마무리 최소 두달 “어디로 출근할지도 몰라” 우선 법무부는 공소청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난달 23일 자로 이정현 신임 대검 차장검사를 임명해 검찰총장 직무를 대행하도록 했다. 공소청은 개정된 형사소송법 취지에 맞게 하위·관계 법령을 정비하는 작업도 끝마치지 못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형사소송법 개정에 맞게 정비하거나 신설해야 하는 법령이 100여개에 달해 이를 바로잡는 과정이 진행 중이다. 법무부는 최근 법무부령 24건을 공포했다. 이 가운데 대부분이 검찰청 관련 명칭들을 정비하는 내용이다. 법무부는 오는 2일 개청에 맞춰 법령 개정을 모두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당장 수장 공백이 길어지면서 후속 법안 논의에서 일부 기관이 배제되는 문제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14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는 중수·공소청·경찰 3개 기관의 사건 이첩 관련 규정을 담은 중수청법 개정안을 논의했지만, 공소청 관계자는 참석하지 않았다. 회의록에 따르면 소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이해식 의원이 “공소청 관계자는 나와 있느냐”고 묻자 김민재 행정안전부 차관이 “없다”고 답했다. 의사결정권자 공백으로 기관 간 의견 조율이 필요한 사안에서도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행 중수청법에 따르면 중수청장은 다른 수사기관이 수사 중인 사건이라도 중수청 수사와 겹치거나 사회적 파급력 등을 고려해 이첩을 요구할 수 있고, 해당 기관은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이에 따라야 한다. 이 과정에서 기관장의 결단이 필수적인데 직무대행 간 협의만으로는 이견을 좁혀나가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두 기관의 정상적 운영이 가능해지기 전까지는 합동수사기구도 문을 닫게 됐다. 서울서부지검에 설치된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합동수사팀은 1년2개월의 수사 끝에 지난달 30일 활동을 중단했다. 서울동부지검에 설치된 보이스피싱범죄합동수사부와 국가재정범죄합동수사단, 서울남부지검의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와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도 운영을 멈췄다. ‘검 목소리’ 완전 배제 재경지검 한 부장검사는 “중수청에서 금융위원회와 국세청 등으로부터 인력을 파견받아 합동수사기구가 하던 업무를 이어간다고 하는데 중수청이 제대로 수사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지기 전까지는 수사가 불가능하다”며 “적어도 두세달 뒤에야 다시 업무를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거대해진 경찰 권력을 통제·견제하기 위한 장치였던 보완수사권마저 완전히 폐지됐다. 구자현 전 대검찰청 차장검사는 지난 7월 “한 번 더 살펴봐 주시기를 간곡하게 부탁드린다”며 사의를 표명했지만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현재 경찰의 역량과 인력을 감안했을 때 실무상 혼란이 불가피하다는 게 대다수 전문가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도 보완수사권 폐지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민주당 강경파의 입김에 제대로 된 논의 없이 사라졌다. “공소청의 장은 검찰총장으로 한다”는 공소청법에 따라 공소청은 출범 시작부터 리더십 부재라는 혼란 속에서 출발하게 됐다. 검찰 수사권을 없애는 형사소송법만 개정됐을 뿐 그에 따른 하위 법령과 규칙 등은 제대로 정비되지 않은 상태다. 공소청 직제안마저 출범 열흘 전 가까스로 완성됐다. 법무부에 따르면 형사소송법 개정과 연동해 정비하거나 신설해야 할 하위 법령은 137개에 달한다. 형법과 민사소송법은 물론 성폭력·스토킹 처벌법 등 개별 특별법과 법무부 소관 관계 법률만 61개에 달한다. ‘검찰’이라는 명칭 자체가 없어지는 탓에 50개의 대통령령을 정비해야 하고 검사의 수사권이 명시된 각종 수사준칙도 수정해야 한다. 검찰사건 사무규칙은 조문만 300개가 넘는다. 그만큼 법제처의 심사가 길어질 수밖에 없다. 정치적 논란만 검사의 역할 역시 수사 담당과 기소 담당으로 이원화한 데 포함되지 않는 검사는 수사 자체를 할 수 없다. 수사 역량이 뛰어난 다수의 검사를 중수청으로 보내 국가 수사 역량을 보존하려던 계획도 무산됐다. 당초 정부안은 검찰청 검사가 중수청으로 이직할 경우 ‘수사사법관’으로 임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지만 민주당이 이를 “이름만 중수청으로 바뀐 도로 검찰청이 될 것”이라고 비판하며 반대했다. 두 기관 출범 직전까지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은 김 후보자를 두고 각기 다른 목소리를 냈었다. 중수·공소청 출범 직전인 지난 1일에서야 옹호하는 메시지를 발신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김 후보자에 대해 “이런 사람을 ‘친윤(친 윤석열) 검사’라는 이유로 비난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면서 “허위임을 알면서도 흠집을 내고 공격하기 위해 하는 억지 주장이라면 비판이 아닌 비방이고 국정 조언이 아닌 국정 방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김 후보자에 대해 강도 높게 공개 비판해 온 추미애 경기도지사를 겨냥해 “김 후보자는 문재인정부 당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검사장으로 발탁 승진시켰다”고 말하기도 했다. 성기홍 청와대 홍보소통수석도 유튜브에서 “심지어는 김 후보자가 ‘친윤’ 검사, ‘친한(친 한동훈)’ 검사라고 일부가 지적한다”며 “여러 가지 추가 검증 과정을 살펴보면 실제 그것과는 굉장히 다르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김민석 대표도 이날 김 후보자에 대한 여권 일각의 비판을 이 대통령이 직접 반박한 것에 대해 “전혀 아닌 것을 계속하거나, 아니라고 설명했는데도 계속 프레이밍 하는 것에 대해서는 명료하게 설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옹호했다. 공소청 수장 임명 법무부 장관 있어야 추천 거쳐 가능 대통령령 포함 하위 법령 100여건 깡그리 수정 필요 당내에서는 이 대통령이 인사청문 요청서를 보낼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친명(친 이재명)계 핵심인 김영진 행안위원장도 이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에서 “후보자에 대한 비판과 평가가 좀 과하지 않나”라며 “행안위에 중수청장 후보자를 보내서 (인사청문을) 통해 판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수청이 개문발차하는 만큼 임명동의안이 국회로 제출될 경우 수장 공백 최소화를 위해 국정감사 기간 중이라도 인사청문회를 여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범여권에서는 김 후보자를 향한 자진 사퇴 압박이 이날도 이어졌다. 조국혁신당 김준형 원내대표는 이날 KBS라디오 <전격시사>에서 “수사·기소 분리에 대한 철학도 없고, 친 윤석열 검사가 아니었다고 얘기하지만 그 당시 항명 사건에서도 동참했다”며 “여러 가지로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종철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경찰청에서 열린 ‘전국 수사 지휘관 회의’ 모두 발언을 통해 “새 체계가 현장에 뿌리내릴 때까지 ‘비상대응 체제’로 전환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김 대행은 “경찰 역량이 충분한지, 권한을 공정하고 절제하며 행사하는지 국민께서 엄중한 눈으로 지켜보신다”며 “관서·수사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비상 대응의 일환으로 경찰서장이 앞으로 중요 사건과 검사 요구 사건 등의 처리 현황을 매일 확인하고 시도청과 국가수사본부까지 교차 점검하는 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또, 전 수사 과정에서 범죄 피해자 권리 보호 절차를 대폭 강화하고, 사건 진행에 대한 통지를 내실화하는 등 수사 과정과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할 예정이다. 비상 체제 돌입한 경찰 사건 조작과 은폐, 뇌물수수 등 중대 비위가 확인되면 엄정 수사하고, 비위 당사자에 대해서는 파면·해임과 같은 중징계를 원칙으로 삼는 등 내·외부 통제를 강화할 방침이다. 김 대행은 “‘사건 핑퐁’으로 피해자 권리 구제가 지연돼서는 안 된다”며 “국민이 우려하는 부실·불공정 수사가 발붙이지 못하도록 점검해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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