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내년 지선, 미래 대통령 뽑는 오디션장으로

지방선거는 시·도지사, 광역·기초의원, 교육감 등을 뽑는 선거로, 정치 지망생의 등용문이다. 그러나 광역단체장(특히 서울시장, 부산시장, 경기도지사 같은 주요 지역)의 경우 성과와 존재감에 따라 차기 대선 구도와 직결된다. 과거에도 서울시장이나 경기도지사를 거쳐 대권으로 간 예가 많았다.

그래서 유력 정치인에게 지선은 곧 차기 대권 도전 자격을 검증받는 무대로, 일종의 오디션장이었다.

내년 지방선거도 누가 승리하고, 어느 당이 우세를 점하느냐에 따라 차기 대선 구도의 판세가 바뀔 것이다. 유권자의 관심과 지지도 역시 ‘지선 성적표’를 통해 차기 대권주자에게 점수를 매기는 지표가 될 것이다.

‘광역단체장→대통령’의 구도는 정당의 당헌·당규에 있는 게 아니다. 우리 국민이 검증된 광역단체장이 그래도 대통령이 됐을 때 국정운영을 잘 할 것이라고 인정하기 때문이다.

필자는 내년 지선을 미래의 대통령을 뽑는 진정한 오디션장으로 만들기 위해선 정당이 당규로 규정하고 있는 경선이나 공천 룰을 정당의 최고 규범에 해당하는 당헌에 규정하고 차차기 대선부터라도 적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 더불어민주당도 국민의힘도 경선이나 공천 룰을 당규로 규정하고 있다.

대선후보 경선이나 공천 룰을 당헌이 아닌 당규로 규정하고 있으니 국민의힘이 대선후보로 한덕수 전 국무총리를 급조한 것처럼 당 대표와 최고위원들의 입맛에 따라 대선후보가 결정되는 우를 범하게 된다. 물론 여론조사 데이터를 근거한다곤 하지만, 이런 경우 실제 선거에선 유권자의 마음을 얻기가 쉽지 않다.


필자는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당헌 개헌을 위한 전당대회를 열어서라도 차기 대선, 총선, 지선에선 ‘기초단체장→광역단체장→대통령’의 단계적인 행정 권력 구도와 ‘기초의원→광역의원→국회의원‘의 단계적인 입법권력 구도를 당헌으로 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초단체장에게 광역단체장 후보 자격을 주고, 광역단체장에게 대통령 후보 자격을 줘야 행정권력이 국민들의 마음을 정확히 읽어 국민과 가까운 행정을 할 수 있고, 기초의원에게 광역의원 후보 자격을 주고, 광역의원에게 국회의원 후보 자격을 줘야 입법권력이 국민들에게 필요한 법을 만들어 낼 수 있다.

“기초단체장(기초의원)부터 시작해 광역단체장(광역의원)을 거쳐 대통령(국회의원)까지 올라가는 구도는 지도자의 행정(입법) 실력과 민생 감각을 단계별로 검증할 수 있고, 국민에게는 더 책임 있는 선택권을 보장하며, 결과적으로 정치의 전문성과 신뢰도를 높이게 된다.

그래야 중앙정치 중심의 정치 구도가 바뀌면서 지선에 유능한 인재가 모이고 지선도 살아나고 지방 분권시대도 가능하다. 특히 ‘위에서 찍어내린 인물’이 아닌 ‘국민이 키운 인물’이 행정권력과 입법권력을 가지면서 우리나라가 선진 정치를 구현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오랫동안 군사정권과 중앙정부 중심 체제였고, 고시·사법시험·서울대 법대 출신 등이 주로 중앙정부·국회에 진입하는 등 ‘검찰총장, 장관, 국회의원→대권’이라는 엘리트 코스가 고착돼왔다.

지방자치는 1995년에 부활했기 때문에 역사가 짧다. 그래서 그전까지는 대통령이 임명한 시장·도지사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미국의 경우 18세기부터 주 단위 자치가 강력했고, 대통령도 사실상 주지사→연방‘ 단계를 밟고 올라오는 경우가 많았다. 예를 들어 빌 클린턴은 아칸소 주지사를, 조지 W. 부시는 텍사스 주지사를, 로널드 레이건은 캘리포니아 주지사를 거쳐 대통령이 됐다. 독일·프랑스 등도 지방의회·시장 출신이 중앙정치로 자연스럽게 진출해왔다.


우리나라에서 ‘기초단체장→광역단체장→대통령‘ 코스를 밟은 대통령은 이재명 대통령(성남시장→경기도지사→대통령)이 유일하고, ’기초의원→광역의원→국회의원‘ 코스를 밟은 의원은 송영길 전 의원(부평구의원→인천시의원→국회의원)이 유일하다.

우리나라가 정치 선진국이 되려면 중앙정치 경력만 보고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을 뽑는 구도에서 벗어나, ‘기초단체장(기초의원)→광역단체장(광역의원)→대통령(국회의원)’으로 성장하는 정치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그럼 앞으로 우리나라 정치가 ‘기초단체장(기초의원)→광역단체장(광역의원)→대통령(국회의원)’의 풍토를 만들기 위해선 어떤 것들이 필요할까?

먼저 지방정부의 재정 자율성을 확대하고, 중앙정부의 권한을 분산해야 한다. 지금은 지방정부 재정의 70% 이상이 중앙정부 교부금에 의존해 독자적 정책 추진이 어렵고, 교통·복지·교육 등 핵심 권한도 중앙정부에 있어 지방정부와 지방의회가 성과를 낼 수 없다.

유권자 인식 변화도 필요하다.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후보를 뽑을 때 중앙정치 경력보다 성과를 더 중시해야 한다. ‘총리나 당 대표했으니 대통령감’이라는 사고를 ‘지방정부나 지방의회에서 성과를 냈으니 대통령감이나 국회의원감’이라는 사고로 바꿔야 한다. 미국처럼 ‘주지사 성공=대통령 자격증’이라는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야 한다.

정당도 지방정부와 지방의회의 성과를 당 차원에서 인정할 필요가 있고, 경선이나 공천할 때 ‘엘리트 스펙’ 중심에서 ‘실적 중심’으로 평가해야 한다.

단계적 자격 제한을 두자는 ‘기초단체장(기초의원)→광역단체장(광역의원)→대통령(국회의원)’ 구도가 지선 경쟁을 과열시키고, 정치인이 지역 행정보다 정치적 쇼맨십에 빠질 위험이 있다는 우려도 있다. 또 훌륭한 장관이나 변호사, 학자 출신 리더들이 단계를 뛰어 넘어 정치에 도전할 기회를 얻지 못하는 단점도 있다. 그러나 이는 앞으로 보완하고 극복하면 된다.

며칠 전 만난 L 그룹의 J 부문장은 필자와 대화 중 국회의원도 직선제로 뽑았으니, 최소 3선 이상은 광역단체장처럼 대선후보 자격을 부여하고, 정당이 ‘기초단체장(기초의원)→광역단체장(광역의원)→대통령(국회의원)’ 구도를 적용하되, 경선이나 공천 때 각각 가산점을 주는 제도가 좋겠다고 했다.

필자도 “대선후보 경선에서 국회의원에게도 광역단체장처럼 후보 자격을 준다”는 건 좋은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아무튼 내년 지선 전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전당대회를 열어 단계적으로 후보 자격을 주는 경선·공천 룰을 당헌으로 규정하기 바란다. 그래야 내년 지선에 많은 미래의 인재가 모이고 지선도 흥행할 수 있을 것이다.

5일 오후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사)지방시대와 한국지방자치학회가 공동 개최한 세미나에 다녀왔다. ‘AI 지방정부 구상과 실현을 위한 세미나’였다. 필자는 3시간 이상 세미나를 지켜보면서 지방정부가 사는 길은 지선에 인재를 모이게 하고, 지선을 미래 대통령을 뽑는 오디션장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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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이 당심 반영 비율을 늘린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이어 장동혁 대표를 필두로 지방선거 전략으로 ‘반명 빅텐트론’을 지난 대선에 이어 또 거론했다. 국민의힘이 6년째 내리 실패한 전략을 또 끌고 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민의힘이 지난달 25일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 대변인을 맡은 조지연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진행된 기획단 회의 후 “내년 지방선거 경선에서 당원투표 비중을 기존 50%에서 70%로 늘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민심보다 당심으로?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은 당원투표 70%와 국민 여론조사 결과 30%가 혼합돼 결정된다. 만 44세 이하 청년은 가점을 부여받고, 여성 신인은 만 45세 이상이어도 가산점이 부여된다. 광역의원 비례대표 후보자는 청년 인재 오디션을 거쳐 선출해 최우선 순위로 당선권에 배치할 예정이다. 지난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시행했던 공직 후보자 기초 자격 평가는 기초자치단체장·기초의원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장은 5선 나경원 의원이 맡고 있다. 나 의원은 서울시장 출마 후보군 중 1명으로 거론된다. 현 시점에선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 오세훈 서울시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일각에선 “나 의원이 사심 때문에 경선 규칙을 정한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대중적 인기는 높지만, 당내 기반은 약하다”는 평가로부터 비롯되는 의심이다. 새로 정한 경선 규칙에 대해선 당내에서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던 김용태 의원은 지난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내년 지방선거를 시작으로 실질적인 수권 전략을 실현하려면, 공직선거 후보자 선출 규칙은 국민경선 100% 제도를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비판했다. 윤 의원은 “민심이 곧 천심이고, 민심보다 앞서는 당심은 없다”며 “민의를 줄이고 당원 비율을 높이는 것은 민심과 거꾸로 가는 길이고, 폐쇄적 정당으로 비칠 수 있는 위험한 처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사법부 압박 논란과 대장동 항소 포기 문제까지 있었는데도 우리 당 지지율은 떨어지고 여당 지지율이 오르는 이유는 무엇이겠느냐”며 “여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진정성 있는 성찰과 혁신 없이 표류하는 야당에 대한 국민적 실망이 더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당 지지도 여론조사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43%였고,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4%였다. 지난 7월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만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화 면접 여론조사 당시 국민의힘 지지율이 19%를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높지만, 두드러진다고 보긴 어렵다. 내부 비판 이어지는데 당심 비중↑ 비상계엄 사과 두고도 ‘옥신각신’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당분간 크게 오르긴 어렵다”는 일각의 예측도 있다. 다음 달 3일은 비상계엄 1주년이라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재임 중 실정과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불참 ▲윤 전 대통령 체포 저지 시도 ▲심야 대선후보 교체 시도 등 지난 1년 동안 국민의힘이 여론으로부터 비난을 받았던 행보들이 다시 주목받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 일부 소장파 의원들은 비상계엄 사과 등을 통한 윤 전 대통령과의 확실한 절연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지난 24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좀 더 명확한 메시지를 낼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당내에서도 나온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역사와 국민 앞에 누군가 사과해야 할 상황이고, 국민의힘이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예측할 수 없었던 돌발적인 계엄이 있었고, 탄핵에 이어 정권을 잃은 후 국정의 주도권을 넘겨줬다”고 강조했다. 반면 같은 당 김재원 최고의원은 같은 달 2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일회성 사과로 과거의 잘못을 끊어내고 새로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사과를 자꾸 하는 것은 오히려 현 상황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어떤 정치를 할 것인지 고민하는 게 필요하다”며 “사과하는 것보단 앞으로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는 게 더 낫다”고 역설했다. 장 대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히고 있다. 그는 같은 달 25일, 경북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한 후 “사과 메시지를 내는 것은 지금 말씀드릴 단계는 아닌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지금 싸워야 할 대상은 무도한 이재명정권과 의회 폭거를 이어가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구미역 광장에서 진행된 민생 회복·법치 수호 경북 국민대회에 참석해 “저들이 똘똘 뭉쳐 우리를 공격하고 손가락질할 때, 우리가 우리를 향해 손가락질·비판하는 게 부끄럽다”고 목소리 높였다. 그러면서 “대한민국과 자녀 세대를 위해 소리치는 우리가 아스팔트 세력이라고 손가락질당하는 게 부끄러운 게 아니라, 나라가 쓰러져가는데도 한마디도 못하는 게 부끄러운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발언은 “사과해야 한다”는 일부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풀이된다. 돌발적인 계엄이다? 이재명 대통령·민주당에 대한 투쟁을 강조하는 장 대표의 주장은 빅텐트론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나 의원도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과 민주당을 비판하면서 “국민의힘은 네 탓 공방을 벌이면서 분열에 빠져 있다”며 “정당의 뿌리를 흔드는 내부는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하나로 뭉쳐 민주당의 독재 완성 계략에 단호히 맞서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에선 각종 선거와 정국에 대응할 때마다 빅텐트론이 거론됐다. 시작은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가 재임했던 지난 2019년이다. 이듬해엔 “각 정당·정파가 참여하는 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모든 자유민주 세력과 손을 맞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전 대표는 “통합 없이는 절대 이길 수 없단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며 “이 나라를 망치려는 사람들은 통합을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황 전 대표가 주장했던 빅텐트론은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란 헌법 가치를 공유한다면, 태극기 세력부터 중도 보수 인사까지 아우른다”는 것이었다. 그의 주장을 토대로 자유한국당은 미래통합당으로 바뀌었다. 황 전 대표는 제21대 총선 패배 후 물러났다. 이 대표는 빅텐트론에 일관적으로 반대하면서 세대 포위론을 토대로 지난 2022년 대선을 지휘했다. 지난 6월 대선에 출마했던 이 대표는 국민의힘 등 보수 각계로부터 후보 단일화 요구를 받았다. 이 대표는 당시에도 국민의힘 등에서 주장했던 ‘반명 빅텐트론’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대선을 완주했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의 빅텐트론을 놓고 “혁신 요구가 나올 때마다 제기되는 주장”이라고 비판한다. 빅텐트론의 핵심은 통합이다. 통합은 정치권에서 반대 계파·의견을 억압하는 수사로 활용되는 예가 잦다. 빅텐트의 핵심은 조정 능력이다. 여기엔 다양한 계파·의견을 조율해 갈등을 최소화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장 대표는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체제 전쟁 깃발 아래 모일 수 있는 모든 우파가 함께 모여서 이재명정권이 사회주의 독재체제로 가려는 걸 막기 위해 연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체제 전쟁’의 근거는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민주당의 배임죄 폐지·대법관 증원 시도 등이다. 장 대표는 공식적으로 국민의힘과 관계없는 황 전 대표가 지난 12일 내란 선동 혐의를 받아 내란 특검에 의해 체포되자 “우리가 황교안이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어지는 재탕 삼탕 이어 “국민의힘만으로 이재명정부·민주당과 싸우긴 어렵다”며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주도하는 자유통일당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주도하는 자유민주당 ▲새누리당 조원진 전 의원이 주도하는 우리공화당 ▲황 전 대표가 주도하는 자유와혁신 등을 연대 대상으로 지목했다. 이들은 모두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그에 반해 개혁신당과 이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비판한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빅텐트론은 김문수 전 대선후보 등이 주장했던 빅텐트론과 큰 차이가 없다. 당시 김 전 후보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이기기 위해선 어떤 경우든 힘을 합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덕수 전 총리 ▲황 전 대표 ▲이낙연 전 총리 ▲이 대표 등을 통합 대상으로 지명했다. 권성동 당시 원내대표는 김 전 후보·한 전 총리의 단일화를 지지하면서, 당시 당내 주류와 불화했던 국민의힘 김상욱 당시 의원(현 민주당 의원)에게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라”고 요구했다. 이는 장 대표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에게 당원 게시판 의혹 관련 압박을 가한 것과 비슷하다. 당시 권 전 원내대표는 “당원 대부분은 민주당 이 후보에게 대항하기 위해선 반명 빅텐트가 필요하단 의견을 갖고 있다”며 “지도부는 당원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주장하는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연대를 주장하면서, 개혁신당과의 연대설도 공개적으로 부정하진 않는다. 일각에선 “오 시장이 장 대표·이 대표의 가교 역할을 한다”고 관측하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 9월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한 이후 꾸준히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주장하고 있다. 이후 정치권 일각에선 “오 시장이 서울시장으로 다시 출마하고,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야권 단일 후보로 출마하면 수도권에서 보수 진영이 선전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 <미디어토마토>가 지난달 28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특별시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무선·ARS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 시장은 보수 진영에서 민심 27.5%·당심 50.3%의 지지를 얻어 서울시장 후보 중 가장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민주당이 서울시장 후보를 선출한 후 ‘여당 프리미엄’을 앞세워 오 시장에 대한 공세를 이어간다면, 재선을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국민의힘이 중도층의 민심을 끝내 얻지 못하면, 오 시장으로선 힘겨운 선거가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체제 전쟁” 명분으로 사과 거부 홍 “국힘은 보수 참칭 사이비 레밍” 당내에서도 나 의원 등 막강한 경쟁자가 있어 본선행을 확실하게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지난달 23일 “국민의힘 내부에서 변화·쇄신 목소리가 전혀 안 나온다”며 “연대를 함께할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지난 대선에 이어 1990년대식 ‘뭉치면 이긴다’ 구호만 내세운다”며 “그 전략으로 패배한 사람은 황 전 대표였는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가 나오길 기대하는 건 이해가 안 간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내부에도 연대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민의힘 지도부에서 강경 보수의 주장을 가장 강하게 내세우는 김민수 최고위원은 같은 달 25일,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 출연해서 “이 대표는 당내 많은 분쟁을 가져온 사람이라서 화합을 해칠 가능성이 있다”며 “개혁신당과의 연대는 득보다 실이 더 많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주장은 오 시장의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해석되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개혁신당은 보수 정당인지, 진보 정당인지 모르겠고, 그 사이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최고위원이 되기 전부터 우측으로의 연대를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대선은 기동전·총력전 성격이 강한 반면, 지방선거는 진지전 성격이 강하다. 선거의 성격이 다르지만, 국민의힘에선 똑같이 ‘반명 빅텐트’라는 구호를 거론하고 있다. 역사엔 위기 상황에서 변화를 거부했다가 돌이킬 수 없는 위기를 맞이한 사례가 다수 기록돼있다. 변화를 거부하는 세력이 그 집단을 주도할 때, 이 사례는 더욱 빈번하게 재현된다. 중국 청나라에선 수구파를 이끌던 서태후가 변법자강운동을 주도하던 광서제에게 반대해 정변을 일으켜 성공한 후 광서제를 유폐했다. 중국 정부가 지난 2008년 광서제의 능을 공식 발굴 조사한 결과, 광서제는 급성 비소 중독으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3세 나이로 즉위한 청나라 황제는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영화 <마지막 황제>의 주인공인 선통제다. 선통제는 영화 제목 그대로 마지막 황제였다. 광서제의 개혁 시도는 청나라의 마지막 몸부림이었다.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 취사 선택해 그 정보를 근거로 자신의 주장을 전개하고, 불리한 정보는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성향을 확증편향이라고 한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지역구 관리에만 능하고, 기득권·이익 추구에만 관심을 두는 의원들이 당을 주도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언더 찐윤’이란 집단이 거론된다. 확증편향 소탐대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이 변화·혁신에 거부감을 느끼면서 같은 선택을 반복하는 핵심 이유로 언더 찐윤을 거론한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지난 6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은 이념도 없는, 보수를 참칭한 사이비 레밍 집단”이라고 주장했다. 이미 여러 번 선거에서 패배한 전략임에도 확증편향·소탐대실을 근거로 같은 선택을 고집한다면, 무리 지어 절벽에서 떨어지는 레밍과 비교되는 수모를 또 겪을 수도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에선 또 빅텐트론이 반복되고 있다. 빅텐트는 국민의힘 주변을 배회하는 유령인 걸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