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원픽’ 줄대는 민주당 빅3 믿는 구석

제대로 눈도장 찍을까 눈감고 주사위 던질까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더불어민주당 신임 지도부가 꾸려졌다. 이번 지도부는 차기 대선 후보를 배출하게 된다. 민주당 잠룡 3인의 시선이 지도부로 향한다. 각자 계산기를 두드려보고 손익계산서를 살피는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전당대회가 마무리되면서 대선 정국 분위기가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민주당 송영길 대표는 지난 2일 당 대표직 수락연설에서 ‘311일 대장정 승리’를 다짐했다. 송 대표는 “우리 함께 제4기 민주정부를 여는 311일의 대장정에서 승리하자”고 강조했다.

1년 남았다
대장정 시작

민주당 당헌에 따르면 후보 선출은 대선 6개월 전이다. 내년 대선은 3월9일로 예정돼있는 만큼 적어도 9월 초까지는 후보를 내세워야 한다. 결국 대선 경선은 다음 달부터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 차기 대선주자들도 몸을 풀기 시작했다. 치열한 대권 경쟁에 앞서 덩치를 키우는 모양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성공과 공정 포럼(성공포럼)’을 통해 세력 확장에 나섰다. 이재명계로 불리는 정성호(4선), 임종성(3선), 김영진(재선), 김병욱(재선), 이규민(초선) 의원과 중진의 조정식(5선)·안민석(5선)·노웅래(4선) 의원 등이 성공 포럼에 참여했다.


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는 4·7재보선 참패 이후 정중동 행보를 보였다. 이 전 대표는 전당대회 이후 본격적인 일정을 소화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이 전 대표의 대선 조직 ‘신복지 포럼’이 문을 열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광화문 포럼’과 함께한다. 김영주(4선), 안규백(4선), 이원욱(3선) 의원 등 SK계 의원들이 참여했다.

민주당 차기 대권주자들은 서서히 기지개를 켜면서 신임 지도부의 움직임에 주목하고 있다. 이들의 운신의 폭이 좌우되기 때문이다.

대선 경선 연기론이 대표적이다. 민주당 친문(친 문재인) 진영에서 제기된 목소리였다. 대선 일정을 따져보면, 민주당은 국민의힘보다 두 달 일찍 후보를 선출하게 된다. 그 만큼 공격 받을 시간이 늘어난다는 지적이었다.

일각에선 이 지사를 견제하는 목소리로 해석하기도 했다. 비문(비 문재인)으로 분류되는 이 지사가 다른 여권 주자들에 비해 압도적인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만큼, 시간을 벌어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는 시각이었다.

경선 연기론 공개 발언으로 일촉즉발 
이재명, 원칙 말하면서도…내부 반발

당장 잠룡들의 반응은 제각각으로 나뉘었는데 이 지사로서는 달갑지 않다는 반응이었다. 현재 경선 경쟁력이 가장 뛰어나기 때문이다. 이 전 대표와 정 전 총리는 다소 애매한 입장을 내놨다. 이들은 각각 “원칙은 존중돼야 한다” “정권 재창출을 위해선 전략과 전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래서인지 출마 선언 역시 미뤄지고 있다. 당초 이 전 대표와 정 전 총리는 ‘5말6초’에 출사표를 던질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하지만 경선 연기 가능성에 이들은 6월 이후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반대로 이 지사 측은 기존 일정대로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앞서 대선 경선 연기론은 지난 2월 친문 진영 내에서 제기된 바 있다. 당시 당 지도부는 논의된 적 없다며 선을 그었다. 

송 대표는 지난 2일 대선 경선 연기론에 대해 “대선 승리에 도움이 되느냐, 안 되느냐에 따라 판단할 것”이라며 “특정 후보에 불리하게 룰을 바꿀 수 없기 때문에 의견을 잘 수렴해 논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일각에서 제기된 대선 경선 연기 가능성은 결국 공개적으로 언급됐다. 민주당 전재수 의원은 지난 6일 “중단없는 개혁과 민생을 위한 민주당의 집권전략 측면에서 당 대선 후보 경선 연기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전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특정 캠프의 입장이 아니라면 당 소속 의원들이 대체로 공감하는 내용”이라며 “빨리 정리돼야 불필요한 논쟁을 줄이고 예측 가능성을 부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지사 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이른바 ‘이재명 죽이기’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앞서 이 지사는 대선 연기에 대해 “당에서 결정한다면 따르겠다”고 밝혔지만 캠프 내에서는 불편한 속내를 내비친 지 오래다.

경선 연기
신경전?

다시 시선은 당 지도부로 향한다. 그중에서도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될 송 대표에게 이목이 집중된다. 선거 등을 앞두고 당 대표의 결단에 따라 내부 갈등이 폭발한 사례는 정치권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결국 송 대표의 선택에 따라 여권 잠룡들의 희비가 갈릴 수 있다는 해석이다.

그래서인지 잠룡 3인과 송 대표의 관계가 언급되고 있다. 

이 지사에게 송 대표의 당선은 ‘나쁘지 않은 결과’라는 시각이 다분하다. 송 대표는 민주당 홍영표 의원을 ‘종이 한 장’ 차이로 승리했다. ‘홍영표 대표-윤호중 원내대표’ 조합으로 민주당 투톱에 모두 친문이 자리 잡았다면 이 지사에게는 불리한 구도였다.

송 대표가 호남 출신 비문 인사라는 점도 이 지사에게는 플러스다. 이 지사는 영남 출신 비주류 정치인으로 꼽힌다. 호남 당 대표와 영남 대권주자인 만큼 균형을 맞출 수 있다는 해석이다.

또 친문 후보의 당 대표 낙선으로 당내에서도 변화를 원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결국 이 지사에게도 기회가 열려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앞서 송 대표는 지난달 20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 당심과 민심의 괴리를 언급하면서 이 지사를 꺼내든 바 있다.

당시 송 대표는 “지금 (당내에)이재명, 반이재명 지지 진영 간의 치열한 상호 논쟁과 비판이 있는데, 이는 상당히 중요한 위험 요소”라고 밝혔다.

이어 “다른 것을 틀린 것으로 규정하고 상대방 의견을 완전히 진압하려는 이런 행태는 바뀌어야 한다”며 “우리 당내를 그렇게 만들어가야 다가올 대선 갈등을 원팀 민주당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앞으로 어떻게 공정하게 대선을 관리해 가느냐를 정확히 해낼 수 있는 당 대표만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서 “당 대표 선거가 당심과 민심을 통합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얼마나
가깝나

이 전 대표는 송 대표 체제를 반기기 어려운 것으로 점쳐진다. 이 전 대표와 송 대표는 모두 호남 인사다. 당 대표와 대권 주자가 모두 호남 출신이라면 괜한 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 전 대표와 송 대표는 가까운 관계로 여겨진다. 지난해 8·29 전당대회 당시 송 대표는 공개적으로 이 전 대표 지지를 선언했다.

당시 송 대표 역시 당권 도전을 공식화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송 대표는 “우리 당의 대선주자 지지율 1위인 후보의 출마가 확실시됐다”면서 “그런데 제가 당 대표가 되려면 논리상 우리당의 유력한 대선 후보를 낙선시켜야 한다”고 당권 경쟁에서 한 걸음 물러났다.

이 전 대표의 영향력이 송 대표에게 닿을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번 전당대회 결과를 살펴보면 그렇다. 
이낙연계로 분류되는 전혜숙 의원이 최고위원에 당선됐다. 아직까지 이 전 대표의 영향력이 공고하다는 평가다.

또 최고위원으로 당선된 민주당 김영배 의원 역시 이 전 대표의 정무실장을 맡은 인물이다.

지도부의 상황에 따라 이 전 대표는 반전을 꾀할 수 있다는 평가도 있다. 이 전 대표와 송 대표는 민주당 전·현직 당 대표다. 현재 비문 송 대표와 친문 최고위원 간의 균열 가능성이 점쳐진 가운데, 송 대표는 사무총장과 원내수석부대표를 비문·비주류 의원으로 임명했다.

앞서 송 대표는 민주당 쇄신을 언급한 바 있다. 송 대표의 결정을 ‘친문 색 빼기’라고 해석하는 이유다.

이후 송 대표와 친문 최고위원들이 충돌한다면 민주당 내에서는 ‘이 전 대표 체제가 나았다’는 반응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쇄신을 외치다가 집안싸움으로 좌초될 바에는 결집력이 높았던 이 전 대표가 언급될 수 있다는 해석이다.

정 전 총리는 송 대표와 접점이 맞닿아있다. 지난 2007년 정 전 총리가 열린우리당(민주당의 전신) 의장이었던 당시 송 대표가 사무총장을 맡았다. 또 2010년 6·2 지방선거에서 송 대표가 인천시장에 도전했을 때, 정 전 총리가 그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기도 했다.

이낙연, 출마 선언 6월 이후에?
정세균, 지지율 확보 시간 벌까

정 전 총리는 전남 고흥 출신으로 호남 인사다. 이 전 대표와 송 대표의 관계처럼 호남 인사를 대권주자까지 내세우는 건 무리가 있다는 시각이 있지만, 정 전 총리의 경우는 다소 결이 다르다.

계파 갈등이 엿보이는 민주당 내에서 정 전 총리 입장는 오히려 자유롭다는 관측이다. 정 전 총리는 계파색이 옅은 중진 의원이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제안으로 정계에 입문한 그는 노무현·문재인정부 등에서 가리지 않고 일했다. 그 만큼 범용성이 뛰어나다는 평가다.

일례로 지난 2005년 국회의원 재선거 당시 열린우리당이 참패하자 지도부가 총사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원내대표였던 정 전 총리는 비상대책위원회 인선위원장과 임시 당 의장을 맡았다. 당시 추대 배경에는 정 전 총리가 계파색이 옅은 인물이라는 점이 작용했다.

그 만큼 정 전 총리는 다른 대권 주자들에 비해 반전 가능성이 높은 인물로 평가받는다. 정 전 총리가 이른바 ‘제3후보론’의 중심에 선 이유다.

이 전 대표의 지지율이 크게 내려 앉아있는 것도 정 전 총리에게는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정 전 총리와 이 전 대표가 호남으로 겹치는 만큼, 이 전 대표가 확실한 지지율 반등을 이뤄내지 못한다면 이 전 대표의 대체자로 부상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또 송 대표와 접점이 있고, 계파로 나뉜 최고위원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정 전 총리가 계파색이 옅은 만큼, 특별한 거부감은 서로 들지 않을 것이란 해석이다. 

최근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순위는 변동이 없었으나 다만 세부적으로 크고 작은 변화가 감지됐다. 지난 3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여야 주요 정치인 14명을 대상으로 4월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1위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32%)으로 나타났다.

2위는 이 지사(23.8%)로 그 뒤를 이었다. 눈길이 가는 부분은 윤 전 총장이 지난달 대비 2.4%포인트 하락한 데 비해, 이 지사는 2.4%포인트 증가했다는 것이다. 윤 전 총장과 이 지사의 격차는 오차범위(±1.9%P) 밖이지만, 지난달 13.0%포인트에서 8.2%포인트로 좁혀졌다. 

반면 이 전 대표는 한 자릿수로 추락했다. 이 전 대표는 지난달 대비 2.9%포인트 하락한 9.0%로 내려앉았다. 이 전 대표가 리얼미터 조사 이후 한 자릿수로 떨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윤 전 총장, 이 지사, 이 전 대표로 이어지던 구도는 윤 전 총장과 이 지사의 양강구도로 재편됐다는 해석이다. 

정 전 총리는 그보다 더 뒤에 위치했다. 이 전 대표에 이어 홍준표 무소속 의원(5.0%), 오세훈 서울시장(4.5%),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4.1%), 정 전 총리(4.0%) 등이었다.

최종 후보
누가 될까?

이밖에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2.2%, 유승민 전 의원 2.1%, 원희룡 제주지사(1.3%), 민주당 이광재 의원(1.3%), 정의당 심상정 의원(0.8%), 민주당 금태섭 전 의원(0.7%), 민주당 박용진 의원(0.4%) 순이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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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