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 심판을 인용하면서, 그동안 논란의 중심에 있던 김건희 여사에 대한 각종 수사가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여사는 윤 전 대통령 재임 기간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 명품 가방 수수, 코바나컨텐츠 협찬금 의혹, 서울-양평고속도로 사업 개입 등 다양한 의혹의 당사자로 지목돼왔다.

그러나 대통령 재임 중 면책특권, 정치적 민감성 등의 이유로 수사가 본격화되지 못한 상태였다. 그중에서도 특히 주목받고 있는 건 그의 공천 개입 의혹 수사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검찰이 김 여사의 소환조사를 위한 일정 조율에 착수했다.
올스톱
재가동?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되면서 대통령의 면책특권도 사라졌기에 검찰은 부부의 대선과 총선 공천 개입 의혹에 대한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했고, 그 중심에 김 여사가 서 있다. 검찰은 이 사건을 창원지검에서 서울중앙지검으로 이관하면서 수사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고, 김 여사 측에 검찰청서 직접 조사를 통보한 상태다.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 수사의 핵심은 윤 전 대통령 측이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로부터 81차례, 총 3억7000만원 상당의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그 대가로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의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이다.
두 사람은 “부탁한 적 없다”며 부인하고 있지만 2022년 5월 실제 통화 내용이 담긴 보고서에는 윤 전 대통령이 “공관위원장에게 다시 얘기하겠다”고 발언하고, 김 여사는 “그냥 밀라고 했어요”라고 말한 녹취가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은 이미 지난해 11월, 검찰이 공천 개입 정황을 포착하고 관련 보고서를 작성했지만, 첫 압수수색은 9개월 후에야 진행됐고, 명씨의 휴대전화도 제때 확보하지 못하는 등 수사 지연 비판이 계속됐다.
재임 기간 내내 각종 의혹 제기
또 망설인다고? 검 시험대 올라
그동안 김 여사에 대한 조사는 대부분 경호처 건물 내 출장 조사 형태로 진행돼 ‘특혜 수사’ 논란도 불거졌다. 이번에는 공식 검찰청사에서 정식 소환조사가 이뤄질 전망이다.
검찰은 김 여사에 대한 조사가 마무리되면,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직접 조사도 검토 중이다. 이와 별도로 김 여사가 지난 22대 총선 공천 과정에서도 창원의창 지역구 공천에 개입했다는 주장도 제기돼 ‘지속적인 공천 개입 정황’이 의심된다.
그뿐만 아니라 마약 수사 외압 의혹과 해병대 채 상병 사건도 전 국민의 관심을 끌고 있는 사건이다. 이 같은 의혹들은 단순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신뢰와 직결된 문제기 때문에 철저한 조사가 필요했다.
하지만, 그동안 윤 전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으로 모든 의혹에 대한 수사는 제자리걸음이었다.
시급한
진상 규명
특히, 인천공항 세관 마약 수사 외압 의혹의 경우 결코 가벼운 사안이 아니다. 이 의혹은 말레이시아인 마약 조직원들이 국내로 마약을 밀반입할 때 세관 직원들이 편의를 봐줬다는 주장으로부터 시작됐다. 이 같은 외압이 사실이라면, 이는 국가의 법과 질서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다.
따라서 진상 규명이 시급하다.
야권은 김 여사의 각종 의혹에 대한 수사를 위해 기존의 특별검사법 대신 상설특검법을 통한 수사 착수를 추진했다. 국회는 지난달 대통령의 거부권이 적용되지 않는 구조의 상설특검안을 통과시켰고, 현재 도이치모터스 의혹을 비롯한 총 11가지 항목이 수사 대상으로 지정돼있다.
이 상설특검은 대통령 거부권으로 네 차례 무산됐던 일반특검과 달리, 제도적으로 시행이 보장되는 방식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특검 출범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다.
대검찰청은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하겠다”는 태도를 보였으며, 서울고검은 김 여사 관련 기록을 재정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검찰과 특검의 병행 수사 시나리오도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여론조작·공천 개입 추가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예측
특히, 도이치모터스 사건과 관련해 핵심 인물인 권오수 전 회장이 대법원서 유죄 판결을 확정받은 만큼, 김 여사의 연루 여부에 대한 수사 강도가 이전보다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 김 여사는 윤 전 대통령과 함께 명씨를 통한 여론조사 조작 및 공천 개입에 연루됐다는 의혹도 함께 받고 있다. 이는 정치적 영향력 행사와 선거 개입이라는 중대한 사안으로, 단순한 개인 비리 수준을 넘어 정치 시스템에 대한 위협 행위로 판단될 수 있다.
현재 김 여사는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고 있지만, 향후 특검이 정식 출범하면 조사 대상자 또는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돼 소환될 가능성이 높다. 이번 특검이 본격 가동될 경우 그를 둘러싼 논란과 의혹들이 공식적으로 법적 검증을 받게 되는 첫 사례가 될 수 있으며, 정치권 전체의 향후 판도에도 적잖은 영향을 줄 수 있다.
윤 전 대통령 부부를 둘러싼 일련의 의혹들이 이제 면책특권이라는 방패 없이 법의 잣대 앞에 놓이게 된 셈이다.
검찰이 얼마나 공정하고 투명하게 수사할 것인지, 그리고 그 결과가 향후 정치적 책임과 제도 개선으로 어떻게 이어질 것인지가 한국 정치의 신뢰 회복에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다.
방패 없다
최초 골인?
정치적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국민은 진실을 알고 싶어 한다. 민주주의를 후퇴시킨 원흉으로 지목된 김 여사 수사가 국민의 요구에 부응할 수 있어야 한다. 이번 수사가 정치와 법의 경계나 단순한 개인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닌 국가 시스템의 신뢰 회복을 위한 시험대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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