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사상 초유’ 국회 인사청문회 도중 줄행랑한 김행 논란

야 “자료 제출 부실에 답변 태도가 불량”
여 “질문 방식 부적절…위원장 중립 위반”

[일요시사 정치팀] 박 일 기자 = 인사청문회 도중 국무위원 후보자가 줄행랑하는 ‘헌정사상 초유’의 사태가 지난 5일, 발생했다.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선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진통 끝에 열렸다.

앞서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지난달 27일, 여당과의 협의 없이 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일정 및 증인 채택을 단독으로 의결했다며 청문회 보이콧을 시사했던 바 있다.

이날 오전, 권인숙 여가위원장(민주당)은 인사청문회 개의에 앞서 “지난달, 여당이 참석하지 않은 상태로 청문회 계획을 의결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다. 앞으로 위원회 회의가 여야 협의 하에 원활하게 진행되도록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여가위 여당 간사인 정경희 의원은 “위원장이 지난번, 일방적이고 위법적으로 청문회 일정을 의결한 데 대해 유감을 표명했는데, 청문회 일정뿐만 아니라 그 이전에 몇 차례 상임위를 독단적으로 운영한 것에 대해서도 함께 유감을 표명한 것으류 이해하겠다”고 말했다.

이후 여당 의원들이 회의장 안으로 입장했고, 진통 끝에 인사청문회가 시작됐다.

하지만 김 후보자의 부실한 자료 제출을 두고 야당 의원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여당 의원들도 “질의 방식이 부적절하다” “과도한 발언이다” 등의 후보자를 두둔하는 듯한 뉘앙스의 발언이 오가면서 신경전 양상으로 변질됐다.


이날 야당 의원 및 권 위원장은 김 후보자의 코인 의혹 등 각종 논란에 대한 질문 태도 및 부실한 자료 제출을 문제 삼았다.

한준호 민주당 의원은 “김 후보자 딸의 소셜 뉴스 지분 거래 내역 등 총 19건의 자료를 요청했는데 단 3건을 받았다”며 “그 3건마저도 단답형으로(받았다”고 허탈해했다. 김 후보자는 “저희 딸은 공개 대상이 아니다. 그래서 (제출)할 수 없는 것”이라고 답했다.

같은 당 문정복 의원은 “위키트리가 생성한 기사를 스팀잇이라는 곳에 넣고 거기로부터 어마어마하게 스팀달러(코인)를 받았다”며 “위키트리는 더 많은 코인을 받기 위해 어뷰징(조회수 조작)까지 했고, 어마어마한 코인을 축적했을 것으로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문 의원은 “어마어마한 코인을 축적했을 거라는 합리적 의심을 할 수밖에 없는데 후보자께선 코인 지갑을 오픈할 수 있느냐?”고 묻자 그는 “우리 회사는 스팀잇과 코인을 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저는 코인쟁이 아니다”라며 “그걸로 돈 번 적 없다. 그렇게 얘기하지 마시라”고 반박했다.

그러자 정 의원이 문 의원을 향해 “국무위원 후보자인데 답변을 틀어막으면서 ‘끼어들지 말라’고 하면 왜 불렀느냐”며 질의 방식을 지적했다.

문 의원도 “어떻게 의원이 발언하는 것을 가지고 가타부타하느냐”고 자리서 일어나 삿대질하며 따져 물었고, 정 의원은 “왜 가타부타 말을 못 하나. 기본적으로 예의를 지키라”고 질타했다. 이 과정서 정 의원은 문 의원에게 “야!”라고 부르기도 했다.

김한규 민주당 의원은 “인사청문회는 후보자의 도덕성, 자질을 검증하는 자리다. 우리가 질문하는 것은 형사법 위반 확인을 위해서가 아니다”라며 “도덕적 측면, 정치적으로나 도의적으로 사과할 부분 등의 문제를 제기하는데 이런 질문에 툭하면 ‘고발하라’는 태도를 묵과할 수 없다. 위원장이 지적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자 권 위원장은 “인사청문회라는 의미를 망각한 것 같다. 자료 요청과 밝히고 싶은 것에 대해 적극적으로 협조하지 않으면서 고발하라고 반박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에 김 후보자는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지 20일 만에 주가 조작의 주범처럼 묘사됐다. (야당 의원들이)저를 형사범으로 몰고 있다”고 반박했다.

권 위원장도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감당하지 못하실 거라면 사퇴하시라. 본인이 범법했다는 의혹에 대해 증명 못하면서 ‘고발하라’ ‘자료 제공 못한다’고 하면 안 되는 것”이라고 몰아 붙였다.

그러자 국민의힘 의원들은 “위원장님은 중립을 지키시라고요!” “사과하세요”라며 일제히 항의했다. 지성호 의원이 “갑시다”하며 자리서 일어나 김 후보자에게 다가가자, 김 후보자도 자리서 일어나 주섬주섬 청문회 자료를 챙겼다.

김 후보자는 권 위원장의 “후보자 앉으세요”라는 지시에 응하지 않았고 여당 의원들과 함께 청문회장을 빠져 나갔다. 이들은 끝내 청문회장으로 돌아오지 않으면서 결국 오후 10시42분에 김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는 중단됐다.

권 위원장은 “원활한 회의 진행을 위해 협의하려고 했는데 후보자가 들어오지 않고 있는데 이건 인사청문회 무시, 국민의 알 권리 무시”라며 “있을 수 없는 행태며 사상 초유의 사태”라고 비판했다.

이어 “청문회를 파행으로 이끈 것은 후보자의 불성실한 태도다. 민주당 후보였어도 (저는)같은 얘기를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가위는 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중단된 점을 감안해, 하루 더 실시하기로 방침을 정했고 권 위원장은 6일 자정이 지나 청문회 개의를 선포했다. 하지만, 국민의힘 의원들과 김 후보자는 끝내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청문회 정회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행방불명’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며 김 후보자를 비판했다. 용 의원은 “대한민국의 국무위원이 되겠다는 사람이 국회 인사청문회 도중 도망치는 게 이게 말이 되는 일이냐?”며 “문자 그대로 대한민국 헌정사상 초유의 사태”라고 비판했다.

이어 “차라리 지금 도망치시면서 하늘 한 번 보시고, 크게 숨 한 번 쉬시고 사퇴하시는 게 더 낫겠다/ 부끄러운 줄 아시면, 도망치지 마시고,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오전, 국민의힘 조은희 의원은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인사청문회는 어제 끝난 것”이라고 말해 불참을 시사하기도 했다.

조 의원은 “여가위 전체회의를 다시 열겠다는 방침에 대해 “여야 합의 없이 차수 변경이 안 되고 후보자 동의도 있어야 하는데 위원장이나 민주당도 청문회란 단어를 쓰기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이라며 “청문회는 어제 끝났고 장관이 출석할 의무는 없다”고 일축했다.

<par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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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