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합의금 시달리는 교사 사연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3.07.28 16:33:38
  • 호수 1438호
  • 댓글 4개

선생님에 거짓말 탐지기 들이댄 이유가…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이초 사건이 남 일 같지 않아요. 자살 시도하고 이틀 만에 깨어났어요.”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 교사 함명규씨의 고백이다. 졸지에 아동학대 교사로 몰린 그는 충격에 빠져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초등학생 제자의 폭력 행위를 제지한 것이 화근이었다. 신고가 접수된 후부터 그는 이미 피의자였다. 

지난 18일,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1학년 담임교사가 교내서 숨졌다. 타살 정황이 없어 극단적 선택으로 추정됐다. 원인을 놓고 학부모의 갑질 등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관련 학부모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교사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이들은 “서이초등학교 사건이 남 일 같지 않다”고 말했다.

비슷한 일을 겪은 함명규 교사는 <일요시사>와 통화서 “새내기 교사가 아닌 저처럼 늙은 교사가 죽었어야 했다”며 “억울한 교사들이 합심해 교권 회복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무고함을 증명할 기회는 ‘거짓말 탐지기’가 유일했다. ‘내 아이만 소중하다’는 이기심을 버리고 집단지성을 통해 갈등을 극복해야 할 시기다.

“죽어야 
끝난다”

함 교사는 지난해 경기도 파주시 한 초등학교서 2학년 담임을 맡았다. 그해 5월20일 자신의 제자 A군이 4학년 B군을 놀이터서 때렸다는 소문이 돌았다. 사실관계를 묻자 A군은 ‘형들이 모함한 것’이라며 부인했다. B군의 담임은 물론, 교감까지 진상 규명에 나섰다. 경찰 입회하에 양측 부모는 CCTV 확인 후 해당 사실을 인정했다.

그때까지도 A군을 자식처럼 여겼던 함 교사는 학교폭력위원회(학폭위)가 가혹하다고 생각했다. 법령에만 맞춰진 학폭위는 교사가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없다. 어린 나이를 감안해 교사의 지도로 변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함 교사는 B군 부모에게 학폭위 구성만큼은 참아달라고 애원했다.


자신을 탓하며 거듭 사과했다. 돌이켜보면 가장 어리석은 행동이었다. B군의 부모는 재발 방지와 사과만을 요청했다. 함 교사의 진심이 통한 건 이때가 마지막이었다. 

함 교사는 A군에게 사과 편지를 작성하게 했다. 당사자 간의 손편지를 통해 화해를 유도한 것이다. A군은 3일 동안 사과 편지를 쓰지 않았다고 한다. 참다못한 함 교사는 A군에게 교실 뒤에서 편지를 쓰게 했다. 당시 A군은 스스로 무릎을 꿇은 채 편지를 썼다.

무릎을 왜 꿇냐고 묻자 A군은 “잘못했으니 무릎 꿇어야 한다”고 답했다. 가학적 태도를 미뤄보아 학대가 의심됐지만 넘어갔다. 

마지못해 A군이 쓴 편지에는 “4학년 형(B군)이 놀려서 그랬다. 앞으로 놀리지 말라”는 내용이 담겼다. 5개월 후 A군과 부모의 태도는 돌변했다. 이들은 함 교사가 A군을 훈계하면서 목을 졸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담임 교체를 요구했지만, 목 조른 사실이 없어 이뤄지지 않았다.

급기야 국민신문고에 함 교사가 아동학대 교사라는 글이 올라왔다. 장학사까지 나서 사실관계 확인에 나섰다. 아동학대 교사로 의심받으면서 A군을 보호 조치해달라는 요청이 들어왔다. 분리조치된 함 교사는 병가를 냈다.

아동학대범으로 몰려 경찰 출동
‘누가 거짓말 하나’ 극단적 선택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A군 부모는 “아이에게 사과 편지를 쓰게 했고, 수업서 배제했다”며 함 교사를 경찰에 신고했다. A군을 무릎 꿇게 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아동학대범 피의자로 확정된 순간이었다. A군이 스스로 무릎 꿇는 모습을 본 동급생 C군은 함 교사가 시킨 것이 아니라고 증언했다.


조사 과정서 경찰은 “5개월 전 사건이고, 초등학생이 한 말은 효력이 없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A군의 일방적인 주장과 달리 함 교사의 유리한 증언들은 묵인됐다. 지난해 10월 함 교사는 피의자 신분으로 1차 조사를 진행했다. 

당시 경기북부경찰청은 “A군을 무릎 꿇린 적 없다”는 주장을 믿지 않았다. 경찰은 함 교사에게 ‘거짓말탐지기’로 판단하자고 했다. 아동학대범으로 몰린 함 교사의 존엄성마저 무너졌다. 지난해 11월 거짓말탐지기 조사 결과, 함 교사의 주장은 거짓으로 드러났다. 

함 교사는 재차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받을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으나, 거절됐다. 거짓말탐지기는 피검자의 생리적 변화를 기계로 측정·기록한 후, 진술의 진위 여부를 추론하는 심리분석 기법이다. 그만큼 오차범위도 넓다. 거짓말탐지기 결과가 아동보호재판서 어떻게 작용할지 예측하기 어렵다. 

무고를 증명할 수 없다는 박탈감이 몰려왔다. 함 교사는 유서를 작성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이틀 만에 깨어난 함 교사는 12월 경기북부청서 2차 조사를 통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파주교육지원청은 함 교사를 두고 경징계 위원회를 열었다.

혐의가 입증되지 않은 상황이지만 아동학대 교사로 간주했다. 다행히 그간의 공로와 적극적인 해명으로 경고에 그쳤다. 함 교사의 죄목은 정서학대 및 수업 배제였다. 함 교사는 상담 기록과 녹음, 사진 등을 증거로 제출했다.

돈 노리고
고의 신고

하지만, 아동학대 교사를 향한 시선은 바뀌지 않았다. 아동보호재판을 앞둔 함 교사는 당당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현재 ‘아동학대 신고 피해 교사를 위한 모임’ 카페를 운영 중이다. 

함 교사는 <일요시사>와 인터뷰서 “제 실명을 거론해달라. 이 기회를 통해 무고한 교사들의 억울함을 풀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가 겨우 살아났지만, 여전히 깊게 잠들지 못한다. 

아동학대 신고를 받은 일부 교사들은 함 교사 사건을 보며 공감했다. 이들은 “무죄를 입증하는 건 증거가 있어도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경기도 고양시의 한 교사는 아동학대 피의자로 몰려 학부모에게 합의금 1000만원을 줬다. 

문제는 합의금을 주면 혐의를 인정한 꼴이 된다는 것이다. ‘아동학대 교사’라는 꼬리표도 따라붙는다. 변호사를 선임한 교사는 혐의를 부인하는 가해자로 인식돼 재판서 불리하다. 아동학대 신고는 여러 모로 교사에게 불리하다. 이에 따라 합의금을 노리고 무작정 신고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아동학대 교사라는 오명과 싸워 이긴 교사도 있다. 지난해 4월 광주 한 초등학교의 윤수연 교사는 학부모로부터 민형사상 고소를 당했다. 

윤 교사는 학생 간 싸움을 멈추고자, 책상을 고의로 넘어뜨리고 성의 없는 반성문을 찢었다. 경찰은 이를 정서적 학대로 보고 불구속 송치했다. 이에 검찰은 공개심의위원회 판단까지 거쳐 윤 교사를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했다.


학부모는 이에 항고장까지 냈다. 광주고검은 “학부모가 낸 추가 증거를 검토해도 지검의 판단이 정당했다”며 ‘항고 기각’ 결정을 내렸다. 윤 교사를 상대로 학부모가 낸 3200만원 손해배상 민사소송도 기각됐다. 1년3개월 만에 아동학대 교사라는 낙인을 지울 수 있었다.

윤 교사는 “오랜 고생을 견디고 싸웠는데 서이초 교사 소식을 들으니 ‘내가 지금까지 한 게 뭐였나’라는 허탈함이 느껴져 힘들었다”고 말했다. 

잠재적
가해자

학부모로부터 민형사상 고소를 당했을 때 주위에선 적당히 합의하라고 윤 교사를 설득했다. 교권 붕괴는 오래 전부터 시작됐다. 그는 끝까지 싸웠다. 더는 물러설 곳이 없기 때문이다. 교단은 악성 민원에 시달리는 사례들로 넘쳤다. 교사가 학부모에 건네는 합의금으로 조용히 덮어졌다.

윤 교사는 뜯어고치기로 했다. 법정 다툼을 택한 윤 교사는 “고소당한 뒤, 아이들을 지도할 때면 계속 자기 검열을 하게 됐다”며 “‘괜히 또 그런 얘기를 했네’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억울함은 풀렸지만, 여전히 악성 민원이 무섭다. 학생 생활지도도 자신이 없어 당분간 담임을 맡지 못할 것 같다고도 했다. 윤 교사가 누명을 벗기까지 주변에서 보낸 많은 지지가 있었다. 제자, 학부모, 동료 교사들이 그를 위해 1800건 이상 탄원서 제출과 연명에 나섰다.


6학년 제자들은 재판부와 검사에게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그만큼 학부모와의 법정 공방서 교사는 불리한 입장이다. 

윤 교사는 지금도 악성 민원에 시달리는 동료 교사들을 생각하면 한숨이 나온다. 윤 교사는 학부모들의 과도한 민원을 제한하자는 입장이다. 학부모의 민원 녹취 등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학교 운영진이 민원을 접수하고 처리하는 제도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학생들의 일탈, 폭력 행위까지 제지하는 건 교사에게 무리한 처사다. 학생과 교사 사이에 발생한 문제로 합의금을 제시하는 관행도 없어져야 한다. 대다수의 학교장들은 교사들이 도움을 요청하면 “학부모에 합의금 주고 사과하라”고 대답한다. 교사를 보호해야 할 학교장이 ‘학교 평판’에만 몰두한 결과다. 

형식적으로는 교권침해가 발생하면 교사들은 교권보호위원회(이하 교보위)를 개최해 징계를 요구할 수 있다. 교보위 개최 권한은 학교장에게 일임돼있다. 대부분 학교장은 교보위를 열지 않고 민원인의 요구를 들어주라고 지시한다. 교사 월급에 합의금까지 내면 당장 생활고에 시달린다.

서이초 교사도 생전에 동료 교사들에게 악성 민원으로 힘들다며 하소연했다. 

가정폭력도 담임 책임이라고?
싸움 말리면 학대 놔두면 방임

황봄이 경기교사노조 교권보호국장은 “학교장 등 관리자들이 선제적으로 민원 내용을 듣고 먼저 중재해줘야 ‘서이초’ 같은 사건을 막을 수 있다”며 “학교장 등은 고연차라 악성 민원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이 교사들보다 높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교육단체 등도 학부모 악성 민원을 교장·교감이 적극 개입해 해결하도록 하는 ‘민원 창구 통일’ 등을 교육부에 요청했다. 지난 26일, 이주호 교육부장관은 현장 교사들과의 간담회 직후 “악성 민원 접수 체제를 정비하고 교장·교감 등 관리자들도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발언했다.

지난 27일, 교사들은 교권침해의 원인은 잘못된 아동학대법에 있다고 주장했다. 정당한 지도를 해도, 학대 신고를 남발해 교육활동이 위축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날 열린 간담회서 이 장관은 “교권침해를 제때 막지 못했다”며 사과했다. 현장 교사들의 첫 번째 요구는 아동 학대법 개정이었다.

이날 10년 차 초등 교사는 “선생님, 학부모님들과 원활한 소통을 위해서는 어떠한 보완장치 같은 게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교사노조가 최근 나흘간 접수한 학부모들의 악성 민원 제보는 1848건이다. 서울 교사들은 교권침해는 제도적인 문제라며 폭넓은 의견 수렴을 요구했다.

학교폭력 발생 장소의 무한정성에 관한 문제도 제기됐다. 국회 국민동의청원까지 올라왔다. 청원인은 현행 학교폭력예방법을 지적했다. 해당 법은 학교폭력을 ‘학교 내외서 학생을 대상으로 발생한 행위에 의한 피해’를 의미한다. 학교 ‘외’가 포함되면서 교사의 개입 권한이 모호해진다.

‘방학 중 아파트 놀이터서 싸운 사례’ ‘학원서 학생끼리 싸운 사례’ ‘집에서 부모와 학생이 싸운 사례’도 학폭 신고 대상이 된다. 

장소보다 ‘학생’이라는 주체 및 객체를 기준으로 뒀다. 교사가 볼 수 없는 상황서 일어난 사건도 책임을 져야 한다. 그간 학교 ‘외’는 제외해야 한다는 수많은 의견이 제기됐다. 청원인은 현재의 아동학대법은 신고당한 교사에게 ‘유죄 추정의 원칙’을 적용하는 악법으로 규정했다. 현행 아동학대법서의 학대 행위는 신체적 학대와 정서적 학대로 나뉜다. 

압박하고 
괴롭히고

정서적 학대에 관해 청원인은 “의미가 모호해 학부모가 교사를 압박하고 괴롭히는 수단으로 변질됐다”고 적었다. 이는 명백한 교사에 대한 인권 침해다. 헌법에 보장된 무죄추정원칙을 무시하는 반헌법적 행위이기 때문이다. 해당 청원은 지난 23일, 5만명의 동의를 얻어 청원 접수 요건을 충족했다. 국회 교육위원회서 채택될 경우, 본회의에 부의돼 심의 의결을 거치게 된다.

한 교사는 <일요시사>와 한 인터뷰서 교권 붕괴에 관해 “싸움 말리면 학대, 놔두면 방임, 뛰지 말라고 말하면 학대, 뛰다 넘어져서 다치면 방임, 큰소리 내면 학대, 작은 소리로 말하면 방임”이라고 토로했다. 교사들이 권위를 되찾겠다는 게 아니다. 훈육도 중요하지만, 법에 오점이 있다는 의미다. 아동학대법 개정으로 교권회복이 이뤄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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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안보 공약과 정치적 스탠스 등에 조언을 아끼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와 직접적으로 연락하면서 국정 전반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 명태균씨의 모습과 맞닿아 있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군 인사뿐만 아니라 국방정책과 사업에까지 손을 댔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통상 비선 실세는 외부서 활동한다. 대통령으로부터 보직을 받지 않았음에도 최측근으로 꼽히는 인사들과 정부의 정책과 정치적 활동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윤석열정부서 이 같은 행위를 한 이들은 주로 ‘무속 관련자’들이었다.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등도 정부 정책 및 인사에 개입한 의혹의 당사자들이다. 안보 분야 대책 조언 노 전 사령관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안보 공약이나 지지율 상승 방안 등을 조언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5일 <한겨레> 단독 보도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11일 경찰 조사에서 “(2022년)윤 대통령이 대선 캠프를 구성했을 때, 김 전 장관이 제게 일을 도와달라 부탁했는데 성 관련 범죄 경력 때문에 전면에 나서지 못했다”며 “(그 대신에)대선 토론 때 안보 관련 분야 질문 및 답변 내용에 대해 초안을 잡아주면, (상대 후보의)역공 대비 등 세밀히 검토해서 수정하는 작업을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윤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김 전 장관이)‘대통령 지지도를 어떻게 하면 올릴 수 있냐’고 묻길래 ‘검사 출신이라 말이 친화적이지 않다. 국민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줘라’고 했다”며 “(시장에 가서)생선 같은 것도 만지면서 친근하게 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광주 5·18(행사)에 참석해라. 그들도 같은 국민”이라며 “일단 내려가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라 건의해라. 이왕 대통령이 됐으면 전라도도 품을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실제 윤 대통령은 지난 2023년 7월엔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를 위해 부산을 찾은 뒤 자갈치시장서 붕장어를 맨손으로 만졌다. 또 2022년 5월 취임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광주를 찾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노 전 사령관은 “나중에 티브이(TV)를 보니까 제 말대로 다 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이 같은 상황을 볼 때 윤 대통령은 노 전 사령관의 존재를 수년 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적지 않은 도움을 받은 김 전 장관은 노 전 사령관을 윤 대통령에게 인사시키려 했으나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이 몇 번 (윤 대통령에게 자신을) 인사시키려 했는데, 저 스스로 성 관련 범행에 대한 멍에가 있어서 안 본다고 했다”며 “(김 전 장관이)군인공제회 산하단체 비상근 사외이사 자리를 주겠다고 했는데 (국회)국방위원회서 다 밝혀질 거라 사양했다. 공기업 임원 얘기도 했지만 같은 이유로 사양했다”고 진술했다. 노 전 사령관의 의혹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노 전 사령관이 자신의 인맥을 활용해 국방사업에도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16일 “12·3 내란 핵심 주동자인 김용현(전 국방부 장관), 노상원(전 정보사령관), 여인형(방첩사령관), 김용군(예비역 대령)은 방위산업을 고리로 한 경제공동체”라고 주장했다. 추 의원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 2022년 김 전 장관이 경호처장 시절 그의 영향력으로 국가정보원 예산 500억원이 육군 전자전 무인 정찰기(UAV) 사업 예산으로 편성 추진했다. 당시 이 예산은 ‘김용현 처장 꼬리표 예산’으로 불렸다는 게 추 의원의 주장이다. 노, 윤 대선후보 시절부터 감 놔라 배 놔라 실제 김 통해 일부 이행…윤 직접 접촉 시도 추 의원은 “2023년 이 사업에 도입될 기종은 노상원이 (당시)재직 중이던 일광공영이 국내 총판인 이스라엘 항공우주산업(IAI)의 헤론으로 결정됐다. 일광공영은 무기 중개상 1세대로 불리며, 2000년 러시아 무기 도입 사업인 불곰사업으로 유명한 이규태가 운영하는 방산업체다. 노 전 사령관은 최근 3년간 일광공영에 근무했다”고 말했다. 통상 무기체계 등 전력사업은 육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가 관리한다. 그러나 해당 사업은 당시 육군 정보작전참모부장이던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관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사업은 예산이 편성되지 않아 중단됐다. 추 의원은 노 전 사령관과 윤 대통령 일가와의 연결고리 의혹도 제기했다. 그는 “노상원은 이미 2015∼2016년 박근혜정부 때부터 김충식과 후원을 주고받는 관계였다”며 “김충식은 윤석열의 장인 행세를 하는 분이고, 장모 최은순 여사와 사적인 관계 또는 경제공동체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노 전 사령관은 국방·안보 분야 조언에 그쳤다. 명씨는 정부 사업과 정치 권력 전반에 영향을 끼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굳이 둘을 놓고 비교하자면 노 전 사령관보다 명씨의 비선 실세 서열이 한 수 위인 셈이다. <시사IN>이 공개한 윤 대통령 일가와 명씨의 카카오톡·텔레그램 대화 원본을 보면 명씨는 사실상 국회의원 후보 선정과 경제 사업 추진에 판을 짜는 플래너였다. 실제 명씨는 지난 2021년 7월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에 입당하기 전 이뤄진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과 가진 비공개 회동부터, 그 이후 진행된 윤 대통령의 정치인 접촉을 주도했다. 이 의원과 윤 대통령의 회동 당시 김 여사는 JTBC가 보도한 ‘윤석열·이준석 비공개 회동’ 기사 링크를 보냈다. 김 여사는 명씨에게 “큰일이네요. 왜 준석씨가 이렇게까지 발설했을까요. 남편에게는 완전 악재인데요ㅠ”라며 “선생님(명태균씨)께서 단단히 말씀하셨을 것 같은데요”라고 말했다. 닮은 듯 다른 듯 이들은 대선후보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를 각각 여러 차례 주고받았다. 명씨가 윤 대통령 부부에게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그 대가로 2022년 6월 보궐선거서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 공천을 받았다는 의혹이 ‘명태균 게이트’의 핵심이다. 명씨는 윤 대통령의 일정과 행보에 대한 사후 보고, 평가, 조언도 김 여사에게 더 자주 했다. 예시로 2021년 7월29일,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부산 방문 당시 실언한 점을 포착한 영상 보도 링크를 보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이한열 열사가 새겨진 1987년 6월 항쟁 기념 조형물을 보고 ‘1979년 부마항쟁이냐’라고 물어 논란이 된 상황이었다. 명씨는 말실수를 한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메시지를 보내 “미리 방문하는 곳 학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21년 9월17일과 18일, 20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경북·경남지역 방문 관련 반응이 담긴 언론 기사와 여론조사 결과를 보냈다. 명씨는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의 일정을 자신이 기획했다고 검찰에 진술하기도 했다. 명씨는 자신의 ‘기획물(지역 방문 일정)’ 결과를 김 여사에게 보고했다. 특히 윤 대통령의 경남 일정 이후 ‘창원 전·현직 도·시의원 33명이 윤석열 지지를 선언했다’는 내용의 기사 링크도 김 여사에게 먼저 보냈다. 대선 캠프에 소속되지 않은 명씨가 후보 일정에 개입한 것이다. 특히 명씨는 검찰서 자신이 기획한 경남 일정 가운데 창녕 방문을 자랑스럽게 설명했다. 당시 창녕 방문이 윤석열 후보자에게 가장 중요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창녕은 국민의힘 대선 경선 경쟁자인 홍준표 당시 예비후보의 고향이다. 홍 후보를 견제하기 위해 창녕 방문 일정을 넣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입 열면 쑥대밭 명씨는 윤석열 캠프 인사 개입 의혹도 받는다. 명씨와 김 여사의 대화를 보면, 이 의혹 역시 두 사람으로부터 시작됐다. 명씨가 김 여사와 캠프 인사 문제를 상의했고, 그 결과가 일부 실현된 사실이 확인된다. 2021년 7월16일 김 여사는 명씨에게 황준국 전 주영국 대사 프로필을 공유했다. 그러면서 “후원회장으로 어떤가요? 이권과 연결도 안 돼있다”고 했다. 김 여사가 명씨에게 이 메시지를 받은 다음날인 7월17일, 황 전 대사는 윤석열의 후원회장으로 위촉됐다. 정통 외교관 출신 인사가 대선후보 후원회장을 맡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 2021년 7월19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프로필을 보냈다. 그러면서 ‘총장님께서 물어보신 임태희 실장’이라며 장문의 설명을 덧붙였다. 윤 대통령이 먼저 명씨에게 임 교육감 세평을 물었는데, 명씨는 그 답을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했던 것으로 보인다. 임 교육감은 2021년 12월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총괄상황본부장을 맡았다. 한 달여 뒤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자신이 국민의힘 의원이었던 박완수 경남도지사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캡처해 보냈다. 박 지사는 “명 대표 나도 많이 도와주세요”라고 말했고, 8월1일 “윤 총장 전화 왔습니다. 열심히 할게요”라고 말했다. 7월31일, 명씨는 윤 대통령에게 박 지사 연락처를 전달하면서 “전화하면 총장님을 돕겠다고 할 것”이라고 했다. 이후 8월6일 박완수 당시 의원은 명씨와 윤 대통령 자택인 서울 아크로비스타에 방문했고 윤 대통령과 사진도 찍었다. 이 같은 명씨의 영향력이 정치권서 소문으로 퍼지기 시작한 이후에도 두 사람은 연락을 주고받았다. 2023년(연도 추정) 4월6일 김 여사가 명씨에게 ‘김건희 여사, 명태균과 국사를 논의한다는 소문’이라는 제목의 정보지 글을 공유했다. 김 여사가 천공 스승과 거리를 두고 명씨와 국사를 논의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노·명 전부 무속 의혹 제기 “여사 연결고리?” 명, 침묵하는 노와 대조적 “30명 죽일 수 있다” 윤 대통령이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으려 했던 이유가 명씨의 조언 때문이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명씨는 웃으며 “세상에 천벌 받을 사람들이 많네요”라고 했다. 4월15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네잎클로버 사진을 보냈다. 명씨는 “여사님 행운의 징표인 네잎클로버를 발견하고 여사님께 보내드린다”며 “윤석열정부 꼭 성공한 정부가 될 겁니다”고 했다. 김 여사는 V자 손가락 이모티콘으로 화답했다. 노 전 사령관은 가장 논란이 된 이른바 ‘노상원 수첩’과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검찰 조사에서까지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국지전 유도와 북풍 공작 등의 음모론 같은 의혹은 아직 실체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명씨는 본인이 적극적으로 검찰 조사에 임하면서 국민의힘과 윤 대통령 일가의 ‘뇌관’을 자처하고 있다. 창원구치소에 수감 중인 명씨는 최근 노영희 변호사와의 접견서 “국민의힘 주요 정치인 30명을 죽일 수 있는 카드가 있다”며 “내가 한 말은 전부 증거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명씨와 연루 의혹이 있는 인사들이 정치권 내에서 이른바 ‘명태균 리스트’로 분류되긴 했지만, 명씨가 직접 숫자를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명씨 관련 의혹을 폭로한 강혜경씨는 지난해 10월 명씨와 연관됐다고 주장하며 여야 정치인 27명 명단을 공개하기도 했다. 명씨의 정치권 인맥은 ‘황금폰’이라고 불리는 명씨 휴대전화서 일부 포착된 적이 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명씨의 휴대전화를 넘겨받아 포렌식을 진행했다. 당시 검찰은 명씨의 휴대전화에 연락처가 저장된 전·현직 정치인 140명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명씨 측 남상권 변호사는 지난달 1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서 “명씨 황금폰 포렌식 과정서 너무 많은 정치인이 나와서 깜짝 놀랐다”며 “명씨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현직 국회의원이 140명이 넘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황금폰 포렌식 명씨는 “내가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국무총리로, 이준석 의원을 미국 대북특사로 추천을 했었다”면서 “당시 국민의힘 관련 윤한홍, 박완수, 김영선, 김종인 등에 대한 자료가 많다”고 유력 정치인들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거론했다. 특히 명씨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에 대해 “(이들에 대해)얘기할 것이 아주 많다”며 “민낯을, 껍질을 벗겨 놓겠다”고 거친 언사를 쓴 것으로도 파악됐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