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벌집 건드린 주호민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3.08.07 10:41:54
  • 호수 143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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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필요 없고 내 자식만 소중해?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주호민 웹툰 작가가 자폐증을 앓는 아들의 특수교사 A씨를 고소했다. 아들 B군 가방에 숨겨둔 녹음기 속 A씨의 발언이 ‘아동학대’라는 주장이다. 주 작가는 고소에 앞서 협상조차 시도치 않았다. 누가 봐도 보복성으로 읽힌다. “경황이 없었다”는 핑계는 대중을 분노케 했다. 1000만 관객 영화 <신과 함께> 원작자의 명성도 추락하고 있다.

주호민 웹툰 작가는 지난해 9월 A씨를 아동학대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1년 가까이 쉬쉬했던 사건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드러났다. A씨가 주 작가 아들 B군을 훈계하다가 학대 신고로 직위서 해제된 사연이었다. 당시만 해도 B군의 아버지가 ‘웹툰 작가’라는 추측만 돌았다. 곧이어 “아빠가 주호민이고, 부부가 A씨를 고소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교실에선 
어떤 일이…

A씨는 현재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경찰 수사가 시작되면서 A씨는 지난 1월 직위 해제됐다. 앞서 B군은 지난해 9월5일 수업 도중 여학생 앞에서 바지를 내려 분리 조치됐다. 주 작가는 사건 이후 B군이 불안 증상을 보이자, A씨를 신고했다.

주 작가는 B군 가방에 넣은 녹음기로 증거를 수집했다. 녹음기에는 A씨가 B군에게 짜증을 내는 내용이 담겼다. A씨는 B군에게 “진짜 밉상이네” “넌 ○반에도, 친구들한테도 못 가” 등의 발언을 했다. 공소장에는 “너 집에 갈 거야. 학교서 급식도 못 먹어. 왜인 줄 알아? 급식 못 먹지. 친구들을 못 만나니까” 등의 내용도 담겼다.

현행법상 제3자가 타인 간의 발언을 녹음하거나 청취하는 것은 불법으로 규정한다. 다만, 검찰은 해당 녹음본이 법적 증거로서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다.


박지현 법무법인 동광 변호사는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의 소지가 있다”면서도 “아동의 연령 및 상태, 학대를 의심할만한 정황이 있는지, 녹음하는 것 외에는 범행을 밝혀내기 어려운 상황이었는지 종합적으로 엄격히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동학대 사건 등에서 부모의 녹음 행위는 공익성이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다. 검찰은 공소장에 “(A씨가)장애인인 아동에게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를 가했다”고 적었다.

A씨의 변호를 맡은 전현민 변호사는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서 “‘진짜 밉상이네’라는 발언은 B군에게 훈계하듯 한 것이 아니라, 교사의 혼잣말로 전후 발언이 생략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검찰 공소장에는 B군의 대답이 빠져 있다”며 “(교사의 부정적인 말만 공소장에 나오다 보니)훈육이냐, 학대냐를 다루는 사안에서, 훈육을 입증하는 부분이 아예 제외돼 버렸다”고 강조했다.

학부모들과 동료 교사들은 아동학대는 없었다며 A씨를 옹호했다. 지난달 A씨를 위해 나선 탄원인만 300명에 육박했다. 이들은 A씨가 복직할 수 있도록 재판부에 선처를 구하는 내용의 탄원서를 작성했다.

경기도교육청은 지난 1일 A씨를 복직시켰다.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은 지난달 SNS 계정에 “한 웹툰 작가의 발달 장애아들을 학대한 혐의로 아동학대 신고를 받아 직위 해제된 경기도 한 초등학교 특수교육 선생님을 복직시키기로 했다”고 밝혔다.

“자폐증 아들 아동학대” 특수교사 고소
등교 가방에 녹음기 넣고 증거 수집도

임 교육감은 “이번 사건은 교사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경기도교육청 특수교육 시스템 전체를 흔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검찰청이 ‘정식재판을 청구했다’는 이유만으로 직위가 해제되면 선생님들에게는 큰 상처가, 다른 특수 아동과 학부모분들은 큰 피해를 볼 것”이라고 주장했다.


주 작가는 교권침해 논란 중심에 서게 됐다. 서이초등학교 교사의 안타까운 사건으로 학교 내 교권에 관심이 집중된 지금 A씨를 직위해제에 이르게 한 탓이다. 녹음기 설치에 고소는 과했다는 비판 여론이 형성되자 주 작가는 입을 열었다.

그는 지난달 27일 SNS를 통해 “(아들이)정확한 의사소통이 불가능했고, 특수학급에는 장애아동만 수업을 받기에 상황을 전달받을 방법이 없었지만 확인이 필요했다”며 녹음기 설치에 관해 설명했다.

이어 “(A씨의)직무가 정지돼 다른 학부모님들께 큰 고충을 드리게 되어 괴로운 마음뿐이다. 그래서 탄원도 하셨을 것”이라며 1차 입장문을 냈다. 그러면서 “사정을 알려드리려 했으나, 여의치 않더라. 현재 관련 사안은 재판이 진행되는 상황인 만큼 교사의 행위가 정당한 훈육이었는지, 발달장애 아동에 대한 학대였는지 여부는 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 달라”고 전했다.

그를 향한 비난은 식지 않았다. 주 작가의 아내 한수자 웹툰 작가가 한몫했다. 지난달 13일 수원지방법원 형사9단독 곽용헌 판사는 A씨에 대한 2차 공판을 열었다. 이날 한씨는 A씨의 처벌 의사를 묻는 판사의 질문에 “강력하게 처벌해달라”는 뜻을 밝혔다.

A씨 측 변호사도 “주씨 측에서 교사에 대한 처벌 의사가 있음을 명확하게 밝혔다”고 했다.

주 작가는 “학교 차원의 원만한 해결을 원했다”고 해명했으나, 사실과 달랐다. 피소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A씨가 주 작가 측에 연락했지만 대응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1000만 작가
명성에 타격

까면 깔수록 새로운 사실이 드러나자 주 작가는 2차 입장문을 밝혔다. 그는 지난 2일 “저희 가족에 관한 보도들로 인해 많은 분들께 혼란과 피로감을 드렸다. 깊은 사과의 말씀을 올린다”고 운을 뗐다.

이어 “저희 생각과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기 전 우선 상대 선생님을 직접 뵙고 말씀을 나누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해 8월1일 만남을 청했다”며 “지금 만나는 것보다는 우선 저희의 입장을 공개해 주면 내용을 확인한 후 만남을 결정하겠다고 하셨다”고 밝혔다.

A씨와 면담 전에 법적 대응부터 한 이유에 관해 “모두 뼈아프게 후회한다. 녹음을 듣고 큰 충격을 받은 상태서 그것이 비단 그날 하루 만의 일일까? 아이가 지속적으로 이런 상황에 있었던 게 아닐까 하는 혼란에 빠졌다”고 했다. 그는 교사 교체 등을 원했으나 학교가 신고를 통해야 가능하다고 안내했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A씨를 대면해서 차분히 얘기를 풀어갈 자신이 없는 상태서 만났다가 오히려 더 나쁜 상황이 될까 하는 우려에서였다”고 해명했다.

A씨를 향한 사과는 없었다. 오히려 A씨에게 더 큰 잘못이 있다는 듯한 뉘앙스도 풍겼다. 주 작가는 “그날의 녹음 속에는 저희 아이 외에 다른 아이를 향한 감정적 비난의 말도 담겨있었다”며 “이를 공개하면서 무언가를 하면 학부모들이 교사를 몰아내는 모양이 될 것 같고, 저희는 그런 걸 원한 게 아니었다”고 호소했다. A씨가 다른 아이도 학대했다는 주장이다.


고소 과정서 주 작가 부부가 학교에 성교육 강사로 자신의 지인을 추천한 사례도 드러났다. 이는 교권침해 논란을 더욱 키웠다.

거센 비난
늦은 반성

A씨는 피소된 이후 작성한 탄원서를 통해 “지난해 9월5일(B군이) 학교 오기가 무섭다고 분리 조치를 원한 ‘학교폭력’이 발생해 15일 개별화교육지원팀 협의회를 통해 통합 시간 조율, 성교육 등 해결방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B군이 비장애인 학생들과 수업받는 여부를 성교육 이후 정하기로 했다는 의미다. 결국 전교생 대상으로 성교육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이 과정서 주 작가 부부는 친한 성교육 강사로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A씨는 B군이 속한 2학년만 주 작가가 원하는 강사로 섭외했다. 지인 강사 섭외를 요청한 주 작가 부부를 향한 비난은 거셌다.

지난달 누리꾼들은 “당시 A씨가 피해자 학부모가 반발할 정도로 B군을 감싸며 선처를 구했다” “특히 주 작가의 아내가 학교나 A씨를 상대로 주말이나 밤까지 요구하는 연락을 많이 했다”고 주장했다.

주 작가가 제출한 녹취록이 아동학대가 아니라는 전문가의 분석도 나왔다. 특수교육 전문가 류재연 교수는 발달장애 선별의 필수 검사도구를 개발한 인물이다. 그가 분석한 의견서는 12쪽 분량에 달한다. 류 교수는 ‘고약하다’는 표현이 받아쓰기 교재를 따라 읽는 과정서 쓰였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B군이 “(A씨가)너야, 너, 너를 얘기하는 거야”라는 표현에도 즉각 대답한 것을 두고 아동학대로 인식한 정황이 없다고 봤다. 

“강력 처벌” 요구한 부부
해명 기회조차 주지 않아

A씨가 “너희 반 못 간다”고 말하자 B군은 “왜 못 가?”라고 질문한 내용도 언급했다. 당시 A씨는 B군이 신체를 노출한 일을 언급하며 이유를 말했다. 이에 류 교수는 ‘단호하고 명확한 질문 몇 마디로 의미 있는 훈육을 했다’고 판단했다. 

이외에도 당시 상황서 불필요한 잔소리는 없었다고 봤다. 지켜보는 사람이 없었음에도 존대어를 유지한 점 등도 아동학대와 연관성이 없다고 분석했다.

비판 여론에 못 이긴 주 작가는 A씨에 관해 ‘선처’를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입장문을 통해 “탄원서를 제출하려고 한다. 지금 이 상황서라도 가능한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해결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A씨에 대한 3차 공판은 오는 28일 수원지법서 예정돼있다. 이날 공판에는 A씨에 대한 피고인 신문이 이뤄질 전망이다. 몰래 녹취한 것을 두고 재판부가 증거 능력으로 인정할지, A씨의 아동학대가 인정될 것인지 여부가 쟁점이다.

주 작가는 가장 성공한 웹툰 작가 중 하나다. 군 복무 이전에 단순 취미 삼아 만화를 시작했다. 2005년 자신의 군복무 경험을 바탕으로 <짬>을 연재하면서 만화가로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짬>으로 그는 2006년 독자만화대상 신인작가상을 수상했다. 이어 88만원 세대의 꿈과 현실을 다룬 <무한동력> 등을 연재해 호평받았다.

이후 불교적 세계관과 한국 신화를 다룬 <신과 함께>를 연재해 스타덤에 올랐다. 이 작품으로 2011년 대한민국 콘텐츠어워드 만화대상(대통령상)까지 거머쥐었다. 영화화된 <신과 함께>는  1000만 관객을 돌파하기도 했다. 

주씨는 영화 <신과 함께>가 흥행하자 수십억원대 판권 수익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2~3년 이내에 출시된 웹툰의 영상화 판권료는 전체 제작비의 5% 수준으로 책정된다. <신과 함께>의 총제작비는 400억원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주 씨는 한 방송에 출연해 자신의 수입에 대해 “다음 만화를 준비할 때까지 일 안해도 살 수 있는 정도”라고 말한 바 있다.

교권침해
논란 와중에…

웹툰 작가들의 억대 연봉은 다수의 팬을 확보한 작가들에 국한된 사례다. 주 작가는 대중들의 공감대를 끌어내는 작가로 유명하다. 데뷔작 <짬>은 현역병들의 공감을 크게 얻어냈다. <신과 함께>는 사후세계에 대한 묘사를 통해 독자들의 상상력을 자극했다. 단순한 그림체 대신 섬세한 표현 능력은 웹툰 작가 중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한편, 주 작가가 방송활동을 이어갈 수 있을지 미지수다. <배성재의 텐>은 주호민 고정 코너의 방송을 보류했다. 지난 4일 방영 예정이었던 tvN <라면꼰대 여름캠프>도 방영이 불발됐다.

<smk1@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주호민 천안함 그림 재조명

주호민은 2011년 천안함 피격 사건을 조롱한 그림을 그려 9년 만에 사과했다.

그는 <딴지일보>서 출시한 ‘가카헌정달력’에 실린 삽화에 검은색 잠수복을 입은 사람이 북한 인공기가 그려진 어뢰에 탑승한 모습을 그렸다.

그 옆엔 헤엄치는 인어와 ‘판타지’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딴지일보>는 진보 성향 방송인인 김어준이 만든 매체다.

이후 2020년 9월 주 작가는 유튜브 영상을 통해 “제가 과거에 했던 말들이 잘못된 게 당연히 많다. 실수도 너무 많다”며 “지금 생각해보면 어처구니없는 것이 많다. ‘왜 했었나’ 싶은 것도 많다”고 후회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되돌릴 수가 없으니까 잘못한 걸 알고 그냥 살아가는 것이다. 너그럽게 용서해주시면 좋겠다. 안 그런 사람이 되려고 하는데 종종 실수를 한다”고 간청했다.

당시 전중영 천안함예비역전우회장은 그의 사과 소식을 전하며 “당신 김어준한테 이용당한 거야”라고 지적했다.

누리꾼들은 그의 과거 행적과 최근 사건을 비교하며 내로남불이라고 비판했다.

한 누리꾼은 “남한테는 사과하는 데 9년 걸리지만 자기 아들한테 뭐라 하면 바로 법적 응징하냐”며 “교사에게 9년 정도 사과할 수 있는 시간을 줘라”고 꼬집었다.

주 작가는 논란 속에서도 인기를 이어갔다. 2017년 한국웹툰작가협회의 부회장을 맡으면서 권위를 공고히 했다.

2018년에는 이말년(본명 이병건) 작가의 200만 유튜브 채널에 얼굴을 비추며 대중들의 사랑을 받았다. 그해 하반기 무렵부터는 고정 게스트로 자리 잡았다.

매주 월요일에 출연해 토크를 이어갔는데 반응이 좋았다. 게임 등 다방면에서 이말년과 케미를 보여주며 팬층을 확보했다.

이말년이 언급하길, 주호민이 나온 날은 기본 10만 조회수를 찍는다고 했다.

그해 7월, 온라인 라디오 방송 <펄이 빛나는 밤>을 시작했다.

후원과 광고가 없는 깔끔함이 특징이다. 주로 음악과 주변인에 대해 이야기하며 진행한다.

생방송 시간은 주로 자정 전후다. 밤에 걸맞은 잔잔한 목소리와 노래들이 특징이다.

신나는 노래보다는 새벽에 듣는 청취자를 배려한 이른바 감성 음악들이 나온다. 노래가 끝나고 이야기를 시작할 때 ‘오늘은 이런 일이 있었어요~’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반응이 좋아 수천명대 시청자가 몰렸다. 이후 시청자들의 신청곡도 섞어 선곡했다. 여타 일반적인 라디오 방송보다 노래가 좋다고 호평이 많다. 배성재 아나운서, 윤태진 아나운서도 출연한 바 있다. <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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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미영 팀장’ 동반 탈옥 비쿠탄 마약왕 풀스토리

[단독] ‘김미영 팀장’ 동반 탈옥 비쿠탄 마약왕 풀스토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김미영 팀장’으로 불린 보이스피싱 총책 박모씨와 함께 필리핀 구치소서 탈옥한 조직원들의 실체가 드러났다. ‘비쿠탄 이민국 수용소’서 처음 만난 이들은 보이스피싱과 마약 유통을 결합한 신종 범죄조직을 꾸렸다. ‘비쿠탄 마약왕’으로 알려진 송모씨는 2022년 수원서 필로폰을 소지한 채 붙잡힌 김모씨의 상선이라는 정황이 드러났다. 지난 8일 본지가 [<단독> 보이스피싱 총책 ‘김미영 팀장’ 탈옥했다]를 최초 보도한 이후, 외교부 측은 루카스 베르사민 필리핀 대통령비서실장에게 “탈옥한 이들에 대한 조속한 검거와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해달라”는 공적 서한을 전달했다. 현재 박씨에 대한 검거 작전은 필리핀 이민청 도피사범추적팀과 필리핀 코리안데스크(한인 사건 전담 경찰 부서)가 협력하고 있다. 새벽 탈출 어디로 갔나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약 2년 전 비쿠탄 교도소에 수감된 이들은 지난해 11월 필리핀 나가시(市) 카마린스 수르 주 구치소로 이감됐다. 3명 모두 불법 고용과 인신매매 혐의 등으로 기소되면서다. 복수의 제보자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1일에서 2일 새벽 사이 미리 준비한 오토바이와 차량을 이용해 탈옥했다. 필리핀 교정 당국은 지난 2일, 인원 점검 때 박씨 일당이 탈옥한 것을 뒤늦게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교도소에 CCTV가 설치돼있지 않아 탈옥 상황을 구체적으로 알 수 없으나 일부 훼손된 철조망을 찾아냈다고 한국 정부에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카마린스 수르 구치소에 대해 현지 제보자는 “담장이 낮고, 보초도 허술해서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곳이기에 탈옥이라고 하기 민망할 정도”라며 “그들은 비쿠탄 교도소보다 허술하다는 점을 노리고 변호사를 통해 가짜 범죄를 만들어 이감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탈옥한 일당이 도피하는 동안에도 보이스피싱과 마약 유통을 결합한 신종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씨는 2012년부터 필리핀 현지에 콜센터를 차린 보이스피싱 1세대다. ‘김미영 팀장’이라고 소개하며 전화나 문자메시지로 금융기관을 사칭해 개인정보를 빼냈다. 박씨가 보이스피싱으로 가로챈 금액만 4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008년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서 근무하다가 수뢰 혐의로 해임된 경찰 출신으로 드러나면서 더욱 충격을 안겼다. 경찰 근무 당시 접했던 범죄 수법을 토대로 ‘김미영 팀장’ 사기 수법을 고안한 것으로 전해진다. 10년간 보이스피싱 조직을 운영해 온 박씨는 2021년 10월6일 마닐라 인근서 붙잡혔다. 당시 국정원은 수년간 파악한 정보를 종합해 필리핀 현지에 파견된 경찰에 ‘박씨가 마닐라서 400km 떨어진 시골 마을에 거주한다’는 정보를 넘겼다. 검거 당시 박씨의 경호원은 모두 17명으로 대부분 중무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가 위치한 곳까지 접근한 필리핀 이민국 수사관과 현지 경찰 특공대도 이들에 맞서 중무장했다. 붙잡힌 박씨는 “필리핀서 범죄를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국내 송환을 피하고 상대적으로 보안이 취약한 필리핀 교도소에 수감되기 위한 노림수였다. 비쿠탄 교도소 출신 제보자는 <일요시사>와 통화서 “(박씨는)비쿠탄 내에서 식사를 판매하는 아저씨로 통했다”며 “박씨가 송씨, 신씨와 어울리면서부터 교도소 내에 마트를 인수해 장사할 정도로 돈을 많이 벌었다”고 증언했다. 보이스피싱과 결합한 마약 유통 대포폰으로 텔레그램 마약방 개설 비쿠탄 교도소는 식사가 제공되지 않기 때문에 죄수들이 직접 돈을 벌거나 영치금을 통해 생계를 이어간다. 죄수들은 스스로 돈을 벌기 위해 조직을 꾸려 보이스피싱, 대포폰, 마약 유통 사업을 할 수밖에 없다. 최근 박씨와 함께 탈옥한 송씨, 신씨가 비쿠탄 교도소 내에서 동업을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였다. 박씨와 함께 탈옥한 송씨와 신씨에 대한 새로운 증언들도 쏟아졌다. 제보자에 따르면, 신씨는 타인 명의로 개통한 유심칩을 판매하는 역할을 맡았다. 신씨는 불법 유심칩 1개당 한국 돈 약 25만원을 받고 팔았다. 신씨에게 산 대포 유심칩으로 신분을 철저히 숨길 수 있게 된 송씨는 텔레그램으로 마약 전달책을 모집하고 유통하는 이른바 ‘마약방’을 개설했다. 평소 신씨가 재테크 사기, 주식 및 코인 리딩방 등을 운영해오면서 모은 수천명의 회원들은 송씨가 운영하는 마약방으로 초대됐다고 한다. 송씨는 채팅방서 ‘두목’이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했다. 또 박씨는 신씨의 도움을 받아 수억원가량을 비트코인으로 환전한 것으로 파악됐다. 비쿠탄 교도소 출신 제보자는 “마약과 거리가 멀었던 박씨가 송씨와 안면을 트면서 보이스피싱보다는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마약 사업을 함께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송씨가 필리핀 파사이 등에 있는 마약 공급책을 통해 한 달에 5kg 정도의 필로폰 유통을 지시했다”며 “송씨는 비쿠탄서 만난 중국 마피아로부터 싸게 구입한 필로폰 등을 드라퍼(전달책)에게 전달해 한국으로 수출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송씨가 드라퍼에게 준 배달료는 한화 약 1000만원가량으로 전해진다. “한국 싫어” 가짜 범죄 다수의 전달책이 송씨의 필로폰 배달을 시도한 정황은 곳곳서 드러났다. 송씨가 고용한 운반책은 2022년 1월25일, 수원의 한 모텔서 필로폰을 소지하다가 붙잡힌 김모씨였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다. 당시 수원중부경찰서는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30대 남성 김씨를 긴급체포했다. 김씨는 이날 오전 8시7분께 장안구 영화동의 한 모텔서 필로폰을 소지했다. 앞서 ‘한 남성이 모텔서 마약을 소지하고 있다’는 신고를 접수받은 경찰은 현장으로 출동했다. 경찰은 모텔 안에서 필로폰이 포장된 비닐백 30개를 발견하고 이를 압수 조치했다. 또 김씨를 상대로 진행한 마약 간이 검사서 양성반응을 확인했다. 경찰조사에서 김씨는 투약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텔레그램으로 필로폰 거래를 지시한 ‘orjinal8282’가 상선이라는 사실을 숨기려고 거짓으로 진술했다. 경찰에 따르면, orjinal8282이라는 아이디를 가진 자가 김씨에게 “수원으로 가서 모텔을 잡고 기다려라”며 “사탕(엑스터시) 50, 어름(필로폰) 50 좀 있다가 드랍해서 갖고 있어”라고 지시했다. 그러면서 송씨와 비쿠탄 교도소서 함께 지냈던 제보자는 “orjinal8282는 송씨의 아이디”라며 “김씨가 붙잡혔다는 소식을 들었던 마약방 회원들은 송씨가 김씨의 고용주(상선)이었다고 적었다”며 텔레그램 채팅방 사진을 전했다. 송씨가 넘긴 마약을 유통하려고 한 사람은 또 있었다. 지난해 1월23일, 충남 서산서 아내를 살해하고 저수지에 유기한 혐의를 받고 필리핀으로 도주한 강주천이다. 그는 한국 경찰의 공조 요청으로 필리핀서 검거됐으나 한국으로 돌아오지 않고 있다. 강주천은 지난해 6월 비쿠탄 수용소서 탈옥했다가 8일 만에 체포됐다. 탈옥 후 체포 당시 1kg의 필로폰을 소지하고 있었다. 강주천은 도피 자금을 벌기 위해 송씨의 지시를 받아 필로폰 배달을 시도한 것으로 추정된다. 밥 먹듯… 탈옥 시도 비쿠탄 관계자들은 이른바 ‘마약왕 전세계’ 박왕열이 큰돈을 벌자, 박씨와 송씨 일당도 마약 사업에 뛰어들었다고 봤다. 지난해 중순 박왕열은 <일요시사>와 전화 통화서 “이젠 나보다 송씨가 마약왕에 가깝다”며 “한국으로 보내는 양이 내가 보낸 것보다 많다”고 말했다. 앞서 박왕열은 2016년 10월 필리핀 한 사탕수수밭서 한국인 3명을 총으로 쏴 살해한 사건의 범인이다. 이 사건은 드라마 <카지노>를 통해 유명해졌다. 그는 비쿠탄 이민국 수용소에 구금됐다가 2017년 3월 탈옥해 두 달 만에 잡혔다. 2019년 10월에는 재판을 받고 구치소로 돌아가던 중 재차 도주해 2020년 10월 다시 검거됐다. 박왕열은 이 기간에 마약왕 전세계로 거듭났다. 국내 마약 유통·판매 총책이었던 ‘바티칸 킹덤’ 이모씨에게 수억 원대의 마약을 공급했다. 이는 남양유업 창업주 외손녀 황하나 등에게 팔렸다. 박왕열의 옥중 마약 유통 의혹은 이미 경찰 수사를 통해 사실로 드러났다. 지난 4월12일, 경남경찰청 광역수사대는 A씨 등 3명을 국내 중간 판매책에게 마약류를 판매한 혐의로 구속했다고 밝혔다. 유통책 중 한 명은 2022년 12월 NBP서 박왕열을 만나 국내로 밀반입해 보관 중인 마약류를 판매키로 공모하고, 지난해 1월 메신저인 텔레그램을 이용해 특정한 장소에 마약을 놓고 사라지는 이른바 ‘던지기 수법’으로 엑스터시 100정, 필로폰 10g을 국내 중간 판매책들에게 600만원(도매가)을 받고 공급했다. 그동안 경찰은 박씨 일당 등 한국인 범죄자의 강제송환을 추진했으나 지지부진한 상태다. 박씨 일당은 필리핀서 죄를 짓고 형을 받으면 국내 송환이 지연된다는 점을 노렸기 때문이다. 경찰은 현재 박씨에게 적용된 혐의 중 인신매매는 허위로 만들어낸 범죄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수원 모텔서 잡힌 전달책 상선” 박왕열 “이젠 송씨가 마약왕” 박씨가 쓴 꼼수는 이미 필리핀 도피 사범들 사이에 만연하다. 현재 필리핀 도피 사범은 5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국내 송환을 거부하는 범죄자들은 필리핀 현지 변호사를 통해 ‘가짜 범죄’를 만든다. 비용은 한국 돈으로 많게는 3000만원서 적게는 100만원 정도가 든다. 제보자에 따르면 “가짜 케이스를 만드는 건 흔한 일”이라며 “강간, 사기, 폭행 정도의 가짜 범죄를 만들어 재판에 출석하면서 국내 송환을 계속 미루는 것”이라고 전했다. 박씨가 국내로 송환될 경우, 최소 징역 15년서 25년 이상 집행될 수 있다. 지난해 6월 재판부는 2012년 3월부터 2016년 6월까지 중국과 필리핀서 보이스피싱 총책으로 활동하며 피해자 435명에게 26억여원을 가로챈 B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송씨의 경우, 마약을 수출입·제조·매매하거나 매매를 알선 또는 그럴 목적으로 소지·소유한 것에 대한 처벌이 가해진다. 해당 혐의가 인정되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며, 영리 목적 또는 상습적이라는 사실이 입증될 경우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까지 내려질 수 있다. 필리핀 당국과 한국 정부도 탈옥범들을 추적 중인 가운데, 현지 법 적용을 고려하면 다시 붙잡히더라도 국내 송환이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필리핀서 저지른 다른 범죄의 조사와 재판이 끝나지 않아 한국으로 송환되려면 최소 6년이 걸린다. 특히, 탈옥 행위로 현지 법을 중대하게 위반한 만큼 현지서 징역형을 선고받을 가능성도 크다. 송씨와 박씨에 관한 국내 송환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고 볼 수 있다. 필리핀서 장기간 수용 생활을 하는 한국인을 국내로 이송하면 좋으나, 현재 수용자 이송 조약은 체결돼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법무부는 “송환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인물의 이송 요청을 지속하고 있다”며 “필리핀 이민국과 논의를 이어가는 중”이라고 밝혔다. 법무부의 이 같은 입장은 예전과 다르지 않다. 시간이 가는 동안 이송 조약조차 체결하지 못한 점은 한국 정부의 소극 행정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법무부가 보이스피싱 혐의가 아닌 마약 유통 혐의로 송환을 적극적으로 요청한다면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필리핀 정부가 ‘재량’을 근거로 거절할 가능성도 있으나 법무부는 이 시도조차 하지 않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머나먼 국내 송환 이상화 주필리핀대사는 지난 14일 오전과 오후에 각각 필리핀 외교부 차관과 법무부 차관을 만나 박씨에 대한 조속한 검거와 재발 방지 대책 등을 요구했다. 한편, 박씨 일당 외에 인질강도 혐의로 수배돼있던 한 남성도 최근 현지 교도소를 빠져나간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필리핀 현지 경찰이 쫓고 있는 한국 국적의 수배범만 박씨 일당을 포함해 6명 이상인 것으로 파악됐다. 수배범들은 대부분 사기 혐의로 수배가 걸려 있었다. 이 중에는 10건 이상 수배가 걸린 수배범들도 있었다. 그만큼 교정시설 보안이 취약하다는 뜻이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