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올랐던 <피지컬:100> 학폭·조작 논란 속 ‘쓸쓸한 퇴장’

제작진 “조작은 없었다”며 의혹 반박
지난 2일, 손해배상소송 등으로 얼룩

[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넷플릭스 예능프로그램 <피지컬: 100>이 종영 이후 뒤늦은 ‘조작 논란’이 일고 있다. 논란의 핵심은 결승전 촬영 당시에 한 번의 미션을 수행했던 게 아니라 무려 세 번의 촬영을 했고 이 과정에서 우승자가 바뀌었다는 것이다.

이번 결승전 조작 논란은 아쉽게 준우승에 머물렀던 출연자 정해민이 해당 사실을 폭로하면서 대중에게 알려지게 됐다.

이와 맞물려 공동 제작사인 루이웍스미디어가 제작사 아센디오에게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당하는 등 논란은 걷잡을 수 없이 번지는 모양새다.

지난 2일, 아센디오에 따르면 <피지컬: 100> 공동제작사인 루이웍스미디어를 상대로 계약위반 및 허위사실 유포에 따른 명예훼손과 관련해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루이웍스와 작년 2월 <피지컬: 100>과 관련해 공동제작사 명기 조건이 포함된 기획개발 투자 계약서를 체결하고 기획개발비를 납부를 완료했다”면서도 “그러나 아센디오는 <피지컬:100> 크레딧에 명기되지 않았고 투자금도 돌려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아센디오의 <피지컬: 100> 제작 참여는 엄연한 사실”이라며 “현재까지 관련 계약은 유효하다”고 강조했다.


루이웍스는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아센디오에 프로그램 제작 전에 이미 계약해지를 통보했고, 이에 따라 아센디오는 제작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결승전 ‘로프 당기기’ 미션의 조작 논란도 일고 있다.

지난달 24일, 연출자인 장호기 PD가 자신의 SNS에 “우리가 온몸을 바쳐 땀 흘렸던 지난 1년은 제가 반드시 잘 지켜내겠다. 거짓은 유명해질 순 있어도 결코 진실이 될 순 없다”고 입장을 밝히면서 불거졌다.

묘한 뉘앙스의 장 PD의 글이 올라오면서 결승전 참가자였던 경륜 국가대표 출신의 정해민도 지난 1일, 유튜브 채널 ‘기자왕 김기자’에 출연해 결승전 당시 기계 결함으로 제작진이 재경기를 요청했다고 폭로했다. 그는 당시 분위기상 재경기 요청을 거절하지 못해 어쩔 수 없이 다시 결승전을 촬영했다고 주장했다.

결승전에 참가만 했을 뿐, 촬영본이 어떻게 편집되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던 정해민은 “이런 일이 발생했는데 어떻게 아무렇지 않게 진짜인 것처럼 만들어 내보내는 것을 보고 놀랐다”며 황당해했다.

부친에 이어 2대째 경륜선수라는 정해민은 <일요신문>과의 인터뷰서 “나는 커뮤니티를 하지 않고 존재 자체도 모른다. 그런데 사람들이 커뮤니티서 경륜선수가 하체 운동만 해서 로프 당기기에서 졌다는 얘기가 나온다는 말을 듣고 너무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방식으로 재경기가 됐고 그때 내가 정신적으로 시달리고 지칠 수밖에 없는 상황들도 방송됐다면 나도 그렇고 경륜선수들이 비난받진 않았으리라 생각한다”고 아쉬워했다.

이어 “내가 1등을 하고 싶다거나 재경기를 바라는 건 아니며 돈을 달라는 것도 아니다. 누군가를 원망하고 싶지도 않고 우진용님에 대한 공격도 없었으면 한다”며 “우리는 경쟁을 위해 최선을 다해 싸웠고 프로그램이 끝난 지금은 최선을 다새 서로를 이해하고 용서할 때라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제작진을 향해서는 “난 스포츠맨이다. 체육인으로서도 전후 사정이 있는데 그걸 다 빼고 그냥 허무하게 진 것처럼 나오는 걸 받아들이긴 어렵다”고 토로했다.

결국 지난 2일, <피지컬: 100> 제작진은 YTNStar를 통해 당시의 촬영 타임라인을 공개했다. 타임라인에 따르면 결승전은 오디오 녹음 문제로 1차 중단됐으며 줄이 감겨져 있는 기계가 돌아가지 않아 두 번째로 중단됐다.

당시 제작진은 정해민과 우승자인 크로스핏 선수 우진용에게 상황을 설명하면서 양해를 구한 뒤 다음 날 재경기를 제안했다고 한다. 하지만 두 참가자는 당일 촬영을 원해 바로 녹화에 들어갔다.

우여곡절 끝에 마지막 세 번째 촬영에선 우진용이 정해민을 꺾고 최종 우승했다.

‘결승전 조작’ 논란에 대해 제작진은 “경기 결과가 무효 처리되거나 뒤집히는 일은 없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경기 중단 후 재개도, 경기 재개 시점도 모두 참가자 동의를 받고 진행했다”며 “경기 초반 오디오 이슈 체크와 참가자들의 의견 청취를 위한 일시 중단 및 재개가 있었을 뿐, 결코 종료된 경기 결과를 번복하는 재경기나 진행 상황을 백지화하는 일은 없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제작진의 입장은 두 경기 모두 완전히 승부의 추가 한쪽으로 기울었거나 앞섰던 상황이 아니었고 의도적으로 어느 한 선수에게 유리하도록 미션 장치가 설정돼있지도 않았다는 주장으로 읽힌다.

하지만, 오디오 녹음 문제나 미션 장치의 줄이 엉켜 돌아가지 않는 문제는 출연진의 과오로 해석하기엔 다소 무리가 따른다. 결국 재촬영, 재재촬영의 근본적인 귀책사유는 출연진이 아닌 제작진에게 있었다고 봐도 무방해 보인다.

게다가 정해민은 “엄청난 격차를 벌리며 이기고 있을 때 우진용이 기계 결함을 주장해 경기가 중단됐다”는 한 언론 인터뷰도 나왔다.

그는 “제작진에게도 말한 게 ‘다만 내가 왜 졌는지, 내가 힘이 빠졌을 수밖에 없는 당시 상황을 리얼리티답게 내보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는데 재경기 전엔 무엇이든 들어줄 것처럼 하더니 갑자기 태도가 바뀌었다”며 “‘참가자는 편집에 관여할 수 없다’는 메시지가 왔다”고 주장했다.

업계 일각에선 제작진이 구구절절 장문의 글보다는 편집 전의 영상을 공개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고 확실한 해명이 될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일각에선 이번 ‘결승전 논란’에 대해 크게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가 아닌 흥미와 재미를 가미하기 위해 기획자들의 연출이나 편집이 들어갈 수밖에 없는 ‘예능’프로그램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내용을 보니 우진용은 크게 잘못한 것은 없는 것 같다”며 “그냥 제작진의 진행 미숙으로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우진용도 나름 신체능력으로 좋다고 자부해서 나온 사람일 텐데 줄이 당겨지지 않고 이상한 소리까지 나니 뭔가 문제가 있다고 항의할만 했다”며 “재경기도 정해민이 앞서있던 만큼 자신이 더 하겠다고 인정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오디오 부분이야 당연히 철저한 제작진 잘못이고 스타도 아닌 우진용을 굳이 우승시키려 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진행 미숙”이라고 강조했다.

기계 결함이 발생했던 마지막 결승전 종목의 로프 당기기 미션도 도마에 올랐다. 동일한 파이의 로프에 동일한 로프를 감더라도 두 장치에 걸리는 장력이 다를 수밖에 없는데도 누가 먼저 당기는지를 겨루는 방식은 제작진의 판단 미스였다는 것이다.

<피지컬: 100>은 가장 강력한 피지컬을 가진 최고의 몸을 찾기 위해 최강 피지컬을 가졌다고 자부하는 100인을 선발해 벌이는 극강의 서바이벌 예능프로그램으로 전 UFC 파이터 추성훈, 전 스켈레톤 국가대표 윤성빈, 전 체조 국가대표 양학선, 크로스핏 선수 우진용, 전 경륜 국가대표 정해민 등이 출연해 인기를 모았다.


하지만 여성 출연자 김다영의 학폭 논란에 이어 결승전 경기 조작 논란에, 최근 출연자 중 한 명이었던 국가대표 출신의 운동선수가 여자친구 특수폭행 혐의로 구속되면서 <피지컬: 100>은 종영 후 빛을 바랬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지난달 14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피지컬:100> 여성 출연자인 스턴트 배우 김다영이 중학교 시절에 후배에게 학폭을 가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자신을 김다영의 2년 후배라고 소개한 누리꾼은 “학기 중반이 지나면서 저와 제 친구들에게 일주일에 한 번씩은 꼭 만원에서 2만원 정도의 돈을 모아오라고 시켰다”고 폭로했다.

이어 “김다영이 돈을 모아올 때까지 계속되는 재촉 전화와 문자메시지들을 보내 그 일이 있은 한참 후 고등학교 졸업때까지도 전화벨이 울리면 심장이 뛰어 늘 전화 받기가 두려웠다”고 주장했다. 

지난 14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피지컬:100> 여성 출연자인 스턴트 배우 김다영씨가 중학교 시절에 후배에게 학폭을 가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자신을 김다영씨의 2년 후배라고 소개한 누리꾼은 “학기 중반이 지나면서 저와 제 친구들에게 일주일에 한 번씩은 꼭 만원에서 2만원 정도의 돈을 모아오라고 시켰다”고 폭로했다.

이 누리꾼은 “김다영이 돈을 모아올 때까지 계속되는 재촉 전화와 문자메시지들을 보내 그 일이 있은 한참 후 고등학교 졸업때까지도 전화벨이 울리면 심장이 뛰어 늘 전화 받기가 두려웠다”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피해 금액은 몇 십만원 단위로 늘어났고 결국 부모에게 해당 사실을 털어놓기도 했다.

이후 또 다른 학폭 피해를 당했다는 누리꾼의 폭로도 이어졌다.

가해 당사자로 지목된 김다영은 지난달 25일, 자신의 SNS에 글을 올려 “약 14년 전, 제가 소위 노는 학생이었다는 점은 인정한다”며 “과거를 회상해보면 잘나가는 친구들 사이에 소속돼 후배들에게 생각없이 했던 말들이 상처가 될 줄은 몰랐다”고 밝혔다.

이어 “선배랍시고 후배들에게 욕설하고 상처가 되는 말을 했던 부끄러운 기억은 있다. 노래방이나 공원 등지서 신체적 폭력을 행사했다거나 용돈을 갈취한 사실은 결코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거짓 폭로도 철없던 과거의 제 행동들 때문에 불거졌을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하지 않은 일에 대해 계속 거짓 폭로나 허위사실 유포가 이어진다면 법적 대응을 할 수밖에 없다”고도 했다.

앞서 지난 1월24일에 첫 전파를 탔던 <피지컬: 100>은 여론조사 전문업체 한국갤럽이 매월 설문조사하는 ‘한국인이 좋아하는 방송영상프로그램 2월’ 순위에 신규 진입해 10번째로 이름을 올리며 인기 프로그램으로 등극했다. 또 넷플릭스 글로벌 콘텐츠 순위서 1위에 오르는 등 인기 고공행진을 벌였던 바 있다.

특히 <피지컬: 100>은 20~40대 남성들에게 압도적인 인기를 얻으며 채널A 서바이벌 예능프로그램 <강철부대> 이후로 명실상부한 예능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인기가도를 달리면서 다양한 미션 참가 종목에 대한 시청자들의 아쉬워하는 목소리도 제기됐다. ▲남녀의 체격 및 체력에 따른 차이를 감안하지 않고 함께 동등한 미션을 벌이도록 한 점 ▲‘극강 피지컬’이라는 프로그램 취지와 걸맞지 않는 패널 뒤집기 등 몇 몇 미션들이 들어간 점 등이었다.
 

<haewo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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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전’ 친윤 대숙청 시나리오

‘대선 전’ 친윤 대숙청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는 당원들의 도움으로 대선후보 지위를 유지했다. 확실한 명분을 쥔 김 후보는 설령 대선서 패배하더라도 당권 장악을 위한 투쟁을 이어가야 한다. 김 후보가 당내 주도권 다툼서 이기는 방법은 무엇일까?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는 권영세 전 비상대책위원장·권성동 원내대표 등 친윤(친 윤석열)계의 대선후보 교체 시도를 당원들의 반대로 진압한 후에야 선대위를 구성했다. 김 후보는 지난 11일 대선후보로 등록했고, 대선후보의 당무우선권을 발동해 국민의힘 김용태 의원을 같은 날 진행된 의원총회서 새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임명했다. 갑툭튀 위원장 권 전 비대위원장이 후보 교체 시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했기 때문이었다. 일각에선 권 원내대표의 사퇴도 강하게 요구했지만, 김 후보는 권 원내대표를 유임했다. 이날 진행된 의원총회엔 의원 107명 중 50명만 참석했다. 후보 교체 시도에 가담한 친윤계 의원들은 대거 불참했다. 이어 지난 12일엔 국민의힘 비대위 회의가 개최됐다. 국민의힘은 이날 회의서 김용태·주호영·권성동·나경원·안철수·황우여·양향자 등 7인 공동 선대위원장 체제를 발표했다. 김 후보는 후보 교체 시도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국민의힘 이양수 의원을 대신해 박대출 의원을 사무총장으로 임명했다. 박 의원은 선대위서도 총괄지원본부장을 맡았다. 이틀 동안 확정·발표된 인선 중 가장 주목받은 것은 김 비대위원장 임명이었다. 30대 중반 막내 초선 의원을 당 대표격 직책에 임명했기 때문이었다. 김 비대위원장은 비대위원으로서 후보 교체 시도에 강하게 반대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지난 2021년 전당대회서 청년 최고위원으로 당선돼 이준석 당시 대표가 이끌던 지도부에 참가했다. 이어 황우여 전 비상대책위원장 시절에도 비대위원으로 발탁됐던 경험이 있다. 이 전 대표 시절엔 소장파 ‘천아용인’ 중 1명으로 거론됐던 적이 있고, 이 전 대표가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한 이후에도 돈독한 친분을 이어가고 있다. 일각에선 김 비대위원장 발탁을 놓고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대비한 것”이라고 평가한다. 다만 김 비대위원장에 대해선 “소장파로서의 행보가 약하다”는 평가도 있다. 그래서 김 비대위원장이 적극적으로 권한을 행사할 수 있을지 회의적으로 보는 시선도 있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지난 12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서 “친윤계가 김 비대위원장을 화살받이·방패막이로 앞세워서 상황을 돌파하려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어 김 비대위원장의 역량을 인정하는 기준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와의 결별 및 출당을 제시했다. 함께 출연한 장윤선 정치 전문 기자는 “제일 고통스러운 사람은 김 비대위원장 자신일 것이란 얘기가 있다”며 “대선서 크게 패배하면, 그 책임을 김 후보가 아닌 김 비대위원장이 지는 방식으로 정리하기 위해 허수아비로 세워놓은 것 아니냐는 얘기도 있다”고 거들었다. 친윤계는 의원총회 불참으로써 김 비대위원장 지명에 암묵적으로 동의했다. 김 후보는 당원투표로써 친윤계의 후보 교체 시도를 진압했기 때문에 명분을 확보했다. 국민의힘의 주도권을 휘어잡을 기회를 얻었다고 볼 수도 있다. 30대 초선 비대위원장 총알받이? 방패막이? 김 후보가 대선후보 지위를 굳힌 후 먼저 교체한 사람이 이 전 사무총장이란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전 사무총장은 당 선거관리위원장 자격으로 김 후보 선출 취소 공고와 새 후보 등록 신청 공고를 발표했다. 후보 등록 신청 공고에 제시된 등록 신청 기간은 지난 10일 오전 3시부터 4시까지였고, 등록을 위해 준비해야 할 서류는 총 32종이었다. 등록 장소는 국회 본관 228호 비대위 회의실이었다. 이 황당한 상황은 한 편의 코미디로 남았다. 이날 오전 3시부터 4시 사이엔 공고를 본 후 국회를 방문해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등록하러 왔다”면서 국회 경비대에 “문을 열어달라”고 요구하는 조롱성 방송을 진행한 유튜버도 있었다. 이 전 사무총장은 소동이 끝난 후 의원 단톡방에 김 후보를 비판하고 권 전 비대위원장을 두둔하는 취지로 어느 정치평론가의 칼럼을 게재했다. 이어 친한(친 한동훈)계인 국민의힘 정성국 의원으로부터 “총장님 입맛에 맞는 정치평론가의 글을 단톡방서 읽을 이유는 없다”고 비판받았다. 김 후보로선 사태가 끝난 이후에도 후보 교체 시도를 정당화하는 이 전 총장을 유임시킬 이유가 없었다. 선거를 목전에 두고 있으므로 권 원내대표까지 교체해 파문을 확대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김 후보가 당의 주도권을 확실히 휘어잡을 기회를 잡은 것은 분명하다. 따라서 실질적으로 선대위를 움직일 당 사무총장은 빨리 교체해야 했다. 김 후보는 권 원내대표를 유임시켜 ‘휴전’ 메시지를 보낸 후 친윤계와의 암묵적 합의를 거쳐 김 비대위원장을 임명했다. 이어 실권을 행사하는 사무총장을 신속하게 확보했다. 국민의힘 대선후보 교체 시도는 1991년 8월 발생한 소련 공산당 보수파의 쿠데타를 연상시킨다. 보수파는 미하일 고르바초프 당시 대통령을 몰아내기 위해 쿠데타를 일으켰다. 이 쿠데타는 KGB 알파그룹과 전차부대 등이 동원돼 신속하게 진행된 군사작전이었다. 쿠데타는 실패했고, 소련은 해체됐다. 이처럼 정치적 기획을 군사작전처럼 몰아쳐 진행하는 성향이 있는 사람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윤 전 대통령은 이런 식으로 당 대표 2명과 비대위원장 1명을 쫓아낸 적이 있다. 더불어민주당 황정아 대변인은 지난 10일 “윤석열 지령, 국민의힘 연출로 시작된 대선 쿠데타”라고 주장했다. “행보가 약하다” 윤 전 대통령도 본의 아니게 자수 아닌 자수를 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11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 후보 지지를 호소하는 글을 올렸다. 그런데 이 게시글엔 “김 후보를 지지하셨던 분들도 이 과정을 겸허히 품고 서로의 손을 맞잡아야 한다”는 문장이 있었다. 김 후보의 패배를 기정사실로 한 게시글을 수정 없이 그대로 올렸다. 김 후보와 친윤계의 대결이 ‘휴전’에 불과하다는 것을 암시하는 게시글이었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등 친한계는 지도부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김 후보를 거들었다. 이 중 친한계 좌장 6선 조경태 의원은 김 후보와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단일화 논란이 분분했던 지난 9일에도 “무책임한 외부 인사 영입을 통해 대선을 치를 거라면, 경쟁력 있는 이재명 후보를 데리고 오는 게 빠른 거 아니냐”면서 김 후보를 두둔했다. 이를 두고 “당원투표서 김 후보 교체 시도가 부결됐던 이유 중 하나는 친한계 당원들의 반대 움직임”이라고 보는 일각의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김 후보와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및 탄핵 등 여러 사안서 의견이 엇갈렸다. 두 사람은 국민의힘이 대선서 패배하면 다시 진행될 가능성이 큰 당권 투쟁의 잠재적인 경쟁 상대다. 김 후보는 56.53%를 얻어 대선후보로 선출됐다. 한 전 대표가 얻은 43.47%도 무시하긴 어려운 수치다. 친한계 일원인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한 전 대표의 선대위 참여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 전 대표는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비상계엄 및 탄핵 반대에 대한 사과 ▲윤 전 대통령 부부와의 절연 ▲한 전 총리와의 단일화 약속을 내걸고 후보로 선출된 것에 대한 사과 등 자신의 선대위 참여 조건을 제시했다. 김 전 최고위원은 이를 언급하면서 “김 후보가 하나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렇듯 김 후보는 당내 유력 계파들인 친윤·친한과의 불씨를 두고 있다. 두 계파 모두 앙숙이기 때문에 김 후보로선 두 계파 모두를 포섭하기도 쉽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아울러 2026년엔 국회의원들의 ‘대목’이라고 볼 수 있는 지방선거가 진행된다. 불씨가 들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최소한 선거 상황에선 김 비대위원장이란 완충지대가 필요했을 가능성도 있다. 김 후보도 바보가 아닌 한 대선 승리 가능성이 크지 않단 것은 잘 알고 있다. 그 자신도 친윤계의 쿠데타로 인해 정당하게 선출된 후보직을 잃을 뻔했다. 대선 이후엔 곧바로 당권 투쟁이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 후보가 대선 이후에도 정치적 영향력을 잃지 않고 당을 장악하려면 당권 투쟁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김 후보에게도 우군이 필요하다. 남겨놓은 갈등 불씨 김 후보는 지난 2020년 1월 국민의힘의 전신 자유한국당을 탈당한 이후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와 돈독한 친분을 유지했다. 같은 해 8월 발생한 사랑제일교회 코로나19 집단감염 사건 이후에도 경찰이 자가격리 조치를 어기고 집회에 참석한 사랑제일교회 일부 신자를 연행하려고 하자 이를 막는 등 논란을 일으킨 적이 있다. 당시 김 후보는 “내가 김문수인데, 왜 가자고 그러느냐”라거나 “내가 국회의원을 3번 했다”는 등 호통을 치는 등 경기도지사 재임 당시 119에 전화해 갑질했던 ‘도지삽니다’ 사건을 연상시키는 언행으로 물의를 일으켰다. 전 목사는 후보 교체 시도를 격렬하게 비판했다. 전 목사가 주도하는 대한민국 바로 세우기 국민운동본부(이하 대국본)는 지난 10일 국민의힘을 규탄하는 집회를 개최했다. 전 목사는 이날 “멀쩡하게 뽑아놓은 김문수를 아웃시키고, 한덕수를 영입했다”며 “국민의힘이 사기 치는 것 봤죠? 이건 완전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대국본도 같은 날 배포한 입장문서 “국민의힘은 종북 좌파와 맞서 싸우겠다는 애국 보수만 나타나면 알레르기 반응부터 보인다”고 비판했다. 김 후보는 지난 8일 관훈토론회 초청 토론회서 “광장 세력과도 함께 손잡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은 기독교의 교회 조직과 말씀 때문에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가 버티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전 목사 등 강경보수 성향 일부 교계를 극찬했다. 당내 지분이 전혀 없는 상황서 친윤·친한 모두와 경쟁해야 하는 김 후보로선 우군이 절실하다. 김 후보는 강경보수 세력 내부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와도 돈독한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 김 후보는 지난 4월24일 전씨의 유튜브 채널 ‘전한길뉴스’에 출연했다. 전씨는 전 목사의 경쟁자로 통하는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와 연결돼있다. 전씨는 김 후보의 선거 전략을 분석하면서 “김 후보가 기득권 정치와 차별화된 이미지를 구축하고, 호남 지역 표심을 공략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TV 토론서 압도적 존재감을 발휘하고, 막판에 보수 우파가 단합하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 목사와 전씨는 윤 전 대통령 탄핵 국면서 보수 진영 내부의 막강한 영향력을 확보했다. 두 사람의 영향력은 인원 동원 능력으로부터 비롯된다. 이들을 국민의힘 내부에 유입시켜 전당대회서 승부를 본다면, 김 후보가 국민의힘을 장악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지방선거서 급한 일은 의원들의 지역구 내 지방선거 공천에 개입하는 일이 될 가능성이 크다. 지역구 국회의원의 영향력 아래서 손발 노릇을 하는 기초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을 장악하면, 의원들의 손발을 묶어둘 수 있다. 후보 교체 시도 5적 지역구서 공천 전쟁? 김 후보와 충돌할 가능성이 큰 의원은 ▲권 전 비대위원장 ▲권 원내대표 ▲이 전 총장 ▲성일종·박수영 의원이다. 이 중 이 전 총장을 제외한 4명에 대해선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서 ‘4적’이라고 주장했던 적이 있다. 홍 전 시장은 “경선을 혼미하게 한 책임을 지고, 의원직 사퇴·정계 은퇴하라”고 주장했다. 이들 중 지도부였던 ▲권 전 비대위원장 ▲권 원내대표 ▲이 전 총장은 후보 교체 시도를 직접 진두지휘했다. 성 의원은 김 후보와 한 전 총리의 단일화에 가장 적극적이었다. 박 의원은 김 후보의 캠프에 참여했지만, 김 후보가 단일화와 관련해 신경전을 이어가자 “김 후보 주변 운동권 출신 인사들이 ‘한 전 총리는 가라앉고, 김 후보가 단일후보가 될 것’이라는 식의 논리를 퍼뜨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 김 후보를 일컬어 “전형적인 좌파식 조직 탈취 시도를 하고 있다”는 비난도 이어갔다. 김 후보는 대선후보 자격이 취소됐던 지난 10일 기자회견을 개최해 스스로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김문수”라면서 지도부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어 캠프 내 측근들과 함께 국민의힘 중앙당사를 방문해 대통령 후보실을 점거했다. 이를 놓고 일각에선 “왕년의 투사 김문수가 돌아온 것이냐”고 반응했다. 이날 김 후보의 대응을 돌아보면, 대선 이후 당권 투쟁서 물러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독자 영역을 구축한 친윤·친한과 달리 김 후보는 외부 세력을 당내에 유입시키기 위한 명분부터 구축해야 한다. 대선서 패배하더라도 의미 있는 득표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홍 전 시장은 자유한국당 후보로서 대선에 출마했지만, 보수 정당이 분열됐던 여파를 극복하지 못했다. 그래서 불과 785만여표(약 24%) 득표에 그쳤다. 이는 역대 대선 직선제 2위 후보 중 당선자와 최다 표차 낙선과 보수 정당 최저 득표율이었다. 홍 전 시장은 대선 패배 이후 약 3주 동안 미국을 방문한 후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로 당선됐다. 예나 지금이나 당내 세력이 미약한 홍 전 시장은 당의 하락세를 막지 못했고, 지난 2018년 지방선거 패배 책임 차원으로 당대표직서 물러났다. 대선서 많은 득표를 하지 못했던 것도 홍 전 시장의 지도력에 힘이 붙지 않았던 이유 중 하나였다. 따라서 김 후보로선 대선 결과와 상관없이 당을 장악하기 위해선 패배하더라도 최대한 많은 득표를 해서 명분을 쥐는 것이 중요하다. 이 후보와의 단일화 시도를 완전히 접지 않은 것도 그 이유 중 하나라고 해석할 수 있다. 하한선 35% 무너지나 YTN이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 11~12일 이틀간 무선 100% 전화 면접 방식으로 진행했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김 후보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보다 13% 뒤처진 33%의 지지를 얻었다. 김 후보가 설령 대선서 패배하더라도, 국민의힘을 장악하려면 40% 이상의 독자 지지율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최저 하한선은 35%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 후보에겐 승패 여하를 떠나 많은 것이 달린 대선일 수밖에 없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