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순신 아들 학폭’ 법무부-경찰 핑퐁게임

검증 안 했나 못 했나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신임 경찰청 국사수사본부장에서 낙마한 정순신 변호사의 아들 문제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아들의 학교폭력을 감싸기 바빴던 정 변호사의 과거 행보가 드러났기 때문으로 보인다. 피해자가 극단적 선택을 시도할 정도로 심각한 사안이었으나 법무부와 경찰은 인사검증 과정에서 정 변호사를 거르지 못했다. 오히려 ‘몰랐다’며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분위기다.

정순신 변호사는 아들 정모씨의 학교폭력 문제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피해자 측과 끝까지 소송을 진행했고 자신의 도덕성에 흠결이 없다고 생각했기에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에 지원했던 것으로 보인다. 인사검증 책임이 있는 법무부와 경찰은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판결문까지 존재하는 와중에 정 변호사 개인의 일이기에 알 수 없었다는 주장이다.

사실상 내정?

정 변호사는 자신이 국수본부장을 맡을 자격이 없다는 걸 뒤늦게 깨닫고 지난달 25일 사퇴했다. 대통령실이 임명을 발표한 지 28시간 만에 전격적으로 이뤄진 것이다. 학폭 가해자 가족의 공직 적격성 논란과는 별개로, 5년 전 언론에 보도된 사안조차 걸러내지 사태를 두고 윤석열정부의 인사검증 시스템에 구멍이 났다는 비판 여론도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법무부가 인사정보관리단을 신설한 이유가 무기력해진 셈이다. 인사정보관리단은 윤석열정부가 기존의 청와대서 감찰 업무를 맡았던 민정수석비서관 제도를 비판·해체하며 ‘과학적 인사 시스템’을 강조한 결과다. 하지만 이번 인사 문제로 정부의 인사검증 제도도 도마 위에 오를 전망이다.

특히 인사검증관리단이 소속된 법무부 수장인 한동훈 장관은 정 변호사와 사법연수원 27기 동기다. 검찰과 법무부 내부서조차 윤석열정부서 요직은 검찰 출신이 독차지하다 보니 제대로 검증하지 않은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올 정도다.


법무부에 근무 중인 한 검사는 “검찰 출신이 일을 못하는 게 아니라 명백한 시스템의 문제다. 그래서 검찰 출신이면 검증도 하지 않고 쓰는 것 아니냐는 오해가 생기는 것 같다”면서도 “지난해 새롭게 출범한 인사정보관리단의 존재 이유가 사라진 것”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정씨의 학폭 논란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2018년 11월로 당시 고교 2학년이던 정씨가 동급생을 1년 가까이 괴롭힌 사실, 극심한 불안과 우울을 겪은 피해 학생이 극단적 선택까지 시도한 사실 등이 고스란히 언론에 보도됐다.

피해자 극단적 선택 시도했는데 감싸기·소송
5년 전 보도 몰랐다? 인사정보관리단 뭐 했나

정치권에 따르면 정씨가 다니던 고등학교의 한 교사는 학교폭력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정씨의)부모님이 책임을 인정하는 것을 두려워해서 2차 진술서 같은 경우는 부모님이 전부 코치해서 썼다”고 증언했다. 2018년 3월 교내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자치위) 회의록에선 정 변호사와 아내가 “물리적으로 때린 것이 있으면 더 이상 변명할 여지가 없겠지만, 언어적 폭력이니 맥락이 중요할 것”이라며 아들을 감싸기만 했다.

이 같은 내용은 정씨가 2018년 7월 춘천지법에 제기한 징계처분 취소소송 판결문에 담겼다. 정씨는 2017년 5월부터 2018년 초까지 동급생 A군에게 “돼지 XX” “왜 인간이 밥 먹는 곳에 오냐”는 등 1년간 언어폭력을 일삼으며 괴롭혀 2018년 6월 대책위에서 강제전학 등 처분을 받았다.

정씨 측은 ‘A군의 주장이 과장돼있다’며 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정씨 측은 같은해 9월 항소했지만 기각됐고, 2019년 4월 대법원도 재차 기각 결정을 내리면서 징계처분이 확정됐다.

당시 정 변호사는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을 지냈고 서울중앙지검장은 윤석열 대통령이었다. 인사정보관리단을 휘하에 두고 있는 한 장관은 당시 서울중앙지검 3차장이었다. 복두규 인사기획관, 이원모 인사비서관, 이시원 공직기강비서관도 검찰 출신으로 학폭 논란 당시 현직 검사였던 정 변호사와 그리 멀지 않은 위치에 있었다.


국수본부장 후보자 추천권자인 윤희근 경찰청장을 위해 후보자 세평 및 인사검증 기초자료를 수집한 경찰청도 직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은 것이 아니냐고 비판받고 있다.

국수본부장 선발절차는 원서접수→서류심사→신체검사→종합심사→경찰청장 추천→행정안전부장관 제청→국무총리 경유→대통령 임용 순으로 진행된다. 종합심사 단계서 경찰청이 후보자에 대해 직무수행 능력 등을 종합 심사해 경찰청장이 후보자 1명을 추천하는 방식이다.

검 내부서 “인권보호관 시절부터 소문 안 좋아”
대통령실, 일사천리로 사의 수용…문책은 안 해

다만 실질적인 인사검증은 인사정보관리단과 대통령실이 맡았다. 국수본부장의 계급은 경찰청장(치안총감) 바로 아래인 치안정감으로, 행정안전부 인사관리상 고위공무원단에 포함돼 인사정보관리단의 검증 대상이기 때문이다.

법무부는 정 변호사가 인사정보관리단의 검증 대상이었는지조차 “확인해줄 수 없다”며 입을 닫았다. 현행법상 국수본부장(치안정감)은 ‘고위공무원단에 속하는 공무원’으로 분류되는 만큼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의 1차 검증 대상에 해당할 수 있다.

그러나 법무부는 “반드시 모든 고위공무원에 대한 검증을 하는 것은 아니다”며 “대통령실의 의뢰가 있으면 1차적으로 형식적인 검증을 한다”고 밝혔다. 검증을 했다는 것인지, 안 했다는 것인지는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모르쇠로 일관하는 것은 대통령실도 마찬가지다. 정 변호사의 사의를 하루가 다 가기도 전에 일사천리로 수용했다.

윤 대통령도 강한 어조로 정 변호사에 대해 비판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지만 중앙지검 내부에서는 “몰랐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익명을 요구한 중앙지검 관계자는 “애초 검찰 출신이 요직에 대부분 들어가니 국수본부장도 사실상 정 변호사가 내정돼있던 셈”이라며 “정 변호사가 인권보호관 시절부터 소문이 좋지 않았는데 몰랐다는 건 거짓말로 보인다. 결국 윗선에서 임명을 강행한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무책임 일관

중앙지검 한 검사도 “아는 사람만 알았을 내용이라고 해도 서초동 바닥이 워낙 좁다 보니 전혀 몰랐다는 입장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들다”고 전했다.

특히 정 변호사와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소속 B 검사는 지난 2018년 2월부터 2021년 1월까지 중앙지검서 같이 근무했다. B 검사는 정 변호사 아들의 학폭 문제가 익명으로 보도된 2018년 11월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소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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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안보 공약과 정치적 스탠스 등에 조언을 아끼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와 직접적으로 연락하면서 국정 전반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 명태균씨의 모습과 맞닿아 있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군 인사뿐만 아니라 국방정책과 사업에까지 손을 댔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통상 비선 실세는 외부서 활동한다. 대통령으로부터 보직을 받지 않았음에도 최측근으로 꼽히는 인사들과 정부의 정책과 정치적 활동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윤석열정부서 이 같은 행위를 한 이들은 주로 ‘무속 관련자’들이었다.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등도 정부 정책 및 인사에 개입한 의혹의 당사자들이다. 안보 분야 대책 조언 노 전 사령관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안보 공약이나 지지율 상승 방안 등을 조언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5일 <한겨레> 단독 보도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11일 경찰 조사에서 “(2022년)윤 대통령이 대선 캠프를 구성했을 때, 김 전 장관이 제게 일을 도와달라 부탁했는데 성 관련 범죄 경력 때문에 전면에 나서지 못했다”며 “(그 대신에)대선 토론 때 안보 관련 분야 질문 및 답변 내용에 대해 초안을 잡아주면, (상대 후보의)역공 대비 등 세밀히 검토해서 수정하는 작업을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윤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김 전 장관이)‘대통령 지지도를 어떻게 하면 올릴 수 있냐’고 묻길래 ‘검사 출신이라 말이 친화적이지 않다. 국민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줘라’고 했다”며 “(시장에 가서)생선 같은 것도 만지면서 친근하게 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광주 5·18(행사)에 참석해라. 그들도 같은 국민”이라며 “일단 내려가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라 건의해라. 이왕 대통령이 됐으면 전라도도 품을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실제 윤 대통령은 지난 2023년 7월엔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를 위해 부산을 찾은 뒤 자갈치시장서 붕장어를 맨손으로 만졌다. 또 2022년 5월 취임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광주를 찾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노 전 사령관은 “나중에 티브이(TV)를 보니까 제 말대로 다 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이 같은 상황을 볼 때 윤 대통령은 노 전 사령관의 존재를 수년 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적지 않은 도움을 받은 김 전 장관은 노 전 사령관을 윤 대통령에게 인사시키려 했으나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이 몇 번 (윤 대통령에게 자신을) 인사시키려 했는데, 저 스스로 성 관련 범행에 대한 멍에가 있어서 안 본다고 했다”며 “(김 전 장관이)군인공제회 산하단체 비상근 사외이사 자리를 주겠다고 했는데 (국회)국방위원회서 다 밝혀질 거라 사양했다. 공기업 임원 얘기도 했지만 같은 이유로 사양했다”고 진술했다. 노 전 사령관의 의혹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노 전 사령관이 자신의 인맥을 활용해 국방사업에도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16일 “12·3 내란 핵심 주동자인 김용현(전 국방부 장관), 노상원(전 정보사령관), 여인형(방첩사령관), 김용군(예비역 대령)은 방위산업을 고리로 한 경제공동체”라고 주장했다. 추 의원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 2022년 김 전 장관이 경호처장 시절 그의 영향력으로 국가정보원 예산 500억원이 육군 전자전 무인 정찰기(UAV) 사업 예산으로 편성 추진했다. 당시 이 예산은 ‘김용현 처장 꼬리표 예산’으로 불렸다는 게 추 의원의 주장이다. 노, 윤 대선후보 시절부터 감 놔라 배 놔라 실제 김 통해 일부 이행…윤 직접 접촉 시도 추 의원은 “2023년 이 사업에 도입될 기종은 노상원이 (당시)재직 중이던 일광공영이 국내 총판인 이스라엘 항공우주산업(IAI)의 헤론으로 결정됐다. 일광공영은 무기 중개상 1세대로 불리며, 2000년 러시아 무기 도입 사업인 불곰사업으로 유명한 이규태가 운영하는 방산업체다. 노 전 사령관은 최근 3년간 일광공영에 근무했다”고 말했다. 통상 무기체계 등 전력사업은 육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가 관리한다. 그러나 해당 사업은 당시 육군 정보작전참모부장이던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관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사업은 예산이 편성되지 않아 중단됐다. 추 의원은 노 전 사령관과 윤 대통령 일가와의 연결고리 의혹도 제기했다. 그는 “노상원은 이미 2015∼2016년 박근혜정부 때부터 김충식과 후원을 주고받는 관계였다”며 “김충식은 윤석열의 장인 행세를 하는 분이고, 장모 최은순 여사와 사적인 관계 또는 경제공동체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노 전 사령관은 국방·안보 분야 조언에 그쳤다. 명씨는 정부 사업과 정치 권력 전반에 영향을 끼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굳이 둘을 놓고 비교하자면 노 전 사령관보다 명씨의 비선 실세 서열이 한 수 위인 셈이다. <시사IN>이 공개한 윤 대통령 일가와 명씨의 카카오톡·텔레그램 대화 원본을 보면 명씨는 사실상 국회의원 후보 선정과 경제 사업 추진에 판을 짜는 플래너였다. 실제 명씨는 지난 2021년 7월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에 입당하기 전 이뤄진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과 가진 비공개 회동부터, 그 이후 진행된 윤 대통령의 정치인 접촉을 주도했다. 이 의원과 윤 대통령의 회동 당시 김 여사는 JTBC가 보도한 ‘윤석열·이준석 비공개 회동’ 기사 링크를 보냈다. 김 여사는 명씨에게 “큰일이네요. 왜 준석씨가 이렇게까지 발설했을까요. 남편에게는 완전 악재인데요ㅠ”라며 “선생님(명태균씨)께서 단단히 말씀하셨을 것 같은데요”라고 말했다. 닮은 듯 다른 듯 이들은 대선후보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를 각각 여러 차례 주고받았다. 명씨가 윤 대통령 부부에게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그 대가로 2022년 6월 보궐선거서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 공천을 받았다는 의혹이 ‘명태균 게이트’의 핵심이다. 명씨는 윤 대통령의 일정과 행보에 대한 사후 보고, 평가, 조언도 김 여사에게 더 자주 했다. 예시로 2021년 7월29일,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부산 방문 당시 실언한 점을 포착한 영상 보도 링크를 보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이한열 열사가 새겨진 1987년 6월 항쟁 기념 조형물을 보고 ‘1979년 부마항쟁이냐’라고 물어 논란이 된 상황이었다. 명씨는 말실수를 한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메시지를 보내 “미리 방문하는 곳 학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21년 9월17일과 18일, 20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경북·경남지역 방문 관련 반응이 담긴 언론 기사와 여론조사 결과를 보냈다. 명씨는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의 일정을 자신이 기획했다고 검찰에 진술하기도 했다. 명씨는 자신의 ‘기획물(지역 방문 일정)’ 결과를 김 여사에게 보고했다. 특히 윤 대통령의 경남 일정 이후 ‘창원 전·현직 도·시의원 33명이 윤석열 지지를 선언했다’는 내용의 기사 링크도 김 여사에게 먼저 보냈다. 대선 캠프에 소속되지 않은 명씨가 후보 일정에 개입한 것이다. 특히 명씨는 검찰서 자신이 기획한 경남 일정 가운데 창녕 방문을 자랑스럽게 설명했다. 당시 창녕 방문이 윤석열 후보자에게 가장 중요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창녕은 국민의힘 대선 경선 경쟁자인 홍준표 당시 예비후보의 고향이다. 홍 후보를 견제하기 위해 창녕 방문 일정을 넣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입 열면 쑥대밭 명씨는 윤석열 캠프 인사 개입 의혹도 받는다. 명씨와 김 여사의 대화를 보면, 이 의혹 역시 두 사람으로부터 시작됐다. 명씨가 김 여사와 캠프 인사 문제를 상의했고, 그 결과가 일부 실현된 사실이 확인된다. 2021년 7월16일 김 여사는 명씨에게 황준국 전 주영국 대사 프로필을 공유했다. 그러면서 “후원회장으로 어떤가요? 이권과 연결도 안 돼있다”고 했다. 김 여사가 명씨에게 이 메시지를 받은 다음날인 7월17일, 황 전 대사는 윤석열의 후원회장으로 위촉됐다. 정통 외교관 출신 인사가 대선후보 후원회장을 맡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 2021년 7월19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프로필을 보냈다. 그러면서 ‘총장님께서 물어보신 임태희 실장’이라며 장문의 설명을 덧붙였다. 윤 대통령이 먼저 명씨에게 임 교육감 세평을 물었는데, 명씨는 그 답을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했던 것으로 보인다. 임 교육감은 2021년 12월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총괄상황본부장을 맡았다. 한 달여 뒤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자신이 국민의힘 의원이었던 박완수 경남도지사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캡처해 보냈다. 박 지사는 “명 대표 나도 많이 도와주세요”라고 말했고, 8월1일 “윤 총장 전화 왔습니다. 열심히 할게요”라고 말했다. 7월31일, 명씨는 윤 대통령에게 박 지사 연락처를 전달하면서 “전화하면 총장님을 돕겠다고 할 것”이라고 했다. 이후 8월6일 박완수 당시 의원은 명씨와 윤 대통령 자택인 서울 아크로비스타에 방문했고 윤 대통령과 사진도 찍었다. 이 같은 명씨의 영향력이 정치권서 소문으로 퍼지기 시작한 이후에도 두 사람은 연락을 주고받았다. 2023년(연도 추정) 4월6일 김 여사가 명씨에게 ‘김건희 여사, 명태균과 국사를 논의한다는 소문’이라는 제목의 정보지 글을 공유했다. 김 여사가 천공 스승과 거리를 두고 명씨와 국사를 논의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노·명 전부 무속 의혹 제기 “여사 연결고리?” 명, 침묵하는 노와 대조적 “30명 죽일 수 있다” 윤 대통령이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으려 했던 이유가 명씨의 조언 때문이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명씨는 웃으며 “세상에 천벌 받을 사람들이 많네요”라고 했다. 4월15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네잎클로버 사진을 보냈다. 명씨는 “여사님 행운의 징표인 네잎클로버를 발견하고 여사님께 보내드린다”며 “윤석열정부 꼭 성공한 정부가 될 겁니다”고 했다. 김 여사는 V자 손가락 이모티콘으로 화답했다. 노 전 사령관은 가장 논란이 된 이른바 ‘노상원 수첩’과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검찰 조사에서까지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국지전 유도와 북풍 공작 등의 음모론 같은 의혹은 아직 실체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명씨는 본인이 적극적으로 검찰 조사에 임하면서 국민의힘과 윤 대통령 일가의 ‘뇌관’을 자처하고 있다. 창원구치소에 수감 중인 명씨는 최근 노영희 변호사와의 접견서 “국민의힘 주요 정치인 30명을 죽일 수 있는 카드가 있다”며 “내가 한 말은 전부 증거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명씨와 연루 의혹이 있는 인사들이 정치권 내에서 이른바 ‘명태균 리스트’로 분류되긴 했지만, 명씨가 직접 숫자를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명씨 관련 의혹을 폭로한 강혜경씨는 지난해 10월 명씨와 연관됐다고 주장하며 여야 정치인 27명 명단을 공개하기도 했다. 명씨의 정치권 인맥은 ‘황금폰’이라고 불리는 명씨 휴대전화서 일부 포착된 적이 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명씨의 휴대전화를 넘겨받아 포렌식을 진행했다. 당시 검찰은 명씨의 휴대전화에 연락처가 저장된 전·현직 정치인 140명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명씨 측 남상권 변호사는 지난달 1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서 “명씨 황금폰 포렌식 과정서 너무 많은 정치인이 나와서 깜짝 놀랐다”며 “명씨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현직 국회의원이 140명이 넘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황금폰 포렌식 명씨는 “내가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국무총리로, 이준석 의원을 미국 대북특사로 추천을 했었다”면서 “당시 국민의힘 관련 윤한홍, 박완수, 김영선, 김종인 등에 대한 자료가 많다”고 유력 정치인들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거론했다. 특히 명씨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에 대해 “(이들에 대해)얘기할 것이 아주 많다”며 “민낯을, 껍질을 벗겨 놓겠다”고 거친 언사를 쓴 것으로도 파악됐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