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학폭 논란 속 하차한 황영웅

‘트로트 왕’ 꿈 과거에 막히다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옛말에 때린 사람은 발 뻗고 못 자도 맞은 사람은 발 뻗고 잔다고 했다. 말 그대로 ‘옛말’이 된 걸까? 가수 황영웅이 폭력적인 과거사가 드러난 뒤에도 오디션 프로그램 <불타는 트롯맨> 결승 1차전에서 1위 자리를 지켜냈다. 프로그램 막판 하차를 선언하긴 했지만, 명확한 사과나 자숙 의사는 밝힌 바 없다. 어린 시절에 휘둘렀던 폭력은 모두에게 비극이 됐다. TV를 보며 다시 가슴 졸인 피해자도, 과거에 발목잡힌 황영웅도 발 뻗고 잘 수 없는 날이 이어진다.

황영웅은 결국 마지막 한 걸음을 내딛지 못했다. 그는 MBN 트로트 오디션 <불타는 트롯맨> 최종회, 결승 2차전 방영을 앞두고 프로그램 하차 의사를 직접 밝혔다. 황영웅은 결승 2차전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사전 녹화분은 통편집됐다. 

최종 우승자는 황영웅이 아닌 손태진이었다. 손태진은 하차한 황영웅 대신 1차전 1위로 올라섰고, 2차전서도 호성적을 기록하며 최종 누적 상금 6억2967만7200원의 주인공이 됐다.

인생 역전
과거 발목

처음부터 대세는 황영웅이었다. 1984년생으로 울산 출신인 황영웅은 자동차 부품 하청업체에서 6년간 일하다 <불타는 트롯맨>에 출연했다. TV조선 <미스터트롯> 우승자 임영웅과 이름이 같아 이목을 끌었다. 노래 실력도 출중했다.

황영웅은 대표단 예심에서 진미령의 ‘미운 사랑’을 불러 본선에 직행했다. 호소력 짙은 목소리로 설운도, 이석훈 등 선배 가수에게 호평받은 무대였다. 


뒤이은 본선 1차 무대에선 나훈아의 ‘영영’을 불러 팀과 함께 우승했다. 본선 2차 라이벌전에서는 남진의 ‘빈지게’를 선곡해 승리했고, 이후 디너쇼 미션에서도 호평을 받으며 준결승에 안착했다.

<불타는 트롯맨>과 황영웅은 함께 승승장구했다. <불타는 트롯맨>은 12주 연속 동 시간대 시청률 전 채널 1위 기록을 이어나갔고, 황영웅은 1주 차부터 국민응원투표 1위 자리에 안착하며 대세를 굳혔다. 

반전은 프로그램 내부가 아닌 외부에서 터졌다. 황영웅이 과거 상해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진 것이다.

지난달 22일 연예부 기자 출신 유튜버 이진호는 ‘<불타는 트롯맨> 황영웅의 두 얼굴…충격 과거 실체’라는 제목의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는 자신이 황영웅에게 폭행을 당한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A씨 인터뷰가 담겼다.

그는 이진호와의 대화에서 “제 생일에 황영웅한테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두려움에 떠는 모습이었다. 그는 황영웅 측이 어떤 식으로 보복할지 몰라 처음에는 제보를 피하려 했다고 밝혔다.

A씨는 폭행 당시 상황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그는 “10명이 모여 1차로 술집에서 생일파티를 하고, 술을 싫어하는 모임과 술을 마시는 모임이 나뉘어 놀기로 했다”며 “저는 술을 안 마시는 모임에 가려고 했는데, 황영웅이 ‘술을 마시러 가자’고 해서 말다툼이 있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그때가 울산 모처에서 욕을 했다거나 실랑이가 있었던 상황은 아니었다. 제가 다른 방향을 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주먹이 날아오더라. 그래서 내가 주먹에 맞고 쓰러졌는데 발로 제 얼굴을 찼다. 친구들은 황영웅을 말렸고, 제 얼굴에서 피가 나서 친구들이 피를 닦아줬다. 이후 경찰이 왔고 황영웅은 집으로 귀가했다”고 밝혔다.


<불트> 강력 우승 후보 거론됐지만… 
과거 폭행·학폭 의혹 불거져 결국 낙마

A씨 주장에 따르면 그는 사건 이후로 황영웅에게 사과를 받은 적이 없다. 그는 “경찰이 저와 황영웅을 격리시킨 뒤 서로 대화는 하지 못했고,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황영웅 측이 사건을 무마하기 위해 무고와 회유를 일삼았다는 주장도 이어졌다. A씨는 황영웅이 진단서를 발급받은 뒤 쌍방폭행을 주장했다고 폭로했다. 사건 현장 주변에 CCTV가 없었던 점을 활용해, 일방적 폭행을 쌍방폭행으로 둔갑시키려 했다는 것.

또 황영웅과 어머니가 동석했던 친구들을 만나 밥을 사 먹여가면서 회유했다고도 밝혔다.

A씨는 당시 황영웅의 폭행으로 얼굴에 큰 부상을 입었다. “치열이 뒤틀릴 정도였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아울러 “현재 검찰까지 넘어간 상황에서 법적인 책임을 물어야겠다. 합의는 필요 없다고 생각했다. 치료비 포함해서 300만원 정도 받았다. 하지만 돈은 필요 없었다”며 “공론화를 하게 된 이유나 배경은 ‘나를 친구라고 생각은 했나’라는 의문과 함께 사과가 없었기 때문이다. 많은 분한테 응원과 사랑을 받고 있는 황영웅은 그럴만한 자격이 없는 사람으로 반성하며 살아가야 한다. 과거에 대해서 책임을 지는 성인이 됐으면 좋겠다”고 맺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사건의 기초적인 사실관계가 A씨 주장과 부합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A씨 폭로대로, 황영웅은 2016년 상해죄로 벌금형을 처벌받은 전력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외에도 황영웅은 학교폭력, 데이트폭력을 저질렀다는 의혹 등에도 휘말렸다. 나름의 인증을 거친 뒤 이뤄진 폭로에, 그 진위를 명확하게 파악할 수 없는 주장이 뒤엉키면서 혼란이 가중됐다.

이에 <불타는 트롯맨> 측 제작진이 입장을 밝혔다. 지난달 23일 제작진은 “최근 일각에서 제기한 저희 측 참가자 논란과 관련한 입장을 전달드린다”고 운을 뗐다.

이어 “제작진은 <불타는 트롯맨> 오디션 당시 참여를 원하는 이들의 동의를 얻어 결격 사유 여부를 확인하고, 이에 대한 서약서를 받는 등 내부적 절차를 거쳐 모집을 진행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두 얼굴의
트롯맨

또 “논란이 된 참가자 또한 해당 과정을 거쳐 참가하게 되었으며, 이후 다른 참가자들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꿈을 위해 성실하게 노력하는 모습으로 많은 이에게 울림을 주었기에 제작진 역시 과거사와 관련해 갑작스레 불거진 논란이 매우 당황스러운 상황”이라며 “제작진이 한 개인의 과거사를 세세하게 파헤치고 파악하기에는 한계가 있으며, 이로 인해 사실 파악에 시간이 걸리고 있다는 점 양해 부탁드린다. 조속한 상황 파악 후 다시 말씀드리겠다”고 전했다. 


하지만 제작진은 달이 바뀌도록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그 사이 황영웅은 과거 논란이 불거진 와중에도 결승 1차전에 출전해 1위 자리를 수성했다. 그는 지난달 28일 오후 방송분에서도 편집 없이 등장했다.

이날 방영된 결승 1차전 1라운드에선 ‘한 곡 대결’이 펼쳐졌다. 한 곡 대결은 2인1조로 자유 선곡한 한 곡을 나눠 부르고, 둘 중 한 명에게 투표하는 방식이다. 연예인-국민 대표단 점수를 합산한 현장 점수 결과, 황영웅은 공훈, 손태진, 민수현 등과 함께 각 대결 승자가 됐다. 

손태진이 250점을 획득하며 1라운드 현장 점수 1위에 올랐고, 황영웅이 그 뒤를 이었다.

이어 치러진 2라운드는 ‘신곡 미션’이었다. 히트 작곡가의 신곡을 나눠받은 결승 진출자들은 각자의 곡으로 무대를 꾸몄다. 이때 황영웅은 작곡가 송광호, 김철인이 만든 ‘안 볼 때 없을 때’ 무대에 올라 연예인 대표단 점수 1위를 차지했다.

2라운드 국민 대표단 점수와 실시간 문자 투표를 합산한 결승 1차전 최종 결과는 생방송으로 공개됐다. 이번에도 1위는 황영웅이었다. 생방송 중 황영웅은 자신의 논란을 의식한 듯 계속 굳은 표정을 보였다.

1위 소감으로는 “감사드리고 죄송합니다. 제가 다음 주 최종 1위가 되면 상금에 대해서 사회에 기부를 하고 싶습니다. 이런 말씀 전해드리고 싶었습니다”라고 말했다. 


결국 하차
늦은 사과

논란을 명확히 인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애매한 이날 발언은 되레 구설에 올랐다. 일부 시청자들은 “2라운드가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우승을 논하며 기부 이야기를 꺼낸 건 부적절했다”고 지적했다.

제작진의 편집 방향도 도마 위에 올랐다. 폭행 논란이 있는 출연자가 평소처럼 등장하는 게 온당하냐는 질타가 이어졌다. 실제로 황영웅은 이날 방영분에서도 얼굴 클로즈업, 미소 등의 장면이 지속적으로 등장했다. 황영웅의 무대에 대한 호평과 찬사 등도 평소와 다를 것 없는 비중으로 전파를 탔다. 

일각에서는 제작진이 고의로 ‘소극적 결단’을 내렸다는 의심이 나왔다. 황영웅이 프로그램 흥행을 이끈 주요 참가자다 보니, 제작진이 시청률 하락을 우려해 그대로 방송에 내보낸 것이 아니냐는 것.

들불처럼 번진 논란은 쉬이 가라앉지 않았다. 결국 황영웅은 지난 3일 새벽 자신의 SNS에 글을 올려 하차 의사를 전했다.

그는 “결승에 들어간 상황에서 저로 인해 피해를 끼치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지난 방송에 참여하면서 너무나 많은 생각이 들었다. 어린 시절 일이라고 변명하지 않겠다. 지난 시간을 돌아보며 반성하고, 오해는 풀고, 진심으로 사과하겠다”며 “저로 인해 상처받으셨던 분들께 진심으로 용서를 구한다”고 적었다. 

같은 날 제작진은 공식 입장문을 내고 “어젯밤, 참가자 황영웅씨가 경연 기권 의사를 밝혀옴에 따라 본인의 의사를 존중하여 자진 하차를 받아들이기로 최종 결정했다. 그간 파악할 수 있는 최대한의 정보를 바탕으로 가능한 한 모든 경우의 수를 숙고했고, 최선의 경연 진행 방식이 무엇일지 고민했다”고 밝혔다.

이어 “마지막까지 공정하고 투명한 오디션이 되도록 만전을 기할 것을 약속드린다”며 “앞으로 제작진의 공정성에 대한 확인되지 않은 의혹과 사실이 아닌 부분에 대해서는 단호히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빗발치는 하차 요구 속 결승 1차전 강행 
결국 “용서 구한다” 입장문…뒤늦게 하차

제작진은 지난 7일 방영된 결승 2차전 방영분에서도 황영웅 논란과 관련해 재차 사과했다. 이날 MC 도경완은 “프로그램과 관련해 심려를 끼쳐드린 점 제작진을 대표해서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 드린다. <불타는 트롯맨> 전 출연자와 제작진은 끝까지 공정하게 마무리될 수 있도록 방송 종영 시점까지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황영웅은 오디션 종료 후 예정된 참가자 전국 투어 콘서트에서도 빠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당장의 논란은 황영웅과 제작진이 종영 직전 하차를 선택하면서 일단락되는 모양새다. 하지만 모든 게 끝난 건 아니다. 여론은 수많은 피해담 사이에서 여전히 옥석을 가려내고 있다. 제기된 의혹 중 몇 가지가 더 사실로 확인되면 황영웅은 추후 활동 가능성조차 불투명해진다. 

더군다나 황영웅은 이미 자숙 없이 활동을 이어가려는 낌새를 보이며 대중의 비판에 직면한 상황이다.

지난 7일 이진호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자진하차 황영웅 <불타는 트롯맨> 결단 비하인드 | 김갑수 옹호에 분노하는 이유’라는 제목의 영상을 공개했다.

그는 영상에서 “공교롭게도 <불타는 트롯맨>의 우승자보다 황영웅의 비하인드를 궁금해하시는 분이 많다. 그래서 알려지지 않은 비하인드를 전하겠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영상에서 황영웅이 하차 당시 게시한 글 일부를 분석했다. 이진호는 “사과문에서 핵심적인 내용은 ‘저는 이제 경연을 끝마치려고 한다’”라며 “통상적으로는 ‘활동 중단’이라는 글귀가 들어간다. 하지만 피해자분들이 가장 화가 났던 게 자숙이라는 이야기가 전혀 없었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또 “그러니까 이 글귀의 뜻은 ‘내가 결승전에 참가하지 않는 것으로 과오를 씻겠다’는 거다. 자숙? 없다. 피해자에 대한 사과도 하겠다고는 하지만 일주일이 지난 지금까지도 직접적인 연락은 없었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발 뻗고
못 잔다

그는 ‘황영웅이 완전 퇴출됐다. 권선징악이라고 보는지’라는 누리꾼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잘라 답했다. 이진호는 “실제로 황영웅은 팬들을 상대로 팬미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황영웅이) 방송에는 나오지 못하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해 팬들 사이에서 동정 여론이 일었다”며 “팬미팅이라도 진행되면 황영웅은 엄청난 돈을 벌 수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jeongun15@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불타는 트롯맨’ PD 전작 살펴보니…학폭 ‘얼룩’ 여럿

대중은 황영웅의 과거사와 함께 <불타는 트롯맨> 제작진의 과거 이력에도 주목하고 있다.

연출을 총괄한 PD가 과거 맡았던 프로그램에서 출연자 학교폭력 의혹이 수차례 일었기 때문이다. 

해당 PD는 2013년 방영된 SBS 예능 <송포유> 제작에 참여했으며, 이후 2020년 방영된 <미스트롯2>, 올해 방영된 <불타는 트롯맨> 등을 연출했다. 

아울러 프로그램들이 해당 출연자들에 대한 ‘깔끔한 대처’를 보여주지 못한 것도 비판 대상이다.

해당 PD를 둘러싸고 “학교폭력 피해자에 관한 공감 능력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우선 <송포유>는 일진과 비행청소년으로 팀을 꾸려 합창대회에 나가고, 이를 통해 이들의 ‘개과천선’을 꾀한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방영 당시 출연자에 관한 여러 논란이 터졌고, 프로그램은 ‘일진 미화 논란’에 휘말렸다.

특히 이들에게 학교폭력을 당한 피해자들은 이들이 방송에 나온 모습을 보고 “2차 가해를 당해 고통스럽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미스트롯2> 역시 재소환됐다.

이번 황영웅 사태와 마찬가지로, 당시 유력 우승 후보였던 진달래 또한 학교폭력 가해 의혹이 불거지면서 자진 하차했다.

이때도 제작진의 편집 방향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방송 통편집이 대신, 학폭 가해자가 프로그램에 피해가 가면 안 된다는 선의를 보이며 하차하는 모습을 담았다는 지적이다. <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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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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