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학폭 논란 속 하차한 황영웅

‘트로트 왕’ 꿈 과거에 막히다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옛말에 때린 사람은 발 뻗고 못 자도 맞은 사람은 발 뻗고 잔다고 했다. 말 그대로 ‘옛말’이 된 걸까? 가수 황영웅이 폭력적인 과거사가 드러난 뒤에도 오디션 프로그램 <불타는 트롯맨> 결승 1차전에서 1위 자리를 지켜냈다. 프로그램 막판 하차를 선언하긴 했지만, 명확한 사과나 자숙 의사는 밝힌 바 없다. 어린 시절에 휘둘렀던 폭력은 모두에게 비극이 됐다. TV를 보며 다시 가슴 졸인 피해자도, 과거에 발목잡힌 황영웅도 발 뻗고 잘 수 없는 날이 이어진다.

황영웅은 결국 마지막 한 걸음을 내딛지 못했다. 그는 MBN 트로트 오디션 <불타는 트롯맨> 최종회, 결승 2차전 방영을 앞두고 프로그램 하차 의사를 직접 밝혔다. 황영웅은 결승 2차전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사전 녹화분은 통편집됐다. 

최종 우승자는 황영웅이 아닌 손태진이었다. 손태진은 하차한 황영웅 대신 1차전 1위로 올라섰고, 2차전서도 호성적을 기록하며 최종 누적 상금 6억2967만7200원의 주인공이 됐다.

인생 역전
과거 발목

처음부터 대세는 황영웅이었다. 1984년생으로 울산 출신인 황영웅은 자동차 부품 하청업체에서 6년간 일하다 <불타는 트롯맨>에 출연했다. TV조선 <미스터트롯> 우승자 임영웅과 이름이 같아 이목을 끌었다. 노래 실력도 출중했다.

황영웅은 대표단 예심에서 진미령의 ‘미운 사랑’을 불러 본선에 직행했다. 호소력 짙은 목소리로 설운도, 이석훈 등 선배 가수에게 호평받은 무대였다. 


뒤이은 본선 1차 무대에선 나훈아의 ‘영영’을 불러 팀과 함께 우승했다. 본선 2차 라이벌전에서는 남진의 ‘빈지게’를 선곡해 승리했고, 이후 디너쇼 미션에서도 호평을 받으며 준결승에 안착했다.

<불타는 트롯맨>과 황영웅은 함께 승승장구했다. <불타는 트롯맨>은 12주 연속 동 시간대 시청률 전 채널 1위 기록을 이어나갔고, 황영웅은 1주 차부터 국민응원투표 1위 자리에 안착하며 대세를 굳혔다. 

반전은 프로그램 내부가 아닌 외부에서 터졌다. 황영웅이 과거 상해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진 것이다.

지난달 22일 연예부 기자 출신 유튜버 이진호는 ‘<불타는 트롯맨> 황영웅의 두 얼굴…충격 과거 실체’라는 제목의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는 자신이 황영웅에게 폭행을 당한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A씨 인터뷰가 담겼다.

그는 이진호와의 대화에서 “제 생일에 황영웅한테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두려움에 떠는 모습이었다. 그는 황영웅 측이 어떤 식으로 보복할지 몰라 처음에는 제보를 피하려 했다고 밝혔다.

A씨는 폭행 당시 상황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그는 “10명이 모여 1차로 술집에서 생일파티를 하고, 술을 싫어하는 모임과 술을 마시는 모임이 나뉘어 놀기로 했다”며 “저는 술을 안 마시는 모임에 가려고 했는데, 황영웅이 ‘술을 마시러 가자’고 해서 말다툼이 있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그때가 울산 모처에서 욕을 했다거나 실랑이가 있었던 상황은 아니었다. 제가 다른 방향을 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주먹이 날아오더라. 그래서 내가 주먹에 맞고 쓰러졌는데 발로 제 얼굴을 찼다. 친구들은 황영웅을 말렸고, 제 얼굴에서 피가 나서 친구들이 피를 닦아줬다. 이후 경찰이 왔고 황영웅은 집으로 귀가했다”고 밝혔다.


<불트> 강력 우승 후보 거론됐지만… 
과거 폭행·학폭 의혹 불거져 결국 낙마

A씨 주장에 따르면 그는 사건 이후로 황영웅에게 사과를 받은 적이 없다. 그는 “경찰이 저와 황영웅을 격리시킨 뒤 서로 대화는 하지 못했고,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황영웅 측이 사건을 무마하기 위해 무고와 회유를 일삼았다는 주장도 이어졌다. A씨는 황영웅이 진단서를 발급받은 뒤 쌍방폭행을 주장했다고 폭로했다. 사건 현장 주변에 CCTV가 없었던 점을 활용해, 일방적 폭행을 쌍방폭행으로 둔갑시키려 했다는 것.

또 황영웅과 어머니가 동석했던 친구들을 만나 밥을 사 먹여가면서 회유했다고도 밝혔다.

A씨는 당시 황영웅의 폭행으로 얼굴에 큰 부상을 입었다. “치열이 뒤틀릴 정도였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아울러 “현재 검찰까지 넘어간 상황에서 법적인 책임을 물어야겠다. 합의는 필요 없다고 생각했다. 치료비 포함해서 300만원 정도 받았다. 하지만 돈은 필요 없었다”며 “공론화를 하게 된 이유나 배경은 ‘나를 친구라고 생각은 했나’라는 의문과 함께 사과가 없었기 때문이다. 많은 분한테 응원과 사랑을 받고 있는 황영웅은 그럴만한 자격이 없는 사람으로 반성하며 살아가야 한다. 과거에 대해서 책임을 지는 성인이 됐으면 좋겠다”고 맺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사건의 기초적인 사실관계가 A씨 주장과 부합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A씨 폭로대로, 황영웅은 2016년 상해죄로 벌금형을 처벌받은 전력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외에도 황영웅은 학교폭력, 데이트폭력을 저질렀다는 의혹 등에도 휘말렸다. 나름의 인증을 거친 뒤 이뤄진 폭로에, 그 진위를 명확하게 파악할 수 없는 주장이 뒤엉키면서 혼란이 가중됐다.

이에 <불타는 트롯맨> 측 제작진이 입장을 밝혔다. 지난달 23일 제작진은 “최근 일각에서 제기한 저희 측 참가자 논란과 관련한 입장을 전달드린다”고 운을 뗐다.

이어 “제작진은 <불타는 트롯맨> 오디션 당시 참여를 원하는 이들의 동의를 얻어 결격 사유 여부를 확인하고, 이에 대한 서약서를 받는 등 내부적 절차를 거쳐 모집을 진행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두 얼굴의
트롯맨

또 “논란이 된 참가자 또한 해당 과정을 거쳐 참가하게 되었으며, 이후 다른 참가자들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꿈을 위해 성실하게 노력하는 모습으로 많은 이에게 울림을 주었기에 제작진 역시 과거사와 관련해 갑작스레 불거진 논란이 매우 당황스러운 상황”이라며 “제작진이 한 개인의 과거사를 세세하게 파헤치고 파악하기에는 한계가 있으며, 이로 인해 사실 파악에 시간이 걸리고 있다는 점 양해 부탁드린다. 조속한 상황 파악 후 다시 말씀드리겠다”고 전했다. 


하지만 제작진은 달이 바뀌도록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그 사이 황영웅은 과거 논란이 불거진 와중에도 결승 1차전에 출전해 1위 자리를 수성했다. 그는 지난달 28일 오후 방송분에서도 편집 없이 등장했다.

이날 방영된 결승 1차전 1라운드에선 ‘한 곡 대결’이 펼쳐졌다. 한 곡 대결은 2인1조로 자유 선곡한 한 곡을 나눠 부르고, 둘 중 한 명에게 투표하는 방식이다. 연예인-국민 대표단 점수를 합산한 현장 점수 결과, 황영웅은 공훈, 손태진, 민수현 등과 함께 각 대결 승자가 됐다. 

손태진이 250점을 획득하며 1라운드 현장 점수 1위에 올랐고, 황영웅이 그 뒤를 이었다.

이어 치러진 2라운드는 ‘신곡 미션’이었다. 히트 작곡가의 신곡을 나눠받은 결승 진출자들은 각자의 곡으로 무대를 꾸몄다. 이때 황영웅은 작곡가 송광호, 김철인이 만든 ‘안 볼 때 없을 때’ 무대에 올라 연예인 대표단 점수 1위를 차지했다.

2라운드 국민 대표단 점수와 실시간 문자 투표를 합산한 결승 1차전 최종 결과는 생방송으로 공개됐다. 이번에도 1위는 황영웅이었다. 생방송 중 황영웅은 자신의 논란을 의식한 듯 계속 굳은 표정을 보였다.

1위 소감으로는 “감사드리고 죄송합니다. 제가 다음 주 최종 1위가 되면 상금에 대해서 사회에 기부를 하고 싶습니다. 이런 말씀 전해드리고 싶었습니다”라고 말했다. 


결국 하차
늦은 사과

논란을 명확히 인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애매한 이날 발언은 되레 구설에 올랐다. 일부 시청자들은 “2라운드가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우승을 논하며 기부 이야기를 꺼낸 건 부적절했다”고 지적했다.

제작진의 편집 방향도 도마 위에 올랐다. 폭행 논란이 있는 출연자가 평소처럼 등장하는 게 온당하냐는 질타가 이어졌다. 실제로 황영웅은 이날 방영분에서도 얼굴 클로즈업, 미소 등의 장면이 지속적으로 등장했다. 황영웅의 무대에 대한 호평과 찬사 등도 평소와 다를 것 없는 비중으로 전파를 탔다. 

일각에서는 제작진이 고의로 ‘소극적 결단’을 내렸다는 의심이 나왔다. 황영웅이 프로그램 흥행을 이끈 주요 참가자다 보니, 제작진이 시청률 하락을 우려해 그대로 방송에 내보낸 것이 아니냐는 것.

들불처럼 번진 논란은 쉬이 가라앉지 않았다. 결국 황영웅은 지난 3일 새벽 자신의 SNS에 글을 올려 하차 의사를 전했다.

그는 “결승에 들어간 상황에서 저로 인해 피해를 끼치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지난 방송에 참여하면서 너무나 많은 생각이 들었다. 어린 시절 일이라고 변명하지 않겠다. 지난 시간을 돌아보며 반성하고, 오해는 풀고, 진심으로 사과하겠다”며 “저로 인해 상처받으셨던 분들께 진심으로 용서를 구한다”고 적었다. 

같은 날 제작진은 공식 입장문을 내고 “어젯밤, 참가자 황영웅씨가 경연 기권 의사를 밝혀옴에 따라 본인의 의사를 존중하여 자진 하차를 받아들이기로 최종 결정했다. 그간 파악할 수 있는 최대한의 정보를 바탕으로 가능한 한 모든 경우의 수를 숙고했고, 최선의 경연 진행 방식이 무엇일지 고민했다”고 밝혔다.

이어 “마지막까지 공정하고 투명한 오디션이 되도록 만전을 기할 것을 약속드린다”며 “앞으로 제작진의 공정성에 대한 확인되지 않은 의혹과 사실이 아닌 부분에 대해서는 단호히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빗발치는 하차 요구 속 결승 1차전 강행 
결국 “용서 구한다” 입장문…뒤늦게 하차

제작진은 지난 7일 방영된 결승 2차전 방영분에서도 황영웅 논란과 관련해 재차 사과했다. 이날 MC 도경완은 “프로그램과 관련해 심려를 끼쳐드린 점 제작진을 대표해서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 드린다. <불타는 트롯맨> 전 출연자와 제작진은 끝까지 공정하게 마무리될 수 있도록 방송 종영 시점까지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황영웅은 오디션 종료 후 예정된 참가자 전국 투어 콘서트에서도 빠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당장의 논란은 황영웅과 제작진이 종영 직전 하차를 선택하면서 일단락되는 모양새다. 하지만 모든 게 끝난 건 아니다. 여론은 수많은 피해담 사이에서 여전히 옥석을 가려내고 있다. 제기된 의혹 중 몇 가지가 더 사실로 확인되면 황영웅은 추후 활동 가능성조차 불투명해진다. 

더군다나 황영웅은 이미 자숙 없이 활동을 이어가려는 낌새를 보이며 대중의 비판에 직면한 상황이다.

지난 7일 이진호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자진하차 황영웅 <불타는 트롯맨> 결단 비하인드 | 김갑수 옹호에 분노하는 이유’라는 제목의 영상을 공개했다.

그는 영상에서 “공교롭게도 <불타는 트롯맨>의 우승자보다 황영웅의 비하인드를 궁금해하시는 분이 많다. 그래서 알려지지 않은 비하인드를 전하겠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영상에서 황영웅이 하차 당시 게시한 글 일부를 분석했다. 이진호는 “사과문에서 핵심적인 내용은 ‘저는 이제 경연을 끝마치려고 한다’”라며 “통상적으로는 ‘활동 중단’이라는 글귀가 들어간다. 하지만 피해자분들이 가장 화가 났던 게 자숙이라는 이야기가 전혀 없었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또 “그러니까 이 글귀의 뜻은 ‘내가 결승전에 참가하지 않는 것으로 과오를 씻겠다’는 거다. 자숙? 없다. 피해자에 대한 사과도 하겠다고는 하지만 일주일이 지난 지금까지도 직접적인 연락은 없었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발 뻗고
못 잔다

그는 ‘황영웅이 완전 퇴출됐다. 권선징악이라고 보는지’라는 누리꾼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잘라 답했다. 이진호는 “실제로 황영웅은 팬들을 상대로 팬미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황영웅이) 방송에는 나오지 못하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해 팬들 사이에서 동정 여론이 일었다”며 “팬미팅이라도 진행되면 황영웅은 엄청난 돈을 벌 수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jeongun15@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불타는 트롯맨’ PD 전작 살펴보니…학폭 ‘얼룩’ 여럿

대중은 황영웅의 과거사와 함께 <불타는 트롯맨> 제작진의 과거 이력에도 주목하고 있다.

연출을 총괄한 PD가 과거 맡았던 프로그램에서 출연자 학교폭력 의혹이 수차례 일었기 때문이다. 

해당 PD는 2013년 방영된 SBS 예능 <송포유> 제작에 참여했으며, 이후 2020년 방영된 <미스트롯2>, 올해 방영된 <불타는 트롯맨> 등을 연출했다. 

아울러 프로그램들이 해당 출연자들에 대한 ‘깔끔한 대처’를 보여주지 못한 것도 비판 대상이다.

해당 PD를 둘러싸고 “학교폭력 피해자에 관한 공감 능력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우선 <송포유>는 일진과 비행청소년으로 팀을 꾸려 합창대회에 나가고, 이를 통해 이들의 ‘개과천선’을 꾀한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방영 당시 출연자에 관한 여러 논란이 터졌고, 프로그램은 ‘일진 미화 논란’에 휘말렸다.

특히 이들에게 학교폭력을 당한 피해자들은 이들이 방송에 나온 모습을 보고 “2차 가해를 당해 고통스럽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미스트롯2> 역시 재소환됐다.

이번 황영웅 사태와 마찬가지로, 당시 유력 우승 후보였던 진달래 또한 학교폭력 가해 의혹이 불거지면서 자진 하차했다.

이때도 제작진의 편집 방향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방송 통편집이 대신, 학폭 가해자가 프로그램에 피해가 가면 안 된다는 선의를 보이며 하차하는 모습을 담았다는 지적이다. <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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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회 문턱을 넘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이 사법부를 강타했다. 검찰은 1999년 특별검사제 도입 이후 권한을 조금씩 잃다가 올해 해체가 결정됐다. 검찰이 26년 전 느끼다가 현실이 된 불안을 이젠 사법부가 느낄 차례일지도 모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범여권이 지난 24일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내란 사건만 맡는 전담재판부를 만들어 운영한다”는 취지의 예규 제정 방침을 밝혔다. 특별재판부 영장전담 법관 하지만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24일 처리 방침’을 밝혔다. 이날 법안 처리는 이미 예고된 결과였다. 박 대변인은 지난 21일 오전 기자 간담회에서도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예정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원래 처리하려던 법안은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법’이었다. 이 법안이 통과됐다면, 12·3 비상계엄 관련 재판을 맡을 특별재판부가 설치되고, 영장 심사를 맡을 특별영장 전담 법관이 따로 배정됐을 것이다. 이들은 국회·판사회의·대한변호사협회가 3명씩 추천한 위원으로 구성되는 9인 규모의 추천위원회의 2배수 추천과 대법원장의 임명을 거칠 예정이었다. 아울러 상고심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대법관은 모두 제척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선 각계에서 위헌 논란을 제기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지난 16일 내용을 대폭 수정했다. 명칭도 특별재판부에서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 전담재판부 후보추천위원회는 법무부 장관·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등 외부 인사를 제외한 후 법관으로만 구성될 예정이다. 추천위원회에 들어갈 법관 중엔 각급 판사회의·전국법관대표자회의가 포함된다. 전담재판부에 소속될 법관은 추천위원회·대법관회의를 거쳐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 12·3 비상계엄 주요 연루자들은 이미 형사재판 제1심을 받고 있다. 전담재판부는 항소심부터 맡을 예정이다. 대법원은 민주당의 공세에 맞서 반격에 나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대법관 행정회의를 열어 ‘국가적 중요 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 절차에 관한 예규’를 제정하기로 했다. 여기엔 “형법상 내란·외환죄와 군형법상 반란죄 사건을 전담해 집중 심리하는 전담재판부를 설치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대법원이 규정하는 전담재판부는 무작위 배당을 거쳐 사건을 배당받을 재판부가 지정되는 방식이다. 전담재판부로 지정된 재판부가 원래 맡던 재판은 다른 재판부로 재배당된다. 예규엔 “해당 재판부는 이후 내란·외환과 관련 없는 새로운 사건은 맡지 않는다”는 규정이 포함됐다. 하지만 민주당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박 대변인은 “사법부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왜 이렇게 늦게 했느냐”며 “왜 그동안 국민을 불안과 혼란에 빠뜨렸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의 입법권을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맞춰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내란 전담재판부 신설이 갖는 ‘진짜 함의’ 대법원 예규 제정…반격 혹은 타협안 제시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 중 “대법원이 헐레벌떡 자체 안이라고 내놨다”며 “더 일찍 해야 하지 않았느냐. ‘조희대 사법부’답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국내 헌정사에서 특별재판부는 단 2회만 설치됐다. 제헌헌법 부칙엔 “이 헌법을 제정한 국회는 단기 4278년 8월15일 이전의 악질적인 반민족 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국회는 반민족행위처벌법 등을 제정하고,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이하 반민특위)를 설치했다. 반민특위엔 특별검찰부와 특별재판부가 설치됐다. 특별검찰부는 검찰총장 등 9명으로 구성됐고, 특별재판부는 ▲국회의원 5명 ▲법조인 6명 ▲사회 저명 인사 5명 등 총 16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국회가 선출했다. 두 번째 특별재판부는 1960년 4·19 혁명 이후 개정된 제4차 개정 헌법을 근거로 설치됐다. 당시 개정 헌법엔 “3·15 부정선거 및 4·19 혁명 관련자들과 관련된 형사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특별재판소와 특별검찰부를 둘 수 있다”는 취지의 부칙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설치된 특별재판부는 부정선거관련자처벌법 제정을 거쳐 설치됐다. 민주당조차 ‘특별재판부’를 ‘전담재판부’로 수위를 낮춰 처리했다는 이유로 내란 특별재판부에 대해 불거진 위헌 시비를 거론한다. 법원은 ‘무작위 전산 재판 배당’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특정 재판부에 특정 재판을 배당한다”는 취지의 특별재판부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위헌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아직 헌법재판소가 관련 합헌·위헌 여부를 가린 적도 없다. 하지만 헌법 제27조는 “모든 국민은 헌법·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 배당의 무작위성은 재판에 대한 외부의 부당한 압력·영향력으로부터 법관을 보호해 재판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세운 원칙이다. 이는 위헌 시비가 불거진 핵심 이유였다. 그래서 과거엔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기 전에 개헌 과정 중 헌법 부칙에 그 근거를 규정했다. 헌법 부칙은 헌법 본문과 똑같은 효력을 가진다. 그래서 위헌 시비가 불거질 일은 없었다. 피해 가는 위헌 시비 하지만 위헌 시비를 피하려고 제시한 ‘내란 전담재판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역설적으로 “기존 재판부 배당과 큰 차이가 없다”는 취지의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사법부는 이미 무작위 배당의 예외를 운용하고 있다. ▲특허법원 ▲서울행정법원 ▲지역별 가정법원 등 특정 분야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법원이 따로 설치돼있는 것도 무작위 배당의 예외다. 또 각급 법원은 이미 지식 재산·환경·의료 등 특정 전문 분야를 전담할 재판부를 분류한다. 법원장 재량에 따라, 재판장들과의 협의를 거쳐 특정 사건은 ‘적시 처리 필요 중요 사건’으로 분류해 특정 재판부에 배당해서 신속한 재판 진행을 추진한다. 기소된 사건이 이미 진행 중인 재판과 사실 관계·쟁점·피고인이 같으면, 이미 진행 중인 재판을 담당하는 재판에 배당한다. 물론 민주당이 거둘 수 있는 실익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정 대표는 민주당이 ‘특별’을 ‘전담’으로 바꿔가면서도 서둘러 개정안을 추진하는 이유를 분명히 짚었다. 그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법부와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재판부는 내란·외환 사건의 심리를 의도적으로 침대 축구하듯 질질 끌었다”며 “조 대법원장은 경고·조치를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다 못한 입법부가 나서기 전에 사법부가 진작 내란 전담재판부를 설치했다면, 지난 1년 동안 허송세월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이 분통 터지는 상황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의 주장 중 핵심 단어는 ‘조희대’와 ‘지귀연’이다. 민주당이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할 당시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지난 9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 부장판사를 지칭해 “재판의 공정성에 의구심을 갖도록 하는 인사들을 전보·징계한다면, 굳이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들기 위한 입법 조치를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도중 “조희대 사법부는 특검 수사 훼방꾼이 됐다”며 “조 대법원장이 지휘하는 대법원이 지난해 12월3일 내란에 동조한 건 아닌지 강한 의구심을 갖는다”고 지적했다.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는 조 대법원장의 권한 일부를 사실상 박탈하고, 지 부장판사를 내란 관련 재판에서 손 떼게 할 수 있다면, 민주당은 상당한 실익을 거둘 수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재판부 배당에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개입시키는 것이다. 힘 실어준 진짜 이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이후인 지난 2018년 4월 “권한이 집중된 제왕적 대법원장을 견제하고, 법관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를 갖고 설치됐다. 보수 진영 일각에선 이를 일컬어 “지나치게 민주당에 친화적”이라고 비판한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 설치 직후 첫 의장으로 선출됐던 최기상 당시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는 현재 민주당 의원이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지난 9월 민주당이 주장한 의제 ‘대법관 증원론’을 포함한 상고심 제도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어 “사법부는 대법관 증원안을 경청하고 자성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고서를 작성·공개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일컬어 “민주당에 힘을 설어주기 위해 토론회를 개최한 게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도 제기됐다.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에 대판 파기환송 판결에 대해서도, 정 대표는 지난 9월 전국법관대표자회의에 “조 대법원장 사퇴 권고 등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 회복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각에선 “대법원의 예규 제정은 반격”이라고 해석한다. 그 근거로는 “내란 전담재판부를 줄곧 반대하다가 갑자기 예규 제정을 밝힌 의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는 점을 들었다. 민주당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 외에도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꿀 만한 사법개혁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대해선 “민주당의 공세를 적절한 선에서 수용해 더 큰 공세에 대비하려는 의도”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특별재판부’가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고 해서 다른 사법개혁안 통과 시도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으로선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꾸려는 민주당의 시도를 보면서 검찰이 해체되는 과정을 되새길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이미 민주당이 주도하는 사법개혁안 자체가 사실상 ‘기존 법원 해체’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조금씩 권한 잃다 해체 결정 검 종착역은 헌재 최고법원 등극? 민주당 등 범여권이 검찰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으로 분리해 완수했던 검찰 해체에 대해선 “헌법은 검찰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검찰총장의 존재를 규정했다”면서 위헌 논란을 제기하는 반대 측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범여권은 이를 강행했다. 큰 틀에서 보면, 검찰은 ▲특별검사제도 도입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분리 등 과정을 거쳐 해체됐다. 최초의 특별검사(이하 특검)는 지난 1999년 김태정 전 검찰총장 부인에 대한 옷 로비 의혹과 한국조폐공사 노조 파업 유도 사건에 대해 진행됐던 최병모 특검이었다. 특검이 성립됐던 배경은 “검찰이 검찰총장의 부인이 연루된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선이었다. 아울러 당시 국회 구도는 여소야대였다. 한나라당은 “사건을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흐름을 타고 강하게 밀어붙여 특검법 제정을 주도했다. 이후 현재까지 개별 특검법은 총 16개가 통과됐고, 상설 특검은 6회 추진됐다. 검찰로서는 1999년 최병모 특검 설치가 수사권·기소권 독점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현재까지 총 22회의 특검이 성립됐다는 것은 검찰에 대한 각계의 불신을 상징하는 중요 사실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검찰을 노리는 다음 단계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었다. 최초의 검경 수사권 조정은 지난 2011년 진행됐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사법경찰관이 검사의 수사 지휘에 이의를 제기하는 재지휘 건의 제도 신설 등의 내용이 담긴 안을 대통령령으로 제정해 의결했다. 지난 2016년엔 ▲진경준 게이트 ▲정운호 게이트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스폰서 의혹 ▲최순실 게이트 등이 연이어 발생해 검찰의 신뢰도에 대한 강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이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장기간 논의된 검경 수사권 논의로 연결된다. 공수처도 설치됐다. 민주당 집권 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사건을 강하게 기억하는 지지자들의 비원을 외면하긴 어려웠던 측면도 있었다. 그렇게 검찰은 서서히 권한을 빼앗겼다. 그러다가 지난 9월에 이르러 검찰은 내년부터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으로 갈라질 운명에 처했다. 특히 중대범죄수사청은 행정안전부로 옮겨진다. 서서히 권한을 빼앗기다가 끝내 해체를 앞둔 운명을 맞게 된 것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은 ▲법원행정처 폐지 ▲법 왜곡죄 도입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 도입 등 사법개혁안을 시도하고 있다. 범여권이 사법개혁안을 모두 통과시킨다면, 사법부로서는 “검찰에 이어 사법부도 한순간에 와해된다”고 인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순간에 와해된다 법원행정처가 없어지면 대법원장의 권한이 줄어든다. 법 왜곡죄가 도입되면, 판사의 재판도 법적 처벌 범위 안에 포함될 위험에 노출된다. 대법관이 늘어나 대법관의 권위·희소 가치가 줄어든 후 재판은 헌법소원 제기 범위 안에 포함된다. 최종 종착지는 헌법재판소가 대법원을 제친 후 최상위 사법기관으로 규정될 순간임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난 24일은 사법부가 느낄 법한 공포가 처음 피부에 와닿은 날이었을 수도 있다. 새해엔 민주당과 사법부의 전쟁이 더욱 거칠게 진행될지도 모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