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학폭 논란 속 하차한 황영웅

‘트로트 왕’ 꿈 과거에 막히다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옛말에 때린 사람은 발 뻗고 못 자도 맞은 사람은 발 뻗고 잔다고 했다. 말 그대로 ‘옛말’이 된 걸까? 가수 황영웅이 폭력적인 과거사가 드러난 뒤에도 오디션 프로그램 <불타는 트롯맨> 결승 1차전에서 1위 자리를 지켜냈다. 프로그램 막판 하차를 선언하긴 했지만, 명확한 사과나 자숙 의사는 밝힌 바 없다. 어린 시절에 휘둘렀던 폭력은 모두에게 비극이 됐다. TV를 보며 다시 가슴 졸인 피해자도, 과거에 발목잡힌 황영웅도 발 뻗고 잘 수 없는 날이 이어진다.

황영웅은 결국 마지막 한 걸음을 내딛지 못했다. 그는 MBN 트로트 오디션 <불타는 트롯맨> 최종회, 결승 2차전 방영을 앞두고 프로그램 하차 의사를 직접 밝혔다. 황영웅은 결승 2차전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사전 녹화분은 통편집됐다. 

최종 우승자는 황영웅이 아닌 손태진이었다. 손태진은 하차한 황영웅 대신 1차전 1위로 올라섰고, 2차전서도 호성적을 기록하며 최종 누적 상금 6억2967만7200원의 주인공이 됐다.

인생 역전
과거 발목

처음부터 대세는 황영웅이었다. 1984년생으로 울산 출신인 황영웅은 자동차 부품 하청업체에서 6년간 일하다 <불타는 트롯맨>에 출연했다. TV조선 <미스터트롯> 우승자 임영웅과 이름이 같아 이목을 끌었다. 노래 실력도 출중했다.

황영웅은 대표단 예심에서 진미령의 ‘미운 사랑’을 불러 본선에 직행했다. 호소력 짙은 목소리로 설운도, 이석훈 등 선배 가수에게 호평받은 무대였다. 


뒤이은 본선 1차 무대에선 나훈아의 ‘영영’을 불러 팀과 함께 우승했다. 본선 2차 라이벌전에서는 남진의 ‘빈지게’를 선곡해 승리했고, 이후 디너쇼 미션에서도 호평을 받으며 준결승에 안착했다.

<불타는 트롯맨>과 황영웅은 함께 승승장구했다. <불타는 트롯맨>은 12주 연속 동 시간대 시청률 전 채널 1위 기록을 이어나갔고, 황영웅은 1주 차부터 국민응원투표 1위 자리에 안착하며 대세를 굳혔다. 

반전은 프로그램 내부가 아닌 외부에서 터졌다. 황영웅이 과거 상해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진 것이다.

지난달 22일 연예부 기자 출신 유튜버 이진호는 ‘<불타는 트롯맨> 황영웅의 두 얼굴…충격 과거 실체’라는 제목의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는 자신이 황영웅에게 폭행을 당한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A씨 인터뷰가 담겼다.

그는 이진호와의 대화에서 “제 생일에 황영웅한테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두려움에 떠는 모습이었다. 그는 황영웅 측이 어떤 식으로 보복할지 몰라 처음에는 제보를 피하려 했다고 밝혔다.

A씨는 폭행 당시 상황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그는 “10명이 모여 1차로 술집에서 생일파티를 하고, 술을 싫어하는 모임과 술을 마시는 모임이 나뉘어 놀기로 했다”며 “저는 술을 안 마시는 모임에 가려고 했는데, 황영웅이 ‘술을 마시러 가자’고 해서 말다툼이 있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그때가 울산 모처에서 욕을 했다거나 실랑이가 있었던 상황은 아니었다. 제가 다른 방향을 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주먹이 날아오더라. 그래서 내가 주먹에 맞고 쓰러졌는데 발로 제 얼굴을 찼다. 친구들은 황영웅을 말렸고, 제 얼굴에서 피가 나서 친구들이 피를 닦아줬다. 이후 경찰이 왔고 황영웅은 집으로 귀가했다”고 밝혔다.


<불트> 강력 우승 후보 거론됐지만… 
과거 폭행·학폭 의혹 불거져 결국 낙마

A씨 주장에 따르면 그는 사건 이후로 황영웅에게 사과를 받은 적이 없다. 그는 “경찰이 저와 황영웅을 격리시킨 뒤 서로 대화는 하지 못했고,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황영웅 측이 사건을 무마하기 위해 무고와 회유를 일삼았다는 주장도 이어졌다. A씨는 황영웅이 진단서를 발급받은 뒤 쌍방폭행을 주장했다고 폭로했다. 사건 현장 주변에 CCTV가 없었던 점을 활용해, 일방적 폭행을 쌍방폭행으로 둔갑시키려 했다는 것.

또 황영웅과 어머니가 동석했던 친구들을 만나 밥을 사 먹여가면서 회유했다고도 밝혔다.

A씨는 당시 황영웅의 폭행으로 얼굴에 큰 부상을 입었다. “치열이 뒤틀릴 정도였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아울러 “현재 검찰까지 넘어간 상황에서 법적인 책임을 물어야겠다. 합의는 필요 없다고 생각했다. 치료비 포함해서 300만원 정도 받았다. 하지만 돈은 필요 없었다”며 “공론화를 하게 된 이유나 배경은 ‘나를 친구라고 생각은 했나’라는 의문과 함께 사과가 없었기 때문이다. 많은 분한테 응원과 사랑을 받고 있는 황영웅은 그럴만한 자격이 없는 사람으로 반성하며 살아가야 한다. 과거에 대해서 책임을 지는 성인이 됐으면 좋겠다”고 맺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사건의 기초적인 사실관계가 A씨 주장과 부합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A씨 폭로대로, 황영웅은 2016년 상해죄로 벌금형을 처벌받은 전력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외에도 황영웅은 학교폭력, 데이트폭력을 저질렀다는 의혹 등에도 휘말렸다. 나름의 인증을 거친 뒤 이뤄진 폭로에, 그 진위를 명확하게 파악할 수 없는 주장이 뒤엉키면서 혼란이 가중됐다.

이에 <불타는 트롯맨> 측 제작진이 입장을 밝혔다. 지난달 23일 제작진은 “최근 일각에서 제기한 저희 측 참가자 논란과 관련한 입장을 전달드린다”고 운을 뗐다.

이어 “제작진은 <불타는 트롯맨> 오디션 당시 참여를 원하는 이들의 동의를 얻어 결격 사유 여부를 확인하고, 이에 대한 서약서를 받는 등 내부적 절차를 거쳐 모집을 진행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두 얼굴의
트롯맨

또 “논란이 된 참가자 또한 해당 과정을 거쳐 참가하게 되었으며, 이후 다른 참가자들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꿈을 위해 성실하게 노력하는 모습으로 많은 이에게 울림을 주었기에 제작진 역시 과거사와 관련해 갑작스레 불거진 논란이 매우 당황스러운 상황”이라며 “제작진이 한 개인의 과거사를 세세하게 파헤치고 파악하기에는 한계가 있으며, 이로 인해 사실 파악에 시간이 걸리고 있다는 점 양해 부탁드린다. 조속한 상황 파악 후 다시 말씀드리겠다”고 전했다. 


하지만 제작진은 달이 바뀌도록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그 사이 황영웅은 과거 논란이 불거진 와중에도 결승 1차전에 출전해 1위 자리를 수성했다. 그는 지난달 28일 오후 방송분에서도 편집 없이 등장했다.

이날 방영된 결승 1차전 1라운드에선 ‘한 곡 대결’이 펼쳐졌다. 한 곡 대결은 2인1조로 자유 선곡한 한 곡을 나눠 부르고, 둘 중 한 명에게 투표하는 방식이다. 연예인-국민 대표단 점수를 합산한 현장 점수 결과, 황영웅은 공훈, 손태진, 민수현 등과 함께 각 대결 승자가 됐다. 

손태진이 250점을 획득하며 1라운드 현장 점수 1위에 올랐고, 황영웅이 그 뒤를 이었다.

이어 치러진 2라운드는 ‘신곡 미션’이었다. 히트 작곡가의 신곡을 나눠받은 결승 진출자들은 각자의 곡으로 무대를 꾸몄다. 이때 황영웅은 작곡가 송광호, 김철인이 만든 ‘안 볼 때 없을 때’ 무대에 올라 연예인 대표단 점수 1위를 차지했다.

2라운드 국민 대표단 점수와 실시간 문자 투표를 합산한 결승 1차전 최종 결과는 생방송으로 공개됐다. 이번에도 1위는 황영웅이었다. 생방송 중 황영웅은 자신의 논란을 의식한 듯 계속 굳은 표정을 보였다.

1위 소감으로는 “감사드리고 죄송합니다. 제가 다음 주 최종 1위가 되면 상금에 대해서 사회에 기부를 하고 싶습니다. 이런 말씀 전해드리고 싶었습니다”라고 말했다. 


결국 하차
늦은 사과

논란을 명확히 인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애매한 이날 발언은 되레 구설에 올랐다. 일부 시청자들은 “2라운드가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우승을 논하며 기부 이야기를 꺼낸 건 부적절했다”고 지적했다.

제작진의 편집 방향도 도마 위에 올랐다. 폭행 논란이 있는 출연자가 평소처럼 등장하는 게 온당하냐는 질타가 이어졌다. 실제로 황영웅은 이날 방영분에서도 얼굴 클로즈업, 미소 등의 장면이 지속적으로 등장했다. 황영웅의 무대에 대한 호평과 찬사 등도 평소와 다를 것 없는 비중으로 전파를 탔다. 

일각에서는 제작진이 고의로 ‘소극적 결단’을 내렸다는 의심이 나왔다. 황영웅이 프로그램 흥행을 이끈 주요 참가자다 보니, 제작진이 시청률 하락을 우려해 그대로 방송에 내보낸 것이 아니냐는 것.

들불처럼 번진 논란은 쉬이 가라앉지 않았다. 결국 황영웅은 지난 3일 새벽 자신의 SNS에 글을 올려 하차 의사를 전했다.

그는 “결승에 들어간 상황에서 저로 인해 피해를 끼치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지난 방송에 참여하면서 너무나 많은 생각이 들었다. 어린 시절 일이라고 변명하지 않겠다. 지난 시간을 돌아보며 반성하고, 오해는 풀고, 진심으로 사과하겠다”며 “저로 인해 상처받으셨던 분들께 진심으로 용서를 구한다”고 적었다. 

같은 날 제작진은 공식 입장문을 내고 “어젯밤, 참가자 황영웅씨가 경연 기권 의사를 밝혀옴에 따라 본인의 의사를 존중하여 자진 하차를 받아들이기로 최종 결정했다. 그간 파악할 수 있는 최대한의 정보를 바탕으로 가능한 한 모든 경우의 수를 숙고했고, 최선의 경연 진행 방식이 무엇일지 고민했다”고 밝혔다.

이어 “마지막까지 공정하고 투명한 오디션이 되도록 만전을 기할 것을 약속드린다”며 “앞으로 제작진의 공정성에 대한 확인되지 않은 의혹과 사실이 아닌 부분에 대해서는 단호히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빗발치는 하차 요구 속 결승 1차전 강행 
결국 “용서 구한다” 입장문…뒤늦게 하차

제작진은 지난 7일 방영된 결승 2차전 방영분에서도 황영웅 논란과 관련해 재차 사과했다. 이날 MC 도경완은 “프로그램과 관련해 심려를 끼쳐드린 점 제작진을 대표해서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 드린다. <불타는 트롯맨> 전 출연자와 제작진은 끝까지 공정하게 마무리될 수 있도록 방송 종영 시점까지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황영웅은 오디션 종료 후 예정된 참가자 전국 투어 콘서트에서도 빠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당장의 논란은 황영웅과 제작진이 종영 직전 하차를 선택하면서 일단락되는 모양새다. 하지만 모든 게 끝난 건 아니다. 여론은 수많은 피해담 사이에서 여전히 옥석을 가려내고 있다. 제기된 의혹 중 몇 가지가 더 사실로 확인되면 황영웅은 추후 활동 가능성조차 불투명해진다. 

더군다나 황영웅은 이미 자숙 없이 활동을 이어가려는 낌새를 보이며 대중의 비판에 직면한 상황이다.

지난 7일 이진호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자진하차 황영웅 <불타는 트롯맨> 결단 비하인드 | 김갑수 옹호에 분노하는 이유’라는 제목의 영상을 공개했다.

그는 영상에서 “공교롭게도 <불타는 트롯맨>의 우승자보다 황영웅의 비하인드를 궁금해하시는 분이 많다. 그래서 알려지지 않은 비하인드를 전하겠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영상에서 황영웅이 하차 당시 게시한 글 일부를 분석했다. 이진호는 “사과문에서 핵심적인 내용은 ‘저는 이제 경연을 끝마치려고 한다’”라며 “통상적으로는 ‘활동 중단’이라는 글귀가 들어간다. 하지만 피해자분들이 가장 화가 났던 게 자숙이라는 이야기가 전혀 없었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또 “그러니까 이 글귀의 뜻은 ‘내가 결승전에 참가하지 않는 것으로 과오를 씻겠다’는 거다. 자숙? 없다. 피해자에 대한 사과도 하겠다고는 하지만 일주일이 지난 지금까지도 직접적인 연락은 없었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발 뻗고
못 잔다

그는 ‘황영웅이 완전 퇴출됐다. 권선징악이라고 보는지’라는 누리꾼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잘라 답했다. 이진호는 “실제로 황영웅은 팬들을 상대로 팬미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황영웅이) 방송에는 나오지 못하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해 팬들 사이에서 동정 여론이 일었다”며 “팬미팅이라도 진행되면 황영웅은 엄청난 돈을 벌 수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jeongun15@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불타는 트롯맨’ PD 전작 살펴보니…학폭 ‘얼룩’ 여럿

대중은 황영웅의 과거사와 함께 <불타는 트롯맨> 제작진의 과거 이력에도 주목하고 있다.

연출을 총괄한 PD가 과거 맡았던 프로그램에서 출연자 학교폭력 의혹이 수차례 일었기 때문이다. 

해당 PD는 2013년 방영된 SBS 예능 <송포유> 제작에 참여했으며, 이후 2020년 방영된 <미스트롯2>, 올해 방영된 <불타는 트롯맨> 등을 연출했다. 

아울러 프로그램들이 해당 출연자들에 대한 ‘깔끔한 대처’를 보여주지 못한 것도 비판 대상이다.

해당 PD를 둘러싸고 “학교폭력 피해자에 관한 공감 능력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우선 <송포유>는 일진과 비행청소년으로 팀을 꾸려 합창대회에 나가고, 이를 통해 이들의 ‘개과천선’을 꾀한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방영 당시 출연자에 관한 여러 논란이 터졌고, 프로그램은 ‘일진 미화 논란’에 휘말렸다.

특히 이들에게 학교폭력을 당한 피해자들은 이들이 방송에 나온 모습을 보고 “2차 가해를 당해 고통스럽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미스트롯2> 역시 재소환됐다.

이번 황영웅 사태와 마찬가지로, 당시 유력 우승 후보였던 진달래 또한 학교폭력 가해 의혹이 불거지면서 자진 하차했다.

이때도 제작진의 편집 방향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방송 통편집이 대신, 학폭 가해자가 프로그램에 피해가 가면 안 된다는 선의를 보이며 하차하는 모습을 담았다는 지적이다. <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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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