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서 못 잡는’ 학폭 공소시효의 한계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3.03.20 14:36:19
  • 호수 141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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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힘 있는 놈들의 나라”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학교는 학생들이 사회에 나갔을 때 성인으로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지식을 가르치는 교육기관이다. 하지만 어떤 학생에게 학교는 ‘폭력’의 장소다. 학교폭력을 당한 이들은 스스로를 ‘생존자’라고 부른다. 

교육부는 지난해 9월6일 16개 시도교육감이 초·중·고등학교 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2년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피해 응답률은 1.7%인 5만4000명으로 2021년에 비해 0.6%p 증가했다. 학급별로는 ▲초등학교 3.8% ▲중학교 0.9% ▲고등학교 0.3%로 나타나, 모든 학교서 학교폭력이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다. 피해 유형별 응답 비중은 언어폭력(41.8%), 신체폭력(14.6%), 집단따돌림(13.3%) 순이었다.

드라마
한 편으로…

과거에는 학교폭력 심각성이 조명되지 않았으며 가해자 처벌 수위도 솜방망이 수준이었다. 피해자를 두고 “당한 사람이 잘못” “당한 데는 다 이유가 있을 것” “철없는 애들끼리 장난친 것” 등으로 치부되기 일쑤였다.

그러다가 2020년대부터는 학교폭력이 ‘절대 해서는 안 되는 범죄’라는 인식이 자리 잡혔다. 특히 최근 넷플릭스서 방영한 드라마 <더 글로리>가 큰 인기를 끌어 학교폭력 심각성을 다시 인지시켰다.

학교폭력 피해자들은 평생 잊을 수 없는 상처를 가슴에 안고 살아야 한다. 학교폭력이나 그에 준하는 따돌림으로 피해자 자존감이 심각하게 훼손되고, 심각한 경우는 평생을 정신질환에 시달리게 된다. 자해 내지는 극단적 선택을 하거나, 심한 폭행을 당한 경우 영구적인 장애나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등의 질병으로 정상적인 일상생활을 하기 힘들다.


피해자가 겪는 고통에 비해 가해자는 평범하게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 자신이 학교폭력 가해자라는 사실을 잊고 산다. 몇몇 가해자는 피해자를 찾아가 용서를 빌기도 하지만, 그런 경우는 흔하지 않다.

정부는 학교폭력을 예방하기 위해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을 만들었다. 해당 법 제20조(학교폭력의 신고 의무)에는 ‘학교폭력 현장을 보거나 그 사실을 알게 된 자는 학교 등 관계 기관에 즉시 신고해야 한다’ ‘신고받은 기관은 가해 학생 및 피해 학생 보호자와 소속 학교장에게 통보해야 한다’고 기재돼있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학교폭력 피해자가 자신의 피해 사실을 알리는 신고를 하는 것도, 부모에게 자신이 겪은 피해 사실을 알리기도 어렵다. 신고 후 2차 가해가 있을 수도 있고, 신고 이후 가해자와 피해자가 분리되지 않는 상황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촉법소년 연령 기준으로 경찰에 신고해도 소용없다.

학교생활 내내 끔찍했던 폭력 피해
고소장 접수했지만…공소시효 8개월

이런 상황이 복잡하게 작용해 학교폭력 피해자는 성인이 된 후 가해자를 상대로 학교폭력 고소장을 접수한다. 그러나 이 시기는 사건 공소시효가 임박했거나 지난 상황이 많다.

부산서 미용실을 운영 중인 A씨는 학교폭력 피해자다. A씨는 초‧중‧고등학교를 경남의 한 지역에서 다녔고 12년 동안 학교폭력을 당했다. A씨는 자신을 ‘생존자’라고 부른다.

A씨는 현재 학교폭력 후유증으로 ▲대인관계 형성 어려움 ▲불안장애 ▲불면증 ▲우울증 등으로 정신과에서 1년간 치료 중이다. 게다가 현재까지 알 수 없는 복통을 앓고 있다. 학교폭력은 초등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전 기간 동안 당했다. 종류는 ▲집단따돌림 ▲폭행 ▲특수폭행 ▲상해 ▲특수상해 ▲모욕 ▲갈취 등이다. 


A씨는 “오랜 기간 폭력에 노출돼 정확한 날짜를 기억하지 못한다”며 자신이 당한 학교폭력을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거슬러 올라가 설명했다. 

초등학교 1학년 입학 때부터 A씨는 집단따돌림을 받았다. 같은 반 남학생 친구는 A씨를 교실의 초록색 칠판 가운데 데려다 놓고 발로 찼다. A씨가 아프다고 비명을 지르기 전까지는 폭력이 멈추지 않았다.

쉬는 시간이면 아이들은 A씨를 향해 지우개, 연필, 볼펜, 교과서, 의자 등을 던졌고 A씨의 교과서와 실내화를 화장실 변기통에 집어넣었다. 어떤 날은 실내화 안에 압정을 넣어서 실내화를 신다가 발을 다쳤다. 괴롭힘은 날이 갈수록 심해졌다.

A씨 어머니는 A씨가 학교폭력에 힘들어한다는 것을 눈치채 A씨를 인근에 있는 다른 초등학교로 전학 조치했다.

총 12년
“생존자”

전학으로 끝날 줄 알았던 학폭이었으나 이는 희망사항일 뿐이었다. 전학 간 곳의 친구들은 A씨를 두고 “얘, ○○초등학교에서 왕따당해서 전학해온 거래. 더럽고 냄새가 난다”며 욕설과 구타를 수차례 가했다. 무리 지어서 노는 애들은 A씨를 두고 “○○ 바이러스”라고 불렀다.

근처에 A씨가 있으면 일부로 어깨를 강하게 밀쳤고, 체육시간에는 A씨 머리 위로 모래를 뿌리거나 돌을 던졌다. 같은 반 아이 중 한 명은 A씨 어머니를 직접 본 적이 있는데, 얼굴의 붉은 점을 보고 “다리미로 지졌다. 병○ 아니냐”며 모욕적인 발언을 이어나갔다.

남학생은 A씨를 무자비하게 폭행하고, A씨가 지나가면 때리려는 행동을 취했다.

학교폭력은 중학교 입학 후 더 심해졌다. 초등학교 때부터 괴롭혔던 아이들이 그대로 중학교로 갔던 탓이다. 그들은 A씨의 물건을 함부로 가져갔고, 샤프로 A씨의 몸을 찌르는 등 폭행을 일삼았다. 한 번 폭행을 시작하면 10분 이상 지속됐고, 교과서를 찢는 것은 흔한 일이었다. 체육복과 교과서를 훔치는 일도 종종 발생했다.

쉬는 시간에는 화장실로 A씨를 끌고 가 변기에 A씨의 얼굴을 넣으려고도 했다. 같은 반 학생은 47명으로 직접 괴롭히진 않았지만 A씨를 피했다. A씨가 같은 반 아이와 친하게 지내려고 노력하면 “쟤, 왕따다”고 말해 훼방을 놨다.

이동 수업 중 쉬는 시간에는 화장품을 A씨 머리 위에 붓고 분무기를 머리에 뿌렸다. 선생님이 오자 A씨의 머리를 털어주는 척 화장실에 데려갔다. 화장실에서는 다시 A씨를 무자비하게 폭행했다. 머리와 배, 다리, 등 위주로 여러 차례 폭행했다.

보호 뒷전
무방비 노출


이때부터 A씨는 학교를 벗어나기 위해 제과제빵 학원에 다녔다.

고등학교서도 학교폭력은 지속됐다. 고등학생 때는 같은 반 아이가 수업 중 A씨를 복도로 불러내 무자비한 폭행을 가했다. 

겁이 났던 A씨는 야간자율학습과 방과후수업을 들을 수 없었다. 5교시 수업을 마치면 곧바로 다른 지역 미용학원에 다니면서 자격증을 땄다. 대회가 있으면 무조건 참가해 상을 받았다. A씨에게 미용은 학교서 도망치는 수단이었다. 

미용은 꿈이 아니라 생존수단이었다.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집에서 새벽 2시까지 연습했다.

고등학교 2학년이 되자 폭력 수위가 높아졌다. 같은 반 아이 한 명은 A씨의 자물쇠 다이어리를 갈취해 교실에서 큰 소리로 내용을 읽었다. A씨가 하지 말라고 말리자, 욕을 하며 A씨의 머리채를 잡았고 다이어리 모서리 부분으로 A씨 어깨 쇄골 부분을 2차례 가격했다. 그리곤 다이어리를 던진 뒤 뺨을 때리고 무릎으로 A씨 배를 올려 찼다.

A씨는 가해자를 상대로 현재 특수상해죄로 고소장을 접수해 수사가 진행 중이다. 문제는 이 사건의 공소시효가 5월과 11월이라는 점이다. 그전에 있었던 사건은 이미 공소시효가 지났다.


경찰 신고해도 막을 수 없는 가해자
“잔혹성은 나이를 가리지 않아” 지적

피해자가 보호받지 못하는 사례도 있다. B양은 지난해 4월, 한 학년 위 선배로부터 학교폭력을 당했다. 그 선배는 B양이 다니던 학원에 장애가 아이를 향해 신체 비하 발언을 했고, 지나다니며 치거나, 욕을 했다. 선배는 계속해서 욕하면서 길을 막았다.

B양이 지나가다가 선배 얼굴에 오른쪽 팔 옷이 스쳤다. 순간 선배는 “너 애미가 그렇게 가르쳐서 행동이 그렇냐? 죽여버리겠다”고 협박했다.

옆에 있던 아이들이 놀라 관리자에게 말했고, 가해자에게 사과하라고 했지만 사과하지 않았다. 오히려 B양을 보면 “죽여버린다. 한쪽 팔이 없어져야 한다”고 협박했다. 하원 후 가해자는 B양을 따라와 팔을 때리며 “집에 가서 말하면 죽는다. 경찰에 신고한다”고 협박했다.

가해자는 B양의 집까지 찾아와 유리창에 돌을 던져 금이 가게 했다. B양 부모가 학교에 해당 사실을 전달했지만 연락이 오지 않았다. 경찰서에 신고한 후에도 마찬가지였다.

이처럼 학교폭력 피해자는 무방비하게 폭력 상황에 노출된다. 부모가 직접 나서도 피해를 막기 힘들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학교폭력에만 ▲공소시효 폐지 ▲촉법소년 폐지 ▲무죄추정의 원칙에서 피해자 입장 중시 ▲사실적시 명예훼손 폐지 ▲가해자로부터 피해자 완벽 분리를 주장하고 있다.

결국 학교폭력은 ▲피해자와 가해자가 한 공간에 만날 수밖에 없는 것 ▲피해자가 학생일 때 문제 제기를 하기 어려움 등의 공통점 때문에, 일반 사건과 동일한 법을 적용하면 안 된다는 의견이다.

이제 와서?
반성은커녕…

A씨는 “학교폭력의 잔혹성은 나이를 가리지 않는다. 나는 고등학생 때 당한 학교폭력이 가장 최근이지만, 기억은 초등학생 때 겪은 학교폭력이 가장 선명하다. 제발 어리다고 법의 잣대를 피해 가지 않길 바란다. 내가 겪은 사건은 8~9년 지난 사건”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소시효가 지났는데, 그 당시 가해자는 반성은커녕 ‘기억이 안 난다’ ‘지어내지 말라’ ‘스토커 신고하겠다’고 말한다. 이건 가해자의 부모도 마찬가지”라며 “나는 재난을 겪었다고 생각한다. 재난에는 이유가 없다. 그러니 앞으로 내 아이가 학교폭력에 노출되지 않도록 도와달라. 사람이 만든 재난은, 사람이 막을 수 있다”고 호소했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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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특집 - 백운비의 천기누설> 병오년 국운 대예측

[설 특집 - 백운비의 천기누설] 병오년 국운 대예측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다사다난한 한 해가 지나고 2026년 새해가 밝았다. 병오년(丙午年), 불의 기운을 가진 말띠의 해다. 불처럼 열정적이고 도전적인 에너지가 강한 해라는 의미다. 그러나 치솟는 불길이 되레 화가 될 모양이다. 올해를 둘러싼 경제 전망이 밝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대한민국은 또 하나의 고비를 넘는 중이다. 과연 국민들은 이 보릿고개를 넘을 수 있을까? <일요시사>가 백운비 역리원장을 만나 병오년 대한민국 국운의 흐름을 들어봤다. 대한민국의 공기는 무겁다. 정치·경제·사회 어느 한 분야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반적인 흐름이 동시에 눌린 듯한 느낌이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이어진 장기화된 경기침체와 고환율·고물가 상황은 국민들의 일상을 짓누르고 있다. “이보다 더 나빠질 수 있느냐”는 말이 심심치 않게 나오고, 일터에서는 “버티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는 체념 섞인 반응이 늘어났다. 나빠지다… 치솟는 불길 백운비 원장은 최근 몇 년간 국민들이 체감하는 삶의 무게가 급격히 달라졌다고 봤다. 그는 불과 10년 전 국운이 비교적 안정돼 있을 때만 해도 대체로 먹고사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고 회상했다. 당시에는 동네 구멍가게조차 유지가 가능하다는 말이 자연스럽게 통용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표현이 더 이상 성립하지 않는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후 약 9년간 국운이 점진적으로 나빠지는 흐름이 이어졌다고 봤다. 역리학적으로 보면 2026년은 ‘양화(陽火)’의 기운이 강하게 작용하는 해다. 불의 기운은 본래 위로 치솟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상황이 열려 있을 때는 성장과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막힌 상태에서 불기운만 강해질 경우 화(禍)로 작용하기 쉽다. 백 원장은 “양화가 득세하면 좋은 것도 함께 올라가야 길한데, 지금은 차단된 상태에서 불만 위로 치솟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흐름 속에서는 분노와 충돌, 사회적 마찰이 빈번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불교에서 말하는 화마(火魔)와 비슷한 형국”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사회 곳곳에서 갈등과 충돌이 잦아지고, 사소한 문제도 쉽게 감정싸움으로 번지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백 원장은 “열은 많은데 출구가 없을 때 가장 위험하다”며 “2026년은 바로 그런 해”라고 진단했다. 그는 2026년 국운을 ‘사통팔달(四通八達)’이 막힌 상태’에 비유했다. 사통팔달은 사방으로 통하고 여덟 갈래로 길이 열려 있다는 뜻이다. 예부터 역리에서는 운이 좋을 때를 사통팔달에 비유해 왔다. 길이 열려야 사람이 움직이고, 움직여야 살 길이 생긴다는 논리다. 반대로 사통팔달이 막혔다는 것은, 아무리 애를 써도 빠져나갈 통로가 없다는 의미다. 백 원장은 “전쟁이 나면 피난을 가야 하는데, 산도 물가도 사람 속도 안전하지 않은 형국”이라며 “움직일수록 위험하고, 가만히 있어도 불안한 구조”라고 설명했다. 그는 “운이라는 것은 원래 사통팔달이 돼야 한다”고 했다. 사방이 열려야 길이 나고, 여러 가지가 순환하며 성취가 생긴다는 뜻이다. 그러나 올해는 “사방이 막혀 있다”고 봤다. 그래서 “갈 곳이 없다. 헤맨다”고 표현했다. 이와 관련해 그는 정감록에 등장하는 ‘인근불·산근불·수근불’이라는 구절을 언급했다. 사람 속으로 가도 안 되고, 산으로 가도 안 되며, 물가로 가도 안 된다는 뜻으로, 결국 도망칠 곳이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 백 원장은 이를 오늘의 국운에 빗대어 출구 자체가 막혀 있는 구조로 해석했다. 이 막힘이 가장 먼저 드러나는 곳이 경기라고 했다. 백 원장은 현재의 경제 상황을 두고 “돈이 없는 게 아니라 돈이 돌지 않는 구조”라고 말했다. 경제의 본질은 순환인데, 지금은 그 순환 고리가 곳곳에서 끊어졌다는 것이다. “에너지·부동산·건설이 유일한 해법” “뛰어난 인재 등용으로 위기 관리해야” 불안이 커질수록 소비가 줄고, 소비가 줄면 기업은 투자를 멈춘다. 이 과정이 반복되며 경제 전체가 점점 움츠러드는 악순환에 빠졌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경제 지표만 놓고 보면 아직 버틸 여지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외환보유액은 일정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수출 역시 완전히 꺾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국민들이 느끼는 현실은 다르다. 자영업자들은 하루하루 버티는 데 급급하고, 직장인들은 월급날이 와도 통장이 스쳐 지나갈 뿐이라는 반응을 보인다. 청년층 역시 미래 계획보다 당장의 생존을 먼저 고민하는 상황이다. 백 원장은 이런 체감경기가 쫓기고 쫓는 구조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빚을 갚아야 하는 쪽은 쫓기고, 물건을 팔아야 하는 쪽도 쫓기며, 소비자는 사기 위해 애쓰고 사업자는 버티기 위해 애쓴다. 몸과 마음을 다 써도 역부족을 느끼는 사람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다만 그는 2026년을 ‘마지막 고비’라고 표현했다. 고비가 있다는 말은 넘어설 구간이 있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넘는 방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백 원장이 올해를 ‘양화’로 설명한 부분도 같은 맥락이다. 음화가 따뜻한 햇볕이나 곁불에 가까운 성격이라면, 양화는 활활 타오르는 불처럼 강도가 크다는 것이다. 불기운은 본래 위로 치솟는 성질이 있어, 표면적으로는 ‘올라가는’ 현상으로 나타난다. 경제가 올라가고 산업이 살아나고 활력이 돌면 좋은 일이다. 하지만 백 원장은 지금의 국운이 이미 ‘차단’돼있다는 점을 문제로 들었다. 즉, 불이 치솟는데 출구가 막혀 있으면 그 불은 성장의 동력이 아니라 ‘화마’처럼 작동할 수 있다는 경고다. 그는 “화기가 중천한다”는 표현을 쓰며, 이 기운을 제대로 다루지 못하면 사회 전반에 과열과 충돌, 갈등이 함께 치솟을 수 있다고 봤다. 그렇다면 해법은 없는걸까? 백 원장은 “답이 없는 해는 없다”며 화와 상생하는 것이 바로 토(土)와 목(木)이라고 설명했다. 백 원장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방침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했다. 여기서 방침은 곧 정책이다. 그는 답을 세 갈래로 정리했다. 에너지, 부동산, 건설이다. 백 원장은 “이 세 가지가 유일한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가장 강조한 해법 중 하나는 에너지 정책이다. 국내외 산업과 수출입 구조에서 에너지 비용과 수급이 흔들리면 경제 전체가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그는 “에너지 정책을 중심에 두고 전략적으로 관리해야 국가 경제의 체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사통팔달 생존 급급 부동산에 대해서는 규제로 묶어두는 접근을 경계했다. 자금이 회전하지 않으면 내수가 얼어붙고 체감경기는 더 악화된다는 이유에서다. 그가 말한 부동산은 단순한 주택 거래에 국한되지 않았다. 농지, 임야, 전답 등 토지 전반과 농업 관련 규제, 지역 단위 개발과 거래 규제까지 포괄하는 개념이다. 이 같은 규제가 완화돼야 농업과 지역 경제가 살아나고, 내수 회복의 여지가 생긴다는 논리다. 부작용이 따르더라도 순기능이 더 크다면 이를 관리하면서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건설 분야 역시 중요한 고리로 제시됐다. 백 원장은 오행의 상생 논리를 들어 불기운이 강해지는 해에는 ‘목(木)’이 연동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건설은 단순히 건물을 짓는 행위가 아니라 자재, 설비, 인력, 금융 등 연쇄 산업이 함께 움직이는 분야다. 부동산과 건설을 동시에 움직이게 하면 파급 효과가 크다는 것이다. 백 원장은 자산 형성의 사다리가 막히면 젊은 층의 기대가 꺾이고 사회 전반의 활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정책의 방향만큼이나 이를 실행할 ‘사람’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인재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같은 정책도 전혀 다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백 원장은 이재명 대통령의 개인 운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개인의 운만으로 국운을 뒤집을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 때문에 그는 2026년을 두고 “성군(聖君)이 나오기 어려운 해”라고 단언했다. 국운이 나쁜 시기에는 누구든 성과를 내기 어렵고, 성군이 나오기 힘든 구조라고도 했다. 연산군과 광해군을 예로 들며, 국운이 기울어진 시기에 즉위한 지도자에게는 선택지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런 구조에서는 누가 자리에 앉아도 비판을 받기 쉬운 환경이 형성된다고 봤다. 정치권 전반에 대해서는 국운의 분산이 갈등을 증폭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힘이 한 곳에 모이지 못하면 작은 사안도 쉽게 정치적 충돌로 번지고, 여야를 넘어 같은 진영 내부에서도 분열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상황을 두고 “양분과 분열의 해”라고 표현했다. 양분(兩分)은 둘로 나뉜다는 뜻이지만, 현실에서는 둘로 끝나지 않는다. 둘로 갈라진 뒤 다시 갈라지고, 결국 여러 갈래로 흩어진다. 백 원장은 “이럴 때 정치권은 합치자는 말은 많아도, 실제로는 더 쪼개지는 흐름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2026년 정치 지형에 대해선 “높이 쌓아 올린 알이 언제 깨질지 모르는 형국”이라고 비유했다. 겉으로는 안정돼 보일 수 있지만, 작은 충격에도 균열이 날 수 있다는 의미다. 권토중래 전복후괴 백 원장은 “군계일학(群鷄一鶴)”을 꺼냈다. 무리 속에서 돋보이는 한 사람, 즉 뛰어난 인재를 등용해 위기를 관리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런 해일수록 백 원장이 가장 강조한 것은 ‘인사(人事)’다. 국운이 나쁠 때는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판단이 흐려지기 쉽기 때문이다. 이럴수록 사람의 선택이 결과를 좌우하게 된다. 백 원장은 이 대통령에게 올해가 불안정한 만큼 ‘아첨하는 사람’이 늘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운이 나쁜 시기에는 이상하게도 권력자나 부자에게 빌붙어 아첨하는 행동이 늘어나고, 그 과정에서 배신과 척을 지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국제 정세에 대한 전망도 같은 결로 이어졌다. 백 원장은 특징으로 ‘분산(分散)’을 들었다. 힘이 한 곳으로 모여야 외부 압력을 버틸 수 있는데, 올해는 국운이 흩어져 힘을 제대로 쓰기 어렵다는 진단이다. 분산되면 허점이 드러나고, 허점이 드러나면 외부 공격이 들어온다는 논리다. 그는 이를 복싱에 비유했다. 복싱 선수가 가드를 올리면 상대가 쉽게 치지 못한다. 그런데 가드를 내리면 약점이 보이고 공격이 들어온다. 백 원장은 “우리가 튼튼하면 공격이 안 오는데 이번에는 들어온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공격은 군사적 충돌만을 뜻하지 않고, 외교적 압박과 경제적 공세, 국제 갈등의 심화까지 포괄하는 의미로 읽힌다. 그는 “외교 혼동과 시행착오로 갈등이 심화되고 외부의 압력과 공격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국제 분야에서의 대응책은 무엇이냐고 묻자, 백 원장은 다시 ‘사람’으로 돌아왔다. ‘철저한 방어 준비’가 필요하며, 그 방어를 위해 ‘인적 자원 파견’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해외로 사람을 내보내고, 현장에서 정보를 수집하고, 협상과 조율을 담당할 인재를 배치해 허점을 줄여야 한다는 취지다. 그는 “이번 해는 어느 해보다 인재 발굴이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국운이 바닥난 것이 아니므로 “틈새가 있다”고 했고, 그 틈새를 메우고 넓히는 것이 인재라는 뜻이다. “6월 지선 대대적 물갈이” “아첨하는 사람 조심해야” 오는 6월에 시행되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의 키워드는 권토중래(捲土重來)다. 권토중래는 “실패했던 사람, 포기했던 사람이 다시 분기해 세력을 찾는다”는 뜻이라고 풀었다. 다시 일어서고, 다시 판이 바뀌는 사례가 늘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번에 공천 못 받고 밀려났던 사람이 다시 부활하는 케이스’를 예로 들면서 “물갈이가 다 되는 건 아니지만 물갈이가 많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백 원장은 이 대통령에게 “전복후계(前覆後戒)”의 태도를 강조했다. 앞사람의 실패를 거울삼아 뒤의 사람이 경계한다는 뜻이다. 그는 이를 “전임 대통령의 실수를 경계 삼아야 한다”는 식으로 풀었다. 이는 이 대통령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장관·부처·기관·기업 대표 등 ‘조직의 책임자’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덕목이라고 했다. 즉, 불리한 국운의 해에는 새 일을 무리하게 벌이기보다, 전임의 실수와 실패를 분석해 같은 구멍에 다시 빠지지 않는 것이 우선이라는 주장이다. 국민들의 삶도 우려했다. 백 원장은 지난 몇 년간 국민 갈등이 극심했다는 문제의식에 동의하며, 2026년에는 그 갈등이 더하다고 했다. 그는 “운이 나쁜 해에는 인심이 각박해지며 배려와 용서가 줄고, 민감하고 예민해진 사회 분위기가 형성된다”며 “친했던 사람끼리도 견제 대상이 되고, 이해관계에 따라 적이 되는 일이 많아질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이를 ‘각자도생(各自圖生)’이라는 말로 표현하며, 각자도생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백 원장은 의지하는 대상이 있더라도, 무너질 수 있는 해이기 때문에 결국 자기 책임 의식을 더 가져야 한다는 취지다. 가족이나 가까운 관계조차도 현실의 무게 앞에서 시험대에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는 “이혼과 결별, 인간관계 단절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며 “경제적 불안과 심리적 피로가 겹치면 사회 문제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울감이나 분노 조절 문제 등 정신적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2026년은 몸보다 마음이 먼저 지치는 해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부익부빈익빈(富益富貧益貧), “부자는 더 부자가 되고 가난자는 더 못 살게 된다”고도 전했다. “마지막 고비다” 2027년에는 회복기로 들어선다. 백 원장은 “27년부터 회복기로 들어간다”는 취지로 말하면서도, 곧바로 후유증을 언급했다. 병이 나아도 후유증이 남듯이, 회복이 시작되더라도 이전의 고통이 흔적으로 남아 일정 기간 지속될 수 있다는 뜻이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