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감기약 사재기’ 음모론

‘따이공’이 다 쓸어간다고?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감기약이 귀한 시대다. 제약업계에선 생산량을 최대로 끌어올려 품귀현상 해소에 온 힘을 쏟았다. 이에 감기약 수급이 차츰 정상궤도로 올라서던 가운데, 중국발 변수가 터졌다. 최근 중국이 코로나19 대유행을 겪으면서 주변국의 감기약을 ‘싹쓸이’할 수 있다는 우려다. 실현 가능성은 적다 해도, 불안감은 여전하다. ‘마스크 대란’ 때의 기억이 생생한 탓이다.

국내 ‘감기약 대란’이 발생 1년여 만에 일단락되는 모양새다. 지난해 초 정부는 코로나 ‘오미크론’ 변이가 유행하자, 일반 관리군(무증상·경증 환자)을 재택 치료로 전환했다. 그러자 일반감기약 사재기 현상이 벌어졌다. 한때는 약국에서조차 감기약을 구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변이 유행

정부와 제약업계는 감기약 공급 안정화에 총력을 기울였다. 정부는 감기약 생산 증대 지원 방안을 잇달아 발표했고, 제약업계는 생산라인을 1년 내내 ‘풀가동’했다.

결국 지난해 말 들어 수급이 비교적 안정화됐다. 유독 사재기 현상이 심각했던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의 국내 공급량 역시 계속해서 정부 목표치를 넘기고 있다. 당초 정부는 지난달 주당 공급 목표량을 1661만정으로 잡았다. 지난달 실제 공급량은 1주차 3170만정·2주차 2201만정·3주차 1779만정에 달했다.

그런데 막판에 변수 하나가 급부상했다. 중국의 코로나 대유행 상황이 심상치 않다. 일각에서는 ‘따이공’이라고 불리는 중국 보따리상이 국내에서 감기약 사재기에 나설 것으로 우려한다.


현재 중국은 코로나 유행 이후 유례없는 혼란을 겪고 있다. 그동안 강력한 확산 방지정책(제로 코로나)을 고수하던 중국 정부는 지난달 7일 일명 ‘위드 코로나’로 방역 기조를 급전환했다. 상시 진행해오던 PCR 전수검사도 이날부로 중단됐다.

국제정세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가 지난해 11월 하순 극에 달했던 ‘반(反)제로코로나’ 시위를 의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후 중국 내 코로나 확진자는 걷잡을 수 없는 수준으로 불어났다. 정부가 확진·사망자를 정확히 집계하지 못할 수준이라는 진단도 나왔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지난달 26일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사망률 추이가 우리나라의 10배 이상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사망자가 너무 많다 보니까 추산도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 수급 안정화 추세…정부 목표 상회
중, 확산세 급등에 품귀…주변국 ‘불똥’

중국 정부는 코로나 관련 지표 공개를 중단했지만, 해외 의료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중국 내 코로나 확진자가 이미 2억명을 넘었다”는 추측이 지배적이다. 하루 확진자 수는 최소 2000만명에서 최대 3700만명에 달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확산세가 급증하면서 중국 내에서는 의약품 사재기가 횡행하고 있다. 중국 시민들은 코로나 관련 의약품뿐만 아니라 소독제, 심지어 비타민까지 모두 ‘싹쓸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중 일부는 코로나 치료제를 구하지 못해 암시장에서 인도산 복제약을 불법 구매하고 있다. 


문제는 확산세가 아직 정점에 다다르지 않았다는 점이다. ‘중국식 설날’인 춘절 연휴에는 수억명이 귀성길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 의료계는 중국 내 확산세가 춘절 직후 정점을 찍은 뒤 완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확산세가 진정되기 위해선 최소 3주 이상이 더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이에 덩달아 떠오르는 것이 ‘중국발 감기약 사재기’설이다. 이미 일본·싱가포르·대만 등 여러 중국 주변국에서 관련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홍콩 매체인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지난달 27일 “중국에서 온 고객들이 감기약을 쓸어가면서 일본 도쿄 약국들이 구매 제한제를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해당 보도에 따르면 코로나 증상 완화에 효험이 있다고 알려진 일본·홍콩 등의 현지 감기약은 이미 품귀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가격도 종전 대비 2~3배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는 배경이다. 실제로 우리나라 역시 과거 비슷한 상황에 부닥친 바 있다. 코로나 유행 초기였던 2020년, 중국인의 마스크 사재기 사례가 여럿 적발되면서 여론의 공분을 샀다.

2020년 3월17일 한 중국인이 국내에서 마스크 2만9000개를 사재기했다가 경찰에 적발됐다. 그는 마스크를 압수당할 위기에 몰리자, 결국 지역 학교에 전량 기부했다. 당시 정부는 적발 11일 전인 3월6일부터 ‘마스크 및 손 소독제 긴급수급 조정 조치’를 시행하고 있었다.

마스크 공급 불안정으로 일명 ‘마스크 배급’을 실시하던 시기였다.

당시 유사 사건이 계속 벌어지면서 진위 여부가 불투명한 ‘중국발 사재기 목격담’이 온라인을 중심으로 퍼졌다. 이후 2년여 만에 다시 비슷한 우려가 반복되고 있다. 국내 수급이 안정적이지 않은 상황이 불안감을 한층 더하는 배경이다.

조용히 출몰 싹쓸이 소문 왜?
국외반출 금지로 ‘이중 봉쇄’

현장 전언에 따르면 이는 전혀 실체가 없는 ‘단순 음모론’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실현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대한약사회는 지난달 중순 “현장에서 따이공이 도매상·제약사와 접촉해 감기약을 대량으로 사 가려 한다는 첩보가 들어왔다”고 밝힌 바 있다. 

과거 마스크 대란 때는 따이공이 명동 등지에서 박스째 구입해 나르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엔 아예 제약사·도매상의 정식 공급 내역에 잡히지 않는 물량을 대량 입수한다는 내용이다. 완전히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감기약은 ‘일반의약품’으로 분류돼 의사 처방 없이도 누구나 구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선 주변국 사례도 비슷한 상황에서 일어났다.

하지만 감기약 국외 대량 반출의 현실화는 결국 쉽지 않다는 게 정부와 제약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달 21일 “아직 감기약이나 마스크 수급에 문제가 생기지는 않았다. 다만 중국 상황이 급변하고 있어 면밀히 모니터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만약 코로나 초기처럼 사재기, 해외 대량 반출 등의 조짐이 보이면 국외반출 금지 조치가 다시 내려질 가능성도 있다”고도 덧붙였다.

관련 법에 따르면 1급 감염병의 유행으로 의약품 등의 급격한 물가 상승이나 공급 부족이 발생할 때, 보건복지부 장관이 공표한 기간 중 관련 물품의 수출을 금지할 수 있다. 현재 코로나는 2급 감염병으로 분류돼 법의 직접 영향권에서는 벗어나 있다. 다만 정부의 유사시 신속 대응 방안은 마련돼있는 셈이다.

제약업계 관계자 역시 “우리나라에서 의약품 유통은 상시 모니터링 대상”이라며 “사재기로 의심될만한 대량 이동이 발생하면 곧바로 추적할 수 있는 구조다. 감기약은 특히 ‘주요 관심 대상’인 만큼 정부의 눈을 피해 빼돌리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능한 얘기?


국내 중국인 입국 규모가 크게 감소한 덕에, 실제 사재기가 벌어져도 타격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국내에 들어온 중국인은 2만1669명에 불과했다. 코로나 유행 이전인 2019년 동 시점에는 45만1186명이 입국했다. 약 95.2% 감소한 수치다.


<jeongun15@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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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