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감기약 사재기’ 음모론

‘따이공’이 다 쓸어간다고?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감기약이 귀한 시대다. 제약업계에선 생산량을 최대로 끌어올려 품귀현상 해소에 온 힘을 쏟았다. 이에 감기약 수급이 차츰 정상궤도로 올라서던 가운데, 중국발 변수가 터졌다. 최근 중국이 코로나19 대유행을 겪으면서 주변국의 감기약을 ‘싹쓸이’할 수 있다는 우려다. 실현 가능성은 적다 해도, 불안감은 여전하다. ‘마스크 대란’ 때의 기억이 생생한 탓이다.

국내 ‘감기약 대란’이 발생 1년여 만에 일단락되는 모양새다. 지난해 초 정부는 코로나 ‘오미크론’ 변이가 유행하자, 일반 관리군(무증상·경증 환자)을 재택 치료로 전환했다. 그러자 일반감기약 사재기 현상이 벌어졌다. 한때는 약국에서조차 감기약을 구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변이 유행

정부와 제약업계는 감기약 공급 안정화에 총력을 기울였다. 정부는 감기약 생산 증대 지원 방안을 잇달아 발표했고, 제약업계는 생산라인을 1년 내내 ‘풀가동’했다.

결국 지난해 말 들어 수급이 비교적 안정화됐다. 유독 사재기 현상이 심각했던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의 국내 공급량 역시 계속해서 정부 목표치를 넘기고 있다. 당초 정부는 지난달 주당 공급 목표량을 1661만정으로 잡았다. 지난달 실제 공급량은 1주차 3170만정·2주차 2201만정·3주차 1779만정에 달했다.

그런데 막판에 변수 하나가 급부상했다. 중국의 코로나 대유행 상황이 심상치 않다. 일각에서는 ‘따이공’이라고 불리는 중국 보따리상이 국내에서 감기약 사재기에 나설 것으로 우려한다.


현재 중국은 코로나 유행 이후 유례없는 혼란을 겪고 있다. 그동안 강력한 확산 방지정책(제로 코로나)을 고수하던 중국 정부는 지난달 7일 일명 ‘위드 코로나’로 방역 기조를 급전환했다. 상시 진행해오던 PCR 전수검사도 이날부로 중단됐다.

국제정세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가 지난해 11월 하순 극에 달했던 ‘반(反)제로코로나’ 시위를 의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후 중국 내 코로나 확진자는 걷잡을 수 없는 수준으로 불어났다. 정부가 확진·사망자를 정확히 집계하지 못할 수준이라는 진단도 나왔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지난달 26일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사망률 추이가 우리나라의 10배 이상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사망자가 너무 많다 보니까 추산도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 수급 안정화 추세…정부 목표 상회
중, 확산세 급등에 품귀…주변국 ‘불똥’

중국 정부는 코로나 관련 지표 공개를 중단했지만, 해외 의료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중국 내 코로나 확진자가 이미 2억명을 넘었다”는 추측이 지배적이다. 하루 확진자 수는 최소 2000만명에서 최대 3700만명에 달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확산세가 급증하면서 중국 내에서는 의약품 사재기가 횡행하고 있다. 중국 시민들은 코로나 관련 의약품뿐만 아니라 소독제, 심지어 비타민까지 모두 ‘싹쓸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중 일부는 코로나 치료제를 구하지 못해 암시장에서 인도산 복제약을 불법 구매하고 있다. 


문제는 확산세가 아직 정점에 다다르지 않았다는 점이다. ‘중국식 설날’인 춘절 연휴에는 수억명이 귀성길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 의료계는 중국 내 확산세가 춘절 직후 정점을 찍은 뒤 완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확산세가 진정되기 위해선 최소 3주 이상이 더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이에 덩달아 떠오르는 것이 ‘중국발 감기약 사재기’설이다. 이미 일본·싱가포르·대만 등 여러 중국 주변국에서 관련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홍콩 매체인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지난달 27일 “중국에서 온 고객들이 감기약을 쓸어가면서 일본 도쿄 약국들이 구매 제한제를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해당 보도에 따르면 코로나 증상 완화에 효험이 있다고 알려진 일본·홍콩 등의 현지 감기약은 이미 품귀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가격도 종전 대비 2~3배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는 배경이다. 실제로 우리나라 역시 과거 비슷한 상황에 부닥친 바 있다. 코로나 유행 초기였던 2020년, 중국인의 마스크 사재기 사례가 여럿 적발되면서 여론의 공분을 샀다.

2020년 3월17일 한 중국인이 국내에서 마스크 2만9000개를 사재기했다가 경찰에 적발됐다. 그는 마스크를 압수당할 위기에 몰리자, 결국 지역 학교에 전량 기부했다. 당시 정부는 적발 11일 전인 3월6일부터 ‘마스크 및 손 소독제 긴급수급 조정 조치’를 시행하고 있었다.

마스크 공급 불안정으로 일명 ‘마스크 배급’을 실시하던 시기였다.

당시 유사 사건이 계속 벌어지면서 진위 여부가 불투명한 ‘중국발 사재기 목격담’이 온라인을 중심으로 퍼졌다. 이후 2년여 만에 다시 비슷한 우려가 반복되고 있다. 국내 수급이 안정적이지 않은 상황이 불안감을 한층 더하는 배경이다.

조용히 출몰 싹쓸이 소문 왜?
국외반출 금지로 ‘이중 봉쇄’

현장 전언에 따르면 이는 전혀 실체가 없는 ‘단순 음모론’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실현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대한약사회는 지난달 중순 “현장에서 따이공이 도매상·제약사와 접촉해 감기약을 대량으로 사 가려 한다는 첩보가 들어왔다”고 밝힌 바 있다. 

과거 마스크 대란 때는 따이공이 명동 등지에서 박스째 구입해 나르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엔 아예 제약사·도매상의 정식 공급 내역에 잡히지 않는 물량을 대량 입수한다는 내용이다. 완전히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감기약은 ‘일반의약품’으로 분류돼 의사 처방 없이도 누구나 구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선 주변국 사례도 비슷한 상황에서 일어났다.

하지만 감기약 국외 대량 반출의 현실화는 결국 쉽지 않다는 게 정부와 제약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달 21일 “아직 감기약이나 마스크 수급에 문제가 생기지는 않았다. 다만 중국 상황이 급변하고 있어 면밀히 모니터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만약 코로나 초기처럼 사재기, 해외 대량 반출 등의 조짐이 보이면 국외반출 금지 조치가 다시 내려질 가능성도 있다”고도 덧붙였다.

관련 법에 따르면 1급 감염병의 유행으로 의약품 등의 급격한 물가 상승이나 공급 부족이 발생할 때, 보건복지부 장관이 공표한 기간 중 관련 물품의 수출을 금지할 수 있다. 현재 코로나는 2급 감염병으로 분류돼 법의 직접 영향권에서는 벗어나 있다. 다만 정부의 유사시 신속 대응 방안은 마련돼있는 셈이다.

제약업계 관계자 역시 “우리나라에서 의약품 유통은 상시 모니터링 대상”이라며 “사재기로 의심될만한 대량 이동이 발생하면 곧바로 추적할 수 있는 구조다. 감기약은 특히 ‘주요 관심 대상’인 만큼 정부의 눈을 피해 빼돌리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능한 얘기?


국내 중국인 입국 규모가 크게 감소한 덕에, 실제 사재기가 벌어져도 타격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국내에 들어온 중국인은 2만1669명에 불과했다. 코로나 유행 이전인 2019년 동 시점에는 45만1186명이 입국했다. 약 95.2% 감소한 수치다.


<jeongun15@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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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