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소리 나는' 마스크 시장 현주소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2.05.11 08:41:58
  • 호수 1374호
  • 댓글 2개

잔칫집 꼬인 파리들 “다 죽겠네”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2019년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코로나19는 전 세계를 마비시켰다. 그러나 이 와중에도 호황을 누린 곳이 있다. 바로 마스크 회사다. 2020년 3월 정부는 코로나 방역 대책으로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발표했고, 그로부터 27개월이 지났다. 지난 2일부터 실외 마스크 의무화가 해제됐다. 마스크 회사의 호황은 이미 ‘과거의 영광’이 된 실정이다.

코로나19는 호흡기 감염질환으로, 감염자의 비말(침방울)이 호흡기나 눈·코·입의 점막으로 침투될 때 전염된다. 이를 막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가 마스크로, 코로나 초기 그야말로 ‘마스크 대란’이 일었다. 가장 큰 문제는 의료현장이었다. 코로나 최전방에서 싸우는 의료진 역시 마스크가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이런 상황에 일반 시민들이 쓸 마스크가 부족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반짝 호황

2020년 3월 임시국무회의는 마스크의 ▲공급 ▲생산 ▲원자재 ▲수출 ▲판매업자 등에 관한 내용이 주를 이뤘다. 그만큼 정부의 관심사는 ‘마스크’에 집중됐다. 마스크는 약국에서 판매했고 생년월일의 끝날을 맞춰 방문하면 구매할 수 있었다.

웃돈을 얹어야 마스크를 살 수 있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이런 조치에도 마스크를 사기 위해 길게는 1시간까지 약국 밖에서 줄을 서야 했고, 노약자나 직장인들을 위한 판매 날짜를 따로 지정하는 상황도 발생했다.

마스크 판매 수량도 1인당 3~5매로 제한돼, 온 가족이 다 나와서 마스크를 구매했다. 마스크 구매 가능 여부는 주민등록증으로 확인했다. 약국 입구에는 너무 쉽게 ‘마스크 매진’ ‘마스크 입고’ 등의 알림 문구를 확인할 수 있었다.  


대중교통 등을 포함한 실내·외를 비롯해 가족이 확진되면 집에서도 마스크를 써야 했다. 정부는 지속해서 ‘올바른 마스크 착용법’을 교육했고 무엇보다도 신속하게 마스크를 공급하는 데 주력했다.

마스크를 쓸 수 없는 영·유아들을 위해서 보육업계에 마스크를 현물로 지급하기도 했다. 2020년에는 코로나로 부도가 난 공장에 마스크 회사가 들어올 정도로 마스크 회사 창업에 열풍이 불었다. 

코로나 사태 초반 없어서 못 팔아
이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포화

2020년 9월15일에는 ‘마스크 긴급수급 조정조치’ 법률이 시행됐다. 현재는 삭제됐지만, 당시에는 마스크 판매에 대해 제한하는 항목이 있었다.

마스크 긴급수급 조정조치 제4조에는 ‘출고한 생산량 및 수출량 외의 것으로 판매업자가 같은 판매처에 대해 식약처장이 정하는 수량 이상을 같은 날에 판매하는 경우에는 식약처장에게 신고해야 한다’고 기재됐다. 제5조에는 ‘당일 생산량의 10%를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만 수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마스크의 원활한 공급을 위해서 제7조에는 ‘마스크 공적 판매처는 마스크 수급을 위한 정부 시책에 협조해야 하며,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공적 판매처에 마스크 수급을 위해 필요한 명령을 할 수 있음’을 기재해 마스크가 부족한 상황을 대비했다. 

이런 상황에 발맞춰 산업용 섬유 전문기업으로 마스크 제조업은 주가가 급등했다. 대표적으로 웰크론은 코로나가 발병하기 전 4000원에 못 미쳤던 주가가 코로나 국내 첫 환자가 발생한 2020년 1월20일 급등했다. 2020년 2월 6000원을 넘겼고 그해 8월20일 9030원까지 치솟았다. 


치솟은 주가는 그때뿐이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마스크 관련주 주가는 모두 2020년 고점을 찍고 현재는 -50% 이상의 등락률을 보였다. 웰크론이 2020년 고점에 9030원을 보였고 지난달 29일 기준 3970원을 등락률이 -56%다. 

거의 모든 마스크 관련 주가가 내려가고 있는 상황으로, 레몬은 2020년 고점에 주가가 2만3200원이었다. 지난달 29일 기준 4465원으로 떨어져 등락률 -80.8%을 기록해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코로나로 본 반짝 특수효과는 너무 빨리 사라졌다. 물론 마스크 회사들이 코로나 초기에 부족한 마스크 공급에 도움을 줬지만, 블루오션으로 인식된 마스크 회사가 우후죽순 생겨난 것 자체가 문제였다.

지난달 29일 식품의약안전처에 따르면 현재 국내 마스크 생산업체 수는 2020년 1월 말 137개소에서 지난 3월 말 1595개소로 10배 이상 증가했다.

해외는 이미 중국이 장악
국내 줄폐업 우려 속 비명

공식 인증을 받지 않은 업체까지 합치면 5000여개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된다. 코로나 초창기에 마스크 대란이 벌어지자 정부가 마스크 제조업체 설립 허가를 간소화한 영향도 있다.

경북 구미의 경우 2020년 ‘반짝 특수’로 생긴 마스크 제조업체가 100여곳에 달한다. 하지만 제조업체 난립으로 경쟁이 심해지고 수익성 악화로 하나둘씩 문을 닫았다. 현재 남은 곳은 20여곳 정도다.

지금 남아있는 곳이라고 상황이 좋진 않다. 살아남은 것이 아니라 억지로 버티고 있다는 설명이 정확할 것이다. 악성 재고의 덤핑처리 물량 등으로 마스크 공급가격이 크게 하락했다. 

구미산단 내 한 마스크 제조업체 관계자는 “마스크 공장이 너무 많이 생겼고 물량이 대량으로 풀려 가격 하락이 심각하다. 줄줄이 폐업한 공장들의 ‘땡처리 마스크’까지 쏟아져 심각한 경영난이 이어지고 있다. 이젠 탈마스크 시대마저 도래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지었다. 

업종 변경도 쉽지 않다. 마스크 생산설비에 대당 1억5000만원에서 2억원 정도의 돈이 들었기 때문이다. 경기 화성의 한 마스크 회사는 2020년 3월 하루 생산량이 15만개였으나 최근에는 3만개로 줄었다. 시중에 마스크 재고가 넘쳐나고, 신규 주문은 거의 들어오지 않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 일부 업체가 해외시장에 도전하려고 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미 중국에서는 값싼 마스크를 전 세계에 대량으로 공급했고, 해외시장은 이미 중국이 선점했다.

중국 마스크 시장 규모는 한화로 약 1조6962억원을 넘어섰고, 중국 기업은 2만1000곳이 넘는다. 중국에서 의료용 마스크 생산 자격을 갖춘 기업은 350여곳에 불과하고 품질도 떨어진다. 그러나 가격은 국내산 마스크와 비해 3분의 1수준이다. 


대책 절실

현재 국내 마스크 회사는 앞길이 막막한 상황이다. 석호길 한국마스크산업협회 회장은 “코로나 초기에는 국내 마스크 수급 문제로 수출이 금지돼 국내 생산업체들이 세계시장 진입 시기를 놓쳤다”며 “지금이라도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수출 장려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마스크 업계는 무너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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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