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버 페이스’ 윤석열-정진석 불편한 동행 내막

‘아군? 적?’ 선 넘은 과잉 충성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국민의힘은 모두 자기 정치가 하고 싶은 걸까.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다. 국민의힘 정진석 비대위원장이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차기 당권주자로 자신을 봐 달라는 시그널을 보내는 모양새다. 윤 대통령은 일단 힘을 실어줬지만 불편한 기색도 내비치고 있다. 

국민의힘 정진석 비대위원장이 전국 당원협의회 조직 재정비를 예고하면서 당 안팎에서 긴장감이 감돈다. 국정감사가 끝나는 시점에 현재 공석인 사고 당협의 위원장을 새로 선임하고, 당무감사를 진행해 기존 위원장들도 대거 교체하겠다는 방침이다. 국정감사가 끝난 뒤, 전당대회 시즌으로 돌입하는 시기에 당협 줄세우기라는 우려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친윤(친 윤석열) 주도의 물갈이라는 평가가 내려진다. 

대대적인
조직 재정비

이런 탓에 당내 혼란과 분열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당 안정화를 꾀하기 위해 비대위가 출범했지만, 비대위가 혼란을 불러오는 셈이다. 현재 국민의힘의 전국 당협 253곳 중 6개월 이상 위원장이 공석인 사고 당협은 68곳에 이른다. 수치로 환산하면 27% 정도다.

이와 함께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 시절 내정된 16곳의 당협위원장 역시 교체하는 대수술에 착수할 예정이다. 이미 내정됐지만 최고위 의결이 이뤄지지 않아서 새로 공모해야 한다는 게 이유다. 한발 더 나아가 정 비대위원장은 필요에 따라 전체 당협에 대한 당무감사를 실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비대위의 첫 과제치고는 상당히 중대한 사안이다.


또 국정감사가 끝나는 대로 조직강화특별위원회도 구성할 계획이다. 정 위원장이 당 조직 정비를 서두르는 이유는 윤심 세력을 일찍부터 채우려는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당협위원장 인선과 당무감사를 통해 최대 100명까지도 교체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사실상 총선에 미리 대비하겠다는 각오로 읽힌다. 당협위원장 교체는 당내에서 ‘쇄신’이 거론될 때마다 정치권에서 꾸준히 꺼내들던 카드다. 그럴 때마다 상당한 파장을 불러왔다. 

특정 계파 죽이기 논란도 꾸준히 불거져왔다. 앞서 김무성 전 의원이 새누리당 당 대표를 할 때도 몇몇 당협위원장을 교체하면서 내분이 불거진 바 있다.

당협위원장은 지역 당원 조직을 관리하기 때문에 전당대회에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다. 차기 전당대회에서도 당협위원장의 입김은 세게 작용할 수 있다. 통상 당원 70%로 진행되는 차기 전당대회에서 당원에게 막대한 영향력을 과시할 수 있기도 해서다.

이런 특징상 당협위원장은 당권을 장악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다. 

내홍 재차 터지기 일보 직전
원외 당협위원장 불러 압박

정 위원장은 전대 룰을 손볼지도 고심 중이다. 유승민 전 의원의 지지율이 압도적인 상황에서 이를 견제하기 위해 마련하는 장치다. 


현재 가장 강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전대 룰 수정 방식은 현 방식인 7:3비율에서 당원 비율을 높이는 방안이다. 이른바 역선택을 막겠다는 취지다. 

이처럼 그가 대대적인 정비에 착수하는 이유는 자신이 주류 세력임에도 불구하고, 불안함을 떨칠 수 없다는 데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윤정부 입장에서는 차기 당 대표를 입맛에 맞는 인물로 골라야 한다. 2024년 총선에서 패배하면 국정 동력에 바로 타격이 가해질 게 뻔하기 때문이다. 

현재 국민의힘 차기 당 대표 지지율 1위는 유 전 의원이다. 당 내에선 역선택이라며 열을 올리고 있지만 그럴수록 유 전 대표는 몸집을 키워가고 있다. 조강특위와 당무감사 카드 역시 유 전 의원 견제용이라는 분석도 존재한다. 

조강특위는 과거 이 전 대표가 띄운 바 있다. 정 위원장은 당협 쇼핑으로 이 전 대표와 갈등을 빚었었다. 그러나 최근 그 화살은 부메랑이 돼 정 위원장에게 그대로 돌아왔다. 

이준석계는 즉각 반발하고 있다. 당협위원장 정리는 명분일 뿐이고 사실상 자신들을 찍어내기 위한 과정이 아니냐는 것이다. 사실상 이 전 대표를 확인 사살하는 것 아니냐는 데서 비롯된 의심이다. 

대놓고 
줄세우기

유 전 의원과 이 전 대표는 바른정당계 인물이다.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중의 핵심이었던 권성동 의원도 바른정당 출신이다. 윤 대통령 취임 직후만 해도 바른정당 출신 인물들이 국정을 주도해왔다.

그러나 현재는 점점 뒷전으로 밀리는 상황이다.

한 이준석계 인사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당협 줄세우기를 하려는 경향이 있다”며 “비대위가 정리를 위해 칼을 뽑는 행위가 의심받을 소지가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당협위원장이 새로 임명되면 차기 당 대표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고 할 수 있다”며 “당권 구도에 영향을 미치는 구도가 돼 충분히 정치적 입김을 발휘한 꼴이 된다”고 우려했다.

이 전 대표 시절에도 당무감사를 진행하려는 계획이 있었다. 그러나 착수로까지 이어지지는 않았다. 정 위원장은 자유한국당계 인물로 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 정무수석으로 근무한 바 있다. 과거부터 쭉 보수정당에 몸을 담아왔다. 

당시에는 계파에 몸담지 않았다는 평가가 내려졌고, 여러 갈등도 잘 봉합해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윤 대통령에게 바짝 엎드리는 모양새다. 그가 윤 대통령을 계속 엄호하고 나서는 이유는 당권 욕심 때문으로 보인다. 정 위원장 본인이 직접 당권을 잡기 위해 포석을 다지는 행위인 셈이다. 


비대위가 출범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정 위원장은 TK(대구·경북) 방문길에 올랐다. 수재민 간담회, 지역 시장 방문 등을 통해 텃밭 민심을 확인하러 가기도 했다.

민심을 챙기겠다는 취지에서 비롯된 공식 행보였지만, 당내에서는 당권으로서 텃밭을 다지기 위한 행동으로 보는 이들도 적지 않다. 지역민심이 당권을 좌우하는 영향이 큰 것을 비춰볼 때 마냥 당연한 행보가 아니라는 것.

이 전 대표
확인 사살

윤 대통령과 정 위원장 입장에서는 당권주자들이 완벽한 ‘친윤’이 아닌 게 불안할 수 있다. 직접 전대 출마까지 거론되는 이유다. 정 위원장 본인도 당권 출마에 대해 크게 부인하지 않는 모습이다.

정 위원장의 전대 출마가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당이 여전히 갈라져 있는 데다 이미 그는 과거에 갈등을 중재하는 역할을 여러 번 맡아봤다. 야당과의 관계도 나쁜 편이 아니었다. 

입맛에 맞는 당협위원장을 미리 심어놔야 자신은 물론 윤 대통령에게도 유리하다. 문제는 정 위원장의 행위를 두고 당내에서 여러 비판이 쏟아진다는 점이다. 심지어 신윤핵관으로 분류되는 의원들도 정 위원장을 작심 비판하고 나섰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정권 1년 차에 비대위 지도부라는 비정상적인 운영을 마무리해야 한다”며 포문을 열었다. 전당대회에 몰두해야 할 시점에 갑자기 당 조직을 재편할 이유가 없다고도 꼬집었다. 

이에 대해 한 비대위 관계자는 김종인 비대위 시절에도 당무감사가 진행된 적이 있다며 정 위원장이 계획대로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계획대로 정비를 해야 하는 명분으로 과거에 진행됐던 전체적인 정비가 당의 기반도 조정할 수 있었고 보궐선거 승리로 이어졌다는 게 정리의 명분이다.

그는 결코 “정치적이거나 이준석계 지우기가 아니다”라고도 강조했다. 반면 비윤(비 윤석열)계로 분류되는 의원들은 정반대의 생각을 가진다.

한 비윤계 인사는 “당협위원장 재공모까지는 가능하다 쳐도 당무감사까지는 선을 넘었다”며 “비대위 체제가 오랜 기간 유지되는 게 아니다. 당무감사는 차기 지도부에게 맡겨도 충분하다”고 비판했다.

우선 윤 대통령은 정 위원장의 행보에 힘을 싣는 모양새다. 지난 19일 원외 당협위원장을 초청해 오찬 자리를 가졌다. 

당내서도 비대위원장 월권 비판
대통령실 일부서 불편한 기류도

이날 오찬에서는 나경원(서울 동작구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정유섭(인천 부평갑) 위원장, 경대수(충북 증평진천음성) 위원장 등 100명이 참석했다. 여당인 국민의힘에서는 정 위원장이 참석했고, 주호영 원내대표, 성일종 정책위의장, 엄태영 조직부총장이 이름을 올렸다.

대통령실에서는 김대기 비서실장, 이진복 정무수석, 전희경 정무1비서관 등도 함께했다.

윤 대통령은 “민생이 시급하다”며 “정치를 선언하고 국민 앞에 나설 때 모든 것을 던지기로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이날 오찬에 대해 대통령실은 원외당협위원장과의 만남을 당협위원장들의 노고에 감사한 뜻을 전하기 위해 마련했다고 전했다. 이를 두고 원외 지역구에선 당협위원장이 차기 공천에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는 만큼 윤 대통령이 사실상 압박을 가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윤 대통령의 압박이 통하지 않을 경우는 변수다. 

장기간 내홍에 지친 국민의힘이 또 다른 분란에 휩싸인다면 고스란히 그 책임은 정 위원장이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 정치권도 정 위원장의 계획을 국민의힘의 새로운 내홍 불씨로 본다. 앞서 정 위원장은 ‘낀박’이라는 별명도 가지고 있다. 

그는 새누리당 역사상 최초 원외 당선자 신분으로 원내대표에 당선된 바 있다. 당시 김도읍 의원과 민경욱 원내대변인 등 친박(친 박근혜)계를 중심으로 원내대표단을 꾸렸으나 친박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당시 정 위원장은 총선 참패 인원을 숙청하는 역할을 맡았다. 비박(비 박근혜)계로 이뤄진 비대위원 인선안을 내놨지만, 친박계가 상임전국위를 무산시켜버렸다. 이는 정 위원장이 안타까운 별명을 얻게 된 계기로 작용했다. 

이 같은 상황은 오히려 혼란을 자초했고, 보수 분열의 시초가 됐다. 현재 국민의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아직도 보수 세력이 화학적인 결합을 이뤄내지 못하고 있는 상태로 이는 민주당에게 연일 공격거리를 제공하는 꼴이다. 

비대위원장은 당 대표를 대신하고 있을 뿐이다. 정통성이 아니면 정당성이 측면을 살펴봐야 한다. 당원들의 임시 체제기 때문이다. 임시 체제에서 당협위원장을 바꾸겠다는 행위가 월권으로 비춰질 수 있다. 대통령이 탄핵을 당했을 때 권한대행이 장관을 싹 바꿔 버리는 행동과 다를 게 없어 보인다. 

비대위는 위기 상황을 관리하는 데 방점이 찍혀있기 때문에 상황을 변화시키기 위한 변화는 오히려 모험이라고 여겨진다. 사실상 자신들이 원하는 당 대표를 세우기 위한 포석을 까는 셈이다. 

완장 차고…
또 닥칠 혼란?

이를 두고 한 정치권 관계자는 “정 위원장이 과도하게 윤 대통령을 향한 충성심을 보이고 있다”며 “오히려 대통령실의 분위기는 정 위원장이 오버한다는 의견도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1/4에 해당하는 당협위원장은 대의원을 지명하고 여러 가지 당협의 핵심 당원 관계자들을 관리하고 조직책으로서의 역할이 있다”면서도 “(정 위원장이)생각하는 분들이 당협위원장으로 임명되면 차기 전당대회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보인다”고 우려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정진석 다음 부의장은?

국민의힘 정진석 비대위원장의 후임 국회부의장 자리를 놓고 여러 인물이 하마평에 올랐다.

우선 당내 최다선인 서병수 의원과 김영선 의원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정우택 의원까지 출마를 선언하면서 한층 더 경쟁이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핵심 변수는 마찬가지로 윤심이다.

윤심을 기반으로 당 주류가 된 친윤계의 의중에 따라 국회부의장의 향방도 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본래 국회의장단 선출은 최다선과 연장자를 기준으로 하는 게 관례로 추대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최다선 의원 여럿이 출마의 변을 밝히며 경쟁구도가 한층 더 심화하는 양상이다.

가장 먼저 도전을 밝힌 서 의원은 현역 의원들과 꾸준히 소통해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서 의원은 정 의원에게 국회부의장직을 양보한 바 있어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힌다. 

김 의원은 보수당 최초의 여성 국회부의장에 도전한다.

강점은 당의 개혁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다는 점이다. 

정 의원은 서 의원의 강력한 대항마로 불린다.

후보군 중 가장 오랜 정치 경력을 보유했고, 행정 경험을 갖춘 바 있다.

또 과거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역임하면서 어수선한 당을 정리하는 정치적인 능력도 인정받았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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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