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당권주자를 만나다> 이기는 방법 아는 윤상현

“수도권 정서·민심 알아야 당대표 적임자”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허구한 날 정치탄압, 야당 탄압을 외친다.” 당내 중진으로 불리는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민주당을 두고 작심 비판한 말이다. 검찰이 수사에 속도를 내면서 이 대표 역시 더욱 코너에 몰리고 있는 형국이다. 윤 의원은 이를 계기로 민주당에 내분이 닥칠 것으로 전망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지역구 관리 능력이 뛰어나다고 정평이 난 의원이다. 20대 국회 당시 윤 의원의 공약 이행률은 89.6%에 달했다. 이런 능력을 인정받아 최근에는 당권주자 후보 중 한 명으로 거론되고 있다. 그는 최근 공식적으로 당권 도전에 나서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일요시사>는 윤 의원에게 비대위의 당협위원장 공모 및 조직 정비 사안,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향한 수사에 대한 의견, 문재인 전 대통령의 주변인 수사, 한반도 핵무장론 등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다음은 윤 의원과의 일문일답. 

-정진석 비대위원장이 당협위원장 공모 및 조직 정비를 예고했습니다

▲비대위 당협위원장 공모에 다른 의도가 있는지까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비대위는 통상적인 당무 일정이라고 하는데, 지금은 통상적인 상황이 아닌 비상 상황이라고 비대위가 구성됐습니다. 비대위는 통상적이고 정상적으로 새로운 당 지도부를 구성하는 전당대회를 여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비대위가 갑자기 당 조직을 재편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집권여당이 정부 출범 1년 차에 비대위를 구성하는 상황 자체가 비정상인 상태입니다. 국민에게 안정감 대신 불안감을 드리는 상황입니다. 하루빨리 비정상적인 운영을 마무리하고, 정상적인 당 지도부 출범을 위한 전대 준비를 하기도 부족한 상황인데, 당 조직을 재편할 이유가 없습니다.


-정 비대위원장은 강행할 태세입니다

▲가처분 문제가 한창일 때는 당이 초비상 상황이라고 목이 터지게 외쳤습니다. 그러나 가처분 문제가 해소되자마자 마치 평온하고 정상적인 지도부인 듯이 당협 줄세우기에 들어간 것은 난센스입니다. 비상 상황에서 피치 못하게 전국위원회 의결로 만들어진 비대위는 당원의 총의가 반영된 지도부도 아닙니다. 현 비대위는 국정 뒷받침과 전대 준비에만 집중하고, 당 운영과 조직 전반에 대해서는 새 지도부에 맡기는 것이 상식과 정도입니다.

-당 대표에 출마한다는 말이 나옵니다

▲실제로 제게 전대 출마를 권하는 분이 많았던 것은 사실입니다. 2024년 총선은 윤석열정부의 성패를 결정짓는 중요한 분기점입니다. 우리 당은 지난 총선에서 수도권 121석 중 16석을 얻는 궤멸적 참패를 당한 기억이 있습니다. 수도권에서 무소속으로 연속 당선된 저를 수도권 경쟁력이 가장 뛰어난 정치인, 이기는 방법을 아는 정치인으로 평가하는 분이 많습니다. 

저는 윤정부 출범의 책임있는 중진 의원 중 한 명으로서, 그런 요청을 계속 들으면서 모른 척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아직 전대가 언제 어떻게 열릴지 전혀 가닥조차 잡혀있지 않은 상태지만 출마를 결심했습니다.

-중진 의원으로서 차기 당 대표의 조건에 대해 말씀해주신다면

▲우선 다음 총선을 앞두고, 우리 당의 가장 치명적인 약점이자 시급한 문제는 수도권 선점에 취약하다는 점입니다. 반드시 수도권 출신 당 대표가 돼야 하는 이유입니다. 우리 상대가 될 민주당은 지금 당 지도부부터 원내지도부까지 모두 수도권 의원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문 전 대통령 내로남불 자세
핵잠수함 공해에 상시 배치

반면 우리 당은 충청 출신 비대위원장에 이어 영남 원내대표까지 하방에 하방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100여표 차이로 수십개의 국회의원 자리가 왔다 갔다 하는 치열한 수도권 정서와 민심을 깊숙이 꿰뚫어야 하기에 당을 이끌어갈 수 있는 수도권 의원이 차기 당 대표 적임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국민의힘에는 갈등이 많습니다

▲맞습니다. 현재진행형인 당내 갈등을 풀어나갈 인물이 당 대표가 돼야 합니다. 차기 당 대표는 몇몇 의원들과 덧셈의 정치를 할 것인지, 아니면 뺄셈과 분열의 정치를 할지 고민하겠지만 정치는 당연히 덧셈으로 하는 게 옳습니다.

또 갈등 중재와 용광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당내 갈등을 적절하게 조정할 수 있는 인물이 당 대표가 돼야 한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이외에도 정무감각이나 정치전략 등 당 대표에게 요구되는 조건이 많이 있지만, 당 대표는 항상 그 시대와 정국이 필요로 하는 인물이 당선됐습니다. 앞으로도 그래야 합니다. 

-일각에서는 역선택 방지 룰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유승민 전 의원을 견제하는 게 아니냐는 시선이 있는데?

▲특정 정치인을 대상으로 지지율이 역선택이냐 아니냐를 판단하는 것은 옳지 않은 것 같습니다. 어느 정치인이든지 간에, 민주당 등 야당을 지지하는 국민이 크고 작은 비율로 지지할 수 있습니다. 다만 저도 수도권의 치열한 선거판인 인천에서 정치하면서 당은 민주당을 지지하지만, 후보는 윤상현을 지지한다는 분을 무수히 많이 만났습니다. 중요한 것은, 당 대표를 뽑는 문제를 생각해볼 때 역선택이 끼어들어 결과를 왜곡하는 문제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에 있습니다. 

-역선택 방지 룰에 대한 의원님의 의견이 궁금합니다

▲당내 경선에 있어서 역선택 방지는 중요한 문제입니다. 예를 들어 대통령 후보나 지자체장 후보를 결정하는 경우, 본 선거에 나갈 후보를 뽑는 것이기 때문에 민심을 고려하는 것이 당연히 필요하고, 어느 정도 반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당 대표는 말 그대로 당의 대표입니다.

더 이상의 추가적인 본 선거가 필요없습니다. 57만명 당원의 대표로서 당원의 총의를 모아 선출하면 되는 것입니다. 그것이 당 대표 본연의 역할과 위상에 가장 부합합니다. 여기에 더해 중도민심, 다른 민심을 폭넓게 고려하는 것은 선출된 대표가 당을 이끌고 가는 과정에서 정치를 통해 풀어갈 일이지, 여러 위험 부담을 고려하면서까지 당 대표 선출에 광범위하게 반영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당 대표가 전대라는 큰 축제를 통해 선출되는 대표인 만큼 국민과도 함께한다는 차원에서 일부 여론조사를 반영할 수는 있지만, 그것이 대표 선출에 역선택의 영향을 주면서까지 과도하게 반영돼 당원의 총의를 왜곡하는 지경에 이르러서는 곤란하다는 생각입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향한 수사의 압박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사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해서는 대한민국 헌정사상 이렇게 다양한 비리 혐의로 수사선상에 오른 정치인이 과연 있었는가 싶을 정도로 정치인 한 사람으로서 참담하고 부끄러울 지경입니다. 이 대표가 자꾸 정치보복이라는 프레임을 만들어 본인의 리스크를 민주당 전체의 리스크로 확대시키고 있는데, 이는 결국 민주당 내 합리적 인사들의 반발을 불러 민주당의 큰 내홍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이 대표 본인은 1원도 받은 적 없다며 야당 탄압이라고 강조합니다

▲정권이 바뀌고 검찰이 바뀌니까 말이 바뀌었다? 그래서 야당 탄압이다? 이 대표는 과거 성남시장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당하고 특검이 박근혜정부 청와대를 사정없이 파헤치던 무렵에도 선거법 위반 혐의로 성남시청을 압수수색 당했습니다.

“비대위, 당원 총의 반영 안 돼”
민주당 압색은 정치탄압과 별개

그때도 “정치탄압을 중단하라”고 했습니다. 파도 파도 계속 혐의가 나오니까 수사하고 압수수색을 하는 것이지 여당일 때나 야당일 때나 허구한 날 정치탄압, 야당 탄압을 외칩니다. 그런다고 범죄가 가려지는 게 아닙니다. 별로 공감이 되지 않는 정치탄압을 외쳐대니까, 민주당 의원 17명이 정치탄압을 ‘탑압’이라고 잘못 쓴 피켓을 줄줄이 들고도 알아차리지 못하고 정치탄압 중단하라는 구호를 기계적으로 외치는 것입니다.

-최근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한 감사원 서면조사로 큰 논란이 있었습니다. 문 전 대통령 주변에 대한 수사도 진행돼야 한다고 보시는지


▲문 전 대통령 주변이라서 수사하는 것이 아니라, 이전 정부에서 이런저런 이유로 은폐되고 묵살했던 사건이 있다면 당연히 낱낱이 밝혀지고 진상을 규명해야 합니다. 문제가 생겨도 이른바 성역이라는 이유로 접근하지 못했다면 이제는 진실을 가리고 책임질 것이 있다면 책임져야 마땅한 것입니다. 전직 대통령이라도 당연히 모든 의혹에 성실히 답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문 전 대통령도 과거 성역 없는 수사를 강조한 바 있습니다

▲문 전 대통령은 과거 당 대표 시절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검찰 수사에 대해 “대통령이 검찰 조사를 거부했다. 진실 규명에 협조하겠다는 게 아니라 철저히 방어권을 챙기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대통령이라고 예우할 것이 아니라 그냥 피의자로 다루면 된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감사원이 문 전 대통령에게 2020년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과 관련해 서면조사를 통보하자, 문 전 대통령 측이 질의서 수령조차 즉각 거부했습니다.

심지어 문 전 대통령은 “대단히 무례한 짓”이라며 불쾌해했다고 하는데 어이없는 일입니다. 민주국가의 시민이라면 누구나 성실히 답해야 할 감사원 질의서에 대해 대단히 무례한 짓이라고 반응하는 것은 ‘절대 존엄식’ 사고나 다름없습니다.

문 전 대통령이야말로 2017년 취임 12일 만에 4대강 정책감사를 지시해 감사원이 이명박 전 대통령을 조사하도록 한 장본인입니다. 대단히 무례한 짓을 직접 지시했던 분은 바로 문 전 대통령 본인입니다.

-핵무장론에 비현실적이라며 비판적인 입장이십니다

▲ 저도 독자적 핵무장을 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국제정치 외교적으로 볼 때 핵무장이라는 것이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가 NPT 체제를 탈퇴해야 되고, 그 순간 외교적, 경제적으로 고립될 수밖에 없습니다. 미국이나 국제사회가 우리에게 엄청난 강력한 제재를 가하게 됩니다.

지금 같은 경제상황 속에 그런 외교적 고립을 버텨낼 수가 없을 겁니다. 그래서 일단 한미 동맹을 강화하는 속에서 우리가 미국의 핵전력을 유효하게 쓰는 것이 훨씬 더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제가 지난 박근혜 정부 때부터 계속 주장한 것은, 한반도 영해 바깥 인근에다가 미국의 핵미사일을 탑재한 잠수함을 상시 배치하자, 그러면 그게 훨씬 더 효과적인 대안이 될 것이라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면 예를 들어 핵잠수함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고, 한반도 영해 바깥에 있기 때문에 한반도비핵화선언을 우리가 준수할 수 있습니다. 또 한반도에 전술핵 배치를 한다고 하면 얼마나 반대 세력이 많겠습니까? 그런데 핵잠수함 공해 배치에 대해서는 영해 밖이므로 반대할 수가 없습니다.

따라서 그것이 훨씬 더 효과적인 대안이고, 그 핵잠수함에 탑재된 핵미사일을 한국과 미국 간에 서로 핵공유 협정을 맺으면 훨씬 더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대안이 될 것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최근 성범죄자들의 만기출소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화학적 거세 법안을 발의하겠다고 하셨는데?

▲현행 일명 화학적 거세법 제4조 3항에 따르면 성범죄자에 대한 치료 명령의 청구는 공소가 제기되거나 치료 감호가 독립청구된 성폭력범죄사건의 항소심 변론 종결 시까지 해야 한다고 돼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김근식 사건과 여러 재범 가능성 높은 성범죄자가 출소를 앞두고 있습니다.

성범죄자에 대해 출소 후 전자발찌 부착 등의 조치 외에 화학적 거세와 같이 성범죄를 근원적으로 차단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에 대한 입법적 근거가 없습니다. 기존에는 화학적 거세 대상자가 공소제기나 치료감호 청구자로 제한돼있었습니다. 이에 제가 현재 추진하려는 법안은 독립된 치료 명령을 청구할 수 있는 경우를 추가하는 것입니다.

출소 후 보호관찰 또는 전자 장치 부착 준수사항을 위반하고 재범의 위험성과 동시에 통원 약물치료의 필요성이 있는 성범죄 전력자에게도 약물치료 명령을 검사가 청구할 수 있도록 신청 요건을 완화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김근식과 같이 출소 후 재범의 위험성이 있는 성범죄자에게 약물치료, 즉 화학적 거세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법적인 근거가 마련됩니다.

-마지막으로 하실 말씀은?

▲올해는 새로운 정부가 출범했고, 지방선거도 마치고, 21대 국회도 절반을 넘어 반환점을 지난 시기입니다. 많은 부분에서 새로운 변화와 시작이 싹트는 시점입니다. 저도 새로운 윤정부를 탄생시킨 국민의힘의 일원으로서 윤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겠습니다. 더 좋은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4선 국회의원으로서 어떤 역할과 노력을 해야 할지 다방면으로 고민 중입니다. 앞으로 어떤 길로 가더라도, 항상 국민과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최선의 길을 갈 것이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ckcjfd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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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