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또 구속된 정명석 JMS 총재

믿음 밟고 성욕 채운 교주님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지난 4일, 신흥종교단체 기독교복음선교회(JMS) 수장 정명석이 구속됐다. 출소 4년 만에 여신도들을 성폭행하고 추행한 혐의다. 정명석은 과거 같은 혐의로 징역 10년을 선고받고 복역한 뒤 2018년 2월 출소한 바 있다. 이 같은 정명석의 비상식적 행태에도 불구하고 그를 응원하거나 믿고 따르는 이가 수천명이나 된다. 정명석 어떤 삶을 살았을까?

어렸을 때부터 찢어질 정도로 가난을 경험하며 살아온 정명석이 믿고 기댈 곳은 주일학교였다. 그렇게 수도생활을 이어가다 1978년 기독교복음선교회(JMS)라는 종교를 만들었다. 그는 자신이 곧 신과 같다며 신도들을 세뇌시켰고 결국 성범죄자로 전락하기까지 했다. 정명석의 인면수심 행보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여신도 성폭행
상습준강간 혐의

정명석은 1945년 3월16일 충청남도 금산군 진산면 석막리에서 부친 정팔성과 모친 황길례 사이에서 6남1녀 중 3남으로 태어났다. 초등학교 때 친구들에게 따돌림에 당해 혼자 놀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먹을거리가 없을 정도로 찢어지게 가난해 굶은 경험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첩첩산중인 석막리에서 사실상 외부와 단절된 채 자랄 수밖에 없었고, 집안 사정으로 다니던 학교마저 졸업하지 못했다. 고단한 어린 시절 정명석이 믿고 기댄 건 종교였다.

주일학교에 나가면서 대둔산과 용문산 등지에서 수도생활을 이어간 그는 1978년 6월1일에 상경,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동에 교회를 세웠으나 쫓겨났다. 이후 1980년 신촌에서 대학생 4명을 전도, 이들을 주축으로 점차 세를 불려나갔다.


어린 시절 잘못된 믿음 때문이었을까? 정명석은 1999년부터 다수의 성폭행 혐의로 수사기관의 내사를 받던 중 대만으로 도주한 뒤 홍콩·중국을 전전하며 도피 행각을 벌였다. 2003년에는 한국 검찰의 요청으로 인터폴 적색 수배 대상에 올랐다.

홍콩에서 중국으로 도피한 그는 2007년 5월 중국 공안에 체포됐고, 이듬해 2월 한국으로 강제송환됐다.

정명석의 여신도 성폭행은 엽기적이었다. 10여년 전 그에게 적용된 혐의는 준강간·강제추행·준강제추행·강간치상죄 등이다. 대법원 항소심에서 혐의가 확정된 정명석은 2018년 2월18일, 10년간 복역을 마치고 대전교도소에서 출소했다.

2009년 대법원이 유죄를 확정한 사건은 정명석이 한국에서 저지른 성폭력이 아니다. 모두 그가 해외 도피 중일 때 가했던 성폭력이었다. 판결문에 등장하는 피해자는 다섯명. 이들 중 법원이 최종적으로 피해를 인정한 사람은 네명이다.

판결문을 보면, 피해자들은 정명석을 ‘메시아라고 믿고 그의 절대적인 권위에 복종’했다. 재판 과정에서 정명석은 법정 진술, 자필 진술문 등을 통해 자신이 메시아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는 형량을 줄이기 위한 것이었을 뿐, 실제로 신도들은 그를 이 땅의 재림주 메시아라 믿고 있었다.

피해자 A씨와 B씨는 자매다. 정명석은 도피 생활 초기였던 2003년경 두 사람을 홍콩으로 불러들였다. 정명석이 누구에게도 홍콩에 간다고 말하지 말라고 하자, 자매는 부모를 속이고 출국했다. 정명석은 그의 절대 권위에 복종하던 자매를 자기 성욕을 해소하는 데 이용했다.

어린 시절부터 주일학교 다녀 잘못된 믿음?
80년부터 신촌서 적극적으로 전도 세 불려


정명석은 두 사람을 차례로 성폭행했다. 정명석은 검찰 조사에서, 두 사람을 홍콩으로 불러 방에서 안마를 받고 양옆에서 팔베개하고 눕도록 한 사실은 인정했으나 “강간 사실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정명석과 변호인의 주장이 합리적이지 않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당시 두 사람이 ‘항거불능’ 상태였다는 점을 적시했다.

판결문에는 ‘피해자들이 메시아로 여기며 그 권위를 절대적으로 신봉해오던 피고인과의 관계나, 피해가 일어난 아파트에는 정명석을 신봉하는 소수의 신도밖에 없었던 사정 등에 비추어 심리적으로 반항하기 현저히 곤란한 상태에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시돼있다. 법원은 정명석의 준강간 사실을 인정했다.

인터폴에 적색 수배 중이던 정명석은 2003년 7월 홍콩 이민국에 구속됐다. 이후 보석금을 내고 풀려난 정명석은 배를 타고 중국으로 밀항했다. 피해자 C씨는 중국에서 2006년 4월경 정명석을 만났다. 정명석은 이때 C씨와 단둘이 목욕탕으로 가, C씨에게 속옷을 벗으라고 강요하고 강제로 성관계를 가졌다.

재판부는 정명석이 C씨에게 한 행위는 강간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C씨 역시 A·B씨와 마찬가지로 정명석을 메시아로 믿고 있었고, 정명석이 피해자에게 언행으로 협박을 가한 점 역시 피해자의 항거 곤란하게 할 정도의 폭행과 협박이라고 봤다.

1심에서는 피해자 세 명에게 가한 성폭력만 인정돼 징역 6년을 선고받았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또 다른 고소인 D씨의 피해 역시 인정해, 정명석에게 4년을 얹어 10년을 선고했다.

D씨는 2001년 말레이시아에 머무르던 중 추행을 당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정명석은 “의학박사 자격증도 있고 하나님을 통해 검사해주니 너희들에게도 (부인과)검사를 해주겠다”며 D씨를 추행했다. 1심 재판부는 “정명석이 피해자의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의 협박을 가했다는 점을 인정할 수 없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피해 발생 당시, 주위에 있는 사람들 때문에 피해자가 정신적 혼란이 가중돼 반항이 곤란한 상황이었다고 인정했다.

재판부는 “정명석이 특수 지위에 있는 종교 지도자라고 믿는 회원을 상대로 성 접촉을 한 점, 피해자들이 비교적 어린 나이였던 점 등을 볼 때 정명석이 고령(당시 63세)이라 하더라도 1심보다 중한 형을 내려야 한다”며 10년을 선고했다.

가난한 일상
종교에 기대

정명석은 10년형을 선고받은 것 외에도, JMS 탈퇴 여성 두 명에게 성폭력을 가한 사실이 인정돼 손해배상한 사실이 있다. 정명석은 한국에 있을 때도 여신도 성폭행이 법원에서 인정된 바 있다.

JMS 탈퇴 여성 7명은 2000년, 정명석에게 피해를 봤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이 소송은 무려 8년간 지속된 끝에 정명석과 합의한 4명, 공소시효가 만료된 1명을 제외한 2명에게 각각 1000만원과 5000만원 손해배상 판결이 나왔다.


법조계에 따르면 정명석은 자신을 메시아로 믿게 하고, 그 믿음을 이용해 성욕을 채운 성범죄자다. 하지만 JMS 신도들은 정명석이 억울한 누명을 쓰고 옥살이했다고 믿고 있다.

JMS가 제작한 팸플릿에는 ‘언론과 방송이 조성한 여론의 영향을 받은 종교 편향적 재판, 증거 없는 자유 심증주의에 의한 편파적 판결’ ‘유죄의 결정적 증거는 없고, 무죄를 입증할 증거는 철저히 배제된 형사재판의 기본원칙이 무시된 결과’라고 적혀 있다.

JMS는 2012년 다시 여론의 주목을 받았다. JMS 핵심 간부로 활동했던 탈퇴자들이 2012년 3월 기자회견을 열고, 정명석이 감옥에서도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JMS에서 26년간 활동한 조경숙씨는 JMS 내 다양한 여성 그룹이 존재하고 정명석의 신부로 준비된 여성들을 ‘상록수’라고 부른다고 폭로했다.

이들은 JMS가 여성들 프로필을 정명석에게 보내고, 정명석이 감옥에서 자필 편지를 보내 직접 상록수를 선발한다고 말했다. 탈퇴자들이 공개한 프로필에는 후보 여성들의 비키니 사진과 신상정보가 적혀 있다. 이 중에는 미성년자도 있었다.

기자회견에서 공개한 영상에는, 젊은 여신도들이 나체 상태로 정명석을 “주님” “여보” 등으로 칭하며 교태를 부리는 장면이 담겨있었다.

JMS는 일부 여신도가 영상을 자체 제작한 것이지, 교단 차원에서 관여한 적이 없고 이 영상을 정명석에게 보낸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탈퇴자들이 여론몰이를 위해 영상을 이용했을 뿐, 성상납의 증거가 될 수 없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탈퇴자들과 이단 전문가들은 정명석이 출소하면 다시 성범죄를 저지를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JMS 사무국장을 역임했던 김진호씨는 “상록수로 뽑힌 여성들은 정명석이 출소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정명석이 출소하면 똑같이 범죄의 대상이 될 것”이라고 했다.

정명석은 달라지지 않았다. 그는 최근 4년 만에 또 여신도 성폭행 혐의로 구속됐다. 대전지법 신동준 영장전담 판사는 상습준강간 등 혐의를 받는 정명석에 대해 “증거인멸과 도주의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정명석은 영장실질심사가 끝난 뒤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답하지 않고 자리를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정명석은 일본에서도 비슷한 행태를 보였다. 일본 JMS는 주로 대학교를 중심으로 포교활동을 벌여 왔으며 이들은 소위 엘리트들을 전도의 주요 대상으로 삼고, ‘평소 생활과 인생관을 살펴보고 긍정적인 사람을 찾아라’ ‘거리에서 수준 높은 사람을 전도하라’ ‘외모가 괜찮은 사람과 만날 수 있게 하라’ 등과 같은 지침을 세워 치밀하게 포교활동을 벌여왔다.

수차례 스캔들
징역 10년 선고

정명석은 2000년대 초 일본 오사카나 지바의 측근 자택에 머무르며, 하루에 두세 명에서 열 명까지 여학생들을 매일같이 불러 ‘건강 체크를 한다’는 핑계를 대며 성적인 행위를 반복했다고 한다.

측근들은 여성 신도들에게 ‘교주가 만나고 싶어 한다’며 은신처로 불렀다. 이때 측근들은 여성들에게 ‘이 사실을 누군가에게 말하면 지옥에 떨어진다’는 식으로 강하게 입막음했다.

그중 한 명은 “성폭행을 당하고 있을 때는 무엇이 일어나는지 이해하지 못했고, 머릿속이 혼란해 교주가 하라는 대로 할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이 같은 일본 언론들의 대대적인 보도 이후 대학가엔 비상이 걸렸다고 한다.

‘위험한 종교단체 주의’라는 포스터가 대학 캠퍼스 곳곳에 붙어 왕성하게 활동하던 JMS 교회들은 문을 닫고 잠적했다. 한편 JMS를 탈퇴해 만든 ‘안티 JMS’ 엑소더스 관계자는 “정명석의 만행이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까지 자행돼온 것은 실로 개탄할 노릇”이라며 “하루빨리 정명석이 저질러온 범죄에 합당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이제까지 엑소더스 회원들은 국내에 있는 JMS 신도들에게 갖은 협박과 피해를 봤다”며 “그들도 정명석의 실체를 받아들이고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JMS를 포함한 사이비 종교의 만행이 지속되자 종교계 일각에서는 정치권에서 입법을 통해 규제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사종교피해대책범국민연대(상임대표 진용식 목사)는 최근 서울 중국 프레스센터에서 ‘반사회적 사이비 종교의 법적규제 촉구를 위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주최 측 발제자들은 아베 전 일본 총리 피격사건과 관련 일본 통일교의 헌금 강요 정황, 정명석의 해외 성범죄 피해 현황 등을 보고했다.

먼저 김경천 목사(상록교회 부목사, 전 JMS 부총재)는 ‘JMS 피해사례 및 상황’이라는 제목의 발제에서 “성범죄 전력으로 인해 10년형을 선고받고 최근 전자발찌를 찬 채 만기출소한 정명석 JMS 교주는 또 다시 영국, 호주 등 서구에서 자행한 성범죄 혐의로 피소된 상태”라며 “아시아뿐만 아니라 서구에서도 보고되고 있는 그의 성범죄 피해 사례로 대한민국 이미지는 크게 실추됐다”고 주장했다.

준강간·강제추행 의혹 받자
홍콩·중국 등으로 해외 도주
감옥살이 10년…다시 성폭행

이어 “정명석의 행각은 통일교 원리 강론에서 비롯된 JMS 교리로 인한 것”이라며 “이에 따르면 첫째 아담의 선악과 범죄는 미성숙한 성관계로 인한 타락으로, 둘째 아담 예수 그리스도의 육신은 현재 죽어 실존하지 않는 상태이기에, 예수의 영이 빙의된 셋째 아담 정명석 교주를 사랑하고 성관계를 맺는 것이 비로소 하나님을 사랑하는 것이라고 가르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단·사이비에 빠진 이들을 구출하고, 보편 타당한 윤리에 기초해야 할 종교의 자유가 이단 사이비 집단의 범죄를 방관하는 방패로 전락되지 않도록 사이비종교 처벌법을 제정해달라”고 호소했다.

이어 와타나베 변호사(현 일본 전국 영감상법 변호사연락회 부회장)가 현장 줌(ZOOM) 연결을 통해 ‘아베 전 총리 피격 사건과 일본의 통일교 피해사례’에 댇해 발제했다. 와타나베 변호사는 “아베 전 일본 총리 피격 사건의 원인은 통일교 피해자의 원한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일본 통일교는 사유재산 모두가 하나님의 것이라고 가르치는데, 여기서 하나님은 교주 문선명을 지칭한다”며 “어머니가 헌금을 통일교에 과도하게 납부한 나머지, 가정 형편이 악화되고 대학 진학이 좌절되는 등 가정파탄을 경험한 용의자 야마가미의 원한이 이번 아베 전 총리 피격 사건의 주요 원인이라고 본다”고 했다.

특히 “일본 통일교는 신도로부터 걷은 헌금 중 약 400억엔(한화 약 3800억원)을 매년 한국 통일교에 송금하고 있다”며 “이 금액은 한국 통일교가 현재 진행하고 있는 리조트 건설 등 여러 가지 사업에 필요한 자본금으로 투입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리조트 건설을 위한 별도의 헌금 명목으로 각 신자에게 약 120만엔(한화 약 1200만원)을 헌금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단·사이비처벌법 제정이 자칫 헌법상 종교의 자유를 침해할 우려와 관련해선 “이단들이 자기 정체를 감춘 채 포교활동을 하는 것 자체가 상대방이 종교를 선택할 자유를 침해하는 행태”라며 “때문에 상대방이 자신의 의사에 따라 자유롭게 종교를 선택할 자유를 보장하는 전제에서 종교의 자유가 성립된다”고 언급했다.

또 “일본 내 JMS 피해 사례도 간간이 보고되고 있다. 이들 가운데 기업 CEO, 변호사, 의사, 대기업 직장인 등도 있으며 통일교에 비하면 헌금 규모는 작지만 월급의 상당 부분을 바치고 있다고 한다”며 “현재 일본 JMS 신도 수십 명이 성적 피해를 봤다고 자백한 경우는 많지만, 아직까지 민형사 고발까지 이어지지 않은 상황이다. 왜냐면 현재 일본에는 내부 고발자를 보호할 시스템이 부재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오명현 목사(예장 합동 이단대책위 연구분과장)는 ‘정읍살인사건의 실상’이라는 제목의 발제에서 “저는 지난 6월16일 전라북도 정읍에서 신천지에 빠져 이혼을 요구한 아내를 살해한 혐의로 체포된 노모씨와 사건 발생 수일 전까지 이단 상담을 이어간 장본인”이라며 “저는 노씨에게 흥분하지 말고 절제와 인내 등 차분한 마음을 가질 것을 신신당부를 했다”고 했다.

옥살이 불구
지속적 만행

오 목사는 “물론 살인은 어떤 경우든 정당화될 수 없다”며 “그러나 신천지는 자신들의 모략 포교로 인해 부부간 불화 등 가정파탄을 일으킨 책임을 반성하고 피해 유족을 위한 대책 마련을 강구하기는커녕, 일간지 광고·언론사 앞에서 신도를 동원한 대규모 시위 등을 통해 사건의 책임을 다른 데로 돌리며 적반하장의 파렴치한 행위를 일삼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회는 사이비 종교로 인해 이혼, 학업 포기 등 일상과 가정의 화목이 깨지는 일을 막기 위해 사이비 종교 규제법을 제정해달라”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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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전’ 친윤 대숙청 시나리오

‘대선 전’ 친윤 대숙청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는 당원들의 도움으로 대선후보 지위를 유지했다. 확실한 명분을 쥔 김 후보는 설령 대선서 패배하더라도 당권 장악을 위한 투쟁을 이어가야 한다. 김 후보가 당내 주도권 다툼서 이기는 방법은 무엇일까?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는 권영세 전 비상대책위원장·권성동 원내대표 등 친윤(친 윤석열)계의 대선후보 교체 시도를 당원들의 반대로 진압한 후에야 선대위를 구성했다. 김 후보는 지난 11일 대선후보로 등록했고, 대선후보의 당무우선권을 발동해 국민의힘 김용태 의원을 같은 날 진행된 의원총회서 새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임명했다. 갑툭튀 위원장 권 전 비대위원장이 후보 교체 시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했기 때문이었다. 일각에선 권 원내대표의 사퇴도 강하게 요구했지만, 김 후보는 권 원내대표를 유임했다. 이날 진행된 의원총회엔 의원 107명 중 50명만 참석했다. 후보 교체 시도에 가담한 친윤계 의원들은 대거 불참했다. 이어 지난 12일엔 국민의힘 비대위 회의가 개최됐다. 국민의힘은 이날 회의서 김용태·주호영·권성동·나경원·안철수·황우여·양향자 등 7인 공동 선대위원장 체제를 발표했다. 김 후보는 후보 교체 시도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국민의힘 이양수 의원을 대신해 박대출 의원을 사무총장으로 임명했다. 박 의원은 선대위서도 총괄지원본부장을 맡았다. 이틀 동안 확정·발표된 인선 중 가장 주목받은 것은 김 비대위원장 임명이었다. 30대 중반 막내 초선 의원을 당 대표격 직책에 임명했기 때문이었다. 김 비대위원장은 비대위원으로서 후보 교체 시도에 강하게 반대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지난 2021년 전당대회서 청년 최고위원으로 당선돼 이준석 당시 대표가 이끌던 지도부에 참가했다. 이어 황우여 전 비상대책위원장 시절에도 비대위원으로 발탁됐던 경험이 있다. 이 전 대표 시절엔 소장파 ‘천아용인’ 중 1명으로 거론됐던 적이 있고, 이 전 대표가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한 이후에도 돈독한 친분을 이어가고 있다. 일각에선 김 비대위원장 발탁을 놓고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대비한 것”이라고 평가한다. 다만 김 비대위원장에 대해선 “소장파로서의 행보가 약하다”는 평가도 있다. 그래서 김 비대위원장이 적극적으로 권한을 행사할 수 있을지 회의적으로 보는 시선도 있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지난 12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서 “친윤계가 김 비대위원장을 화살받이·방패막이로 앞세워서 상황을 돌파하려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어 김 비대위원장의 역량을 인정하는 기준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와의 결별 및 출당을 제시했다. 함께 출연한 장윤선 정치 전문 기자는 “제일 고통스러운 사람은 김 비대위원장 자신일 것이란 얘기가 있다”며 “대선서 크게 패배하면, 그 책임을 김 후보가 아닌 김 비대위원장이 지는 방식으로 정리하기 위해 허수아비로 세워놓은 것 아니냐는 얘기도 있다”고 거들었다. 친윤계는 의원총회 불참으로써 김 비대위원장 지명에 암묵적으로 동의했다. 김 후보는 당원투표로써 친윤계의 후보 교체 시도를 진압했기 때문에 명분을 확보했다. 국민의힘의 주도권을 휘어잡을 기회를 얻었다고 볼 수도 있다. 30대 초선 비대위원장 총알받이? 방패막이? 김 후보가 대선후보 지위를 굳힌 후 먼저 교체한 사람이 이 전 사무총장이란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전 사무총장은 당 선거관리위원장 자격으로 김 후보 선출 취소 공고와 새 후보 등록 신청 공고를 발표했다. 후보 등록 신청 공고에 제시된 등록 신청 기간은 지난 10일 오전 3시부터 4시까지였고, 등록을 위해 준비해야 할 서류는 총 32종이었다. 등록 장소는 국회 본관 228호 비대위 회의실이었다. 이 황당한 상황은 한 편의 코미디로 남았다. 이날 오전 3시부터 4시 사이엔 공고를 본 후 국회를 방문해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등록하러 왔다”면서 국회 경비대에 “문을 열어달라”고 요구하는 조롱성 방송을 진행한 유튜버도 있었다. 이 전 사무총장은 소동이 끝난 후 의원 단톡방에 김 후보를 비판하고 권 전 비대위원장을 두둔하는 취지로 어느 정치평론가의 칼럼을 게재했다. 이어 친한(친 한동훈)계인 국민의힘 정성국 의원으로부터 “총장님 입맛에 맞는 정치평론가의 글을 단톡방서 읽을 이유는 없다”고 비판받았다. 김 후보로선 사태가 끝난 이후에도 후보 교체 시도를 정당화하는 이 전 총장을 유임시킬 이유가 없었다. 선거를 목전에 두고 있으므로 권 원내대표까지 교체해 파문을 확대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김 후보가 당의 주도권을 확실히 휘어잡을 기회를 잡은 것은 분명하다. 따라서 실질적으로 선대위를 움직일 당 사무총장은 빨리 교체해야 했다. 김 후보는 권 원내대표를 유임시켜 ‘휴전’ 메시지를 보낸 후 친윤계와의 암묵적 합의를 거쳐 김 비대위원장을 임명했다. 이어 실권을 행사하는 사무총장을 신속하게 확보했다. 국민의힘 대선후보 교체 시도는 1991년 8월 발생한 소련 공산당 보수파의 쿠데타를 연상시킨다. 보수파는 미하일 고르바초프 당시 대통령을 몰아내기 위해 쿠데타를 일으켰다. 이 쿠데타는 KGB 알파그룹과 전차부대 등이 동원돼 신속하게 진행된 군사작전이었다. 쿠데타는 실패했고, 소련은 해체됐다. 이처럼 정치적 기획을 군사작전처럼 몰아쳐 진행하는 성향이 있는 사람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윤 전 대통령은 이런 식으로 당 대표 2명과 비대위원장 1명을 쫓아낸 적이 있다. 더불어민주당 황정아 대변인은 지난 10일 “윤석열 지령, 국민의힘 연출로 시작된 대선 쿠데타”라고 주장했다. “행보가 약하다” 윤 전 대통령도 본의 아니게 자수 아닌 자수를 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11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 후보 지지를 호소하는 글을 올렸다. 그런데 이 게시글엔 “김 후보를 지지하셨던 분들도 이 과정을 겸허히 품고 서로의 손을 맞잡아야 한다”는 문장이 있었다. 김 후보의 패배를 기정사실로 한 게시글을 수정 없이 그대로 올렸다. 김 후보와 친윤계의 대결이 ‘휴전’에 불과하다는 것을 암시하는 게시글이었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등 친한계는 지도부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김 후보를 거들었다. 이 중 친한계 좌장 6선 조경태 의원은 김 후보와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단일화 논란이 분분했던 지난 9일에도 “무책임한 외부 인사 영입을 통해 대선을 치를 거라면, 경쟁력 있는 이재명 후보를 데리고 오는 게 빠른 거 아니냐”면서 김 후보를 두둔했다. 이를 두고 “당원투표서 김 후보 교체 시도가 부결됐던 이유 중 하나는 친한계 당원들의 반대 움직임”이라고 보는 일각의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김 후보와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및 탄핵 등 여러 사안서 의견이 엇갈렸다. 두 사람은 국민의힘이 대선서 패배하면 다시 진행될 가능성이 큰 당권 투쟁의 잠재적인 경쟁 상대다. 김 후보는 56.53%를 얻어 대선후보로 선출됐다. 한 전 대표가 얻은 43.47%도 무시하긴 어려운 수치다. 친한계 일원인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한 전 대표의 선대위 참여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 전 대표는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비상계엄 및 탄핵 반대에 대한 사과 ▲윤 전 대통령 부부와의 절연 ▲한 전 총리와의 단일화 약속을 내걸고 후보로 선출된 것에 대한 사과 등 자신의 선대위 참여 조건을 제시했다. 김 전 최고위원은 이를 언급하면서 “김 후보가 하나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렇듯 김 후보는 당내 유력 계파들인 친윤·친한과의 불씨를 두고 있다. 두 계파 모두 앙숙이기 때문에 김 후보로선 두 계파 모두를 포섭하기도 쉽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아울러 2026년엔 국회의원들의 ‘대목’이라고 볼 수 있는 지방선거가 진행된다. 불씨가 들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최소한 선거 상황에선 김 비대위원장이란 완충지대가 필요했을 가능성도 있다. 김 후보도 바보가 아닌 한 대선 승리 가능성이 크지 않단 것은 잘 알고 있다. 그 자신도 친윤계의 쿠데타로 인해 정당하게 선출된 후보직을 잃을 뻔했다. 대선 이후엔 곧바로 당권 투쟁이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 후보가 대선 이후에도 정치적 영향력을 잃지 않고 당을 장악하려면 당권 투쟁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김 후보에게도 우군이 필요하다. 남겨놓은 갈등 불씨 김 후보는 지난 2020년 1월 국민의힘의 전신 자유한국당을 탈당한 이후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와 돈독한 친분을 유지했다. 같은 해 8월 발생한 사랑제일교회 코로나19 집단감염 사건 이후에도 경찰이 자가격리 조치를 어기고 집회에 참석한 사랑제일교회 일부 신자를 연행하려고 하자 이를 막는 등 논란을 일으킨 적이 있다. 당시 김 후보는 “내가 김문수인데, 왜 가자고 그러느냐”라거나 “내가 국회의원을 3번 했다”는 등 호통을 치는 등 경기도지사 재임 당시 119에 전화해 갑질했던 ‘도지삽니다’ 사건을 연상시키는 언행으로 물의를 일으켰다. 전 목사는 후보 교체 시도를 격렬하게 비판했다. 전 목사가 주도하는 대한민국 바로 세우기 국민운동본부(이하 대국본)는 지난 10일 국민의힘을 규탄하는 집회를 개최했다. 전 목사는 이날 “멀쩡하게 뽑아놓은 김문수를 아웃시키고, 한덕수를 영입했다”며 “국민의힘이 사기 치는 것 봤죠? 이건 완전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대국본도 같은 날 배포한 입장문서 “국민의힘은 종북 좌파와 맞서 싸우겠다는 애국 보수만 나타나면 알레르기 반응부터 보인다”고 비판했다. 김 후보는 지난 8일 관훈토론회 초청 토론회서 “광장 세력과도 함께 손잡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은 기독교의 교회 조직과 말씀 때문에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가 버티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전 목사 등 강경보수 성향 일부 교계를 극찬했다. 당내 지분이 전혀 없는 상황서 친윤·친한 모두와 경쟁해야 하는 김 후보로선 우군이 절실하다. 김 후보는 강경보수 세력 내부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와도 돈독한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 김 후보는 지난 4월24일 전씨의 유튜브 채널 ‘전한길뉴스’에 출연했다. 전씨는 전 목사의 경쟁자로 통하는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와 연결돼있다. 전씨는 김 후보의 선거 전략을 분석하면서 “김 후보가 기득권 정치와 차별화된 이미지를 구축하고, 호남 지역 표심을 공략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TV 토론서 압도적 존재감을 발휘하고, 막판에 보수 우파가 단합하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 목사와 전씨는 윤 전 대통령 탄핵 국면서 보수 진영 내부의 막강한 영향력을 확보했다. 두 사람의 영향력은 인원 동원 능력으로부터 비롯된다. 이들을 국민의힘 내부에 유입시켜 전당대회서 승부를 본다면, 김 후보가 국민의힘을 장악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지방선거서 급한 일은 의원들의 지역구 내 지방선거 공천에 개입하는 일이 될 가능성이 크다. 지역구 국회의원의 영향력 아래서 손발 노릇을 하는 기초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을 장악하면, 의원들의 손발을 묶어둘 수 있다. 후보 교체 시도 5적 지역구서 공천 전쟁? 김 후보와 충돌할 가능성이 큰 의원은 ▲권 전 비대위원장 ▲권 원내대표 ▲이 전 총장 ▲성일종·박수영 의원이다. 이 중 이 전 총장을 제외한 4명에 대해선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서 ‘4적’이라고 주장했던 적이 있다. 홍 전 시장은 “경선을 혼미하게 한 책임을 지고, 의원직 사퇴·정계 은퇴하라”고 주장했다. 이들 중 지도부였던 ▲권 전 비대위원장 ▲권 원내대표 ▲이 전 총장은 후보 교체 시도를 직접 진두지휘했다. 성 의원은 김 후보와 한 전 총리의 단일화에 가장 적극적이었다. 박 의원은 김 후보의 캠프에 참여했지만, 김 후보가 단일화와 관련해 신경전을 이어가자 “김 후보 주변 운동권 출신 인사들이 ‘한 전 총리는 가라앉고, 김 후보가 단일후보가 될 것’이라는 식의 논리를 퍼뜨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 김 후보를 일컬어 “전형적인 좌파식 조직 탈취 시도를 하고 있다”는 비난도 이어갔다. 김 후보는 대선후보 자격이 취소됐던 지난 10일 기자회견을 개최해 스스로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김문수”라면서 지도부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어 캠프 내 측근들과 함께 국민의힘 중앙당사를 방문해 대통령 후보실을 점거했다. 이를 놓고 일각에선 “왕년의 투사 김문수가 돌아온 것이냐”고 반응했다. 이날 김 후보의 대응을 돌아보면, 대선 이후 당권 투쟁서 물러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독자 영역을 구축한 친윤·친한과 달리 김 후보는 외부 세력을 당내에 유입시키기 위한 명분부터 구축해야 한다. 대선서 패배하더라도 의미 있는 득표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홍 전 시장은 자유한국당 후보로서 대선에 출마했지만, 보수 정당이 분열됐던 여파를 극복하지 못했다. 그래서 불과 785만여표(약 24%) 득표에 그쳤다. 이는 역대 대선 직선제 2위 후보 중 당선자와 최다 표차 낙선과 보수 정당 최저 득표율이었다. 홍 전 시장은 대선 패배 이후 약 3주 동안 미국을 방문한 후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로 당선됐다. 예나 지금이나 당내 세력이 미약한 홍 전 시장은 당의 하락세를 막지 못했고, 지난 2018년 지방선거 패배 책임 차원으로 당대표직서 물러났다. 대선서 많은 득표를 하지 못했던 것도 홍 전 시장의 지도력에 힘이 붙지 않았던 이유 중 하나였다. 따라서 김 후보로선 대선 결과와 상관없이 당을 장악하기 위해선 패배하더라도 최대한 많은 득표를 해서 명분을 쥐는 것이 중요하다. 이 후보와의 단일화 시도를 완전히 접지 않은 것도 그 이유 중 하나라고 해석할 수 있다. 하한선 35% 무너지나 YTN이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 11~12일 이틀간 무선 100% 전화 면접 방식으로 진행했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김 후보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보다 13% 뒤처진 33%의 지지를 얻었다. 김 후보가 설령 대선서 패배하더라도, 국민의힘을 장악하려면 40% 이상의 독자 지지율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최저 하한선은 35%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 후보에겐 승패 여하를 떠나 많은 것이 달린 대선일 수밖에 없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