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또 구속된 정명석 JMS 총재

믿음 밟고 성욕 채운 교주님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지난 4일, 신흥종교단체 기독교복음선교회(JMS) 수장 정명석이 구속됐다. 출소 4년 만에 여신도들을 성폭행하고 추행한 혐의다. 정명석은 과거 같은 혐의로 징역 10년을 선고받고 복역한 뒤 2018년 2월 출소한 바 있다. 이 같은 정명석의 비상식적 행태에도 불구하고 그를 응원하거나 믿고 따르는 이가 수천명이나 된다. 정명석 어떤 삶을 살았을까?

어렸을 때부터 찢어질 정도로 가난을 경험하며 살아온 정명석이 믿고 기댈 곳은 주일학교였다. 그렇게 수도생활을 이어가다 1978년 기독교복음선교회(JMS)라는 종교를 만들었다. 그는 자신이 곧 신과 같다며 신도들을 세뇌시켰고 결국 성범죄자로 전락하기까지 했다. 정명석의 인면수심 행보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여신도 성폭행
상습준강간 혐의

정명석은 1945년 3월16일 충청남도 금산군 진산면 석막리에서 부친 정팔성과 모친 황길례 사이에서 6남1녀 중 3남으로 태어났다. 초등학교 때 친구들에게 따돌림에 당해 혼자 놀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먹을거리가 없을 정도로 찢어지게 가난해 굶은 경험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첩첩산중인 석막리에서 사실상 외부와 단절된 채 자랄 수밖에 없었고, 집안 사정으로 다니던 학교마저 졸업하지 못했다. 고단한 어린 시절 정명석이 믿고 기댄 건 종교였다.

주일학교에 나가면서 대둔산과 용문산 등지에서 수도생활을 이어간 그는 1978년 6월1일에 상경,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동에 교회를 세웠으나 쫓겨났다. 이후 1980년 신촌에서 대학생 4명을 전도, 이들을 주축으로 점차 세를 불려나갔다.


어린 시절 잘못된 믿음 때문이었을까? 정명석은 1999년부터 다수의 성폭행 혐의로 수사기관의 내사를 받던 중 대만으로 도주한 뒤 홍콩·중국을 전전하며 도피 행각을 벌였다. 2003년에는 한국 검찰의 요청으로 인터폴 적색 수배 대상에 올랐다.

홍콩에서 중국으로 도피한 그는 2007년 5월 중국 공안에 체포됐고, 이듬해 2월 한국으로 강제송환됐다.

정명석의 여신도 성폭행은 엽기적이었다. 10여년 전 그에게 적용된 혐의는 준강간·강제추행·준강제추행·강간치상죄 등이다. 대법원 항소심에서 혐의가 확정된 정명석은 2018년 2월18일, 10년간 복역을 마치고 대전교도소에서 출소했다.

2009년 대법원이 유죄를 확정한 사건은 정명석이 한국에서 저지른 성폭력이 아니다. 모두 그가 해외 도피 중일 때 가했던 성폭력이었다. 판결문에 등장하는 피해자는 다섯명. 이들 중 법원이 최종적으로 피해를 인정한 사람은 네명이다.

판결문을 보면, 피해자들은 정명석을 ‘메시아라고 믿고 그의 절대적인 권위에 복종’했다. 재판 과정에서 정명석은 법정 진술, 자필 진술문 등을 통해 자신이 메시아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는 형량을 줄이기 위한 것이었을 뿐, 실제로 신도들은 그를 이 땅의 재림주 메시아라 믿고 있었다.

피해자 A씨와 B씨는 자매다. 정명석은 도피 생활 초기였던 2003년경 두 사람을 홍콩으로 불러들였다. 정명석이 누구에게도 홍콩에 간다고 말하지 말라고 하자, 자매는 부모를 속이고 출국했다. 정명석은 그의 절대 권위에 복종하던 자매를 자기 성욕을 해소하는 데 이용했다.

어린 시절부터 주일학교 다녀 잘못된 믿음?
80년부터 신촌서 적극적으로 전도 세 불려


정명석은 두 사람을 차례로 성폭행했다. 정명석은 검찰 조사에서, 두 사람을 홍콩으로 불러 방에서 안마를 받고 양옆에서 팔베개하고 눕도록 한 사실은 인정했으나 “강간 사실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정명석과 변호인의 주장이 합리적이지 않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당시 두 사람이 ‘항거불능’ 상태였다는 점을 적시했다.

판결문에는 ‘피해자들이 메시아로 여기며 그 권위를 절대적으로 신봉해오던 피고인과의 관계나, 피해가 일어난 아파트에는 정명석을 신봉하는 소수의 신도밖에 없었던 사정 등에 비추어 심리적으로 반항하기 현저히 곤란한 상태에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시돼있다. 법원은 정명석의 준강간 사실을 인정했다.

인터폴에 적색 수배 중이던 정명석은 2003년 7월 홍콩 이민국에 구속됐다. 이후 보석금을 내고 풀려난 정명석은 배를 타고 중국으로 밀항했다. 피해자 C씨는 중국에서 2006년 4월경 정명석을 만났다. 정명석은 이때 C씨와 단둘이 목욕탕으로 가, C씨에게 속옷을 벗으라고 강요하고 강제로 성관계를 가졌다.

재판부는 정명석이 C씨에게 한 행위는 강간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C씨 역시 A·B씨와 마찬가지로 정명석을 메시아로 믿고 있었고, 정명석이 피해자에게 언행으로 협박을 가한 점 역시 피해자의 항거 곤란하게 할 정도의 폭행과 협박이라고 봤다.

1심에서는 피해자 세 명에게 가한 성폭력만 인정돼 징역 6년을 선고받았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또 다른 고소인 D씨의 피해 역시 인정해, 정명석에게 4년을 얹어 10년을 선고했다.

D씨는 2001년 말레이시아에 머무르던 중 추행을 당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정명석은 “의학박사 자격증도 있고 하나님을 통해 검사해주니 너희들에게도 (부인과)검사를 해주겠다”며 D씨를 추행했다. 1심 재판부는 “정명석이 피해자의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의 협박을 가했다는 점을 인정할 수 없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피해 발생 당시, 주위에 있는 사람들 때문에 피해자가 정신적 혼란이 가중돼 반항이 곤란한 상황이었다고 인정했다.

재판부는 “정명석이 특수 지위에 있는 종교 지도자라고 믿는 회원을 상대로 성 접촉을 한 점, 피해자들이 비교적 어린 나이였던 점 등을 볼 때 정명석이 고령(당시 63세)이라 하더라도 1심보다 중한 형을 내려야 한다”며 10년을 선고했다.

가난한 일상
종교에 기대

정명석은 10년형을 선고받은 것 외에도, JMS 탈퇴 여성 두 명에게 성폭력을 가한 사실이 인정돼 손해배상한 사실이 있다. 정명석은 한국에 있을 때도 여신도 성폭행이 법원에서 인정된 바 있다.

JMS 탈퇴 여성 7명은 2000년, 정명석에게 피해를 봤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이 소송은 무려 8년간 지속된 끝에 정명석과 합의한 4명, 공소시효가 만료된 1명을 제외한 2명에게 각각 1000만원과 5000만원 손해배상 판결이 나왔다.


법조계에 따르면 정명석은 자신을 메시아로 믿게 하고, 그 믿음을 이용해 성욕을 채운 성범죄자다. 하지만 JMS 신도들은 정명석이 억울한 누명을 쓰고 옥살이했다고 믿고 있다.

JMS가 제작한 팸플릿에는 ‘언론과 방송이 조성한 여론의 영향을 받은 종교 편향적 재판, 증거 없는 자유 심증주의에 의한 편파적 판결’ ‘유죄의 결정적 증거는 없고, 무죄를 입증할 증거는 철저히 배제된 형사재판의 기본원칙이 무시된 결과’라고 적혀 있다.

JMS는 2012년 다시 여론의 주목을 받았다. JMS 핵심 간부로 활동했던 탈퇴자들이 2012년 3월 기자회견을 열고, 정명석이 감옥에서도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JMS에서 26년간 활동한 조경숙씨는 JMS 내 다양한 여성 그룹이 존재하고 정명석의 신부로 준비된 여성들을 ‘상록수’라고 부른다고 폭로했다.

이들은 JMS가 여성들 프로필을 정명석에게 보내고, 정명석이 감옥에서 자필 편지를 보내 직접 상록수를 선발한다고 말했다. 탈퇴자들이 공개한 프로필에는 후보 여성들의 비키니 사진과 신상정보가 적혀 있다. 이 중에는 미성년자도 있었다.

기자회견에서 공개한 영상에는, 젊은 여신도들이 나체 상태로 정명석을 “주님” “여보” 등으로 칭하며 교태를 부리는 장면이 담겨있었다.

JMS는 일부 여신도가 영상을 자체 제작한 것이지, 교단 차원에서 관여한 적이 없고 이 영상을 정명석에게 보낸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탈퇴자들이 여론몰이를 위해 영상을 이용했을 뿐, 성상납의 증거가 될 수 없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탈퇴자들과 이단 전문가들은 정명석이 출소하면 다시 성범죄를 저지를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JMS 사무국장을 역임했던 김진호씨는 “상록수로 뽑힌 여성들은 정명석이 출소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정명석이 출소하면 똑같이 범죄의 대상이 될 것”이라고 했다.

정명석은 달라지지 않았다. 그는 최근 4년 만에 또 여신도 성폭행 혐의로 구속됐다. 대전지법 신동준 영장전담 판사는 상습준강간 등 혐의를 받는 정명석에 대해 “증거인멸과 도주의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정명석은 영장실질심사가 끝난 뒤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답하지 않고 자리를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정명석은 일본에서도 비슷한 행태를 보였다. 일본 JMS는 주로 대학교를 중심으로 포교활동을 벌여 왔으며 이들은 소위 엘리트들을 전도의 주요 대상으로 삼고, ‘평소 생활과 인생관을 살펴보고 긍정적인 사람을 찾아라’ ‘거리에서 수준 높은 사람을 전도하라’ ‘외모가 괜찮은 사람과 만날 수 있게 하라’ 등과 같은 지침을 세워 치밀하게 포교활동을 벌여왔다.

수차례 스캔들
징역 10년 선고

정명석은 2000년대 초 일본 오사카나 지바의 측근 자택에 머무르며, 하루에 두세 명에서 열 명까지 여학생들을 매일같이 불러 ‘건강 체크를 한다’는 핑계를 대며 성적인 행위를 반복했다고 한다.

측근들은 여성 신도들에게 ‘교주가 만나고 싶어 한다’며 은신처로 불렀다. 이때 측근들은 여성들에게 ‘이 사실을 누군가에게 말하면 지옥에 떨어진다’는 식으로 강하게 입막음했다.

그중 한 명은 “성폭행을 당하고 있을 때는 무엇이 일어나는지 이해하지 못했고, 머릿속이 혼란해 교주가 하라는 대로 할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이 같은 일본 언론들의 대대적인 보도 이후 대학가엔 비상이 걸렸다고 한다.

‘위험한 종교단체 주의’라는 포스터가 대학 캠퍼스 곳곳에 붙어 왕성하게 활동하던 JMS 교회들은 문을 닫고 잠적했다. 한편 JMS를 탈퇴해 만든 ‘안티 JMS’ 엑소더스 관계자는 “정명석의 만행이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까지 자행돼온 것은 실로 개탄할 노릇”이라며 “하루빨리 정명석이 저질러온 범죄에 합당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이제까지 엑소더스 회원들은 국내에 있는 JMS 신도들에게 갖은 협박과 피해를 봤다”며 “그들도 정명석의 실체를 받아들이고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JMS를 포함한 사이비 종교의 만행이 지속되자 종교계 일각에서는 정치권에서 입법을 통해 규제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사종교피해대책범국민연대(상임대표 진용식 목사)는 최근 서울 중국 프레스센터에서 ‘반사회적 사이비 종교의 법적규제 촉구를 위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주최 측 발제자들은 아베 전 일본 총리 피격사건과 관련 일본 통일교의 헌금 강요 정황, 정명석의 해외 성범죄 피해 현황 등을 보고했다.

먼저 김경천 목사(상록교회 부목사, 전 JMS 부총재)는 ‘JMS 피해사례 및 상황’이라는 제목의 발제에서 “성범죄 전력으로 인해 10년형을 선고받고 최근 전자발찌를 찬 채 만기출소한 정명석 JMS 교주는 또 다시 영국, 호주 등 서구에서 자행한 성범죄 혐의로 피소된 상태”라며 “아시아뿐만 아니라 서구에서도 보고되고 있는 그의 성범죄 피해 사례로 대한민국 이미지는 크게 실추됐다”고 주장했다.

준강간·강제추행 의혹 받자
홍콩·중국 등으로 해외 도주
감옥살이 10년…다시 성폭행

이어 “정명석의 행각은 통일교 원리 강론에서 비롯된 JMS 교리로 인한 것”이라며 “이에 따르면 첫째 아담의 선악과 범죄는 미성숙한 성관계로 인한 타락으로, 둘째 아담 예수 그리스도의 육신은 현재 죽어 실존하지 않는 상태이기에, 예수의 영이 빙의된 셋째 아담 정명석 교주를 사랑하고 성관계를 맺는 것이 비로소 하나님을 사랑하는 것이라고 가르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단·사이비에 빠진 이들을 구출하고, 보편 타당한 윤리에 기초해야 할 종교의 자유가 이단 사이비 집단의 범죄를 방관하는 방패로 전락되지 않도록 사이비종교 처벌법을 제정해달라”고 호소했다.

이어 와타나베 변호사(현 일본 전국 영감상법 변호사연락회 부회장)가 현장 줌(ZOOM) 연결을 통해 ‘아베 전 총리 피격 사건과 일본의 통일교 피해사례’에 댇해 발제했다. 와타나베 변호사는 “아베 전 일본 총리 피격 사건의 원인은 통일교 피해자의 원한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일본 통일교는 사유재산 모두가 하나님의 것이라고 가르치는데, 여기서 하나님은 교주 문선명을 지칭한다”며 “어머니가 헌금을 통일교에 과도하게 납부한 나머지, 가정 형편이 악화되고 대학 진학이 좌절되는 등 가정파탄을 경험한 용의자 야마가미의 원한이 이번 아베 전 총리 피격 사건의 주요 원인이라고 본다”고 했다.

특히 “일본 통일교는 신도로부터 걷은 헌금 중 약 400억엔(한화 약 3800억원)을 매년 한국 통일교에 송금하고 있다”며 “이 금액은 한국 통일교가 현재 진행하고 있는 리조트 건설 등 여러 가지 사업에 필요한 자본금으로 투입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리조트 건설을 위한 별도의 헌금 명목으로 각 신자에게 약 120만엔(한화 약 1200만원)을 헌금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단·사이비처벌법 제정이 자칫 헌법상 종교의 자유를 침해할 우려와 관련해선 “이단들이 자기 정체를 감춘 채 포교활동을 하는 것 자체가 상대방이 종교를 선택할 자유를 침해하는 행태”라며 “때문에 상대방이 자신의 의사에 따라 자유롭게 종교를 선택할 자유를 보장하는 전제에서 종교의 자유가 성립된다”고 언급했다.

또 “일본 내 JMS 피해 사례도 간간이 보고되고 있다. 이들 가운데 기업 CEO, 변호사, 의사, 대기업 직장인 등도 있으며 통일교에 비하면 헌금 규모는 작지만 월급의 상당 부분을 바치고 있다고 한다”며 “현재 일본 JMS 신도 수십 명이 성적 피해를 봤다고 자백한 경우는 많지만, 아직까지 민형사 고발까지 이어지지 않은 상황이다. 왜냐면 현재 일본에는 내부 고발자를 보호할 시스템이 부재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오명현 목사(예장 합동 이단대책위 연구분과장)는 ‘정읍살인사건의 실상’이라는 제목의 발제에서 “저는 지난 6월16일 전라북도 정읍에서 신천지에 빠져 이혼을 요구한 아내를 살해한 혐의로 체포된 노모씨와 사건 발생 수일 전까지 이단 상담을 이어간 장본인”이라며 “저는 노씨에게 흥분하지 말고 절제와 인내 등 차분한 마음을 가질 것을 신신당부를 했다”고 했다.

옥살이 불구
지속적 만행

오 목사는 “물론 살인은 어떤 경우든 정당화될 수 없다”며 “그러나 신천지는 자신들의 모략 포교로 인해 부부간 불화 등 가정파탄을 일으킨 책임을 반성하고 피해 유족을 위한 대책 마련을 강구하기는커녕, 일간지 광고·언론사 앞에서 신도를 동원한 대규모 시위 등을 통해 사건의 책임을 다른 데로 돌리며 적반하장의 파렴치한 행위를 일삼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회는 사이비 종교로 인해 이혼, 학업 포기 등 일상과 가정의 화목이 깨지는 일을 막기 위해 사이비 종교 규제법을 제정해달라”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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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