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또 구속된 정명석 JMS 총재

믿음 밟고 성욕 채운 교주님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지난 4일, 신흥종교단체 기독교복음선교회(JMS) 수장 정명석이 구속됐다. 출소 4년 만에 여신도들을 성폭행하고 추행한 혐의다. 정명석은 과거 같은 혐의로 징역 10년을 선고받고 복역한 뒤 2018년 2월 출소한 바 있다. 이 같은 정명석의 비상식적 행태에도 불구하고 그를 응원하거나 믿고 따르는 이가 수천명이나 된다. 정명석 어떤 삶을 살았을까?

어렸을 때부터 찢어질 정도로 가난을 경험하며 살아온 정명석이 믿고 기댈 곳은 주일학교였다. 그렇게 수도생활을 이어가다 1978년 기독교복음선교회(JMS)라는 종교를 만들었다. 그는 자신이 곧 신과 같다며 신도들을 세뇌시켰고 결국 성범죄자로 전락하기까지 했다. 정명석의 인면수심 행보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여신도 성폭행
상습준강간 혐의

정명석은 1945년 3월16일 충청남도 금산군 진산면 석막리에서 부친 정팔성과 모친 황길례 사이에서 6남1녀 중 3남으로 태어났다. 초등학교 때 친구들에게 따돌림에 당해 혼자 놀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먹을거리가 없을 정도로 찢어지게 가난해 굶은 경험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첩첩산중인 석막리에서 사실상 외부와 단절된 채 자랄 수밖에 없었고, 집안 사정으로 다니던 학교마저 졸업하지 못했다. 고단한 어린 시절 정명석이 믿고 기댄 건 종교였다.

주일학교에 나가면서 대둔산과 용문산 등지에서 수도생활을 이어간 그는 1978년 6월1일에 상경,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동에 교회를 세웠으나 쫓겨났다. 이후 1980년 신촌에서 대학생 4명을 전도, 이들을 주축으로 점차 세를 불려나갔다.


어린 시절 잘못된 믿음 때문이었을까? 정명석은 1999년부터 다수의 성폭행 혐의로 수사기관의 내사를 받던 중 대만으로 도주한 뒤 홍콩·중국을 전전하며 도피 행각을 벌였다. 2003년에는 한국 검찰의 요청으로 인터폴 적색 수배 대상에 올랐다.

홍콩에서 중국으로 도피한 그는 2007년 5월 중국 공안에 체포됐고, 이듬해 2월 한국으로 강제송환됐다.

정명석의 여신도 성폭행은 엽기적이었다. 10여년 전 그에게 적용된 혐의는 준강간·강제추행·준강제추행·강간치상죄 등이다. 대법원 항소심에서 혐의가 확정된 정명석은 2018년 2월18일, 10년간 복역을 마치고 대전교도소에서 출소했다.

2009년 대법원이 유죄를 확정한 사건은 정명석이 한국에서 저지른 성폭력이 아니다. 모두 그가 해외 도피 중일 때 가했던 성폭력이었다. 판결문에 등장하는 피해자는 다섯명. 이들 중 법원이 최종적으로 피해를 인정한 사람은 네명이다.

판결문을 보면, 피해자들은 정명석을 ‘메시아라고 믿고 그의 절대적인 권위에 복종’했다. 재판 과정에서 정명석은 법정 진술, 자필 진술문 등을 통해 자신이 메시아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는 형량을 줄이기 위한 것이었을 뿐, 실제로 신도들은 그를 이 땅의 재림주 메시아라 믿고 있었다.

피해자 A씨와 B씨는 자매다. 정명석은 도피 생활 초기였던 2003년경 두 사람을 홍콩으로 불러들였다. 정명석이 누구에게도 홍콩에 간다고 말하지 말라고 하자, 자매는 부모를 속이고 출국했다. 정명석은 그의 절대 권위에 복종하던 자매를 자기 성욕을 해소하는 데 이용했다.

어린 시절부터 주일학교 다녀 잘못된 믿음?
80년부터 신촌서 적극적으로 전도 세 불려


정명석은 두 사람을 차례로 성폭행했다. 정명석은 검찰 조사에서, 두 사람을 홍콩으로 불러 방에서 안마를 받고 양옆에서 팔베개하고 눕도록 한 사실은 인정했으나 “강간 사실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정명석과 변호인의 주장이 합리적이지 않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당시 두 사람이 ‘항거불능’ 상태였다는 점을 적시했다.

판결문에는 ‘피해자들이 메시아로 여기며 그 권위를 절대적으로 신봉해오던 피고인과의 관계나, 피해가 일어난 아파트에는 정명석을 신봉하는 소수의 신도밖에 없었던 사정 등에 비추어 심리적으로 반항하기 현저히 곤란한 상태에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시돼있다. 법원은 정명석의 준강간 사실을 인정했다.

인터폴에 적색 수배 중이던 정명석은 2003년 7월 홍콩 이민국에 구속됐다. 이후 보석금을 내고 풀려난 정명석은 배를 타고 중국으로 밀항했다. 피해자 C씨는 중국에서 2006년 4월경 정명석을 만났다. 정명석은 이때 C씨와 단둘이 목욕탕으로 가, C씨에게 속옷을 벗으라고 강요하고 강제로 성관계를 가졌다.

재판부는 정명석이 C씨에게 한 행위는 강간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C씨 역시 A·B씨와 마찬가지로 정명석을 메시아로 믿고 있었고, 정명석이 피해자에게 언행으로 협박을 가한 점 역시 피해자의 항거 곤란하게 할 정도의 폭행과 협박이라고 봤다.

1심에서는 피해자 세 명에게 가한 성폭력만 인정돼 징역 6년을 선고받았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또 다른 고소인 D씨의 피해 역시 인정해, 정명석에게 4년을 얹어 10년을 선고했다.

D씨는 2001년 말레이시아에 머무르던 중 추행을 당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정명석은 “의학박사 자격증도 있고 하나님을 통해 검사해주니 너희들에게도 (부인과)검사를 해주겠다”며 D씨를 추행했다. 1심 재판부는 “정명석이 피해자의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의 협박을 가했다는 점을 인정할 수 없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피해 발생 당시, 주위에 있는 사람들 때문에 피해자가 정신적 혼란이 가중돼 반항이 곤란한 상황이었다고 인정했다.

재판부는 “정명석이 특수 지위에 있는 종교 지도자라고 믿는 회원을 상대로 성 접촉을 한 점, 피해자들이 비교적 어린 나이였던 점 등을 볼 때 정명석이 고령(당시 63세)이라 하더라도 1심보다 중한 형을 내려야 한다”며 10년을 선고했다.

가난한 일상
종교에 기대

정명석은 10년형을 선고받은 것 외에도, JMS 탈퇴 여성 두 명에게 성폭력을 가한 사실이 인정돼 손해배상한 사실이 있다. 정명석은 한국에 있을 때도 여신도 성폭행이 법원에서 인정된 바 있다.

JMS 탈퇴 여성 7명은 2000년, 정명석에게 피해를 봤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이 소송은 무려 8년간 지속된 끝에 정명석과 합의한 4명, 공소시효가 만료된 1명을 제외한 2명에게 각각 1000만원과 5000만원 손해배상 판결이 나왔다.


법조계에 따르면 정명석은 자신을 메시아로 믿게 하고, 그 믿음을 이용해 성욕을 채운 성범죄자다. 하지만 JMS 신도들은 정명석이 억울한 누명을 쓰고 옥살이했다고 믿고 있다.

JMS가 제작한 팸플릿에는 ‘언론과 방송이 조성한 여론의 영향을 받은 종교 편향적 재판, 증거 없는 자유 심증주의에 의한 편파적 판결’ ‘유죄의 결정적 증거는 없고, 무죄를 입증할 증거는 철저히 배제된 형사재판의 기본원칙이 무시된 결과’라고 적혀 있다.

JMS는 2012년 다시 여론의 주목을 받았다. JMS 핵심 간부로 활동했던 탈퇴자들이 2012년 3월 기자회견을 열고, 정명석이 감옥에서도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JMS에서 26년간 활동한 조경숙씨는 JMS 내 다양한 여성 그룹이 존재하고 정명석의 신부로 준비된 여성들을 ‘상록수’라고 부른다고 폭로했다.

이들은 JMS가 여성들 프로필을 정명석에게 보내고, 정명석이 감옥에서 자필 편지를 보내 직접 상록수를 선발한다고 말했다. 탈퇴자들이 공개한 프로필에는 후보 여성들의 비키니 사진과 신상정보가 적혀 있다. 이 중에는 미성년자도 있었다.

기자회견에서 공개한 영상에는, 젊은 여신도들이 나체 상태로 정명석을 “주님” “여보” 등으로 칭하며 교태를 부리는 장면이 담겨있었다.

JMS는 일부 여신도가 영상을 자체 제작한 것이지, 교단 차원에서 관여한 적이 없고 이 영상을 정명석에게 보낸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탈퇴자들이 여론몰이를 위해 영상을 이용했을 뿐, 성상납의 증거가 될 수 없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탈퇴자들과 이단 전문가들은 정명석이 출소하면 다시 성범죄를 저지를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JMS 사무국장을 역임했던 김진호씨는 “상록수로 뽑힌 여성들은 정명석이 출소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정명석이 출소하면 똑같이 범죄의 대상이 될 것”이라고 했다.

정명석은 달라지지 않았다. 그는 최근 4년 만에 또 여신도 성폭행 혐의로 구속됐다. 대전지법 신동준 영장전담 판사는 상습준강간 등 혐의를 받는 정명석에 대해 “증거인멸과 도주의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정명석은 영장실질심사가 끝난 뒤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답하지 않고 자리를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정명석은 일본에서도 비슷한 행태를 보였다. 일본 JMS는 주로 대학교를 중심으로 포교활동을 벌여 왔으며 이들은 소위 엘리트들을 전도의 주요 대상으로 삼고, ‘평소 생활과 인생관을 살펴보고 긍정적인 사람을 찾아라’ ‘거리에서 수준 높은 사람을 전도하라’ ‘외모가 괜찮은 사람과 만날 수 있게 하라’ 등과 같은 지침을 세워 치밀하게 포교활동을 벌여왔다.

수차례 스캔들
징역 10년 선고

정명석은 2000년대 초 일본 오사카나 지바의 측근 자택에 머무르며, 하루에 두세 명에서 열 명까지 여학생들을 매일같이 불러 ‘건강 체크를 한다’는 핑계를 대며 성적인 행위를 반복했다고 한다.

측근들은 여성 신도들에게 ‘교주가 만나고 싶어 한다’며 은신처로 불렀다. 이때 측근들은 여성들에게 ‘이 사실을 누군가에게 말하면 지옥에 떨어진다’는 식으로 강하게 입막음했다.

그중 한 명은 “성폭행을 당하고 있을 때는 무엇이 일어나는지 이해하지 못했고, 머릿속이 혼란해 교주가 하라는 대로 할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이 같은 일본 언론들의 대대적인 보도 이후 대학가엔 비상이 걸렸다고 한다.

‘위험한 종교단체 주의’라는 포스터가 대학 캠퍼스 곳곳에 붙어 왕성하게 활동하던 JMS 교회들은 문을 닫고 잠적했다. 한편 JMS를 탈퇴해 만든 ‘안티 JMS’ 엑소더스 관계자는 “정명석의 만행이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까지 자행돼온 것은 실로 개탄할 노릇”이라며 “하루빨리 정명석이 저질러온 범죄에 합당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이제까지 엑소더스 회원들은 국내에 있는 JMS 신도들에게 갖은 협박과 피해를 봤다”며 “그들도 정명석의 실체를 받아들이고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JMS를 포함한 사이비 종교의 만행이 지속되자 종교계 일각에서는 정치권에서 입법을 통해 규제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사종교피해대책범국민연대(상임대표 진용식 목사)는 최근 서울 중국 프레스센터에서 ‘반사회적 사이비 종교의 법적규제 촉구를 위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주최 측 발제자들은 아베 전 일본 총리 피격사건과 관련 일본 통일교의 헌금 강요 정황, 정명석의 해외 성범죄 피해 현황 등을 보고했다.

먼저 김경천 목사(상록교회 부목사, 전 JMS 부총재)는 ‘JMS 피해사례 및 상황’이라는 제목의 발제에서 “성범죄 전력으로 인해 10년형을 선고받고 최근 전자발찌를 찬 채 만기출소한 정명석 JMS 교주는 또 다시 영국, 호주 등 서구에서 자행한 성범죄 혐의로 피소된 상태”라며 “아시아뿐만 아니라 서구에서도 보고되고 있는 그의 성범죄 피해 사례로 대한민국 이미지는 크게 실추됐다”고 주장했다.

준강간·강제추행 의혹 받자
홍콩·중국 등으로 해외 도주
감옥살이 10년…다시 성폭행

이어 “정명석의 행각은 통일교 원리 강론에서 비롯된 JMS 교리로 인한 것”이라며 “이에 따르면 첫째 아담의 선악과 범죄는 미성숙한 성관계로 인한 타락으로, 둘째 아담 예수 그리스도의 육신은 현재 죽어 실존하지 않는 상태이기에, 예수의 영이 빙의된 셋째 아담 정명석 교주를 사랑하고 성관계를 맺는 것이 비로소 하나님을 사랑하는 것이라고 가르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단·사이비에 빠진 이들을 구출하고, 보편 타당한 윤리에 기초해야 할 종교의 자유가 이단 사이비 집단의 범죄를 방관하는 방패로 전락되지 않도록 사이비종교 처벌법을 제정해달라”고 호소했다.

이어 와타나베 변호사(현 일본 전국 영감상법 변호사연락회 부회장)가 현장 줌(ZOOM) 연결을 통해 ‘아베 전 총리 피격 사건과 일본의 통일교 피해사례’에 댇해 발제했다. 와타나베 변호사는 “아베 전 일본 총리 피격 사건의 원인은 통일교 피해자의 원한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일본 통일교는 사유재산 모두가 하나님의 것이라고 가르치는데, 여기서 하나님은 교주 문선명을 지칭한다”며 “어머니가 헌금을 통일교에 과도하게 납부한 나머지, 가정 형편이 악화되고 대학 진학이 좌절되는 등 가정파탄을 경험한 용의자 야마가미의 원한이 이번 아베 전 총리 피격 사건의 주요 원인이라고 본다”고 했다.

특히 “일본 통일교는 신도로부터 걷은 헌금 중 약 400억엔(한화 약 3800억원)을 매년 한국 통일교에 송금하고 있다”며 “이 금액은 한국 통일교가 현재 진행하고 있는 리조트 건설 등 여러 가지 사업에 필요한 자본금으로 투입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리조트 건설을 위한 별도의 헌금 명목으로 각 신자에게 약 120만엔(한화 약 1200만원)을 헌금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단·사이비처벌법 제정이 자칫 헌법상 종교의 자유를 침해할 우려와 관련해선 “이단들이 자기 정체를 감춘 채 포교활동을 하는 것 자체가 상대방이 종교를 선택할 자유를 침해하는 행태”라며 “때문에 상대방이 자신의 의사에 따라 자유롭게 종교를 선택할 자유를 보장하는 전제에서 종교의 자유가 성립된다”고 언급했다.

또 “일본 내 JMS 피해 사례도 간간이 보고되고 있다. 이들 가운데 기업 CEO, 변호사, 의사, 대기업 직장인 등도 있으며 통일교에 비하면 헌금 규모는 작지만 월급의 상당 부분을 바치고 있다고 한다”며 “현재 일본 JMS 신도 수십 명이 성적 피해를 봤다고 자백한 경우는 많지만, 아직까지 민형사 고발까지 이어지지 않은 상황이다. 왜냐면 현재 일본에는 내부 고발자를 보호할 시스템이 부재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오명현 목사(예장 합동 이단대책위 연구분과장)는 ‘정읍살인사건의 실상’이라는 제목의 발제에서 “저는 지난 6월16일 전라북도 정읍에서 신천지에 빠져 이혼을 요구한 아내를 살해한 혐의로 체포된 노모씨와 사건 발생 수일 전까지 이단 상담을 이어간 장본인”이라며 “저는 노씨에게 흥분하지 말고 절제와 인내 등 차분한 마음을 가질 것을 신신당부를 했다”고 했다.

옥살이 불구
지속적 만행

오 목사는 “물론 살인은 어떤 경우든 정당화될 수 없다”며 “그러나 신천지는 자신들의 모략 포교로 인해 부부간 불화 등 가정파탄을 일으킨 책임을 반성하고 피해 유족을 위한 대책 마련을 강구하기는커녕, 일간지 광고·언론사 앞에서 신도를 동원한 대규모 시위 등을 통해 사건의 책임을 다른 데로 돌리며 적반하장의 파렴치한 행위를 일삼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회는 사이비 종교로 인해 이혼, 학업 포기 등 일상과 가정의 화목이 깨지는 일을 막기 위해 사이비 종교 규제법을 제정해달라”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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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축출’ 장동혁 용꿈의 비밀

‘한동훈 축출’ 장동혁 용꿈의 비밀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한동훈 전 대표는 한때 ‘짝패’였다. 장 대표는 용꿈을 꾸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 제명에 몰두한 이유를 이해하려면, 그의 욕망 ‘용꿈’을 이해해야 한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5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에 대한 재신임 투표를 제안했다. 조건은 “다음날까지 정치 생명을 걸고 재신임·사퇴를 요구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누군가의 ‘정치 생명을 건 재신임·사퇴 요구’가 있으면, 곧바로 전 당원투표를 시행하겠다”는 제안이었다. 요구 기간 불과 이틀 지난 6일까지 장 대표에 대한 재신임 투표를 제안한 국민의힘 구성원은 아무도 없었다. 국민의힘 최수진 원내 수석대변인은 지난 7일 “반응이 없었으니 종결된 것”이라고 말했다. 장 대표에 대한 당내 친한(친 한동훈)계·소장파의 비판이 시작된 시점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제명한 지난달 29일이었다. 친한계 일원인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 제명 조치도 지난 9일 확정됐다.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현직 당협위원장 신분으로 장 대표 등을 공개 비판해 왔다”는 이유로 지난달 26일 김 전 최고위원에게 ‘탈당 권유’ 징계를 결정했다. 김 전 최고위원이 탈당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동 제명 처리됐다. 오 시장은 지난달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기어이 당을 자멸의 길로 몰아넣었다”면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는 국민의힘을 이끌 자격이 없으니, 물러나서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론조사기관 조원씨앤아이가 <스트레이트뉴스>의 의뢰를 받아 지난 7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 거주 18세 이상 남녀 80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ARS 여론조사(휴대전화 가상번호 100%)에 따르면, 오 시장은 33.3%의 지지를 얻어 47.5%의 지지를 얻은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보다 14.2% 뒤처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참조할 수 있다. 친한계는 한 전 대표를 중심으로 뭉친 수도권·부산 내 보수 성향 엘리트 집단이다. 국민의힘이 지난 2016년부터 총선에서 연패한 탓에 당내 수도권 엘리트들의 영향력이 줄었다. 양당 체제를 선호하는 한국인의 특성상 ‘집단 탈당 후 창당’을 선택하기도 어렵다. 바른정당·국민의당·바른미래당 등 보수 성향 제3지대 정당 실험은 모두 실패했다. 현 시점에선 국회 의석 3석을 보유한 개혁신당만이 유일한 원내 보수 성향 제3지대 정당으로 존재한다. 4개월여 앞둔 선거가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궐선거란 사실도 이들이 쉽게 움직일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지난 2022년 대선·지방선거를 지휘해 연이어 이긴 경험이 있다. 반면 한 전 대표는 선거를 지휘해 이긴 경험이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 2024년 비상대책위원장 자격으로 총선을 지휘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108석만을 확보하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 제명을 사실상 주도한 장 대표에 대해선 “집단 탈당 후 신당 창당’이란 정치 실험이 성공한 사례가 드물고, 한 전 대표의 선거 지휘 능력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는 것을 토대로 강행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지방선거는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고 중앙 정치에 미치는 영향력도 적지만, 그래도 선거는 선거다. 지역 기반을 확보하는 선거가 중요하지 않을 리는 없다. 통상 선거를 앞둔 시점에선 빅텐트 설치 등 이합집산 움직임이 활발해진다. 선거를 4개월여 앞둔 시점에서 당내 계파 중 하나를 와해시켜 ‘다이어트’를 시도하는 사례는 드물다. 이 대표가 개혁신당을 창당한 시점은 총선을 약 3개월 앞둔 지난 2024년 1월이었다. 당시 국민의힘 탈당 후 개혁신당으로 옮긴 현역 의원은 허은아 대통령실 국민통합비서관 1명이었다. 그리고 개혁신당이 거둔 의석은 지역구 1석·비례대표 2석 등 총 3석이라서 정치 구도를 바꿀 만큼의 영향력을 얻은 것은 아니었다. 한 제명 후 오 반발 “장 물러나 책임져야” 하나뿐인 꿈…정치적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장 대표의 한 전 대표 등 제명 및 오 시장과의 갈등은 “국민의힘이 수도권 내 지방선거를 포기한 것 아니냐”는 의문으로 이어질 만큼 집요하다. 선거에선 어제 없던 조직이라도 오늘 만들어서 돌려야 하고, 어제의 원수와도 악수해서 표로 바꿔야 한다. 일정한 영향력을 당내 구성원을 내쫓아 선거에 악영향을 주는 것을 감수하는 선택은 “의아하다”는 의심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큰 지점이다. 국민의힘은 지난 2016년 이후 수도권 패배·중도층 표심 공략 실패 여파로 총선에서 연패했다. “중도층 표심을 공략하면서 수도권에서 이겨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선거 승리 공식이다. 국민의힘 지도부 구성원 중 가장 강경한 보수 성향을 드러내는 김민수 최고위원조차 지난 9일 보수 유튜버들이 공동 주최한 ‘대한민국 자유 유튜브 총연합회 토론회’에 출연해 “윤 어게인을 외쳐선 지방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며 “중도층을 설득해야 하는데, 부정선거론을 10년 동안 외쳐도 영역은 좁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발언은 누구나 아는 선거 승리 공식을 그가 현실적으로 외면할 순 없으리라는 근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나라당 정옥임 전 의원은 지난 11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김 최고위원이 우파의 짠물 지지자들을 우습게 보는 것”이라며 “윤 어게인·탄핵 반대 구호로 그들의 성원을 받았으니, 노선을 바꾸더라도 그들이 따라올 것이란 기대감을 깔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지난 2022년 6월 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러진 충남 보령·서천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금배지를 달았다. 지난 2024년 총선에서 승리하면서 형식적으로는 재선 의원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아직 초선 의원 임기 4년도 마치지 않았다. 비상대책위원장이었던 한 전 대표는 지난 2023년 12월 장 대표를 파격적으로 사무총장에 임명했다. 지난 2024년 전당대회에선 한 전 대표와 장 대표가 나란히 당 대표와 수석 최고위원으로 당선됐다. 지난 2024년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 해제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 18명 중엔 장 대표도 있었다. 한 전 대표와 장 대표는 이때까진 누가 보더라도 ‘짝패’였다. 그로부터 1주가 지난 12월11일에 이르러, 이들은 명백한 결별 신호를 언론·대중에게 드러냈다. 윤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 한 전 대표와 달리 장 대표는 반대했고, 굳게 입술을 다문 채 당 대표실을 나서는 모습이 포착됐다. 3일 후 장 대표는 가장 먼저 사퇴해 ‘한동훈 체제’ 붕괴에 결정적으로 일조했다. 누구나 아는 승리 공식 장 대표는 지난해 2월엔 윤 전 대통령 파면에 반대하는 세이브코리아 국가비상기도회에 참석해 “비상계엄에도 하나님의 계획이 있고, 하나님이 승리로 이끌 것”이라고 말하는 등 강경 보수 전향을 선언했다. 이는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와 차별화하면서 강경 보수의 지지를 선점하는 계기가 됐다. 지난해 8월 전당대회에선 강경 보수의 압도적 지지를 업고 당 대표에 당선됐다. 당 사무총장엔 통상 3선 의원이 발탁된다. 그래서 국회의원이 된 후 약 1년6개월이 지난 장 대표가 사무총장으로 발탁된 것은 한 전 대표의 파격 인선으로 해석됐다. 이후 장 대표는 원내 수석대변인·수석 최고위원을 지내는 등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지난 2024년 12월 이후엔 정치적 원수가 돼 한 전 대표 제명을 주도했다. 장 대표의 변화에 대해선 “정치적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일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같은 분석이 나오는 배경은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이 대표는 지난해 9월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장 대표는 국회의원이 되기 전부터 ‘충청에서 몇 안 되는 용꿈 꾸는 분’이란 평가를 받았다”며 “용꿈을 꾸는 사람답게 유연한 정치 행보를 이어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장 대표가 당 대표 당선 이후엔 굉장히 유연하게 노선을 바꿔 탈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장 대표는 ‘한동훈’이란 이름 석 자 앞에선 유연하지 못하단 사실을 몸소 보여줬다. 정신분석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에 따르면, 남성은 3~5세에 이르러 처음 만나는 이성인 어머니로부터 사랑받으려고 한다. 이 때문에 아버지는 어머니의 사랑을 두고 싸워야 하는 경쟁자로 인식된다. 그런데 모든 조건에서 아버지가 우월하다. 그래서 “아버지가 나를 거세할 것”이란 무의식적인 공포를 느낀다. 아버지의 거세 시도를 막기 위해 어머니에 대한 사랑을 포기하면서 아버지에 대한 증오·공포는 선망으로 바뀐다. 이를 일컬어, 프로이트는 ‘초자아 형성 과정’이라고 주장했다. 그리스 신화 속 오이디푸스는 “아버지를 살해하고, 어머니와 결혼한다”는 불행한 신탁을 받는다. 오이디푸스 신화는 “이미 정해진 운명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했지만, 그 노력 때문에 정해진 운명을 맞는다”는 전형적 구조로 유명하다. 프로이트는 신화의 구조를 토대로 “아들은 어머니의 사랑을 독차지하면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 아버지와 경쟁한다”는 무의식 구조를 규정한 것이다.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에 반대했고, 체포 대상 중 1명으로 지정됐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면서 정치적 절정을 누렸다. 한 전 대표의 정치적 절정은 장 대표의 ‘용꿈’과 결정적으로 충돌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전 대표가 날아오를수록 장 대표의 용꿈은 거세 공포를 느낄 수도 있다. 용꿈도 날아오르려는 욕망이다. 두 사람 모두 날아오를 순 없다. 한 전 대표의 최측근으로서 비상계엄 해제에 참여했던 장 대표는 하루아침에 한 전 대표와 결별했다. 절정·비상 거세 공포 장 대표의 용꿈이 현실이 되기 위해선 ‘한동훈’이란 압도적인 권위를 극복해야 한다. 당내 가장 막강한 그룹으로 거론되는 언더 찐윤엔 자체적으로 내세울 수 있는 대권주자가 없다. 용꿈을 실현하기 위해선 국민의힘이란 어머니를 차지해야 한다. 장 대표의 용꿈은 한 전 대표라는 ‘이미 결별한 정치적 아버지’를 제거해야 이룰 수 있다. 한 전 대표 제명은 “한동훈의 측근이란 옛 흔적을 완전히 부순 후 독립적인 용꿈을 추구하려는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또 용꿈을 실현하기 위해선 언더 찐윤이란 막강한 집단도 굴복시켜야 한다. 구 친윤계 핵심이었던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은 지난해 12월 장 대표 앞에서 “국민의힘은 여전히 어이없는 비상계엄은 잘못됐단 인식을 갖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는다”며 “아무리 정부를 비판해도 국민 마음에 다가가지 못하니 백약이 무효”라고 주장했다. 이어 “더불어민주당의 국정 마비가 비상계엄의 원인이란 얘기를 더는 하면 안 된다”며 “몇 달 동안은 강성 지지층으로부터 배신자 소리를 들어도 되니, 지방선거에서 이겨 대한민국을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경 보수를 자신의 정치적 배경으로 삼으려고 한다”고 평가받는 장 대표를 정면 비판한 것이다. 이후 장 대표는 한동안 “언더 찐윤이 장 대표를 2월에 실각시킨 후, 국민의힘 신동욱 수석 최고위원에게 비상대책위원장직을 맡길 것”이란 소문에 시달렸다. 언더 찐윤은 “국민의힘의 텃밭 대구·경북·강원에서 토호들과 밀착하면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런데 장 대표는 윤 의원의 비판을 받는 등 구 친윤계로부터도 압박당하는 상황에서 당내 소수 계파 친한계 수장인 한 전 대표 제명에 더욱 집중했다. 이는 하향 전치란 심리학적 개념이 성립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전치는 자신의 감정·욕구를 그대로 표현하기 어려울 때, 그 감정을 덜 위협적인 대상에게 표출하는 방어기제를 말한다. 특히 자신보다 만만한 대상에게 표출하는 것을 일컬어 하향 전치라고 한다. 일상 언어로는 ‘화풀이’라고 한다. 장 대표의 정치적 상황은 프랑스 철학자 르네 지라르의 모방 이론에 비유할 수도 있다. 지라르에 따르면, 사람의 욕망은 다른 사람을 모방하는 삼각형 구도로 발생한다. 유명 연예인이 광고·사용하는 제품을 구입하는 것처럼, 욕망의 주체·대상·체계는 상호 의존 삼각관계를 형성한다. 지라르가 규정한 욕망은 다른 사람으로부터 인정받거나 확고한 정체성을 가지는 것도 포함한다. 이를 욕망의 삼각형이라고 한다. 언더 찐윤 압박에 제명 더 집착…화풀이? 한은 장의 희생양…전한길도 장 노리나 이 대표 주장대로, 장 대표가 처음부터 용꿈을 염두에 두고 정계에 진출해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것이라면, 장 대표는 한 전 대표와 함께 ‘짝패’를 구성하면서 자신의 용꿈도 아울러 키운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하지만 비상계엄 반대 및 해제 참여로 정치적 절정에 오른 한 전 대표가 먼저 대권이나 보수 진영 주도권을 차지한다면, 장 대표로서는 “한 전 대표가 있는 한, 내 욕망 실현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갑자기 한 전 대표와 결별한 후 강경하게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을 외친 이유는 여전히 명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또 한 전 대표가 ▲언더 찐윤 ▲강경 보수 ▲장 대표 등과 두루 갈등한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라르는 “한 집단의 갈등은 내부에서 가장 만만하고 약한 대상을 희생시켜 해소한 후 단결한다”고 주장했다. 지라르는 이 과정을 ‘희생양 메커니즘’이라고 설명했다. 장 대표는 이후 전한길씨·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를 당에 유입시켜 한 전 대표와 친한계의 공백을 채우고 언더 찐윤과 맞설 세력으로 양성할 뜻을 내비치고 있다. 하지만 두 유튜버를 통해 한 전 대표 고유의 영향력을 재현하기는 어렵다. 특히 전씨는 지난 8일 자신의 팬카페 ‘자유한길단’에 “장 대표의 해명을 요구한다”는 제목의 글을 작성했다. 전씨는 이 글을 통해 “국민의힘 지도부는 ‘내란 세력·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세력·윤 어게인을 주장하는 세력과 함께할 수 없다’는 박성훈 수석대변인의 논평이 장 대표의 공식 입장인지 3일 안에 답변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장 대표가 답변 요구에 침묵한다면, 박 대변인의 논평이 장 대표의 공식 입장이라고 받아들일 것”이라며 “그렇다면 장 대표는 당원·윤 전 대통령을 함께 배신한 것이므로 이후 일어날 일에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장 대표가 한 전 대표 제명을 주도한 것처럼, 전씨가 장 대표를 강하게 압박할 수 있단 가능성을 암시한 것이다. 한 전 대표가 장 대표 주도로 ‘희생양’이 된 것처럼, 장 대표가 전씨 주도로 ‘희생양’이 될 수도 있단 압박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국민의힘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전씨의 요구에 대해 “답변드릴 내용이 없다”면서 침묵했다. 직설적인 욕망의 덫 장 대표의 정치 행위는 직설적이어서 ‘용꿈’이란 욕망이 쉽게 드러난다. 하지만 지방선거에서 패배하면 국민의힘의 바닥 지지 기반이 무너진다. 이 때문에 구 친윤계 핵심이었던 윤 의원도 장 대표를 비판했다. 지방선거에서 패배하면 ‘용꿈’은 한여름 밤의 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장 대표는 ‘욕망의 덫’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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