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물의 일으킨 ‘국내 5대 사이비 종교’ 추적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0.03.02 14:01:06
  • 호수 126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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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섹스, 살인…잔인한 교주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으로 인해 ‘중국 혐오’가 ‘신천지 혐오’로 옮겨갔다. 코로나19 환자 절반 이상이 신천지와 연관돼있다고 파악되기 때문이다. 현재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대거 발생하면서 보건당국은 이들에 대해 신천지 연관 가능성을 열어두고 조사하고 있다. 비평가들 사이에선 신천지를 사이비 종교라 부르고 있는 가운데 <일요시사>는 이전부터 국내서 세를 떨쳤던 종교들에 대해 알아봤다.
 

▲ 영화 백백교 스틸 컷

코로나19 확산의 주범으로 꼽히는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이하 신천지)이 국제사회의 이목을 끌고 있다. 외신들도 “예배 방식이 코로나19를 확산시켰다”며 신천지 문제를 집중적으로 보도했다. 미국 공영 라디오 NPR은 지난달 24일(현지시각) ‘한국의 코로나19 발생의 중심은 교회 분파’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의 코로나19 확산 상황을 전했다.

코로나19 확산
신천지 때문?

NPR은 신천지에 대해 “1984년 카리스마 넘치는 이만희 목사가 세운 교회로 전 세계적으로 24만명으로 추산되는 신도를 가졌다”며 “신천지는 ‘새로운 하늘과 땅’이라는 뜻으로, 비평가들은 이를 ‘사이비 종교’라 말한다”고 설명했다.

신천지라는 이름은 요한계시록 21장1절의 ‘새 하늘 새 땅’서 비롯됐으며 신천지는 교회의 교주가 예수라는 의미를 담고있다. 신천지 창립 이전 교주 이만희가 몸담았던 장막성전서 발생한 사건이 요한계시록 예언을 증명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신천지 피해자들은 사이비 종교라고 주장하고 있다.

사이비 종교는 사이비 집단으로 낙인찍힌 종교단체를 의미하는데 국내에 100여개가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문상희 전 연세대학교 신학과 교수의 저서인 <사이비 종교란 무엇인가?>에 따르면 사이비 종교는 일반적으로 정치적 불안, 사회적 혼란, 경제적 파탄을 틈타 일어난다.


또 가치관의 몰락, 사상의 분열, 기성종교의 무력, 교주들의 광신적 영웅주의, 민중의 무지, 신앙 자유의 남용 등의 복합적인 요인이 존재한다. 또 기독교 주변서 사이비 종교가 일어나는 특수한 요인으로는 교회의 분열, 계층화 등이 작용한다고 기술하고 있다.

국내 사이비 및 이단 신흥종교의 발호는 멀리 일제 강점기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제의 강점에 삶의 좌표를 잃은 사람들이 정신적 위안을 찾으려 했고, 이를 이용한 사이비 종교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1930∼1940년대 백백교가 교주를 신격화하고 집단생활을 하는 신앙의 형태를 취하며 대표적인 사이비 종교로 부각됐다.

▲백백교 = 백도교 교주였던 전정운의 아들 전용해가 만든 종교다. 전정운은 “세상이 곧 멸망하니 자신을 따르라”며 사람들을 꾀어내고 신도들의 돈을 갈취했다. 신도들의 돈을 들고 도주한 전정운이 1919년에 죽자 뒤를 이어 아들 전용해가 이어 받으면서 백백교로 명칭을 바꿨다.

평안북도 영변서 태어난 교주 전용해는 1923년 가평서 백백교를 창시했다. 이 사이비 종교는 백도교와는 다르게 남자는 전 재산을 바쳐야 했으며 여성은 교주 전용해에게 성상납을 해야 하는 등의 까다로운 가입 조건이 있었다. 그럼에도 많은 이들이 백백교에 가입했다. 

산에 데려가 살해 뒤 암매장
예수 상징 ‘아가야’로 바꿔

민심 교화와 광명 세계의 실현을 명분으로 포교를 시작한 전용해는 이후 신도들을 현혹해 금품을 갈취하거나 여신도를 속여 간음을 일삼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잔인한 교주였다. 자신에게 불만을 품거나 반기를 드는 신도들은 ‘벽력사’ 직책을 가진 심복을 시켜 무참하게 살해했다. 전용해가 선호하는 살해 수법은 일단 죽이고자 하는 대상이 된 사람을 지목해 기도해야 한다는 명목을 내세우며 산속 깊은 곳으로 끌고 가, 미리 준비한 몽둥이로 뒤통수를 내려 죽인 다음 시체를 암매장하는 방식이었다.
 

▲ ▲▲ 드라마 <구해줘> 스틸컷

행여 피살자가 지르는 비명이 새어나갈 것을 우려해 살해와 동시에 화약을 터뜨려 소리를 감췄다고 한다. 

백백교의 끔찍한 살인 행각은 언론을 통해 크게 보도됐고, 경찰은 8개월 동안 백백교 교단과 전용해가 은신해 있을 법한 별장들을 모두 수색했다.

경찰 수사 결과 강원 평강, 경기 연천 등에 이어 1937년 6월8일 양평 지역까지 시체 발굴작업이 계속됐는데 당시 발견된 유골만 무려 380구였다. 전용해는 수사망을 피해 도주하다가 1937년 4월7일 경기도 양평 용문산서 숨진 채 발견됐다. 동쪽을 향해 누운 채 칼이 목에 꽂힌 상태였고, 코 아랫부분이 산짐승에게 뜯겨 있는 등 흉한 모습이었다. 1941년 1월에 마무리된 백백교 사건의 선고 공판서 백백교 교단에 의해 살해된 사람이 무려 464명인 것으로 드러났다.

그 중 전용해는 간부 문봉조 등 18명과 함께 신도 314명을 죽였으며, 다른 간부인 김서진은 170명, 이경득은 167명, 문봉조는 127명의 살인에 직접적으로 책임이 있는 것으로 밝혀져 모두 사형을 선고받았다. 

▲아가 동산 = 아가동산은 1982년 김기순이 만든 사이비 종교로, 1978년 전북 익산의 주현교회서 신앙생활을 했다. 당시 교회를 이끌었던 이교부가 ‘나체 댄스 사건’을 일으키며 감옥살이를 하게 되자 김기순은 1982년 경기도 이천시 대월면 대리리, 도리리 일대의 땅 4000평을 구매해 ‘아가농장’을 세우고 종교를 만들었다.

재산 바치고
성상납까지

김기순은 자신이 이교부의 영혼을 계승했다며 후계자를 자처했고, 주현교회 해산으로 갈 곳이 없어진 신도들을 유혹하며 ‘아가동산’의 규모를 키웠다. 교주 김기순이 이끈 아가동산은 전형적인 사이비 종교였는데 얼핏 일반적인 개신교 종파로 보이지만 개신교서 ‘예수’ 자리에 ‘아가야’인 김기순을 대입했다.

찬송가에 나오는 예수의 상징을 ‘아가’ ‘아가야’라는 말로 바꿔 본인을 찬송하게 만들고, 기성 종교를 무차별하게 비난하며 ‘신’인 자신을 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가야는 3살짜리 아기이기 때문에 김기순이 하는 행동과 말은 무엇이든 죄가 되지 않는 ‘아가야법’을 만들어 따라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아가동산은 플랜테이션 농장으로 노동착취의 전형이라고 볼 수 있다. 신도들은 오전 6시부터 오후 12까지 일했으며, 낮에는 논밭서 농사를 짓고 밤에는 CD 및 테이프를 만들며 공장서 일했다. 아가동산 교주 김기순은 신도들의 사유재산을 교단의 공동 재산으로 귀속시켰고, 노동력을 착취해 6년 만에 아가동산의 4000평 땅을 13만평 규모로 확장했다.

피해자들은 노동착취와 더불어 폭행, 살인 및 암매장을 당한 사람도 있었다고 증언했으며, 실제로 신도 3명을 살해한 것이 발각돼 아가동산의 핵심 간부 4명이 구속됐다. 반면 김기순의 살해는 무혐의로 밝혀졌으며, 조세포탈 및 횡령과 폭행 등 여섯 가지 죄목에 대해 유죄가 인정돼 징역 4년 및 벌금 56억원을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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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소 후 교주로서 권력을 잃었지만 ‘신나라레코드’라는 음반 판매 매장을 운영하며 현재까지도 잘 살아가고 있다.

▲영세교 =1970년대 초반 최태민이 창시한 종교다. ‘살아 영생’이라는 교리를 표방한 최태민은 자신을 미륵이나 단군으로 칭하면서 사람은 원래 신이었고 사람이 원래의 신체로 돌아가 신이 되면 불사의 영생체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또 ‘사람이 하느님이 돼야만 하늘나라에 들 수 있고, 구원받을 수 있다’며 신으로 태어난 인간이 살아생전 신체를 회복해 하느님이 돼야 한다는 것이 영세교의 주장이다.

말 안 듣는 
신도 살해

영세교는 불교, 기독교, 천도교 등의 종교를 종합했다. 일반적인 종교는 사람의 육신이 죽고 난 뒤의 세계인 ‘사후영생’ ‘사후극락’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에 반해 영세교는 ‘사람은 원래 신이었고, 현재의 사람이 원래의 신체로 돌아가 신이 되면 불사의 영생체가 된다’고 주장했다.

최태민은 처음에는 승려로, 나중에는 목사라 불렸다. 어떤 종교나 종파서 공식적으로 임명 받은 적이 없지만 본인 스스로 승려라 했고 목사라 칭했을 뿐이다.

최태민은 ‘영세교칙사관’이란 간판을 내걸고 ‘영혼합일법’을 창시했다. 이단·사이비 연구가였던 고 탁영환 소장에 따르면 최태민은 치병과 주술 행위에 탁월했다. 최태민은 탁 소장에게 자신을 원자경, 칙사마 등으로 소개했고 교인들에겐 태자마마로 부르도록 했다. 특히 그는 주술 행위에 몰입했는데 벽에 동그란 원을 그려놓고 ‘나무자비조화불’이란 주문을 연속적으로 외웠다고 전해진다. 

교인들이나 치병을 위해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색색의 원을 벽에 붙여 놓고 나무자비조화물이란 주문을 계속 외우게 했는데, 이런 둥근 원을 중시하는 종교 전통은 이후 영적 후계자 최순실에게로 이어진다. 이후 박근혜 전 대통령 통해 청와대를 들락거리게 되면서 최태민은 갑자기 목사란 신분으로 탈바꿈한다.


▲영생교 = 조희성에 의해 1981년 경기도 부천서 영생교 하나님의 성회 승리재단이라는 이름으로 창설됐다. 영생교 승리재단은 1989년 5월, 열성 신도였던 신진규 경북대 공법학과 교수가 영생교를 그만두자, 그를 납치해 20일 동안 감금하고 폭행하기도 했다. 

조희성은 “나는 유불선을 통합한 완성자 하나님으로서 마귀 세상을 뒤집어버리고 하나님인 나의 뜻을 이 세상에 이룩해 사람이 영원히 죽지 않고 늙지 않는 신서동인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여러 종교 표방 ‘살아 영상’ 교리
한국의 기독교인 위주로 포교 활동

조희성은 한국 사회의 모든 영역서 주류를 형성하고 있는 기독교의 세계관, 성경, 그리고 예수를 부정했고, 예수를 ‘마귀새끼’, 자신을 ‘천상천하의 하나님’이라고 주장했다. 영생교는 ‘근화실업’이라느 기업을 세우고 신도 200명을 고용했다. 그러나 근화실업은 사원들에게 지급해야 할 임금을 영생교의 활동자금으로 빼돌렸던 것으로 밝혀졌다. 

▲전능신교 = 중국서 발생한 개신교 계열의 사이비 종교다. ‘전능신교’라고도 하며 국내에선 ‘전능하신 하나님 교회’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에는 맥도날드 살인 사건’으로 인해 일반에 알려졌다. 중국 공안부서도 한국산 사이비 종교인 ‘JMS ’및 일본서 건너온 ‘옴진리교’와 함께 악질 사이비 종교로 규정하고 있다.

이들은 비자 없이 입국 가능한 제주도로 입국 후 위장결혼 등을 통해 국내서 활동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이 종교의 동영상 온라인 점유율이 급증하고 있다. 합창, 무용, 연주 등을 담은 (왠지 어색하지만)완성도 높은 고화질의 포교 동영상이 각국 언어들로 제공되고 있고, 심지어는 기독교 사이트로 철저히 위장된 곳들도 등장하고 있다. 
 

▲ 아가동산 ⓒMBC

전능신교의 한국 진출 의도는 처음에 중국을 대신할 본부 거점을 구축하려는 시도로 분석됐지만, 최근 인터넷에 넘쳐나는 한국어 포교 동영상에는 한국의 기독교인들을 포교하려는 의도가 노골적으로 드러나 있다. 서울 구로지역을 비롯, 강원도 횡성과 충북 보은, 괴산에도 근거지를 마련한 전능신교의 국내 침투는 점점 더 조직화될 조짐이다.

지금까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사이비 종교로는 300여명의 교도를 살해 또는 간음한 것으로 드러난 백백교(1940)를 비롯, 용화교(1962)·동방교(1974)·장막성전(1975)·만교통화교(1980년)가 있으며 일명 섹스교로 알려진 하나님의 자녀교(1981)·칠사교(1983)·다미선교회(1992) 등이 있다.

혼란할수록
사이비종교↑

사이비 종교들은 교주들의 사기, 간음 등 비윤리적 생활이 사회적인 문제가 되지 않는 한, 여간해서는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사이비 종교의 등장 이유에 대해 정치, 경제, 사회적 혼란이 심해지면서 현세에 대한 위기의식의 고조 등이 중론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신천지피해연대 이만희 고발장 보니…

신천지 피해자 모임이 코로나19 역학조사를 방해한 혐의 등으로 신천지 교주 이만희 총회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전국신천지피해자연대는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감염병예방법 위반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이 총회장을 고발한다고 지난달 27일 밝혔다.

이들은 신천지가 집회장과 신도 숫자를 축소해 제출하는 등 정부의 역학조사를 조직적으로 방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신천지대구교회를 중심으로 번진 집단 감염이 더 확산되지 않도록, 신천지교회로부터 신도 21만여명의 명단을 제출 받아 지방자치단체별로 코로나19 감염 진단 검사를 벌이고 있다.

정부는 전날 확보한 명단을 각 지자체에 전달했고, 예비 신도인 ‘교육생’ 명단도 제출하라고 신천지교회에 추가 요청했다. 

신천지피해자연대는 유튜브 채널인 ‘종말론사무소’의 자료 등을 근거로 신천지가 위장교회와 비밀센터(비밀리에 진행하는 포교 장소) 429곳, 선교센터를 수료한 입교 대기자 7만여명과 주요 인사들의 명단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고발장을 통해 “신천지는 지역사회 감염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오직 신천지의 보호와 신천지인이 밝혀지는 것에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며 “조직적으로 역학조사를 방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신천지의 밀행성이 계속되는 한 코로나19의 확산은 계속될 것”이라며 신천지 본부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해 정확한 전체 신도 명단 등을 확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피해자연대는 “이만희 총회장은 이단 사이비 교주 역할 이외에 별다르게 재산을 형성할 능력이 없는 자”라며 이 회장의 100억원대 부동산 취득 과정서의 횡령 의혹을 수사해달라고도 요청했다.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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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