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가 홍역을 앓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 역시 이에 관련된 사회적 공포가 점점 확산 추세로 치닫고 있다. 전국적인 공포세를 빌미로 한 악용 사례 또한 늘고 있어 관심과 주의가 요구된다. <일요시사>가 사례별로 알아봤다.
소강상태를 보이는가 싶던 코로나19 확진자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사태의 심각성을 느낀 보건당국 및 지자체는 확산 방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시민들의 공포와 불안은 계속되고 있다.
커지는 공포심
경기도가 지난달 30∼31일 여론조사기관 케이스탯리서치에 의뢰해 만 18세 이상 도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코로나19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 2015년 발생했던 메르스보다 이번 코로나19에 더 공포감을 느낀다고 답한 응답자는 64%였다.
반면 메르스보다 공포감을 덜 느낀다는 응답은 34%로 나왔다. 코로나19 감염 확산을 어떻게 느끼는지 묻는 항목에 응답자의 90%가 심각하게 느낀다(매우 심각 53%·대체로 심각 36%)고 답변했다. 이처럼 시민들은 코로나19에 대한 공포심이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런 공포심을 악용하는 유튜버들의 면면들을 정리했다.
▲환자 행세= 최근 한 20대 유튜버는 “유명해지고 싶다”며 지하철서 코로나19 감염자 행세를 했다. 그는 지난달 30일 오후 4시30분경 부산 도시철도 3호선 전동차 안에서 크게 기침하며 “나는 중국 우한서 왔다. 폐렴이다. 모두 내게서 떨어져라”고 외치며 코로나19 감염자 행세를 했다. 그는 해당 영상을 콘텐츠로 제작해 유튜브 개인 채널에 올린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법원의 영장 기각 후엔 “구속영장이 기각돼 이렇게 집에 오게 됐다”며 “저보다 행복한 사람이 있겠냐? 이건 단순히 구속영장 기각이 아니다. 거대한 국가 권력으로부터 한 초라하고 나약한 개인이 승리한 재판이라고 볼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지난 4일에는 서울 마포구 한 음식점서 20대 남성이 “코로나19 감염증에 걸린 것 같다”고 주장했으나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에 따르면 서울 마포경찰서는 폭행 및 업무방해 혐의를 적용해 20대 남성 A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허위 정보= 코로나19 관련 허위사실을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에 유포한 정황이 발견돼 경찰이 조사에 착수했다. 지난 9일 경기북부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 따르면 이달 초 카카오톡을 통해 ‘구리 코로나 확진자가 남양주시의 A 음식점서 술을 마셨다’는 내용의 허위사실이 유포됐다.
이 때문에 해당 음식점은 손님이 뚝 끊기고 각종 문의전화를 받는 등 피해가 잇따랐다. 업주는 지난 6일, 허위사실 유포자를 찾아 엄벌해달라면서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에 고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경찰은 남양주와 구리 지역을 기반으로 삼은 인터넷 커뮤니티인 한 맘카페 회원들에 대해서도 코로나19 관련 허위사실유포 행위가 있었는지 조사에 나섰다.
경찰에 따르면 해당 카페에서는 ‘코로나19 7번째 확진자가 남양주 별내에 산다’는 허위사실을 유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정황은 남양주시청이 모니터링을 통해 발견하고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스미싱 = 지난 11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코로나19 관련 스미싱 문자가 10일 현재 누적으로 9482건으로 확인됐다. ‘전염병 마스크 무료 배포’ ‘바이러스로 인한 택배배송 지연’ 등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내용을 제목으로 달았다.
스미싱이란 이용자가 문자메시지 내 인터넷 주소 클릭 시 악성코드를 삽입해 개인·금융정보를 탈취하는 해킹 방식을 말한다.
이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국민과 기업들의 해킹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신종코로나 스미싱 대응 상황반'을 설치해, 24시간 신고 접수·대응 및 조치 체계를 마련했다.
SNS·커뮤니티에 허위사실 유포
마스크 사재기·장난전화 등 늘어
지금까지 상황반을 통해 악성 애플리케이션을 분석해 앱을 유포하는 인터넷 주소(유포지) 8곳, 탈취한 개인정보를 유출하는 인터넷 주소(유출지) 4곳을 차단한 상태다.
최기영 과기부장관은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스미싱 문자, 해킹메일을 이용한 금융정보 유출과 각종 사기 범죄가 늘어나 국민과 기업들이 실제 피해를 볼 가능성이 큰 상황”이라며 신종코로나 관련 전기통신금융사기 예방을 위해 유관기관 간 상호협력을 강화하고, 침해사고 발생 시 신속하게 대응해 국민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만전을 다해줄 것을 당부했다.
▲장난전화 = 지난달 29일 전남 광주에서는 20대 남성 A씨가 ‘중국에 다녀왔는데 폐렴에 걸린 것 같다’며 119에 장난으로 신고했다. 119상황실은 가까운 병원으로 A씨를 안내했지만 이후 그는 병원서 진료받지 않았다. A씨의 진료 내역이 추적되지 않자 그의 출입국 기록을 조회한 경찰은, 그가 중국에 다녀왔다는 말 역시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했다.
이처럼 최근 들어 ‘코로나 확진자‘라는 장난전화가 극성이다. 24시간 대국민 소통창구 역할을 하고 있는 1339 콜센터는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다. 평소 하루 300~400건 정도의 상담전화가 코로나19 이후 무려 50배나 폭증했다. 대부분은 자신의 여행 이력, 건강상태를 상담하려는 시민들의 전화지만 ‘햄스터 코로나19 관련 전화’ 같은 황당한 사례도 많다.
질병본부에 따르면 확진자 5명이 공개된 지난달 31일의 경우 1339 콜센터에 걸려온 전화가 2만923건에 이르렀다. 하지만 현재는 코로나19 관련 전화가 99%를 차지한다.
▲마스크 사재기 = 이번 코로나 확산으로 보건용 마스크 등의 품귀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의성의 한 마스크 제조업체가 시도한 역대 최대 규모의 마스크 불법 거래 행위가 정부 당국에 적발됐다. 적발된 규모만 105만개에 달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 위해사범중앙조사단은 인터넷으로 마스크를 판매하는 의성의 A 마스크 제조업체의 불법 거래 행위를 현장서 적발했다고 지난 10일 밝혔다.
식약처에 따르면 A 업체는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를 통해 사재기한 보건용 마스크 105만개를 14억원에 판매하겠다고 광고했다. 식약처 단속반은 구매자를 가장해 A 업체에 연락을 시도했다.
A 업체는 단속반을 고속도로 휴게소로 유인한 후 실제 구매할 뜻이 있는지, 현금은 소유하고 있는지 등을 따졌고 접선 장소를 여러 차례 바꾼 후 보관창고로 데려가 팔려다가 현장 단속에 걸렸다.
해당업체가 보관 중이던 물량은 최근 국내 하루 마스크 생산량 900만개의 10%를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업체 관계자들은 공장 창고에 마스크 105만개를 보관하다 단속에 걸리자 창고를 잠그고 일부는 도주했다고 식약처는 밝혔다.
혐오로 번지기도
전우영 충남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공포에 휩싸인 대중은 사회 특정 집단에 대한 차별과 공격성을 표출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 교수는 <쿠키뉴스>와의 인터뷰서 “감염병에 대한 적정 수준의 두려움은 순기능이 있다”면서도 “다만 과도한 공포감은 소수 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로 번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마스크를 착용하거나 손을 자주 씻는 등 자신을 방어하는 행동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