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악용 장난질’ 천태만상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0.02.17 10:39:15
  • 호수 125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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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행세도 모자라 거짓 정보까지…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가 홍역을 앓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 역시 이에 관련된 사회적 공포가 점점 확산 추세로 치닫고 있다. 전국적인 공포세를 빌미로 한 악용 사례 또한 늘고 있어 관심과 주의가 요구된다. <일요시사>가 사례별로 알아봤다. 
 

소강상태를 보이는가 싶던 코로나19 확진자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사태의 심각성을 느낀 보건당국 및 지자체는 확산 방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시민들의 공포와 불안은 계속되고 있다. 

커지는 공포심

경기도가 지난달 30∼31일 여론조사기관 케이스탯리서치에 의뢰해 만 18세 이상 도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코로나19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 2015년 발생했던 메르스보다 이번 코로나19에 더 공포감을 느낀다고 답한 응답자는 64%였다.

반면 메르스보다 공포감을 덜 느낀다는 응답은 34%로 나왔다. 코로나19 감염 확산을 어떻게 느끼는지 묻는 항목에 응답자의 90%가 심각하게 느낀다(매우 심각 53%·대체로 심각 36%)고 답변했다. 이처럼 시민들은 코로나19에 대한 공포심이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런 공포심을 악용하는 유튜버들의 면면들을 정리했다.


▲환자 행세= 최근 한 20대 유튜버는 “유명해지고 싶다”며 지하철서 코로나19 감염자 행세를 했다. 그는 지난달 30일 오후 4시30분경 부산 도시철도 3호선 전동차 안에서 크게 기침하며 “나는 중국 우한서 왔다. 폐렴이다. 모두 내게서 떨어져라”고 외치며 코로나19 감염자 행세를 했다. 그는 해당 영상을 콘텐츠로 제작해 유튜브 개인 채널에 올린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법원의 영장 기각 후엔 “구속영장이 기각돼 이렇게 집에 오게 됐다”며 “저보다 행복한 사람이 있겠냐? 이건 단순히 구속영장 기각이 아니다. 거대한 국가 권력으로부터 한 초라하고 나약한 개인이 승리한 재판이라고 볼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지난 4일에는 서울 마포구 한 음식점서 20대 남성이 “코로나19 감염증에 걸린 것 같다”고 주장했으나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에 따르면 서울 마포경찰서는 폭행 및 업무방해 혐의를 적용해 20대 남성 A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허위 정보= 코로나19 관련 허위사실을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에 유포한 정황이 발견돼 경찰이 조사에 착수했다. 지난 9일 경기북부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 따르면 이달 초 카카오톡을 통해 ‘구리 코로나 확진자가 남양주시의 A 음식점서 술을 마셨다’는 내용의 허위사실이 유포됐다.

이 때문에 해당 음식점은 손님이 뚝 끊기고 각종 문의전화를 받는 등 피해가 잇따랐다. 업주는 지난 6일, 허위사실 유포자를 찾아 엄벌해달라면서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에 고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경찰은 남양주와 구리 지역을 기반으로 삼은 인터넷 커뮤니티인 한 맘카페 회원들에 대해서도 코로나19 관련 허위사실유포 행위가 있었는지 조사에 나섰다.

경찰에 따르면 해당 카페에서는 ‘코로나19 7번째 확진자가 남양주 별내에 산다’는 허위사실을 유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정황은 남양주시청이 모니터링을 통해 발견하고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스미싱 = 지난 11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코로나19 관련 스미싱 문자가 10일 현재 누적으로 9482건으로 확인됐다. ‘전염병 마스크 무료 배포’ ‘바이러스로 인한 택배배송 지연’ 등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내용을 제목으로 달았다.

스미싱이란 이용자가 문자메시지 내 인터넷 주소 클릭 시 악성코드를 삽입해 개인·금융정보를  탈취하는 해킹 방식을 말한다. 

이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국민과 기업들의 해킹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신종코로나 스미싱 대응 상황반'을 설치해, 24시간 신고 접수·대응 및 조치 체계를 마련했다.

SNS·커뮤니티에 허위사실 유포
마스크 사재기·장난전화 등 늘어

지금까지 상황반을 통해 악성 애플리케이션을 분석해 앱을 유포하는 인터넷 주소(유포지) 8곳, 탈취한 개인정보를 유출하는 인터넷 주소(유출지) 4곳을 차단한 상태다.

최기영 과기부장관은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스미싱 문자, 해킹메일을 이용한 금융정보 유출과 각종 사기 범죄가 늘어나 국민과 기업들이 실제 피해를 볼 가능성이 큰 상황”이라며 신종코로나 관련 전기통신금융사기 예방을 위해 유관기관 간 상호협력을 강화하고, 침해사고 발생 시 신속하게 대응해 국민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만전을 다해줄 것을 당부했다.
 

▲장난전화 = 지난달 29일 전남 광주에서는 20대 남성 A씨가 ‘중국에 다녀왔는데 폐렴에 걸린 것 같다’며 119에 장난으로 신고했다. 119상황실은 가까운 병원으로 A씨를 안내했지만 이후 그는 병원서 진료받지 않았다. A씨의 진료 내역이 추적되지 않자 그의 출입국 기록을 조회한 경찰은, 그가 중국에 다녀왔다는 말 역시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했다.

이처럼 최근 들어 ‘코로나 확진자‘라는 장난전화가 극성이다. 24시간 대국민 소통창구 역할을 하고 있는 1339 콜센터는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다. 평소 하루 300~400건 정도의 상담전화가 코로나19 이후 무려 50배나 폭증했다. 대부분은 자신의 여행 이력, 건강상태를 상담하려는 시민들의 전화지만 ‘햄스터 코로나19 관련 전화’ 같은 황당한 사례도 많다.

질병본부에 따르면 확진자 5명이 공개된 지난달 31일의 경우 1339 콜센터에 걸려온 전화가 2만923건에 이르렀다. 하지만 현재는 코로나19 관련 전화가 99%를 차지한다. 

▲마스크 사재기 = 이번 코로나 확산으로 보건용 마스크 등의 품귀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의성의 한 마스크 제조업체가 시도한 역대 최대 규모의 마스크 불법 거래 행위가 정부 당국에 적발됐다. 적발된 규모만 105만개에 달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 위해사범중앙조사단은 인터넷으로 마스크를 판매하는 의성의 A 마스크 제조업체의 불법 거래 행위를 현장서 적발했다고 지난 10일 밝혔다.

식약처에 따르면 A 업체는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를 통해 사재기한 보건용 마스크 105만개를 14억원에 판매하겠다고 광고했다. 식약처 단속반은 구매자를 가장해 A 업체에 연락을 시도했다.


A 업체는 단속반을 고속도로 휴게소로 유인한 후 실제 구매할 뜻이 있는지, 현금은 소유하고 있는지 등을 따졌고 접선 장소를 여러 차례 바꾼 후 보관창고로 데려가 팔려다가 현장 단속에 걸렸다.

해당업체가 보관 중이던 물량은 최근 국내 하루 마스크 생산량 900만개의 10%를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업체 관계자들은 공장 창고에 마스크 105만개를 보관하다 단속에 걸리자 창고를 잠그고 일부는 도주했다고 식약처는 밝혔다.

혐오로 번지기도

전우영 충남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공포에 휩싸인 대중은 사회 특정 집단에 대한 차별과 공격성을 표출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 교수는 <쿠키뉴스>와의 인터뷰서 “감염병에 대한 적정 수준의 두려움은 순기능이 있다”면서도 “다만 과도한 공포감은 소수 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로 번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마스크를 착용하거나 손을 자주 씻는 등 자신을 방어하는 행동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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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