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남정운 기자 = 정명석 기독교복음선교회(JMS) 총재가 최근 최측근인 정조은(가명)에게 편지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정명석이 편지 속 “회개하고 청소하라”는 대목에서 자신의 성범죄 혐의를 간접적으로 인정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무죄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한 정명석 측 초호화 변호인단은 최근 잇달아 사임 의사를 밝혔다. 이 같은 해석에 무게가 더해지는 이유다.
“내가 잘못한 것이 있다면 모두 용서를 빈다.” 정명석 기독교복음선교회(JMS) 총재는 자신의 오른팔인 정조은(가명)에게 보낸 편지에 이같이 적었다. 지금까지 정명석은 자신의 행위에 대해 직접 용서를 구한 적 없었다. 다시는 살아서 바깥을 볼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일까? 정씨에게 자신의 자리를 넘겨주려는 듯한 정명석의 의도가 여러 대목에서 엿보였다.
상황 인정?
<일요시사>는 <투데이코리아>와의 공동취재를 통해 해당 편지 원문을 입수했다. 12장에 달하는 긴 편지에서 정명석은 ‘용서’ ‘화목’ ‘화평’ 등의 단어를 수차례 반복했다. “모두 같이 입을 금하고 하나님께 잘못을 진실로 회개하자”고도 했다.
현재 정명석은 ‘현실 회개’를 위한 심판대에 서 있다. 여신도들을 성추행·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이 진행 중이다.
정명석에 대한 구속기간은 다음 달 27일까지다. 검찰은 구속기간 내에 정명석을 추가 기소한다는 방침이다. 이 사건 피해자인 홍콩 국적 A씨와 호주 국적 B씨는 ‘추행 사실이 없다’고 주장한 정명석을 무고 혐의로 재차 고소했다.
재판부는 정명석의 1심 구속 기일이 만료되더라도 석방은 어렵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재판부는 “지난 공판에서 피고인의 ‘특수성’ 때문에 석방을 고려하기 어렵다고 말한 건, 넷플릭스 방영이나 사회 분위기 등을 말한 것은 아니다”라며 “피고인의 과거 행적과 조력자 등 내용에 비춰 도망할 염려가 있어, 보석은 어렵다는 취지”라고 밝혔다. 다음 달 3일에는 A씨에 대한 증인신문이 진행될 예정이다.
JMS 탈퇴자들은 정명석이 정조은에게 보낸 편지를 보고 “정명석이 자신의 상황을 인정하기로 한 것”이라고 분석한다.
JMS 간부를 지낸 한 인사는 “정명석의 필체가 맞다. 이제 나이도 많고 감옥에 살면서 ‘옥중 설교’가 무의미하니 범죄 행위를 간접적으로라고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며 “항상 자신감이 넘치고 문장에서도 떳떳함이 있던 사람인데 ‘용서를 구한다’는 문장을 쓰는 건 흔치 않다”고 주장했다.
2인자 정조은에 보낸 12장 분량
“잘못 용서 구한다” 처음 언급
실제 정명석은 편지에 “심판을 하나님께 맡겨야지 자기가 하면 자기가 받는다. 우리는 무조건 용서라 70번씩 7번씩 용서해주라 예수님 말씀하셨다”며 “용서해야 너희 죄도 용서해준다 했다”고 적었다.
14명에 달하던 정명석 측 변호인단이 6명으로 쪼그라든 점도 이례적이다. 법무법인 ‘광장’ 소속 변호인 6명과 ‘윈’의 이종오 변호사, 강재규 변호사 등이 잇따라 사임했다. 대형 로펌이 한 사건을 두고 줄사임하는 경우는 드물다.
법조계에선 현실을 직시한 로펌들이 정명석을 ‘손절’한 것으로 보고 있다.
서초동 소재의 한 변호사는 “김앤장·율촌 등과 같은 대형 로펌은 사건으로 얼마나 큰 이익을 볼 수 있는가를 따진다. 이익은 곧 이미지로 로펌의 수익과도 직결된다”며 “정명석 사건 같은 경우 무죄 가능성이 없고 여론적으로 불리하다는 판단이 동시에 작용해 광장이 발을 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편지에서 또 다른 밑그림이 보인다는 관측도 나온다. 생전 출소가 어렵다고 판단한 정명석이 정조은에게 JMS를 물려주려 하는 의도가 편지에서 드러난다는 것이다.
다른 JMS 간부는 “정명석이 동생에게는 그 어떠한 것도 승계하려 하지 않았다. 자신의 일가가 JMS의 정점에 서려는 걸 경계해왔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지금까지 정명석이 믿고 의지해왔던 건 정조은 1명”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JMS 내부에서 정씨의 입지는 흔들리고 있다.
정조은이 지난 12일 새벽 진행한 예배에서 “사실상 넷플릭스 다큐와 보도 내용 등을 인정하고 지난 과오가 있다면 청산하고 인정할 기회는 바로 지금”이라고 밝힌 것이 화근이었다. JMS는 정명석의 구속과 정조은의 해당 발언 이후로 극심한 내부분열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측근 통해 간부들에 전달…“화합” 강조
비대위 “위조…법적대응 불사” 내부 분열
‘정명석 라인’으로 분류되는 JMS 간부와 신도들은 정조은을 ‘배신자’로 낙인찍는 한편, 정명석의 동생인 정범석을 후계자로 밀고 있다.
앞서 정조은이 담임목사로 재직 중인 흰돌교회 교인들은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를 꾸리고 “흰돌 교인 전체를 섭리 표상교회로서 명예를 실추시키고, 교인을 혼란에 빠뜨린 점, 영육으로 삶을 위태롭게 만든 하나님의 귀한 생명들을 잃게 만든 점 등의 책임을 물어 흰돌 교역자 정조은 목사, 주충익 목사(본명 오충익)를 직위 해제하는 해임안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비대위는 “교역자단은 2년여간 하늘의 말씀 원본을 훼손해 전했고, 모두 정조은 목사와 뜻을 같이해온 바, 교인들은 그 누구의 설교도 들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 “주충익 목사가 지난 21일 넷플릭스 시리즈 <나는 신이다:신이 배신한 사람들>(이하 <나는 신이다>)을 청년부 예배서 강제로 시청하게 했다. 정조은 목사는 슈스(슈퍼스타·중고등부) 예배 진행 시 2세(JMS 신도들의 자녀)들의 이성관을 혼란스럽게 만듦과 동시에 정명석의 말씀을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정작 정명석은 정조은을 후계자로 점 찍은 반면, 그 지지자들은 경쟁자 정범석을 지원하는 아사리판이 연출된 셈이다.
한 JMS 간부는 “정조은이 굉장히 억울해 한다. 정명석의 친동생인 정범석과 정조은 간 후계 구도 싸움이라고 볼 수 있다. 현재 정조은을 배신자라고 부르는 사람들도 대부분 정범석 측으로 넘어간 사람들”이라고 전했다.
정명석은 편지에서 내홍 수습을 시도했다. 정명석은 “절대 싸움과 분쟁과 다투면 안 된다. 거룩한 성전이 싸움터가 되면 너무나도 큰 죄를 범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정)조은이 목사도 흰돌교회서 사임하지 말고 교인들과 대화하고 단합하고 문제들을 풀어주고 잡아주고 여러 가지 육적으로 흐른 신앙과 사랑들도 잡아주고, 하나님 성령님 예수님 사명자 하나 되어 결심대로 잘 좀 해주자”고 덧붙였다.
정명석은 편지 말미에서 정조은에게 “예배 때 편지 원본을 신도들에게 보여주고, 내용을 읽어주라”고 지시했다. 자신의 의중을 직접 드러냄으로써 정조은에게 힘을 실어주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갈등 국면
정명석의 ‘화합 강조’ 지시는 JMS 간부들에게도 전달됐다. 하지만 갈등이 쉽게 봉합될지는 미지수다. 교회 신도의 집단 반발이 여전한 탓이다. 비대위는 “해당 편지의 사인과 필적이 선생님(정명석)의 것이 아니다. 정조은이 선생님의 필적을 위조했다”며 “필적 대조 조사를 맡기고 정조은이 임의로 선생님을 사칭한 것이라면 절대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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