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MS 2인자’ 정조은 검찰 수사 내막

‘정명석 오른팔’까지 잘리나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정명석 기독교복음선교회(JMS) 총재의 오른팔로 알려진 ‘2인자’ 정조은(가명)이 최근 경찰 조사를 받았다. ‘정명석 라인’으로 알려진 일부 JMS 간부들이 제기한 부동산 투기·횡령 의혹 때문이다. 대체로 혐의를 부인했지만 ‘성폭력 방조 혐의’로 검찰 수사선상에도 올랐다. 정명석의 유죄 가능성이 큰 만큼 정조은도 구속을 피하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JMS 2인자’ 정조은(가명)이 받는 혐의는 크게 2가지다. JMS 내부서 제기된 부동한 투기·횡령과 성폭력 방조 혐의다. 그간 JMS 탈퇴자들은 정조은이 정명석 기독교복음선교회(JMS) 총재의 성범죄를 알고도 묵인해왔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와 관련해 강도 높은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준강간 방조?
묵비권 행사

정조은은 정명석이 구속 기소된 이후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가 지난달 12일 새벽에 진행한 예배서 “사실상 넷플릭스 다큐와 보도 내용 등을 인정하고 지난 과오가 있다면 기회는 바로 지금”이라고 밝힌 이후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정명석 라인’으로 분류되는 JMS 간부와 신도 대부분이 ‘배신자’라고 낙인을 찍은 데 이어 사정기관의 칼끝에까지 섰다.

앞서 정조은이 담임목사로 재직 중인 흰돌교회 교인들은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를 꾸리고 “흰돌 교인 전체를 섭리 표상교회로서 명예를 실추시키고, 교인을 혼란에 빠뜨린 점, 영육으로 삶을 위태롭게 만든 하나님의 귀한 생명들을 잃게 만든 점 등의 책임을 물어 흰돌 교역자 정조은 목사, 주충익 목사(본명 오충익)를 직위해제하는 해임안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비대위는 “교역자단은 2년여간 하늘의 말씀 원본을 훼손해 전했고, 모두 정조은 목사와 뜻을 같이해온 바, 교인들은 그 누구의 설교도 들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 “주충익 목사가 지난달 21일 넷플릭스 시리즈 <나는 신이다:신이 배신한 사람들>(이하 <나는 신이다>)을 청년부 예배서 강제로 시청하게 했다. 정조은 목사는 슈스(슈퍼스타·중고등부) 예배 진행 시 2세(JMS 신도들의 자녀)들의 이성관을 혼란스럽게 만듦과 동시에 정명석의 말씀을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정명석의 ‘옥중 편지’에는 이들 간 갈등을 수습하려는 시도가 보인다.

정명석은 편지를 통해 “절대 싸움과 분쟁과 다투면 안 된다. 거룩한 성전이 싸움터가 되면 너무나도 큰 죄를 범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정)조은이 목사도 흰돌교회서 사임하지 말고 교인들과 대화하고 단합하고 풀어주고 잡아주고 여러 가지 육적으로 흐른 신앙을 잡아주고, 하나님 성령님 예수님 사명자 하나 되어 결심대로 잘 좀 해주자”고 덧붙였다.

정명석의 편지는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비대위는 “해당 편지의 사인과 필적이 선생님(정명석)의 것이 아니다. 정조은이 선생님의 필적을 위조했다”며 “필적 대조 조사를 맡기고 정조은이 임의로 선생님을 사칭한 것이라면 절대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성폭력 혐의로 공동정범 피의자 신분 확인
부동산 투기·횡령 혐의도 경찰 소환 조사

소속된 집단마저 등을 돌린 이후 정조은은 지난달 말 분당경찰서 소환조사를 받았다. JMS 간부로부터 고발된 부동산 실권리자 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 위반 및 업무상배임, 횡령, 사기 등의 혐의였다. 대체로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진 정조은은 얼마 지나지 않아 압수수색을 받았다.

대전지검과 경찰이 정명석의 성폭력 사건 공범으로 정조은을 겨눈 것이다.


대전지검 관계자는 “정명석의 추가 범행과 공범에 대해 수사하고 있다”면서도 “입건된 조력자 인원은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검찰과 경찰은 최근 200여명의 인력을 투입해 JMS의 본거지로 꼽히는 충남 금산군 소재 월명동 수련원뿐 아니라 정조은 주거지와 담당 교회 등을 압수수색했다.

정조은은 성폭력 방조 혐의에 대해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피해를 주장했던 인물 대부분과 친한 관계가 아니었고 잘 알지 못한다. (정명석의 범죄를)말리려 했지만 막을 수 없었다”는 취지의 주장이다.

그러나 2018년 7월부터 수차례 정명석에게 성폭행당한 호주 교인 에이미씨는 자신을 처음 정명석에게 데려간 사람이 정조은이었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는 “정말 혼란스러웠지만 그전에 있었던 세뇌 교육 때문에 결국은 아무 일도 아니라고 받아들이게 됐다”고 돌이켰다.

에이미씨는 1년 넘게 극도의 혼란을 겪으며 홀로 자책하다가 2019년 10월22일 정조은을 만났다. 에이미씨가 공개한 대화 녹취에 따르면 정조은은 에이미씨에게 정명석에게 더 잘하라는 조언을 건넸다.

당시 정조은은 “네(에이미)가 빨리 회복하고 이러는 것이 은혜를 갚는 거야. 네가 선생님(정명석)께 죄송하다면 그러면 더 잘해야 돼. 그리고 네 잘못을 정말 뉘우쳐야 돼. 더 열심히 하는 목소리 보여주는 게 선생님께서 가장 기뻐하시는 일이야”라고 말했다.

이어 “(너를)딱 붙잡아줄 수 있는 게 여기 선생님이 계시니까. 어느 정도 상황이 괜찮아질 때까지는 한국에 있는 게 맞는 것 같다”면서 “선생님 가는 곳 좀 다 데리고 가달라고 그래. 최대한 갈만한 데 조금 붙어 있어. 어차피 혼자 있어봤자 이상한 생각만 할 거고”라고 덧붙였다.

몰락하는
정 라인

정명석의 성범죄를 막기보다는 여신도들을 회유해 그 옆에 계속 붙여둔 것으로 해석된다. 피해자에게 ‘네 잘못’을 운운한 대목은 가스라이팅(심리적 지배)을 시도한 것으로도 읽힌다.

에이미씨는 “정조은이 직접 제가 성폭력당하는 걸 보지는 못했지만 그녀는 이미 많은 것을 알고 있었을 것”이라며 “저는 그녀가 닫힌 문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었는지 매우 잘 알고 있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검찰과 경찰은 JMS 피해자와 탈퇴자들로부터 확보한 진술을 뒷받침하기 위한 논리를 다지고 있다. 정명석의 구속기간 만료를 앞두고 추가 기소를 통해 구속기간을 연장도 준비 중이다.

대전지검 관계자는 “동종 혐의인 만큼 경찰이 수사 중인 한국인 여신도 성범죄 사건과 관련, 우선 1명과 관련해 추가 기소하고 나머지 2명에 대해 분리해 진행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구속기간이 얼마 남지 않아 재판부는 증인을 집중 심리하는 한편 검찰도 수사 속도를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1심 법원은 구속기간 내에 선고를 마치겠다는 방침이지만, 정명석 측 변호인이 신청한 증인이 너무 많고 그마저도 불출석해 재판이 공전하는 등 파행이 지속되고 있다.


이번 사건을 심리 중인 대전지법 제12형사부(나상훈 부장판사)는 정명석에 대한 지난 4·5차 공판서 “피고인의 ‘특수성’ 때문에 석방을 고려하기 어렵다”며 “넷플릭스 방영이나 사회 분위기 때문이 아니고, 피고인의 과거 행적과 조력자 등 내용에 비춰 도망할 염려가 있어, 보석은 어렵다”고 지적했다.

정명석 측 변호인이 요청한 22명의 증인에 대해서도 모두 채택하기는 어렵다며 진술서로 대체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정명석 측 변호인들은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과 공판중심주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며 반발하고 있다.

정명석 측 변호인들은 지난달 21일 열린 5차 공판서 “재판부가 집중 심리를 해서라도 최소 10명에서 15명 이상은 증인 신청을 받아달라”고 요청하면서도 정작 출석 여부를 묻는 검찰의 질문에 “하루 안에 신문을 마쳐야 한다면 의미가 없어 증인들을 출석시키지 않았다”고 말해 논란이 일었다.

변호인들은 3일 피해자 A씨에 대한 증인 신문이 끝난 뒤 변호인들이 신청한 증인을 추가로 채택하는 한편, 금산 수련원에서 현장검증을 해줄 것을 재판부에 요청하고 있어 이달 안에 1심 선고가 나오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검경 증거
확보 올인

정조은은 정명석이 해외로 도주했을 때 밀착 수행을 담당했다. 1999년부터 다수의 성폭행 혐의로 수사기관의 내사를 받던 중 대만으로 도주한 뒤 홍콩·중국을 전전하며 도피 행각을 벌였을 때다. 정명석은 2003년 한국 검찰의 요청으로 인터폴 적색수배 대상에 올랐다.


홍콩서 중국으로 도피한 그는 2007년 5월 중국 공안에 체포됐고, 이듬해 2월 한국으로 강제송환됐다.

당시 대법원이 유죄를 확정한 사건은 정명석이 한국서 저지른 성폭력이 아니다. 모두 그가 해외도피 중일 때 가했던 성폭력이었다. 판결문에 등장하는 피해자는 다섯 명으로 이들 중 법원이 최종적으로 피해를 인정한 사람은 4명이다. 그의 범죄 행위는 최근 공판이 진행되고 있는 사건과 크게 다르지 않다.

판결문을 보면, 피해자들은 정명석을 ‘메시아로 믿고 그의 절대적인 권위에 복종’했다. 재판 과정에서 정명석은 법정 진술, 자필 진술문 등을 통해 자신이 메시아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는 형량을 줄이기 위한 것이었을 뿐, 실제로 신도들은 그를 이 땅의 재림주 메시아로 믿고 있었다.

피해자 A씨와 B씨는 자매다. 정명석은 도피 생활 초기였던 2003년경, 두 사람을 홍콩으로 불러들였다. 정명석이 누구에게도 홍콩에 간다고 말하지 말라고 하자, 자매는 부모를 속이고 출국했다. 정명석은 그의 절대 권위에 복종하던 자매를 자기 성욕을 해소하는 데 이용했다.

정명석은 두 사람을 차례로 성폭행했다. 정명석은 검찰 조사에서, 두 사람을 홍콩으로 불러 방에서 안마를 받고 양옆에서 팔베개하고 눕도록 한 사실은 인정했으나 “강간 사실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정명석과 변호인의 주장이 합리적이지 않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당시 두 사람이 ‘항거불능 상태’였다는 점을 적시했다. 판결문에는 ‘피해자들이 메시아로 여기며 그 권위를 절대적으로 신봉해오던 피고인과의 관계나, 피해가 일어난 아파트에는 정명석을 신봉하는 소수의 신도밖에 없었던 사정 등에 비춰 심리적으로 반항하기 현저히 곤란한 상태에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시했다.

“정황 확실 유죄 가능성” 구속 기로
JMS 간부들 ‘배신자’ 낙인도 한몫

법원은 정명석의 준강간 사실을 인정했다. 인터폴에 적색수배 중이던 정명석은 2003년 7월 홍콩 이민국에 구속됐다. 이후 보석금을 내고 풀려난 정명석은 배를 타고 중국으로 밀항했다. 피해자 C씨는 중국서 2006년 4월경 정명석을 만났다.

정명석은 이때 C씨와 단둘이 목욕탕으로 가, C씨에게 속옷을 벗으라고 강요하고 강제로 성관계를 가졌다.

1심에서는 피해자 3명에게 가한 성폭력만 인정돼 징역 6년을 선고받았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또 다른 고소인 D씨의 피해 역시 인정해, 정명석에게 4년을 얹어 10형을 선고했다.

D씨는 2001년 말레이시아에 머무르던 중 추행을 당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정명석은 “의학박사 자격증도 있고 하나님을 통해 검사해주니 너희들에게도 (부인과)검사를 해주겠다”며 D씨를 추행했다. 1심 재판부는 “정명석이 피해자의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의 협박을 가했다는 점을 인정할 수 없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피해 발생 당시, 주위에 있는 사람들 때문에 피해자가 정신적 혼란이 가중돼 반항이 곤란한 상황이었다고 인정했다.

재판부는 “정명석이 특수 지위에 있는 종교 지도자라고 믿는 회원을 상대로 성 접촉을 한 점, 피해자들이 비교적 어린 나이였던 점 등을 볼 때 정명석이 고령(당시 63세)이라 하더라도 1심보다 중한 형을 내려야 한다”며 10년형을 선고했다.

정명석은 10년형을 선고받은 것 외에도, JMS 탈퇴 여성 2명에게 성폭력을 가한 사실이 인정돼 손해배상한 사실이 있으며 한국에 있을 때도 여신도 성폭행이 법원서 인정된 바 있다.

JMS 탈퇴 여성 7명은 2000년, 정명석에게 피해를 봤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이 소송은 무려 8년간 지속된 끝에 정명석과 합의한 4명, 공소시효가 만료된 1명을 제외한 2명에게 각각 1000만원과 5000만원 손해배상 판결이 나왔다.

수년 전부터
방조 정황

JMS 탈퇴자와 피해자들은 정조은이 정명석을 밀착 수행했던 만큼 지금까지 그의 성범죄를 훤하게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 JMS 탈퇴자는 “정조은이 밀착 수행을 하면서부터 정명석의 신뢰를 얻었고 신뢰관계 유지를 위해 여성을 공급한 것”이라며 “정명석의 성폭력을 간접적으로 인정했어도 방조 혐의로 처벌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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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