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JMS ‘월명동 성전’ 공사 신도 노동착취 현장 포착

장비 없이 비 와도 밤에도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기독교복음선교회(이하 JMS)가 수십년간 신도들의 노동력을 착취해온 것으로 파악됐다. ‘월명동 자연성전’ 돌 작업 과정에서 보호장비 없이 공사가 추진된 정황도 확인됐다. 정명석 총재의 성범죄가 제대로 드러나기 전이었던 터라 공사 동원을 거부하는 이들도 없었다. 심지어 사상자가 발생해도 모르쇠로 일관하기에 급급했다는 증언도 쏟아지고 있다.

‘월명동 자연성전’(이하 성전) 공사는 1990년대 초부터 시작돼 25년 가까이 진행됐다. 정명석 기독교복음선교회(이하 JMS) 총재의 성폭력 사실을 몰랐던 신도 대부분은 공사 동원 명령을 거부할 수 없었다. 사실상 세뇌됐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탈퇴자들은 누군가 죽거나 다쳐도 문제를 제기하는 순간 ‘나쁜 사람’이라는 낙인의 화살이 꽂혀 침묵해야 하는 순간이 일상이었다고 주장한다.

“모여라”
동원 명령

성전은 수십톤에 달하는 대형 바위로 JMS의 대표적인 상징물이다. 공사에는 여성을 포함한 신도 대부분이 동원됐다. 정명석에게 세뇌됐던 터라 공사 참여를 거부하는 이들은 거의 없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바위를 옮기는 과정서 당연히 적용돼야 할 산재보험과 최소한의 안전 장비 및 교육은 없다시피 했다.

전국에 퍼져 있는 신도들은 주말마다 ‘성전 봉사’라는 명목으로 100여명이 차출돼 성전 주변 풀 뽑기와 정원 관리 등의 업무를 반강제적으로 끝내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정명석의 성폭력이 드러난 이후 탈퇴자가 되거나 JMS서 벗어나려 하고 있다. 과거 성전 공사 동원을 거부하지 않았던 게 세뇌 때문이라는 걸 뒤늦게 깨달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 해당 작업에 참여했다는 한 인사는 “앞산(돌 조경)이 여러 번 넘어졌음에도 보호장비도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했다”며 “안전교육이나 산재 역시 없는 상태로 작업했고, 전문가도 없는 상황이었다”고 주장했다.

성전 바위가 다섯 차례 무너지기도 했다. 2015년 12월13일 JMS 홈페이지에 올라온 ‘정명석 목사의 주일말씀’에는 “(돌 조경이)무려 다섯 번이나 무너졌다. ‘야심작’에 쌓은 돌들은 ‘작은 돌들’이 아니고 몇 십톤씩 되는 ‘큰 돌’이다”고 언급된다.

JMS 홈페이지에 공개된 2008년 4월27일자 설교에는 “월명동 돌은 70~80톤의 완전한 통돌”이라고 나와 있다. JMS 홈페이지 글 중 목사 이모씨의 글에는 돌 조경작업 당시를 회상하며 “너무나도 다급하고 경악스러운 소리를 질렀다. 아악! 어어! 비켜”라며 “돌이 승용차 12대 무게였으니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고 표현했다. 또 ‘2014년 4월20일 주일 말씀’에는 “10년 이상 월명동을 만들어 놓고 나서”라고 적혀 있다.

여성 포함 맨몸으로 바위를…위험천만
1990년부터 25년 공사 사실상 단체 세뇌

특히 작업에 참여한 전문가(크레인 사장)의 지적이 무시된 채 작업이 강행되기도 했다. JMS 홈페이지 ‘1997년 10월23일 아침 말씀’에는 “이번에는 칼날같이 날이 보이도록 쌓으라고 말씀하셨다. 납작하게 쌓지 말고 칼날이 보이게 쌓으라고 했다”며 “크레인 사장은 세워서 넘어진 것이라고 이번에는 눕혀야지 세워서는 절대로 안 된다고 했다”고 소개돼있다.

한 JMS 간부 출신 관계자는 “무리해서 세워둔 돌이 넘어졌고, 이에 대해 크레인 사장은 ‘눕혀야지 세워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는데 다시 돌을 세우기를 시도했다는 말”이라고 해석했다.

작업이 야간에도 지속됐다는 주장도 나왔다. 다른 JMS 탈퇴자도 “월명동 자연성전 공사는 밤에도, 비가 올 때도 지속되는 경우가 많았다”며 “밤에 작업할 때 역시 보호장비를 착용한 사람은 거의 없었으며, 무거운 바위를 다루는 작업 역시 밤에 이뤄지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월명동 자연성전 돌 조경작업 당시 사망사건까지 있었으나 다들 쉬쉬하는 분위기였다”며 “이후에도 크게 달라진 것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JMS 홈페이지에는 돌 작업 중 다수가 사망할 뻔한 사건이 있었다는 글도 올라와 있다. ‘1998년 7월15일 아침 말씀’에 는 “어제 돌 작업하다가 큰 돌이 떨어져서 4명이 죽을 뻔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노무법인 동인 이훈 노무사는 “장기간 가스라이팅을 통해 강제노동을 시켰다. 근로기준법 7조에 따라 강제근로에 대한 처벌이 가능하다”며 “특히 조경공사의 경우 건설공사로 들어가니 산재라던가 장갑, 안전모 등을 착용하는 산업안전보건법을 준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안전모?
그게 뭐?

이어 “다만 신안 염전 노예처럼 장기간에 걸친 가스라이팅이나 세뇌가 인정될 경우의 이야기”라며 “해당 조건이 충족되지 않는다면 사용자와 노동자 사이에서 발효되는 근로기준법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JMS의 비상식적 행보는 이에 그치지 않았다. 최근에는 JMS 소유의 어린이집·방과후학교에서 신도 자녀들에게 부당한 종교 행위를 강요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JMS는 전국 곳곳에서 어린이집과 방과후학교를 운영 중이다. 실제 정명석이 부산, 광주, 충남 금산 등 5곳을 ‘JMS 어린이집’으로 소개하기도 했다.

한 탈퇴자는 정명석이 아이들에게 “라면과 과자, 탄산음료를 먹이지 말라”고 지시하자 즉시 제공이 금지된 일화를 소개했다. 그는 “콜라는 안 되고 사이다는 괜찮은, 이상한 기준이었다”며 “이성이 접촉하면 문제가 생긴다”는 정명석의 말에 의해 중학생이 되면 이성끼리 대화조차 하지 못했다고 한다.

JMS 교육기관에서 자행된 여러 행위는 아동학대에 해당할 수 있다. 아동복지법에서는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신체적·정신적·성적 폭력’ 등을 아동학대 범주에 포함한다. 또 2021년 서울시가 발간한 ‘아동학대 예방 및 대처 안내서’에는 종교 강요가 정서 학대의 일례로 나와 있다.

유년기 지속적 세뇌와 정서 학대는 사회 부적응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 1995년 일본 ‘옴진리교’의 도쿄 지하철 독가스 살포 사건 이후 신도 자녀 110여명이 구조됐는데, 이들은 오랜 기간 학교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다.

야밤에도
영차영차

지난해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를 살해한 야마가미 데쓰야도 “어머니가 특정 교단에 거액을 헌금해 가장이 파탄났다”며 원한을 품은 것으로 조사됐다.

성폭력 혐의로 구속 기소된 정명석이 교도소 내에서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도 있다. 법무부는 대전교도소 내 일부 교도관이 정명석의 편의를 부당하게 봐줬다는 의혹에 관해 진상조사에 나섰다. 교정당국 관계자뿐만 아니라 반JMS 단체인 ‘엑소더스’ 회원들을 대상으로도 조사를 벌이는 중이다.


앞서 정명석은 2001~2006년 여신도 4명에 대한 강간치상 등의 혐의로 2009년 4월23일 징역 10년형을 확정 판결 받은 뒤 2018년 2월23일 대전교도소서 출소했다. 이후 그해부터 다른 여신도 2명을 상대로 한 준강간 등의 혐의로 지난해 10월28일 다시 구속 기소됐고, 대전지법 형사합의12부(부장 나상훈)의 재판을 받고 있다.

법무부는 정명석이 대전교도소에 갇혀 있는 동안 일부 교도관의 묵인 아래 서신을 통해 여성 신도의 알몸 사진 등을 받아봤다는 의혹에 대해 확인 중이다. 또 정명석이 운동 시간에 운동장서 400m가량 떨어진 아파트에 있는 여성 신도들과 수신호를 주고받았다는 의혹도 조사 대상이다.

법무부는 정명석이 수신호를 보내는 것으로 보이는 장면이 촬영된 동영상도 확보했다. 이외에도 대전교도소 교도관 중 일부가 다른 지역에 근무하는 JMS 신도인 교도관의 부탁을 받고 정명석의 뒤를 봐준 게 아닌지 들여다보고 있다.

“반강제적 동원…무방비 상태였다”
죽어도 은폐…실제 사상자 있어

엑소더스 측은 “해당 JMS 신도인 교도관은 JMS 내에서 ‘인천사(인간 천사)’로 불린다”는 구체적 제보를 법무부 측에 전달했다. 법무부는 감찰에 착수하면서 1인실에 있던 정명석을 다인실로 옮겼다고 한다. 극단적 선택 가능성 등에 대비하는 차원이다.

정명석에게 성폭력을 당했다는 사실을 알리는 피해자는 계속 늘고 있다. 새로운 여신도 3명이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고소장을 내 충남경찰청과 대전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부장 김지혜)가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와 별개로 지난달 31일 여신도 1명이 충남경찰청에 고소장을 냈다.


수사당국은 정명석의 범행을 도운 조력자 등에 대해서도 수사망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달 23일 검찰과 경찰은 수사관 약 200명을 동원해 충남 금산군 월명동 JMS 수련원과 경기 분당구 소재 교회 등 10여곳을 압수수색했다.

압수수색 대상엔 정명석의 범행을 도운 혐의를 받는 ‘JMS 2인자’ 정조은(가명)의 자택 등도 포함됐다. 검찰은 지난 7일 정조은을 소환조사했다. 정조은은 피해 여신도를 정명석에게 유인하거나 알고도 성폭력을 묵인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정조은은 성폭력 방조 혐의에 대해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피해를 주장했던 인물 대부분과 친한 관계가 아니었고 잘 알지 못한다. (정명석의 범죄를)말리려 했지만 막을 수 없었다”는 취지의 주장이다.

그러나 2018년 7월부터 수차례 정명석에게 성폭행당한 호주 교인 에이미씨는 자신을 처음 정명석에게 데려간 사람이 정조은이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는 “정말 혼란스러웠지만 그전에 있었던 세뇌 교육 때문에 결국은 아무 일도 아니라고 받아들이게 됐다”고 돌이켰다.

에이미씨는 1년 넘게 극도의 혼란을 겪으며 홀로 자책하다가 2019년 10월22일 정조은을 만났다. 에이미씨가 공개한 대화 녹취에 따르면 정조은은 에이미씨에게 정명석에게 더 잘하라는 조언을 건넸다.

교도소 특혜?
법, 조사 착수

당시 정조은은 “네(에이미)가 빨리 회복하고 이러는 것이 은혜를 갚는 거야. 네가 선생님(정명석)께 죄송하다면 그러면 더 잘해야 돼. 그리고 네 잘못을 정말 뉘우쳐야 돼. 더 열심히 하는 목소리를 보여주는 게 선생님께서 가장 기뻐하시는 일이야”라고 말했다.

이어 “(너를) 딱 붙잡아줄 수 있는 게 여기 선생님이 계시니까. 어느 정도 상황이 괜찮아질 때까지는 한국에 있는 게 맞는 것 같다”면서 “선생님 가는 곳 좀 다 데리고 가달라고 그래. 최대한 갈만한 데 조금 붙어 있어. 어차피 혼자 있어봤자 이상한 생각만 할 거고”라고 덧붙였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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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두 달’ 쿠팡발 관세 음모론

‘벌써 두 달’ 쿠팡발 관세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쿠팡 사태의 ‘나비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나비의 날갯짓이 지구 반대편에 태풍을 일으킨다는 뜻처럼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외교전으로까지 번지는 모양새다. 더불어 쿠팡의 ‘믿는 구석’도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우리나라 정치권을 넘어 미국 정가마저 반응하고 있는 쿠팡 사태를 <일요시사>가 조명했다. 지난해 11월 말 온라인 이커머스 업체 쿠팡에서 고객의 개인정보가 3000만건 이상 유출됐다.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규모를 웃도는 수치였다. 지난달 28일로 쿠팡 사태는 두 달째를 맞았다. 그동안 정치권은 물론 대통령까지 쿠팡 사태를 언급했다. 미국 기업 방패 삼아 하지만 쿠팡의 태도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한결같다. ‘뻔뻔함’을 앞세워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쿠팡 사태는 지난해 11월29일 쿠팡 고객에게 발송된 문자로 시작됐다. 문자에는 이름, 전화번호, 이메일 주소, 배송 주소록, 주문 정보 등 개인정보가 ‘노출’됐다는 내용이 담겼다. 쿠팡 측은 결제 정보와 로그인 관련 정보는 괜찮다고 했다. 주말 사이에 문자를 받은 고객들은 패닉 상태에 빠졌다. 앞서 상반기 SK텔레콤 개인정보 유출 사태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그보다 더 큰 규모의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무엇보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 외부의 공격이 아니라 내부 직원의 소행이라는 의혹이 번지면서 충격을 더했다. 사태가 쿠팡 시스템 문제로 번질 가능성이 제기된 것이다. 정부는 쿠팡 사태 발생 직후 민관합동조사단을 구성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이후 경찰은 쿠팡 본사 현장을 압수 수색하는 등 수사에 박차를 가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청문회를 진행했다. 정부는 쿠팡 유출 대응 범부처 TF를 구성해 압박 수위를 높였다. 국세청도 가세해 전방위 특별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말을 보탰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난 지 사흘 만에 열린 국무회의에서 “쿠팡 때문에 우리 국민이 걱정이 많다”며 “사고 원인을 조속하게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 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현실화하는 등의 대책에 나서달라”고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역대 정부 최초로 생중계된 기관별 업무보고에서도 쿠팡에 대한 질책을 이어갔다. 당시 이 대통령은 “‘무슨 팡’인가 하는 곳에서 규정을 어기지 않았나. 그 사람들은 처벌이 전혀 두렵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쿠팡에 대한 처벌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후 전방위서 압박했는데도… 그러면서 “야간 노동자의 건강권 이야기가 사실 쿠팡 때문 아니냐. 너무 가혹하고 심야 노동 때문에 많이 죽는 것 아니냐. 금지시키자는 주장도 있다”며 “새로운 노동 형태이기 때문에 새로운 규제 기법이 필요한 것 같다”고 했다. 개인정보 유출 사태뿐만 아니라 쿠팡 자체를 정조준한 것이다. 문제는 이 정도의 전방위적 공격에도 쿠팡의 태도는 그대로였다는 점이다. 정부와 논의되지 않은 자체 조사 결과를 기습적으로 발표한 것도 모자라 실제 개인정보 유출 규모는 3000여건에 불과하다는 주장을 내세웠다. 쿠팡의 ‘셀프 조사’ 결과에 경찰 등이 반박했지만 쿠팡은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쿠팡의 주장대로면 피해 규모는 1만분의 1로 줄어든다. 쿠팡 창업자인 김범석 의장의 대국민 사과도 사태 발생 한 달 만에야 나왔다. 김 의장은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고개를 숙이면서도 자체 조사 결과를 인용했다. 하지만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진행한 청문회에는 출석하지 않아 사과의 진정성이 바랬다. 실제 김 의장뿐만 아니라 김유석 쿠팡 부사장 등도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쿠팡에서 제시한 보상안은 부정적인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쿠팡은 1인당 5만원 상당의 쿠폰을 지급하는 등 총 3370만명의 고객에게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마련했다고 대대적으로 발표했다. 하지만 현금 배상이 아니라 쿠팡, 쿠팡이츠(배달), 쿠팡트래블(여행), 쿠팡알럭스(명품) 등에서 사용할 수 있는 쿠폰으로 쪼개놓은 것도 모자라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의 지급이라 비판이 빗발쳤다. 대통령도 나섰는데 심지어 사용 조건도 까다롭게 설정해 놨다. 쿠폰 사용 기간을 지급일로부터 3개월로 제한하고 도서, 주류, 상품권 등은 구매할 수 없으며, 쿠팡이츠에서 사용할 때는 최소 주문 금액 이상일 때만 사용할 수 있다는 식이었다. 보상안에 대해서는 시민단체까지 나서서 비판했지만 쿠팡은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상황이 이 정도까지 되다 보니 쿠팡의 ‘뻣뻣한’ 태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대체 쿠팡의 ‘믿는 구석’이 뭐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쿠팡이 그동안 정치권 인사를 영입한 게 도움이 되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 언급됐다. 쿠팡은 정부 부처 출신을 많이 데려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정치권 인사와 쿠팡 관계자가 식사했던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되기도 했다. 현재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탈당한 김병기 전 원내대표는 쿠팡 대표와 고가의 식사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쿠팡으로 이직한 전직 보좌관 관련 인사에 개입했다는 의혹도 있다. 자신의 비리 의혹을 폭로한 전직 보좌관에 대해 인사 불이익을 요구했다는 내용이다. 쿠팡이 독점적 지위를 무기로 뻔뻔하게 굴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현재 쿠팡은 온라인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보적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에도 전국에 지어놓은 물류센터가 배송 거점 역할을 하는 중이고 ‘로켓배송’이라 이름 붙인 새벽배송은 배달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았다. 월 구독료 7890원의 ‘로켓와우’ 서비스는 2024년 말 기준으로 1500만명 이상 가입한 것으로 추정된다. 로켓와우에 가입하면 무료 배송, 무료 반품은 물론 쿠팡에서 론칭한 OTT ‘쿠팡플레이’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후 회원 탈퇴 등으로 이용자가 감소 중이지만, 여전히 후발 주자와는 격차가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타격 없이 흘러가나 실제 사건 발생 직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쿠팡에 미칠 손실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독점적 지위’를 언급했다. 쿠팡이 우리나라 이커머스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크기에 개인정보가 유출됐어도 이용자는 계속 사용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그러다 최근 또 하나의 의견이 더해졌다. 쿠팡이 미국을 믿고 우리나라 상황을 등한시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쿠팡은 우리나라에서 매출 대부분을 올리고 있지만 미국 주식시장에 상장한 미국 기업이다. 쿠팡의 대처가 주가에 미칠 영향만을 고려한 행보였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사태 규모를 축소한 자체 조사 결과가 주가 방어용이었다는 뜻이다. 이 같은 의견은 최근 미국의 행보로 힘을 받는 모양새다. 지난달 26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국산 제품에 대한 상호 관세를 15%에서 25%로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국회가 미국과의 관세 협정에 대해 승인을 하지 않고 있는 점을 배경으로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무역 협정은 미국에 매우 중요하다. 우리는 합의된 거래에 따라 신속하게 관세를 낮췄고 당연히 우리의 무역 파트너들도 같은 조치를 취하길 기대한다”며 “이재명 대통령과 지난해 7월30일 양국 모두에 훌륭한 협정을 체결했으며 지난해 10월29일 한국을 방문했을 때 그 조건을 다시 확인했다. 그런데 왜 한국 국회는 이를 승인하지 않고 있나”라고 적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국 외신은 JD 밴스 미국 부통령이 최근 김민석 국무총리와 만난 자리에서 한국 정부가 미국 기업들에 불이익 조치를 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인상을 기습적으로 발표하기 전에 오간 대화라는 점에서 쿠팡 사태가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뻔뻔한 태도 일관하더니 ‘믿는 구석’ 있었나 의심 <WSJ>는 관계자 발언 등을 인용해 “밴스 부통령이 지난주 워싱턴 D.C.에서 김 총리와 만나 쿠팡을 포함한 미국 기술 기업들에 불이익을 주는 조치를 하지 말 것을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이 대화는 양국 간 무역 긴장이 정점에 이르기 불과 며칠 전에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쿠팡의 미국 투자사들은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대한 우리나라의 대응이 일반적인 규제 집행 수준을 넘어섰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 대응이 주가 하락 등 손실을 야기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지난해 말 국회를 통과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허위조작 정보 근절법)과 입법을 추진하고 있는 온라인 플랫폼 규제에 대해서도 트럼프정부와 의회 일부에서는 검열이자 미국 기업 차별이라는 비판을 냈다. 우리나라와 미국이 체결한 대미 투자 관련 양해각서(MOU)에 “한국이 미국에 350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한 내용, 미국 기술 기업에 대한 차별 금지 약속이 담겨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인상 발표는 이에 대한 압박으로 해석된다.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에 관계자를 급파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그러면서 이번 조치는 쿠팡이나 온라인 플랫폼법 등과는 관계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지난달 28일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메시지가 나온 뒤 저희가 미국 국무부와 접촉한 바로는 쿠팡이나 온라인 플랫폼법과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것으로 그렇게 결론 내리고 있다”고 말했다. 당분간 안갯속 조 장관은 “구체적이고 합리적으로 추정되는 어떤 특별한 이유를 특정키가 어렵다”며 “그런 이유에서 트럼프 대통령도 추가 메시지를 낸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인상 발표 하루 뒤인 지난달 27일 “한국과 함께 해결책을 마련할 것”이라면서 협상 여지를 남겼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은 “한국 국회가 무역 합의를 통과시키지 않았기 때문에 그들이 승인하기 전까지는 한국과의 무역 합의는 없는 것”이라고 한 언론 인터뷰에서 말했다. 또 한 번 우리나라가 관세를 둘러싼 불확실성의 늪에 빠진 셈이다. 동시에 쿠팡 사태도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