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JMS ‘월명동 성전’ 공사 신도 노동착취 현장 포착

장비 없이 비 와도 밤에도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기독교복음선교회(이하 JMS)가 수십년간 신도들의 노동력을 착취해온 것으로 파악됐다. ‘월명동 자연성전’ 돌 작업 과정에서 보호장비 없이 공사가 추진된 정황도 확인됐다. 정명석 총재의 성범죄가 제대로 드러나기 전이었던 터라 공사 동원을 거부하는 이들도 없었다. 심지어 사상자가 발생해도 모르쇠로 일관하기에 급급했다는 증언도 쏟아지고 있다.

‘월명동 자연성전’(이하 성전) 공사는 1990년대 초부터 시작돼 25년 가까이 진행됐다. 정명석 기독교복음선교회(이하 JMS) 총재의 성폭력 사실을 몰랐던 신도 대부분은 공사 동원 명령을 거부할 수 없었다. 사실상 세뇌됐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탈퇴자들은 누군가 죽거나 다쳐도 문제를 제기하는 순간 ‘나쁜 사람’이라는 낙인의 화살이 꽂혀 침묵해야 하는 순간이 일상이었다고 주장한다.

“모여라”
동원 명령

성전은 수십톤에 달하는 대형 바위로 JMS의 대표적인 상징물이다. 공사에는 여성을 포함한 신도 대부분이 동원됐다. 정명석에게 세뇌됐던 터라 공사 참여를 거부하는 이들은 거의 없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바위를 옮기는 과정서 당연히 적용돼야 할 산재보험과 최소한의 안전 장비 및 교육은 없다시피 했다.

전국에 퍼져 있는 신도들은 주말마다 ‘성전 봉사’라는 명목으로 100여명이 차출돼 성전 주변 풀 뽑기와 정원 관리 등의 업무를 반강제적으로 끝내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정명석의 성폭력이 드러난 이후 탈퇴자가 되거나 JMS서 벗어나려 하고 있다. 과거 성전 공사 동원을 거부하지 않았던 게 세뇌 때문이라는 걸 뒤늦게 깨달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 해당 작업에 참여했다는 한 인사는 “앞산(돌 조경)이 여러 번 넘어졌음에도 보호장비도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했다”며 “안전교육이나 산재 역시 없는 상태로 작업했고, 전문가도 없는 상황이었다”고 주장했다.

성전 바위가 다섯 차례 무너지기도 했다. 2015년 12월13일 JMS 홈페이지에 올라온 ‘정명석 목사의 주일말씀’에는 “(돌 조경이)무려 다섯 번이나 무너졌다. ‘야심작’에 쌓은 돌들은 ‘작은 돌들’이 아니고 몇 십톤씩 되는 ‘큰 돌’이다”고 언급된다.

JMS 홈페이지에 공개된 2008년 4월27일자 설교에는 “월명동 돌은 70~80톤의 완전한 통돌”이라고 나와 있다. JMS 홈페이지 글 중 목사 이모씨의 글에는 돌 조경작업 당시를 회상하며 “너무나도 다급하고 경악스러운 소리를 질렀다. 아악! 어어! 비켜”라며 “돌이 승용차 12대 무게였으니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고 표현했다. 또 ‘2014년 4월20일 주일 말씀’에는 “10년 이상 월명동을 만들어 놓고 나서”라고 적혀 있다.

여성 포함 맨몸으로 바위를…위험천만
1990년부터 25년 공사 사실상 단체 세뇌

특히 작업에 참여한 전문가(크레인 사장)의 지적이 무시된 채 작업이 강행되기도 했다. JMS 홈페이지 ‘1997년 10월23일 아침 말씀’에는 “이번에는 칼날같이 날이 보이도록 쌓으라고 말씀하셨다. 납작하게 쌓지 말고 칼날이 보이게 쌓으라고 했다”며 “크레인 사장은 세워서 넘어진 것이라고 이번에는 눕혀야지 세워서는 절대로 안 된다고 했다”고 소개돼있다.

한 JMS 간부 출신 관계자는 “무리해서 세워둔 돌이 넘어졌고, 이에 대해 크레인 사장은 ‘눕혀야지 세워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는데 다시 돌을 세우기를 시도했다는 말”이라고 해석했다.

작업이 야간에도 지속됐다는 주장도 나왔다. 다른 JMS 탈퇴자도 “월명동 자연성전 공사는 밤에도, 비가 올 때도 지속되는 경우가 많았다”며 “밤에 작업할 때 역시 보호장비를 착용한 사람은 거의 없었으며, 무거운 바위를 다루는 작업 역시 밤에 이뤄지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월명동 자연성전 돌 조경작업 당시 사망사건까지 있었으나 다들 쉬쉬하는 분위기였다”며 “이후에도 크게 달라진 것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JMS 홈페이지에는 돌 작업 중 다수가 사망할 뻔한 사건이 있었다는 글도 올라와 있다. ‘1998년 7월15일 아침 말씀’에 는 “어제 돌 작업하다가 큰 돌이 떨어져서 4명이 죽을 뻔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노무법인 동인 이훈 노무사는 “장기간 가스라이팅을 통해 강제노동을 시켰다. 근로기준법 7조에 따라 강제근로에 대한 처벌이 가능하다”며 “특히 조경공사의 경우 건설공사로 들어가니 산재라던가 장갑, 안전모 등을 착용하는 산업안전보건법을 준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안전모?
그게 뭐?

이어 “다만 신안 염전 노예처럼 장기간에 걸친 가스라이팅이나 세뇌가 인정될 경우의 이야기”라며 “해당 조건이 충족되지 않는다면 사용자와 노동자 사이에서 발효되는 근로기준법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JMS의 비상식적 행보는 이에 그치지 않았다. 최근에는 JMS 소유의 어린이집·방과후학교에서 신도 자녀들에게 부당한 종교 행위를 강요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JMS는 전국 곳곳에서 어린이집과 방과후학교를 운영 중이다. 실제 정명석이 부산, 광주, 충남 금산 등 5곳을 ‘JMS 어린이집’으로 소개하기도 했다.

한 탈퇴자는 정명석이 아이들에게 “라면과 과자, 탄산음료를 먹이지 말라”고 지시하자 즉시 제공이 금지된 일화를 소개했다. 그는 “콜라는 안 되고 사이다는 괜찮은, 이상한 기준이었다”며 “이성이 접촉하면 문제가 생긴다”는 정명석의 말에 의해 중학생이 되면 이성끼리 대화조차 하지 못했다고 한다.

JMS 교육기관에서 자행된 여러 행위는 아동학대에 해당할 수 있다. 아동복지법에서는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신체적·정신적·성적 폭력’ 등을 아동학대 범주에 포함한다. 또 2021년 서울시가 발간한 ‘아동학대 예방 및 대처 안내서’에는 종교 강요가 정서 학대의 일례로 나와 있다.

유년기 지속적 세뇌와 정서 학대는 사회 부적응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 1995년 일본 ‘옴진리교’의 도쿄 지하철 독가스 살포 사건 이후 신도 자녀 110여명이 구조됐는데, 이들은 오랜 기간 학교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다.

야밤에도
영차영차

지난해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를 살해한 야마가미 데쓰야도 “어머니가 특정 교단에 거액을 헌금해 가장이 파탄났다”며 원한을 품은 것으로 조사됐다.

성폭력 혐의로 구속 기소된 정명석이 교도소 내에서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도 있다. 법무부는 대전교도소 내 일부 교도관이 정명석의 편의를 부당하게 봐줬다는 의혹에 관해 진상조사에 나섰다. 교정당국 관계자뿐만 아니라 반JMS 단체인 ‘엑소더스’ 회원들을 대상으로도 조사를 벌이는 중이다.


앞서 정명석은 2001~2006년 여신도 4명에 대한 강간치상 등의 혐의로 2009년 4월23일 징역 10년형을 확정 판결 받은 뒤 2018년 2월23일 대전교도소서 출소했다. 이후 그해부터 다른 여신도 2명을 상대로 한 준강간 등의 혐의로 지난해 10월28일 다시 구속 기소됐고, 대전지법 형사합의12부(부장 나상훈)의 재판을 받고 있다.

법무부는 정명석이 대전교도소에 갇혀 있는 동안 일부 교도관의 묵인 아래 서신을 통해 여성 신도의 알몸 사진 등을 받아봤다는 의혹에 대해 확인 중이다. 또 정명석이 운동 시간에 운동장서 400m가량 떨어진 아파트에 있는 여성 신도들과 수신호를 주고받았다는 의혹도 조사 대상이다.

법무부는 정명석이 수신호를 보내는 것으로 보이는 장면이 촬영된 동영상도 확보했다. 이외에도 대전교도소 교도관 중 일부가 다른 지역에 근무하는 JMS 신도인 교도관의 부탁을 받고 정명석의 뒤를 봐준 게 아닌지 들여다보고 있다.

“반강제적 동원…무방비 상태였다”
죽어도 은폐…실제 사상자 있어

엑소더스 측은 “해당 JMS 신도인 교도관은 JMS 내에서 ‘인천사(인간 천사)’로 불린다”는 구체적 제보를 법무부 측에 전달했다. 법무부는 감찰에 착수하면서 1인실에 있던 정명석을 다인실로 옮겼다고 한다. 극단적 선택 가능성 등에 대비하는 차원이다.

정명석에게 성폭력을 당했다는 사실을 알리는 피해자는 계속 늘고 있다. 새로운 여신도 3명이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고소장을 내 충남경찰청과 대전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부장 김지혜)가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와 별개로 지난달 31일 여신도 1명이 충남경찰청에 고소장을 냈다.


수사당국은 정명석의 범행을 도운 조력자 등에 대해서도 수사망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달 23일 검찰과 경찰은 수사관 약 200명을 동원해 충남 금산군 월명동 JMS 수련원과 경기 분당구 소재 교회 등 10여곳을 압수수색했다.

압수수색 대상엔 정명석의 범행을 도운 혐의를 받는 ‘JMS 2인자’ 정조은(가명)의 자택 등도 포함됐다. 검찰은 지난 7일 정조은을 소환조사했다. 정조은은 피해 여신도를 정명석에게 유인하거나 알고도 성폭력을 묵인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정조은은 성폭력 방조 혐의에 대해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피해를 주장했던 인물 대부분과 친한 관계가 아니었고 잘 알지 못한다. (정명석의 범죄를)말리려 했지만 막을 수 없었다”는 취지의 주장이다.

그러나 2018년 7월부터 수차례 정명석에게 성폭행당한 호주 교인 에이미씨는 자신을 처음 정명석에게 데려간 사람이 정조은이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는 “정말 혼란스러웠지만 그전에 있었던 세뇌 교육 때문에 결국은 아무 일도 아니라고 받아들이게 됐다”고 돌이켰다.

에이미씨는 1년 넘게 극도의 혼란을 겪으며 홀로 자책하다가 2019년 10월22일 정조은을 만났다. 에이미씨가 공개한 대화 녹취에 따르면 정조은은 에이미씨에게 정명석에게 더 잘하라는 조언을 건넸다.

교도소 특혜?
법, 조사 착수

당시 정조은은 “네(에이미)가 빨리 회복하고 이러는 것이 은혜를 갚는 거야. 네가 선생님(정명석)께 죄송하다면 그러면 더 잘해야 돼. 그리고 네 잘못을 정말 뉘우쳐야 돼. 더 열심히 하는 목소리를 보여주는 게 선생님께서 가장 기뻐하시는 일이야”라고 말했다.

이어 “(너를) 딱 붙잡아줄 수 있는 게 여기 선생님이 계시니까. 어느 정도 상황이 괜찮아질 때까지는 한국에 있는 게 맞는 것 같다”면서 “선생님 가는 곳 좀 다 데리고 가달라고 그래. 최대한 갈만한 데 조금 붙어 있어. 어차피 혼자 있어봤자 이상한 생각만 할 거고”라고 덧붙였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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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발 검찰과의 전쟁 막전막후

여당발 검찰과의 전쟁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검찰의 대장동 항소 포기 후폭풍이 거세다. 더불어민주당과 검찰의 시각이 크게 엇갈리면서 서로를 향해 날을 겨누는 형국이다. 검찰청은 내년 9월 폐지될 시한부 운명이지만, 더불어민주당은 ‘검찰개혁’을 필두로 이참에 검찰의 뿌리를 뽑겠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을 등에 업고 버티기에 나선 검찰의 반발 또한 만만치 않아 당분간 양측 간의 힘겨루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 7일 서울중앙지검이 대장동 사건에 대한 항소 시한을 넘기면서 논란에 불이 붙었다. 서울중앙지검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비롯해 ▲남욱 변호사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정민용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등 대장동 일당에 대한 1심 판결에 항소하지 않은 것이다. 꺾이거나 되치거나 검찰이 항소를 포기하면서 ‘불이익변경 금지 원칙’에 따라 피고인에게 더 무거운 형을 선고할 수 없게 됐다. 대장동 개발 비리로 발생한 범죄수익의 국고 환수 규모가 축소될 것이란 해석에도 힘이 실린다. 화살은 곧바로 이재명 대통령에게로 향했다. 이 대통령은 대장동 사건에서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 등을 받는데, 이미 대장동 민간업자 재판에서 무죄가 나온 만큼 항소 포기로 인해 추가로 다툴 여지를 차단했다는 게 국민의힘의 설명이다. 여기에 대통령실이 항소 포기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이재명 면죄부’라고도 주장했다. 국민의힘 곽규택 대변인은 “대통령실 민정수석실 비서관 4명 중 3명, 법무부 장관 정책보좌관, 법제처장, 국정원 기조실장까지 모두 이 대통령의 변호인 출신”이라며 “이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동기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대장동 사건 주요 피고인 정진상, 김용, 이화영 등을 특별 면회하면서 ‘검찰은 증거가 없다’는 발언으로 회유를 시도한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보수 성향인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 역시 “국가의 유례없는 사법 정의 포기 사태는 이재명정부의 책임”이라며 “공소 사실의 핵심에 무죄 선고가 난 사건에 검찰이 항소를 포기한 전례를 찾기 어렵다. 대통령의 어깨가 한결 가벼워진 것은 부인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정부 출범 이후 대검찰청 차장검사로 승진한 노만석 검찰총장을 겨냥해서는 책임론이 불거졌다. 법조계에 따르면 항소 시한을 앞두고 서울중앙지검은 대장동 일동에 대해 일부 무죄가 선고되는 등 다툼의 여지가 있는 1심 판결에 대해 “관행대로 항소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지만, 이를 전해 들은 대검 수뇌부가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에 노 대행은 지난 9일 “대장동 사건은 일선 검찰청의 보고를 받고 통상의 중요 사건의 경우처럼 법무부의 의견도 참고한 후 해당 판결의 취지 및 내용, 항소 기준, 사건의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며 “검찰총장 대행인 저의 책임하에 서울중앙지검장과의 협의를 거쳐 숙고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 역시 대장동 일동에 대해 검찰의 구형량보다 높은 형량이 선고된 만큼 항소 포기가 ‘적절한 판단’이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항소 포기 지시는 없었다”고 일축했다. 화약고에 불붙인 ‘항소 포기’ 후폭풍 이재명·노만석·정성호 몽땅 도마 위로 정 장관은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 회의에 출석해 ‘(이진수) 법무부 차관에게 대장동 사건 관련으로 어떤 지시를 했느냐’는 국민의힘 배준영 의원의 질문에 “노 검찰총장 직무대행에게 지휘권을 행사할 수도 있으니 항소를 알아서 포기하라는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이어 정 장관은 총 3번 정도 대장동 사건에 관해 이야기했다고 언급하며 “(두 번째인) 11월6일 목요일에는 국회에서 예결위 종합질의가 있어 국회에 왔는데, 예결위 끝나고 대검에서 항소할 필요성이 있다고 한 의견을 들었다”며 “당시 ‘중형이 선고됐는데 신중한 판단을 해야 하지 않는가’란 정도의 이야기만 하고 돌아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음 날인 11월7일에도 마찬가지”라며 “저녁에 예결위가 잠시 휴정돼 검찰에서 항소할 것 같다는 구두 보고를 식사 중에 받았고, 그날 저녁 예결위가 끝난 후 최종적으로 항고하지 않았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부연했다. ‘신중하게 판단하라’는 대목을 놓고 국민의힘은 “신중한 검토(판단)가 곧 항소 포기인지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며 법무부가 사실상 외압을 행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신중하게 판단하라는 이 8글자에 모든 것이 함축적으로 들어가 있다”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인 견해임을 전제로 하며 검찰에 지시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대장동 사건 수사·공판팀을 이끌었던 일선 검사를 중심으로 반발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김영석 대검찰청 감찰1과 검사는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를 통해 “검찰 역사상 일부 무죄가 선고되고 엄청난 금액의 추징이 선고되지 않은 사건에서 항소 포기를 한 전례가 있었나”라며 이번 결정으로 대장동 일당 등 민간업자에게 수천억원 상당의 범죄수익이 돌아간 점을 꼬집었다. 대장동 사건의 수사·공판팀을 이끌었던 강백신 대구고검 검사도 “항소 포기로 남욱·정영학을 상대로는 범죄수익을 단 한 푼도 환수할 수 없게 됐고, 김만배를 상대로는 당초 예상 금액의 1/10에 불과한 금액만 추징 선고가 이뤄졌음에도 이를 묵과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기막힌 타이밍 검찰 안팎에서 책임론이 확산하자 결국 노 대행은 항소 포기 논란이 불거진 지 닷새 만에 사의를 표명했다. 그러자 일선 검사들은 ‘검찰총장 권한대행께 추가 설명을 요청드린다’는 제목의 글을 통해 항소 포기 과정에 대한 상세 설명을 요구하는 입장문을 냈다. 해당 입장문은 박재억 수원지검장을 비롯해 ▲박현준 서울북부지검장 ▲박영빈 인천지검장 ▲박현철 광주지검장▲임승철 서울서부지검장 ▲김창진 부산지검장 등 검사장 18명 명의로 작성됐다. 이들은 “서울중앙지검장은 명백히 항소 의견이었지만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항소 포기 지시를 존중해 최종적으로 공판팀에 항소 포기를 지시했다”며 “검찰총장 권한대행을 상대로 항소 의견을 관철하지 못하고 책임지고 사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면 검찰총장 권한대행이 어제 배포한 입장문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의 항소 의견을 보고받고 법무부의 의견도 참고한 뒤 해당 판결의 취지 및 내용, 항소 기준, 사건의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며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책임 하에 서울중앙지검장과 협의를 거쳐 숙고 끝에 항소 포기를 지시했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하담미 수원지검 안양지청장 ▲최행관 부산지검 동부지청장 ▲신동원 대구지검 서부지청장 등 8개 대형 지청을 이끄는 지청장들도 집단 성명을 냈다. 이들은 “이번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지시는 그 결정에 이른 경위가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면 검찰이 지켜야 할 가치, 검찰의 존재 이유에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인 상처를 남기게 될 것”이라며 “그간 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입장문, 법무부 장관의 설명만으로는 항소를 포기한 구체적 경위가 설명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법적·행정적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정치 검사들의 반란을 분쇄하겠다”며 검찰의 집단 반발을 ‘항명’이라고 규정하고 이에 대한 징계를 예고했다. 현재 일반 공무원은 6단계 징계 처분(파면·해임·강등·정직·감봉·견책)이 가능하지만, 검사는 파면에 해당하는 징계 규정이 없다. 검사에 대한 징계는 검사징계법에 따라 이뤄지는데, 이를 ‘검사 특혜법’이라고 지적하며 폐지하겠다는 설명이다.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는 “정치 검사들의 반란에 철저하게 책임을 묻겠다”며 사실상 검찰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김 원내대표는 “정 법무부 장관께 강력히 요청한다. 항명 검사장 전원을 즉시 보직 해임하고 이들이 의원면직하지 못하게 징계 절차를 바로 개시하라”며 “항명에 가담한 지청장과 일반 검사들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이후 김 원내대표가 검사징계법 폐지 법률안·검찰청법 개정안을 각각 국회에 제출하면서 사실상 검찰 징계는 당론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항소 포기 논란 이후 박재억 수원지검장에 이어 송강 광주고검장이 연달아 사의를 표명했지만 민주당은 “사표를 수리하지 말고 징계 절차를 밟아야 한다”며 퇴로를 막았다. 항명? 투쟁? 법무부 내부에서 집단행동에 나선 일부 검사장을 대상으로 평검사 보직이동을 하거나 국가공무원법 위반 등으로 형사 처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지면서 또 다른 문제가 불거졌다. 검찰 측에서는 “보복용 강등”이라는 거센 반발이 나오지만 법무부는 “검사장은 직급이 아닌 보직”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강등·징계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검사장의 집단행동을 비판하며 징계의 타당성을 주장했지만, 일선 검사들은 항소 포기 판단 경위에 대해 추가 설명을 요청한 것이 어떻게 항명이냐며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그동안 민주당 의원들이 앞다퉈 일선 검사장을 향해 “빨리 나가라”고 윽박지르던 것과 달리 최근 지도부는 숨 고르기에 돌입한 모양새다. 국민의힘이 계속해서 이정부와 대장동을 엮어 공격하는가 하면, 이 대통령의 UAE(아랍에미리트) 순방 성과가 묻힐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톤 조절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는 이 대통령이 순방을 떠난 17일부터 이틀간 공개 석상에서 검사 항명, 징계 등 관련 현안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 등 일부 최고위원이 내란전담재판부 도입을 주장했으나 당은 “지도부 차원의 의견은 아니”라며 거리를 뒀다. 정 법무부 장관 역시 지난 18일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검사장 징계 검토 관련 질문에 “어떤 것이 좋은 방법인지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건 국민을 위해 법무부나 검찰이 안정되는 것”이라며 신중한 자세를 택했다. 낮은 볼륨을 유지하는 지도부와 달리 의원 개개인의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한 라디오를 통해 정 법무부 장관의 ‘검찰조직 안정’ 발언에 대한 질문에 “아무 일 없었던 듯이 넘어가는 것이 조직의 안정을 위해서 도움이 되는 방법은 아니”라고 답했다. 이어 “정 법무부 장관은 법무부와 검찰 전체를 총괄하는 수장이기 때문에 고민이 있으신 것 같다”면서도 “다만 중요한 것은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현재 민주당이 내세우는 원칙은 항명 검사에 대한 징계로, 그 원칙을 지키는 것이 국민 여론이라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몰아붙이던 지도부 잠시 숨 고르기 이제는 각개전투…검사들도 ‘부글’ 민주당이 다수 석을 차지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에서는 ‘집단 항명 검사장 18인’ 전원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항소 포기 결정에 반발하는 검사장 18명을 겨냥해 “헌정 질서의 근본인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과 검찰조직의 지휘 감독체계를 정면으로 무너뜨린 사건”이라고 비판하며 법적 조치에 나선 것이다. 지난 19일 법사위 여당 간사인 김용민 의원은 조국혁신당·무소속 의원과 함께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이 밝히며 “검찰의 집단 항명은 정치적 집단행동으로 헌정 질서를 훼손하는 중대 범죄”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들의 행동은 단순한 의견 개진이 아니었으며 법이 명백히 금지한 공무의 집단행위, 즉 집단적 항명”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피고발인 18명은 모두 각 검찰청을 대표하는 검사장급 고위 공무원으로서 정치적 중립성이 누구보다 강하게 요구되는 위치에 있다”며 “그런데 이들은 서로 합의해 공동성명을 작성하고 이를 동시에 내부망과 언론에 공개했다. 이는 다수가 결집해 실력으로 주장을 관철하려는 집단적 압력 행위”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압박이 거세지자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의 임기가 끝난 뒤 검사들이 반격에 나설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권력이 교체됨에 따라 검사의 태도 역시 손바닥 뒤집듯 바뀌고, 만일 보수 세력에게 정권이 넘어갈 경우 검사의 날이 다시 이 대통령을 향할 것이란 점에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내년 10월 해체 예정인 검찰청이지만 막강한 권력을 지니던 시절의 관행을 버리지 못한다면 이들을 중심으로 정치 검찰의 모습을 한 또 다른 집단이 탄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실은 “검사 인사권은 법무부에 있다”며 이번 사안에 직접 개입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논란의 중심으로부터 최대한 거리를 유지하며 대통령실이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았다는 점을 부각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민주당 관계자 역시 “‘대통령실 외압’은 궁지에 몰린 국민의힘의 프레임”이라며 “만약 5년 뒤에 검찰이 반기를 들면 그때는 (이 대통령의 거취를) 국민 여론에 맡기면 된다. 지난 몇 년간 수십번의 압수수색과 조사가 이뤄졌고, 그 결과를 전부 국민이 지켜봤다”고 설명했다. 피바람 과도기 이 모든 과정을 놓고 최요한 정치 평론가는 “과도기”라고 설명했다. 최 평론가는 <일요시사>를 통해 “검찰이 하나의 권력으로 등장해 민주주의를 유린했다. 그 대상을 개혁하는 일은 굉장히 어려운 문제고, 이정부는 그걸 시스템으로 헤쳐나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개혁은 혁명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다. 혁명은 싹을 자르면 되지만 그건 민주주의가 아니”라며 “검사 징계, 검찰개혁을 놓고 같은 진보라 하더라도 결이 다르지 않나. 다양한 논의와 의견을 두들겨 맞춰서 하나의 안을 만드는 게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개혁안은 보수도 일정 정도 동의를 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시스템 개혁이라는 건 단칼에 두부처럼 잘리는 게 아닐뿐더러 이정부가 끝날 때까지 (개혁을) 시도하는, 많은 시간이 걸리는 일일 수도 있다”고 부연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