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야당 중진 의원 사정 미스터리

'억대 비자금' 각본은 완성됐다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검찰이 야당 중진 국회의원을 겨냥한 수사에 착수했다. 지난해부터 정가를 떠돌던 사정설이 구체화된 모습이다. 수사 관련자들은 모두 경기 남양주 출신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비자금 조성 의혹과 정·관계 로비 의혹 등이 흘러나오는 등 사건은 점차 확대될 조짐이다. <일요시사>는 검찰이 쥐고 있는 여러 장의 '카드'를 확인했다. 하지만 수사의 핵심인 동생 박모씨의 입이 열릴지는 미지수다.
 

야당 중진 국회의원이 검찰의 수사망에 걸려들었다. 수도권 3선 의원인 박모 의원은 지난 2010년에 이어 또다시 검찰 수사를 앞두게 됐다. 당시 검찰은 지역 개발 비리에 박 의원이 연루됐다고 보고 수사를 벌였으나 별다른 혐의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부동산 개발업자인 박 의원의 동생 박모씨만 뇌물공여 혐의로 유죄가 인정됐다.

야당 겨냥
비자금 수사

이번 사건도 2010년과 흐름이 유사하다. 박씨를 통해 박 의원의 혐의를 밝혀내겠다는 것이 검찰의 계획이다. 수사는 일부 언론에 보도된 것보다 훨씬 진척된 모습이다. 핵심 쟁점은 박씨가 조성한 비자금이 박 의원에게 흘러갔는지 여부다. 알려진 액수만 12억원 규모라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기자는 올 초부터 박 의원을 겨냥한 검찰의 사정 움직임을 접했다. 박 의원은 국회 내 알짜 상임위의 간사를 맡고 있다. 때문인지 박 의원을 둘러싼 몇몇 소문이 정가에 떠돌았다. 정치쟁점화 됐던 입법로비 의혹도 그 중 하나다.

소문에는 서로 경쟁관계인 A사와 B사가 등장한다. A사는 박 의원 쪽에 로비를 했고, B사는 새누리당 쪽에 로비를 했다는 내용이다. A사와 B사가 양분하고 있는 업계 시장규모는 약 6000억원 정도로 파악된다. 음성적인 거래는 포함하지 않은 액수다. 지난해 A사 관계자는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정치권 로비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수도권 3선 의원 5년 만에 검찰 수사 눈앞
동생, 지역 업체와 검은돈 조성 혐의 압박

그러나 취재 결과 검찰은 박 의원 등이 연루된 입법로비 의혹과 관련해 사전 조사를 끝낸 것으로 확인됐다. A사와 B사는 각각 검찰에 소명을 시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으로 수사 진행상황에 따라 불길은 A사 혹은 B사로 옮겨 붙을 수 있다. 특히 B사의 경우 정부 부처 가운데 하나인 국토교통부와 유착했다는 의혹도 있어 사실 규명에 관심이 쏠린다.

입법로비 의혹과 별개로 검찰이 쥔 핵심카드는 동생의 광범위한 뇌물 수수 의혹이다. 현재 검찰은 박 의원의 동생 박씨의 혐의 입증에 주력하고 있다. 검찰은 박씨가 부동산 분양대행업체와 결탁해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비자금 가운데 상당한 돈이 박 의원에게 전달됐을 가능성을 쫓고 있다.

박씨와 함께 수사선상에 오른 분양대행업체는 이삭디벨로퍼다. 이삭디벨로퍼는 지난 2008년 설립된 중소 건설업체다. 2013년까지 회사 자본금은 5000만원에 불과했다. 정확한 매출은 외부로 공개되지 않았다. 단 대표 김모씨는 언론 인터뷰에서 "2008∼2014년까지 매출이 100배 이상 늘었다"라고 주장했다.

JMS 출신
급격한 성장

김씨는 과거 JMS(기독교복음선교회·일명 정명석교) 출신으로 알려졌다. 간부를 역임해 '교주 정명석씨의 성추문과도 연결고리가 있는 인물'이라고 익명의 관계자는 전했다. JMS와 결별한 김씨는 경기 남양주에서 지난 2008년 부동산 중개업을 시작했다. 2010년 서울로 진출했고 2012년부터는 서울 강남구 신사동, 논현동, 역삼동 등에 사무실을 차렸다.

같은 기간 김씨는 무려 여섯 차례나 자택 주소지를 옮겼다. 법인등기부등본에 따르면 김씨의 현 주소지는 서울 송파구 신천동의 한 브랜드 아파트로 확인된다. C사 브랜드의 아파트는 평균 6억원 정도에 시세가 형성됐다.
 


공교롭게도 김씨의 회사 이삭디벨로퍼는 대형건설사인 C사와 대부분의 사업 계약을 체결했다. 회사 매출의 38%가 C사로부터 나왔다. 다른 대기업 건설사의 비중은 14% 및 2%에 불과했다. C사와의 유착 여부가 의심되는 대목이다. 검찰은 김씨가 비자금을 조성하는 과정에 C사의 도움을 받았는지도 함께 들여다보고 있다.

지난 16일 검찰은 업무상 횡령 혐의를 적용해 김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부장검사 배종혁)는 김씨가 현역 국회의원의 동생인 박씨와 공모해 비자금을 조성했는지를 조사했다. 이날 검찰은 김씨가 지난 2008년부터 최근까지 40여건의 사업을 따낸 배경에 박씨의 역할이 있었는지를 물었다. 또 비자금 조성 경위와 규모, 용처 등을 추가로 캐물었다.

이달 초 검찰은 김씨의 자택과 이삭디벨로퍼 사무실 등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박씨의 자택 역시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됐다. 계좌 추적과 압수물 등을 근거로 검찰은 김씨가 만든 비자금이 박씨에게 흘러간 것으로 잠정 결론 냈다. 김씨는 하도급 업체의 용역대금을 부풀리는 등의 수법(과다계상)으로 40여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가운데 일부가 박씨에게 건네졌다는 것이 검찰의 설명이다.

최근 기자와 만난 검찰 관계자는 "박씨가 회사 임원 자격으로 여러 이권에 관여해 이삭디벨로퍼로부터 돈을 챙겼다"라고 말했다.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김씨는 처음 남양주에서 사업을 시작할 때 토지 용도변경 등 여러 형태의 특혜를 제공받았다. 그때는 박씨가 외곽에서 도왔다. 하지만 회사 볼륨이 커지면서 박씨가 직접 개입하는 쪽으로 바뀌었다. 이 과정에 형인 박 의원의 권유 내지는 지시가 있었는지 등을 검찰은 의심하고 있다.

키맨 김씨
동생과 유착?

박씨는 2000년대 초반부터 부동산 중개업에 뛰어들었다. 경기 남양주에서는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온 사업가로 전해진다. 박씨는 지난 2006년 남양주 지역 기업가 모임인 불암상공회와 함께 그린벨트 택지개발 비리에 가담했다. 당시 행정자치부 서기관은 박씨로부터 사업상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2억원의 뇌물을 취득해 실형을 선고받았다. 돈을 건넨 박씨는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판결 받았다.

앞서 불암상공회는 남양주 별내면 부지 55만㎡을 140억원에 매입했다. 문제는 매입부지가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있었다는 것이다. 이를 해지하기 위해 박씨 등은 수차례에 걸쳐 모두 6억5000만원을 서기관에게 건넸다. 당시 박 의원은 중간에서 서기관을 알선한 것으로 의심됐지만 뚜렷한 혐의가 없어 기소되지 않았다. 흥미로운 점은 이후 이삭디벨로퍼가 첫 분양을 한 아파트가 별내면에 들어섰다는 사실이다. 이를 바탕으로 김씨는 사업 규모를 확대했다.
 

지난 18일 검찰은 김씨에 대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및 부동산실권리자명의등기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영장에서 검찰은 김씨가 회삿돈 45억원을 빼돌린 한편 수도권 아파트 여러 채를 차명 등기했다고 적시했다. 김씨는 다음날인 19일 오전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했다. 현장 취재진의 질문에 대해선 답하지 않았다.

검찰은 김씨를 구속하는 대로 박씨와의 관계를 집중 추궁할 방침이다. 뿐만 아니라 남양주 소재 건설폐기물 처리업체 H사 대표 유모씨를 소환할 계획이다. 유씨 역시 비자금을 조성해 박씨에게 건넸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앞서 검찰은 H사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해 관련 정황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입법로비·용도변경 의혹
성장에 조직적 특혜 제공?

H사는 중소기업청이 꼽은 우수중소기업에 선정된 바 있다. 자본금은 25억원이고, 2014년 매출은 121억여원에 달했다. H사의 매출은 매년 꾸준한 증가세에 있는데 ▲2011년 58억9000만원 ▲2012년 63억4000만원 ▲2013년 76억5000만원이다. 검찰은 H사가 성장한 배경에도 박씨의 역할이 있었는지에 주목하고 있다. 폐기물처리와 관련해 국·공립기관으로부터 몇 차례의 수의계약 등을 따낸 까닭이다.

검찰 관계자는 "H사 역시 박씨를 중심으로 남양주 일대 개발 사업에서 부당 이득을 챙긴 것은 아닌지 보고 있다"라며 "자세히 밝힐 수는 없지만 개발제한구역인 임야를 헐값에 매입해 토지 용도변경을 받고 아파트를 올리기 전 지반을 다듬는 과정에서 나온 돌이나 나무 등을 팔아 이익을 나눴을 가능성에 대해 확인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박씨가 남양주 소재 유휴지를 개발해 야구장을 짓는 과정에서도 '뒷거래'를 벌였던 것으로 의심된다"라며 "쉽게 넘어갈 수사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법조계 일각에선 검찰이 역풍을 맞게 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현재까지 공표된 대부분의 사실은 모두 박씨와 연관된 혐의다. 박 의원과 직접 연관됐다는 정황은 밝혀지지 않고 있다. 만약 박씨가 비자금을 조성했다고 하더라도 박 의원과 직접 연결된 자금흐름을 찾지 못한다면 '무리한 표적 수사'라는 지적이 나올 것이 분명하다. 당장 검찰 내에서도 기대 밖의 '성완종 리스트' 수사와 이번 수사를 연결 짓는 목소리가 나온다.

표적 수사
역풍 우려

때문에 검찰은 그 어느 때보다 수사에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다. 박 의원의 실명 공개를 막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처음부터 사건이 특수부에 배당된 것은 검찰의 마지막 과녁이 누군지 암시하는 단서다. 검찰은 유씨에 대한 신병처리를 마치는 대로 박씨 역시 소환할 전망이다. 2010년의 '실패'가 재현될지 아니면 나름의 '전공'을 세울지 관건은 박씨의 입이다.

 

<angel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동생 수사' 의원 입장은?

박모 의원의 동생과 관련한 수사 착수 소식에 의원실 측은 차분한 반응을 보였다.


먼저 보좌진 D씨는 "신문지상에 나온 것 외에 우리도 아는 바가 없다"라며 "수사 결과를 지켜봐야 알겠지만 그때(2010년)처럼 되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또 "의원님을 아는 분들이라면 (결백하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좌진 E씨는 "얘기할 게 없다. 수사 진행 상황을 살피면 될 것"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드러냈다. 전화 말미에는 "그쪽이 더 잘 알지 않느냐"라고 되묻기도 했다.

전직 보좌진 F씨는 다소 격양된 반응을 보였다. F씨는 "전혀 근거 없는 얘기"라면서 "(동생이) 돈을 빌린 걸로 이렇게 됐다"라고 검찰 주장을 반박했다. 박 의원 자신은 동생이 연루된 수사와 관련해 별도의 언급을 내놓지 않고 있다. <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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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은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