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야당 중진 의원 사정 미스터리

'억대 비자금' 각본은 완성됐다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검찰이 야당 중진 국회의원을 겨냥한 수사에 착수했다. 지난해부터 정가를 떠돌던 사정설이 구체화된 모습이다. 수사 관련자들은 모두 경기 남양주 출신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비자금 조성 의혹과 정·관계 로비 의혹 등이 흘러나오는 등 사건은 점차 확대될 조짐이다. <일요시사>는 검찰이 쥐고 있는 여러 장의 '카드'를 확인했다. 하지만 수사의 핵심인 동생 박모씨의 입이 열릴지는 미지수다.
 

야당 중진 국회의원이 검찰의 수사망에 걸려들었다. 수도권 3선 의원인 박모 의원은 지난 2010년에 이어 또다시 검찰 수사를 앞두게 됐다. 당시 검찰은 지역 개발 비리에 박 의원이 연루됐다고 보고 수사를 벌였으나 별다른 혐의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부동산 개발업자인 박 의원의 동생 박모씨만 뇌물공여 혐의로 유죄가 인정됐다.

야당 겨냥
비자금 수사

이번 사건도 2010년과 흐름이 유사하다. 박씨를 통해 박 의원의 혐의를 밝혀내겠다는 것이 검찰의 계획이다. 수사는 일부 언론에 보도된 것보다 훨씬 진척된 모습이다. 핵심 쟁점은 박씨가 조성한 비자금이 박 의원에게 흘러갔는지 여부다. 알려진 액수만 12억원 규모라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기자는 올 초부터 박 의원을 겨냥한 검찰의 사정 움직임을 접했다. 박 의원은 국회 내 알짜 상임위의 간사를 맡고 있다. 때문인지 박 의원을 둘러싼 몇몇 소문이 정가에 떠돌았다. 정치쟁점화 됐던 입법로비 의혹도 그 중 하나다.

소문에는 서로 경쟁관계인 A사와 B사가 등장한다. A사는 박 의원 쪽에 로비를 했고, B사는 새누리당 쪽에 로비를 했다는 내용이다. A사와 B사가 양분하고 있는 업계 시장규모는 약 6000억원 정도로 파악된다. 음성적인 거래는 포함하지 않은 액수다. 지난해 A사 관계자는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정치권 로비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수도권 3선 의원 5년 만에 검찰 수사 눈앞
동생, 지역 업체와 검은돈 조성 혐의 압박

그러나 취재 결과 검찰은 박 의원 등이 연루된 입법로비 의혹과 관련해 사전 조사를 끝낸 것으로 확인됐다. A사와 B사는 각각 검찰에 소명을 시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으로 수사 진행상황에 따라 불길은 A사 혹은 B사로 옮겨 붙을 수 있다. 특히 B사의 경우 정부 부처 가운데 하나인 국토교통부와 유착했다는 의혹도 있어 사실 규명에 관심이 쏠린다.

입법로비 의혹과 별개로 검찰이 쥔 핵심카드는 동생의 광범위한 뇌물 수수 의혹이다. 현재 검찰은 박 의원의 동생 박씨의 혐의 입증에 주력하고 있다. 검찰은 박씨가 부동산 분양대행업체와 결탁해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비자금 가운데 상당한 돈이 박 의원에게 전달됐을 가능성을 쫓고 있다.

박씨와 함께 수사선상에 오른 분양대행업체는 이삭디벨로퍼다. 이삭디벨로퍼는 지난 2008년 설립된 중소 건설업체다. 2013년까지 회사 자본금은 5000만원에 불과했다. 정확한 매출은 외부로 공개되지 않았다. 단 대표 김모씨는 언론 인터뷰에서 "2008∼2014년까지 매출이 100배 이상 늘었다"라고 주장했다.

JMS 출신
급격한 성장

김씨는 과거 JMS(기독교복음선교회·일명 정명석교) 출신으로 알려졌다. 간부를 역임해 '교주 정명석씨의 성추문과도 연결고리가 있는 인물'이라고 익명의 관계자는 전했다. JMS와 결별한 김씨는 경기 남양주에서 지난 2008년 부동산 중개업을 시작했다. 2010년 서울로 진출했고 2012년부터는 서울 강남구 신사동, 논현동, 역삼동 등에 사무실을 차렸다.

같은 기간 김씨는 무려 여섯 차례나 자택 주소지를 옮겼다. 법인등기부등본에 따르면 김씨의 현 주소지는 서울 송파구 신천동의 한 브랜드 아파트로 확인된다. C사 브랜드의 아파트는 평균 6억원 정도에 시세가 형성됐다.
 


공교롭게도 김씨의 회사 이삭디벨로퍼는 대형건설사인 C사와 대부분의 사업 계약을 체결했다. 회사 매출의 38%가 C사로부터 나왔다. 다른 대기업 건설사의 비중은 14% 및 2%에 불과했다. C사와의 유착 여부가 의심되는 대목이다. 검찰은 김씨가 비자금을 조성하는 과정에 C사의 도움을 받았는지도 함께 들여다보고 있다.

지난 16일 검찰은 업무상 횡령 혐의를 적용해 김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부장검사 배종혁)는 김씨가 현역 국회의원의 동생인 박씨와 공모해 비자금을 조성했는지를 조사했다. 이날 검찰은 김씨가 지난 2008년부터 최근까지 40여건의 사업을 따낸 배경에 박씨의 역할이 있었는지를 물었다. 또 비자금 조성 경위와 규모, 용처 등을 추가로 캐물었다.

이달 초 검찰은 김씨의 자택과 이삭디벨로퍼 사무실 등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박씨의 자택 역시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됐다. 계좌 추적과 압수물 등을 근거로 검찰은 김씨가 만든 비자금이 박씨에게 흘러간 것으로 잠정 결론 냈다. 김씨는 하도급 업체의 용역대금을 부풀리는 등의 수법(과다계상)으로 40여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가운데 일부가 박씨에게 건네졌다는 것이 검찰의 설명이다.

최근 기자와 만난 검찰 관계자는 "박씨가 회사 임원 자격으로 여러 이권에 관여해 이삭디벨로퍼로부터 돈을 챙겼다"라고 말했다.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김씨는 처음 남양주에서 사업을 시작할 때 토지 용도변경 등 여러 형태의 특혜를 제공받았다. 그때는 박씨가 외곽에서 도왔다. 하지만 회사 볼륨이 커지면서 박씨가 직접 개입하는 쪽으로 바뀌었다. 이 과정에 형인 박 의원의 권유 내지는 지시가 있었는지 등을 검찰은 의심하고 있다.

키맨 김씨
동생과 유착?

박씨는 2000년대 초반부터 부동산 중개업에 뛰어들었다. 경기 남양주에서는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온 사업가로 전해진다. 박씨는 지난 2006년 남양주 지역 기업가 모임인 불암상공회와 함께 그린벨트 택지개발 비리에 가담했다. 당시 행정자치부 서기관은 박씨로부터 사업상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2억원의 뇌물을 취득해 실형을 선고받았다. 돈을 건넨 박씨는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판결 받았다.

앞서 불암상공회는 남양주 별내면 부지 55만㎡을 140억원에 매입했다. 문제는 매입부지가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있었다는 것이다. 이를 해지하기 위해 박씨 등은 수차례에 걸쳐 모두 6억5000만원을 서기관에게 건넸다. 당시 박 의원은 중간에서 서기관을 알선한 것으로 의심됐지만 뚜렷한 혐의가 없어 기소되지 않았다. 흥미로운 점은 이후 이삭디벨로퍼가 첫 분양을 한 아파트가 별내면에 들어섰다는 사실이다. 이를 바탕으로 김씨는 사업 규모를 확대했다.
 

지난 18일 검찰은 김씨에 대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및 부동산실권리자명의등기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영장에서 검찰은 김씨가 회삿돈 45억원을 빼돌린 한편 수도권 아파트 여러 채를 차명 등기했다고 적시했다. 김씨는 다음날인 19일 오전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했다. 현장 취재진의 질문에 대해선 답하지 않았다.

검찰은 김씨를 구속하는 대로 박씨와의 관계를 집중 추궁할 방침이다. 뿐만 아니라 남양주 소재 건설폐기물 처리업체 H사 대표 유모씨를 소환할 계획이다. 유씨 역시 비자금을 조성해 박씨에게 건넸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앞서 검찰은 H사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해 관련 정황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입법로비·용도변경 의혹
성장에 조직적 특혜 제공?

H사는 중소기업청이 꼽은 우수중소기업에 선정된 바 있다. 자본금은 25억원이고, 2014년 매출은 121억여원에 달했다. H사의 매출은 매년 꾸준한 증가세에 있는데 ▲2011년 58억9000만원 ▲2012년 63억4000만원 ▲2013년 76억5000만원이다. 검찰은 H사가 성장한 배경에도 박씨의 역할이 있었는지에 주목하고 있다. 폐기물처리와 관련해 국·공립기관으로부터 몇 차례의 수의계약 등을 따낸 까닭이다.

검찰 관계자는 "H사 역시 박씨를 중심으로 남양주 일대 개발 사업에서 부당 이득을 챙긴 것은 아닌지 보고 있다"라며 "자세히 밝힐 수는 없지만 개발제한구역인 임야를 헐값에 매입해 토지 용도변경을 받고 아파트를 올리기 전 지반을 다듬는 과정에서 나온 돌이나 나무 등을 팔아 이익을 나눴을 가능성에 대해 확인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박씨가 남양주 소재 유휴지를 개발해 야구장을 짓는 과정에서도 '뒷거래'를 벌였던 것으로 의심된다"라며 "쉽게 넘어갈 수사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법조계 일각에선 검찰이 역풍을 맞게 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현재까지 공표된 대부분의 사실은 모두 박씨와 연관된 혐의다. 박 의원과 직접 연관됐다는 정황은 밝혀지지 않고 있다. 만약 박씨가 비자금을 조성했다고 하더라도 박 의원과 직접 연결된 자금흐름을 찾지 못한다면 '무리한 표적 수사'라는 지적이 나올 것이 분명하다. 당장 검찰 내에서도 기대 밖의 '성완종 리스트' 수사와 이번 수사를 연결 짓는 목소리가 나온다.

표적 수사
역풍 우려

때문에 검찰은 그 어느 때보다 수사에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다. 박 의원의 실명 공개를 막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처음부터 사건이 특수부에 배당된 것은 검찰의 마지막 과녁이 누군지 암시하는 단서다. 검찰은 유씨에 대한 신병처리를 마치는 대로 박씨 역시 소환할 전망이다. 2010년의 '실패'가 재현될지 아니면 나름의 '전공'을 세울지 관건은 박씨의 입이다.

 

<angel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동생 수사' 의원 입장은?

박모 의원의 동생과 관련한 수사 착수 소식에 의원실 측은 차분한 반응을 보였다.


먼저 보좌진 D씨는 "신문지상에 나온 것 외에 우리도 아는 바가 없다"라며 "수사 결과를 지켜봐야 알겠지만 그때(2010년)처럼 되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또 "의원님을 아는 분들이라면 (결백하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좌진 E씨는 "얘기할 게 없다. 수사 진행 상황을 살피면 될 것"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드러냈다. 전화 말미에는 "그쪽이 더 잘 알지 않느냐"라고 되묻기도 했다.

전직 보좌진 F씨는 다소 격양된 반응을 보였다. F씨는 "전혀 근거 없는 얘기"라면서 "(동생이) 돈을 빌린 걸로 이렇게 됐다"라고 검찰 주장을 반박했다. 박 의원 자신은 동생이 연루된 수사와 관련해 별도의 언급을 내놓지 않고 있다. <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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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머드급 국방정보본부 ‘5공 보안사’ 오버랩, 왜?

매머드급 국방정보본부 ‘5공 보안사’ 오버랩,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군 정보기관 개혁안의 윤곽이 잡히고 있다. 기한은 2027년까지다. 방첩사 해체 및 정보사 인간정보부대를 국방정보본부 직속으로 둔다는 게 골자다. 군 안팎에서는 우려가 쏟아진다. 국방정보본부에 여러 권한이 쏠리면 과거 ‘전두환 보안사’처럼 통제가 힘들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조직에 여러 권한이 집중되면 장단점이 확실하다. 관리하기 쉽지만 수장의 역량이 부족하면 컨트롤하기 어렵다. 군 정보기관은 더욱 그렇다. 인간정보 부대(HUMINT·휴민트)의 경우 전문가가 극소수다. 특히 전문가 대다수가 12·3 내란에 연루돼 개혁에 동참할 수 없는 형국이다. 2027년까지 조직 개편 우리 군에는 각종 정보와 첩보 수집을 담당하는 군 정보기관이 존재한다. 대북 업무만을 담당하는 국군정보사령부, 777사령부와 국내 간첩 및 군사보안에 초점을 둔 국군방첩사령부로 나뉜다. 정보사와 777은 국방정보본부가 총괄 지휘한다. 정보기관 특성상 자세한 조직 현황은 공개되지 않는다. 그간 군 정보기관은 역할을 나눠 견제와 균형을 잡아왔다. 이들 기관은 12·3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 정치인 체포조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투입 등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과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은 각각 위험한 일을 계획하고 일부 실행했다. 이재명정부가 들어서면서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군 정보기관에 대한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약속했다. 방첩사 장성 7명은 모두 직무에서 배제됐고, 현재 참모장 대리 겸 사령관 직무대행은 육군사관학교가 아닌 학사장교 출신의 편무삼 육군 준장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달 29일에는 직무정지·분리 파견됐던 임삼묵 2처장(공군 준장) 등 장군 4명이 각 군으로 원대 복귀했다. 나머지 3명은 정성우 방첩사 1처장, 국방부 방첩부대장, 육군본부 방첩부대장 등이다. 방첩 업무는 방첩사에 두고 수사 기능은 국방부 조사본부로, 보안 기능은 국방정보본부 및 각 군으로 이관하는 방안 등이 확정됐다. 이는 정치 개입·민간 사찰로 누적된 군에 대한 불신을 불식하고 정보기관을 본연의 임무로 복귀시킨다는 취지지만, 대공·방첩 기능 약화로 안보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거세다. 방첩은 말 그대로 간첩 활동을 막는 걸 일컫는다. 방첩 자체가 정보·보안 수집과 수사를 통해 이뤄진다. 실제로 정보·보안 업무를 이관받는 국방정보본부의 경우 예하 정보사의 블랙 요원 명단 유출 등 기밀 유출 사고를 막지 못했다. 국회는 7년간 외부감사가 없었던 정보사에 대해 올해부터 방첩사가 들여다보도록 했다. 수사권도 문제다. 군사경찰 최상위 조직인 국방부 조사본부도 내란 당시 정치인 체포조 편성·운영 등의 혐의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한 조직에 보안·신원조사·첩보 수집 통째로 해체 수순 방첩사 군 인사 통제는 누가 하나 명확한 규정 없이 광범위한 범죄 정보 수집 활동을 벌여오면서 수사 전문성을 의심받아 온 조사본부에 국가보안법·군사기밀보호법 위반죄, 내란·외환·반란·이적죄 등 10대 안보 관련 수사권을 넘기면 컨트롤하기 어려운 권력기관이 될 수도 있다. 특히 방첩사 기능 폐지로 군에 대한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방첩사는 국방부 장관 직할부대로서 각 부대의 부조리 조사 및 감찰, 지휘관의 특이 동향 점검, 대령급 이상 인사 검증 등을 통해 군을 견제해 왔다. 국방부는 올해 1단계로 내란 극복·미래 국방 설계를 위한 민·관·군 합동특별위원회 내 군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위원회(분과위원장 홍현익 전 국립외교원장)를 구성해 조직·기능 재설계 등 합리적 개편 방안을 도출할 예정이다. 내년엔 2단계로 방첩사 개편을 위한 법령·규칙 개정, 시설 재배치, 예산 조정 등 후속 조치 사항을 이행하고 개편을 완료할 방침이다. 또 국방정보본부장의 합참정보본부장 겸직을 해제하고 정보사령부에서 휴민트 부대를 분리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국방정보본부령 일부 개정안을 지난달 27일 입법 예고했다. 국방부는 “정보사령부를 포함한 국방정보 조직 전반의 지휘·부대 구조를 최적화해 임무·기능 수행에 전문성과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라며 개정 이유를 밝혔다. 개정안은 국방정보본부의 업무와 관련해 ‘합동참모본부 등의 예산 편성 및 조정(1조 2항 7호)’을 삭제함으로써 합참과의 직접적 업무 연결을 차단했다. 반면 군사보안 외에 암호정책(동항 8호)과 군사 관련 지리공간정보 외에 국방기상정보(동항 제11호), 군사정보 외에 군사보안(동항 12호)을 추가했다. 군사보안 업무가 신설된 것은 국군방첩사령부 개편에 대비한 사전 조치로 풀이된다. 어디까지? 초월적 권한 개정안은 국방정보본부장의 직무와 관련해 ‘군사정보·전략정보 업무에 관해 합동참모의장 보좌’(3조 2항)를 삭제해 합참정보본부장 겸직을 해제했다. 개정안은 정보본부 예하부대 중 정보사령부 업무와 관련해 기존의 ‘군사 관련 영상·지리 공간·인간·기술·계측·기호 등의 정보’ 등(4조 2항 1호) 규정 중 ‘영상’과 ‘인간’을 삭제했다. 대신 동항 4호에 ‘군사 관련 인간정보 수집·지원 및 훈련에 관한 사항을 관장하기 위한 인간정보 부대’ 규정을 신설했다. 이른바 블랙 요원이나 특임대(HID) 같은 인간정보 부대를 정보사에서 분리해 정보본부 예하에 재배치했다. 이에 따라 정보본부 예하에는 기존 정보사와 777사령부(신호정보 담당) 외에 인간정보 부대가 추가된다. 방첩사는 지난 8월 조직 와해를 막기 위해 전담팀을 꾸렸다. 정치권에 따르면 방첩사는 같은 달부터 ‘부대개혁 TF’라는 전담팀을 꾸리고 간부들에게 비공개 지침을 하달했다. ‘글로벌 안보 위협’을 이유로 들어 “주변 고위급 지인 등 인맥을 통해 부대 존치 논리나 순기능 역할에 대해 전파해 협조나 지원을 이끌어내라”는 내용이다. 국정기획위원회의 방첩사 폐지 방침을 두고 “국방부·대통령실·국회 측도 방첩 역량 약화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는 주장도 담겼다. 한 군 관계자는 “지금 방첩사가 내부 갈등이 심하다. 개혁해야 하는 것에 동의는 하는데 방첩사 폐지로 방첩 기능이 약화되는 걸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반면 부대가 없어져도 기능 자체가 이관되기에 문제될 게 없다고 지적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대북 정보망 복구가 중요 정보사에서도 최근 개혁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 따르면 경기도 판교에 위치한 정보사 100여단 소속 일부 인원들이 지난달 21일 오전 안양에 위치한 정보사령부 건물로 출동했다. 사령부에서 인간정보 부대 관련 업무를 담당·지원하는 관련 부서들의 사무용품, 책상, 의자, 서류 등을 포장해 100여단으로 가져오기 위해서다. 사무용품 등의 이전은 당일 낮 12시께 중단됐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선원 의원이 문제를 제기하자 이전 중단 지시가 내려간 것이다. 이후 100여단 소속 인원들은 부대로 복귀했다. 다만, 중단 지시 전 옮겨진 인간정보 부대 관련 부서의 서류와 물품들은 100여단에 남아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방부는 군 정보기관 개혁 조치의 일환으로 지난달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내년 1월1일부터 인간정보부대를 정보사에서 분리해 국방정보본부 예하 부대로 전속하겠다”고 보고했다. 이 과정에서 정보사가 100여단을 움직여 인간정보 부대가 국방정보본부 소속으로 개편되기 석 달 전, 국방부와 정보사 지휘부에 보고도 없이 사령부 건물을 방문한 것이다. 정보사령관 직무대리는 지난달 26일 “상급부대에서 (인간정보부대 개편 내용을 담은) 법적 근거를 마련할 때까지 불필요한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사령부가 추진한 사항을 잠정 중단하라”는 취지의 공문을 하달했다. 지난 9월18일 정보사 100여단 부대 강당에서는 국방정보본부 산하 인간정보 부대 개편을 위한 내부 설명회가 열리기도 했다. 당시 100여단장은 해당 간담회를 주재하며 부대원들에게 “간담회에서 나눈 이야기나 부대의 사정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하라”며 입단속을 강조했다. 앞으로 국방정보본부가 갖게 되는 권한은 막대하다. 현행 구조에서 국방정보본부장은 정보사·777, 합참 정보부를 총괄한다. 여기에 더해 정보사의 휴민트 기능을 직접 통제하고 보안·신원조사를 추가하면, 누구도 견제하기 힘든 조직이 탄생한다. “대북공작 휴민트가 장관 직속? 전례 없어” “조직 수장 역량에 따라 괴물 집단 될 수도” 민주당 내부에서도 반발이 만만치 않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휴민트 임무 특성상 비밀·독립성이 가장 중요하다. 이걸 국방정보본부장 예하로 두겠다는 건 관리하기 쉽다는 장점도 있지만 윤석열과 같은 인간에게 넘어간다면 굉장히 위험한 조직이 될 수 있다.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기관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른 군 전문가도 “전문성이 없는 민간 부처가 공작 임무를 직접 운영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정보사 휴민트 조직은 국정원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공작을 기획한다. 국정원이 예산도 관리해 관리·감독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며 “이번 개혁안이 완전히 확정된 건 아니지만 휴민트를 국방정보본부 예하로 두는 건 도박”이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도 지난달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휴민트 부대의 본질은 숨기고 또 숨겨야 하는 특수공작 조직”이라면서 “전 세계 어느 나라도 국방 장관 직속으로 인간정보 공작부대를 두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부승찬 의원 역시 “전시 연합사령관 지시를 받는 부대도 아니고, 평시 합참 지휘체계에도 없는 부대”라면서 “작전 지휘체계나 통제체계에 들어가 있지 않은 부대인데, 이를 국방정보본부에 넣는 건 불가능하다”고 언급했다. 이 같은 지적에도 국방부는 국방정보본부령 일부개정령안을 입법 예고했다. 기존 국정감사 업무보고에선 정보부대 개편을 2026년 내 마무리하겠다고 했었는데, 이번 개정령안은 내년 1월1일 시행으로 못 박았다. 이에 민주당 황명선 의원은 종합감사에서 인간정보부대의 국방정보본부 편입에 우려를 표했다. 황 의원은 “장관도 동의하지 않는 이런 개정안을 누가 냈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안 장관은 “글자 그대로 입법 예고이니 의원들께서 의견을 주시면 최적화하겠다”고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국방정보본부와 국방부 기획조정실(조직관리담당관)은 다른 분위기다. 한 국방부 관계자는 “장관과 국방정보본부 간 소통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정보 계통 군인들은 오히려 현 입법안을 두고 안도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개혁 반대 움직임도 황 의원이 민·관·군 합동 특별자문위원회의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가 합리적인 안을 만들어낼 때까지 입법 예고를 보류해달라고 하자 안 장관도 “알겠다”고 답했다. 안 장관은 “휴민트 조직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 부대에 대해서는 가급적 말을 절약해주는 것이 휴민트 부대를 살리는 길이고 부대 가치를 존중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