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야당 중진 의원 사정 미스터리

'억대 비자금' 각본은 완성됐다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검찰이 야당 중진 국회의원을 겨냥한 수사에 착수했다. 지난해부터 정가를 떠돌던 사정설이 구체화된 모습이다. 수사 관련자들은 모두 경기 남양주 출신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비자금 조성 의혹과 정·관계 로비 의혹 등이 흘러나오는 등 사건은 점차 확대될 조짐이다. <일요시사>는 검찰이 쥐고 있는 여러 장의 '카드'를 확인했다. 하지만 수사의 핵심인 동생 박모씨의 입이 열릴지는 미지수다.
 

야당 중진 국회의원이 검찰의 수사망에 걸려들었다. 수도권 3선 의원인 박모 의원은 지난 2010년에 이어 또다시 검찰 수사를 앞두게 됐다. 당시 검찰은 지역 개발 비리에 박 의원이 연루됐다고 보고 수사를 벌였으나 별다른 혐의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부동산 개발업자인 박 의원의 동생 박모씨만 뇌물공여 혐의로 유죄가 인정됐다.

야당 겨냥
비자금 수사

이번 사건도 2010년과 흐름이 유사하다. 박씨를 통해 박 의원의 혐의를 밝혀내겠다는 것이 검찰의 계획이다. 수사는 일부 언론에 보도된 것보다 훨씬 진척된 모습이다. 핵심 쟁점은 박씨가 조성한 비자금이 박 의원에게 흘러갔는지 여부다. 알려진 액수만 12억원 규모라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기자는 올 초부터 박 의원을 겨냥한 검찰의 사정 움직임을 접했다. 박 의원은 국회 내 알짜 상임위의 간사를 맡고 있다. 때문인지 박 의원을 둘러싼 몇몇 소문이 정가에 떠돌았다. 정치쟁점화 됐던 입법로비 의혹도 그 중 하나다.

소문에는 서로 경쟁관계인 A사와 B사가 등장한다. A사는 박 의원 쪽에 로비를 했고, B사는 새누리당 쪽에 로비를 했다는 내용이다. A사와 B사가 양분하고 있는 업계 시장규모는 약 6000억원 정도로 파악된다. 음성적인 거래는 포함하지 않은 액수다. 지난해 A사 관계자는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정치권 로비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수도권 3선 의원 5년 만에 검찰 수사 눈앞
동생, 지역 업체와 검은돈 조성 혐의 압박

그러나 취재 결과 검찰은 박 의원 등이 연루된 입법로비 의혹과 관련해 사전 조사를 끝낸 것으로 확인됐다. A사와 B사는 각각 검찰에 소명을 시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으로 수사 진행상황에 따라 불길은 A사 혹은 B사로 옮겨 붙을 수 있다. 특히 B사의 경우 정부 부처 가운데 하나인 국토교통부와 유착했다는 의혹도 있어 사실 규명에 관심이 쏠린다.

입법로비 의혹과 별개로 검찰이 쥔 핵심카드는 동생의 광범위한 뇌물 수수 의혹이다. 현재 검찰은 박 의원의 동생 박씨의 혐의 입증에 주력하고 있다. 검찰은 박씨가 부동산 분양대행업체와 결탁해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비자금 가운데 상당한 돈이 박 의원에게 전달됐을 가능성을 쫓고 있다.

박씨와 함께 수사선상에 오른 분양대행업체는 이삭디벨로퍼다. 이삭디벨로퍼는 지난 2008년 설립된 중소 건설업체다. 2013년까지 회사 자본금은 5000만원에 불과했다. 정확한 매출은 외부로 공개되지 않았다. 단 대표 김모씨는 언론 인터뷰에서 "2008∼2014년까지 매출이 100배 이상 늘었다"라고 주장했다.

JMS 출신
급격한 성장

김씨는 과거 JMS(기독교복음선교회·일명 정명석교) 출신으로 알려졌다. 간부를 역임해 '교주 정명석씨의 성추문과도 연결고리가 있는 인물'이라고 익명의 관계자는 전했다. JMS와 결별한 김씨는 경기 남양주에서 지난 2008년 부동산 중개업을 시작했다. 2010년 서울로 진출했고 2012년부터는 서울 강남구 신사동, 논현동, 역삼동 등에 사무실을 차렸다.

같은 기간 김씨는 무려 여섯 차례나 자택 주소지를 옮겼다. 법인등기부등본에 따르면 김씨의 현 주소지는 서울 송파구 신천동의 한 브랜드 아파트로 확인된다. C사 브랜드의 아파트는 평균 6억원 정도에 시세가 형성됐다.
 


공교롭게도 김씨의 회사 이삭디벨로퍼는 대형건설사인 C사와 대부분의 사업 계약을 체결했다. 회사 매출의 38%가 C사로부터 나왔다. 다른 대기업 건설사의 비중은 14% 및 2%에 불과했다. C사와의 유착 여부가 의심되는 대목이다. 검찰은 김씨가 비자금을 조성하는 과정에 C사의 도움을 받았는지도 함께 들여다보고 있다.

지난 16일 검찰은 업무상 횡령 혐의를 적용해 김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부장검사 배종혁)는 김씨가 현역 국회의원의 동생인 박씨와 공모해 비자금을 조성했는지를 조사했다. 이날 검찰은 김씨가 지난 2008년부터 최근까지 40여건의 사업을 따낸 배경에 박씨의 역할이 있었는지를 물었다. 또 비자금 조성 경위와 규모, 용처 등을 추가로 캐물었다.

이달 초 검찰은 김씨의 자택과 이삭디벨로퍼 사무실 등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박씨의 자택 역시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됐다. 계좌 추적과 압수물 등을 근거로 검찰은 김씨가 만든 비자금이 박씨에게 흘러간 것으로 잠정 결론 냈다. 김씨는 하도급 업체의 용역대금을 부풀리는 등의 수법(과다계상)으로 40여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가운데 일부가 박씨에게 건네졌다는 것이 검찰의 설명이다.

최근 기자와 만난 검찰 관계자는 "박씨가 회사 임원 자격으로 여러 이권에 관여해 이삭디벨로퍼로부터 돈을 챙겼다"라고 말했다.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김씨는 처음 남양주에서 사업을 시작할 때 토지 용도변경 등 여러 형태의 특혜를 제공받았다. 그때는 박씨가 외곽에서 도왔다. 하지만 회사 볼륨이 커지면서 박씨가 직접 개입하는 쪽으로 바뀌었다. 이 과정에 형인 박 의원의 권유 내지는 지시가 있었는지 등을 검찰은 의심하고 있다.

키맨 김씨
동생과 유착?

박씨는 2000년대 초반부터 부동산 중개업에 뛰어들었다. 경기 남양주에서는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온 사업가로 전해진다. 박씨는 지난 2006년 남양주 지역 기업가 모임인 불암상공회와 함께 그린벨트 택지개발 비리에 가담했다. 당시 행정자치부 서기관은 박씨로부터 사업상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2억원의 뇌물을 취득해 실형을 선고받았다. 돈을 건넨 박씨는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판결 받았다.

앞서 불암상공회는 남양주 별내면 부지 55만㎡을 140억원에 매입했다. 문제는 매입부지가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있었다는 것이다. 이를 해지하기 위해 박씨 등은 수차례에 걸쳐 모두 6억5000만원을 서기관에게 건넸다. 당시 박 의원은 중간에서 서기관을 알선한 것으로 의심됐지만 뚜렷한 혐의가 없어 기소되지 않았다. 흥미로운 점은 이후 이삭디벨로퍼가 첫 분양을 한 아파트가 별내면에 들어섰다는 사실이다. 이를 바탕으로 김씨는 사업 규모를 확대했다.
 

지난 18일 검찰은 김씨에 대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및 부동산실권리자명의등기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영장에서 검찰은 김씨가 회삿돈 45억원을 빼돌린 한편 수도권 아파트 여러 채를 차명 등기했다고 적시했다. 김씨는 다음날인 19일 오전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했다. 현장 취재진의 질문에 대해선 답하지 않았다.

검찰은 김씨를 구속하는 대로 박씨와의 관계를 집중 추궁할 방침이다. 뿐만 아니라 남양주 소재 건설폐기물 처리업체 H사 대표 유모씨를 소환할 계획이다. 유씨 역시 비자금을 조성해 박씨에게 건넸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앞서 검찰은 H사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해 관련 정황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입법로비·용도변경 의혹
성장에 조직적 특혜 제공?

H사는 중소기업청이 꼽은 우수중소기업에 선정된 바 있다. 자본금은 25억원이고, 2014년 매출은 121억여원에 달했다. H사의 매출은 매년 꾸준한 증가세에 있는데 ▲2011년 58억9000만원 ▲2012년 63억4000만원 ▲2013년 76억5000만원이다. 검찰은 H사가 성장한 배경에도 박씨의 역할이 있었는지에 주목하고 있다. 폐기물처리와 관련해 국·공립기관으로부터 몇 차례의 수의계약 등을 따낸 까닭이다.

검찰 관계자는 "H사 역시 박씨를 중심으로 남양주 일대 개발 사업에서 부당 이득을 챙긴 것은 아닌지 보고 있다"라며 "자세히 밝힐 수는 없지만 개발제한구역인 임야를 헐값에 매입해 토지 용도변경을 받고 아파트를 올리기 전 지반을 다듬는 과정에서 나온 돌이나 나무 등을 팔아 이익을 나눴을 가능성에 대해 확인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박씨가 남양주 소재 유휴지를 개발해 야구장을 짓는 과정에서도 '뒷거래'를 벌였던 것으로 의심된다"라며 "쉽게 넘어갈 수사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법조계 일각에선 검찰이 역풍을 맞게 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현재까지 공표된 대부분의 사실은 모두 박씨와 연관된 혐의다. 박 의원과 직접 연관됐다는 정황은 밝혀지지 않고 있다. 만약 박씨가 비자금을 조성했다고 하더라도 박 의원과 직접 연결된 자금흐름을 찾지 못한다면 '무리한 표적 수사'라는 지적이 나올 것이 분명하다. 당장 검찰 내에서도 기대 밖의 '성완종 리스트' 수사와 이번 수사를 연결 짓는 목소리가 나온다.

표적 수사
역풍 우려

때문에 검찰은 그 어느 때보다 수사에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다. 박 의원의 실명 공개를 막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처음부터 사건이 특수부에 배당된 것은 검찰의 마지막 과녁이 누군지 암시하는 단서다. 검찰은 유씨에 대한 신병처리를 마치는 대로 박씨 역시 소환할 전망이다. 2010년의 '실패'가 재현될지 아니면 나름의 '전공'을 세울지 관건은 박씨의 입이다.

 

<angel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동생 수사' 의원 입장은?

박모 의원의 동생과 관련한 수사 착수 소식에 의원실 측은 차분한 반응을 보였다.


먼저 보좌진 D씨는 "신문지상에 나온 것 외에 우리도 아는 바가 없다"라며 "수사 결과를 지켜봐야 알겠지만 그때(2010년)처럼 되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또 "의원님을 아는 분들이라면 (결백하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좌진 E씨는 "얘기할 게 없다. 수사 진행 상황을 살피면 될 것"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드러냈다. 전화 말미에는 "그쪽이 더 잘 알지 않느냐"라고 되묻기도 했다.

전직 보좌진 F씨는 다소 격양된 반응을 보였다. F씨는 "전혀 근거 없는 얘기"라면서 "(동생이) 돈을 빌린 걸로 이렇게 됐다"라고 검찰 주장을 반박했다. 박 의원 자신은 동생이 연루된 수사와 관련해 별도의 언급을 내놓지 않고 있다. <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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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