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 후폭풍> ③약발 안 먹힌 ‘윤핵관’ 승부수

‘한 끗 차이’ 이겨도 찝찝한 뒷맛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지방선거 당선자 명단을 살펴보면 국민의힘 인물밖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대승을 거뒀다. 4년 전 설욕을 완벽히 갚았다는 평가가 내려진다. 그러나 경기도지사 선거에서는 석패했다.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개운치 않은 승리일 수 있다. 경기도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후광 효과가 제대로 먹혀들지 않은 탓이다. 

경기도는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번갈아가며 탈환을 반복해오던 곳이다. 당선만 된다면 차기 대권주자로 떠오르며 존재감이 급상승한다. 민주당 간판 이재명 의원도 경기도지사를 역임한 뒤 대선에 도전했던 만큼 경기도지사의 위상은 정치권에서 큰 파급력을 가진다. 지방선거 전체를 놓고 볼 때는 국민의힘이 웃었지만 경기도지사는 민주당이 가까스로 지켜냈다. 

초접전 양상
막판 뒤집기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민주당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침묵뿐이었다. 반면 국민의힘 개표 상황실에서는 큰 함성과 박수가 터졌다. 출구조사 결과와 거의 비슷하게 지방선거가 국민의힘의 압승으로 끝났다. 9곳 이상 승리를 기대하던 국민의힘은 광역단체장 12곳을 말 그대로 빨간색으로 물들였다.

양당의 확연한 온도차가 느껴진 대목이다.

박빙으로 불리던 지역까지 국민의힘이 이길 것이라는 그동안의 분석과 별반 다를 게 없는 결과로 지난 총선 및 지방선거와는 반대로 뒤집힌 양상이다. 당시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머쥐고 총선까지 대승을 거두며 180석이라는 거대 여당까지 탄생시켰다. 문제는 거대 당이 탄생한 이후다.


연이은 민주당의 헛발질과 악재가 이어졌고 결국 민심이 등을 돌리며 국민의힘 손을 들어줬다. 이 같은 결과는 지난해 열린 4·7 재보궐선거 직후부터 드러나기 시작했다. 서울시장과 부산시장에서 민주당이 앞선 곳은 한 곳도 없었다. 

재보궐선거의 여파는 대선에서도 드러났다. 5년 만에 보수당에 패배하며 정권을 내주는 결과로 되돌아왔다. 정권교체 10년 주기설이 최초로 깨지며 정치 초보라 불리던 0선 정치인인 윤석열 대통령을 탄생시켰다. 

짜릿한 승리를 거머쥔 국민의힘은 현재 민주당에 내리 3연승을 기록 중이다. 대선에서 발휘된 윤풍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윤심이 투영된 후보가 곳곳에서 승전보를 울렸다. 대선에서도 윤 대통령을 택한 대표적인 지역인 충청도 역시 국민의힘 인물로 꽉 채워졌다. 

전남과 전북에서는 진보당을 제치고 국민의힘이 15% 넘는 지지를 받아 선거비를 보전받고, 민주당 다음으로 표를 많이 받은 당이 되는 결과까지 이끌어냈다. 

경기만…국힘 개운치 않은 승리
대통령 후광 효과 먹히지 않아

다만 윤풍이 경기도에서는 발휘되지 못한 모양새다.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을 압살하긴 했지만 전국에서 가장 많은 유권자를 가진 경기도지사직을 탈환하지는 못했다. 경기도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가장 중요하게 떠오른 지역이다. 

대선에서도 윤 대통령이 이재명 의원에게 패배를 기록한 곳이다. 1300만명의 유권자가 거주하고 있는 지역으로 2년 뒤 총선과 윤정부의 국정 동력을 감안했을 때도 국민의힘은 반드시 경기도를 탈환해야 할 필요가 절실했다. 


‘윤심 명심 대리전’이라고 불렸고 사실상 대선 2차전이라는 말까지 나오며 핫한 지역으로 떠올랐다.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 선정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유승민 전 의원이 정계 은퇴를 번복하면서 선거전에 뛰어들었지만 당심에 밀려 패배하며 김은혜 전 의원이 최종 후보로 결정됐다.  

마지막까지 초박빙의 승부를 이어가던 경기도지사 개표 결과는 동이 트기 직전 윤곽이 드러났다. 최종 개표 결과 김 전 의원은 김동연 경기도지사 당선인에게 0.14%p 차로 패배해 고배를 마셨다.

김 전 의원은 오전 7시경 결과에 승복하며 김 당선인에게 축하 인사를 전했다. 두 인물의 표 차이는 1만표가 채 되지 않았다(8193표). 새벽까지는 김 전 의원이 승기를 잡고 있었다. 

초반만 해도 두 인물의 표 차이는 제법 컸다. 시간이 지나고 김 전 의원 옆에는 당선 유력 자막까지 달려있었지만 점차 격차를 좁힌 김 당선인이 결국 승리를 거머쥐었다. 

국민의힘은 연일 경기도 탈환을 위해 공을 들여왔다. 특히 권성동 원내대표는 경기도 승리가 지방선거 승리라는 말까지 했을 정도다. 이런 탓에 지방선거에서 대승을 거뒀음에도 불구하고 경기도의 패배는 국민의힘에게 뼈아플 수 있는 대목이다. 

빛바랜
윤심 프레임

유세 기간 동안 김기현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김 전 의원을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중 윤핵관이라고 소개했을 만큼 윤 대통령과의 거리가 가깝다며 윤심 프레임을 씌웠지만 해당 전략은 먹혀들지 않은 모양새다.

지방선거에서 윤심 대표주자 중 한 명으로 분류된 인물이 김 전 의원이다. 대선 기간 윤심을 대표하며 자신의 몸집을 키워왔다. 경기도지사에 당선만 된다면 얻을 수 있는 게 많은 선거였다. 

윤핵관은 현재 윤 대통령을 등에 업은 실세 중 실세다. 국회 역시 윤 대통령 세력이 접수한 가운데 윤핵관으로 불리는 권성동 원내대표가 굳건히 자리하고 있다. 이런 영향 덕에 김 전 의원 역시 경기도지사 선거에 출마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김 전 의원이 김 당선인보다 전문가 이미지가 다소 떨어진다는 점이다. 이런 탓에 일각에서는 차라리 유 전 의원이 나왔더라면 무난한 승리를 가져갔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유 전 의원은 경제 전문가 이미지를 가진 인물이다. 김 전 의원이 윤 대통령의 후광 효과를 가지고 나왔지만 역부족이었던 셈이다. 유 전 의원은 여론조사에서 선전했던 터라 민심은 이미 입증됐었다.

김 전 의원과 김 당선인과의 대결에서 전문가 이미지는 중요한 열쇠로 작용할 수밖에 없었다. 유세 기간 내내 김 전 의원은 전문가 이미지가 강한 김 당선인을 향해 “실패한 문재인정부 관료”라고 타격했으나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는 데 실패했다.


김 당선인이 가진 전문가 이미지가 워낙 굳건했던 탓이다. 선거 막판 불거진 채용 청탁 의혹과 재산신고 축소도 김 전 의원의 발목을 잡았다는 분석이다. 해당 의혹은 무소속 강용석 후보가 띄웠는데 한시가 급했던 김 전 의원에게는 상당한 타격이 가해진 것으로 보인다. 

막판까지 강 후보와의 단일화가 이뤄지지 않았던 점도 김 전 의원이 패배한 요인 중 하나로 분석된다. 강 후보와 국민의힘 간 단일화 책임론 공방이 가열됐다. 강 후보는 극우 보수 성향으로 두 사람은 선거 막판 직전까지 단일화 밀당을 이어갔다.

당시 강 후보가 내세운 단일화 조건은 국민의힘으로의 복당이었으나 결국 무위에 그쳤다. 개표 결과 강 후보는 0.9%를 득표하며 5만여표를 가져갔다.

단일화
했다면?

만일 김 전 의원이 강 후보와 단일화했다면 충분히 당선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는 대목이다. 20대 대선에서 당시 윤석열 후보와 안철수 후보가 단일화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인물이 윤핵관이었지만 이번 지방선거에는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두 인물 간 단일화에 대해서는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여러 논의가 나왔다. 그러나 이준석 대표가 “단일화는 필요없다”고 선을 그었고, 김 전 의원 역시 적극적인 액션을 취하지 않았다. 작은 표 차이로 당락이 갈리자 권성동 원내대표는 “단일화했다면 이길 수 있었다”며 경기도지사 패배 책임론에서 발을 뺐다.


김 전 의원 본인에게는 최초의 여성단체장이라는 타이틀과 윤심을 이어갈 차기 대권잠룡으로 분류될 수 있는 기회였고, 국민의힘이 민심을 한층 더 다질 수 있던 기회가 날아갔다. 

경기도 패배는 당내 핵심 세력인 윤핵관의 입지를 다소 흔들리게 할 수 있다. 지방 곳곳에 윤심이 자리하게 됐지만 수도권인 서울과 보수 텃밭인 대구를 놓고 보면 상황이 녹록지 않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 당선인이 윤심이 아니라는 점에서다.

오 시장의 경우 이번만 4번째 서울시장 당선이다.

20대 총선에서 정세균 전 총리에게 패배해 입지가 줄었고, 2년 전 전당대회에서도 황교안 전 국무총리에게 당권을 빼앗긴 바 있다. 심지어 지난 총선에서는 초선인 고민정 의원에게 패배하면서 한동안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 

압도적 표 차이로 당선된 오 시장은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화려하게 재기에 성공했다. 국민의힘 입장에서 서울 시장 수성은 환영할만한 일이지만 윤핵관 세력에게는 견제 대상이다. 

차라리 유승민 나왔으면 됐다?
“민심이 당정에 경고” 분석도

당내에서 오 시장은 윤핵관보다는 이 대표와 가깝다. 이 대표는 지난해 재보궐선거 당시에도 오 시장 캠프에 소속돼 지원하기도 했다.

2연승에 성공한 당 대표가 됐고, 오 시장이 4선에 성공한 이상 향후 대권까지 바라볼 수 있게 됐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보수 텃밭인 대구 역시 홍 시장이 쥐게 되면서 벌써부터 보수 표심을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홍 시장은 벌써부터 윤정부가 자신을 무시하지 못할 것이라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보수 텃밭에서 홍 시장이 일찌감치 세를 다져 놓는다면 윤핵관 세력은 불리할 수밖에 없다. 윤핵관은 극보수 성향의 유권자에게 배신자로 낙인 찍혀 있다.

이번 대선에서 윤 대통령을 뽑긴 했지만 정권교체를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또 윤 대통령이 완전한 보수를 대표하는 아이콘도 아니다. 윤핵관 세력이 대구에서 표심을 다지지 못한다면 보수의 분열은 피할 수 없을뿐더러 국민의힘 내부 분열도 불가피하다. 

부동층과 중도 민심이 중요한데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이들이 고민거리로 다가온다. 대선에서도 남성층과 여성층의 표심은 극명하게 갈렸다. 정치권에서는 아직도 갈라치기 여파가 잔존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전 의원이 경기맘을 띄우며 여성 표심 공략에 나섰으나 실패로 돌아갔다. 

갈라치기 대선의 여파가 여전히 이어졌던 셈으로 이 문제는 여전히 국민의힘에게 남은 숙제다.

일각에선 민심이 벌써부터 경기도지사 선거 결과를 두고 윤정부를 향해 경고장을 날린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윤정부가 통합정부에 기조를 맞춘 이상 이를 극복해내지 못한다면 향후 총선에서 위기로 다가올 수 있다.

2년 뒤
성적표는?

유권자들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결코 국민의힘이 잘해서 뽑아준 게 아니다. 정권교체 열망이 높았고, 민주당에 비해 국민의힘이 조금이라도 여론을 읽었기 때문이다. 이 대표 역시 4년 무한 책임론을 강조하며 큰 승리를 경계하고 나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이 크게 승리했지만 도취해서는 안 된다”며 “윤핵관이 더 큰 세를 다지기 위해선 2년 뒤 총선까지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제주도도 윤핵관 영향?

 

온통 빨간색으로 물들인 지방선거에서 전북과 전남을 제외하고 파란색 깃발을 꼽은 지역이 있다.

바로 제주도다. 제주도는 2002년 우근민 전 제주도지사가 새천년민주당 후보로 출마해 당선된 이후 20년 만에 민주당이 탈환에 성공했다.

직전까지도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도지사로 있던 곳이다.

무소속이긴 하지만 제주도지사를 두 번했을 만큼 원 장관의 제주도 내 입지는 탄탄했다.

원 장관은 국민의힘 경선에서 윤 대통령에게 패배했지만 이후 국민의힘 내 새로운 실세로 떠올랐다.

국민의힘 선대위가 내홍을 겪는 과정에서 강판당했으나 선거대책본부에서 재차 정책본부장에 다시 임명된 바 있다.

윤 대통령의 승리로 대선이 끝난 뒤 현재는 윤정부 초대 국토교통부 장관으로 내정됐다.

그러나 새로운 윤핵관인 원 장관의 영향력에도 불구하고, 제주도지사와 제주도을 의원 자리를 민주당이 차지했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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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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