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의 여당’ 야인 이준석 대반격 카드

“같이 죽자” 물귀신 작전?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국민의힘 내홍의 중심에는 늘 이준석 대표가 있었다. 최근에는 비교적 잠잠한 모습이다. 한번 물면 놓지 않던 이전과는 다르다. 자신을 향한 의혹을 해소하고, 반격할만한 카드를 앞세워 재기를 노리려는 모양새다. 이 대표가 모든 걸 털어내고 다시 대표로 돌아올 수 있을까?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세력이 길고 길었던 주도권 싸움에서 결국 승리했다. 승리하자마자 자신들의 모임 등을 띄우며 연일 세 다지기에 돌입 중이다. 이들  세력은 그동안 조용한 모습을 보였다. 이 대표와 친분을 유지해오던 권성동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그동안 침묵으로 일관했으나 최근에는 분주한 모습이다. 그는 중앙윤리위위원회가 이 대표 징계 결정을 내린 지 5시간 만에 입을 열었다.

수습된 듯
안된 듯

권 직무대행은 이 대표 징계 당일 최고위원회를 개최한 데 이어 지난 11일에는 의원총회까지 열어 당 대표 직무대행 체제를 하겠다고 못 박았다. 국민의힘은 권 직무대행 체제로 전환하면서 이준석 지우기에 나서고 있는 중이다.

국민의당 몫으로 배정받은 최고위원 임명도 예고했다. 이 대표가 추진했던 ‘나는 국대(국민의힘 대변인)다’를 비롯해 조직을 바꾸기 위해 했던 여러 시도 역시 폐지될 위기에 놓였다.

권 직무대행이 대놓고 이 대표를 지우려는 이유는 이 대표에 반하는 당내 세력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또 자신의 당권 도전의 포석을 깔기 위함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권 직무대행 입장에서는 현재로썬 직무대행 체제가 최선일 수밖에 없다.


오히려 자신의 입지를 위해 이 대표의 권한 직무를 통해 직을 지켰다는 의견이 나와서다. 자신의 입장에선 최선의 선택을 한 셈이다. 이 대표의 직함을 지켜주면서 당내 혼란을 수습하기 위함이라고 읽힌다.

이 대표 징계 이후 국민의힘 인사들은 자신을 위해 본격적인 세 다지기에 돌입했다. 권 직무대행을 비롯해 김기현 전 원내대표, 장제원 의원, 안철수 의원 등이 띄운 모임이 활기를 띠는 중이다. 

이 대표와 극심한 갈등을 빚어오던 장 의원은 이 대표 징계 다음날 자신의 외곽 조직을 가동했다. 장 의원의 원외 모임에 당시 버스 23대가 동원됐고 참여 인원만 1100명이 넘을 정도로 대규모였다.

안 의원 역시 자신의 공부 모임을 발족했는데 친윤(친 윤석열)계 의원 40명이 넘게 모였다. 여러 인사들이 차기 당권 주자로 언급되는 만큼 국민의힘은 본격적인 주도권 싸움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상황에서 권 직무대행, 장 의원 등은 국민의힘에게 등 돌린 여론을 되돌려야만 한다. 당장 전면에 윤핵관이 나서기엔 여론이 악화된 상태다.

직무대행 체제 내홍 발생
여론전 통해 세력 키우기

차기 지도 체제를 놓고 서로 엇갈린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등 내분도 감지된다. 정치권에 따르면 후임 차기 대표의 선출과 시기 및 조기 전당대회 개최 여부가 국민의힘 핵심 쟁점 사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결국 차기 총선에서 공천권 키를 누가 잡느냐가 관건이다.


다만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이 대표의 당원권 6개월 정지를 두고, 궐위가 아닌 사고로 보겠다는 시각이 파다하다. 당 대표의 일시적 부재로 해석하는 셈이다. 기저엔 새로운 당 대표를 뽑지 않겠다는 의지가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이 경우 이 대표가 자진사퇴하지 않으면 6개월 뒤 대표직에 복귀할 수 있게 된다.

이 대표는 자신의 징계 조치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징계를 수용할 경우 자신의 향한 의혹들에 대해 인정하는 꼴이나 다름없어서다. 그는 대응 방침을 마련하겠다는 입장만 밝혔을 뿐, 잠행을 거듭하고 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올리던 SNS 활동도 뜸하며 미리 잡아뒀던 언론 인터뷰도 취소했다. 

지난 11일 최고위 회의 또한 출석하지 않았다. 더 이상의 충돌을 피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사상 초유의 대표 중징계 조치를 받은 이 대표가 어떤 반격 카드를 꺼낼지 관심이 쏠린다. 벼랑 끝에 서있는 이 대표 입장에서는 대응책이 절실하다.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표는 징계 직후 변호사, 참모진과 함께 대응 방안을 논의 중이다.

윤리위 재심 청구 등 현재 이 대표에게 주어진 카드는 많지 않다. 국민의힘 당헌·당규에 따르면 징계 의결을 통지받은 날부터 10일 이내에 위원회에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대표가 결과를 뒤집을 만한 새로운 증거를 제시하거나 경찰 수사 결과가 나오지 않는 이상 재심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낮은 데다 물리적인 시간도 턱없이 부족하다. 현재로서는 윤리위 재심 청구는 사실상 실효성이 없다.

전국 순회 
반전 모색

또 다른 카드는 법원에 징계무효 소송과 징계처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하는 경우다. 이마저도 이 대표에게 유리해 보이지 않는다. 법원이 그동안 정당 내부 문제와 관련된 사안에 가처분을 인용한 경우가 드물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 대표 입장에서는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효력정지가 인정되려면 행위의 절차상 하자가 인정돼야 한다. 가처분 신청이 기각되면 사퇴를 더욱 압박받는 등 이 대표의 정치적 생명마저 위태로워진다.

이 대표가 여러 가능성을 띄웠지만 즉시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라고 해석된다. 심지어 이핵관(이준석 핵심 관계자)으로 분류되는 당내 인사들 역시 이 같은 방안 등에 대해 만류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사실상 이 대표가 기댈만한 것은 여론전과 폭로전이다. 앞서 대선이나 지방선거 당시에서도 SNS나 인터뷰를 통해 거침없이 여론을 활용했고, 2030세대들은 이 대표에게 호응했다. 이를 잘 활용했던 이 대표는 우선 자신의 SNS를 통해 청년 층에게 당원 가입을 촉구하는 등 우군 충원에 나섰다.

이 대표로 선출되면서 국민의힘은 다수의 2030세대 젊은층이 유입돼 취임 직전 10만명 남짓이었던 당원 수가 80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잠행 중이던 지난 13일에 이 대표는 광주 무등산 등반 사진과 게시글을 올렸다.


광주는 ‘민주화의 성지’로 통하는 지역으로 대선과 지방선거 당시 이 대표가 연일 공을 들였던 지역이다. 실제로 윤석열 대통령은 호남에서 보수정당 후보 중 최고 득표율을 얻었다. 지방선거에서는 광주시장, 전남지사, 전북지사에 출마한 국민의힘 후보가 15%를 득표하기도 했다.

광주 무등산을 찾은 배경을 두고 두 번의 선거를 통해 가시적인 성과를 냈던 만큼 자신의 선거 기여도를 부각하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표는 어느 정도 팬덤을 보유하고 있다. SNS를 통해 당원 가입을 독려하자, 그의 지지층이 두드러진 한 커뮤니티에는 당원 가입 인증 글이 여럿 올라오기도 했다. 자신의 기반과 다름없는 청년층을 영입해 덩치를 키우겠다는 심산이다.

너 죽고
나 죽자?

이 대표의 지지층이 3개월 이상 당비를 납부하면 책임당원이 돼 당원 소환 등 권리를 행사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치권은 이 대표 팬덤의 영향력이 그렇게 크지 않을 것으로 분석한다. 그를 지지하는 비율은 당 지지율과 비슷한 수준으로 옹호 여론이 특별히 크다고 볼 수 없다. 윤리위 결정에 동의하는 여론도 과반인 흐름이다.


연일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을 하는 중인 상황에서 여론전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당내에서도 이 대표의 여론전이 당장은 위험하다는 입장이다. 당 대표실 관계자도 “여론전을 펼치면 오히려 이 대표에게 책임이 돌아갈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더 이상 지지율이 떨어질 경우 이 대표의 책임으로 몰릴 수 있는 까닭이다. 대신 침묵을 유지하는 가운데,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계속 하락한다면 책임을 회피할 수 있는 명분이 생긴다.

최악의 경우는 이 대표가 폭로전을 불사하는 경우다. 앞서 이 대표는 윤리위에 간장(안철수+장제원)을 띄웠다. 안 의원을 향해서는 윤리위에 대해 뭔가 아는 모양새라며 경계심을 드러냈다. 장 의원을 향해서는 “디코이(미끼)를 물지 않으니 전면에 나섰다”고 저격하기도 했다.

또 자신의 의혹과 관련해 ‘윗선이 개입돼있다’는 취지의 JTBC의 보도에 대해 “윗선 일부는 바로 알 수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누구라고 직접적으로 언급하진 않았지만 폭로전도 불사하겠다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이 대표는 자신의 주장과 언행에 있어서는 물러나지 않는 모습을 보여왔다. 앞서 이 대표 측근 중 한 명으로 분류된 김용태 최고위원은 CBS라디오에 출연해 “이준석 쳐내기 소문이 돌았다”며 운을 띄운 바 있다. 이른바 물귀신 작전으로 반전을 꾀하려는 수로 읽힌다.

폭로전을 통해 자신을 견제하는 세력과 살아남기 위한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방식이다.

경찰 수사 결과에 명운 갈려
폭로전 시작되면 현 정권 끝?

책임 공방은 기본이다. 대선 기간에도 이 대표는 국민의당 합당 방식을 두고 “내부에 배신자가 있다”며 이태규 의원과 연일 폭로전을 벌였다.

지방선거 기간에도 이 대표는 여러 사안에 대해 강용석 변호사와 폭로전을 벌였다. 앞서 여러 폭로전을 통해 그는 이득보다는 주로 손해를 봤다. 이번에도 폭로전은 그다지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 현 정권을 적으로 돌리는 일이 되는 까닭에 부담이 생길 수밖에 없다. 게다가 국정운영 지지율 하락의 책임을 같이 떠안게 된다.

폭로를 하려면 지지율 하락이 수습되고, 귀책사유를 분명하게 규명한 뒤 이뤄져야 한다. 정치권에서는 대표의 역할을 다시 수행할 수 있을 때 하는 게 옳다는 분석이다.

폭로전을 펼친다면 국민의힘은 더욱 깊은 내홍을 겪게 될 가능성이 높다. 앞서 두 차례나 대승을 거뒀음에도 불구하도 여러 당내 갈등을 겪으며 악화일로를 겪는 중이다.

이 대표의 명운은 경찰 수사에 달렸다. 아직까진 경찰 수사에서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이 대표가 자진사퇴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경찰 수사가 본격적으로 이뤄져 이 대표가 검찰에 기소될 경우 정치인생은 그대로 끝이다. 다만 경찰이 해당 의혹의 실체를 완벽하게 입증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공소시효 등 법률적인 문제와 성 상납이 있었다는 사실 여부 입증에 한계가 있는 탓이다. 

경찰 수사에서 이 대표의 혐의가 드러나 검찰에 송치된다면 이 대표에 대한 징계 해석이 ‘사고에서 궐위’로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반면 결과가 무혐의로 나올 경우 윤리위 결정에 즉각 반기를 들어 극적으로 기사회생이 가능해진다. 

국민의힘도 당장 전당대회를 열겠다는 움직임은 감지되지 않는 등 신중을 기하는 모양새다.

일단
숨고르기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이 대표가 현재까지 관망 중인 이유는 자신을 향해 후폭풍이 불 수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안 싸우는 게 이득”이라며 “폭로를 하려면 사태가 마무리되고 규명이 돼, 역할이 돌아올 수 있을 때 해야 한다”고 말했다.

<ckcjfd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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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