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의 여당’ 야인 이준석 대반격 카드

“같이 죽자” 물귀신 작전?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국민의힘 내홍의 중심에는 늘 이준석 대표가 있었다. 최근에는 비교적 잠잠한 모습이다. 한번 물면 놓지 않던 이전과는 다르다. 자신을 향한 의혹을 해소하고, 반격할만한 카드를 앞세워 재기를 노리려는 모양새다. 이 대표가 모든 걸 털어내고 다시 대표로 돌아올 수 있을까?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세력이 길고 길었던 주도권 싸움에서 결국 승리했다. 승리하자마자 자신들의 모임 등을 띄우며 연일 세 다지기에 돌입 중이다. 이들  세력은 그동안 조용한 모습을 보였다. 이 대표와 친분을 유지해오던 권성동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그동안 침묵으로 일관했으나 최근에는 분주한 모습이다. 그는 중앙윤리위위원회가 이 대표 징계 결정을 내린 지 5시간 만에 입을 열었다.

수습된 듯
안된 듯

권 직무대행은 이 대표 징계 당일 최고위원회를 개최한 데 이어 지난 11일에는 의원총회까지 열어 당 대표 직무대행 체제를 하겠다고 못 박았다. 국민의힘은 권 직무대행 체제로 전환하면서 이준석 지우기에 나서고 있는 중이다.

국민의당 몫으로 배정받은 최고위원 임명도 예고했다. 이 대표가 추진했던 ‘나는 국대(국민의힘 대변인)다’를 비롯해 조직을 바꾸기 위해 했던 여러 시도 역시 폐지될 위기에 놓였다.

권 직무대행이 대놓고 이 대표를 지우려는 이유는 이 대표에 반하는 당내 세력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또 자신의 당권 도전의 포석을 깔기 위함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권 직무대행 입장에서는 현재로썬 직무대행 체제가 최선일 수밖에 없다.

오히려 자신의 입지를 위해 이 대표의 권한 직무를 통해 직을 지켰다는 의견이 나와서다. 자신의 입장에선 최선의 선택을 한 셈이다. 이 대표의 직함을 지켜주면서 당내 혼란을 수습하기 위함이라고 읽힌다.

이 대표 징계 이후 국민의힘 인사들은 자신을 위해 본격적인 세 다지기에 돌입했다. 권 직무대행을 비롯해 김기현 전 원내대표, 장제원 의원, 안철수 의원 등이 띄운 모임이 활기를 띠는 중이다. 

이 대표와 극심한 갈등을 빚어오던 장 의원은 이 대표 징계 다음날 자신의 외곽 조직을 가동했다. 장 의원의 원외 모임에 당시 버스 23대가 동원됐고 참여 인원만 1100명이 넘을 정도로 대규모였다.

안 의원 역시 자신의 공부 모임을 발족했는데 친윤(친 윤석열)계 의원 40명이 넘게 모였다. 여러 인사들이 차기 당권 주자로 언급되는 만큼 국민의힘은 본격적인 주도권 싸움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상황에서 권 직무대행, 장 의원 등은 국민의힘에게 등 돌린 여론을 되돌려야만 한다. 당장 전면에 윤핵관이 나서기엔 여론이 악화된 상태다.

직무대행 체제 내홍 발생
여론전 통해 세력 키우기

차기 지도 체제를 놓고 서로 엇갈린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등 내분도 감지된다. 정치권에 따르면 후임 차기 대표의 선출과 시기 및 조기 전당대회 개최 여부가 국민의힘 핵심 쟁점 사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결국 차기 총선에서 공천권 키를 누가 잡느냐가 관건이다.

다만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이 대표의 당원권 6개월 정지를 두고, 궐위가 아닌 사고로 보겠다는 시각이 파다하다. 당 대표의 일시적 부재로 해석하는 셈이다. 기저엔 새로운 당 대표를 뽑지 않겠다는 의지가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이 경우 이 대표가 자진사퇴하지 않으면 6개월 뒤 대표직에 복귀할 수 있게 된다.

이 대표는 자신의 징계 조치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징계를 수용할 경우 자신의 향한 의혹들에 대해 인정하는 꼴이나 다름없어서다. 그는 대응 방침을 마련하겠다는 입장만 밝혔을 뿐, 잠행을 거듭하고 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올리던 SNS 활동도 뜸하며 미리 잡아뒀던 언론 인터뷰도 취소했다. 

지난 11일 최고위 회의 또한 출석하지 않았다. 더 이상의 충돌을 피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사상 초유의 대표 중징계 조치를 받은 이 대표가 어떤 반격 카드를 꺼낼지 관심이 쏠린다. 벼랑 끝에 서있는 이 대표 입장에서는 대응책이 절실하다.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표는 징계 직후 변호사, 참모진과 함께 대응 방안을 논의 중이다.

윤리위 재심 청구 등 현재 이 대표에게 주어진 카드는 많지 않다. 국민의힘 당헌·당규에 따르면 징계 의결을 통지받은 날부터 10일 이내에 위원회에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대표가 결과를 뒤집을 만한 새로운 증거를 제시하거나 경찰 수사 결과가 나오지 않는 이상 재심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낮은 데다 물리적인 시간도 턱없이 부족하다. 현재로서는 윤리위 재심 청구는 사실상 실효성이 없다.

전국 순회 
반전 모색

또 다른 카드는 법원에 징계무효 소송과 징계처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하는 경우다. 이마저도 이 대표에게 유리해 보이지 않는다. 법원이 그동안 정당 내부 문제와 관련된 사안에 가처분을 인용한 경우가 드물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 대표 입장에서는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효력정지가 인정되려면 행위의 절차상 하자가 인정돼야 한다. 가처분 신청이 기각되면 사퇴를 더욱 압박받는 등 이 대표의 정치적 생명마저 위태로워진다.

이 대표가 여러 가능성을 띄웠지만 즉시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라고 해석된다. 심지어 이핵관(이준석 핵심 관계자)으로 분류되는 당내 인사들 역시 이 같은 방안 등에 대해 만류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사실상 이 대표가 기댈만한 것은 여론전과 폭로전이다. 앞서 대선이나 지방선거 당시에서도 SNS나 인터뷰를 통해 거침없이 여론을 활용했고, 2030세대들은 이 대표에게 호응했다. 이를 잘 활용했던 이 대표는 우선 자신의 SNS를 통해 청년 층에게 당원 가입을 촉구하는 등 우군 충원에 나섰다.

이 대표로 선출되면서 국민의힘은 다수의 2030세대 젊은층이 유입돼 취임 직전 10만명 남짓이었던 당원 수가 80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잠행 중이던 지난 13일에 이 대표는 광주 무등산 등반 사진과 게시글을 올렸다.

광주는 ‘민주화의 성지’로 통하는 지역으로 대선과 지방선거 당시 이 대표가 연일 공을 들였던 지역이다. 실제로 윤석열 대통령은 호남에서 보수정당 후보 중 최고 득표율을 얻었다. 지방선거에서는 광주시장, 전남지사, 전북지사에 출마한 국민의힘 후보가 15%를 득표하기도 했다.

광주 무등산을 찾은 배경을 두고 두 번의 선거를 통해 가시적인 성과를 냈던 만큼 자신의 선거 기여도를 부각하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표는 어느 정도 팬덤을 보유하고 있다. SNS를 통해 당원 가입을 독려하자, 그의 지지층이 두드러진 한 커뮤니티에는 당원 가입 인증 글이 여럿 올라오기도 했다. 자신의 기반과 다름없는 청년층을 영입해 덩치를 키우겠다는 심산이다.

너 죽고
나 죽자?

이 대표의 지지층이 3개월 이상 당비를 납부하면 책임당원이 돼 당원 소환 등 권리를 행사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치권은 이 대표 팬덤의 영향력이 그렇게 크지 않을 것으로 분석한다. 그를 지지하는 비율은 당 지지율과 비슷한 수준으로 옹호 여론이 특별히 크다고 볼 수 없다. 윤리위 결정에 동의하는 여론도 과반인 흐름이다.

연일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을 하는 중인 상황에서 여론전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당내에서도 이 대표의 여론전이 당장은 위험하다는 입장이다. 당 대표실 관계자도 “여론전을 펼치면 오히려 이 대표에게 책임이 돌아갈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더 이상 지지율이 떨어질 경우 이 대표의 책임으로 몰릴 수 있는 까닭이다. 대신 침묵을 유지하는 가운데,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계속 하락한다면 책임을 회피할 수 있는 명분이 생긴다.

최악의 경우는 이 대표가 폭로전을 불사하는 경우다. 앞서 이 대표는 윤리위에 간장(안철수+장제원)을 띄웠다. 안 의원을 향해서는 윤리위에 대해 뭔가 아는 모양새라며 경계심을 드러냈다. 장 의원을 향해서는 “디코이(미끼)를 물지 않으니 전면에 나섰다”고 저격하기도 했다.

또 자신의 의혹과 관련해 ‘윗선이 개입돼있다’는 취지의 JTBC의 보도에 대해 “윗선 일부는 바로 알 수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누구라고 직접적으로 언급하진 않았지만 폭로전도 불사하겠다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이 대표는 자신의 주장과 언행에 있어서는 물러나지 않는 모습을 보여왔다. 앞서 이 대표 측근 중 한 명으로 분류된 김용태 최고위원은 CBS라디오에 출연해 “이준석 쳐내기 소문이 돌았다”며 운을 띄운 바 있다. 이른바 물귀신 작전으로 반전을 꾀하려는 수로 읽힌다.

폭로전을 통해 자신을 견제하는 세력과 살아남기 위한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방식이다.

경찰 수사 결과에 명운 갈려
폭로전 시작되면 현 정권 끝?

책임 공방은 기본이다. 대선 기간에도 이 대표는 국민의당 합당 방식을 두고 “내부에 배신자가 있다”며 이태규 의원과 연일 폭로전을 벌였다.

지방선거 기간에도 이 대표는 여러 사안에 대해 강용석 변호사와 폭로전을 벌였다. 앞서 여러 폭로전을 통해 그는 이득보다는 주로 손해를 봤다. 이번에도 폭로전은 그다지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 현 정권을 적으로 돌리는 일이 되는 까닭에 부담이 생길 수밖에 없다. 게다가 국정운영 지지율 하락의 책임을 같이 떠안게 된다.

폭로를 하려면 지지율 하락이 수습되고, 귀책사유를 분명하게 규명한 뒤 이뤄져야 한다. 정치권에서는 대표의 역할을 다시 수행할 수 있을 때 하는 게 옳다는 분석이다.

폭로전을 펼친다면 국민의힘은 더욱 깊은 내홍을 겪게 될 가능성이 높다. 앞서 두 차례나 대승을 거뒀음에도 불구하도 여러 당내 갈등을 겪으며 악화일로를 겪는 중이다.

이 대표의 명운은 경찰 수사에 달렸다. 아직까진 경찰 수사에서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이 대표가 자진사퇴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경찰 수사가 본격적으로 이뤄져 이 대표가 검찰에 기소될 경우 정치인생은 그대로 끝이다. 다만 경찰이 해당 의혹의 실체를 완벽하게 입증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공소시효 등 법률적인 문제와 성 상납이 있었다는 사실 여부 입증에 한계가 있는 탓이다. 

경찰 수사에서 이 대표의 혐의가 드러나 검찰에 송치된다면 이 대표에 대한 징계 해석이 ‘사고에서 궐위’로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반면 결과가 무혐의로 나올 경우 윤리위 결정에 즉각 반기를 들어 극적으로 기사회생이 가능해진다. 

국민의힘도 당장 전당대회를 열겠다는 움직임은 감지되지 않는 등 신중을 기하는 모양새다.

일단
숨고르기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이 대표가 현재까지 관망 중인 이유는 자신을 향해 후폭풍이 불 수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안 싸우는 게 이득”이라며 “폭로를 하려면 사태가 마무리되고 규명이 돼, 역할이 돌아올 수 있을 때 해야 한다”고 말했다.

<ckcjfd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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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