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성남시 4자 협약 풀리지 않는 의혹

협약 하루 전 졸속 회원가입?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성남시-네이버-사단법인 희망살림-성남FC 간의 4자 협약을 둘러싼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속사정을 들여다볼수록 ‘왜?’라는 물음이 이어지는 모양새다. 7년 전 지자체와 대기업, 시민단체와 프로축구단 사이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일요시사>가 당시 상황을 재구성했다.

대선후보의 삶은 그 자체로 검증 대상이다. 선출직이든 임명직이든 후보가 공직에 있을 때 일어난 일에는 더더욱 관심이 쏠린다. 당시 후보가 한 발언, 찍은 사진, 관련 서류, 관계자 등은 선거 기간 내내 초미의 관심사다. 역으로 말하면 그때는 잘 알려지지 않았던 사건의 전말이 드러나는 시기이기도 하다. 

대선 물려
수면 위로

성남시민프로축구단(이하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은 지난 1월 ‘수사 무마 의혹’이라는 키워드와 함께 다시 급부상했다. 사건을 수사 중이던 박하영 전 수원지검 성남지청 차장검사가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쓴 글이 불씨가 됐다. 그는 사건에 내린 경찰의 무혐의 처분을 두고 보완수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은 2018년 1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와 민주당 제윤경 전 의원(현 경기도 일자리재단 대표)을 제3자 뇌물수수 혐의로 고발했다. 당시 김상헌 네이버 전 대표도 뇌물공여 혐의로 함께 고발됐다.

같은 해 6월에는 바른미래당 측 성남적폐진상조사특별위원회 위원장이었던 장영하 변호사가 이 후보를 제3자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고발한 바 있다.


지난해 9월 사건을 맡은 분당경찰서는 고발 이후 3년여 만에 증거불충분에 의한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이 과정에서 박은정 성남지청장이 박 전 검사의 보완수사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의혹, 즉 수사 무마 의혹이 제기됐다.

대표적인 친정부 성향의 검사로 알려진 박 지청장이 이 후보가 성남시장일 당시 일어난 사건을 뭉개려 한 게 아니냐는 내용이다. 

2015~2016년 후원한 40억원
국세청 자료 ‘회원 회비’로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은 이 후보가 성남시장으로 재직할 무렵 6개 기업이 성남FC에 후원한 돈의 성격이 무엇이냐가 쟁점이다. 네이버 40억원, 두산건설 42억원, 농협 36억원, 차병원 33억원, 현대백화점 5억원, 알파돔시티 5억5000만원 등 6개사가 성남FC에 후원금을 낸 시기 인근에 성남시가 인허가 및 토지 용도 변경 등 이들의 민원을 해결해준 대목에서 의혹이 불거졌다.

6개사는 ▲차병원-분당경찰서 부지 선정 ▲네이버-제2사옥(정자동) 신축 ▲농협-성남시 금고 지정 ▲두산건설-정자동 부지 용도 변경 ▲알파돔시티-신축공사 ▲현대백화점-신축공사 등 성남FC에 돈을 후원한 후 바라던 바를 얻어냈다.

이 부분을 두고 6개사가 후원한 돈의 성격이 이 후보에 대한 뇌물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특히 관심을 끄는 대목은 네이버에서 ‘사단법인 희망살림’이라는 비영리법인을 거쳐 성남FC로 들어간 39억원이다. 희망살림은 저소득층의 부채 탕감을 지원하는 비영리법인으로 2012년 설립됐다. 이헌욱 전 경기주택도시공사(GH) 사장, 제 전 의원 등이 깊숙이 관여돼있다. 2019년 단체명을 ‘롤링 주빌리’로 변경등기했다. 


꼬리 무는
의문점들

네이버는 다른 기업과는 달리 4자 협약 이후 우회 지원이라는 방식으로 돈을 후원했다. 2015년 5월19일 성남시-네이버-희망살림-성남FC는 성남시청 상황실에서 ‘빚탕감 프로젝트 참여와 확대를 위한 협약식’을 진행했다. 성남시는 당시 성남시장인 이 후보가, 네이버는 김상헌 전 대표 대신 김진희 당시 네이버 I&S대표가 참석했다.

희망살림은 김재욱 대표가 아닌 제 전 의원이 상임이사 자격으로, 성남FC는 곽선우 당시 대표가 서명했다. 

김상헌 전 네이버 대표의 위임장 존재 여부, 제 전 의원의 희망살림 대표성 여부 등이 의문으로 제기됐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네이버는 김진희 전 대표의 대리 참석에 대한 위임장을 제출하지 않았다. 희망살림 측에서 대표권을 가진 김재욱 대표가 아니라 제 전 의원이 나온 부분에서 의문이 나왔다.

제 전 의원이 희망살림 상임이사가 맞는지 여부도 의혹으로 떠올랐다.(1362호 <단독>성남시-성남FC 수상한 4자 협약서 공개 참고).

협약서에는 4자 간 협약의 목적을 ‘개인파산, 가정파탄들의 원인이 되는 가계 빚으로 고통받는 성남시민들을 구제하기 위해 빚탕감 프로젝트(이하 롤링 주빌리)의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 사회공헌의 가치를 구현하기 위해 이 협약을 체결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네이버가 희망살림에 2년(2015~2016년)간 4회에 걸쳐 10억원씩 후원금으로 지급한다고 명시했다. 

희망살림은 성남FC에 현금으로 19억5000만원씩 2년간 총 39억원을 메인 스폰서 광고료로 지급한다고 했다. 그 조건으로 성남FC는 롤링 주빌리의 로고를 메인 스폰서 광고로 표출하기로 정했다. 성남시는 협약 내용 진행을 위한 행정 지원, 캠페인 참여를 지원한다는 명목으로 참여했다. 

국세청에 공시된 희망살림의 ‘기부금품의 모집 및 지출 명세서’에 따르면 네이버는 2015년 6월과 10월, 2016년 7월과 9월 4차례에 걸쳐 희망살림에 10억원씩 후원했다. 그리고 희망살림은 2015년 6월과 10월 ‘빚탕감 캠페인’ 명목으로 성남FC에 9억5000만원씩 총 19억원을 지급했다.

2016년에는 8월과 10월 ‘목적 부실채권매입’ 명목으로 10억원, 5억원, 5억원을 성남FC에 입금했다. 

성남시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4자 협약서에는 광고료 명목으로 성남FC에 지급한다고 명시돼있는데 ‘지급 목적’ 부분이 이상하다“고 지적했다.

2016년 10월 5억원씩 2번에 걸쳐 나간 돈은 지급처 명이 ‘성남시’로 돼있어 네이버가 후원한 돈이 성남시로 흘러 들어간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희망살림 측은 언론 보도에 대해 “직원이 잘못 기재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은행이 발급한 공용영수증을 증거로 제시했다. 


일단락되는 듯했던 논란은 의외의 부분에서 터졌다. 네이버가 희망살림에 후원한 돈이 ‘회원 회비 수입’으로 잡혀 있던 것. 회원 회비는 말 그대로 회원들이 내는 돈이다. 회비는 일반회비와 특별회비로 나뉜다. 일반회비는 정기적으로 부과하는 회비와 경상경비가 부족할 때 추가로 부과하는 회비를 뜻한다.

특별회비는 일반회비 외 회비를 말한다.

특별회비?
도대체 왜?

희망살림의 2016년(사업년도 2015년) ‘고유목적사업 수입금액 세부현황’을 보면 기타 고유목적 사업수입 항목의 회원회비 수입에 20억1465만이 기재돼있다. 이 중 20억원이 네이버에서 희망살림에 낸 돈이다. 2017년(사업년도 2016년) 현황에서도 기타 고유목적 사업수입 항목의 회원 회비 수입에 21억2880만5000원이 기재돼있다. 역시 이 중 20억원은 네이버에서 나온 돈이다. 

네이버가 희망살림에 후원금으로 지급한 돈은 특별회비로 추정된다. 2017년 이후 내역에서 네이버가 낸 것으로 보이는 회원 회비는 없기 때문.

유순덕 희망살림 이사는 이 부분에 대해 네이버가 2015년 5월18일 희망살림의 법인회원으로 가입했다고 설명했다. 4자 협약 하루 전날이다. 유 이사에 따르면 ‘회원가입 신청서’를 작성하면 법인회원으로 가입된다. 다시 말해 네이버는 희망살림에 법인회비를 낸 셈이다.


유 이사는 기부금품법모집및사용에관한법률 2조(정의)를 근거로 들었다. 해당 조항은 ‘법인, 정당, 사회단체, 종친회, 친목단체 등이 정관, 규약 또는 회칙 등에 따라 소속원으로부터 가입금, 일시금, 회비 또는 그 구성원의 공동이익을 위해 모은 금품은 기부금에서 제외한다’는 내용이다.

유 이사는 네이버에서 나온 40억원이 ‘법인(희망살림)이 소속원(법인회원)으로부터 받은 일시금, 회비’라고 말했다. 그렇기에 기부금에 해당하지 않고 따로 신고도 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실제 희망살림이 서울시에 제출한 ‘기부금품 모집 및 사용명세 보고서’에는 네이버가 낸 돈의 흔적이 전혀 없다. 

기부금품법모집및사용에관한법률 4조(기부금품의 모집 등록)에 따르면 1000만원 이상 기부금품을 모집하기 위해선 행정안전부 장관 또는 지자체장에게 모집·사용계획서를 등록해야 한다. 10억원을 기준으로 그 이상은 행안부, 이하는 지자체에 등록하도록 돼있다. 10억원 이하로 기부금품을 모집하겠다고 지자체장에게 등록해놓고 그 이상을 모을 경우 기부금품법 위반이 된다. 

기부금품 사용명세서에도 없어
“세제 혜택 없이 비용 처리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2015년 희망살림의 기부금품 모집 등록증을 보면 2015년 3월4일 이헌욱 당시 희망살림 대표 이름으로 서울시장에게 등록했다고 나온다. 

모집 목적은 ‘가계부채 해결 캠페인, 장기연체 부실채권 매입 소각, 채무관련 제도 개선 운동’ 등이고 모집 목표액은 9억9000만원이다. 모집 기간은 그해 말인 2015년 12월31일까지로 돼있다. 그로부터 한 달 뒤인 4월7일 이헌욱 대표가 희망살림에서 사임했다. 후임 대표는 김재욱씨.

김 대표 이름으로 2015년 5월15일 기부금품 모집 등록 변경이 이뤄졌다. 모집 내용은 동일하고 대표자만 바뀌었다.

희망살림이 2016년 4월 서울시에 제출한 ‘기부금품 모집 및 사용명세 보고서’에 따르면 모집금액은 4180만원으로 기재돼있다. 2015년 3월부터 그해 말까지 약 9개월 동안 기부받은 금액이다. 희망살림은 이 중 ▲부실 채권 매입 2266만원 ▲채무자 상담 및 교육 1225만원 ▲제도개선 운동 및 캠페인 598만원 ▲모집비용(운영·관리비 등) 91만5200원을 사용했다고 적시했다. 

이후 희망살림은 2016~2019년 서울시에 모집 등록을 한 사실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희망살림과 네이버 양측은 지정기부금 증명서(영수증)를 주고 받았다고 답변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정기부금 영수증은 기부금품법상 기부금에 해당하지 않는 항목에도 발급할 수 있다”며 “법인회원이 낸 특별회비의 경우 반드시 신고하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다. 희망살림 측은 “변호사 자문 결과, 절차상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강조했다.

흥미로운 부분은 네이버가 희망살림에 후원한 40억원에 대해 세제 혜택을 받지 않았다는 점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법인세법상 세액 공제가 아니라 비용으로 인정된다”고 밝혔다. 희망살림에 법인회원으로 가입한 부분에 대해서는 “해당 사실을 확인해줄 수 있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법인회원?
“잘 모른다”

한 성남시 시민단체 관계자는 “한두 푼도 아니고 40억원을 후원하는 데 세제 혜택 없이 돈을 냈다는 사실은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며 “사단법인에 법인회원으로 가입한 부분도 이렇게 허술할 수 있는지 의문이 남는다”고 전했다. 이어 “4자 협약 과정, 기부금 사용내역 등에 있어서 석연치 않은 부분이 많다. 공권력에 의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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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