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성남시-성남FC 수상한 4자 협약서 공개

대표도 아닌데 ‘대리 사인’?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성남시민프로축구단(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이 다시 불거졌다. 성남FC에 후원금을 준 기업, 지원 방식, 대가성 여부, 협약 과정 등이 하나씩 드러나는 중이다. 동시에 성남지청의 수사 무마 의혹도 제기됐다. 3주 앞으로 다가온 대선의 마지막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성남시민프로축구단(이하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은 2015년부터 2017년까지 3년 동안 6개 기업이 성남FC에 후원한 돈의 성격을 두고 처음 제기됐다. 네이버 40억원, 두산건설 42억원, 농협 36억원, 차병원 33억원, 현대백화점 5억원, 알파돔시티 5억5000만원 등 총 161억5000만원이다. 6개사가 성남FC에 후원금을 낸 시기 인근에 성남시가 인허가 및 토지 용도 변경 등 이들의 민원을 해결해준 대목에서 의혹이 불거졌다.

5년 넘게
해결 안 돼

6개사는 ▲차병원-분당경찰서 부지 선정 ▲네이버-제2사옥(정자동) 신축 ▲농협-성남시 금고 지정 ▲두산건설-정자동 부지 선정 ▲알파돔시티-신축공사 ▲현대백화점-신축공사 등 성남FC에 돈을 후원한 후 바라던 바를 얻어냈다. 당시 성남시장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 이 부분을 두고 6개사가 후원한 돈의 성격이 이 후보에 대한 뇌물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은 2018년 1월 이 후보와 제윤경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현 경기도 일자리재단 대표)을 제3자 뇌물수수 혐의로 고발했다. 당시 김상헌 네이버 전 대표도 뇌물공여 혐의로 함께 고발됐다. 같은 해 6월에는 바른미래당 측 성남적폐진상조사특별위원회 위원장이었던 장영하 변호사가 이 후보를 제3자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고발했다. 

경찰은 지난해 2월부터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수사에 나섰고 9월 증거불충분으로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고발이 이뤄진 지 3년여 만이다. 조용해지나 했던 사건은 지난달 25일, 수원지검 성남지청 차장검사가 돌연 사직 의사를 밝히면서 다시 재점화됐다.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을 담당하던 박하영 전 검사(지난 10일 퇴임)다. 

박 전 검사는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 수사를 두고 상부와 마찰을 빚은 것으로 파악됐다. 법조계에 따르면 그는 “예전에 생각했던 것에 비해 조금, 아주 조금 일찍 떠나게 됐다”며 “이리 저리 생각을 해보고 대응도 해봤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다”고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글을 올렸다.

2018년 제3자 뇌물 혐의로 고발
담당 차장검사 사직으로 재점화

박 전 검사가 사직 의사를 밝히면서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옴과 동시에 성남지청의 수사 무마 의혹이 불거졌다. 경기남부 분당경찰서에서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을 증거불충분에 따른 무혐의로 불송치 결정한 것을 두고 박 전 검사는 ‘직접 보완수사 혹은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고, 박은정 성남지청장이 이를 막았다는 것이다. 

의혹이 계속되자 김오수 검찰총장은 수원지검에 경위 파악을 지시했고, 수원지검은 지난 7일 성남지청에 보완수사를 지시했다. 다시 성남지청은 경기 분당경찰서가 보완수사를 하도록 했다. 이와 별개로 수원지검과 서울중앙지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는 수사 무마 의혹과 관련해 고발장이 제출됐다. 

이 과정에서 성남시-네이버-사단법인 희망살림(현 롤링 주빌리)-성남FC 간의 4자 협약이 관심을 받고 있다. 네이버는 성남FC에 직접 후원금을 준 게 아니라 시민단체인 희망살림을 통해 우회 지원했다. 희망살림은 저소득층의 부채 탕감을 지원하는 비영리법인으로 2012년 설립됐다. 2019년 단체명을 롤링 주빌리로 변경등기했다.

네이버는 2015년 2회, 2016년 2회 등 4차례에 걸쳐 희망살림에 40억원을 기부했다. 희망살림은 이 중 39억원을 성남FC에 광고비로 지급, 2년간 메인 스폰서 자격을 따냈다. 이 기간 동안 성남FC 선수들은 ‘롤링 주빌리(Rolling Jubilee)’ 문구가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뛰었다.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네이버의 지원 방식이다. 


2017년 10월 당시 자유한국당 박성중 의원은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네이버가 희망살림에 4번째 10억원을 납부한 뒤 성남시는 네이버 계열사인 네이버 I&S 건물에 대한 건축허가를 내줬다”고 주장했다. 성남시는 성남시와 네이버, 희망살림, 성남FC가 협약을 맺었다면서 당초 네이버가 내는 돈이 성남FC 스폰서 비용으로 쓰인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해명했다. 

우회 지원
왜 그렇게?

당시 이 후보는 관련 언론 보도가 쏟아지자 2017년 10월1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2015년 5월19일 진행한 4자(성남시-네이버-희망살림-성남FC)간 협약서를 공개했다.

그는 “퇴출돼야 할 적폐 세력 자한당. 가랑잎도 배로 둔갑시키는 놀라운 기술”이라고 비판했다. 협약 당시에는 언론에서 후원 광고 공익 기여를 조합한 훌륭한 사례로 대서특필 해놓고 이제는 후원금 39억원을 빼돌린 부도덕한 행위로 왜곡하고 있다는 것이다. 

협약서에는 4자간 협약의 목적을 ‘개인파산, 가정파탄들의 원인이 되는 가계 빚으로 고통받는 성남시민들을 구제하기 위해 빚탕감 프로젝트(이하 롤링 주빌리)의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 사회공헌의 가치를 구현하기 위해 이 협약을 체결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네이버가 희망살림에 2년(2015~2016년)간 4회에 걸쳐 10억씩 지급한다고 명시했다. 

희망살림은 성남FC에 1년에 현금 19억5000만원씩, 2년간 총 39억원을 메인 스폰서 광고료로 지급한다고 했다. 그 조건으로 성남FC는 롤링 주빌리의 로고를 메인 스폰서 광고로 표출하기로 정했다. 성남시는 협약 내용 진행을 위한 행정 지원, 캠페인 참여를 지원한다는 명목으로 참여했다. 

이 협약서에서 눈여겨볼 만한 대목은 ‘서명’ 부분이다. ‘㈜성남시민프로축구단 대표이사 곽선우’라고 기재된 부분엔 곽선우 성남FC 대표이사가, ‘성남시장 이재명’이라고 된 부분엔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이 서명했다. 네이버는 ‘네이버㈜ 대표이사 김상헌’이라고 기재돼있지만 서명은 김진희 당시 네이버I&S 대표가 했다.

희망살림의 경우 ‘(사)희망살림 상임이사 제윤경’이라고 표기돼있고, 제윤경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자신의 이름을 적어 넣었다. 이날 진행된 협약식에도 이 4명이 참석했다. 

등기부등본
확인해보니…

성남시의 한 시민단체는 네이버와 희망살림의 서명자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이 시민단체 관계자는 “후원금을 지급하는 주체는 네이버인데 정작 서명은 네이버I&S 대표가 했다. 삼성전자가 협약을 진행하는데 대표이사가 아니라 과장이 나온 격”이라며 “이 과정에서 위임장 제출 등의 절차가 지켜졌는지 확인해봐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진희 대표가 적법하게 김상헌 대표를 대리했느냐는 지적이다. 실제 이 시민단체에서 정보공개를 통해 김상헌 대표의 위임장 제출 여부를 확인한 결과, 성남시청은 ‘정보 부존재’라 답했다. 위임장이 없었다는 것이다. 네이버 역시 위임장을 제출하진 않았다고 밝혔다.

네이버 홍보팀 관계자는 “당시 김상헌 대표에게 다른 행사가 있어 김진희 대표가 대리 참석했다”고 설명했다.


더 흥미로운 부분은 희망살림 측 서명이다. 대표권을 가진 대표가 아니라 상임이사가 서명한 것. 등기부등본상으로 확인한 결과 2015년 5월19일 4자 협약 당시 희망살림의 대표는 김재욱씨로 돼있다. 대표권 제한 규정에 따라 ‘김재욱 외에는 대표권이 없음’이라고 명시돼있다(현재 희망살림 대표는 설은주씨). 

일반적으로 협약을 진행할 때 대표권을 가진 대표가 참석한다는 점을 미뤄보면 서명자는 김재욱 당시 희망살림 대표여야 하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온다. 4자 협약이 진행되고 두 달 뒤인 2015년 7월 성남시와 두산건설이 진행한 협약서에는 이 부분이 명확하게 기재돼있다.

2015년 7월30일 ‘정자동 두산계열사 사옥 신축/이전을 위한 성남시-두산건설 주식회사 협약서’의 ‘효력’ 조항에는 ‘상기 사항의 증명으로 각 당사자는 적법하게 권한을 위임 받은 대표자에 의하여 본 협약서에 서명 또는 기명날인 하였고’라는 부분이 있다. 4자 협약서에는 없는 내용이다.

이상한 빚탕감 프로젝트
위임장 없이 참석해 ‘쇼’

당시 서명한 제 전 의원이 실제 희망살림의 상임이사가 아니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제 전 의원은 ‘희망살림 상임이사’를 자신의 경력으로 내세워왔다. 여러 언론 보도에도 희망살림에 대해 ‘제윤경 전 의원이 운영한 단체’라 표기돼있다.

지난해 3대 경기도 일자리재단 대표로 임명되기 전 진행한 인사청문회에서도 제 전 의원은 자신이 주빌리 은행이라는 빚탕감 프로젝트를 시민단체 형태로 만들어 빚탕감 운동을 전개하게 됐다고 발언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인사청문회 요청서’에는 2014년 5월부터 2016년 3월까지 상임이사 직책으로 주빌리 은행 관리 활동을 했다고 기재했다. 


하지만 희망살림, 롤링 주빌리 등의 등기부등본 상에서 제 전 의원의 이름은 한 차례만 등장한다. 국세청에 공시된 희망살림의 2015년 ‘공익법인 결산서류 등의 공시’ 자료에서 제 전 의원이 이사로 기재된 부분을 확인할 수 있었지만 그마저도 ‘비상임’으로 나와 있다.

희망살림 설립 과정에서 5000만원을 출연한 에듀머니와 관계가 있다는 뜻의 ‘여’라는 표기만 있을 뿐이다. 제 전 의원은 2007년 사회적 기업 에듀머니를 창립한 바 있다.

이 부분을 지적한 시민단체는 “제 전 의원이 무슨 권한으로 당시 4자 협약에 서명을 한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네이버는 서명란에 김상헌 대표의 이름을 넣고 김진희 대표가 와서 사인을 한 경우지만 희망살림은 아예 제 전 의원을 서명자로 정해 놓고 서명을 받았다”고 강조했다.

유순덕 희망살림 이사는 “(4자 협약)당시 제윤경 대표가 희망살림 운영을 맡고 있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제 전 의원이)대표성 있게 활동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저 같은 경우에도 현재 대표는 설은주 대표님이지만 그분이 바쁘거나 일이 있을 때는 제가 (협약식 같은 곳에)참석해서 제 이름으로 서명한다”고 말했다. 대표에게는 구두로 보고하고 승인받았다는 것이다. 

석연치 않은
서명자 누구?

성남시 공보실 관계자는 “4자 협약서 작성은 성남시에서 한 게 아닌 걸로 확인된다”고 말했다. 제 전 의원을 서명자로 기재한 부분에 대해서는 “체육진흥과에 확인한 결과, 당시 제 전 의원이 희망살림 대표였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세한 내용은 성남FC에 확인해 보라고 전했다. 성남FC 측은 이 부분에 대해 “본업(축구)에 관련된 사안이 아니면 어떤 것도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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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