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지금…’ 유명무실 금연구역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9.06.10 10:33:46
  • 호수 122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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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회관 골초 출몰지대는?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국회는 의원 300명으로 구성된다. 의원은 국민들의 투표로 뽑힌다. 의원은 국민들을 대신해 국회서 정치를 한다. 그러나 국민들은 국회서 일어나는 일들을 속속들이 알지 못한다. <일요시사>는 국민들의 알 권리를 위해 ‘국회는 지금’이라는 제하의 연속기획을 준비했다.
 

국회는 전 구역이 금연구역이다. 물론 국회 내에 있는 도로서도 담배를 피우면 안 된다. 본청 오른쪽 출입구, 의원회관 1층 출입구 앞 등 지정된 구역서만 흡연이 가능하다. 과연 국회의 비흡연 구역에서는 금연이 잘 지켜지고 있을까.

나도 나도

“예전보다는 훨씬 나아졌지만, 아직 멀었다”는 것이 국회 보좌진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20대 국회보다 19대 국회가 심했고, 19대 국회보다 18대 국회가 심했다는 것이다. 한 의원실 보좌진은 “19대 때까지만 해도 영감님(국회의원을 부르는 보좌진의 은어)이 의원실서 담배를 그냥 태웠다”고 회상했다. 의원 전용 재떨이도 있었을 정도다.

다른 보좌진은 난감했던 경험을 털어놨다. “하루는 국회로 복귀했더니 사무실에 아무도 없었다. 그래서 책상에 다리를 올리고 담뱃불을 붙였는데 의원님이 들어오시더라. 슬며시 담배를 내려서 껐지만, 냄새는 안 없어졌다. 크게 별말은 없으셨는데, 그 다음부터 의원님 눈치가 보였다.”

인터뷰가 끝난 후 의원이 기자들에게 맞담배를 제안하는 경우도 있다. 기자가 응하면 의원은 재떨이를 내온다. 보통은 재떨이를 카메라에 포착되지 않도록 서랍 속에 고이 숨겨둔다.


요즘 들어서는 몇몇 의원실을 제외하고 금연이 잘 지켜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인터뷰하러 의원실에 들어가 봐도 담배 특유의 퀴퀴한 냄새는 나지 않는다. 가까운 보좌진에게 물어봐도 “들리는 얘기로는 몇 몇 의원이 아직 의원실 내에서 담배를 피운다고 하는데 직접 보지는 못했다”고 답했다.

그러나 화장실이나 비상계단으로 가면 얘기가 달라진다. 전자담배는 물론이고 가끔 연초담배를 태운 냄새가 화장실을 가득 채울 때도 있다. ‘흡연은 흡연구역서만’ ‘제발 여기서 담배를 피우지 말아주세요’ 등 금연을 당부하는 문구도 아무 소용이 없다.

국회서도 전자담배 열풍이 불어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가끔 국회 본청 복도서 전자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비흡연자를 배려하지 않는 모습이 포착되고 있는 것이다. 

전자담배가 연초담배에 비해 향이 약할 것이라는 추측은 안일한 생각이다. 오죽했으면 당직자로 추정되는 어떤 사람이 ‘전자담배도 담배입니다. 복도서 피우지 마세요’라는 경고 문구를 벽에 붙여 놨을까.

계단·복도·화장실서 상습적으로
꽁초 버리기 예사, 청소는 어쩌나

비흡연자들의 피해 사례는 넘쳐난다. 한 의원실 보좌진은 “아침에 비상계단으로 이동하면 바닥에 담배꽁초가 버려져 있다. 담뱃재는 물론이고 바닥에 침을 뱉어놓은 경우도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 같은 경향은 밖이 춥거나 더울 때인 여름과 겨울에 특히 심하다.

또 다른 의원실 보좌진은 “6층서도 흡연실 내에서만 담배를 폈으면 좋겠다. 업무상 그 곳을 지날 때가 많은데, 아무 데서나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 때문에 숨을 참고 지나가야 한다”고 털어놨다. 


국회 의원회관 6층과 10층의 야외에는 흡연실을 따로 설치해놨다. 그러나 흡연실에 들어가지 않고 나와서 담배를 피우는 보좌진들이 대다수다.

국회 보좌진만 주의한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국회는 외부 방문객이 많다. 정부 부처 관계자도 국회를 자주 방문한다. 이들이 비흡연구역서 흡연을 하는 모습을 종종 목격할 수 있다.
 

한 의원실 보좌진은 “의원회관 1층 수풀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을 본 적이 있다. 들고 있는 종이가방을 보니 정부 부처 사람들이었다. 꽁초를 잔디에 버리더라”고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모 행정부의 차관이 국회 내 도로서 전자담배를 피우는 모습을 사진기자가 촬영한 사례도 있다.

비흡연자들도 고충이 크지만, 국회 청소 노동자들의 고충도 그에 못지 않다. 바닥에 떨어진 꽁초를 청소하는 일은 오롯이 그들의 몫이다. 한 비흡연 의원실 보좌진은 “청소 아주머니들이 무슨 죄인가. 적당히 하면 말도 안 한다. 집에서도 그러고, 다른 사람이 치워주는지 궁금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회 사무처는 “흡연 장소 외에는 금연을 해달라”며 안내방송을 수시로 내보내고 있으나 이를 귓등으로 듣는 사람으로 인해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국민건강증진법 제9조 4항은 “공중이 이용하는 시설의 소유자·점유자 또는 관리자는 해당 시설의 전체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하고 금연구역을 알리는 표지를 설치해야 한다. 이 경우 흡연자를 위한 흡연실을 설치할 수 있다”고 명시돼있다. 그러면서 공중이 이용하는 시설의 첫 번째로 ‘국회의 청사’를 지정했다.

줄담배

8항에선 “누구든지 규정에 따라 지정된 금연구역서 흡연해서는 안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만약 이를 위반하면 동법 제34조 3항에 의거해 1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게 된다. 그러나 단속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법이 유명무실한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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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