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국회는 의원 300명으로 구성된다. 의원은 국민들의 투표로 뽑힌다. 의원은 국민들을 대신해 국회서 정치를 한다. 그러나 국민들은 국회서 일어나는 일들을 속속들이 알지 못한다. <일요시사>는 국민들의 알 권리를 위해 ‘국회는 지금’이라는 제하의 연속기획을 준비했다.
그야말로 막말의 시대다. 정치권서 나오는 정제되지 않은 비속어들이 국민들의 불쾌지수를 더욱 높이고 있다. 최근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의 입에서 나온 ‘달창’이라는 비속어가 대표적이다. 비단 나 원내대표의 말실수로 끝날 일일까. 최근 국회에선 그 어느 때보다 비속어가 판을 치고 있다.
막말의 시대
달창은 온라인서 주로 극우 성향의 누리꾼들이 사용해온 단어다.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의 별칭인 ‘달빛기사단’의 첫 글자와 성매매 여성을 의미하는 ‘창O’의 첫 글자를 합쳤다. 문 대통령의 지지자들 중 여성의 비율이 높은 점과 그들이 문 대통령을 열렬히 지지하는 모습을 성매매 여성에 비유한 것이다.
달창은 ‘일간베스트(이하 일베)’ 등 극우 성향 사이트서 주로 사용돼왔다. 그런데 현재는 오프라인서도 달창이란 말을 쓰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국회, 여의도 술집 등 오프라인서도 정치권 관계자의 입을 통해 달창이라는 단어를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다. 어느 순간 비속어가 여의도 정치권을 잠식한 것이다.
나 원내대표는 자신의 발언을 사과하면서도 세부적인 뜻을 표현하기 위한 의도로 해당 단어를 사용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논란은 잠재워지지 않고 있다. 여성 측 시민단체는 나 원내대표의 발언이 여성혐오 발언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시민단체 애국국민운동대연합은 나 원내대표를 명예훼손과 성희롱 혐의로 서울 구로경찰서에 고발했다.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4당도 일제히 나 원내대표를 비판했다.
공개석상서 사용하지 말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정제되지 않은 비속어 사용이 비단 나 원내대표만의 일일까. 민주평화당은 지난 3일 “토착왜구 나경원을 반민특위에 회부하라”는 논평을 내놨다. 심지어 당 대변인의 공식 논평이었다.
토착왜구는 보여지는 그대로의 의미다.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 일본인 또는 친일파라는 뜻이다. 이유야 어찌됐든 제1야당의 원내대표에게 하는 표현으로서는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나 원내대표에게 ‘캡틴 나베’라는 별명이 생겼다. 주로 집권여당 측 관계자들이 사용하는 별명이지만, 한국당 소속 의원실 보좌진들도 종종 사용한다. 주로 나 원내대표의 발언이나 행보를 비꼴 때 쓴다.
영화 <캡틴 마블>의 ‘캡틴’, 나경원의 ‘나’,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베’가 합쳐진 단어다. <캡틴 마블>은 지난 3월에 개봉한 마블사의 영화 제목으로 ‘캐롤 댄버스’라는 여성 히어로가 활약하는 내용이다. 세상을 구한 캐롤 댄버스처럼 여성 히어로로서 한국당을 구해달라는 의미서 한국당 측 관계자와 지지자들은 나 원내대표에게 ‘캡틴 마블’이라는 별명을 붙였다.
나 원내대표도 캡틴 마블로 불리는 것을 좋아한다는 후문이다.
입에 담기 부끄러운 저속한 용어 난무
마지못해 단순 말실수? 혐오 발언 일쑤
그러나 여기에 나베라는 단어가 붙으면 의미는 180도 바뀐다. 앞서 나 원내대표가 “반민특위(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 활동이 잘돼야 했지만, (반민특위가) 결국 국론분열을 가져왔다”고 발언한 이후 나 원내대표를 나베로 부르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결국 캡틴 나베와 토착왜구는 그 뜻이 맞닿아 있다.
막말의 시대이자 혐오의 시대다. 온라인서 상대를 혐오하기 위해 사용하는 단어가 국회에 등장하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문슬람’ ‘좌좀’ 등은 일상서 자주 사용된다. “문슬람들은 말을 해도 듣지를 않아”라고 말하는 식이다.
문슬람은 문 대통령 지지자들을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에 비유한 합성어로 좌좀은 ‘좌파 좀비’의 줄임말이다. 좌파 성향의 인사와 지지자들이 뇌가 활동을 하지 않는 좀비처럼 행동한다는 비하 목적의 용어다.
정치권 비속어에는 규칙이 존재한다. 한국당이나 그 외 보수 정당, 또는 인사들을 일본과 결부시키는 것이 대표적이다. 친일이라는 것이다. 토착왜구, 캡틴 나베가 그렇다. 한국당을 친일당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이명박·박근혜정부 당시의 이미지가 한몫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부인하는 뉴라이트적 사관이 이명박·박근혜정부의 친일 이미지를 부추겼다. 박근혜정부 때 있었던 ‘강제징용 재판거래’는 이러한 이미지에 쐐기를 박았다.
반대로 보수는 진보를 북한과 결부시킨다. ‘빨갱이’가 대표적이다. 국회 앞에서 노조 집회가 있을 때면 한국당 측 관계자들은 “북한으로 보냈으면 좋겠다”며 혀를 찬다. 이유야 어찌됐든 노조는 보수에게 혐오의 대상이다.
혐오가 일상
유독 진보가 조롱의 대상으로 전락하는 경우가 많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관련한 조롱은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다. ‘좌좀’ ‘홍어’ ‘달창’ 등도 조롱의 탈을 쓴 혐오성 용어다. ‘민의의 전당’이라고 불리는 국회는 각종 혐오성 용어들로 분열된 상황이다. 민의가 분열을 원하는지, 정치인이 분열을 조장하는지 모를 일이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처럼 공허한 쳇바퀴일 뿐이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달창’이 부른 여성대전
본격적인 전쟁이 시작됐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전국여성위원회는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의 ‘달창’ 발언을 그냥 넘기지 않을 기세다. 민주당 여성 당원과 당직자 등 300여명은 지난 15일 국회 본청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참석자들은 각자 손에 ‘나경원은 사퇴하라’ ‘여성 모독 발언 아웃’ 등의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었다.
민주당 여성정치참여확대위원장인 김상희 의원은 “나 원내대표는 국민과 여성께 사과하고 국회로 돌아와 민생을 챙겨라”라고 쏘아붙였다.
한국당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한국당은 나 원내대표의 사퇴를 촉구하는 집회가 정치공세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한국당 김정재·송희경·박순자·박인숙·김승희 의원은 같은 날 국회 정론관서 기자회견을 열어 “우발적인 말실수 하나로 야당 원내대표의 인격을 말살하는 ‘야당 죽이기’ 행태가 도를 넘고 있다”고 맞섰다. <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