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지금…’ 난무하는 정치 비속어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9.05.20 10:21:39
  • 호수 1219호
  • 댓글 0개

배웠다는 사람들이…입에 걸레 물었나∼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국회는 의원 300명으로 구성된다. 의원은 국민들의 투표로 뽑힌다. 의원은 국민들을 대신해 국회서 정치를 한다. 그러나 국민들은 국회서 일어나는 일들을 속속들이 알지 못한다. <일요시사>는 국민들의 알 권리를 위해 ‘국회는 지금’이라는 제하의 연속기획을 준비했다.
 

▲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그야말로 막말의 시대다. 정치권서 나오는 정제되지 않은 비속어들이 국민들의 불쾌지수를 더욱 높이고 있다. 최근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의 입에서 나온 ‘달창’이라는 비속어가 대표적이다. 비단 나 원내대표의 말실수로 끝날 일일까. 최근 국회에선 그 어느 때보다 비속어가 판을 치고 있다.

막말의 시대

달창은 온라인서 주로 극우 성향의 누리꾼들이 사용해온 단어다.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의 별칭인 ‘달빛기사단’의 첫 글자와 성매매 여성을 의미하는 ‘창O’의 첫 글자를 합쳤다. 문 대통령의 지지자들 중 여성의 비율이 높은 점과 그들이 문 대통령을 열렬히 지지하는 모습을 성매매 여성에 비유한 것이다. 

달창은 ‘일간베스트(이하 일베)’ 등 극우 성향 사이트서 주로 사용돼왔다. 그런데 현재는 오프라인서도 달창이란 말을 쓰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국회, 여의도 술집 등 오프라인서도 정치권 관계자의 입을 통해 달창이라는 단어를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다. 어느 순간 비속어가 여의도 정치권을 잠식한 것이다.

나 원내대표는 자신의 발언을 사과하면서도 세부적인 뜻을 표현하기 위한 의도로 해당 단어를 사용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논란은 잠재워지지 않고 있다. 여성 측 시민단체는 나 원내대표의 발언이 여성혐오 발언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시민단체 애국국민운동대연합은 나 원내대표를 명예훼손과 성희롱 혐의로 서울 구로경찰서에 고발했다.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4당도 일제히 나 원내대표를 비판했다.

공개석상서 사용하지 말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정제되지 않은 비속어 사용이 비단 나 원내대표만의 일일까. 민주평화당은 지난 3일 “토착왜구 나경원을 반민특위에 회부하라”는 논평을 내놨다. 심지어 당 대변인의 공식 논평이었다.

토착왜구는 보여지는 그대로의 의미다.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 일본인 또는 친일파라는 뜻이다. 이유야 어찌됐든 제1야당의 원내대표에게 하는 표현으로서는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나 원내대표에게 ‘캡틴 나베’라는 별명이 생겼다. 주로 집권여당 측 관계자들이 사용하는 별명이지만, 한국당 소속 의원실 보좌진들도 종종 사용한다. 주로 나 원내대표의 발언이나 행보를 비꼴 때 쓴다.
 

영화 <캡틴 마블>의 ‘캡틴’, 나경원의 ‘나’,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베’가 합쳐진 단어다. <캡틴 마블>은 지난 3월에 개봉한 마블사의 영화 제목으로 ‘캐롤 댄버스’라는 여성 히어로가 활약하는 내용이다. 세상을 구한 캐롤 댄버스처럼 여성 히어로로서 한국당을 구해달라는 의미서 한국당 측 관계자와 지지자들은 나 원내대표에게 ‘캡틴 마블’이라는 별명을 붙였다.

나 원내대표도 캡틴 마블로 불리는 것을 좋아한다는 후문이다.

입에 담기 부끄러운 저속한 용어 난무
마지못해 단순 말실수? 혐오 발언 일쑤


그러나 여기에 나베라는 단어가 붙으면 의미는 180도 바뀐다. 앞서 나 원내대표가 “반민특위(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 활동이 잘돼야 했지만, (반민특위가) 결국 국론분열을 가져왔다”고 발언한 이후 나 원내대표를 나베로 부르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결국 캡틴 나베와 토착왜구는 그 뜻이 맞닿아 있다.

막말의 시대이자 혐오의 시대다. 온라인서 상대를 혐오하기 위해 사용하는 단어가 국회에 등장하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문슬람’ ‘좌좀’ 등은 일상서 자주 사용된다. “문슬람들은 말을 해도 듣지를 않아”라고 말하는 식이다.

문슬람은 문 대통령 지지자들을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에 비유한 합성어로 좌좀은 ‘좌파 좀비’의 줄임말이다. 좌파 성향의 인사와 지지자들이 뇌가 활동을 하지 않는 좀비처럼 행동한다는 비하 목적의 용어다.

정치권 비속어에는 규칙이 존재한다. 한국당이나 그 외 보수 정당, 또는 인사들을 일본과 결부시키는 것이 대표적이다. 친일이라는 것이다. 토착왜구, 캡틴 나베가 그렇다. 한국당을 친일당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이명박·박근혜정부 당시의 이미지가 한몫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부인하는 뉴라이트적 사관이 이명박·박근혜정부의 친일 이미지를 부추겼다. 박근혜정부 때 있었던 ‘강제징용 재판거래’는 이러한 이미지에 쐐기를 박았다.
 

반대로 보수는 진보를 북한과 결부시킨다. ‘빨갱이’가 대표적이다. 국회 앞에서 노조 집회가 있을 때면 한국당 측 관계자들은 “북한으로 보냈으면 좋겠다”며 혀를 찬다. 이유야 어찌됐든 노조는 보수에게 혐오의 대상이다.

혐오가 일상

유독 진보가 조롱의 대상으로 전락하는 경우가 많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관련한 조롱은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다. ‘좌좀’ ‘홍어’ ‘달창’ 등도 조롱의 탈을 쓴 혐오성 용어다. ‘민의의 전당’이라고 불리는 국회는 각종 혐오성 용어들로 분열된 상황이다. 민의가 분열을 원하는지, 정치인이 분열을 조장하는지 모를 일이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처럼 공허한 쳇바퀴일 뿐이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달창’이 부른 여성대전

본격적인 전쟁이 시작됐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전국여성위원회는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의 ‘달창’ 발언을 그냥 넘기지 않을 기세다. 민주당 여성 당원과 당직자 등 300여명은 지난 15일 국회 본청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참석자들은 각자 손에 ‘나경원은 사퇴하라’ ‘여성 모독 발언 아웃’ 등의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었다. 

민주당 여성정치참여확대위원장인 김상희 의원은 “나 원내대표는 국민과 여성께 사과하고 국회로 돌아와 민생을 챙겨라”라고 쏘아붙였다.

한국당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한국당은 나 원내대표의 사퇴를 촉구하는 집회가 정치공세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한국당 김정재·송희경·박순자·박인숙·김승희 의원은 같은 날 국회 정론관서 기자회견을 열어 “우발적인 말실수 하나로 야당 원내대표의 인격을 말살하는 ‘야당 죽이기’ 행태가 도를 넘고 있다”고 맞섰다. <목>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