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지금…’ 일당백 대관의 세계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9.05.07 10:23:08
  • 호수 121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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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최고의 ‘을’이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국회는 의원 300명으로 구성된다. 의원은 국민들의 투표로 뽑힌다. 의원은 국민들을 대신해 국회서 정치를 한다. 그러나 국민들은 국회서 일어나는 일들을 속속들이 알지 못한다. <일요시사>는 국민들의 알 권리를 위해 ‘국회는 지금’이라는 제하의 연속기획을 준비했다.
 

국회에는 다양한 사람이 오간다. 국회 일을 업으로 삼는 보좌진들과 공무원은 물론이고, 기자와 각종 행사 방문객들이 하루에도 수천명씩 국회를 드나든다. 이 중 기업에 몸담고 있으면서 국회의 동향을 살피는 이들을 통칭해 국회에서는 ‘대관’이라고 부른다.

무슨 일?

대관이 하는 일은 주로 정보 수집이다. 그들은 보좌진이나 기자들과 만나 정보를 얻는다. 자신의 기업과 관련된 정보라면 금상첨화다. 또는 업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입법이나 공청회 등에 대한 정보도 수집한다. 사건이 터졌을 때는 회사서 곧바로 국회로 달려와 상황을 파악하는 일도 대관의 몫이다. 

대관이 특히 바쁜 시기가 있다. 바로 국정감사(이하 국감) 때다. 자신이 다니는 기업의 오너가 국감장에 소환될지 아닐지를 파악해야 한다. 이때는 각 상임위별로 정보를 수집하는 대관의 분주한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국감의 증인 채택 여부를 미리 알아낸다고 해서 증인 여하에 영향을 줄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는 것이 대관들의 중론이다. 한 대관은 지난 국감을 회상하며 “미리 알아낼 뿐 국회가 하는 일에 영향을 줄 수는 없다. 주로 진보당에서 사기업 오너를 증인으로 채택하는데 우리가 어떻게 하든 영향이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국회는 크게 세 개의 건물로 돼있다. 본청, 의원회관, 도서관이 그것이다. 대관은 주로 어디서 볼 수 있을까. 바로 의원회관이다. 의원회관은 300명의 국회의원실 보좌진이 일하는 곳이다. 대관은 이곳에서 보좌진과의 만남을 시도한다.

보좌진을 찾아 의원실을 방문해야 하지만, 대관은 국회 출입증을 발급받을 수 없다. 대관의 여러 애로사항 중 하나가 바로 출입증이다. 대관은 국회 안내데스크에 신분증을 제출하고 방문증을 작성, 당일밖에 사용할 수 없는 임시 출입증을 발급받아야 국회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방문증을 작성할 때는 어느 의원실을 방문할지도 적어야 한다. 그러면 안내데스크에서는 직접 해당 의원실로 전화해 실제 방문 약속을 잡았는지를 확인한다. 국회의 보안 검색대를 통과하기까지 절차는 꽤나 촘촘하다.

만약 친한 보좌진이 있으면 상대적으로 임시 출입증을 발급받기 쉽다. 미리 전화해서 “국회에 들어가려는데 너희 의원실로 적을게”라고 하면 된다. 그러나 이제 막 국회를 드나들기 시작해 이러한 부탁을 하기 힘든 대관은 사전에 약속을 잡아야 한다.

정보 수집하러 여의도 출근
로비창구? 예전보다 투명해

과정이 번거로워서였을까. 지난 2월 한 대관이 모 의원실 소속 입법보조원 자격으로 국회 출입증을 발급받아 논란이 된 바 있다. 더욱이 출입증을 발급받은 대관이 해당 의원의 아들임이 밝혀져 문제가 됐다.

주요 업무가 정보수집이다 보니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일이 중요하다. 기존의 대관이 부서이동을 하게 됐을 때 새롭게 대관팀으로 발령이 난 후배에게 자신이 알고 지내던 보좌진과 기자를 연결시켜주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대관의 주량이 능력으로 인정받는 것 역시 같은 이유이다. 평일 저녁 국회 앞 술집은 보좌진 내지는 기자를 ‘모시기’ 위한 대관들의 예약으로 만원을 이룬다.


최근 모 기업은 대관팀을 신설했다. 수십년의 역사를 가진 이 기업서 대관팀이 만들어진 것은 이번이 최초였다. 선배가 없는 해당 기업의 대관은 초반 적응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이 대관은 <일요시사>에 “의원실로 무작정 찾아가봤자 소용없다. 인사 차 의원실에 들어가면 대부분 ‘이 사람이 왜 왔지’라는 반응이다. 특별한 건이 없으면 오히려 경계하는 경우가 많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국회는 영업사원의 방식이 통하지 않는 곳이다.
 

국회에서 대관은 ‘을 중의 을’이다. 이는 대관들이 겪는 또 하나의 애로사항이다. 부등호로 표현하면 ‘기자 > 보좌진 > 대관’ 순이라는 것이 대관들의 중론이다. 한 대관은 <일요시사>를 통해 “우리는 정보를 받아가는 쪽이고 기자와 보좌진은 정보를 제공하는 쪽이다. 어느 곳이든지 정보가 곧 권력이지 않나. 그런 측면에서 우리는 항상 을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그렇다고 이런 부등호 관계가 늘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대관들 중에는 오랜 시간 국회에 일했던 보좌진 출신들이 다수 존재한다. 기업서 이러한 사람들을 대관으로 뽑는 이유는 명확하다. 그 사람이 오랜 시간 다져놓은 인적 네트워크 때문이다.

국회서 인적 네트워크는 모든 일의 시작과 끝이다. 다른 의원실로 옮길 때도, 전직을 할 때도, 특정 이슈에 대한 정보를 알아볼 때도 평소에 친했던 사람에게 부탁해야만 유의미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이 같은 친분은 자그마한 연결고리서 시작한다. 국회서 학교·출신 지역·군대는 물론, 하다 못해 비서관·비서이던 시절 어떤 보좌관을 모셨는지를 따지는 이유다. 보좌진일 때 쌓아놓은 인적 네트워크는 대관이 됐을 때 큰 자산이 된다. 

대관은 보좌진에게 부탁을 해야 하는 입장이다. 의원실서 근무하는 친구나 후배가 있다면 부탁은 한결 수월해진다. 풍부한 인적 네트워크를 가진 대관을 여러 기업에서 데려가려고 해 경쟁이 붙은 사례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보좌진 출신

대관에 대한 사회의 인식은 그리 우호적이지 않다. ‘대관=로비’라는 인식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 대관이 로비창구로 의심받는 일은 종종 발생해왔다. 기업 홍보물품을 보좌진들에게 선물하는 일은 국회서 흔한 광경이다. 그러나 대관들은 비리를 용납해서는 안 된다는 사회 전반에 걸친 의식 향상으로 대관업무가 과거에 비해 많이 투명해졌다고 입을 모은다. 한 대관은 “만약 회사 차원서 로비를 하다가 걸리기라도 하면 그 회사는 망하게 될 것”이라며 “요즘 누가 그런 위험부담을 안으면서까지 로비를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로비창구’ 대관의 한계

예전보다 대관업무가 투명해졌다고 하지만, 기업들이 전관 내지는 정치인들을 사외이사로 선임해 정부에 대한 로비창구로 활용할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바른미래당 채이배 의원은 지난 3월 국회서 열린 제38차 원내대책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전관들과 정치인들의 정부에 대한 로비창구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며 “사외이사 제도가 일부 대기업에게는 정관계의 로비창구로 대관업무를 맡기는 자리로 전락한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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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