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국회는 의원 300명으로 구성된다. 의원들은 국민들의 투표로 뽑힌다. 의원은 국민들을 대신해 국회서 정치를 한다. 그러나 국민들은 국회서 일어나는 일들을 속속들이 알지 못한다. <일요시사>는 국민들의 알 권리를 위해 ‘국회는 지금’이라는 제하의 연속기획을 준비했다.
국회엔 유난히 미식가가 많다. 하루의 고단한 일과와 스트레스를 ‘맛있는 음식’으로 풀려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점심과 저녁을 가리지 않고 보다 맛있고 새로운 음식을 찾는 사람들로 국회 안팎의 식당은 항상 인산인해를 이룬다.
미식가들
국회 내부 식당은 본청과 회관, 헌정기념관, 도서관에 위치해 있다. 본청과 회관에는 각각 1∼3식당까지 있는 반면, 헌정기념관과 도서관에는 식당이 하나씩이다.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본청과 회관에 있는 3식당이 가장 비싼 축에 속한다. 그중 회관 3식당이 1만2000원으로 가장 비싸다. 그다음으로 비싼 곳은 본청 3식당으로 1만1000원이다.
2식당이 뒤를 잇는다. 가격은 7200원으로 본청과 회관이 동일하다. 가장 저렴한 곳은 1식당이다. 직원은 3600원, 외부 방문객은 4800원이다. 헌정기념관과 도서관도 4800원에 식사를 제공한다.
메뉴는 매일 바뀐다. 기사를 작성한 지난달 29일 기준 본청 3식당의 중식A는 순대국밥, 크런치생선까스&양파타르타르소스, 온두부&참치김치볶음, 스틱채소, 섞박지였다. 중식B로는 참치회덮밥, 크런치생선까스&양파타르타르소스, 미니메밀소바, 스틱채소, 온두부&참치김치볶음, 섞박지가 나왔다.
메인 요리 하나에 반찬이 4∼5개가 나오는 식이다. 3식당은 비싼 만큼 직원이 직접 서빙도 해준다.
본청 3식당은 ‘의원식당’이라는 또 다른 이름을 갖고 있다. 국회 본청 3층 본회의장 옆에 위치해 있다. 이용자를 국회의원으로 제한한 것은 아니지만, 의원들이 자주 이용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의원들이 주로 손님들과 함께 식사할 때 이용한다.
맛은 어떨까. 입맛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가성비 측면에서는 점수가 좋지 않다. 한 의원실 보좌진은 “만원이 넘는 돈을 왜 내나 모르겠다”며 “너무 비싸다”고 말했다. “가지 말라”고 단칼에 말하는 보좌진도 더러 있었다.
보좌진들이 국회 내에서 식사할 때는 주로 본청·회관의 1식당을 이용한다고 한다. 가격 대비 효율이 가장 좋기 때문이다.
여느 직장인과 바를 바 없이 국회 사람들도 식사 시간이면 국회를 벗어나고 싶어한다. 같은 가격이면 훨씬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있으며 맛 또한 훌륭하기 때문이다. 국회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된 식당들이 아직도 국회 앞에서 성업 중이다.
최근 날이 더워지면서 보양식을 찾는 국회 사람들이 늘고 있다. 국회 앞에는 다양한 보양식 전문점이 손님을 기다린다. 최근에는 수많은 보양식 중 복국을 찾는 사람을 자주 접할 수 있다.
가격 1만원↑ 가성비 떨어져
더워진 날씨에 몸보신 열풍
국회 앞에는 OO복국이라는 음식점이 가장 유명하다. 그 집은 복지리탕이 인기 메뉴다. 숙주나물과 부추를 넣은 맑은 국물이 시원하다. 큼지막한 복어 고기가 3∼4개 들어가 있다. 전복 하나가 통으로 들어가 있는 점도 손님들을 끌어들이는 요소다.
가격은 여의도서도 비싼 축에 속한다. 보통 복지리탕에 복어튀김, 강된장 비빕밥으로 된 세트를 많이 주문하는데 가격이 1인당 1만원 중후반대다. 그래서 국회 사람들도 특별한 날 특별한 사람들과 함께 가는 경우가 많다.
OO삼계탕집도 인기다. OO복국서 한 블록 더 이동하면 나오는데 이곳은 한약재로 우려낸 진한 국물이 매력적이다. 서비스로 인삼주를 주는데, 추가로 더 주문하는 사람들을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이 집은 초복이 있는 7월이면 예약 손님을 받지 않는다.
하루하루 대기 손님을 쳐내기도 힘들 정도로 찾는 사람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삼계탕 1그릇당 가격은 1만원 중반대다.
국회 앞 KBS신관 쪽에는 사철탕집이 밀집해 있는데 주로 개고기를 판다. 복날이 되면 사철탕을 찾는 국회 사람들이 부쩍 늘어난다. 보수·진보를 가리지 않고 40∼50대 남성 보좌진들이 주 소비층이다. 최근 국회 앞에서는 개고기를 반대하는 측과 개고기 합법화를 요구하는 측이 극렬히 대치하고 있다.
국회의사당역 6번 출구 맞은편에 있는 금산빌딩 1층의 OO집도 항상 국회 사람들로 넘쳐나는 식당이다. 주메뉴는 양지곰탕이다. 점심 기준으로 오전 11시30분쯤까지 가지 않으면 대기해야 한다. 곰탕에 면을 먼저 넣어 먹은 후 밥을 말아먹는 식이다. 양지고기가 넉넉하게 들어가 있어 인기가 좋다. 국물을 오랜 시간 우려내 깊은 맛이 나고 간이 적당하다.
국회 앞에서는 상대적으로 서양식 음식점을 찾기 힘들다. 메뉴 결정권이 있는 사람들의 나이가 많기 때문인 듯하다. 한 30대 보좌진은 “매일 점심 때 매콤한 국물이 있는 탕 집을 가다보니 저녁에 퇴근하고 나서는 피자·햄버거를 찾게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40대 보좌진은 “국회 후생관이 새로 지어지고 있는데 프랜차이즈 햄버거 매장이 들어오면 장사가 정말 잘될 것”이라며 “여기 있는 젊은 사람들이 다 그쪽으로 몰리지 않겠나”라고 귀띔하기도 했다.
찻집도…
점심 식사가 끝나가는 12시30분쯤이면 국회 앞 거리는 한 손에 커피를 든 사람들로 넘쳐난다. 국회 앞에도 커피 전문점이 많은데 대부분 프랜차이즈다. 이 때문에 색다른 음료를 원하는 사람들은 전통 찻집을 찾는다. 대표적으로 금산빌딩 1층과 삼보호정빌딩 지하 1층 찻집에 사람들이 붐빈다. 특히 삼보호정빌딩 지하 1층 OO궁의 한라봉요거트스무디는 젊은 사람들의 입맛에도 잘 맞아 찾는 사람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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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속 기사> 약발 떨어진 ‘호프 회동’
국회 정상화의 갈 길은 멀고 험난하기만 하다. 지난달 20일 여야3당 교섭단체 원내대표가 만나 희망을 띄웠지만,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강효상 의원의 한미 정상 간 통화내용 유출과 양정철-서훈 비공개 만찬 논란으로 정국은 다시금 얼어붙었다.
‘호프 회동’으로 어렵사리 마련된 국회 정상화의 불씨도 다시 사그라지는 모양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한국당 나경원,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는 국회 인근의 한 호프집서 만나 화기애애한 모습을 연출했었다. <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