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당구연합회 비리 복마전

직원이 빼 먹고 간부도 빼 먹었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인 물은 썩는다’ 오랫동안 변화가 없던 집단 내부에서 문제가 터져 나올 때 자주 나오는 말이다. 집단에서 썩은 곳이 발견되면 내부 사람들은 자정을 위해 힘쓴다. 범위가 넓을 경우엔 외부에서 환부를 도려내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일련의 행위들은 사후처리에 불과할 뿐이다. 썩은 부분이 발견되기까지 걸린 시간이 길수록 피해를 받는 이들은 늘어난다. 국민의 세금이 들어간 집단이라면 그 피해자는 국민이 된다.

 
 
(구)국민생활체육 전국당구연합회(이하 당구연합회)가 극심한 내홍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관계자에 따르면 횡령 등 문제로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국고 지원이 2분기에 이어 3분기도 삭감된 상태다.
 
터질 게 터졌다
감시시스템 없어
 
지난 3월 당구연합회와 대한당구연맹(이하 당구연맹)은 사단법인 대한당구연맹(이하 (사)대한당구연맹)으로 통합됐다. 상급단체인 대한체육회(이하 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이하 국체회)가 통합되면서 하급단체도 변화를 겪은 것이다. 
 
두 단체의 통합 과정은 순탄치 못했다. 특히 당구연합회는 성원 미달로 해산 총회가 두 번이나 무산됐다가 세 번째에 가서야 간신히 단체 해산 절차를 밟을 수 있었다. 
 
당구연합회의 내홍은 지난해부터 불거졌다. 월간지 <스포츠 당구>를 둘러싼 논쟁부터 사무처 직원들의 비리, 횡령 등 비위 의혹이 당구연합회를 뒤흔들었다. 그 중 몇가지는 사실로 확인돼 관련자들이 징계를 받았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전국당구연합회 비리 관련 조사결과 통보’ 자료에는 문체부 산하 스포츠비리신고센터가 조사한 사무처 직원들의 비위 사실이 낱낱이 드러나 있다. 특히 협회 통장으로 관리됐어야 하는 대회 참가비를 사무국 직원들의 개인통장으로 받아 임의로 유용한 사실이 확인돼 충격을 주고 있다. 
 
조사 결과서에 따르면 대회 관련업무를 담당했던 전 사무처 과장 A씨는 2009년부터 당구연합회에서 주최, 주관하는 전국대회 참가비를 자신의 계좌로 입금 받아 대회비로 집행했다. A씨가 개인계좌로 참가비를 받은 대회는 2009년부터 확인된 것만 46개에 달한다. 2015년 12개, 2014년 9개, 2013년 9개, 2012년 3개, 2011년 5개, 2010년 4개, 2009년 4개 등이다. 
 
A씨는 문체부 조사에서 2009년 7월28일부터 개인계좌로 참가비를 받아 집행했다고 진술했고, 거래 내역서 조사 결과 이 같은 사실이 확인됐다. 조사 과정에서 문체부 스포츠 비리신고센터 조사관이 개최 계획, 결과보고, 정산내역 등 대회 관련 자료를 요구했으나 A씨는 “작성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서 관련 자료가 없다”고 밝혔다. 
 
 
횡령·비리·공금 유용 ‘비리 백화점’
4000만원 빼돌렸는데 ‘파면’으로 끝
 
이에 조사관들이 당구연합회 홈페이지의 대회 관련 공지사항과 참가비 입출금 내역서, 관련자 진술 등을 종합해 확인한 결과, A씨가 3개의 개인계좌로 참가비를 입금 받아 대회비로 집행하고 남은 잔액 가운데 4300여만원을 횡령한 사실이 드러났다. A씨 역시 조사 결과를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해당 계좌에서 공금을 수시로 인출해 용돈, 개인 채무, 신용카드 대금, 통신비, 교통 범칙금 등을 납부하는 데 사용했다. 특히 전 사무처장 B씨의 아내에게 차량 할부금으로 6회에 걸쳐 200여만원을 보내주는 등 협회에서 공금으로 다뤄야 하는 돈을 사적으로 유용한 사실이 밝혀졌다. 
 
여기에 A씨의 추가 횡령 혐의도 더해졌다. A씨는 2014년 9월 자신이 속칭 카드깡을 해준 업체 대표로부터 300여만원을 받았다. 또한 다른 당구용품 업체로부터 2009년과 2010년 각각 500여만원, 520여만원을 받는 등 3600여만원 상당을 추가로 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A씨는 이 돈에 대해 “빌린 것”이라고 진술했지만 상환했다는 증빙 자료가 없어 조사관들은 횡령이 의심된다는 의견을 냈다.
 
사무처 직원의 공금 유용 혐의도 나왔다. 사무국 직원 C씨는 2012년 2월경부터 2014년 12월경까지 11개의 포켓볼 전국대회 참가비를 개인계좌로 받아 A씨에게 보내 대회비로 사용하게끔 했고, 이 중 10여만원을 개인적으로 유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후 C씨는 10만원을 상환했다. 
 
문체부는 사무처 직원들의 비위 사실을 바탕으로 당구연합회의 부적정한 회계 처리에 대해 지적했다. 당구연합회 회계규정을 보면 모든 수입은 당구연합회 명의 계좌로 은행에 예금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A씨와 C씨는 확인된 것만 총 57개 대회에서 참가비를 개인계좌로 받았으며, 7년간 단 한 번도 대회 집행 이후 남은 잔액을 당구연합회의 수입으로 입금하지 않았다. 
 
수상한 사무처장 
부당수익 의혹
 
또한 당구연합회는 아무 근거 없이 A씨에게 차량 보조금과 업무 활동비 등 명목으로 2010년 3월부터 2012년 1월까지 매월 50만원씩 지급했고, 2012년 2월부터 2015년 12월까지는 매월 20만원씩 지급했다. 당구연합회가 6년간 A씨에게 2000만원이 넘는 돈을 임의로 지급한 셈이다. 이에 대해 A씨는 “2010년도 이사회에서 차량 보조금 및 급여보조금 명목으로 매월 50만원씩 지급하기로 의결했다”고 주장했다.
 
2012년에는 당구연합회 형편이 어려워져 사무국에서 자체 조정해 20만원씩 지급 받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2010년 이사회에서 의결한 내용에는 특정 직원에 대한 보조금 지급 관련 내용이 없었고, 근거나 증빙 자료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문체부는 사무국 직원들이 후원금이나 후원물품을 되파는 방법으로 공금을 횡령했다는 추가 제보를 받긴 했으나 증빙 자료가 없고, 직원들이 혐의를 모두 부인해 확인이 안 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관련자들에 대한 형사고발이 필요하며, 사법 당국의 수사가 진행되면 추가 혐의가 드러날 것으로 본다고 판단했다. 문체부 조사 결과 A씨는 중징계에 해당하는 파면 조치를, C씨는 경고 조치를 받았다.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문체부 스포츠 비리신고센터는 전 사무처장인 B씨에 대한 진정서를 받았지만 조사를 진행하지 않았다. B씨가 조사 당시 이미 당구연합회 자체 진상 조사를 거쳐 파면 당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또한 B씨에게 걸려있던 업무상 배임, 사문서 위조 등으로 인한 고소·고발 조치가 지난 3월 취하되면서 그에 대한 진실은 베일에 가려져 있는 상태다. 사무처 직원들의 경우 일부나마 비위 혐의가 확인된 점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지난해 9월4일 문체부에 접수된 진정서에 따르면 B씨는 <스포츠 당구>를 발행하면서 광고 수익을 횡령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고발인은 진정서에서 B씨가 잡지를 발행해온 13년간 약 32억5000여만원에 달하는 광고 수익을 횡령·착복한 의혹이 있으며, 이로 인해 단체에 심각한 손해를 끼치는 배임 행위를 했다고 주장했다. 

 
 
B씨는 2000년 당구연합회가 창립될 무렵부터 최근까지 약 16년간 당구연합회 사무처장으로 근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이 된 <스포츠 당구>는 2002년 5월부터 발행됐다. 가장 문제가 되는 지점은 <스포츠 당구>가 협회지인지, 개인지인지 여부다. 잡지의 성격에 따라 B씨에게 쏟아지는 의혹의 크기가 달라지기 때문에 이는 중요한 쟁점 사안으로 떠올랐다. 

사무처 비위 사실 드러나
수시로 인출해 사적 유용

국체회는 당구연합회에 진정서에 대한 자체 진상조사를 지시했다. 이에 당구연합회는 진정서가 접수된 지 1주일 만인 9월11일 1차 징계위원회를 열어 B씨가 받고 있는 의혹에 대해 논의했다. 당초 1차 징계위원회는 B씨의 복무규정 위반에 대한 징계를 논하는 자리였다.
 
당시 당구연합회 회장 D씨는 B씨의 무단결근, 회장 불신임 하극상 등에 대해 징계위원회를 소집한 상태였다. B씨는 진정서가 접수되기 전날인 9월3일 사직서를 제출했으나 진정서 건이 불거지면서 수리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B씨는 이 자리에서의 소명 발언을 통해 “저는 <스포츠 당구>가 완벽하게 개인지라고 생각한다”면서 “개인으로 등록했는데 많은 사람들이 협회지로 알고 있다”고 했다. 또한 “<스포츠 당구>가 협회지였다면 지난 십 몇 년간 국체회에 예·결산이 다 잡혔어야 했는데 그런 적이 없다”면서 “대의원들이나 이사님들이 한 번도 이의 제기를 한 적이 없다는 게 개인잡지라는 방증”이라고 주장했다. 
 
B씨가 줄곧 편집인으로 있던 <스포츠 당구>는 약 13년간 제호가 세 번, 등록사항이 여섯 번이나 바뀐 파란만장한 역사를 거쳤다. <스포츠 당구>의 첫 제호는 <당구소식>이었다. 당시 발행인은 전임 회장이었던 E씨였고, 발행소는 당구연합회 주소였다. 이후 제호가 <스포츠 빌리아드>로 바뀌는데 이때 발행소 주소가 연합회와 관계없는 곳으로 변경된다. 
 
고발인은 그 당시기 B씨가 <스포츠 당구>를 사유화하려 했던 1차 시도였다고 설명했다. 그 근거로 서울시가 <스포츠 빌리아드>에 발행정지 2개월 처분을 내린 것을 들었다. 서울시는 2008년 <스포츠 빌리아드>가 신문 등의 자유와 기능 보장에 관한 법률(신문법) 제19조에 의한 필요적 게재 사항 중 발행처를 임의로 변경·게재해 발행한 사실에 대해 행정처분을 진행했다.
 
그러자 B씨는 2008년 <스포츠 당구>라는 제호로 잡지를 다시 등록하기에 이른다. 이때는 발행소 주소를 당구연합회로, 발행인은 전임 회장이었던 E씨로 했다. 이후 지난해 4월 신임 회장인 D씨가 자신을 발행인으로 잡지를 재등록하는 등 등록사항이 변경된 것을 제외하면 8월 초까지 <스포츠 당구>는 안정기를 맞았다. 
 
<스포츠 당구>
사유화 시도
 
하지만 8월12일 B씨는 돌연 서울 송파구청에 <스포츠 당구> 폐업신고서를 제출했다. 게다가 이 과정에서 회장의 직인을 임의로 사용한 것이 드러났다. B씨가 폐업신고서에 기록한 폐업사유는 ‘협회 방침’이었다. 당시 회장이었던 D씨는 펄쩍 뛰었다. 자신은 <스포츠 당구> 폐업에 동의한 적이 없으며, 직인을 내준 사실도 없다는 것이었다.
 
B씨는 약 2주 뒤인 8월말경 서울 강동구청에 자신을 발행인이자 편집인으로 하는 동일 제호의 <스포츠 당구>를 등록 신고했다. B씨의 두 번째 잡지 사유화 시도다. 고발인은 <스포츠 당구>의 등록사항과 제호가 바뀌는 동안 B씨가 매월 2500만원 어치의 광고를 수주해 연간 약 2억∼3억원, 13년간 총 32억원이 넘는 광고 수익을 올린 것으로 추산했다.
 
당구연합회 부회장, 이사 등 임원 3인으로 구성된 진상조사위원회는 B씨와 <스포츠 당구>에 관한 의혹을 약 한 달간 조사했다. 그리고 지난해 10월16일 2차 징계위원회에서 그 결과를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진상조사위원회는 <스포츠 당구>의 성격을 협회지로 결론내리면서 B씨가 광고 수익 등으로 부당 수입을 거둔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진상조사위원회는 그 근거로 중간에 <스포츠 당구>가 2년(<스포츠 빌리아드> 제호로 발행됐던 시기)을 제외하고 발행소는 당구연합회로, 발행인은 당구연합회 회장으로 발행됐던 점을 들었다. 협회지의 성격이 짙다는 것이다. 진상조사위원회는 또한 B씨가 강동구청에 새로 등록한 잡지에 대한 권리를 가져와야 한다는 의견도 냈다. <스포츠 당구>를 협회지로 결론 내린 이상 모든 권한을 당구연합회가 가져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이에 서울동부지방법원 제21민사부는 당구연합회가 B씨를 상대로 낸 정기간행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에서 <스포츠 당구>를 협회지로 볼 근거가 충분하다면서 당구연합회에 권한이 있다고 판결했다. 또한 서울시 행정심판위원회는 B씨가 송파구청에 낸 폐업신고를 무효로 확인해 주면서 <스포츠 당구>는 협회지라는 주장에 힘이 실렸다. 행정심판위원회는 B씨가 진행한 <스포츠 당구>에 대한 폐업신고는 권한이 없는 사람이 폐업신고서를 위조해 진행했기에 이는 무효라고 재결했다. 
 
그럼에도 B씨는 여전히 <스포츠 당구>를 개인지라고 주장하고 있다. B씨는 “임원과 대의원의 동의없이 잡지를 13년간이나 계속할 수 있었겠나”라면서 “개인잡지에 협회 이름을 쓴 것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B씨는 “협회에 권한이 조금 있을 수는 있다”는 말을 남겼다. B씨는 현재 가처분 소송을 담당한 서울동부지방법원에 본안 소송을 제기하라는 제소 명령 신청을 해둔 상태라고 밝혔다. 
 
사실 B씨가 <스포츠 당구>를 개인지라고 주장하려면 그간 잡지를 발행하면서 얻은 수익에 대한 소득세, 부가가치세 등 세금을 낸 자료가 있으면 된다. 하지만 B씨는 이에 대해 “(세금에 대해) 잘 알지도 못했고, 그 부분에서 조금 미흡했던 것 같다”는 답변을 내놨다. B씨는 <스포츠 당구>가 개인지든, 협회지든 자신의 의무를 제대로 하지 않은 셈이다. 
 
B씨는 현재 <큐스포츠>라는 당구 관련 월간지를 발행하고 있다. 지난달 25일까지 <큐스포츠> 홈페이지에는 ‘스포츠당구는 매월 발간되는 당구 관련 월간지로서 전국의 모든 당구장과 동호인, 그리고 선수 및 지도자들에게 매월 무료로 발송되고 있습니다’라는 내용이 기재돼 있었다. B씨는 이를 두고 “<스포츠 당구> 홈페이지를 바꿔 쓰는 바람에 그렇게 됐다”면서 수정 조치를 취한 상태다. 
 
당구연합회 관계자는 “제호만 바뀌었을 뿐 <스포츠 당구> 당시 광고주들이 <큐스포츠>에도 광고를 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스포츠 당구>가 협회지라는 게 중론인데, 왜 그에 대한 후속 조치가 없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문체부는 “스포츠 비리신고센터에 접수된 모든 사안 중 사후 처리가 미흡했던 부분에 대한 재조사를 대한체육회에 지시한 상태”라고 말했다. 하지만 중징계를 지시했는데 경징계로 끝났다던가 하는 정도만 재조사하는 것이지 이미 파면, 해임 등 조치를 받은 사람에 대해서는 별다른 조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당구연합회 관계자는 “이번 사안은 당구연합회 내부에서 불거져 나왔지만 크게 보면 상급 단체의 관리 소홀도 원인 중 하나”라면서 “이번 일을 제대로 털고 가지 못하면 통합 단체인 (사)대한당구연맹에도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후처리 미흡
문체부 재조사
 
일각에서는 이번 일을 두고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체육회 산하 단체는 오래 앉아있으면 반드시 때가 탈 수밖에 없는 구조”라면서 “상급 단체의 외부 감사는커녕 내부에서도 감사가 뭘 하는지 알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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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10년 묵은’ 서불대 교수 학위 논란

[단독] ‘10년 묵은’ 서불대 교수 학위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체 구성원이 200명도 안 되는 학교서 한 교수를 둘러싼 논쟁이 10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해당 교수의 학사학위가 논란의 시발점이다. 임용 당시 서류에 기재한 내용을 두고 사실 여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고등교육법 제30조(대학원대학)에 따르면, 특정 분야의 전문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에는 대학원만 두는 대학, 이른바 대학원대학을 설립할 수 있다. 일반적인 종합대학과 달리 학사과정을 운영하지 않고 석·박사 과정만 두는 교육기관이다. 작은 학교 오랜 잡음 서울 금천구에 위치한 서울불교대학원대학교(이하 서불대)도 그중 한 곳이다. 재단법인 불교안양원의 이사장인 덕해큰스님이 설립했다. 2002년 9월1일 개교한 서불대는 불교학과, 상담심리학과, 심신통합치유학과 등 3개 학과로 구성돼있으며 현재 석‧박사 학위과정 입학정원은 81명이다. 학교법인 보문학원서 운영을 총괄한다. 최근 서불대가 소속 교수의 학사학위 문제로 시끄러워졌다. 부교수인 정모씨의 학사학위가 진짜인지 가짜인지를 두고 경찰 고발까지 진행되는 등 심각한 상황이 연출됐다. 문제는 정 교수의 학위 논란이 불거진 게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 2월 서불대 관계자는 정 교수를 고발했다. 고발장에는 정 교수가 지원 당시 제출한 서류에 학력 부분을 허위로 기재하고 임용됐다는 내용이 담겼다. 고발인은 “학사학위도 없는 교수가 석‧박사를 지도하는 엉터리 같은 상황이 우리 대학원서 자행되고 있다”며 “사실 여부를 정확히 가려 일벌백계해달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2005년 9월1일 서불대 전임강사로 신규 임용됐다. 2007년 9월1일 조교수로 승진, 2015년 3월1일 부교수가 된 이후 현재까지 재직하고 있다. 쟁점이 된 부분은 정 교수가 2005년 7월 서불대 전임강사 임용 과정서 제출한 ‘신원진술서’와 ‘교수초빙 지원서’의 학력란이다. 정 교수는 학사 부분에 학교명 ‘Buddhist and Pali University’(스리랑카 국립 팔리불교대학교), 학과명 ‘Buddhist Social Philosophy’, 전공 ‘Buddhist Social Philosophy’라고 기재했다. 수학 기간은 1992년 3월부터 1997년 2월로 1997년 1월1일에 문학학사학위를 취득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정 교수가 함께 제출한 ‘신원진술서’에 1994년 6월부터 1995년 12월까지 군대에 다녀왔다고 적은 부분이다. 스리랑카 국립 팔리불교대학서 공부한 기간과 군 복무 기간이 겹치는 것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정 교수는 1997년 1월에 스리랑카로 출국, 같은 해 3월에 입국했다. 2015년 첫 문제 제기 2021, 2022년, 올해도 기록의 모순점이 알려지면서 정 교수의 학사 학위를 검증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결국 서불대 학위검증위원회는 2014년 1월부터 2015년 8월까지 정 교수의 학사학위를 검토했다. 그리고 정 교수의 학사학위에 하자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정 교수는 당시 소명서에 학사과정을 적은 스리랑카 국립 팔리불교대학교가 아닌 한국분교서 군 복무 기간에 진행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심지어 한국분교인 ‘한국불교대학’은 당시 교육부 미인가 대학이었다. 눈여겨볼 만한 대목은 보문학원 이사회의 처분이다. 보문학원은 2015년 9월2일 개최한 이사회서 정 교수의 임용 과정 중 면접위원이었던 이모 교수와 김모 교수를 중징계 조치했다. 정 교수가 스리랑카 국립 팔리불교대학교의 한국분교서 학사과정을 한 사실을 인지했지만 이를 이사회에 보고하지 않아 보문학원과 서불대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퇴직 상태였기 때문에 ‘퇴직 불문’ 처리됐다. 근무 중 문제가 발생했지만 징계 절차 전에 퇴직해 문제 삼지 않는다는 뜻이다. 또 서불대에는 기관경고 처분을 하면서도 정 교수에는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징계처분을 하지 않았다. 결론적으로 정 교수의 학위 논란에 책임진 사람은 아무도 없는 셈이다. 일단락되는 듯했던 학위 논란은 지난 2021년 재차 불거졌다. 이번에 문제된 부분은 성적증명서였다. 한국불교대학서 정 교수가 학부 과정을 진행했다는 시기와 인접한 때에 발부한 성적증명서와 그가 제출한 문서가 다르다는 새로운 의혹이 드러난 것이다. 실제 정 교수가 제출한 서류는 성적증명서가 아닌 졸업시험성적표로 확인됐다. 서불대는 ‘계약제 교수 업적평가 규정’에 따라 계약제로 임용된 교수의 계약기간을 1~3년으로 정하고 있다. 정년보장 교수(정교수) 승진 전까지 1~3년 단위로 재계약을 진행하는 것이다. 교원인사위원회가 영역별로 평가한 뒤 임용 혹은 면직을 제청하면 법인서 이를 승인하는 방식이다. 정 교수는 당시 일정 기간 단위로 계약을 새로 체결해야 하는 부교수 신분이었다. 6년 만에 바뀐 결론 서불대는 2021년 6월21일 열린 교원인사위원회서 정 교수의 부교수 임용 심의에 대해 논의했다. 그 결과 정 교수가 임용 서류에 학사학위 관련 허위 사실을 기재한 것이 면직 사유에 해당할 수 있다는 법률 자문 결과를 들어 면직을 제청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사립학교법 제58조(면직의 사유)는 ▲인사기록에 있어 부정한 채점‧기재를 하거나 거짓 증명 또는 진술을 했을 때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임용됐을 때 등의 이유로 해당 교원의 임용권자는 그 교원을 면직시킬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당시 변호사는 정 교수가 교원으로 임용될 당시 제출한 지원서에 허위 사실을 기재한 것이 사실이라면 면직 사유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고 자문했다. 그러면서 교원인사위원회서 심의하고 교원징계위원회의 동의가 이뤄지면 정 교수를 면직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서불대 교원인사위원회는 정 교수의 면직을 보문학원에 제청했다. 이후 보문학원은 서불대 교원징계위원회에 정 교수에 대한 면직 동의를 요구하는 문서를 제출했다. 보문학원이 기재한 징계 사유는 “(정 교수가) 임용 지원 당시 교원임용지원서에 ‘스리랑카 국립 팔리불교대학 한국분교 한국불교대학’으로 표기했어야 하는 것을 당시 면접위원들과 논의해 ‘한국분교 한국불교대학’을 제외하고 ‘스리랑카 국립 팔리불교대학교’만으로 표기했다”는 것이었다. 정 교수는 “2015년 학위검증위원회서 ‘문제 없음’, 이사회서 ‘불문 처리’됐다며 항변했지만 결국 면직됐다. 흥미로운 사실은 2015년과 2021년 두 차례 걸친 검증 과정서 서불대와 보문학원 이사회는 정반대의 결론을 내렸다는 점이다. 서불대 사정에 밝은 관계자는 “2015년에 진행된 학위 검증이 얼마나 엉터리였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교원소청심사위원회의 판단은 또 달랐다. 보복이냐 허위냐 정 교수는 면직된 이후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면직 처분 취소 청구’를 제기했다. 교원소청심사위원회는 정 교수의 면직 처분이 위법하다며 취소한다고 결정했다. 당시 정 교수는 ▲2014~2015년 학위 검증 ▲사학비리 신고에 대한 보복성 조치 ▲면직 사유 부존재 등의 주장을 내세웠다. 2021년 1월경 서불대 전 총장 황모씨 등 일부 인사의 입시 및 학위 수여 부정, 다국어교육원 운영과 관련한 횡령 혐의 등을 교육부에 감사 요청한 것을 두고 그에 대한 보복성 조치로 면직 처분을 진행했다는 설명이다. 또 학사학위를 스리랑카 국립 팔리불교대학교서 받은 사실과 수학한 곳이 해당 학교의 한국분교라는 사실은 서로 다른 범주라고 강조했다. 공부한 곳을 지원서에 적지 않았다고 해서 학사학위를 받은 자체가 허위는 아니라는 주장이다. 교원소청심사위원회는 2014~2015년에 이뤄진 학위 검증에 대해 언급했다. 서불대가 요청한 학부‧석사 성적, 재학증명서에 대해 스리랑카 국립 팔리불교대학교가 서류를 보낸 점, 당시 면접위원이었던 김모 교수의 확인서 등을 근거로 삼았다. 김 교수는 “학사 및 석사학위에 하자가 없음을 확인했다”고 진술했다. 또 교원소청심사위원회는 학위검증위원회의 판단 자체도 문제가 없다고 봤다. 반면 문제를 제기한 쪽은 정 교수가 신규 임용 재계약 과정서 제출해야 할 서류를 내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서불대 규정에 따라 진행하는 재임용 과정서 정 교수가 그 기준에 미치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서불대 관계자는 “사립대학 교원의 임용권은 학교법인이나 학교의 장에게 있다는 교육부의 유권해석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서불대 교원의 신규 임용 후보자는 규정에 따라 14가지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대학 졸업증명서 및 성적증명서 ▲석·박사 학위증명서·성적증명서 및 학위기 사본 ▲경력증명서 등이다. 서불대 관계자는 “정 교수는 학사(대학)학위 관련 서류를 제출하지 못하고 있다”며 “특히 2005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학사 성적증명서를 누락했다”고 주장했다. 학내 결정, 외부 기관 뒤집혀 면직→복직, 재임용 1년→3년 2022년 또다시 학위검증위원회와 교원인사위원회가 잇따라 개최됐다. 정 교수를 포함한 교수 3명의 재임용을 논의하는 과정서 학위 검증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반영됐다. 학위검증위원회는 정 교수의 학사학위에 대해 다시 문제를 제기했다. 당시 회의록에 따르면 “2015년 학위검증위원회가 잘못 심의한 부분과 2015년 이후 추가로 밝혀진 부분을 참고해 재검증한다”는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서불대 교원인사위원회는 학위검증위원회의 결과를 바탕으로 정 교수에 ‘재임용 불가’를 의결했다. 보문학원은 단서 조항을 달아 ‘조건부 1년 재임용’으로 결론내렸다. 하지만 정 교수가 법인의 결정에 반발해 국민권익위원회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사안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국민권익위원회가 1년 조건부 재임용 계약을 취소하고 3년 재임용 계약을 체결하라고 주문한 것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정 교수는 서불대의 교직원 부당 채용 의혹 등을 신고한 뒤 재임용 계약기간 단축 등 불이익 조치를 받았다며 ‘신분보장등조치’를 신청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정 교수의 신고가 없었더라도 동일한 내용의 불이익 조치를 받았을 만한 정당한 사정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정 교수가 2021년 2~3월에 신고한 교직원 채용 관련 문제에 대해 교육부가 징계 조치 등을 요구한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후 보문학원은 정 교수와 3년 재임용 계약을 맺었다. 강의 배정, 논문지도 교수 위촉 등 국민권익위원회의 주문 사항도 처리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월에 이뤄진 경찰 고발사건 역시 ‘공소권 없음’으로 처리해 불송치됐다. 경찰은 정 교수의 업무방해 혐의에 공소시효가 만료됐다는 이유를 들었다. 업무방해 혐의의 공소시효는 7년이다. 서류 누락 진실은? 서불대 관계자는 현재 상황에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는 “정 교수는 ‘교원의 자격’ ‘신규 임용자의 제출서류’ 등 학교 규정을 무시한 채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며 “학사학위와 관련한 서류를 내면 모든 게 마무리되는데 2005년 신규 임용 때부터 19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그걸 못 내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이 문제를 학교나 법인 차원서 처리하지 못하는 게 답답하다”고 한탄했다. 정 교수의 입장을 듣기 위해 질의서를 보내고 통화를 시도했다. 정 교수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취재에 응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학교법인 보문학원에도 질의서를 보냈지만 답변이 오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