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전단지 뗀’ 여중생 검찰 송치 용인동부경찰서 파장

뒤늦게 논란 일자 보완수사 지시
과거 법원 유사 판례 살펴보니…

[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소재의 아파트 내 엘리베이터에 붙어 있는 전단지를 뗀 혐의로 여중생 A양과 해당 아파트 관리사무소 B씨가 검찰에 송치됐다는 소식이 뒤늦게 전해지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지난달 8일, A양은 용인동부경찰서로부터 ‘재물손괴죄로 검찰에 송치됐가 결정됐다’는 수사결과통지서를 받았다. 이에 A양 모친이 용인동부서에 “검찰에 송치하려면 험의가 있어서 올린 거 아니냐?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 묻고 싶다”며 문의했다.

용인동부서 담당 형사는 “A씨의 행위에 위법성 조각 사유 같은 건 없고, 혐의가 명백해 송치를 결정했다”며 “행동 자체가 형법서 규정하는 재물손괴죄에 해당하며 촉법소년이므로 자기 행동에 책임져야 하는 나이가 맞다”고 답했다.

모친은 해당 전단지가 불법적으로 부착됐으며, 일주일에 3만3000원을 지불하고 붙일 수 있는 게시판이 따로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3일 경기남부경찰청 등에 따르면, 해당 아파트에 거주 중인 A양은 지난 5월, 엘리베이터에 탑승했다가 거울을 보는 과정서 붙어 있던 전단지를 뜯어낸 혐의(재물손괴죄)로 입건됐다. 이날 용인동부서는 A양과 B 소장 외에도 다른 60대 아파트 주민 C씨도 함께 입건해 검찰에 송치했다.

용인동부서는 지난 2022년 평택지방법원의 공동주택관리법 판례를 참고해 A양이 비인가 전단지를 뜯어낸 행위가 재물손괴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A양 측은 해당 사실을 국민신문고 등에 이의를 제기했다.

모친에 따르면 현재 중학교 3학년인 A양은 고등학교 입시를 중인 데다 사춘기라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다.

또 해당 사연이 JTBC <사건반장>을 통해 알려지고 다수의 매체를 통해 보도되면서 용인동부서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엔 “어디 전단지 무서워서 살겠냐?” “경찰서 앞에서 쓰레기 주으면 점유물이탈죄인가요?” “여기가 그 유명한, 어떤 스티커를 아무데나 붙여도 보호해준다는 그곳인가요?” “불법 전단지 붙이는 알바 알아보고 있어요” 등 항의성 글들이 폭주하고 있다.

논란이 일자, 상급기관인 경기남부경찰청은 추가로 고려할 사항이 있다고 판단해 검찰과 협의 후 보완수사를 결정했다.

일부 항의글엔 ‘용인동부경찰서장입니다’라는 제목으로 “많은 소중한 의견 중 이 게시글에 답변을 드린다. 언론 보도와 관련해 많은 분들에게 걱정을 끼친 점 서장으로서 죄송하다는 말씀부터 드린다”며 “해당 사건 게시물의 불법성 여부 등 여러 논란을 떠나서 결과적으로 좀 더 세심한 경찰 행정이 이뤄지지 못한 점에 대해서 아쉽게 생각하고 있다”는 댓글이 달렸다.

그러면서 “여러분의 관심과 질타를 토대로 더욱 따뜻한 용인동부경찰로 거듭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약속도 추가됐다.

단, 해당 댓글을 단 주체가 용인동부경찰서장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과거 공동주택의 불법 부착 전단지 및 광고물을 떼거나 훼손했던 유사 사건서 사법부의 유·무죄 판단은 사례마다 다소 엇갈렸다.

지난해 11월24일에 확정된 아파트단지 내 재물손괴죄(현수막 제거) 재판서 무죄가 선고됐다.

서울북부지방법원은 아파트단지 안에 걸려 있던 현수막을 제거해 재물손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던 서울 동대문구 모 아파트 전 관리사무소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전 관리소장은 2022년 아파트 리모델링주택조합설립추진위원회가 설치한 건설사 명의의 명절 인사 현수막, 승강기 앞에 설치한 리모델링사업추진 주민설문조사에서 회수함, 리모델링사업 홍보 게시물을 임의로 철거한 혐의로 기소됐다.

법원은 “관리주체의 동의를 얻지 않고 설치된 현수막과 게시물을 제거하도록 한 아파트 관리규정에 따른 정당행위로 회수함 철거는 입대의 회장 지시에 따른 것으로 위법성이 조각된다”는 관리소장 측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입주자 등이 공동주택에 광고물·표지물을 부착하려는 경우 관리주체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한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과 ‘광고물, 선전물 등을 지정되지 않은 장소에 붙이거나 미관을 해치는 행위에 대해 관리주체가 부동의해야 한다’고 정한 아파트 관리규약을 근거로 들었다.

특히 아파트의 광고 및 홍보물 관리규정이 법원의 판단에 영향을 미쳤다.

홍보물 관리규정에 따르면 ‘관리주체의 인장으로 동의를 받지 않고 게시된 현수막과 승강기 내·외부에 부착하는 광고 및 홍보물을 발견하는 경우 관리주체는 즉시 제거해야 한다’고 규정돼있었다.

A양이 떼어낸 전단지는 ‘OO을 사랑하는 모임, OO아파트 발전협의회’서 제작됐으며, 아파트 하자 및 보수 신청을 받는 아파트 내 사조직인 것으로 전해졌다. 아파트 내 주민 자치 조직이 하자 보수에 대한 주민 의견을 모으기 위해 부착한 것으로, 관리사무소로부터 게재 인가를 받지는 않은 이른바 ‘비인가 전단지’로 파악됐다.

해당 자치 조직은 아파트 하자 보수 범위를 둘러싸고 입대의 및 관리사무소와 갈등을 빚어왔으며 이에 따라 전단지에 관리사무소의 인가 도장도 찍혀 있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위의 무죄 판결 사례처럼 엘리베이터 안에 붙어 있던 전단지가 관리주체의 인가없이 부착된 것으로 확인된 이상, 경찰의 보완수사 후 다른 판단이 나올 가능성이 높아졌다. 

물론 유사 사례가 유죄로 인정된 판단도 존재했다. 다만, 단순한 전단지가 아닌 현수막이었고 효용가치를 떨어뜨려 재물을 손괴한 부분이 유·무죄 판결을 갈랐다.

의정부지방법원 남양주지원은 남양주시 소재의 한 아파트의 관리규약 개정안 서명 내용의 현수막을 제거하도록 지시한 소장과 커터칼로 현수막을 자른 관리 직원에 대한 재물손괴죄를 인정해 각각 벌금 30만원, 20만원을 선고했다.

이들은 아파트 관리규약에 따라 불법적으로 설치된 현수막을 적법하게 철거했으므로 정당행위라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설령 현수막이 관리규약을 위반해 설치됐다고 하더라도 관리사무소나 소속 직원이 이를 철거한 적법한 권한이 있다고 볼 법률상 또는 규약상 아무런 근거가 없다고 봤다. 또 이들이 현수막을 단순히 제거한 것이 아닌, 커터칼로 찢어 효용을 완전히 훼손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효용가치를 떨어뜨려 재물을 손괴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서울동부지방법원은 서울 송파구 아파트 재건축 추진 현수막을 제거한 입대의 회장과 소장에게 각각 벌금 30만원 및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입대의 의결을 거쳤어도 적법하지 않고 관리주체에 동의받지 않은 현수막의 철거 권한이 있지 않다는 게 판단의 요지였다.

그러면서 관리주체가 현수막 자진 철거를 청구하거나 민사소송을 제기해 강제집행으로 구제받는 등의 법적 절차를 통해 업무를 수행했어야 한다고 판시했다.

공동주택관리법령에 광고물 등의 게시를 할 때 관리주체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규정은 있어도 동의받지 않은 광고물 등을 관리주체나 입대의가 철거할 수 있다는 규정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해석한 셈이다. 관리주체에게 광고물 등에 대한 게시 동의 권한은 있어도 동의받지 않은 광고물 등을 함부로 철거할 권한까지는 없다는 의미다.

이번 사례도 비록 A양이 거울을 보는 데 불편을 야기했다고 하더라도 직접 떼지 말고 관리사무소를 통해 부착 업체에 연락해 자진 철거하도록 조치했어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다만 일각에선 아파트 관리규정에 따라 불법 전단지는 제거 대상으로 관리소장이나 입주민이 이를 제거하는 행위는 권리행사의 일환이고 재물손괴죄의 구성요건 미충족, 불법 전단지의 제거라는 정당한 목적을 갖고 있었으며, 공공의 이익을 고려한 행위(위법성 조각 사유) 등이 용인동부서에서 참작되지 않은 점은 아쉽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누리꾼은 “(아파트 내 불법 전단지 떼는 게)굳이 검찰 송치까지 가야 할 일인가 싶다. 경찰서 모든 정황을 검토해서 합리적으로 판단했어야 할 문제였는데, 그 정도의 융통성도 없이 최일선서 국민들의 질서 유지와 안녕을 위해 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누리꾼은 “경찰서 고발장이 들어온 이상 아무런 액션을 취하지 않았다면 이것도 업무태만, 직무유기라면서 담당 경찰관을 물고 늘어졌을 게 뻔한데, 경찰도 나름대로 머리를 굴린 거 아니겠느냐”며 경찰 판단에 힘을 싣기도 했다.

주거침입 여부도 쟁점이 될 수 있다.

형법 제319조(주거침입, 퇴거불응)는 사람의 주거, 관리하는 건조물, 선박이나 항공기 또는 점유하는 방실에 침입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에 따르면, 주거침입의 성립 여부는 거주자가 아닌 외부인이 공동주택의 공용 부분에 출입한 것이 일반 공중의 출입 허용 공간이 아닌 필수적 부분으로 외부인의 출입 목적 및 경위, 출입의 태양 및 출입 시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주거의 평온 상태를 침해했는지’다.

주택업계에 따르면 아파트는 외부와의 경계 지점인 경비실(차량 출입문)을 기준으로 단지 전체를 공동생활 공간으로 보는 경향이 강하다. 따라서 외부인의 허락 없이 단지 내부로 들어와 주거자나 관리인의 평온을 침해할 경우, 건조물침입죄의 구성요건에 해당될 수 있다. 문제는 위법성의 조각 사유가 있는지의 여부 정도가 된다.

핵심은 공동현관의 비밀번호를 입력해야 출입이 가능하고 거주자나 관리자의 승낙없이 출입을 시도했느냐는 부분인데 이는 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해당 자치 조직이 아파트 내 사조직인 만큼 외부인이 아닐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자치 조직에 대한 광고물 무단부착의 경범죄 처벌 여부도 고려해야 한다.

경범죄 처벌법 제3조 제1항 9호(광고물 무단부착 등)는 다른 사람 또는 단체의 집이나 아파트 현관문, 그 밖의 인공구조물과 자동차 등에 함부로 광고물 등을 붙이거나 글씨·그림을 그리거나 새기는 행위 등을 한 사람 또는 공공장소서 광고물 등을 함부로 뿌린 사람에 대해 불법 부착물 부착죄로 처벌하고 있다.

이 경우 적발 시 5만원의 범칙금이 발생하며 범칙금은 부착한 당사자가 아닌 부착을 지시한 사람(또는 단체)에게 부과된다.

법조계에선 일반적으로 상업 목적의 전단지일 경우 전단지 소유자는 불법 전단지에 대한 소유권을 포기한 것으로 볼 수 있는 만큼, 이를 수거하거나 떼어내 효용가치가 상실되더라도 재물손괴죄가 성립되지 않는 것으로 보고 있다.

논란은 더 있다.

전단지를 떼냈던 A양이 어떻게 특정돼 고소됐느냐 하는 부분이다. 아파트 규약상 엘리베이터 내, 지하주차장 내에 설치돼있는 CCTV 영상은 경찰을 대동하지 않는 이상 확인이 불가하다. 그런데도 전단지 부착 업체서 CCTV 촬영 영상으로 여중생임을 확인했고 특정해 재물손괴지로 고소한 것인데 이는 법적으로 문제의 소지가 다분해 보이기 때문이다.

이때 관리사무소에선 비인가 전단지 부착을 문제삼았어야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haewo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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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에선 인물난 속에서도 조직표를 놓지 못하는 흔적들이 감지된다. 서울시장 경선 참여자들은 장동혁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고 있다. 조직표에 기반한 정당이 집권하지 못했던 과거 사례들은 국민의힘을 더 깊은 늪으로 몰고 있다. 리얼미터·한국갤럽이 지난달 각각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높지만,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발표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62.2%로 확인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3일부터 27일까지 5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251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가면 갈수록 지지율 격차 민주당 지지율은 51.1%로 집계됐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30.6%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6일부터 27일까지 이틀 동안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두 조사 모두 무선 자동응답 방식을 활용해 무작위 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국갤럽도 비슷한 기간 동안 유사한 조사를 진행했다. 한국갤럽이 발표한 이 대통령 지지율은 65%였다.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46%로 집계됐고, 국민의힘은 19%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4일부터 26일까지 3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두 조사 모두 무작위로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조사 결과들을 놓고 “민주당과 국민의힘 간 지지율 격차가 상당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지방선거에서 언제나 중요한 승부처로 거론되는 서울시장·경기도지사 선거와 관련해 국민의힘이 인물난을 겪고 있는 현 상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에선 양향자 최고위원·새누리당 함진규 전 의원 등 2명이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당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추미애 의원·한준호 의원이 치열한 경쟁을 하는 것과 대비된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에선 유승민 전 의원에게 지속해서 출마를 권유했다. 국민의힘으로선 “중도 성향 유권자에게도 설득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 유 전 의원이 경기도지사 후보로 적임이란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 전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달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한 이후에도 당의 강경 노선에 큰 변화가 없다”는 인식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달 27일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만났던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출마 권유에도 “불출마한다는 생각엔 변화가 없다”면서 끝내 거절했다. 그러자 양 최고위원은 같은날 KBS 라디오 <세상의 모든 정보 윤인구입니다>에 출연해 “정당·국가 운영과 공천은 원칙·절차적 정당성 확보가 중요하다”며 “어떤 분이 제게 ‘절대로 떠밀려서 나오는 선거는 하면 안 된다’고 말했는데, 확실한 소명 의식을 가진 사람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천이 마무리되는 대로 당이 필요로 하는 가장 어려운 곳에서 제 역할을 다할 준비를 하겠다”며 “아무도 가지 않으려는 곳에서 또 다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썼다. 이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 암시로 해석됐고, “유 전 의원에게도 출마를 간접 압박하는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겹치는 악재에 강경 보수 조직표 의존? 장동혁 지원 유세? 각지 후보들 ‘난색’ 하지만 유 전 의원은 불출마 의사를 바꾸지 않았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유 전 의원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며 “현재 신청하신 훌륭한 두 분을 포함해 여러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방선거 공천이 사실상 완료됐다”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를 선언한 후 사퇴했다. 부산에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과 부산시장 후보 경선을 치러야 하는 박형준 부산시장이 손영광 울산대 교수를 공동선대본부장으로 임명했다. 손 교수는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한 손현보 목사의 아들이다. 이는 박 시장이 직접 지난달 24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손 교수는 역량이 뛰어난 사람이고, 누구의 아들이라고 매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해명해야 할 정도로 큰 논란이 됐다. 박 시장은 국민의힘 내에서 합리적 보수 이미지가 강한 인물로 평가된다. 손 교수 영입에 대해선 “경선을 앞두고, 부산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대형 교회 조직표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서 공천 배제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해서도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진행된 2026 KBO리그 개막전을 방문해 ‘대구시장 예비후보 이진숙’이란 어깨띠를 두르고 시민들에게 인사했다. 이에 대해선 “이 전 위원장이 대구시장 선거에 무소속 출마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반대로 “국민의힘이 이 전 위원장의 공천 자체를 배제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난달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전 위원장은 정권의 무도함에 맞선 최전선 투사”라며 “대구시장 후보에 현역 의원이 공천되면, 그 지역구 재보궐선거에 이 전 위원장을 공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을 경기도지사 후보로 공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민의힘 조광한 최고위원은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 “이 전 위원장이 경기도지사 후보로도 추천되고 있다”며 “이 전 의원장의 결심 여하에 따라 선택지가 굉장히 다양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은 경기도지사 공천 가능성은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조선일보>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경기도지사 출마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제 인지도 하나만 달랑 갖고 경기도지사를 하겠다는 건 경기도민에 대한 우롱”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경기일보>는 지난달 27일 ‘국힘, 경기지사가 경선 탈락자 처리장이냐’는 제목의 사설을 공개했다. 이 사설엔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에 나선 주자는 중량감·연고성 등이 모두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2명”이라며 “급기야 대구시장 탈락자 차출설도 나오는데, 이쯤 되면 경기도민 모욕 아니냐”고 비판했다. 낮은 당 지지율과 공천 과정의 잡음이 이어지면서 급기야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도 난감해하는 상황도 이어졌다. 유권자에게 “공개적 절윤 선언과 달리 인적 절연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인상을 준 영향이라고 분석되고 있다. 7년 만에 대표 거부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2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저도 장 대표를 선거 유세에 모시고 싶다”면서도 “변신한 모습으로 와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도 지난달 26일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해 “장 대표의 지원 유세는 조금 예민한 문제”라며 “시민 눈높이에서 해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선거는 후보가 시민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잘 전하는 시민을 위한 시간”이라며 “장 대표는 노선형 정치인이 됐으므로, 정책 선거 현장이 정치 선거로 비화하면 유불리를 떠나 서울시민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논란이 이어지자 지난 1일엔 의견을 바꿔 채널A 라디오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저는 국민의힘이 확장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대가 확실히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공법을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주요 선거 후보들이 당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는 것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주요 후보들이 자유한국당 대표였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지원 유세를 거부한 상황을 연상시킨다. 낮은 지지율과 혼란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이미 예고됐던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2024년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대규모 집회 개최 및 참여 등 강경 보수 행보를 유지했다. 당시 진행됐던 대규모 집회는 손 목사·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유튜버 전한길씨 등이 주도했다. 울림이 큰 방에서 나는 소리는 메아리가 돼 돌아온다. 이는 특정 성향·신념이 일치하는 사람들이 모여 비슷한 정보·주장을 계속 접하면서 그 의견이 굳어지는 현상을 비유하는 데 활용된다. 이를 두고 에코 체임버 현상이라고 한다. 보통은 SNS에서 일어나지만, 최근엔 정치권에서도 구조화되고 있다. 정치인의 관점에서 대규모 집회에서 동원한 인파·우호적인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는 열렬한 지지는 쉽게 눈에 띈다. 선거에선 이게 독이 되는 경우가 많다. 후보의 캠프에선 이를 유권자의 보편적 정서로 착각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근엔 당원투표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당원의 뜻이 공천에 반영되면, 정당의 민주적 구조가 탄탄해진다. 하지만 조직표 동원 경선이 될 위험이 커진단 치명적인 단점도 있다. 당내 강경파·특정 조직의 관성은 중도층·무당층까지 포함하는 전체 민심과 방향이 다른 경우가 많다. 집권은 불가능 후보도 선거를 치르면서 조직표를 움직이는 지역 토착 세력·강경 지지층을 만나는 과정에서 현장 분위기를 착각한다. 설령 당선되더라도 이들의 포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확증 편향 현상은 “누구나 현실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현실만을 본다”던 고대 로마 정치인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격언이 현재진행형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조직표는 장단점이 명확하게 나뉜다. 일정한 득표를 보장하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다. 하지만 득표 이상의 목표 달성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전형적인 사례는 일본 공명당이다. 공명당은 창가학회란 종교를 배경으로 두고 있다. 덕분에 공명당은 엄청난 조직력을 동원할 수 있다. 창가학회 회원 1명은 강력한 선거운동원이 된다. 그 1명은 주변 지인 모두에게 공명당 선거운동을 한다고 보면 된다. 정치와 종교의 결합이 흔히 발생하는 중요한 원인이다. 일본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공명당과 연정을 하면서 창가학회·공명당의 조직력을 토대로 많은 정치적 이익을 얻었다. 공명당 후보가 출마하지 않는 지역구에선 그 조직력이 고스란히 자민당 후보의 선거 조직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명당은 종교 기반 정당이기 때문에 그 틀을 벗어나긴 어려웠다. 그래서 공명당이 정치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최대치는 집권당의 연정 파트너였다. 공명당과 손을 잡았다고 무조건 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얻는다고 보긴 어렵다. 이는 지난 2월 진행된 제51회 일본 중의원 의원 총선거(이하 중원선)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이하 입민당)은 자민당과 결별한 공명당과 손잡고 ‘중도개혁연합’이란 선거 연대를 구성했다. 하지만 선거 결과는 참혹했다. 입민당·공명당은 원래 총 169석을 보유했지만, 선거 결과 49석만 확보하는 대참패를 당했다. 이 중 입민당이 확보한 의석수는 21석에 불과했다. 중도개혁연합이 해체되면 각각 28석을 확보한 공명당·국민민주당이 제1야당 반열에 오를 수 있을 정도의 대참패였다. 조직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민심이란 걸 보여준 선거였다. 경기도지사 후보 인물난…유승민은 거듭 고사 손현보 아들 등장·컷오프 이진숙 못 놓는 이유? 절대로 몰락하지 않는 안정적인 하한선을 보유했지만, 상한선·기대치도 낮은 사례로 일본 공명당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성향이 강한 특정 집단을 기반으로 유지되는 정당은 그에 대한 다른 유권자의 거부감 때문에 집권이 불가능하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독일 좌파당 ▲영국 민주연합당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 등을 거론할 수 있다. 독일 좌파당은 독일 통일 이후 구동독 지역 사회주의 통합당 후신이 모여 조직됐다. 따라서 구동독 지역의 고령 유권자·옛 공산당 관료·강성 노동계급 등이 핵심 지지층을 이루고 있다. 이런 연유로 구동독 지역에선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전체 민심과 조화를 이루긴 어렵고,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주로 거론된다. 영국 민주연합당은 북아일랜드 강성 개신교·연합주의자 조직에 기반한다. 이들의 강경한 종교 성향은 잉글랜드·스코틀랜드 등의 정서와 많이 멀다. 따라서 이들도 북아일랜드 지역 정당 겸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거론된다. 지난 2017년엔 영국 보수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하자 민주당과 신임 공급 협약을 맺고 정부를 구성할 수 있었다.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은 이스라엘 내 극단적인 유대교 원칙주의자들로서 사회적 민폐라고 거론되는 하레디를 기반으로 구성된 정당이다. 이들은 사회적인 활동보다 경전 공부에 몰두한다. 극단적인 일부 하레디는 19세기 생활 양식을 고집하고, 일체 생산 활동을 하지 않면서 정부 보조금에 의존한다. 이들은 출산율이 높아 이스라엘 재정에 부담을 주지만, 이스라엘 내 유대인 인구 비율 유지를 고려하면, 정부가 이들을 지원하지 않을 수 없는 측면도 있다. 이들은 랍비의 지시에 따라 절대적인 투표 성향을 유지한다. 이스라엘의 보수 정당 리쿠드당은 이들과의 연정을 통해 조직표를 동원한다. 일본 자민당은 원래 다양한 성향의 여러 파벌이 모여 구성된 특성을 역설적으로 정권 유지 비결로 활용했다. 총리를 배출하는 회파만 바뀌어도 국정 기조가 바뀌어 유권자에게 정권교체 체감을 주는 유사 정권교체 효과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월 중의원 의원 선거 대승은 자민당으로서도 기존과 다른 형태였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기민한 유튜브·SNS 활용 ▲실용적 포퓰리즘으로 통하는 사나에노믹스 등 다카이치 총리의 개인 팬덤이 강력하게 형성된 것이 승리로 연결됐다. 공명당 등 해외 사례 표면적으로는 국민의힘은 이미 지난 2월에 입증된 자민당의 승리 비결을 외면하고, 공명당의 길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주요 후보들이 당 대표 지원 유세에 신중한 반응을 보이는 것 자체가 국민의힘이 ‘더 깊은 늪’에 들어가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일면일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늪에서 나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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