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전단지 뗀’ 여중생 검찰 송치 용인동부경찰서 파장

뒤늦게 논란 일자 보완수사 지시
과거 법원 유사 판례 살펴보니…

[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소재의 아파트 내 엘리베이터에 붙어 있는 전단지를 뗀 혐의로 여중생 A양과 해당 아파트 관리사무소 B씨가 검찰에 송치됐다는 소식이 뒤늦게 전해지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지난달 8일, A양은 용인동부경찰서로부터 ‘재물손괴죄로 검찰에 송치됐가 결정됐다’는 수사결과통지서를 받았다. 이에 A양 모친이 용인동부서에 “검찰에 송치하려면 험의가 있어서 올린 거 아니냐?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 묻고 싶다”며 문의했다.

용인동부서 담당 형사는 “A씨의 행위에 위법성 조각 사유 같은 건 없고, 혐의가 명백해 송치를 결정했다”며 “행동 자체가 형법서 규정하는 재물손괴죄에 해당하며 촉법소년이므로 자기 행동에 책임져야 하는 나이가 맞다”고 답했다.

모친은 해당 전단지가 불법적으로 부착됐으며, 일주일에 3만3000원을 지불하고 붙일 수 있는 게시판이 따로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3일 경기남부경찰청 등에 따르면, 해당 아파트에 거주 중인 A양은 지난 5월, 엘리베이터에 탑승했다가 거울을 보는 과정서 붙어 있던 전단지를 뜯어낸 혐의(재물손괴죄)로 입건됐다. 이날 용인동부서는 A양과 B 소장 외에도 다른 60대 아파트 주민 C씨도 함께 입건해 검찰에 송치했다.

용인동부서는 지난 2022년 평택지방법원의 공동주택관리법 판례를 참고해 A양이 비인가 전단지를 뜯어낸 행위가 재물손괴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A양 측은 해당 사실을 국민신문고 등에 이의를 제기했다.

모친에 따르면 현재 중학교 3학년인 A양은 고등학교 입시를 중인 데다 사춘기라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다.

또 해당 사연이 JTBC <사건반장>을 통해 알려지고 다수의 매체를 통해 보도되면서 용인동부서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엔 “어디 전단지 무서워서 살겠냐?” “경찰서 앞에서 쓰레기 주으면 점유물이탈죄인가요?” “여기가 그 유명한, 어떤 스티커를 아무데나 붙여도 보호해준다는 그곳인가요?” “불법 전단지 붙이는 알바 알아보고 있어요” 등 항의성 글들이 폭주하고 있다.

논란이 일자, 상급기관인 경기남부경찰청은 추가로 고려할 사항이 있다고 판단해 검찰과 협의 후 보완수사를 결정했다.

일부 항의글엔 ‘용인동부경찰서장입니다’라는 제목으로 “많은 소중한 의견 중 이 게시글에 답변을 드린다. 언론 보도와 관련해 많은 분들에게 걱정을 끼친 점 서장으로서 죄송하다는 말씀부터 드린다”며 “해당 사건 게시물의 불법성 여부 등 여러 논란을 떠나서 결과적으로 좀 더 세심한 경찰 행정이 이뤄지지 못한 점에 대해서 아쉽게 생각하고 있다”는 댓글이 달렸다.

그러면서 “여러분의 관심과 질타를 토대로 더욱 따뜻한 용인동부경찰로 거듭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약속도 추가됐다.

단, 해당 댓글을 단 주체가 용인동부경찰서장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과거 공동주택의 불법 부착 전단지 및 광고물을 떼거나 훼손했던 유사 사건서 사법부의 유·무죄 판단은 사례마다 다소 엇갈렸다.

지난해 11월24일에 확정된 아파트단지 내 재물손괴죄(현수막 제거) 재판서 무죄가 선고됐다.

서울북부지방법원은 아파트단지 안에 걸려 있던 현수막을 제거해 재물손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던 서울 동대문구 모 아파트 전 관리사무소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전 관리소장은 2022년 아파트 리모델링주택조합설립추진위원회가 설치한 건설사 명의의 명절 인사 현수막, 승강기 앞에 설치한 리모델링사업추진 주민설문조사에서 회수함, 리모델링사업 홍보 게시물을 임의로 철거한 혐의로 기소됐다.

법원은 “관리주체의 동의를 얻지 않고 설치된 현수막과 게시물을 제거하도록 한 아파트 관리규정에 따른 정당행위로 회수함 철거는 입대의 회장 지시에 따른 것으로 위법성이 조각된다”는 관리소장 측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입주자 등이 공동주택에 광고물·표지물을 부착하려는 경우 관리주체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한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과 ‘광고물, 선전물 등을 지정되지 않은 장소에 붙이거나 미관을 해치는 행위에 대해 관리주체가 부동의해야 한다’고 정한 아파트 관리규약을 근거로 들었다.

특히 아파트의 광고 및 홍보물 관리규정이 법원의 판단에 영향을 미쳤다.

홍보물 관리규정에 따르면 ‘관리주체의 인장으로 동의를 받지 않고 게시된 현수막과 승강기 내·외부에 부착하는 광고 및 홍보물을 발견하는 경우 관리주체는 즉시 제거해야 한다’고 규정돼있었다.

A양이 떼어낸 전단지는 ‘OO을 사랑하는 모임, OO아파트 발전협의회’서 제작됐으며, 아파트 하자 및 보수 신청을 받는 아파트 내 사조직인 것으로 전해졌다. 아파트 내 주민 자치 조직이 하자 보수에 대한 주민 의견을 모으기 위해 부착한 것으로, 관리사무소로부터 게재 인가를 받지는 않은 이른바 ‘비인가 전단지’로 파악됐다.

해당 자치 조직은 아파트 하자 보수 범위를 둘러싸고 입대의 및 관리사무소와 갈등을 빚어왔으며 이에 따라 전단지에 관리사무소의 인가 도장도 찍혀 있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위의 무죄 판결 사례처럼 엘리베이터 안에 붙어 있던 전단지가 관리주체의 인가없이 부착된 것으로 확인된 이상, 경찰의 보완수사 후 다른 판단이 나올 가능성이 높아졌다. 

물론 유사 사례가 유죄로 인정된 판단도 존재했다. 다만, 단순한 전단지가 아닌 현수막이었고 효용가치를 떨어뜨려 재물을 손괴한 부분이 유·무죄 판결을 갈랐다.


의정부지방법원 남양주지원은 남양주시 소재의 한 아파트의 관리규약 개정안 서명 내용의 현수막을 제거하도록 지시한 소장과 커터칼로 현수막을 자른 관리 직원에 대한 재물손괴죄를 인정해 각각 벌금 30만원, 20만원을 선고했다.

이들은 아파트 관리규약에 따라 불법적으로 설치된 현수막을 적법하게 철거했으므로 정당행위라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설령 현수막이 관리규약을 위반해 설치됐다고 하더라도 관리사무소나 소속 직원이 이를 철거한 적법한 권한이 있다고 볼 법률상 또는 규약상 아무런 근거가 없다고 봤다. 또 이들이 현수막을 단순히 제거한 것이 아닌, 커터칼로 찢어 효용을 완전히 훼손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효용가치를 떨어뜨려 재물을 손괴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서울동부지방법원은 서울 송파구 아파트 재건축 추진 현수막을 제거한 입대의 회장과 소장에게 각각 벌금 30만원 및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입대의 의결을 거쳤어도 적법하지 않고 관리주체에 동의받지 않은 현수막의 철거 권한이 있지 않다는 게 판단의 요지였다.

그러면서 관리주체가 현수막 자진 철거를 청구하거나 민사소송을 제기해 강제집행으로 구제받는 등의 법적 절차를 통해 업무를 수행했어야 한다고 판시했다.


공동주택관리법령에 광고물 등의 게시를 할 때 관리주체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규정은 있어도 동의받지 않은 광고물 등을 관리주체나 입대의가 철거할 수 있다는 규정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해석한 셈이다. 관리주체에게 광고물 등에 대한 게시 동의 권한은 있어도 동의받지 않은 광고물 등을 함부로 철거할 권한까지는 없다는 의미다.

이번 사례도 비록 A양이 거울을 보는 데 불편을 야기했다고 하더라도 직접 떼지 말고 관리사무소를 통해 부착 업체에 연락해 자진 철거하도록 조치했어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다만 일각에선 아파트 관리규정에 따라 불법 전단지는 제거 대상으로 관리소장이나 입주민이 이를 제거하는 행위는 권리행사의 일환이고 재물손괴죄의 구성요건 미충족, 불법 전단지의 제거라는 정당한 목적을 갖고 있었으며, 공공의 이익을 고려한 행위(위법성 조각 사유) 등이 용인동부서에서 참작되지 않은 점은 아쉽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누리꾼은 “(아파트 내 불법 전단지 떼는 게)굳이 검찰 송치까지 가야 할 일인가 싶다. 경찰서 모든 정황을 검토해서 합리적으로 판단했어야 할 문제였는데, 그 정도의 융통성도 없이 최일선서 국민들의 질서 유지와 안녕을 위해 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누리꾼은 “경찰서 고발장이 들어온 이상 아무런 액션을 취하지 않았다면 이것도 업무태만, 직무유기라면서 담당 경찰관을 물고 늘어졌을 게 뻔한데, 경찰도 나름대로 머리를 굴린 거 아니겠느냐”며 경찰 판단에 힘을 싣기도 했다.

주거침입 여부도 쟁점이 될 수 있다.

형법 제319조(주거침입, 퇴거불응)는 사람의 주거, 관리하는 건조물, 선박이나 항공기 또는 점유하는 방실에 침입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에 따르면, 주거침입의 성립 여부는 거주자가 아닌 외부인이 공동주택의 공용 부분에 출입한 것이 일반 공중의 출입 허용 공간이 아닌 필수적 부분으로 외부인의 출입 목적 및 경위, 출입의 태양 및 출입 시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주거의 평온 상태를 침해했는지’다.

주택업계에 따르면 아파트는 외부와의 경계 지점인 경비실(차량 출입문)을 기준으로 단지 전체를 공동생활 공간으로 보는 경향이 강하다. 따라서 외부인의 허락 없이 단지 내부로 들어와 주거자나 관리인의 평온을 침해할 경우, 건조물침입죄의 구성요건에 해당될 수 있다. 문제는 위법성의 조각 사유가 있는지의 여부 정도가 된다.

핵심은 공동현관의 비밀번호를 입력해야 출입이 가능하고 거주자나 관리자의 승낙없이 출입을 시도했느냐는 부분인데 이는 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해당 자치 조직이 아파트 내 사조직인 만큼 외부인이 아닐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자치 조직에 대한 광고물 무단부착의 경범죄 처벌 여부도 고려해야 한다.

경범죄 처벌법 제3조 제1항 9호(광고물 무단부착 등)는 다른 사람 또는 단체의 집이나 아파트 현관문, 그 밖의 인공구조물과 자동차 등에 함부로 광고물 등을 붙이거나 글씨·그림을 그리거나 새기는 행위 등을 한 사람 또는 공공장소서 광고물 등을 함부로 뿌린 사람에 대해 불법 부착물 부착죄로 처벌하고 있다.

이 경우 적발 시 5만원의 범칙금이 발생하며 범칙금은 부착한 당사자가 아닌 부착을 지시한 사람(또는 단체)에게 부과된다.

법조계에선 일반적으로 상업 목적의 전단지일 경우 전단지 소유자는 불법 전단지에 대한 소유권을 포기한 것으로 볼 수 있는 만큼, 이를 수거하거나 떼어내 효용가치가 상실되더라도 재물손괴죄가 성립되지 않는 것으로 보고 있다.

논란은 더 있다.

전단지를 떼냈던 A양이 어떻게 특정돼 고소됐느냐 하는 부분이다. 아파트 규약상 엘리베이터 내, 지하주차장 내에 설치돼있는 CCTV 영상은 경찰을 대동하지 않는 이상 확인이 불가하다. 그런데도 전단지 부착 업체서 CCTV 촬영 영상으로 여중생임을 확인했고 특정해 재물손괴지로 고소한 것인데 이는 법적으로 문제의 소지가 다분해 보이기 때문이다.

이때 관리사무소에선 비인가 전단지 부착을 문제삼았어야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haewo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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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