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전단지 뗀’ 여중생 검찰 송치 용인동부경찰서 파장

뒤늦게 논란 일자 보완수사 지시
과거 법원 유사 판례 살펴보니…

[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소재의 아파트 내 엘리베이터에 붙어 있는 전단지를 뗀 혐의로 여중생 A양과 해당 아파트 관리사무소 B씨가 검찰에 송치됐다는 소식이 뒤늦게 전해지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지난달 8일, A양은 용인동부경찰서로부터 ‘재물손괴죄로 검찰에 송치됐가 결정됐다’는 수사결과통지서를 받았다. 이에 A양 모친이 용인동부서에 “검찰에 송치하려면 험의가 있어서 올린 거 아니냐?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 묻고 싶다”며 문의했다.

용인동부서 담당 형사는 “A씨의 행위에 위법성 조각 사유 같은 건 없고, 혐의가 명백해 송치를 결정했다”며 “행동 자체가 형법서 규정하는 재물손괴죄에 해당하며 촉법소년이므로 자기 행동에 책임져야 하는 나이가 맞다”고 답했다.

모친은 해당 전단지가 불법적으로 부착됐으며, 일주일에 3만3000원을 지불하고 붙일 수 있는 게시판이 따로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3일 경기남부경찰청 등에 따르면, 해당 아파트에 거주 중인 A양은 지난 5월, 엘리베이터에 탑승했다가 거울을 보는 과정서 붙어 있던 전단지를 뜯어낸 혐의(재물손괴죄)로 입건됐다. 이날 용인동부서는 A양과 B 소장 외에도 다른 60대 아파트 주민 C씨도 함께 입건해 검찰에 송치했다.

용인동부서는 지난 2022년 평택지방법원의 공동주택관리법 판례를 참고해 A양이 비인가 전단지를 뜯어낸 행위가 재물손괴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A양 측은 해당 사실을 국민신문고 등에 이의를 제기했다.

모친에 따르면 현재 중학교 3학년인 A양은 고등학교 입시를 중인 데다 사춘기라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다.

또 해당 사연이 JTBC <사건반장>을 통해 알려지고 다수의 매체를 통해 보도되면서 용인동부서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엔 “어디 전단지 무서워서 살겠냐?” “경찰서 앞에서 쓰레기 주으면 점유물이탈죄인가요?” “여기가 그 유명한, 어떤 스티커를 아무데나 붙여도 보호해준다는 그곳인가요?” “불법 전단지 붙이는 알바 알아보고 있어요” 등 항의성 글들이 폭주하고 있다.

논란이 일자, 상급기관인 경기남부경찰청은 추가로 고려할 사항이 있다고 판단해 검찰과 협의 후 보완수사를 결정했다.

일부 항의글엔 ‘용인동부경찰서장입니다’라는 제목으로 “많은 소중한 의견 중 이 게시글에 답변을 드린다. 언론 보도와 관련해 많은 분들에게 걱정을 끼친 점 서장으로서 죄송하다는 말씀부터 드린다”며 “해당 사건 게시물의 불법성 여부 등 여러 논란을 떠나서 결과적으로 좀 더 세심한 경찰 행정이 이뤄지지 못한 점에 대해서 아쉽게 생각하고 있다”는 댓글이 달렸다.

그러면서 “여러분의 관심과 질타를 토대로 더욱 따뜻한 용인동부경찰로 거듭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약속도 추가됐다.

단, 해당 댓글을 단 주체가 용인동부경찰서장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과거 공동주택의 불법 부착 전단지 및 광고물을 떼거나 훼손했던 유사 사건서 사법부의 유·무죄 판단은 사례마다 다소 엇갈렸다.

지난해 11월24일에 확정된 아파트단지 내 재물손괴죄(현수막 제거) 재판서 무죄가 선고됐다.

서울북부지방법원은 아파트단지 안에 걸려 있던 현수막을 제거해 재물손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던 서울 동대문구 모 아파트 전 관리사무소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전 관리소장은 2022년 아파트 리모델링주택조합설립추진위원회가 설치한 건설사 명의의 명절 인사 현수막, 승강기 앞에 설치한 리모델링사업추진 주민설문조사에서 회수함, 리모델링사업 홍보 게시물을 임의로 철거한 혐의로 기소됐다.

법원은 “관리주체의 동의를 얻지 않고 설치된 현수막과 게시물을 제거하도록 한 아파트 관리규정에 따른 정당행위로 회수함 철거는 입대의 회장 지시에 따른 것으로 위법성이 조각된다”는 관리소장 측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입주자 등이 공동주택에 광고물·표지물을 부착하려는 경우 관리주체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한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과 ‘광고물, 선전물 등을 지정되지 않은 장소에 붙이거나 미관을 해치는 행위에 대해 관리주체가 부동의해야 한다’고 정한 아파트 관리규약을 근거로 들었다.

특히 아파트의 광고 및 홍보물 관리규정이 법원의 판단에 영향을 미쳤다.

홍보물 관리규정에 따르면 ‘관리주체의 인장으로 동의를 받지 않고 게시된 현수막과 승강기 내·외부에 부착하는 광고 및 홍보물을 발견하는 경우 관리주체는 즉시 제거해야 한다’고 규정돼있었다.

A양이 떼어낸 전단지는 ‘OO을 사랑하는 모임, OO아파트 발전협의회’서 제작됐으며, 아파트 하자 및 보수 신청을 받는 아파트 내 사조직인 것으로 전해졌다. 아파트 내 주민 자치 조직이 하자 보수에 대한 주민 의견을 모으기 위해 부착한 것으로, 관리사무소로부터 게재 인가를 받지는 않은 이른바 ‘비인가 전단지’로 파악됐다.

해당 자치 조직은 아파트 하자 보수 범위를 둘러싸고 입대의 및 관리사무소와 갈등을 빚어왔으며 이에 따라 전단지에 관리사무소의 인가 도장도 찍혀 있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위의 무죄 판결 사례처럼 엘리베이터 안에 붙어 있던 전단지가 관리주체의 인가없이 부착된 것으로 확인된 이상, 경찰의 보완수사 후 다른 판단이 나올 가능성이 높아졌다. 

물론 유사 사례가 유죄로 인정된 판단도 존재했다. 다만, 단순한 전단지가 아닌 현수막이었고 효용가치를 떨어뜨려 재물을 손괴한 부분이 유·무죄 판결을 갈랐다.


의정부지방법원 남양주지원은 남양주시 소재의 한 아파트의 관리규약 개정안 서명 내용의 현수막을 제거하도록 지시한 소장과 커터칼로 현수막을 자른 관리 직원에 대한 재물손괴죄를 인정해 각각 벌금 30만원, 20만원을 선고했다.

이들은 아파트 관리규약에 따라 불법적으로 설치된 현수막을 적법하게 철거했으므로 정당행위라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설령 현수막이 관리규약을 위반해 설치됐다고 하더라도 관리사무소나 소속 직원이 이를 철거한 적법한 권한이 있다고 볼 법률상 또는 규약상 아무런 근거가 없다고 봤다. 또 이들이 현수막을 단순히 제거한 것이 아닌, 커터칼로 찢어 효용을 완전히 훼손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효용가치를 떨어뜨려 재물을 손괴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서울동부지방법원은 서울 송파구 아파트 재건축 추진 현수막을 제거한 입대의 회장과 소장에게 각각 벌금 30만원 및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입대의 의결을 거쳤어도 적법하지 않고 관리주체에 동의받지 않은 현수막의 철거 권한이 있지 않다는 게 판단의 요지였다.

그러면서 관리주체가 현수막 자진 철거를 청구하거나 민사소송을 제기해 강제집행으로 구제받는 등의 법적 절차를 통해 업무를 수행했어야 한다고 판시했다.


공동주택관리법령에 광고물 등의 게시를 할 때 관리주체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규정은 있어도 동의받지 않은 광고물 등을 관리주체나 입대의가 철거할 수 있다는 규정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해석한 셈이다. 관리주체에게 광고물 등에 대한 게시 동의 권한은 있어도 동의받지 않은 광고물 등을 함부로 철거할 권한까지는 없다는 의미다.

이번 사례도 비록 A양이 거울을 보는 데 불편을 야기했다고 하더라도 직접 떼지 말고 관리사무소를 통해 부착 업체에 연락해 자진 철거하도록 조치했어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다만 일각에선 아파트 관리규정에 따라 불법 전단지는 제거 대상으로 관리소장이나 입주민이 이를 제거하는 행위는 권리행사의 일환이고 재물손괴죄의 구성요건 미충족, 불법 전단지의 제거라는 정당한 목적을 갖고 있었으며, 공공의 이익을 고려한 행위(위법성 조각 사유) 등이 용인동부서에서 참작되지 않은 점은 아쉽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누리꾼은 “(아파트 내 불법 전단지 떼는 게)굳이 검찰 송치까지 가야 할 일인가 싶다. 경찰서 모든 정황을 검토해서 합리적으로 판단했어야 할 문제였는데, 그 정도의 융통성도 없이 최일선서 국민들의 질서 유지와 안녕을 위해 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누리꾼은 “경찰서 고발장이 들어온 이상 아무런 액션을 취하지 않았다면 이것도 업무태만, 직무유기라면서 담당 경찰관을 물고 늘어졌을 게 뻔한데, 경찰도 나름대로 머리를 굴린 거 아니겠느냐”며 경찰 판단에 힘을 싣기도 했다.

주거침입 여부도 쟁점이 될 수 있다.

형법 제319조(주거침입, 퇴거불응)는 사람의 주거, 관리하는 건조물, 선박이나 항공기 또는 점유하는 방실에 침입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에 따르면, 주거침입의 성립 여부는 거주자가 아닌 외부인이 공동주택의 공용 부분에 출입한 것이 일반 공중의 출입 허용 공간이 아닌 필수적 부분으로 외부인의 출입 목적 및 경위, 출입의 태양 및 출입 시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주거의 평온 상태를 침해했는지’다.

주택업계에 따르면 아파트는 외부와의 경계 지점인 경비실(차량 출입문)을 기준으로 단지 전체를 공동생활 공간으로 보는 경향이 강하다. 따라서 외부인의 허락 없이 단지 내부로 들어와 주거자나 관리인의 평온을 침해할 경우, 건조물침입죄의 구성요건에 해당될 수 있다. 문제는 위법성의 조각 사유가 있는지의 여부 정도가 된다.

핵심은 공동현관의 비밀번호를 입력해야 출입이 가능하고 거주자나 관리자의 승낙없이 출입을 시도했느냐는 부분인데 이는 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해당 자치 조직이 아파트 내 사조직인 만큼 외부인이 아닐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자치 조직에 대한 광고물 무단부착의 경범죄 처벌 여부도 고려해야 한다.

경범죄 처벌법 제3조 제1항 9호(광고물 무단부착 등)는 다른 사람 또는 단체의 집이나 아파트 현관문, 그 밖의 인공구조물과 자동차 등에 함부로 광고물 등을 붙이거나 글씨·그림을 그리거나 새기는 행위 등을 한 사람 또는 공공장소서 광고물 등을 함부로 뿌린 사람에 대해 불법 부착물 부착죄로 처벌하고 있다.

이 경우 적발 시 5만원의 범칙금이 발생하며 범칙금은 부착한 당사자가 아닌 부착을 지시한 사람(또는 단체)에게 부과된다.

법조계에선 일반적으로 상업 목적의 전단지일 경우 전단지 소유자는 불법 전단지에 대한 소유권을 포기한 것으로 볼 수 있는 만큼, 이를 수거하거나 떼어내 효용가치가 상실되더라도 재물손괴죄가 성립되지 않는 것으로 보고 있다.

논란은 더 있다.

전단지를 떼냈던 A양이 어떻게 특정돼 고소됐느냐 하는 부분이다. 아파트 규약상 엘리베이터 내, 지하주차장 내에 설치돼있는 CCTV 영상은 경찰을 대동하지 않는 이상 확인이 불가하다. 그런데도 전단지 부착 업체서 CCTV 촬영 영상으로 여중생임을 확인했고 특정해 재물손괴지로 고소한 것인데 이는 법적으로 문제의 소지가 다분해 보이기 때문이다.

이때 관리사무소에선 비인가 전단지 부착을 문제삼았어야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haewo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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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의문 해소 첫 단추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