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지 않고 돌아온 비명 초일회 한계

출항하자마자 소용돌이 속으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순항 중인 ‘이재명 2기’ 앞에 소용돌이가 닥쳤다. 지난 총선서 공천 파동이 일면서 원외로 밀려난 비주류 인사가 ‘초일회’라는 이름으로 뭉치기 시작한 것이다.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것이란 회의적인 시각이 존재하는 가운데 이재명 대표의 1심 선고 결과가 변수가 될지 이목이 쏠린다.

초일회는 ‘초심을 잃지 않고 매일 새롭게 정진한다’ ‘매달 첫 번째 일요일 모임을 갖자’는 뜻에서 만든 모임이다. 현재 구성원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비명(비 이재명)계로 알려진 박광온·박용진·송갑석·강병원·양기대·윤영찬·김철민·신동근 전 의원 등 15명의 전직 의원인 것으로 전해진다.

피바람
총선판

초일회가 탄생한 배경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4·10 총선이 치러지기 전인 올해 초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공천 학살’ ‘공천 살생부’ 같이 살벌한 단어가 여의도 정가에 오르내리던 때다.

당시 이름이 잘 알려지지 않은 원외 후보가 친명(친 이재명)계라는 이유만으로 지역구 현역을 꺾고 경선에 붙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났다. 공천 살생부라고 불렸던 현역 의원 평가 하위 20% 명단에 비명계 다수가 이름을 올리며 공천 학살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비명계 의원이 자리 잡은 지역구에 새로운 친명계 후보의 출마 적합도를 묻는 출처를 알 수 없는 여론조사가 행해졌다는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비명계의 불만이 극에 달했다.


당시 총선을 이끌던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반박했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누군가는 하위 평가를 받아야 하고 하위 평가를 받은 분들은 불만을 가지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이를 두고 친명·비명을 나누는 것은 갈라치기”라고 반박했다. 이어 “혁신 공천은 피할 수 없는, 말 그대로 가죽을 벗기는 아픈 과정이다. 떡잎이 져야 새순이 자라고 첫 가지가 다음 가지에 양보해야 큰 나무가 되는 것이 자연의 이치”라고 설명했다.

당을 두 쪽 낼 듯한 공천 파동이 민주당을 강타했지만 총선 승리로 막을 내리면서 논란도 사그라들었다. 이 대표 1인 체제를 만들기 위한 무리수라는 지적서 총선 압승을 가져다준 전략으로 여론이 바뀐 순간이었다.

지난 8·18 전당대회서 이 대표는 85%라는 역대 득표율을 받으며 다시 한번 거대 야당의 수장으로서 입지를 다졌다. 비록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최고위원직 역시 친명으로 채워지면서 ‘이재명 2기 체제’가 돛을 달았다.

이 대표에게는 ‘여의도 대통령’이라는 수식어가 자연스럽게 따라붙었다.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인 데다가 압도적인 지지율까지 등에 업었다. 여기에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의 갈등에 다시 불이 붙으면서 이 대표 앞에 꽃길이 깔렸다.

하지만 총선 이후 여의도 밖으로 밀려난 줄 알았던 비명계가 손을 잡고 초일회라는 모임을 만들었다. 김규완 CBS 논설위원은 지난달 22일 CBS <박재홍의 한판승부>서 “초일회는 이 대표 체포동의안 때 ‘가결파’ 또는 총선 당시에 낙천, 낙선자 모임”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공통으로 사법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은 이 대표가 다음 대선서 정권교체를 할 수 있겠냐는 우려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1심 선고 앞두고 ‘10월 위기설’
손잡은 비명, 앞다퉈 나오는 3김

민주당 전당대회가 끝난 지 채 일주일도 지나지 않은 시점이다. 초일회의 앞날이 ‘이 대표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는 선에서 활동할 것’이라는 의견과 ‘정치적 위험을 감수하고도 또 다른 목소리를 내겠다’는 두 가지 해석으로 갈렸다.

정치권에서는 후자 쪽으로 무게를 두는 모양새다. 이 대표의 ‘10월 위기설’에 연기가 오르는 만큼 민주당 내 이 대표가 아닌 또 다른 구심점을 잡기 위한 과정을 밟고 있다는 설명이다. 만일 이 대표가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이나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받으면 의원직을 잃고 피선거권 역시 박탈당하기 때문이다.

법조계에서는 이 대표의 위증교사·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의 1심 판결이 다음 달 중 나올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이 대표의 코로나 확진으로 관련 재판이 연기되면서 당초 예상했던 시기보다 늦춰진 다음 달 말에서 11월 초에 결과가 나올 것이란 의견이 우세하다.

사법 리스크가 재점화한 가운데 초일회뿐만이 아닌 야권의 잠룡까지 하나둘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아직은 각개전투이지만 뜻이 맞는 이들끼리 손을 잡아 세력을 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우선 댓글 여론 조작 혐의인 ‘드루킹 사건’으로 유죄가 확정된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가 8·15 광복절을 맞아 복권됐다. 현재 독일서 유학 중인 김 전 지사는 노무현·문재인 전 대통령의 신뢰받는 참모로 알려졌으며 친문(친 문재인)계 의원과도 돈독한 사이인 것으로 전해진다.

연말 즈음 귀국 예정인 김 전 지사는 향후 자신의 역할을 고민하겠다고 전했던 바 있다.

잠시 여의도 뒤편에 머물렀던 김부겸 전 국무총리도 목소리를 가다듬고 있다. 지난 총선서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서 활약했던 김 전 총리는 지난달 26일 라디오 출연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정치 행보에 나설 전망이다. 이 대표 1극 체제를 견제하는 동시에 윤석열정부와 각을 세우고 민심을 보듬는 메시지에 주력할 것으로 전해진다.

김 전 총리는 이 대표를 향해 유연한 리더십을 요구했다.

그는 한 라디오를 통해 “이 대표가 90%에 가까운 지지를 받았다는 게 크게 국민적 감동을 줄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이 대표는 강단 있는 투사로서의 모습, 정부·여당에 앞장선 공격을 자주 보여줬다. 정부·여당이 제대로 못 하면 국회 차원서라도 ‘따질 건 따지고 또 세울 건 세우고 도와줄 건 도와주겠다’는 유연한 리더십을 보이는 게 이 대표가 다음 대통령 선거에 나갈 때도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고 강조했다.

덩치들 행보
우연일까?

이날 김 전 총리가 “언제까지나 강성 지지층만 바라보고 대한민국 공동체를 책임지겠다고 할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자 개딸(개혁의딸)들로부터 항의하는 글이 빗발치기도 했다.


차기 대권주자로 꼽히는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친노·친문 계파를 끌어안으면서 부지런히 활동 반경을 넓히고 있다.

지난달 26일 김 지사는 친문계 핵심 중 한 명인 전해철 전 의원을 제2기 도정 자문위원장에 위촉했다. 전해철 위원장은 노무현정부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냈으며 문재인정부 들어서는 행정안전부 장관을 역임해 친노·친문을 아우르는 인물로 평가받는다.

전 위원장은 이날 경기도청서 김 지사로부터 위촉장을 받은 뒤 기자들과 만나 “(정치권서)김 지사를 정치적으로 함께하거나 후원하는 역할이 아니냐고 한다”며 “일단 거기에 대해서 저는 전혀 부정하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앞서 올해 초에는 문정부 국정상황실 경험이 있는 김현곤 행정관을 경제부지사로 임명했고 지난 6월에는 강민석 전 청와대 대변인을 경기도 대변인으로 영입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김 지사가 윤정부를 겨냥해 확장 재정을 강조하며 본격적인 대권 행보에 시동을 걸었다는 평이 나온다. 올 상반기에만 국가채무가 53조며 윤 대통령 임기 시작 이래로는 약 139조까지 늘어난 점을 꼬집으며 “윤정부는 부자 감세 말고 한 것이 무엇인가”라고 지적했다.

총선 패배 이후 목소리를 낮추고 있던 새로운미래 이낙연 전 대표도 여의도에 소환됐다. 초일회가 이 전 대표를 만나 정계 은퇴를 요구했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당초 초일회가 이 같은 요구를 한 데에는 해당 모임이 이 전 대표의 별동대가 아니냐는 해석이 난무했기 때문이다.

다만 이 전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정치에 일일이 관여할 수도 없고, 관여하지도 않고 있다”면서도 “그럼에도 대한민국의 진로와 운명에 대해서는 외면할 수 없다고 생각해, 때때로 저의 생각을 말씀드리고 있다”고 직접 입장을 밝혔다.

구심점
어디로?

‘정계 은퇴설’에 선을 긋는 한편 정치 활동을 이어가겠다는 거취를 내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밖에도 친문계 싱크탱크로 알려진 ‘민주주의 4.0’이 새 단장을 마쳤다. 송기헌·김영배 의원이 각각 새 이사장과 연구원장을 맡으면서 활동을 재개할 전망이다.

이처럼 여의도 곳곳 숨어 있던 잠룡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움직임을 보이면서 저마다 포석을 깔고 있다. 초일회가 등장한 시기와 맞물리는 만큼 각자의 자리서 목소리를 내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유지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모인다.

한 야권 관계자는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초일회의 경우 낙선한 민주당 전 의원들끼리 허심탄회하게 만나다가 뜻이 모여 제대로 뭉친 것 같다”며 “이제까지 ‘비명계 결집’이라는 명분으로 친노·친문 세력이 뭉치고 흩어지기를 반복했다. 이 대표가 지지율 80%대를 확인한 시점서 이렇게 존재감을 드러낸 것을 보면 (초일회도)믿는 구석이 있지 않겠는가”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아직 초일회를 바라보는 이들의 시선 끝에는 의문점이 남는다. 비주류 세력이 뭉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대항마’를 내세워야 하는데, 현재로서 이 대표와 견줄 만한 인물이 뚜렷하지 않다는 점에서다. 반대로 놓고 본다면 누구든지 이 대표의 대항마가 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비록 ‘약속대련’이라는 산을 넘어야겠지만 충분한 명분이 주어진다면 당원을 설득할 수 있다.

다만 이 대표의 대항마로 누구를 내세울지 윤곽조차 잡히지 않았다. 만일 초일회 소속 인사가 저마다 ‘비명계 구심점’을 자처할 경우 각자의 소용돌이에 빨려 들어가 세력 확장은커녕 모임이 쪼개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활동 범위를 충분히 확보하지 않은 상황서 단합이 안 된다면 비주류끼리의 세력 다툼으로 비춰질 수 있어 오히려 국민의 반감을 살 것이란 해석이다.

“비판만 있고 대안 없다”이대로 해산?
지금은 각개전투…뭉치면 다를까 갸웃

아직 초일회의 비전이 다듬어지지 않은 만큼 대항마를 내세우기에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대체적이지만 법원과 여의도의 움직임에 따라 언제든 주목받을 수 있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다만 이 관계자는 “만일 초일회가 이 대표를 끌어내리고 새로운 대권주자를 세우고 싶다면 이 대표의 1심 선고가 나오기 전이어야 한다”며 “이낙연 전 대표도 이 대표가 가장 약해져 있을 때 귀국하지 않았나. 이건 명분이 될 수 없다. 강대강으로 붙어야지, 상대방이 빈틈을 보였을 때 옆구리를 치는 모양으로 이겨서는 당원에게 호소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실 지금도 이른 시기는 아니다. 초일회가 원외 세력으로서 이 대표를 견제하는 모임으로 남을지 아니면 다시 한번 정치판에 뛰어들지 고심이 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계에서는 크게 반응하지 않고 있다. 다시 한번 당권을 잡은 이 대표 외에 대안이 없는 만큼 1심 선고가 대권가도에 치명타를 입히지 않을 것이란 설명이다.

대표 친명계인 정성호 의원은 초일회에 대해 “그냥 낙선하신 분들의 친목 모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며 “저도 두 차례 낙선했는데 낙선하고 나면 현역 의원들과의 연락이 잘 안 된다. 소위 낙선 거사들끼리 자주 만난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의 10월 위기설에 대해서는 “희망사항일 뿐”이라며 “법률가로서 봤을 때 충분히 무죄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고 내다봤다.

같은 당 박지원 의원은 정권교체를 위해서 필요한 활동을 한다면 뭉칠 수 있지만 어디까지나 총구는 밖으로 향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박 의원은 YTN <신율의 뉴스 정면승부>서 “전직 의원들이 전에부터 있던 것을 재활성할 수 있지만 파벌로 형성돼서는 안 된다”면서도 “당의 혁신과 정책 개발, 그리고 정권 창출을 위해 노력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초일회가 느슨한 연대에 그칠지 민주당의 또 다른 구심점이 될지 아직은 단정짓기 어렵다는 게 주된 평이다. 모임을 더 넓은 세력으로 확장해야 한다면서도 ‘강성 비명계’ 외에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엇갈린 목소리도 나온다.

팬덤 아닌
현실 정치

한 야권 관계자는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초일회에 대해 “3김(김경수·김동연·김부겸)이나 조국혁신당처럼 인간관계에 의지해 세를 모으려고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시대가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해야 한다. 의제 발굴이 시급한 상황”이라며 “이 대표가 주장하는 복지국가, 기본 사회를 능가하는 비전을 제시해야 하지, 단순히 반대 명제만 주장해서는 모임의 지속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재명 호위대 ‘먹사니즘’으로 단결

비명계 모임인 초일회와 비슷한 시기에 원외 친명 세력이 뭉쳤다.

이재명 대표가 연일 강조한 ‘먹사니즘’ 정책 활동을 뒷받침하기 위한 원외 조직 ‘먹사니즘 전국 네트워크’다.

지난 4월 총선서 고배를 마신 12명의 원외 친명계로 이루어진 이 조직은 먹사니즘이 국가적 이데올로기가 되도록 하겠다는 포부를 안고 지난달 16일 출범했다.

진석범 화성을 지역위원장은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국 네트워크를 조직하고자 한다”며 “오늘의 출범식을 시작으로 먹사니즘의 가치가 사회 곳곳서 꽃피우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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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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