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명상 입은 잠룡 3인 막전막후

“위기? 먼지 털어줘 고맙지∼”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대선이 1년6개월여 앞으로 다가왔다. 전당대회 이후 대선주자들의 각축전이 예상되는 가운데 본격적인 대결에 앞서 사전 작업이 펼쳐지고 있다. 특히 뜻하지 않은 사건들로 정치적 치명상을 입은 주자들에게는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간이다. <일요시사>는 김무성, 반기문, 박원순의 최근 재활 상황을 살펴봤다.

지난달 초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방한은 대선 주자들의 시간을 앞당겼다. 여권 잠룡들을 잠에서 깨웠으며 야권 잠룡들을 움직이게 하는 자극제가 됐다. 친인척들의 크고 작은 행실 등 앞서 벌어진 사건들로 숨죽이고 있던 잠룡들에게는 복귀의 신호를 알리는 총성의 역할을 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 반 총장, 박원순 서울시장은 각각 사위의 마약 사건,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한 동향보고, 메피아가 불러온 구의역 사건 등으로 대선 행보에 제동이 걸린 상태.

반 막후 지원

반 총장은 외교부를 통해 30년 만에 공개된 문서로 곤욕을 치렀다. 해당 문서에는 반 총장이 지난 1985년 미국 하버드대에서 연수 중이던 당시 김대중 전 대통령의 동향을 대한민국 정부에 보고한 내용이 들어있었다. 미국의 학계와 법조계 인사가 ‘김대중 안전귀국 요청서한’을 청와대에 발송할 예정이라는 정보였다. 보도가 되자 일각에서는 ‘프락치’ ‘배신자’ 등으로 반 총장을 비난했다.

반 총장은 이에 발끈하고 나섰다. 방한 일정 중 관훈클럽초청 기자회견에 참석해 “언론의 비판을 보며 기가 막힌다고 생각했다. 솔직히 말도 되지 않는 비판”이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지난 행적에 대한 정치적 해석은 과하다는 논리였다. 당시 총영사관이 보스턴에 없어 자신이 명예 총영사 역할을 했는데, 대학신문에 난 보도를 복사해 보낸 것뿐이라는 것이다. 단지 정부와 국가를 위해 있는 것을 관찰, 보고한 것뿐이고 문서에 개인 의견은 들어가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반 총장은 이를 자신에 대한 ‘흠집내기’로 규정하고 반박했다.


그러나 든든한 막후 지원 속에 논란은 점점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모습이다. 대선이 다가올수록 정치권에서는 물론 민간에서도 반 총장에 대한 지원이 쏟아지고 있다.

새누리당 윤상현 의원과 김종필(JP) 전 국무총리를 필두로 한 충청대망론이 심상치 않다. 충청포럼의 회장이기도 한 윤 의원은 복당 이후 첫 행보로 반 총장 지원에 나섰다. 윤 의원은 JP의 자택을 찾았을 때 기자들에게 “반 총장이 무척 정치를 하고 싶어하는 것 같았다는데 JP 어르신과 내가 서로 의견의 공감대를 이뤘다”고 전했다. 앞서 JP는 전직 정치인·관료들의 친목 모임 ‘청심회’에서 “(반 총장이) 결심을 굳힌 것 같더라”고 말한 바 있다.

친반통합·친반통일당·친반평화통일당·친반연대 등 반 총장의 의사와 관계없이 그의 대선 행보를 지지하는 군소정당들이 존재한다. 그런 가운데 반 총장을 지지하는 팬클럽이 등장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온라인 팬클럽 ‘반딧불이’는 최근 충북 음성에서 창립준비위원회를 열고 세 확장에 나섰다. 이들은 포럼, 음악회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반기문 바로 알기 운동’을 펼칠 것임을 예고했다.

해외에서 전해진 북한 소식으로 반 총장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북한 외무성은 최근 유엔 사무국에 편지를 전달했는데, 반 총장 측은 “통일 문제 해결에 기여하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었다고 말했다. 반 총장의 역할을 요청하는 북한의 편지로 그의 주가는 올라간 상황이다. 또한 최근 반 총장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나 한반도 정세에 대한 얘기를 나눈 것으로 전해진다. 6개월여 남은 총장 임기동안 북한 문제를 해결하려는 모습은 더욱 자주 언론에 노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위 마약·동향보고·구의역으로 내상
최근 적극적 행보로 논란 잠재우기 나서

구의역 사건으로 ‘메피아’ 논란에 빠졌던 박원순 서울시장은 인적 쇄신을 통해 난관을 극복하려는 모습이다.

4·13 총선 이후 정치적 보폭을 넓혀가던 박 시장에게 구의역 사건은 크나큰 위기였다. 특히 4년 내 3차례나 같은 사고가 되풀이됐다는 점, 특혜를 받은 메트로 출신 전적자들에 의해 비정규직 청년이 사고로 내몰렸다는 점 등으로 사회적 지탄이 이어졌다. 또한 박 시장의 늦장 대응도 도마 위에 올랐다.
 


여당으로부터 공세도 받았다. 새누리당 이장우 의원은 지난달 28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박 시장이 유명무실한 위원회에 진보세력을 대거 등용시켰다. 실질적으로 산하기관 전체에 박 시장의 관피아, 박 시장의 세력들을 전 공기업에 배치하고 전 위원회에 배치하며 결국 그 결과물이 일부 드러난 것이 메피아 사건”이라며 “메트로뿐만 아니고 서울시 산하기관 공기업 그리고 전 위원회 포함해서 국정조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그간 박 시장의 골머리를 앓게 했던 ‘아들 병역비리 의혹’과 관련된 소송에서 패소 판결이 내려져 수세적 상황에 놓였다.

박 시장은 자신의 아들에 대한 병역비리 의혹을 보도한 MBC 등 관계자 6명에게 손해배상금 10억5000만원과 정정 보도를 청구한 소송을 냈는데 서울서부지법은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며 소송비용을 원고가 모두 부담하라”고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여러모로 악재가 겹친 박 시장은 최근 비서진을 대폭 개편하며 분위기 반전을 꾀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박 시장은 정무수석과 정책특보를 교체하고 공보특보를 새로 부활시켰다. 기존 최창환 정무수석은 최종윤 단국대 겸임교수로, 서왕진 정책특보는 안균오 전 정책보좌관으로 바꿨다. 또한 공보특보 자리에는 김주명 전 CBS 논설위원장을 앉혔다.

이번 비서진 개편은 구의역 사건을 시작으로 느슨해진 조직을 다잡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또한 공보특보를 부활시켰단 측면에서 당초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았던 언론 대응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의지 표명으로 해석된다. 본격적인 대선 행보에 앞서 집안 단속부터 확실히 하는 모습이다.

사위 문제로 어려움을 겪었던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는 정치권의 개헌 바람을 타고 부활을 꿈꾸고 있다.

앞서 김 전 대표는 사위인 이모씨의 마약 사건이 불거져 곤욕을 치렀다. 이어서 이씨가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것에 대한 봐주기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또한 지난 5월 이씨가 나이트클럽을 경영하는 과정에서 수억원의 탈세 혐의가 있었다는 사실이 보도돼 다시 한 번 장벽에 부딪혔다.

한동안 숨죽이고 있던 김 전 대표는 정치권의 개헌 바람을 타고 정치 행보를 재개했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개헌은 내 소신”이라며 “이제 기회가 될 때마다 이야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원집정부제 개헌을 주장하는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꼭 그것보다 대통령의 권력을 축소해야 한다. 분권형이 맞다”고 답했다. 정치권에서는 김 전 대표가 대선공약으로 개헌을 추진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부활 노림수

또한 중도 표심을 잡기 위한 이미지 메이킹에도 나선 모습이다. 김 전 대표는 경남 함양으로 이장한 선영의 묘를 찾았을 당시 “새누리당은 선거 때마다 ‘집토끼’(고정 지지 기반) 생각만 하고 과거에 함몰되는 등 너무 극우적인 이념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를 대선을 염두에 둔 ‘좌클릭’ 행보라고 해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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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논란과 문제가 끊이지 않던 퍼스트레이디가 결국 구속됐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부터 사사건건 발목을 잡던 의혹으로 최초로 구속된 영부인이 됐다. 김 여사의 구속 기간인 20일 동안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지난 13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발부하면서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보다 힘이 세던 V0이 몰락한 셈이다. 주요 의혹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등으로 김 여사 구속에 성공한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증거인멸 도주 우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정식 구치소 입소 절차를 거쳤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한 후 일반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정밀 신체검사를 진행한다. 이는 마약 등 반입 금지 물품을 지니고 들어왔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왼쪽 가슴 부분에 수용자 번호가 있는 미결수용 수용복으로 갈아 입고, 얼굴 사진인 ‘머그샷’을 촬영한다. 또 지문 채취와 구치소 내 규율 등 생활 안내, 건강 검진도 받게 된다. 이후 세면 도구와 모포, 식기 세트 등을 받아 본인 ‘감방’으로 향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영부인 신분이 아닌 만큼 일반 수용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게 법무부 측 설명이다. 김 여사는 앞서 수감된 윤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독거실에 수용될 전망이다. 크기는 구인 피의자 대기실과 비슷하며 매트리스와 책상 겸 밥상, 관물대, TV 등이 비치돼있다. 끼니도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1700원짜리 음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식사와 목욕도 일반 수용자와 같은 절차에 따르지만, 보안상 다른 수용자와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지난 7일, 김 여사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법원에 22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함께 848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구속 의견서에는 ▲지난 4월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김 여사가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 ▲탄핵 인용 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을 포맷한 사실 ▲김 여사의 ‘문고리’로 불리던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사실 등이 적시됐다. 특검은 ▲김 여사가 지난 6일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 ▲김 여사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점 ▲압수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점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 최측근과 말 맞추기를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건강상 이유로 입원할 경우 수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 사유에 ‘도주 우려’를 포함했다. 영장실질심사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주도했던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이, 김 여사 측에선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 여사 측은 이날 약 8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준비했으며 특검도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약 3시간 분량의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했으나 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팀이 처음 주목한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 게이트로 불리는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이다. 특검팀은 이를 848쪽의 구속 의견서에 담았다. 최초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 의견서엔 구체적 사실 적시 구체적으로 김 여사가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라고 판단하며 불법 거래 횟수가 총 3822회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으로 수익 8억1144만3596원을 얻어내기 위해 70만2512주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통정매매 188회, 가장매매 12회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 같은 기간 주가를 올리려는 목적으로 높은 값에 사는 척하는 고가 매수 주문 1661회, 주가를 내리려는 목적으로 많은 양의 주식을 파는 척하는 물량 소진 주문 1432회, 허수 매수 주문 367회, 시가·종가 관여 주문 242회 등의 이상매매 주문을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제출했다고 봤다. 4년 넘게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는 이용됐지만 범행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었다는 취지라며 주가조작 공모와 방조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하지만 특검은 보강 수사를 거쳐 방조 혐의를 넘어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2011년 1월경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통화하면서 “6대 4로 나누면 저쪽에 얼마를 줘야 하는 것이냐”며 “2억7000만원을 줘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한 통화 녹취록을 확보해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통화 당일 은행 계좌에서 2억7000만원을 수표로 인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도 세력인 ‘저쪽’에 수익 40%를 떼어줬다고 판단하고 “시세조종이라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과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 등에 대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지위를 사적으로 활용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헌법적 가치가 훼손됐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에 정치권력과 금권이 개입한 사건’으로 규정하며 “선거제도의 출발점인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면서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침해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또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 백 2개와 영국 그라프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총 8000여만원의 금품을 전씨를 통해 전달받은 뒤 통일교 현안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김 여사 구속영장을 통해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규정했다. 848쪽 의견서 특검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 청탁에 대해선 “김 여사가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과 예산에 대한 사적 개입으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밝혀낸 3가지 의혹의 주요한 사실과 더불어 제시한 ‘증거인멸 정황’이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매해 김 여사에게 교부한 혐의를 받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전날 제출받은 자수서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진품, 김 여사의 친오빠 진우씨의 장모 자택에서 압수한 목걸이 가품을 영장실질심사에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자수서에서 “대선이 치러진 2022년 3월 직후 비서실장을 통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입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다시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가 이 회장 측에 진품을 돌려준 시기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이후 재산 미등록 의혹 관련 고발장이 제출된 2022년 9월 이후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특검팀이 수사하고 있는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사건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 민간인이 국정에 관여한 국정 농단 사건 ▲인사 개입 사건 ▲채해병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제8회 전국동시지방 선거 개입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명태균 등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총 16가지다. 이 외에도 ▲무상 여론조사 제공 대가로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개입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가 계약에 개입 ▲국가기밀정보 유출 ▲제1호부터 제15호까지의 사건과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의 수사에 대한 방해 행위 등이다. 특검팀은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최장 20일간의 구속 기간 동안 아직 풀리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대부분의 의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와 관련된 사건으로, 특검팀은 관련된 사실을 대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들통난 거짓말 이에 특검팀은 출범 이후 인지한 사건인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베트남에서 귀국한 ‘김 여사 일가의 집사’ 김예성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를 중심으로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에 대가·보험성 투자 혐의가 의심되는 기업들과 김 여사 일가의 사금고 의혹을 받는 신안저축은행, 그리고 김 여사가 운영해 온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전시회 뇌물 협찬 기업들로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우선 특검팀은 이번 김 여사의 구속영장 청구에서 배제됐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6000만원대로 알려진 해당 목걸이는 2022년 6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유럽 순방 당시 착용했다가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목걸이의 행방을 추적해 왔던 특검팀은 최근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씨의 장모집에서 해당 목걸이를 확보했지만 감정 결과 모조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 역시 해당 목걸이에 대해 모친인 최은순씨에게 선물하기 위해 2010년쯤 홍콩에서 구매한 200만원대 모조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특검팀이 최근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 스노 플레이크 목걸이의 진품을 직접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확보하면서 수사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해당 목걸이를 선물했으며, 몇 년 뒤 김 여사 측으로부터 돌려받아 보관해 왔다는 게 서희건설 측의 설명이다. 서희건설 측은 해당 목걸이 실물도 특검팀에 제출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여사는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목걸이 진품을 교부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게 분명함에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착용한 제품이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가품이라고 진술하고 김 여사 오빠 인척집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와 동일한 모델인 가품이 발견된 경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를 비롯한 모든 관련자를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받은 귀중품 수사 확대 집사 게이트·관저 이전 의혹도 특검팀은 조만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비서실장 최모씨 등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척집에서 최소 3000만원 이상의 바셰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 보증서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 중이다. 해당 시계를 구매한 사업가 서모씨는 최근 특검팀 조사에서 지난 2022년, 윤 전 대통령 취임 뒤 김 여사의 부탁을 받아 같은 해 9월7일쯤 자신이 구매한 뒤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시계 구매 자금 중 일부는 김 여사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입장이다. 같은 해 9월 대통령경호처와 1870만원 상당의 로봇개 경호 시범 사업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핵심 키맨인 김씨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귀국하자마자 특검팀은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특검 사무실로 압송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김씨의 체포 기한이 영장 집행 기준 48시간 이내이기 때문에 특검팀은 그 안에 수사를 마치고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씨 역시 특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특검팀은 김씨를 상대로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의 184억원 투자 경위와 46억원의 행방 그리고 코바나콘텐츠 뇌물 협찬 의혹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가 운영한 렌터카 플랫폼 사이드스탭 ‘뿅카’는 비마이카와 함께 2015~2019년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4개 전시회 협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은 물론 신안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특검팀의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이 IMS모빌리티에 거액을 투자하기 전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받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지난 11일,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위한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도 했다.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이에스아이엔디(ESI&D) 등에 130억원이 넘는 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려져 사금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는 신안저축은행은 코바나콘텐츠 전시회에도 협찬했다. 신안그룹 회장 차남인 박지호(개명 전 박상훈) 전 신안저축은행 대표는 2010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EMBA)에서 김 여사와 김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연이 이어져 2013년 3월 신안저축은행의 각종 불법 대출 혐의가 불기소 처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김씨는 박 전 대표의 집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신안저축은행이 2017년 김씨와 모친 최은순씨의 329억원대 허위 잔고 증명서 사건의 피해자였음에도 이듬해 김씨를 계열사인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 임원으로 선임했다. 특검팀 과제는? 특검팀은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관한 수사도 본격화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관저 이전과 관련해 21그램 등 관련 회사 및 관련자 주거지 등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관저 이전 문제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증축 과정에서 21그램 등 무자격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는 등 실정법 위반이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kcj5121@ilyosisa.co.kr>